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롯데 대형 개발사업 ‘하세월’...공익 가치 훼손이다

옛 구월농산물도매시장 재개발은 인천 다운타운의 리모델링 사업이다. 송도국제도시 ‘롯데몰 송도’도 송도의 핵심 상업 시설 개발이다. 두 곳 모두 롯데그룹 사업이다. 그러나 계획과는 달리 십수 년씩 미뤄지며 표류 중이다. 대규모 개발 부지들이 기약 없이 도심 속 흉물로 방치되고 있다. 그보다 더한 것은 지역경제 활성화 등 사업의 공익적 가치 훼손이다. 롯데는 2013년 남동구 옛 구월농산물도매시장 부지를 인천시로부터 사들였다. 13만6천㎡(4만1천여평) 규모다. 복합쇼핑몰·백화점, 문화·업무·주거 시설을 결합한 도심형 복합문화공간 개발을 위해서다. ‘제2 롯폰기힐스’라 했다. 그러나 경기 침체 등을 이유로 계속 사업을 미루고 있다. 10년 이상 지나도록 착공조차 못하고 있다. 과거 시민들로 붐비던 옛 구월농산물도매시장은 낡아 무너질 지경이다. 롯데는 2023년 뒤늦게 사업계획을 수정했다. 문화 및 상업시설을 대거 제외했다. 대신 아파트(999가구)와 오피스텔(1천314가구) 중심의 사업계획을 승인받았다. 그러나 아직 농산물시장 건물 철거도 않고 있다. 당장 내년에 시작해도 2031년 이후에나 준공이 가능하다. 당초 2018년 준공에서 무려 13년이나 늦어지는 셈이다. ‘롯데몰 송도’ 사업도 마찬가지다. 롯데는 이 부지를 인천경제자유구역청으로부터 조성원가로 공급받았다. 테마파크, 리조트, 쇼핑몰 등 송도의 핵심 상업 시설 조성 사업이다. 그러나 2008년 착공신고 이후 무려 17년째 ‘공사 중’이다. 롯데는 2013년 롯데마트, 2019년 오피스텔만 먼저 지었다. 그러나 쇼핑몰은 경기 침체 등을 이유로 계획변경만 거듭했다. 이 때문에 준공 기한도 네 차례나 연장했다. 5월부터는 하도급 업체와의 공사비 갈등으로 아예 공사가 멈춰섰다. 현재 공정은 37%다. 롯데의 네 번째 약속인 2026년 말 준공도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지역 안팎에서는 이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을 촉구한다. 사업 취지나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면 부지를 환수하는 등이다. 그렇다고 기업의 사업성 검토나 수익성 추구를 무턱대고 탓할 수만도 없다. 최근 롯데가 안팎으로 경영 사정이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롯데 측도 내년부터 공사를 본격화할 계획임을 밝혔다. 물론 의도적으로 사업을 지연시킨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공공의 자산을 좋은 조건에 취득하면 그만한 책임도 따른다.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등 공익적 가치 실현이다. 롯데는 더 늦기 전에 지역사회에 구체적인 로드맵을 내놓아야 한다.

