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환경미화원 안전 위해 종량제 봉투 용량 조절

경기도가 환경미화원의 작업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쓰레기 종량제 봉투 최대용량을 현행 100ℓ에서 75ℓ로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13일 경기도에 따르면 현재 100ℓ 종량제봉투는 환경부 지침상 상한 무게가 25㎏으로 규정돼 있지만, 강제 이행 규정이 아니어서 최대로 압축해 담을 경우 45㎏ 안팎까지 늘어나 환경미화원들의 신체 손상과 안전사고 위험 요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돼 왔다. 최근에는 용인, 성남. 부천, 의정부 등 4개 시가 종량제봉투 최대용량으로 75ℓ로 낮추면서 최대용량 축소에 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도는 지난 12일 남부권을 시작으로 북부권(14일), 동부권(19일), 서부권(22일) 등 4개 권역으로 나눠 시ㆍ군 지자체 청소담당 과장과 권역별 환경미화원들이 참여하는 간담회를 열어 개선책 마련에 나섰다. 도 관계자는 그동안 환경미화원들의 부상 방지를 위해 종량제봉투 최대용량 하향 조정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며 간담회를 통해 시ㆍ군 지자체가 종량제봉투 용량을 조정해 환경미화원들의 근로환경이 개선되도록 적극적으로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편리함도 효율성도 중요하지만 어쨌거나 사람이 제일이라며 미화원 잡는 대용량 봉투 상한을 75ℓ로 낮추려 한다고 밝혔다. 한편 도는 민선 7기 출범 이후 환경미화원 등 현장 노동자의 근로환경 개선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선보이고 있다. 도는 2018년 9월 광교신청사에 환경미화원을 위한 휴게공간을 기존 설계안보다 4.7배 확장한 것을 시작으로 도 산하 공공기관과 경기도시공사가 시행하는 아파트 단지에 휴게공간을 설치하도록 했다. 이어 지난해 12월에는 도가 사전 승인하는 30층 이상ㆍ연면적 10만㎡ 이상의 민간건축물 사업 계획에 청소원 등의 휴게공간을 반영하는 내용의 권고안을 마련, 올해부터 시행 중이다. 여승구기자

장애인 맞아 숨진 복지시설 알고보니 미신고 거주 공간

평택의 한 장애인 거주시설(개인생활)에서 활동지원사에게 폭행 당해 사망한 1급 지적ㆍ지체장애인(경기일보 12일자 7면)은 관할 청에 신고하지 않은 장애인 집단거주 공간에서 생활해오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사고가 발생한 미신고 거주시설의 경우 운영자가 인가받은 장애인 거주시설을 동시에 운영함에도 피해자를 미신고 시설에 거주시켜온 것으로 확인돼 편법 등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13일 평택시와 평택경찰서 등에 따르면 A씨는 평택시 인가를 받아 지난 2011년 3월부터 정원 8명ㆍ178㎡ 규모의 장애인 거주시설을 운영해 왔다. A씨는 이와는 별도로 이 시설 인근에 위치한 지상 1층 다세대 주택(285.75㎡)을 장애인 집단거주 공간으로 활용했다. 지난 3월8일 칭얼대고 운다는 이유로 장애인 활동지원사 J씨(34ㆍ중국 국적)에게 폭행 당해 숨진 장애인 K씨(38)도 별도로 마련된 이 공간에서 생활하다가 사고를 당했다. 당시 K씨는 머리 부위를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던 중 숨졌다. 현행법상 장애인 복지시설을 운영하려면 시장ㆍ군수ㆍ구청장에게 신고해 인가 받아야 한다. 또 장애인 복지시설 가운데 하나인 공동생활가정은 입주정원을 4명으로 제한하고 장애인복지관 등 지역사회재활시설과 인근에 위치해 있어야 한다. 