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소식통

[김종구 칼럼] 김동연, 지사 복귀 첫날에

도의회 찾아 ‘민생 추경’ 부탁
간부 소집 ‘지원금 준비 점검’
성공한 이임의 역사도 소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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主 筆 김종구

 

글을 쓰다 보면 이런 경우가 있다. 쓰는 필자에게는 대단히 신선하다. 읽는 독자에게는 너무나 진부하다. 미국 대통령의 ‘이임 손편지’ 얘기가 그렇다. ‘미국의 위대함’, ‘민주주의의 상징’, ‘승복의 미학’.... 더 끌어다 붙일 수식어도 없다. 사실 감동스러운 내용도 별로 없다. 공개를 전제로 쓰는 이임사다. 멋 부리고, 잘난 척하고, 아는 척하고. 그래서 1989년 로널드 레이건의 편지가 최고다. 카드에 긁적여 서랍에 넣어둔 그 편지.

 

“이 편지지를 사용하고 싶은 순간이 올 것입니다. 그렇도록 하세요. 우리가 나눈 기억들을 소중히 할 것이고, 당신이 잘되기를 빌 것입니다. 당신을 위해 기도할게요. 당신과 바버라에게 신의 축복이 있기를. 우리가 함께한 목요일 점심식사를 그리워할 것입니다.” 무거운 얘기라곤 한 구절도 없다. 그저 담담히 인사를 건네듯 적었다. 이런 평범함이 미국의 역사가 됐다. 그래서 이 편지가 위대하다. 편지를 쓴 레이건이 위대하다.

 

어쩌다 보니 나도 써먹었다. 사실은 여기 빗대 해볼 말이 있다. 떠나는 경기도지사의 모습이다. 경기도지사 이임 역사는 어땠나. ‘손편지’ 전통은 없었던 것 같고. 신문 뒤져봐도 건질 게 없다. 딱히 남는 나만의 기억도 없다. 솔직히 말하면 내 취재가 그랬다. 경기도청 출입처로 부장·부국장을 보냈다. ‘임창열—손학규—김문수(두 번)’를 경험했다. ‘이임할 지사’와 ‘취임할 지사’가 교차했다. 그때마다 취임할 지사 쪽에 비중을 뒀었다.

 

기억의 조각을 더듬어 맞춰보자. 임창열 지사는 권한과 책임을 다했다. 4년 도정의 확실한 정리를 다그쳤다. 인사권도 필요하다 싶으면 했다. ‘A국장 인사’는 그래서 충돌했다. 손학규 지사는 스스로 공개한 이임 모습이 있다. 퇴임식 끝내고 수원역으로 갔다. 점퍼와 작업복 바지, 가방을 멨다. 기차 타고 ‘민생 대장정’을 떠났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의정부 가능역 광장에서 퇴임식을 했다. 어려운 도민을 위한 급식 봉사 행사였다.

 

누구나 가게 될 ‘퇴임’의 길이다. 그래서 이 또한 중요한 역사다.

 

김동연 도지사가 도정에 복귀했다. 많은 생각이 있을 것 같다. 도지사 연임을 위해 나갔다. 민주당 경선에서 최종 3인까지 갔다. 추미애 의원이 후보가 됐다. 김 지사도 승복하고 박수를 보냈다. 연임을 하고 싶다고 했다. 꿈과 계획도 얘기했다. 하지만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이제 본래 자리로 돌아왔다.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이런 선례는 경기지사 역사에 없었다. 그래서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뭐가 모범인지. 나도 잘 모른다.

 

그 궁금증이 하루에 풀렸다. 복귀한 김 지사가 몸으로 보였다. 20일 출근해 경기도의회 의장부터 찾아갔다. 인사차 방문이 아니었다. “경기도 민생경제 추경안 처리를 도와 주십쇼. 국민주권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해야 합니다.” 오후에는 야당인 국민의힘 대표도 방문했다. 역시 도정을 설명하고 추경안 처리를 부탁했다. 주요 실·국장들과의 간부 회의를 소집했다. ‘고유가 피해 지원금 지급을 준비하라.’ 도정에 대한 점검이었다.

 

쓸쓸할 거다. 나갈 때는 여럿이었지만 복귀 때는 혼자였다. 나갈 때는 도전자였지만 복귀 때는 정리자였다. 옆에서 지켜보기에도 그렇다. 하지만 복귀한 뒤 보여준 모습은 달랐다. 의회를 찾아가 ‘민생’ 챙기고, 야당을 방문해 ‘협조’ 부탁하고, 조직을 향해 ‘도정’ 다그치고. 따지고 보면 이게 도지사의 일이었다. 지지받은 도지사 김동연의 모습이었다. ‘상고(商高)의 기적’을 만든 성실함과 ‘기회의 사다리’를 실현한 절박함이었다.

 

김동연 지사가 평범하게 써갈 이임사(史). 이 또한 경기도 역사로 평가될 것이다.

 

主 筆 김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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