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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경기도 박물관·미술관 다시보기] 여주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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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전시장에는 최선호·유현경 작가의 미술관 소장품전이 진행되고 있다. 윤원규기자

 

여주시 세종로 394-36번지 아담한 동산에 자리 잡은 여주미술관(관장 박소윤)에 봄빛이 가득하다. 연초록의 숲속에 화들짝 피어난 철쭉으로 더욱 화사해진 여주미술관은 개관 7년 차의 여주 1호 사립미술관이다. 본관과 스튜디오에 5개의 전시실을 갖춘 여주미술관은 매년 2회 이상 전시를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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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시 점봉동에 위치한 여주미술관은 2019년 개관했다. 여주시 점봉동에 위치한 여주미술관은 2019년 개관했다. 디귿자 모양의 깔끔한 외관의 건물과 아기자기한 공간 구성으로 독특한 느낌을 풍긴다. 미술관 모습. 윤원규기자

 

■ 공간과 작품의 어울림

숲이 우거진 동산에 미술관을 설계한 이는 설립자 박해룡의 아우이며 국민대 건축과 박길룡 명예교수다. 그는 자연 속에 건축물이 들어갈 때 가능하면 덩치를 작게 하는 것이 설계자의 올바른 태도라고 생각하는 자연 친화적 건축가다. 한국을 대표하는 건축물로 평가받는 ‘종묘’에서 영감을 얻어 설계한 여주미술관의 외관과 실내 구조가 독특하다. M자 모양의 지붕은 큰 새의 날개 같은 모습의 천장을 연출해 안락함과 웅장함을 함께 느낄 수 있다.

 

현재 여주미술관에서는 전속 작가인 유현경 작가와 신진 작가인 김사피 작가의 회화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독일 베를린과 한국을 오가며 활동하는 유 작가는 인물과 집, 풍경 등을 매개로 자신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추상적인 감정이나 생각을 자유롭게 풀어낸다. 하얀 캔버스에 짙은 암청색을 칠한 대형 작품 앞에 선다. 단순하지만 강렬한 구도와 색상이 관람객의 발길을 붙들었기 때문이다. 작가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음성을 듣기 위해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기다린다. 작가의 생각에 닿으려면 마음의 여유와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반면 김 작가의 작품은 발걸음을 앞뒤로 옮기며 감상해야 재미있다. 빠르고 가볍게 소비되는 디지털 세상에 등장하는 소녀의 이미지를 캔버스 위에 옮겨와 관람객의 호기심을 끌어내려는 작가의 의도가 성공한 것 같다.

 

커다란 작품도 있지만 나무 막대처럼 세로로 긴 작품도 있다. 가만히 다가가 살펴보니 입체적이다. 붓질을 반복해 물감이 두터워질수록 디지털 이미지가 지녔던 가벼움은 옅어지게 하는 방식이 재미있다. 다시 가까이서 살펴보면 또렷했던 소녀의 얼굴은 몇 걸음 뒤로 옮기면 점으로 바뀐다. 우리 시대 문화의 가벼움이 어디에서 비롯됐는지를 생각해 본다. 하반기에는 ‘바느질 회화’로 널리 알려진 전재은 작가의 작품을 이곳에서 선보일 예정이란다. 널따란 1전시실을 지나 네모꼴의 2전시실은 설립자 박해룡 작가의 작품을 상설 전시하는 공간이다. 아흔을 넘긴 박 작가의 그림은 선과 색이 단순해 미술 초보자에게도 편안하게 다가온다. ‘산’을 주제로 한 작품을 마주하니 노년에 꺼지지 않은 예술혼을 되살려낸 작가의 열정이 부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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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소품들과 3백여 권의 아트북들로 카페가 꾸며져 있다, 미술관 감상 후 카페에서 잔디정원을 바라보며 휴식하기에 좋다. 윤원규기자

 

■ 대가들과 일대일로 마주하는 특별한 공간, 북카페

제1전시관은 예술·디자인·사진·인문 분야의 아트북과 희귀 서적 3천여권을 갖춘 카페 ‘에이북뮤지엄’과 연결된다. 북카페로 운영되는 이 공간의 자랑은 다양한 미술 서적을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다는 것. 귀중한 책인 만큼 소중히 보도록 장갑을 비치하고 있다. 두터운 양장본 표지를 넘기며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는 시간이 행복하겠다.

 

“미술관의 북카페는 방문객 누구나 열람할 수 있는 희귀본을 포함해 다양한 예술 서적이 비치돼 있습니다.” 미술 전문 출판사인 타셴에서 펴낸 브라질 출신의 세계적인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세바스티앙 살가도의 ‘제네시스(GENESIS)’를 펼치면 지구의 원시적인 아름다움이 충만하다. 미술 전문 서적은 물론이고 세계적인 작가의 사진집까지 500여권의 주목할 만한 서적이 단정하게 정돈돼 있다.