하지만 A씨가 운영한 별도의 시설의 경우 아예 평택시에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이유로 해당 시설이 별도로 마련한 장애인 집단거주 공간을 편법 운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평택시 관계자는 사고가 발생한 시설은 현재 평택시에 신고돼 있지 않다며 경찰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결과에 따라 행정처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시설 관계자는 그룹홈 형태로 장애인을 돌본 것일 뿐 불법적인 사항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시설 관계자는 여기는 그룹홈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며 그룹홍 형태로 운영했을 뿐 불법적인 사항은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평택경찰서는 사회복지 전문기관이 또 다른 학대 피해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A 장애인 거주시설 입소자들을 상대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박명호ㆍ정민훈기자

3차 추경 문제, 여야 원 구성 협상 '최대 변수'

여야가 21대 국회 원 구성 협상에 돌입하는 가운데, 코로나19 대응 관련 3차 추가경정예산안 심사 문제가 최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측은 13일 별도 공지를 통해, 민주당 김태년(성남 수정)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14일 오후 2시 국회에서 회동을 한다고 밝혔다. 이날 회동에서는 20대 국회 내 통과가 시급한 고용보험법 개정안과 구직자취업촉진법, n번방 재발 방지법 등을 처리하기 위한 마지막 본회의 일정 및 21대 국회 원 구성이 협의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원 구성이 선결되지 않는 한 국회의 3차 추경안 심사가 불가능한 만큼, 여야 모두 유불리 계산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여당은 국회의 3차 추경안 처리가 지연될 경우 국민적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을 거론하며, 추경안이 평균 40여 일 걸리는 원 구성을 단축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성남 수정)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경기 침체의 악순환을 끊고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3차 추경이 대단히 시급하다면서 원 구성 협상을 조속히 타결할 것을 우회적으로 피력했다. 통합당 역시 3차 추경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다. 다만 추경안이 법적 처리시한이 정해져 있지 않은 만큼, 이를 잘 활용하면 원 구성 협상에서 여당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통합당은 견제와 균형이 민주주의의 기본이라는 점을 내세우면서 원 구성에서 여당이 통 크게 양보하고 배려할 것을 기대한다는 입장 아래 민주당을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3차 추경안이 원 구성 협상을 앞당기는 촉매제가 될지, 원 구성 협상 과정에서 갈등 요인이 될지 주목된다. 정금민기자

"코로나 19 극복 숨은 선행"...수원시 선한 영향력 전파

