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만평] 연장 사유...

[사설] 화성형 기본사회, 한국형 기본사회의 증명이다

기본사회의 교과서적 의미는 무엇인가. 기본소득과 기본서비스다. 시민 각자의 삶의 불안을 줄인다. 자유로운 삶의 설계가 가능해진다. 최소한의 삶이 보장되는 상태다. 완벽한 상태의 천국이라 할 순 없다. 그래도 차별과 빈곤은 줄인다. 문제는 여기 소요되는 공공의 예산이다. 감당하기 힘들고 지속성이 떨어진다. 그래서 일부에 대한 지엽적 실험만 반복한다. 그런데 이 위험한 실험에 뛰어든 지자체가 있다. 화성특례시다. 인구 100만 거대 도시다. 기본사회를 선언했다. ‘화성시 기본사회 실현을 위한 조례’가 그 신호다. 20일부터 공포·시행된다. 광역·기초지자체 포함 전국 최초다. 기본사회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기본 사항을 담았다. 시장의 책무, 기본사회 종합계획 수립, 실태조사 및 평가, 교육 홍보 등도 있다. 기본사회추진위원회도 기본사회위원회로 간판을 바꿔 단다. 기본사회가 막연한 방향에서 구체적인 목표로 바뀌게 된 것이다. 특별한 만큼 관심도 많다. 가능할 것인가. 어디까지 갈 것인가. 시세(市勢)를 보자. 예산 많이 드니까. 지난해 시장이 밝힌 청사진이 있다. 10년 안에 이룰 목표다. 지역내총생산(GRDP) 120조원, 재정 5조6천억원, 인구 150만명, 합계출산율 1.5명이다. 모두 전국 1등 수치다. 종합경쟁력은 8년 연속 1위다. 이미 1등이다. 더 키운다는 얘기다. 그러다 보니 많은 시민이 곳간을 본다. ‘쌓인 부(富)를 어떻게 쓸 것인가’. 시민의 이익과 연결해달라는 욕구가 당연하다. ‘기본사회’는 이 질문에 내놓는 답변이다. 일리 있다. 해볼 만하다. 화성시는 그럴 사이즈가 된다. 여기에 준비 과정도 많았다. ‘화성형 기본사회 정책 아이디어 공모전’이라는 게 있었다. 시민의 의견을 모은 소통이었다. 기본사회의 소비자는 시민이다. 소비자를 토론부터 끌어들인 것이다. 그렇게 화성형 기본사회 사업이 만들어졌다. 10개 분야 100개 사업이라고 한다. 사업비도 4천910억1천여만원으로 구체적이다. 물론 시행될 때는 문제가 도출될 것이다. 재정의 한계가 있을 수 있고, 눈 높이에 이견이 따를 수 있다. 때마침 정부의 기본소득도 구체화되고 있다. 1월 기본사회위원회 규정이 제정됐다. 대통령이 직접 위원장직을 맡았다. 2027년부터 시범 사업을 예고했다. 그런데 아직도 한계에 머물러 있다. 대상과 조건이 따라붙는다. 그래서 생각해 본다. 화성형과 한국형의 결합은 어떤가. 발전적 혼합은 어떤가. 화성시는 예산이 있고 법률이 없다. 정부는 예산이 부족하고 법률이 있다. 정확히 보완될 수 있는 관계다. 해봄 직하지 않나. 주창(主唱)은 끝났다. 이제 증명(證明)이다. 이재명 정부도 증명을 해야 한다. 그 증명의 실험장, 화성이 될 수 있다.