[지지대] 언어의 품격

“우리 문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 가운데 하나는 개소리가 너무도 만연하다는 사실이다.” 미국 스탠퍼드대 철학과 교수인 해리 프랭크퍼트는 2005년 펴낸 저서 ‘개소리에 대하여(On Bullshit)’에서 이렇게 말했다. 저자에 따르면 거짓말은 개소리보다 더 나쁘고 악의가 있다고 인식된다. 개소리는 비교적 가볍고 덜 나쁜 것으로 취급되기도 한다. 하지만 개소리는 거짓말보다 위험하다. 거짓말은 무엇이 옳고 그른지, 어떤 게 진짜인지 판별해 보려는 개인과 사회의 노력이 동반되지만 개소리는 본질이 어떠한지에 무관심하다. 거짓도, 진실도 그 어느 것에도 의미를 두지 않고 그냥 ‘싸지른다’. 말은 그 시대의 거울이자 척도다. 불안을 뒤로한 채 모두가 희망을 갈구하며 맞이했던 2025년은 어떠한 말이 우리 사회에 오갔나 생각해본다. 품격과 신뢰의 언어 대신 막말과 혐오, 비난의 말이 우선 떠오른다. 국회와 거리, 뉴스, 유튜브에서 튀어나온 말들이 그야말로 날뛰었다. 정치인의 입에선 진실인지 아닌지 모를 선동의 언어와 막말이 정치 언어로 연일 등장했다. 주어와 목적어를 감춘 감정을 자극하는 선동 문구, 어디서 왔는지 출처가 불분명한 이야기, 특정 국가를 앞세운 혐오의 제목은 사회관계망서비스와 뉴스, 거리를 넘어 일상을 파고들었다. 진심과 품격, 신뢰가 사라진 언어엔 소통 대신 분열과 낙인을 남겼다. 그 낙인은 주로 여성과 장애인, 성소수자 등에게 집중됐다. 프랭크퍼트는 “개소리를 하는 자는 애초에 진실에 관심이 없다. 거짓말은 진실이 드러나면 힘을 잃지만 개소리는 진실이 밝혀진 뒤에도 이어진다. 개소리가 거짓말보다 위험한 이유”라고 말했다. 한 해가 저물어가는 지금, 조금 더 나은 내일이 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다시 바라본다. 올해의 끝자락엔 ‘실체 없는 말들’이 사라지기를. 품격 있고 정제된 정치의 언어가 사회에 자리 잡기를. 무엇보다 개소리가 넘쳐나는 시대를 우리가 무심히 넘기지 않기를.

[세상읽기] 종묘 앞 140m의 욕망

도시의 성숙은 마천루를 얼마나 빨리 쌓아 올렸는가로 증명되지 않는다. 무엇을 지키고 어디를 비워둘지를 아는 ‘절제의 미학’, 그 고요한 멈춤이 자리 잡을 때 비로소 도시의 품격은 드러난다. 최근 종묘 앞 완충구역에 140m 고층 빌딩이 들어설 수 있다는 소식이 서울을 흔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는 한 구역의 재개발 여부를 넘어 대한민국이라는 도시 문명이 앞으로 어떤 질서와 기준으로 자신을 정의할지 묻는 근본적 질문이다. 종묘는 조선의 국가 질서가 박제된 공간이 아니라 한국 도시문명의 기원을 담은 심장부다. 유네스코가 이를 “국가의 세계관과 도시 구조가 통합된 예외적 사례”로 평가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정전(正殿)의 낮은 지붕선 위로 펼쳐진 하 늘은 500년 동안 한번도 흔들리지 않은 도시의 윤리적 경계이며 권력이 스스로를 절제해 온 드문 기록이다. 이런 종묘의 완충구역에서 고도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것은 이 오래된 경계를 단순한 개발 지표로 환산하겠다는 선언이자 도시가 스스로 세운 금도(禁度)를 시장 논리로 덮어 버리려는 위험한 시도다. 그러나 종묘 보존 논쟁에서 토지주와 상인의 절박함을 ‘탐욕’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문화재가 밥 먹여 주느냐”는 항변은 생존이 걸린 이들의 거친 외침이 아니라 수십년간 낙후를 감내해 온 도시 내부의 깊은 균열을 드러낸다. 문제는 욕망의 존재가 아니라 그 욕망을 어떻게 다루느냐다. 개발이냐 보존이냐라는 낡은 이분법만으로 도시의 시간을 끊어내는 방식은 이미 세계 도시들에서 유효한 해법이 아니다. 뉴욕은 같은 갈등에 ‘제3의 길’로 응답했다.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 상부의 개발하지 않은 공중권(Air Rights)을 떼어내 인근 개발지로 사고팔 수 있도록 한 용적이양제(TDR)는 도시가 채택한 가장 창의적인 제도 중 하나다. 역사적 건물은 그대로 남기고 소유주는 개발 이익을 보상받으며 도시는 시간의 기억을 지켰다. 욕망을 억누르는 대신 우회시키는 방식으로 도시 전체의 품격을 높이는 문명적 해결 방식이었다. 경관은 단순한 ‘뷰(View)’가 아니다. 공동체가 축적한 시간이며 시민 누구나 평등하게 누려야 할 공공적 자산이다. 파리가 에펠탑 주변을 비워 두고 런던이 템스강 스카이라인을 관리하며 도쿄가 황궁 주변의 조망을 엄격히 제한하는 것은 관광 수입 때문만이 아니다. 그것은 다음 세대에게 남겨야 할 도시의 자존심이며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권리이기 때문이다. 서울의 판단이 특히 중요한 이유는 그 결정이 수도권 전체의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인구 1천400만명의 거대한 메트로폴리탄을 이루는 경기도는 서울의 도시계획을 준거집단으로 삼아 왔다. 종묘 앞을 140m 건물로 가리는 순간 경기도가 수원화성이나 남한산성 주변의 경관축을 지켜낼 명분은 급격히 줄어든다. “서울도 하는데 왜 우리는 안 되는가”라는 논리가 퍼지는 순간 수도권의 고유한 풍광과 역사적 결은 도미노처럼 흔들릴 것이다. 도시는 기억으로 산다. 기억을 지운 자리에 아무리 웅장한 마천루를 세운들 그것은 결국 콘크리트 덩어리에 지나지 않는다. 진정한 도시의 정체성은 스카이라인의 높이가 아니라 스스로 넘지 않으려는 선(線)에서 드러난다. 문명은 빠르게 건물을 올리는 기술이 아니라 긴 시간에 책임을 지는 태도로 완성된다. 종묘의 하늘을 가리려는 140m의 욕망 앞에서 우리는 다시 물어야 한다. 미래 세대에게 무엇을 남길 것인가. 더 크고 높은 빌딩 숲인가, 아니면 500년의 시간을 품은 고요한 하늘인가. 그 선택이 곧 우리의 도시 문명이 지닌 ‘격(格)’을 결정할 것이다.

