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신명에 고하다…학사재서 되살아난 목조건축 혼 모탕 고사·치목 시연…전통 목조건축의 정신 되살려
국가무형유산 대목장 이광복(한류문화예술회장)의 공개시연 행사가 17일 인천 강화 학사재에서 열려 전통 목조건축의 정신과 기술을 동시에 조명했다.
이번 행사는 국가유산청과 국가유산진흥원의 후원으로 진행, 모탕고사 봉행과 목재 치목 공개 시연을 중심으로 전통 건축의 핵심 과정을 현장에서 생생히 전달했다.
이날 행사에는 전남광주 관음사 주지 현고 대종사, 박용철 강화군수를 비롯해 박형빈 국가유산청 무형유산기술과장, 이근복 국가무형유산총연합회 이사장, 이칠용 황실공예협회장, Mark A. Wrathall 영국 옥스퍼드 바디오 크라이스트대 철학과 교수 부부 등 국내외 인사와 시민 300여 명이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행사는 사회자가 “지금부터 국가무형유산 이광복 대목장의 공개시연 학사재 마름의 시작을 천지신명께 알리는 모탕고사를 진행하겠습니다”라고 고하면서 엄숙하게 시작됐다.
전수생들이 도열한 가운데 징을 세 차례 울리며 고사의 시작을 알렸고, 향을 피우고 토지신과 천지신명을 모시는 의식이 이어졌다.
특히 100년 이상 된 황장목으로 만든 신목을 앞세우고, 대목장이 직접 먹칼을 들고 신을 청하는 장면은 전통 건축이 단순한 기술을 넘어 의례와 정신의 영역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초헌은 김영훈 학사재 가주가, 아헌은 박형빈 국가유산청 무형유산기술과장이, 종헌은 이광복 대목장이 맡아 축문을 올리며 고사의 의미를 더했다. 이어 여암 이재혁 등 12명의 전수생 도편수들에게 먹칼이 전달되며 기문 계승의 상징적 절차도 진행됐다.
고사가 마무리되자 본격적인 목재 치목 시연이 이어졌다. 이광복 대목장은 대자귀를 이용해 장여 등 주요 부재를 다듬는 과정을 직접 선보이며 “건축은 단순한 집이 아니라 수천 년 이어온 철학과 사상, 정서를 담는 작업”이라고 강조했다.
현장에서는 대자귀의 구조와 상징성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날과 몸체, 자루로 구성된 대자귀는 ‘치우천왕’의 정신을 담아 목재를 다스리는 도구로, 강인한 민족정신을 상징한다는 설명이다.
이어 학사재와 온평원, 사평원, 경복궁 향원정 현척도 등을 바탕으로 한 도면 설명과 부재 가공 과정이 공개됐으며, 점심 이후에는 향원정 일부 구조를 실제로 조립하는 실연이 진행돼 관람객들의 이해를 도왔다.
행사장인 학사재는 ‘학문을 익히고 삶을 사유하는 집’이라는 의미를 담은 전통 공간으로, 이날 공개행사는 한 장인의 기술을 넘어 오랜 세월 이어져 온 목조건축의 맥과 철학을 체험하는 자리로 평가된다.
전통은 기록이 아니라 실연으로 이어진다. 강화 학사재에서 울린 징소리는 단순한 시작을 넘어, 한국 목조건축의 정신을 다시 깨우는 울림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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