코로나19 최일선에 서 있는 의료진의 힘겨운 싸움이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이러한 가운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이들의 묵묵한 헌신과 노고를 성원하는 덕분에 챌린지 캠페인을 펼치면서 많은 시민이 의료진에게 박수를 보내며 응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와 함께 일부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코로나19와 관련한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재난기본소득 등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하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힘을 보태고 있다. ■문옥주 대표의 하루 3천번의 다림질 모두가 어려운 시기를 보낼 때 힘을 보태는 건 당연한 일이죠. 수원시 권선구 소재 정원건설㈜의 문옥주 대표는 마스크 부족 사태로 어려움이 극심하던 지난 2월부터 천마스크 제작에 참여했다. 수원여성회관에 모인 20여명의 자원봉사자와 함께 천마스크 제작에 나선 문옥주 대표는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하루 1천개가 넘는 천마스크를 다림질하는 작업을 담당했다. 문옥주 대표는 마스크 부족 현상으로 많은 분들과 함께 염려하던 도중 수원시에서 천마스크를 제작한다는 소식을 듣고 곧바로 자원봉사에 참여하게 됐다며 20여명의 자원봉사자들과 하루 1천개 이상의 천마스크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문옥주 대표는 천마스크 작업 공정에서 다림질을 맡았다. 그는 일반 가정용 다리미와 달리 쇠붙이로 된 다리미의 열기와 맞서야만 했다. 문 대표는 천마스크 1장을 다림질하는데 3번 이상의 다림질이 필요하다면서 자원봉사를 할 수 있다는 것에 힘듬을 잊고, 작업에 매진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시기에 자원봉사 활동은 문 대표 가족들에게도 걱정이었다. 문 대표는 자원봉사자가 모인 작업장을 걱정하는 자녀를 이해시키려 노력했다며 오히려 철저한 소독과 거리두기로 작업장이 더 안전했다고 했다. 이 같은 노력에 문옥주 대표를 비롯한 자원봉사자들은 지난 2월28일부터 3월30일까지 약 한 달 동안 모두 5만91개의 천마스크를 제작하는 성과를 거두게 됐다. 이와 더불어 문옥주 대표는 천마스크 제작을 비롯해 코로나19로 야외 활동을 하지 못하고 집 안에 머무는 어르신들과 자원봉사자들에게 프리지어 400개를 나눠주기도 했다. 문 대표는 3개월 전 작업장에서 동고동락하며 지냈던 자원봉사자들과 끈끈한 인연을 맺어 현재도 연락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꾸준한 봉사활동을 통해 어려움 극복에 동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5살 유하의 생애 첫 기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정의 아이들에게 전달해주세요. 지난 1일 수원 망포2동 행정복지센터를 찾은 김정훈(36)이소영씨(36) 부부는 현금 100만원이 든 봉투와 스케치북색연필 등 학용품을 기부했다. 그런데 작은 반전이 있었다. 두 딸과 함께 이곳을 방문한 부부가 기부자에 다섯 살 난 첫째 딸 유하의 이름을 적은 것이다. 100만원이 든 봉투에는 김유하라는 이름이 비뚤배뚤한 글씨로 적혀있었다. 유하양의 생애 첫 기부는 코로나19가 계기가 됐다. 코로나19 여파로 유치원이 휴원하면서 김씨 부부는 유하양에게 평소보다 책을 많이 읽어줬다. 유하양은 위인이 성공한 후 어려운 사람을 도왔다는 내용을 자연스레 위인의 이야기를 접하게 됐다. 