[이왕휘의 세계는 지금] 다케이치 오판과 트럼프 日 패싱

다케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지난달 7일 국회에서 대만 유사시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존립위기 사태’가 될 수 있다고 발언했다. 현직 총리가 대만 문제에 ‘존립위기 사태’라는 표현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외교적 파장에 대한 야당의 질의에 대해 다케이치 총리는 이 발언을 “특별히 철회하거나 취소할 생각은 없다”고 답변했다. 중국 정부는 이 발언을 하나의 중국 원칙과 중일 4개 정치 문서 정신의 위반으로 규정하면서 다케이치 총리를 맹렬히 비판했다. 쉐젠 주오사카 중국 총영사는 소셜미디어에서 다케이치 총리의 “그 더러운 목을 베어버릴 수밖에 없다”라는 극언까지 퍼부었다. 동시에 중국은 사드 배치 이후 한한령(限韓令)과 유사한 한일령(限日令)을 발동해 경제·인적 교류를 차단하고 있다. 이달 일본행 노선 5천548편 중 16%인 904편의 운항 중단이 결정됐으며 일본 영화 상영과 음악 공연 등이 예고 없이 취소되는 일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중일 갈등에 대한 일본 내 여론은 다케이치 총리에게 우호적이다. 마이니치신문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답변이 “문제가 있다”는 답변보다 두 배 많았다. 특히 보수층과 청년층에서 대중(對中) 강경론에 대한 지지도가 높게 나타났다. 반면 일본의 군사동맹국인 미국의 반응은 다케이치 총리의 예상을 크게 벗어났다. 트럼프 행정부의 인도태평양전략에 따르면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막기 위해 미국과 일본은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에서 공조해야 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시진핑 주석과 통화한 후 다케이치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대만 문제로 중국을 지나치게 자극하지 말라고 조언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다음 날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은 이 보도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부정했지만 일본 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일본을 무시했다는 저팬 패싱(Japan Passing)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 일본보다 경쟁국 중국에 더 경도된 이유는 경제에 있다. 관세전쟁 이후 악화된 인플레이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국과의 타협이 필요하다. 중국과 갈등이 격화되면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 관세를 낮출 수 있는 명분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또 중국이 대두 수입을 재개하지 않으면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11월 중간선거에서 농민의 지지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런 정치적 고려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이 중국을 자극하는 것을 원치 않았던 것이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달 17일 한국이 중국·러시아, 대만해협·남중국해를 연결하는 전략적 중심축이라고 주장하면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를 시사했다. 대만 문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을 오판했던 다케이치 총리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전략적 유연성에 신중하게 대응해야 한다. 미국이 자국의 사정에 따라 동맹국과 협의 없이 전략을 언제든지 수정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가 먼저 섣불리 나설 필요는 없다. 중국이 한한령을 부과했을 때 미국이 우리 기업의 피해를 줄이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않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천자춘추] 지방체육 활성화

