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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들의 낯선 얼굴을 만나다…‘친밀한 선율의 대화’가 건넨 실내악의 즐거움 [공연리뷰]

제2회 PCMF 평택실내악축제 둘째 날 공연…6일까지 나흘간 평택아트센터서
숨은 명곡에 담긴 이야기와 감정, 음악 안팎의 서사로 관객과 교감
말러·슈베르트·쇤베르크의 또 다른 얼굴…클래식의 색다른 매력 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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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PCMF 평택실내악축제 둘째 날 공연 ‘친밀한 선율의 대화’에서 김현미 예술감독(바이올린)과 최은식(비올라), 임재성(첼로), 유리 킴(피아노) 등 연주가들이 청중에게 인사하고 있다. 이나경기자

 

객석과 무대 사이의 거리는 몇 걸음 남짓이었다. 연주자의 숨소리와 현악기의 떨림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평택아트센터 소공연장에는 어린 자녀와 함께 온 가족 관객부터 중장년층, 외국인 관객까지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만큼 관객들이 들어찼다. 지난 5월 29일 개막한 ‘제2회 PCMF 평택실내악축제’ 둘째 날(30일) 공연 ‘친밀한 선율의 대화’는 익숙한 거장들의 숨겨진 작품과 인간적인 이야기를 통해 클래식의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준 무대였다.

 

오는 6일까지 나흘간 이어지는 축제는 ‘Continuum(연속성)’을 주제로 고전주의부터 현대음악까지 실내악의 흐름을 조망한다. 소공연장에서 열린 이날 공연은 언어와 서사가 담긴 작품들을 중심에 배치했다. 김현미 예술감독은 “언어와 이야기가 있는 작품들을 통해 관객들이 감정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따라갈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공연은 푸치니의 청년 시절 작품인 ‘현악 4중주를 위한 3개의 미뉴에트’로 문을 열었다. 훗날 오페라 거장으로 성장할 작곡가의 풋풋하면서도 섬세한 감각은 이날 공연이 클래식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는 여정임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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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PCMF 평택실내악축제 둘째 날 공연 ‘친밀한 선율의 대화’에서 연주자들이 말러의 가곡 ‘나는 세상에서 잊혀졌네’를 연주하고 있다. 리드예술기획 제공

 

이날 공연의 중심축은 말러의 가곡 ‘나는 세상에서 잊혀졌네’와 슈베르트의 ‘강 위에서’로 이어지는 언어와 이야기의 흐름이었다. 말러가 내면의 고독을 노래했다면, 슈베르트는 사랑하는 이를 남겨둔 채 떠나야 하는 인간의 두려움과 그리움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특히 슈베르트의 ‘강 위에서’에서는 테너 닐스 노이베르트와 첼리스트 조형준의 호흡이 돋보였다. 첼로는 단순한 반주를 넘어 성악과 대등하게 대화를 주고받으며 작품의 서사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존경하던 베토벤을 추모하며 생애 유일의 자작곡 연주회를 열었던 슈베르트가 이듬해 자신 역시 세상을 떠난 이야기는 강자연 피아니스트의 해설과 어우러져 작품의 여운을 더했다.

 

분위기는 쇤베르크의 ‘철의 부대’에서 반전을 맞았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징집돼 작곡한 이 작품은 재치 있는 음악적 표현과 전쟁에 대한 풍자로 객석에 웃음을 안겼다. 난해한 현대음악가라는 이미지와는 또 다른 얼굴을 만나는 순간이었다.

 

후반부 멘델스존의 ‘카프리치오’를 지나 마지막 슈만의 ‘피아노 5중주 작품44’에 이르자 무대는 한층 풍성해졌다. 마치 빨주노초파남보를 펼쳐놓은 듯한 역동적인 선율 속에서 피아노가 청중을 음악 속으로 이끌고, 김현미와 김영욱의 바이올린은 자유롭게 선율을 주고받으며 곡에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임재성의 첼로가 깊이 있는 울림을 더하는 한편 최은식의 비올라는 중심을 단단히 잡아줬다. 변주를 거쳐 클라이맥스에 이르자 각 악기는 독립적인 목소리를 내면서도 하나의 음악으로 수렴되며 실내악 특유의 대화와 균형의 미학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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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PCMF 평택실내악축제 둘째 날 공연에서 해설을 맡은 강자연 피아니스트가 말러의 삶과 그의 가곡 ‘나는 세상에 잊혀졌네’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리드예술기획 제공

 

이날 공연의 가장 큰 매력은 익숙한 작곡가들의 낯선 작품을 만나는 데 있었다. 푸치니의 청년 시절 작품부터 말러의 내밀한 가곡, 군대 풍자곡을 남긴 쇤베르크까지. 숨은 명곡과 음악사 속 비하인드는 관객들에게 익숙한 거장들을 새롭게 만나는 즐거움을 안겼다. 실내악 특유의 긴밀한 앙상블과 음악 안팎의 이야기가 어우러진 ‘친밀한 선율의 대화’는 익숙한 거장들의 낯선 얼굴을 발견하게 한 무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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