이소영씨는 빌 게이츠, 이태석 신부님 위인전 등 30~40권을 읽어줬는데, 주인공이 어려운 사람을 위해 기부하는 내용으로 마무리되는 위인전이 많았다며 위인전을 읽으면서 유하가 나도 부자가 되면 어렵게 사는 친구들에게 맛있는 걸 많이 사주고 싶다고 자주 얘기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도중, 재난기본소득 신청하면서 기부 캠페인이 있다는 걸 알게 된 김씨 부부는 좋은 기회가 왔다 싶었다. 유하에게 기부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한 부부는 기부를 하겠느냐고 물었고, 유하는 자신도 기부할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뻐했다. 이후 부부는 유하양 몫으로 지급된 아동돌봄쿠폰(7세 미만 아동에게 40만 원), 수원시경기도 재난기본소득(각각 10만 원), 정부가 지원할 긴급재난지원금(수원시는 4인 가구 기준 87만 1000원)을 합쳐 100만원을 기부하기로 했다. 돈의 가치를 아직 잘 모르는 유하양에게 기부의 기쁨을 알려주기 위해 문구점에서 학용품을 사서 함께 기부했다. 기부한 학용품은 유하양이 직접 골랐다. 유하양은 부자가 되면 또 기부하고 싶어요라고 수줍게 소감을 밝혔다. 김정훈씨는 기부에 관심은 있지만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았는데, 재난기본소득 덕분에 기쁘게 기부를 할 수 있었다며 유하가 가진 것을 다른 사람에게 베푸는 사람으로 자랐으면 한다고 바람을 밝혔다. ■공직사회도 기부 행렬 동참 수원시는 지난달 9일부터 경기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함께 재난기본소득을 기부하는 나눔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캠페인 시작 첫날부터 수원시청공무원노조, 수원시노사민정협의회, 사회복지단체 등이 기부에 동참했다. 수원시 44개 동 주민자치위원장 44명과 수원시지역사회보장협의체, 수원시사회복지협의회, 수원시사회복지사협회 등도 뜻을 함께했다. 단체와 기관의 기부도 이어지고 있다. 율천동지킴이봉사단, 정자3동단체장협의회, 시립우만어린집을 비롯해 수원명성교회는 코로나19 극복에 써달라며 1천만원을 기부했다. 수원시지역건축사회도 코로나19 극복 성금 300만원을 수원시에 전달했다. 수원시 각 부서와 협력 기관도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다. 도로교통사업소, 환경국 등 여러 부서 직원들이 재난기본소득 기부에 함께했다. 수원시 관계자는 재난기본소득 나눔 캠페인에 참여해주시는 시민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코로나19사태 이후에도 소득이 줄어들지 않은 시민은 재난기본소득을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시민들에게 기부하는 나눔 캠페인에 참여해 더 어려운 이웃을 도와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지난 7일 0시 기준 모금액은 3억3794만원(1905건)으로 집계됐다. 기부금은 코로나19 사태로 피해를 입은 시민들에게 배분할 예정이다. 기부를 원하는 시민은 특별모금 계좌(농협 317-0003-8354-31, 예금주 : 경기공동모금회)에 입금하거나 각 동행정복지센터에 설치된 모금함에 성금을 넣으면 된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 청년 실직자, 저소득층사각지대 시민 등 도움을 주고 싶은 이들을 지정 기탁서에서 선택해 기부할 수 있다. 정민훈기자

외환위기 이래 최악의 고용쇼크