한국 사회는 지금 인구절벽과 지역소멸이라는 두 개의 거대한 파도 앞에 서 있다. 수도권으로의 인구 집중은 지방의 공동화를 가속시키고 고령화는 생산인구 감소와 복지비용의 급증으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 위기의 시대에 ‘체육’은 단순한 여가 활동을 넘어 지역의 생명력을 되살리는 사회적 투자로 주목받고 있다. 지방체육의 본질은 지역 고유의 문화를 담고 있다는 데 있다. 경북의 씨름, 강원의 동계스포츠, 전남의 해양레저처럼 지역이 가진 자원을 기반으로 한 체육 활성화는 단순한 경기 참여를 넘어 지역의 브랜드와 정체성을 강화한다. 지역 체육 인프라가 생활의 중심이 될 때 사람들은 더 오래 머물고, 청년층은 일자리를 찾으며, 지역의 공동체는 재생된다. 체육은 그 자체로 지역을 지탱하는 ‘생활경제’의 축이 될 수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이러한 흐름이 가시화되고 있다. 일본의 도쿠시마현 가미야마정은 인구 감소로 폐교 위기에 몰린 학교를 활용해 스포츠와 예술, 정보기술(IT) 창업을 결합한 커뮤니티 공간을 조성했다. 결과적으로 젊은층이 다시 돌아왔고 지역경제가 살아났다. 덴마크의 오덴세 역시 체육시설을 중심으로 한 ‘액티브시티(Active City)’ 전략을 통해 고령자의 사회 참여를 확대하고 국민건강보험 지출을 줄이는 성과를 냈다. 체육은 복지, 문화, 산업을 잇는 연결고리로 작동한 것이다. 한국의 지방체육도 이러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단순히 대회를 유치하거나 시설을 짓는 수준이 아니라 지역 특색을 살린 생활체육·스포츠산업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지역 대학과 체육회, 지자체가 협력해 스포츠를 기반으로 한 일자리와 창업을 지원하고 노년층의 참여를 촉진하는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한다. 체육은 의료비 절감에도 직접적인 효과를 낸다. 규칙적인 운동은 만성질환을 예방하고 정신적 안정과 사회적 관계망을 유지하게 만든다. 이는 곧 공공의료비 부담을 낮추고 ‘활동적 고령자(Active senior)’의 증가로 이어져 지역경제의 선순환을 촉진한다. 지방체육의 활성화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국가적 과제다. 지역에 뿌리내린 체육은 단순한 건강 증진을 넘어 인구정책, 복지정책, 경제정책이 교차하는 핵심축으로 기능할 수 있다. 일본과 북유럽의 사례처럼 체육을 삶의 중심에 두는 정책적 상상력이야말로 인구절벽 시대 대한민국의 새로운 생존전략이 될 것이다.

