■ 인생의 오후에도 축제는 벌어진다 (와카타케 치사코 지음, 부키 펴냄)
‘느려도 괜찮다’는 말이 넘치는 시대지만, 빠름이 미덕이 된 현실에서 그 위로는 쉽게 와닿지 않는다. ‘인생의 오후에도 축제는 벌어진다’를 펴낸 일본 작가 와카타케 치사코는 그 말을 건네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삶을 통해 느린 시간 속에서 마주하게 되는 행복의 풍경을 보여준다.
그는 63세에 일본 문예상과 아쿠타가와상을 연이어 수상하며 문단에 등장한 최고령 신인이다. 첫 소설 ‘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로 데뷔하기까지는 집필 8년, 꿈을 품은 시간까지 더하면 반평생이 걸렸다.
화려한 성취와 달리 저자는 자신의 삶을 ‘느려 터진 완행 열차’에 비유한다. 한때는 내세울 것 없는 일상에서 무력감과 상실을 견뎌야 했지만, 그 느린 시간은 결국 자신을 돌아보게 했다.
이번 신간은 그의 삶을 3부로 나눠 풀어낸 첫 에세이다. 55세에 남편과 사별한 뒤 깊은 상실을 겪은 그는 자신과 마주하며 떠돌던 생각들을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냈다. “슬픔은 단지 슬픔으로만 끝나지 않았다. 그 속에는 결실도 있다는 걸 깨달았다.” 아들의 권유로 시작한 소설 강좌는 삶의 전환점이 됐다.
오후에 마주한 축제에 마냥 기쁨만 있는 것은 아니다. 평범한 주부였던 그의 일상에는 ‘마감’과 ‘차기작’이라는 과제가 더해졌고, 육체적 부담과 불안도 뒤따랐다. 그럼에도 그는 “남은 시간이 얼마이든 계속 쓰겠다”고 말한다. 자기 안의 목소리를 세상 밖으로 내놓을 때 비로소 ‘나’다워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책은 인생 후반에도 새로운 가능성과 행복이 열릴 수 있음을 조용히 전한다.
■ 삶으로 다시 날아오르기 (빌헬름 슈미트 지음, 피카 펴냄)
도서 ‘삶으로 다시 날아오르기’는 어린 시절 한 번쯤 경험했을 그네 타기의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땅을 딛고 발을 구르며 서서히 몸을 띄우는 순간, 처음에는 작은 흔들림에도 두려움을 느끼지만 이내 더 높이 오르기 위해 더 힘껏 발을 밀어낸다. 뒤로 크게 젖힐수록 그네는 더 높이, 더 멀리 나아가고, 그만큼 더 깊이 내려오는 순간을 마주하게 된다. 숱하게 발을 구르며 그네를 탔던 어른들은 그 원리를 몸으로 익혔기에, 두려움마저 스릴로 받아들인다. 세계적인 철학상 ‘메카처 철학상’을 수상한 독일 작가 빌헬름 슈미트는 이러한 움직임이 우리의 삶과 닮아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삶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이유를 ‘흔들림’에서 찾는다. 인생은 고정된 궤도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오르내리는 과정이며, 그 진동 자체가 삶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더 높이 오르기 위한 갈망과 정점의 기쁨, 그리고 반드시 뒤따르는 하강의 시간을 모두 삶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작가는 아내를 떠나보낸 뒤 깊은 상실을 겪으며, 인생이 기쁨과 절망이 반복되는 흐름임을 체감했고 이를 책에 풀어냈다. 책은 그네의 시작인 ‘발 구르기’에서부터 상승과 하강, 일상으로 돌아오는 ‘안착’에 이르기까지 삶의 과정을 그네타기의 단계에 비유하며 짚어간다. 중요한 것은 정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오르내림 속에서도 스스로를 지켜내는 태도라는 점을 강조한다.
저자는 책을 통해 삶의 굴곡을 피하기보다 그 흐름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다시 앞으로 나아가는 힘이 된다고 말한다. 흔들림을 견디는 법을 배울 때 비로소 삶을 지속할 수 있는 자신만의 리듬을 찾게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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