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윤 한국군사과학포럼 대표·전 KIDA 군사기획연구센터장·국방현안연구위원장
아직도 뜨거운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 및 중동전과 함께 동남아전쟁은 또 다른 모습의 전쟁이다. 2025년 발발했던 네 차례의 태국-캄보디아 국경 분쟁은 단순한 국지전을 넘어 정밀 유도무기와 첨단 감시자산이 정글이라는 지형적 한계를 어떻게 극복하는지 보여준 독특한 형태의 현대전 시험대였다. 특히 한국산 정밀 유도무기가 실전에서 거둔 성과와 캄보디아군의 구조적 한계는 남북이 대치 중인 우리 군에 준엄한 교훈을 던진다.
군사적 교훈으로는 첫째, 기술 불균형이 초래한 전장의 일방성이다. 국경 분쟁에서 태국 공군은 한국산 GPS 유도 활공폭탄인 KGGB로 캄보디아군의 핵심 지휘소와 포병진지를 정밀 타격했다. 다른 한편 한국산 최신예 호위함과 초계함을 갖춘 태국 해군은 해상 봉쇄 및 거부 작전을 수행하고 정밀 함포사격으로 지상군 작전을 지원했다. 과거 ‘정글전’은 빽빽한 밀림이 천연 방패 역할을 해 첨단 무기의 효율이 떨어진다는 것이 정설이었으나 태국군은 전천후 감시 및 추적장치(EO/IR 센서)가 장착된 드론과 정밀 유도 탄약의 조합으로 이 공식을 깨뜨렸다. 반면 캄보디아군은 구형 방사포와 지상군 병력에 의존한 가운데 낮은 명중률로 인해 민간인 피해만 양산하며 국제적 비난과 전술적 패배를 동시에 안았다. 이는 현대전에서 제해권·제공권 상실과 ‘정밀도의 열세’가 곧 재앙으로 직결될 수 있음을 증명한다.
둘째, 지휘 구조의 비대화로 무력화된 군사지휘권 효능성 문제다. 캄보디아군의 결정적 패인은 ‘별들의 인플레이션’으로 상징되는 기형적 지휘 구조에 있었다. 병력 12만5천명에 3천여명의 장성단은 머리만 크고 몸집은 작은 형태로 군사적 전문성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다. 이러한 구조는 긴박한 실전 상황에서 신속한 의사결정을 방해했고 현장 부대와의 유기적인 협조를 마비시켰다. 한편 압도적 화력에 의한 압승에도 불구하고 태국군은 평정작전에는 실패했다. 주간에는 태국군이 점령하고 야간에는 캄보디아 잔당이 출몰하는 소모전 양상은 확고한 점령지 통제를 위한 충분한 전력과 일원화된 지휘 체계의 부재를 보여주는 사례다.
이 전쟁은 북한의 비대칭 위협과 대치 중인 우리 군에 핵심적인 대비 방향을 제시한다. 우선 북한의 양적 우세를 상쇄할 수 있는 KGGB 같은 가성비 높은 정밀 유도무기를 충분히 비축해야 함을 일깨워 준다. 최첨단 전투기 운용과 함께 ‘전투기 도태’의 개념을 재정립, 노후 기체에서도 정밀 유도무기를 운용할 수 있게 개선해 ‘저비용·고효율’의 거부적 억제력을 극대화하는 발상의 일대 전환 또한 필요해 보인다.
또 군 지휘 구조의 슬림화와 효율화, 군 본연의 임무 재강화 차원에서 군 구조 혁신이 필요한데 이에 대한 종합적 분석과 정밀한 처방이 요구된다. 캄보디아의 사례처럼 군이 정권안보를 위한 정치적 도구로 전락하거나 상부 계급 구조가 비대해지면 실질적인 작전지휘권 행사에 혼선이 생기고 결국 첨단 무기도 제값을 못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인구절벽에 따른 병력 감소에 맞춰 계급의 거품을 걷어내고 ‘전투력 극대화’를 위한 현장 중심의 체계로 재편해야 함을 일깨운다.
나아가 하이브리드전 및 점령지 통제 능력 강화가 중요한 만큼 바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주야간 주도권이 바뀌는 혼란은 정규전 승리 이후의 ‘안정화 작전’이 얼마나 난해한지 보여준다. 잘 훈련된 ‘안정화 작전부대’의 감시장비와 열상장비를 활용한 24시간 감시망 구축, 그리고 특수목적 부대의 운영 효율성을 높여 적의 게릴라 전술에도 대비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현대전은 이제 적정 상비군 병력의 규모와 함께 ‘데이터와 정밀도의 싸움’이다. 태국이 한국산 무기로 승기를 잡은 것은 우리 방산 기술의 우수성을 입증하는 동시에 우리 스스로가 그 무기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용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거울이다. 기술의 격차는 곧 안보의 격차다. 태국-캄보디아 분쟁의 포성은 한반도의 평화가 오직 견고한 힘의 우위와 효율적인 군 구조 위에서 보장될 수 있음을 재확인시켜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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