[사설] 농지 전수조사, 농민에게 실제적 피해 없어야

정부가 5월부터 내년까지 2년에 걸쳐 전국 농지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한다. 16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번 실시되는 조사는 사상 첫 농지 전수조사로 농지에 대한 투기 근절을 차단하고 경자유전 원칙을 강조하기 위한 차원에서 실시하는 것이다. 농지 전수조사에는 700억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하고 최대 5천명에 달하는 조사 인력을 동원하는 대규모 작업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조사는 농지에 대한 단순한 현황 파악을 넘어 위법·불법 사항 적발 시 농지 처분 명령과 원상회복 등 행정 처분을 부과하거나 계도할 계획이다. 특히 8월부터는 수도권 농지 전역을 투기 위험군으로 분류해 더욱 강도 높은 조사가 실시될 예정이다. 따라서 수도권 농지 면적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경기지역이 핵심 조사 대상이다. 그동안 정부의 농지정책은 농지가 형성된 특성으로 인해 불완전한 정보에 의존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누가 농지를 소유하고, 경작자가 누구인지, 어떻게 이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자료가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책이 운영된 것을 이번 농지 전수조사를 통해 정책의 미비점을 보완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러나 농지 전수조사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농촌 현장에서는 조사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가 상당하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투기 적발을 위한 조사 목적 그 자체다. 전수조사가 투기 적발 중심으로 조사될 경우 농촌 현장에서 얼마나 많은 협조가 있을까 우려된다. 농지는 상속 등 소유 형태·매매·이용 구조가 복잡하며 불법 여부 판단 자체가 단순하지 않다. 조사 초기부터 단속의 성격이 강조되면 회피와 은폐만 키울 가능성이 크다. 특히 임차농지 문제는 아주 복잡하다. 지금 농지 문제의 핵심은 소유와 경작의 불일치에 있으므로 전수조사 결과가 실제 농지 경작자의 불안을 키우는 방향으로 작용한다면 농업 생산 기반 자체가 상당히 흔들릴 수 있다. 과거에도 농지에 대한 행정 점검 과정에서 임차농이 일방적으로 농지를 회수당하거나 불이익을 받은 사례가 있었음을 농민들은 기억하고 있다. 특히 경기지역은 임차농이 45% 이상이므로 이에 대한 보호책 강구가 우선돼야 한다. 조사로 인한 농지 가격 하락을 우려하는 농민도 많다. 특히 고령자 농민들은 농지가 전 재산인 경우가 많은데 이들 재산상 손실에 대한 보전책도 강구해야 된다. 농지 전수조사가 투기꾼을 잡으려다 오히려 죄없는 농사꾼만 잡는 우(愚)를 범하지 않도록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지지대] 어떤 병풍의 귀환

“홍진에 묻힌 분네 이내 생애 어떠한고/옛 사람 풍류에 미칠까 못 미칠까/천지간 남자 몸이 날만한이 하건마는/산림에 묻혀 있어 지락을 모를건가.” 조선 초기 문신인 정극인의 가사 ‘상춘곡’은 이렇게 시작된다. 딱 이맘때 읽으면 제격인 운문이다. 그는 세종 때 흥천사 중건의 부당함을 항소하다 충청도로 유배를 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평생 지내다 생을 마감했다. 그런 선비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것 중 하나가 풍류였다. 선비들은 멋스러웠다. 풍류를 즐길 줄 알았다. 병풍은 이 같은 분위기를 이끌어 가는 으뜸 장치였다. 그래서 사대부가 머무는 공간에는 대부분 병풍이 둘러져 있었다. 우리의 옛것이 또 귀환한다. 이번엔 병풍이다. 산수화나 붓글씨 대신 다양한 인장을 담았다. 조선 24대 임금인 헌종의 손때가 묻었다. 그동안 미국 코넬대 존슨박물관이 소장해 왔다. (재)문화유산회복재단의 조사 결과 진본임이 최종 확인(본보 16일자 2면)됐다. 정식 명칭은 ‘보소당인존(寶蘇堂印存)’이다. 헌종은 서화와 다양한 인장을 수집했다. 조선 명사의 인장들을 모아 창덕궁 낙선재에 소장했다. 이렇게 수집한 인장으로 ‘보소당인존’이라는 인보를 편찬해 병풍을 만들었다. 하지만 궁궐 내 화재로 소실됐고 고종 연간에 모각된 인장으로만 전해지고 있다. 보소당은 헌종의 서재 겸 휴식을 취하는 공간으로 지어진 창덕궁의 동쪽 건물 편액에 쓰인 이름이다. 원래 보소당이라는 명칭은 중국 청나라 서예가이자 문인인 옹방강(翁方綱)의 당호였다. 병풍은 예부터 바람을 막고 새로운 공간을 만들며 아름다운 장식의 기능도 있었다. 병풍 속의 그림에는 교훈적 의미와 옛사람의 이상과 염원이 서려 있고 멋스러움까지 담겼다. 선현들은 늘 병풍을 뒤로한 채 책과 함께하고자 켜켜이 쌓인 서적과 여러 가지 일상 용구를 그린 책가도(冊架圖)를 방 안에 둘렀다. 이번에 태평양을 건너올 병풍인 보소당인존은 국보급은 아니지만 소중한 자산이다. 앞으로도 나라 밖에서 떠돌고 있는 우리 문화재의 반환을 서두르자. 선현들의 기품과 철학이 담긴 흔적은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할 우리의 자존심이어서다.