與 경기 여성 의원, 상임위원장 및 간사직 꿰차나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성남 수정)가 여당 몫 상임위원장의 30%를 여성 의원에 할당하기로 약속한 가운데, 다짐이 그대로 지켜진다면 여성 경기 의원들에게도 기회가 돌아갈 전망이어서 주목된다. 13일 민주당에 따르면, 21대 총선에서 177석(지역구 163석비례대표 14석)을 확보한 여당은 전체 18개 상임위원장 중 의석수 배분 기준에 따라 1112개를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상임위원장은 통상적으로 3선 이상 중진이 맡는데, 민주당은 제21대 총선에서 여성 중진 8명을 확보했다. 이 중 4선의 김상희 의원(부천병)은 이해찬 대표를 만나 국회부의장 출마 의사를 밝힐 정도로 의장단 선거 출마 의지가 확고하고, 김영주전혜숙인재근남인순 의원 등은 19~20대 국회에서 상임위원장을 지낸 경험이 있어 관례상 상임위원장 출마가 힘들다. 이에 백혜련 의원(수원을)과 송옥주 화성갑이재정 안양 동안을정춘숙 용인병 당선인 등 21대 국회서 재선이 되는 경기 여성 의원에게 상임위원장직이 돌아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앞서 김태년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선거 경선 과정에서 김상희남인순백혜련 의원 등으로부터 여당 몫 상임위원장의 30% 여성 우선 배정, 상임위 간사 배정에 여성 배려 등을 요청받아, 이를 이행할 것을 약속했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7일에도 당선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경선 과정에서 여성 의원들과 (상임위원장 여성 30% 할당을) 약속했기 때문에 지키겠다고 공언했다. 이런 가운데, 경기 지역에서 재선 고지를 밟은 여성 의원들 사이에서는 상임위원장 및 간사 직을 맡아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하겠단 분위기가 조심스레 감지되고 있다. 정춘숙 당선인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저는 질병관리본부를 청으로 승격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하거나, 첨단바이오의약품법안을 위원회 대안 형식으로 통과시키는 등의 상임위 활동 성과가 있다면서 이에 주 상임위였던 보건복지위원회나 생활과 밀접한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상임위원장 및 간사를 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송옥주 당선인도 환경노동위원회에서 활동을 해왔지만, 해당 위원장 몫을 원하는 여성 의원이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또 행정안전위원장을 하고 싶긴 하지만, 화성 지역에 현안 해결을 위해 원내지도부에 국토교통위원회 (배정 요청) 신청을 했다고 말했다. 정금민기자

[아름다운 강산 ‘산山 내川 들野’ 나들이] 양평 용문산 보릿고개 마을

보릿고개가 태산보다 높다는 속담이 있다. 계절은 봄날, 아직 보리는 익지도 않았는데 지난해 가을에 추수한 식량은 이미 바닥이 났다. 그래서 봄날은 궁핍했다. 암담하고 궁핍했던 봄날. 보리가 익을 때까지 넘어야만 하는 춘궁기 보릿고개. 가수 진성이 2015년에 발표한 노래(작곡 김도일) 보릿고개는 가수 스스로가 작사한 노랫말이 많은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한 가운데 가요계를 강타, 트롯의 붐을 타고 지금 크게 히트하고 있다. 아야 뛰지마라 배 꺼질라/가슴시린 보릿고개 길/주린 배 잡고 물 한 바가지 배 채우시던/그 세월을 어찌 사셨소/초근목피의 그 시절 바람결에 지워져 갈 때/어머님 설움 잊고 살았던/한 많은 보릿고개여/풀피리 꺾어 불던 슬픈 곡조는/어머님의 한숨이었소 지금 60대 이상의 사람들은 애절한 이 노랫말에 가슴이 시려질 것이고 어머님의 한숨과 통곡이 가슴에 와 닿을 것이리라. 얼마나 먹을 것이 없었던지 초근목피(草根木皮), 풀뿌리 나무껍질로 연명하기도 했던 그 시절을 지금 자라고 있는 세대들은 이해하기 참으로 어려운 일이겠다. 하지만, 불과 60년 전, 이것은 바로 이 땅의 사람들이 겪었던 엄연한 현실이었다. 