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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플러스] 폭행죄 인정의 정도

심갑보 변호사 (법무법인 마당)

심갑보 변호사 / 법무법인 마당
심갑보 변호사 (법무법인 마당)

 

A는 사무실에서 B와 말다툼을 하다가 화가 나 양손으로 앞에 놓인 책상을 B가 서 있던 방향으로 뒤집어엎어 B를 폭행했다는 내용으로 기소됐다. 이 사건을 심리한 하급심 법원은 “당시 A와 B는 1m가 안 되는 가까운 위치에 있었고, 뒤집어엎은 책상 파편의 일부가 B에게 튀었으며, A의 갑작스러운 행동으로 B가 상당히 놀라고 위협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고 하면서, A의 행위를 폭행죄로 인정하고 벌금형을 선고했다.

 

그런데 대법원(2026년 4월2일 선고 2023도5440 판결)은 이와 달리 판단했다. 우선 대법원은 폭행죄에서 말하는 폭행이란 사람의 신체에 대해 불법한 유형력을 행사함을 뜻하는 것으로서 반드시 피해자의 신체에 접촉함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다만 형법상 폭행죄는 사람의 신체에 대한 완전성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지 사람의 심리적 불안감까지 보호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이에 대법원은 피해자의 신체에 접촉하지 않은 폭력이 행사된 사안에서 폭행죄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폭행죄의 보호법익이 ‘신체’의 완전성이라는 점을 충분히 고려하면서, 해당 행위의 신체지향성 유무와 정도, 그로 인한 피해자의 신체에 대한 위법성의 정도 및 직접성, 행위자와 피해자의 공간적 근접성, 행위의 직접적인 목적과 의도, 행위의 태양과 종류, 수단과 방법, 행위 당시의 정황, 피해자의 신체에 가하는 고통의 유무와 정도 등을 아울러 참작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위 사건의 경우 A가 B와 말다툼 중 갑자기 앞에 있는 책상을 정면 방향(A 기준 12시 방향)으로 뒤집어엎은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A가 책상을 뒤집어엎은 방향은 다른 책상으로 막혀 있었고, B는 A 기준 약 10시 방향에 서 있었으므로, A의 행위로 인해 B의 신체에 대한 위험성이 있었다고 볼 수는 없었다. 또 단순히 B를 놀라게 하거나 겁을 줬다는 것만으로 ‘폭행’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해 A의 행위를 B의 신체에 대한 불법한 유형력의 행사로 보기 어렵고, 또한 A에게 그러한 의도가 있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A가 한 행위의 부수적인 결과로 B에게 책상 파편 일부가 튀었다는 사정들만으로는 A가 B를 폭행했다거나, A에게 폭행의 고의가 있었던 것으로 단정할 수 없다. 따라서 A에게 유죄를 인정한 하급심의 판단은 잘못이라는 것이 대법원의 결론이다.

 

비록 위 사안에서 대법원은 당시 정황을 세세히 따져 폭행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지만, 위와 비슷한 사안에서 약간의 정황 차이만으로도 범죄가 인정될 수 있다는 점은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물리력을 행사하는 것은 수많은 사달을 일으킬 수 있음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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