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손에 스마트폰 대신 책이 들려 있던 시절이 있었다. 지하철, 버스는 물론이고 거리 벤치에서도 책 읽는 사람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누군가는 접힌 신문을 읽었고, 누군가는 소설을 펼쳤다. 가방 안에는 책 한 권쯤 들어 있었고 일찍 약속 장소에 도착하면 책장을 넘겼다. 그때는 신문에 책 광고가 실리면 독자들이 반응했다. 광고를 본 사람이 출판사나 서점에 전화를 걸어 책을 주문했다. 신문 서평을 오려뒀다가 서점에 가져가는 독자도 있었다. 라디오에서 소개된 책, 신문 문화면에 난 책, 유명 작가의 신간은 입소문을 탔다. 동네마다 서점이 있었다. 꼭 사지 않아도 책 냄새를 맡고, 제목을 훑고, 뒷표지 문장을 읽었다. 도서관 대출카드에는 다른 사람의 흔적이 남았다. 같은 책을 누가 먼저 빌려갔는지, 몇 번이나 대출됐는지 알 수 있었다. 학생들은 문학전집을 돌려 읽었고, 군대에 간 자식에게 책을 보내는 부모도 있었고, 연인에게 시집을 선물하는 사람도 있었다. 책은 그렇게 사람 사이를 오갔다. 물론 그 시절에도 모두가 책을 많이 읽은 것은 아니다. 다만 지금보다 책은 자연스럽게 우리의 일상에 존재했다. 7일 요미우리신문이 일본 출판시장 추락을 다룬 기사를 냈다. 일본의 서점 수가 급격히 줄고 종이책 판매액이 1975년 이후 처음으로 1조엔 아래로 떨어졌다. 자타 공인 출판왕국 일본의 출판이 서서히 기울고 있다는 것이다. 기사가 나온 김에 한국 출판시장 규모도 찾아봤다. 우리도 비슷하기는 매한가지였다. 책이 쇠락하고 있다. 책을 들던 손에는 스마트폰이 들린 지 오래다. 사람들은 짧고 빠른 자극에 익숙해졌다. 긴 문장을 따라가고 한 권의 책을 끝까지 읽고 곱씹는 일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그래도 가끔은 책을 읽어보는 건 어떨까. 거창한 독서 계획이 아니어도 좋다. 하루 한 장이어도 좋고, 잠들기 전 몇 쪽이어도 좋다. 가끔 하늘을 올려다보듯 책장을 넘겨보자. 도파민도 필요하겠지만 책이 주는 은은한 즐거움을 잃어버리기엔 너무 아깝다.
오피니언
민현배 기자
2026-06-11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