[사설] 사라진 공여지 기금, 북부 주민 화났다

돌아보면 이렇다. 9월 경기 북부 주민에게는 낭보였다. 주한미군 반환공여구역 개발 기금 조례안이다. 2026년부터 10년간 3천억원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조례안은 이 기금 조성에 법적·행정적 근거가 된다. 경기도내 반환공여구역 대상지가 34곳이다. 173㎢다. 개발 가능성이 높은 곳은 22개소다. 의정부 8곳, 파주 6곳, 하남 1곳, 화성 1곳이다. 하지만 진행이 더디다. 지원 부족이 큰 이유다. 그래서 도가 모아보려는 기금이다. 기획재정위가 조례안 처리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분단으로 겪어온 고통에 대한 보상을 강조했다. 경기 남북 간 균형 발전의 의지도 밝혔다. 조성환 위원장(민주당)의 발언 기록이 있다. “김동연 도지사께서 기금 조성을 통해 미군 반환공여구역을 기업 도시, 문화 도시, 생태 도시 등으로 탈바꿈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저 또한 도의회 차원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던 만큼 이를 제도적으로 지원하고자 본 조례안을 제안하게 됐다.” 조례를 근거로 후속 조치가 급물살을 탔다. 무엇보다 기금 관리를 위한 준비가 중요했다. 주한미군 반환공여구역 개발 기금 심의 위원회가 출범했다. 해당 분야의 전문가 12명을 위원으로 위촉했다. 교수, 연구원, 변호사, 회계사, 건축사 등이다. 여기에는 경기도의회가 추천한 도의원도 있다. 10월22일 위원회가 열렸고 2개 안건을 처리했다. 그 안건들이 ‘2026년 300억 반영’을 전제하고 있다. 이게 경기도의회의 ‘300억원 약속’이다. 이랬던 ‘300억원’이 갑자기 사라졌다. 장래의 ‘추경’으로 밀려났다. 2026년도 본예산안 심사 과정이다. 경기도의회 민주당 결정이다. 대표의원이 취지를 설명했다. “김 지사의 치적 사업 중 불요불급한 예산을 삭감하고 민생·복지 예산을 확보하겠다.” 예산 편성의 원칙은 선택과 집중이다. 도의회는 그 균형을 감시 견제한다. ‘복지 투입’이 더 중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결식아동, 취약노인, 무연고 장례 등이다. 당연히 지원할 사업이다. 그런데 왜 하필 그 ‘300억원’일까. 석 달 만에 이렇게 바뀔 수 있나. 9월 조례안 통과 때는 ‘전폭 지원’을 공언했다. 10월 300억원 심의 때도 ‘의원 파견’으로 참여했다. 그래 놓고 석 달 만에 ‘급할 것 없다(불요불급)’라며 삭감했다. 그 사이 결식아동, 취약노인 등에게 사정 변경이라도 생겼나. 아니면 성추행 기소 의원 갈등의 연장인가. 이도 아니면 특정 도지사 후보가 던진 다른 형태의 ‘공여지 구상’ 때문인가. 아니면 다른 뭐라도 있나. 이 중에 어떤 사유도 북부 주민의 허탈감과 바꿔도 좋을 건 없다.