[천자춘추] 학교 운동장은 나대지가 아니다

학교 운동장을 둘러싼 논쟁이다. 환경을 이유로 인조잔디를 철거하고 마사토 운동장으로 회귀하는 흐름이 일부 지역에서 나타난다. 그러나 이 논의는 정작 가장 중요한 질문을 놓치고 있다. 운동장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운동장은 단순한 흙터가 아니다. 학생들이 뛰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며 신체를 단련하는 교육의 공간이다. 다시 말해 운동장은 ‘땅’이 아니라 ‘활동공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과거의 인식에 머물러 운동장을 토지 개념으로 바라보고 있다. 마사토 운동장은 오랜 시간 우리에게 익숙한 형태다. 그러나 익숙함이 곧 적절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건기에는 흙먼지와 미세먼지가 발생하고 우천 시에는 진흙화로 인해 평탄도가 무너지며 반복 사용으로 표면이 경화되면 충격흡수 기능은 사실상 사라진다. 결국 학생들은 다칠 위험에 노출되고 운동 자체를 기피하게 된다. 운동을 위한 공간이 오히려 운동을 방해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선진국은 이미 운동장을 ‘시설’로 정의한다. 일정한 평탄성과 충격흡수 성능을 갖추고 다양한 종목 활동이 가능한 기능적 공간으로 인식한다. 이 기준에서 보면 마사토 운동장은 관리되지 않은 나대지에 가깝다. 반면 인조잔디 운동장은 사계절 활용이 가능하고 다양한 신체활동을 수용할 수 있는 다기능 공간으로 평가된다. 중요한 것은 형태가 아니라 성능과 안전성이다. 물론 인조잔디를 둘러싼 환경 논쟁 역시 가볍게 볼 사안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의 논의는 균형을 잃고 있다. 환경이라는 명분 아래 학생의 안전과 활동권이 후순위로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마사토 역시 미세먼지, 중금속, 세균 노출 등 또 다른 위험 요소를 안고 있다. ‘친환경’이라는 단어가 곧 ‘안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결국 이 문제는 인조잔디냐 마사토냐의 선택이 아니다. 어떤 운동장이 학생에게 필요한가, 어떤 공간이 안전한가에 대한 기준의 문제다. 운동장은 나대지가 아니다. 학생들이 마음껏 뛰고 활동할 수 있도록 설계된 공간이어야 한다. 운동장에서 아이들이 사라지면 그곳은 이미 운동장이 아니다. 이제는 분명히 해야 한다. 운동장은 환경 논쟁의 대상이 아니라 학생 운동을 위한 안전한 활동 공간이어야 한다.

[이슈&경제] 임대차 시장 흔드는 규제, 맞춤형 접근 필요

정부가 주택 공급 확대를 말하면서 공급의 엔진을 식히는 정책이 반복되면 시장은 정부의 주택 공급 약속을 믿지 않는다. 부동산시장은 정부를 신뢰하고 믿을 때 그 효과가 증대된다. 깊은 고민 없이 다주택자와 비거주 1주택자까지 규제하는 것은 시장 위험이 크다. 물론 강남 등 누구나 선호하는 지역에 고가 아파트를 보유한 다주택자는 규제하는 것이 옳다. 하지만 어떤 사정으로 비거주 1주택자가 된 경우나 가격 상승 여력이 크지 않은 지역의 생계형 다주택자에 대해서는 선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특히 이들 상당수는 다세대, 연립, 도시형생활주택, 오피스텔 등 소형 평형 서민 주택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주택은 매도하려 해도 구매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의 실거주 요건, 청약 시 무주택 기간 인정 문제 등으로 수요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결국 물건을 내놔도 받아줄 대상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처럼 무조건적인 다주택자 규제는 자칫 서민 대상 임대차 시장을 무너뜨릴 수 있다. 공급의 통로를 묶어 놓고 규제만 강화하면 시장은 ‘똘똘한 한 채’로 더 쏠리고 이는 양극화를 키우는 결과로 이어진다. 비거주 1주택자 역시 다양한 사정이 존재한다. 그 예로는 해외나 지방 발령으로 전세를 살면서 기존 주택을 임대하는 경우, 자금 부족으로 입주하지 못하는 경우, 재개발·재건축 과정에서 추가 부담금을 마련하지 못해 입주가 지연되는 경우 등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출까지 막히면 사실상 진퇴양난에 빠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가 다주택자 규제를 통해 양극화 완화와 불로소득 억제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려면 억울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선별적이고 맞춤형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 불로소득 환수와 양극화 완화는 정부의 책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전월세 가격 상승과 물량 감소로 세입자 부담이 커진다면 정책의 방향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 결국 해법은 맞춤형 정책과 무주택 서민 보호에 있다. 또 다주택자와 비거주 주택에 대한 압박 및 매물 유도는 공급 확대처럼 보이지만 사실 소유권 이동에 가깝다. 단기적으로는 시장에 물건이 증가하면서 내 집 마련을 기다리는 수요층에 일부 공급 효과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양적 공급이 늘어나지 않으면 결국 전월세 수요를 흡수하지 못해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단기 공급 대책 없이 규제만 강화하는 정책은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이 과정에서 임대차 시장 불안도 커질 수 있다. 매도 압박이 커지면 전세 물량이 줄고 월세 전환이 빨라질 수 있으며 이는 서민가계 부담과 직결된다. 여기에 보유세 인상 논의까지 겹치면 세금이 임대료로 전가될 가능성도 크다. 전세 물량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임대인 우위 시장이 형성돼 임차인의 협상력은 더욱 약화된다. 규제가 강해질수록 서민 주거가 더 불안해질 수 있다는 점을 정부는 경계해야 한다. 현재와 같이 전세대출을 일괄적으로 규제할 경우 갭투기 억제 효과는 있을 수 있지만 무주택 실수요자까지 함께 어려워질 수 있다. 전세대출은 투기 차단과 거주 지원을 구분해 추진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전세사기와 역전세 위험이 남아 있는 만큼 전세보증금 일부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 도입도 생각해 봐야 한다.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신규 주택 공급 확대가 필수적이다. 지난해 전국 24만370건인 결혼 건수를 감안하더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신규 공급이 필요하다. 특히 비아파트 부분(다세대·연립주택과 도시형생활주택, 오피스텔 등)은 단기 공급이 가능한 만큼 일정 면적 이하 주택을 주택 수에서 제외하는 등 공급 확대를 위한 유연한 정책이 요구된다. 또 도심 주택 공급을 담당하는 정비사업의 이주비를 일률적 상한으로 묶어 두면 도심 주택 공급이 지연되는 만큼 지역별, 가격별 차등 적용하는 등 맞춤형 정책도 필요하다.