1960년대, 도농간의 인구가 8대2 의 시절, 대다수 국민들은 농촌이 생활의 터전이었다. 보리농사를 지으며 늘 보리가 자라는 모습을 보고 보리밭을 거릴었다. 엄동이 지나면 들판에는 파릇파릇한 보리싹이 돋아나고 넓은 보리밭은 초록의 한 폭 그림이 된다. 보리이삭이 피어나면 철 없는 아이들은 이삭이 팬 보릿대를 꺾어 보리피리를 만들어 불었고 추수를 끝내고 쌓인 보릿짚 무더기는 개구쟁이들의 놀이터가 되기도 했다. 보리밭 사잇길로 걸어가면/뉘 부르는 소리 있어/나를 멈춘다/옛 생각이 외로워/휘파람 불면/고운 노래 귓가에 들려온다/돌아보면 아무도 뵈지 않고/저녁놀 빈 하늘만 눈에 차누나 70년 전, 시인 박화목은 보리밭을 걸어가는 외로운 이의 그리움과 쓸쓸함을 한 편의 시에 담았다. 이 시에 작곡가 윤용하는 곡을 입혔고 이 가요는 지금도 애창되고 있는 불후의 명곡으로 불리어 지고 있다. 온고지신(溫故知新), 옛 것을 돌이켜 보고 새 것을 알게 된다고 했다. 보릿고개마을이 그 온고지신을 수행하는 대표적인 전통 농촌체험마을이다. 이 체험마을은 용문산 아래 쪽 상원사 가는 길 용문면 연수리에 있다. 뒤로 북쪽에 용문산 정상과 백운봉이 자리 잡고 남쪽이 트이고 동쪽과 서쪽에 높은 산이 없어서 산골마을 치고는 햇볕이 잘 들고 하루해가 많이 드는 마을이며 산골마을답게 밤낮의 일교차가 커서 과일과 곡식의 당도가 아주 높은 마을이다. 보릿고개마을의 주변 자연 풍광과 어우러진 정겨운 옛 지명들이 전해지는데 태남길, 수득골길, 귀골길, 솔골길, 오래골, 상원골, 당재, 사그메기 등이다. 그 이름들은 나름대로 연유가 있는데 대표적으로 귀골(길)은 용문산 정상에서 내려다보면 골짜기의 모습이 마치 귓바퀴 같다고 하여 귀골길이라고 했다 한다. 또한 마을은 수도권 근교의 마을로는 보기 드물게 옛 돌담길 등 전통농경사회에서 서로 도우며 살기 위해 자연스럽게 형성된 자연부락의 형태를 아직도 잘 보전하고 있다. 이 돌담길 등 전통농촌마을의 원형을 기반으로 하여 일반 학생부터 가족들, 외국인까지 다양한 계층의 체험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마을이다. 도시속의 번잡함과 소란을 멀리 두고 마을을 포근히 감싸 안은 아담하고 봉긋한 산과 맑고 깨끗한 계곡물이 함께 하는 마을이다. 평화로운 자연의 소리와 풍경이 반겨주는 이곳에서 도시생활의 찌던 일상, 지쳐있는 몸과 마음을 잠시나마 훌훌 털어 버려 볼만 한 쉼터이기도 하다. 보릿고개체험마을은 협동조합의 형태로 운영되는데 마을 주민, 62명이 회원으로 참여하여 도시사람들에게 궁핍했던 그 때 그 시절을 회고토록 하고 농촌생활을 체험토록 해주는 마을이다. 40대에서 80대까지의 주민들이 마을공동체를 결성하여 운영하고 있는 양평 보릿고갯마을의 원용우(元容禹) 위원장은 자신들의 마을이 모든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마을, 이사 와서 살고 싶어 하는 행복한 마을로 꾸미겠다는 단단한 다짐으로 힘을 모우고 있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한적하고 조용한 마을, 인정이 넘쳐 나는 마을을 찾아 오셔서 따뜻하고 부드러운 산바람을 마시고 가실 것을 권유드린다고 했다. 양평 보릿고갯마을에서는 매우 다양한 계절별 체험프로그램을 짜놓고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다. 전통음식체험을 위시하여 자연생태체험, 농사체험 등이 주요 프로그램인데 전통공예와 전통놀이도 해 볼 수 있다. 콩으로 순두부를 만들어 보고, 디딜방아에 보리를 넣고 찧은 보리가루로 보리개떡을 만들어 먹어 본다. 쑥과 호박으로 쑥개떡과 호박개떡도 만들어 본다. 인절미를 만들어 함께 나누어 먹기도 한다. 밭에 나가서 고구마와 감자를 캐고 옥수수를 따고 복숭아밭에도 간다. 농산물수확체험을 해 보는 것이다. 농촌마을을 둘러보고 밤에는 모닥불에 둘러앉아 고구마와 감자를 구워 먹으며 밤하늘의 별자리를 관찰해 본다. 보리밥과 제철음식을 맛본다는 것은 빠뜨릴 수 없는 필수이겠다. 