[사설] 테마파크가 공공성 해친다?...근시안적 사고다

인천 서구 수도권매립지에 국제경기 수준의 승마장이 있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을 위해 408억원을 들여 지었다. 그러나 이후 10년 넘게 방치돼 왔다. 전형적인 일회성 체육시설이다. 한 해 관리비만 2억원이다. 20여차례 운영사업자를 찾았으나 번번이 유찰했다. 대중 스포츠가 아니어서 사업성이 나오지 않았다. 올해 초 희소식이 전해졌다. 한화그룹의 민간투자를 유치한 ‘전국 최초’ 아쿠아리움 테마파크 개발이다. 놀이시설 등을 갖춘 돔 형태의 실내 테마파크와 아쿠아리움 등이다. 서울 잠실 롯데월드 수준의 복합레저공간 구상이다, 그런데 이 또한 암초를 만났다고 한다. 수도권매립지 테마파크 사업이 반쪽짜리로 전락할 위기라고 한다. 테마파크는 사라지고 아쿠아리움 등의 유원지 형태로 줄이려 한다. 기획재정부 민간투자사업 사전 심의 때문이다. ‘수익시설 비중이 과도해 공공성이 미흡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한화가 핵심 콘텐츠인 돔형 실내 테마파크를 빼는 방향으로 수정에 들어갔다고 한다. 대관람차, 야외 체험시설 등의 관광형 생태공원만 남게 된다. 결국 당초 계획과 달리 ‘자연친화형 유원지’로 바뀔 것이라는 우려다. 전체 사업비도 2천500억원에서 1천100억원 수준으로 줄어든다. 사업을 축소한다 해도 불확실성은 남아 있다. 이번엔 사업의 대폭 축소로 사업성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수도권매립지 특성상 복잡한 행정절차가 따른다. 기후부와 인천·서울·경기의 동의를 거쳐야 한다. 기재부의 민간투자사업 심의를 최종 통과해야 하는 난관도 있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SL공사)는 추후 단계에서 테마파크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사업 추진이 원활하지 않으면 백지화도 검토할 방침이다. 이러면 다시 어려운 승마장 활용으로 되돌아간다. 한화그룹 측도 승마장의 활용도를 살려 승마시설을 좀 더 늘리는 방안의 테마파크도 구상한다. 인천시도 공공성과 환경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재설계 할 방침이다. 인천시는 여전히 인천을 대표하는 문화·관광·휴양시설로 자리잡도록 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너무 소극적인 대응이라는 생각이다. 기재부 민간투자사업 사전 심의 결과도 그렇다. 수익시설 비중이 과도해 공공성이 떨어진다니. 이 사업은 수도권매립지를 활용한 시민 여가 공간 사업이다. 민간투자를 통해서라도 붐업시킬 가치가 충분하다. 사업성이 없으면 민간이 왜 투자하나. 공공성만 따진다면 처음부터 국민 세금으로 할 일이다. 공공성을 이유로 민간투자를 옥죄는 방식, 근시안적 규제 만능 사고다.

[지지대] 기부는 세상을 지탱하는 축

해마다 12월이면 길거리 곳곳에 종소리와 함께 구세군의 빨간 자선냄비가 모금을 하는 모습이 흔했다. 추운 겨울 이웃에게 온기를 전하는 상징이다. 비록 현금보다 신용카드 등의 지출이 커지면서 지금은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구세군의 자선냄비는 우리 곁에 있다. 12월에 들어서면서 또다시 곳곳에서 연말을 맞아 어려운 이웃을 돕는 나눔 관련 기부 활동이 시작됐다. 인천에서는 대표적으로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나서 이 같은 모금 캠페인을 하고 있다. 인천시청 앞 애뜰광장에는 대형 사랑의 온도탑이 세워졌다. 올해 모금액 목표인 108억8천만원이 다 채워지면 온도탑 온도가 100도(℃)까지 오른다. 이 같은 기부는 세상을 지탱하는 한 축이다. 작은 금액이 모여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돕는다. 그 이웃에게는 작은 나눔이 바로 삶을 지탱하는 큰 희망일 수 있다. 기부는 해마다 겨울 이때만 하거나 꼭 모금회 등을 통해서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곁에는 어려운 이웃을 돕는 많은 단체가 있다. 적십자를 비롯해 월드비전, 그리고 유니세프 등을 비롯해 종교단체나 민간단체까지. 이 단체 등을 통하면 1년 내내 아무때나 기부를 할 수 있다. 필자도 자녀들과 함께 비록 적은 금액이지만 여러 단체에 기부를 하고 있다. 단순한 동정심이 아니다. 사회적 책임감으로 인한 ‘비자발적’ 기부로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보람과 만족감을 느낀다. 기부한 단체를 통해 후원 아동 등의 사진 등을 받아 볼 때면 뿌듯하다. 물론 연말정산에서 세액 공제를 받는 것은 덤이다. 우리 모두 경제적으로 기부를 할 만한 여력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다만 1개월에 커피 한 잔 가격만 아낀다면 충분히 기부가 가능하다. 금액이 많고 적은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1천원도 좋고 5천원도 좋다. 지금 기부를 시작한다면 작은 행복을 더 오래 누릴 수 있다.

