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우근 한국교통안전공단 경기북부본부 연구원
최근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이슈가 대두되고 있다. 2025년 부천제일시장 트럭 사고, 2024년 서울 시청역 사고 등 이 사고들의 공통점은 ‘페달 오조작’이었다. 멈춰야 할 순간에 오히려 가속페달을 밟는 이 실수는 단순한 운전 미숙이 아니다. 고령화에 따른 근력 저하와 인지 반응의 지연, 이른바 ‘고령자의 인지능력 저하’가 빚어낸 물리적 결과다.
한국교통연구원과 서울연구원 등 주요 연구기관은 고령 운전자의 면허 반납이 교통사고 감소에 유의미한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실정은 엄중하다. 경찰과 지자체의 끊임없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고령 운전자의 면허 반납률은 3년 연속 2% 초반대에 머물고 있다. 그렇다면 왜 고령자들은 면허 반납에 주저할까.
고령자가 면허를 반납하는 순간 그들은 이동의 자유를 상실하고 사회적 고립이라는 또 다른 위기에 직면한다. 헌법 제34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며 특히 ‘국가는 노인의 복지 향상을 위한 정책을 실시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동권은 이러한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조건이자 기본권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대중교통 서비스의 심각한 양극화를 겪고 있다. 대중교통 인프라가 열악한 농어촌지역에서 노인들에게 운전면허는 단순히 편리함을 넘어 병원에 가고 장을 보기 위한 ‘생존 면허’와 같다. 대안 없는 면허 반납 독려는 이들에게 이동권의 포기, 즉 삶의 질 포기를 강요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제는 ‘면허 반납’이 아닌 ‘안전한 이동’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이를 위해 세 가지 방향을 제시한다.
첫째, 수요응답형교통(DRT) 및 자율주행을 통한 대중교통서비스 제공이다. 고정된 노선버스로는 교통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어렵다. 고령자가 원하는 시간에 이용할 수 있는 DRT 등의 서비스를 도입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자율주행 기술을 도입해 경제적, 물리적으로 효율적인 수요응답형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둘째, 고령 운전자의 인지능력을 보완할 기술적 지원이다. 일본의 ‘사포카’제도처럼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등을 국가 및 지자체 차원에서 지원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2029년 1월부터 신차에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를 의무적으로 장착하도록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고령 운전자의 보유 차량에 대해서도 애프터마켓을 활용해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장착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최근 한국교통안전공단 시범사업 결과에 따르면 이 장치는 오조작 53%, 과속 21%를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고령 운전자의 인지 능력 저하를 기술로 보완한다면 면허를 유지하면서도 사고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주기적인 전국 교통서비스 양극화 진단이 필요하다. 도시와 지방의 교통 서비스 격차를 정밀하게 진단할수 있는 지수를 개발해 교통 서비스 낙후지역을 우선적으로 선별해야 한다. 이러한 낙후지역에 노인 친화형 인프라(Age-friendly SOC) 예산을 투입하고 교통 서비스를 제공해 지역 간 이동권 격차를 해소하는 솔루션이 필요하다.
이제는 고령 운전자를 잠재적인 사고 유발자로 간주해 규제하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고령 운전자의 실수를 방지하는 기술적 안전망을 구축하고 대중교통 소외지역에 모빌리티 서비스를 보급해 ‘이동권과 교통안전이 공존’하는 교통체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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