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문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 가운데 하나는 개소리가 너무도 만연하다는 사실이다.” 미국 스탠퍼드대 철학과 교수인 해리 프랭크퍼트는 2005년 펴낸 저서 ‘개소리에 대하여(On Bullshit)’에서 이렇게 말했다. 저자에 따르면 거짓말은 개소리보다 더 나쁘고 악의가 있다고 인식된다. 개소리는 비교적 가볍고 덜 나쁜 것으로 취급되기도 한다. 하지만 개소리는 거짓말보다 위험하다. 거짓말은 무엇이 옳고 그른지, 어떤 게 진짜인지 판별해 보려는 개인과 사회의 노력이 동반되지만 개소리는 본질이 어떠한지에 무관심하다. 거짓도, 진실도 그 어느 것에도 의미를 두지 않고 그냥 ‘싸지른다’. 말은 그 시대의 거울이자 척도다. 불안을 뒤로한 채 모두가 희망을 갈구하며 맞이했던 2025년은 어떠한 말이 우리 사회에 오갔나 생각해본다. 품격과 신뢰의 언어 대신 막말과 혐오, 비난의 말이 우선 떠오른다. 국회와 거리, 뉴스, 유튜브에서 튀어나온 말들이 그야말로 날뛰었다. 정치인의 입에선 진실인지 아닌지 모를 선동의 언어와 막말이 정치 언어로 연일 등장했다. 주어와 목적어를 감춘 감정을 자극하는 선동 문구, 어디서 왔는지 출처가 불분명한 이야기, 특정 국가를 앞세운 혐오의 제목은 사회관계망서비스와 뉴스, 거리를 넘어 일상을 파고들었다. 진심과 품격, 신뢰가 사라진 언어엔 소통 대신 분열과 낙인을 남겼다. 그 낙인은 주로 여성과 장애인, 성소수자 등에게 집중됐다. 프랭크퍼트는 “개소리를 하는 자는 애초에 진실에 관심이 없다. 거짓말은 진실이 드러나면 힘을 잃지만 개소리는 진실이 밝혀진 뒤에도 이어진다. 개소리가 거짓말보다 위험한 이유”라고 말했다. 한 해가 저물어가는 지금, 조금 더 나은 내일이 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다시 바라본다. 올해의 끝자락엔 ‘실체 없는 말들’이 사라지기를. 품격 있고 정제된 정치의 언어가 사회에 자리 잡기를. 무엇보다 개소리가 넘쳐나는 시대를 우리가 무심히 넘기지 않기를.
오피니언
정자연 기자
2025-12-03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