 

모서리에 놓인 독특한 저 기계는 무엇일까. “우리나라에 3대밖에 없는 북바인딩 전문 기기입니다. 수제 책공예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고 있지요. 미술관에서 전시와 연계해 북바인딩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여주미술관은 여주시 평생학습센터와 협력사업으로 중장년층 삶의 정리와 미래 설계를 함께하는 북바인딩 프로그램 ‘미술관 속 마음북(Book) 소리’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했다. ‘한국 미술 읽기를 통한 작품 감상과 해설 글쓰기’ 프로그램을 개발해 여주시 평생학습센터와 협력해 운영한 것이다. 이후 협력과 긴밀한 연계를 위해 업무협약도 맺었다. 다량의 LP판도 소장하고 있는데 매달 마지막 토요일에는 음악감상회가 열린다. 주말에는 결혼식이나 음악회가 열리는 공간답게 주변 풍경이 아늑하고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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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전시장에서는 피카소 판화 2점이 전시돼 있다. 총 500부 한정판으로 제작된 각 판화에는 피카소의 서명과 함께 수기로 번호와 날짜가 매겨져 있다. 윤원규기자

 

스튜디오 2층 5전시실은 특별한 공간이다. 벽이 콘크리트가 아니라 반짝이는 탄탄한 철판이다. 더군다나 전시된 작품은 그 유명한 파블로 피카소의 판화다. 나란히 걸린 두 점의 작품 속 얼굴은 누구일까. “이 작품은 500부 한정판으로 제작된 초상 판화 작업으로 250개의 에디션 중 167번째라고 합니다.” 판화를 보관했던 멋스러운 상자도 전시하고 있다. 상설 전시한다니 언제 미술관을 찾아도 피카소의 ‘얼굴’을 마주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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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전시장에서는 김사피 작가의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다. 노출 콘크리트로 구성된 전시장은 색다를 느낌을 선사한다. 윤원규기자

 

■ ‘여주의 보물상자를 열다’

여주미술관은 지역과의 소통에 공을 들이고 있다. 2023년부터 24년까지 여주시와 베이비붐세대의 정서 지원 프로그램 ‘미술관 속 마음북 소리’를 진행한 일은 특히 소중한 경험이다. 중장년 세대의 정서 지원을 통한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을 주려 개발한 프로그램으로 인생과 미술의 가치를 함께 이해하며 캘리그래피, 민화, 미술 감상, 그림책 속 이야기 등을 통해 공감과 소통, 퇴직 전후 삶의 정리와 설계를 다뤘다. 미술관에 손글씨와 그림을 활용해 나만의 작품을 완성한 수강생들의 작품을 전시해 보람을 느끼도록 했다.

 

“여주시의 평생교육기관과 협력해 평생학습을 통해 여주시민의 문화예술 욕구를 충족하고 인문학적 소양을 넓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사업도 벌이고 있지요.” 여주미술관은 지난해 5월부터 8월까지 여주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린 여주시 공사립 박물관·미술관 연합전시 ‘여주의 보물상자를 열다’에 참여했다. 경기도 박물관·미술관 지원사업으로 ‘2025년 여주 관광 원년의 해’를 맞아 시민과 관광객에게 여주의 다채로운 문화관광 콘텐츠를 소개하는 홍보의 장으로 마련한 행사였다. “여주미술관은 여주박물관을 비롯한 공립기관 네 곳과 목아박물관 등 사립기관 네 곳이 참여했는데 소장품 100여점을 선보였습니다. 앞으로도 지역의 미술관 및 박물관과 연대해 함께 성장하는 지역 문화생태계를 만들어갈 계획입니다.”

 

올해로 개관 8주년을 맞은 여주미술관은 지역 예술인들이 주축이 돼 지역적·문화적 특성을 담은 예술 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미술관은 그동안 세계 유명 작가 작품 전시와 함께 서용선 작가를 비롯해 50여명의 지역 작가 작품을 전시했다.

 

‘불모지에서 날아온 꽃씨 하나가 온 들판에 꽃피울 수 있다’고 선언한 설립자 박해룡 명예관장의 정신을 잇는 박소윤 관장의 시야는 세계로 열려 있다. 개관 특별전 ‘프랑스 예술가들이 누리는 표현의 환희, 박해룡의 삶에 물들이기’는 여주미술관의 설립 이념과 방향성을 동시에 보여준 전시였다. 박 관장은 예술인과 꾸준히 만나며 지역 문화예술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여주미술관을 지역 내 문화예술인들이 소통하고 화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일, 개관 때부터 지역 내 다문화가정 및 저소득층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미술 교육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관람객들이 미술과 편하게 만날 수 있도록 미술관이 즐거운 공간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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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시 점봉동에 위치한 여주미술관은 2019년 개관했다. 디귿자 모양의 깔끔한 외관의 건물과 아기자기한 공간 구성으로 독특한 느낌을 풍긴다. 미술관 모습. 윤원규기자

 

■ 푸른 숲속 미술관

여주미술관으로 들어가는 길은 둘이다. 정문 왼편으로 낸 오솔길은 철로 받침목을 징검다리처럼 놓아 만든 계단이 운치를 더해준다. 푸른 옷을 갈아입고 있는 나무 사이에 난 마당에 멋진 조각작품이 숨어 있다. 생각이 막히거든 미술관을 찾으라고 조언했다. 신록으로 눈부신 봄은 우리에게 숨겨진 예술적 감성과 상상력을 깨우기에 좋은 계절이다. 권산(한국병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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