[경기만평] 당장 이번 크리스마스는...?

[문화산책] 피탈 문화유산 원상회복 흐름

지난달 27일 영국이 ‘도덕적인 근거에 따른 배상을 가능하게 하는’ 법률 개정을 했다. 주요 내용은 잉글랜드와 웨일스의 박물관들이 도덕적인 이유로 소장품 반환을 쉽게 하는 것이다. 이 법령은 2022년 ‘자선단체법’의 일부로 통과됐지만 보수당의 반대로 보류됐다가 이번에 개정된 것이다. 다만 대량의 소장품 반출을 우려해 대영박물관, 국립미술관 등 16개 기관은 이번 법률 대상에서 제외돼 벨기에, 프랑스 등과는 분명한 한계를 드러냈다. 그러나 대표적인 약탈국으로 진전된 결정이다. 또 지난달 15일에는 바티칸 박물관이 캐나다 원주민으로부터 강압적으로 수집한 유물을 반환하면서 “대화와 존중, 형제애의 구체적인 표시”라며 입장을 발표했다. 이 유물은 1925년 교황이 바티칸에서의 전시회를 위해 세계 각지의 유물을 수집한 10만점 가운데 일부로 수집 과정에서 강압적 요소에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2022년 캐나다를 방문한 교황은 당시 캐나다 전역의 가톨릭 기숙학교에서 벌어진 원주민 학생의 학대 등에 대해 사과한 바 있다. 교황의 사과 이후 원주민 지도자들은 관련 유물의 반환을 요구했다. 우리의 유산도 돌아왔다. 지난달 14일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은 소장하고 있던 ‘시왕도’(1798년 작)를 신흥사에 반환했다. 이 조선 불화는 6·25전쟁 시기에 미국으로 반출된 것으로 2020년 미국 LA카운티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던 시왕도 6점이 반환된 후 두 번째다. 소장처인 미국 박물관은 전쟁 중에 타의에 의한 반출이라는 점에서 자진 반환했다. 이처럼 과거 불법적인 수단에 의해 취득한 문화유산의 자발적 반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 전쟁 중에 인류의 소중한 문화유산이 막대한 피해를 본 점을 반성하면서 1954년 ‘문화재’라는 개념이 처음 도입된 헤이그협약(무력 충돌 시 문화재 보호에 관한 협약)이 체결된 이후 1970년 유네스코협약(문화재의 불법적인 반·출입 및 소유권 양도의 금지와 예방 수단에 관한 협약), 그리고 1998년 워싱턴회의(나치 약탈 미술품의 반환 회의)까지 국제사회의 주요 의제는 전쟁 중 피해 회복과 예방에 관한 문제였다. 반면 제국주의에 의한 식민지의 피탈 문제는 유엔이 유네스코에 맡겨 1978년 문화재 반환촉진정부간위원회(ICPRCP)가 설립된 이후 ‘반환 권고문 위원회’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2010년 이후 탈식민화하려는 국가의 ‘정체성’ 회복 차원에서 제국주의 국가에 의한 피탈 유산의 반환 요구는 높아갔고 약탈국들은 외교적, 문화적 수단으로 ‘유물 반환’ 문제를 다루기 시작했다. 더구나 세계화의 빠른 진전으로 정부 중심의 협상에서 민간 영역으로 확대되면서 다자 간 협상이 성과를 내고 있고 이제 대표적인 약탈국인 영국, 프랑스, 벨기에가 법령으로 반환을 촉진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소장자 세대교체, 정보의 디지털화, 세계화 등으로 더욱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2차대전이 끝난 후 유엔이 창설될 때 참여한 국가는 51개국으로 현재 198개국이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적어도 142개국은 문화유산의 원상 회복 요구가 더욱 높아질 것이고 세상의 변화는 이를 더욱 촉진할 것이다. 대표적인 피해국인 한국의 원상 회복 노력이 공공외교 영역으로 추진돼야 하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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