어린 시절 아빠 엄마를 따라가서 농촌의 이런 체험을 한차례 해 본다는 것은 일생을 두고 오래도록 간직할 수 있는 추억거리가 될 것이다. 용문산을 오르겠다는 산꾼이라면 가족 모두가 이 보릿고개마을에서 1박 하고 부인과 애기들은 마을에서 농촌체험을 하도록 하고 산을 다녀 오는 것도 좋겠다. 옛고향의 정취가 그대로 살아있는 청정한 자연환경에서 재배한 과일들을 수확해 보는 즐거움도 만끽할 수가 있다. 복숭아와 배가 이 마을의 특산과일이기도 한데, 일교차가 심한 산속의 기후로 이곳에서 나오는 복숭아는 그 당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글=우촌 박재곤 사진=이호남 양평 보릿고개마을 사무장 양평 보릿고개마을 찾아 가는 길 위 치 : 양평군 용문면 연안길 23-1 (주차장주소 용문면 연수리 167번지 일대) 문 의 : 031-774-7786 010-4400-7786 (마을 사무장) (오전 9시~오후 6시까지) 자가용 이용시 6번국도 : 서울 미사리 팔당대교 양평 용문 연수리 37번국도 : 이천톨게이트 이천 천서리 개군 양평 용문 연수리 고속도로 : 중부내륙고속도로 이천IC 이포대교 천서리 사거리 용문 용문소방서 연수로 3㎞ 직진 연안상회 보릿고개체험마을 대중교통 이용시 버스 : 동서울(상봉)터미널홍천방면 버스 승차 용문터미널 하차 ※ 연수리행버스 : 7:00, 9:00, 11:00, 12:00,15:40, 17:00, 18:40 전철 : 용산에서 용문까지(20분 간격) 용문역에서 택시로 10분 거리 기차 : 청량리역 중앙선 원주, 제천방면 승차 용문역 하차 일제 강점기 식량수탈해방직후 등 힘든 시기 함께한 보리 민이식위천(民以食爲天)이라고 했다. 먹는 것이 만백성의 하늘이라는 뜻이다. 기원전 90년 경, 고대 중국을 무대로 역사와 인간을 탐구한 사마천(司馬遷)의 역사서에 담긴 내용이다. 민이식위천은 2천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모든 인류에게 그 때나 다를 바 없는 엄연한 진리다. 우리민족의 대표적인 주식은 쌀밥이었고 그 다음이 보리밥이나 잡곡밥으로 맥이 이어져 왔다. 우리나라에서 쌀을 생산해 내는 벼농사의 시작은 적어도 서기 1세기 이전으로 추정하고 있다. 보리는 한자로 대맥(大麥)이라고 하며 지구상의 식량작물로는 가장 오래된 작물 중의 하나다. 7천년 전에 야생종으로 재배되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고 세계적으로는 다양한 기후조건에 광범위하게 분포되어 있다. 우리나라에 보리를 처음으로 들여온 시기가 중국 서기전 1세기경에 전래된 것으로 학계에서는 추측하고 있다. 쌀밥의 별칭인 이(李)밥이 조선왕조의 이씨(李氏)들이나 상류사회의 음식이었음을 말해 주는 반면, 보리밥은 서민층들이 먹었던 주식(主食)이었음을 알게 해 준다. 이런 가운데 일제 강점기에는 호남곡창지대에서 생산된 쌀을 군산항과 목포항을 통하여 일본으로 수탈해 갔다. 음력 4월에 이르면 묵은 곡식은 다 떨어지고 보리 수확을 애타게 기다리게 했다. 이 시기가 바로 보릿고개로, 식량부족의 궁핍한 춘궁기(春窮期)의 어려움을 겪어야만 했다. 보리가 익을 때까지 산과 들을 헤매며 초근목피(草根木皮), 나무껍질이나 나물을 캐다 먹으며 연명을 해야 하는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보릿고개는 일제의 식량수탈과 해방직후의 사회적인 혼란과 전쟁을 거치면서 계속 이어졌다. 1970년대에 접어 들면서 정부의 식량증산정책에 따라 통일벼의 파격적인 생산량으로 보릿고개가 사라지기 시작했고, 1977년에는 10㏊당 벼 평균 수확량이 500㎏에 육박했다. 드디어 보릿고개가 사라지고 녹색 혁명으로 인해 식량자급자족시대로 접어 든 것이었다. 2020년, 이제는 벼가 자라기엔 매우 건조하고 척박한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사막에서 농촌진흥청의 농업기술이 2020년 5월, 벼를 재배한 후 첫수확을 하게 되었다는 기쁜 소식을 국민들에게 전해 주고 한다.

