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익 한국수자원공사 한강유역본부장
최근 세계 경제와 에너지 시장은 전례 없는 거친 풍랑 속에 놓여 있다. 만성화된 기후위기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가운데 중동지역의 군사적 충돌은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에 충격파를 던졌다.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과 국제 유가 변동은 우리에게 뼈아픈 교훈을 준다. 에너지 자립 없는 국가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는 일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다. 지정학적 위기와 ‘탄소중립’이라는 거대한 전환점 앞에서 대한민국이 ‘K-RE100’이라는 해법 꺼내 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K-water 한강유역본부는 K-RE100의 성공을 위해 물이 가진 잠재력을 에너지로 바꾸고 있다. 그 중심에는 한강 수계의 댐과 보가 있다. 댐 상류 수면에는 수상태양광이 펼쳐지고 댐 하류 내에는 육상태양광이 자리한다. 한강이 에너지 자립의 자산으로 변화하는 중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환은 기술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새로운 변화가 자리 잡기 위해서는 사회적 공감이 전제돼야 한다. 지역사회의 깊은 ‘신뢰’와 공공 ‘협력’이 필요한 이유다.
무엇보다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검증된 사실에서 출발해야 한다. 일상 가까이에 재생에너지 시설이 들어서는 것에 대한 우려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경관을 해친다거나 강한 빛 반사에 대한 우려가 따라붙는다. 이를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사실은 다름을 알 수 있다.
먼저 경관에 대한 사실이다. 수상태양광은 댐 상류의 넓은 수면 위에, 육상태양광은 정수장 및 펌프장 같은 기존 시설의 유휴부지에 들어선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이미 있는 공간에 햇빛을 더하는 일석이조의 시설이다.
빛 반사도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태양광 패널은 빛을 최대한 흡수해야 발전 효율이 높아진다. 이에 반사를 최소화하는 저반사 코팅 기술이 적용된다. 실제 패널의 빛 반사율은 약 5% 수준이다. 일반 강화유리(8%)는 물론이고 푸른 초원이나 수면 자체의 반사율보다 낮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마찬가지다. 수상태양광은 엄격한 환경 모니터링으로 수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없음을 입증했다. 육상태양광 역시 기존 시설의 유휴공간을 활용해 추가적인 자연 훼손이 없다.
태양광에 대한 막연한 오해를 걷어내면 시설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진다. 특히 발전 수익을 주민과 나눌 수 있다는 장점을 발견할 수 있다. 이에 여러 마을에서는 주도적으로 햇빛소득마을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제 태양광은 단순 발전소를 넘어 지역 주도 성장을 이끄는 ‘효자 자산’으로 그 가치와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다.
국민 신뢰와 함께 기관 간 협조도 중요하다. 지자체 등 관련 기관의 원활한 인허가 협조는 K-RE100으로 향하는 필수 과정이다. 지자체와 중앙부처의 규제 혁신과 신속한 행정 절차는 사업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추진 속도를 높이는 결정적 토대가 된다. 모든 기관이 ‘국가적 에너지 안보’라는 한곳을 향해 원팀(one team)으로 움직여야 비로소 K-RE100이라는 목표는 현실이 된다.
에너지 위기의 파고가 높아질수록 자립의 길은 더욱 중요해진다. 한강유역본부는 K-RE100의 여정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깨끗한 물과 함께 만드는 청정에너지가 우리의 경쟁력이 되고 대한민국이 기후위기 대응의 선두 주자가 되는 그날까지 지역사회와 소통하고 관계기관과 협력하며 꾸준히 그 길을 선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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