[생각 더하기] 세계에서 가장 로맨틱한 장애인의 날

봄이 오면 꽃이 피듯 4월20일이면 장애인의 날 기념식이 어김없이 열린다. 복지부와 17개 광역시, 226개 기초지방자치단체는 비슷한 현수막을 걸고, 비슷한 축사를 내고, 상장과 꽃다발이 오갈 때마다 큰 박수를 보낸다. 행사의 백미는 여전히 기념품이다. 물론 기념품은 끝까지 자리를 지켜야 받을 수 있다. 참으로 익숙한 풍경이다. 그런데 왜 하필 4월20일일까. 우리 법은 매년 4월20일을 장애인의 날로 정하고 그날부터 1주간을 장애인주간으로 두고 있다. 지금의 법정기념일은 하루아침에 생긴 것이 아니다. 1972년 민간에서 시작된 ‘재활의 날’ 행사가 있었고 이후 ‘장애인재활대회’라는 이름으로 이어지다 1991년 장애인복지법 개정을 통해 법정기념일이 됐다. 첫 법정기념일 행사를 ‘제1회’가 아니라 ‘제11회’로 부른 일은 상징적이다. 이날이 정부가 갑자기 만든 날이 아니라 민간의 오랜 축적 위에 세워진 날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2026년 4월20일은 제46회 장애인의 날이다. 왜 날짜가 4월20일이 됐는가를 떠올려 보면 이날에는 다소 한국적인 정서가 배어 있다. 4월은 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때이고 20일 무렵은 긴 겨울을 지나 바깥 활동이 가능해지는 시기다. 4월20일은 장애인을 생각한 제도 이전에 장애인이 세상 밖으로 나오기 좋은 계절감과 생활감각을 담은 날이기도 했다. 이 지점에서 생각은 갈라진다. 우리는 참 따뜻한 나라다. 그러나 따뜻함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우리가 어느 봄날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동안 다른 나라들은 장애인이 일상에서 차별받지 않도록 제도와 구조를 바꾸는 데 더 많은 힘을 기울여 왔다. 유엔은 12월3일을 세계 장애인의 날로 기념하고 영국은 ‘장애인 역사의 달(Disability History Month)’을 통해 역사와 권리를 돌아본다. 스웨덴은 보편 설계와 접근성을 장애 정책의 중심 원리로 삼는다. 중요한 것은 기념 그 자체보다 장애인이 이동하고 배우고 일하고 살아가는 일상의 구조다. 그래서 묻게 된다. 우리는 장애인의 날에 너무 오래 머물러 있었던 것은 아닐까. 기념품에 담긴 따뜻한 마음은 넘치는데 정작 교통과 교육, 고용과 주거에서 보편적 권리를 구현하는 일은 더디지 않았는가. 특별한 하루도 필요하다. 그러나 그 하루가 장애인에게만 주어지는 위로로 끝나서는 안 된다. 날마다 동등한 하루가 보장되는 사회로 가야 한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가능성이 있다. 우리나라는 장애인의 삶을 다루는 다수의 법률과 제도를 이미 갖고 있다. 문제는 법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것들이 통합적으로 작동하지 못해 왔다는 데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권리의 실현이다. 따뜻한 마음이 제도로 이어지고 배려의 언어가 접근 가능한 구조로 바뀔 때 비로소 장애인의 날은 하루의 행사가 아닌 사회의 수준이 될 것이다.

[경기만평] 점마도 짜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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