[함께하는 인천] 대의민주제 직접민주제로 보완해야

국민발안제가 국회에서 폐지됐다는 실망스러운 소식이다. 대의민주주의의 폐해를 국민의 손으로 바로잡아야 한다는 여망을 국민의 뜻을 대변해야 할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밥그릇을 지키려고 거부한 것이다. 국민이 국회의원 선출에 참여하는 것은 뽑을 만한 훌륭한 후보가 있어서가 아니라 현 제도하에서 달리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법을 바꿔 국민이 원하는 제도하에서 국회의원을 뽑고 싶지만, 입법권을 틀어쥐고 꿈쩍도 하지 않는 국회의원들 탓에 어쩔 수 없이 현 제도하에서 움직이는 것뿐이다. 국민 손으로 직접 제도를 바꿀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번 선출이 되고 나면 국민의 뜻을 저버리고 개인과 집단의 이익만을 대변해도 국민이 이를 제재할 방법이 없어, 국회의원들이 국민 위에 군림하며 권력 쟁취에만 몰두했었다. 그 결과는 늘 국가 분열로 이어지고 남북통일 및 국가경쟁력 고양에 큰 걸림돌로 작용했다. 국회의원을 선출만 할 수 있고 어떠한 잘못에도 이를 번복시킬 수 없는 제도 탓이다.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나 국회의원에 관한 법률 제정에 국민의 직접적인 관여가 필요한 이유이다. 똑같은 민주주의를 하고 있으면서도 나라마다 각기 다른 모습을 보인다. 역사 속에서 승리를 써가는 나라와 패배를 써가는 나라가 있듯이, 다른 나라에서 바람직하게 작동하는 제도가 우리에게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 같은 제도가 있으면서 우리보다 안정적인 정치체제를 보이는 나라가 있고, 다른 제도가 있으면서 우리보다 좋은 정치체제를 보이는 나라가 있다. 한국의 정치는 그간 한 번도 좋은 결과를 내놓은 적이 없고 권력 쟁취를 위한 극한 대립만을 보여왔다. 내용은 팽개치고 선진 제도의 무늬만 가져와 운용했기 때문이다. 어느덧 국민도 이성을 잃어가듯 권력 싸움에 가세하여 국가보다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며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는 식의 이분법적인 사고 속에서 상대의 결점 잡기에 열을 올리며 국민 화합의 길을 외면하고 있다. 권불십년이라고 정권이 바뀌면 다시 새로운 인적 청산과 강한 저항이 반복되며 바람 잘 날 없는 국가를 반복한다. 북한이나 일본과의 화해가 아니라 우리 국민 간의 화해가 먼저인 상황이다. 바른 국민의 뜻은 받들고 그릇된 국민의 뜻은 거부하며 진정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한 정치가 펼쳐지려면 국회의원이 멸사봉공의 자세로 국가의 미래를 위해 일하는 자리로 거듭나야 한다. 국민 위에 군림하면서 국민을 섬기며 일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간의 국회의원들이 보인 모습은 국민의 비판에 아랑곳하지 않고 권력을 탐닉하며 한번 맛본 권력 유지를 위한 집착 속에서 결국은 국가나 국민보다 본인의 미래를 위한 행보뿐이었다. 선출되면 국민의 뜻에 따르지 않아도 국민을 대표하는 권한을 무한히 누릴 수 있는 대의민주주의의 맹점 탓이라 하겠다. 제도를 바꿔내지 않으면 한국의 정치풍토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나 국민발안제 등이 필요한 이유이다. 정치가들이 국민의 명령에 따를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민주주의의 구현일 것이다. 국회의원이 국민 위에 군림하지 않고 민의를 받들어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하여, 한국의 정치를 한 단계 끌어올리자는 것이 대의민주제를 보완하는 직접민주제의 도입이다.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국회의 입법권에 대해 국민이 직접 나설 수 있게 하는 개헌은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해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 모세종 인하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