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몇 억분의 1’ 선동, 선관위에 주도권 넘겨준다

이른바 ‘쌍둥이 득표수’ 문제로 뜨겁다. 투표소가 다른데 득표수가 같은 경우다. 서로 다른 후보 2명의 득표수다. 인천 송도1동과 송도2동이 그렇다. 박찬대 후보 3천30표, 유정복 후보 1천440표다. 두 투표소에서 정확히 일치한 수치다. 다른 지역도 있다. 전남 광주에서는 무려 10개 투표소 결과가 같았다. 시장선거에 출마한 민형배·이정현 후보의 득표수다. 두 곳씩 같았으니 쌍둥이 조합이 다섯 개다. 많은 국민이 선관위를 의심하고 있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기자회견을 했다. 투표용지 부족 문제를 지적했다. 참정권 침해에 대한 대책도 촉구했다. 여기에 곁들여 ‘쌍둥이 득표수’도 거론했다. 유 시장은 “확률적으로 극히 나오기 어려운 결과”라고 표현했다. 구체적인 통계 수치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출처 불명의 통계가 쏟아진다. ‘몇 백억분의 1’에서 ‘몇 경분의 1’까지 등장한다. 저마다 “통계학자들에 따르면”이라고 한다. 정작 학자 실명은 밝히지 않는다. 언론은 보도와 논평의 근거로 쓴다. 집회에서는 선관위 규탄의 근거로 쓴다. 유튜브에서는 시청자 설득의 근거로 쓴다. 대개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쪽이다. 이 대열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도 가세했다. 9일 기자회견에서 통계학적 수치를 구체적으로 밝혔다. “확률적으로 가능성이 5억9천만분의 1로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이 지경에 이르자 권위 있는 통계학자가 나섰다. 공업통계연구회장을 지낸 허명회 고려대 통계학과 교수다. ‘두 후보의 득표수가 완벽히 일치하는 2개 동이 발견됐다고 투표 조작을 의심하느냐’고 자문한 뒤 “통계적 관점에서 합리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를 비롯한 학계의 주장이 있다. ‘사후 선택(post hoc selection)’ 문제다. 어떤 조합도 사후에 보면 특별한 패턴이다. ‘독립 시행 가정 오류’ 문제다. 각 투표소는 서로 독립된 요소가 아니다. 인접한 투표소는 비슷한 투표 성향을 갖고 있다. ‘몇 억’, ‘몇 경’은 이런 선거 조건을 무시한 오류다. ‘쌍둥이 득표수’는 해명돼야 한다. 개표의 과정, 자료, 증언이 밝혀져야 한다. 결과는 ‘비위’일 수도, ‘우연’일 수도 있다. 통계는 의심을 제기하는 데까지다. 조작을 증명하는 것은 다른 절차다. 무리하게 경우의 수를 만들면 안 된다. 분모의 수가 크다고 선거 부정이 증명되는 건 아니다. 책임 있는 정당의 대표라면 더욱 그렇다. 학계에서 지적당할 ‘엉터리 경우의 수’라는 걸 몰랐나. 몰랐다면 무지이고, 알았다면 왜곡이다. 어느 쪽이든 망신이고. 선관위를 향해 모두가 분노하고 있다. 해체 수준의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젊은이들이 어렵게 싸우고 있다. 그들이 첫날 내건 문구가 있다. “선동하지 마라. 선동되지 마라.” 지금 보니 정치인들 들으라는 소리였다.

[사설] 수도권 규제 극복... ‘행정가 역량’ 시험대다

민선 9기 인천시장직인수위원회가 출범했다. 20일 후면 당선인이 아니라 일꾼이다. 민선 9기 인천시는 ‘일 잘하는 지방정부’를 내세운다. 첫 번째 일이 ‘ABC+E’ 전략이다. 인공지능(AI), 바이오(Bio), 문화(Culture), 에너지(Energy) 산업을 융합한 산업 구조 변화다. 미래 먹거리 전환을 통한 ‘인천에서 일하고 먹고 사는 모두를 위한 도시’ 비전이다. 희망에 찬 청사진이다. 그만큼 갈 길이 벅차다는 얘기도 된다. 박찬대 당선인은 인천시민 평균 연봉을 끌어올리려 한다. 2030년까지 5천500만원을 실현한다는 것이다. 현재는 4천180만원이다. 이를 위해 인천의 산업 구조를 바꾼다. AI 기반 물류·모빌리티 혁신, 바이오 신약·의학 연구 거점화, 문화 산업경제 강화, 에너지 신산업 육성이다. 먼저 정부 국제물류진흥지역 지정 과제가 있다. 인천공항과 인천항에 물류 AI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하는 ‘물류 AI 거점도시’ 전략이다. 청라국제도시에는 AI 커넥티드카 혁신 사업을 유치한다. 송도국제도시에는 ‘바이오 카이스트(바이오과학기술원)’를 유치한다. 1천500억원 규모 인천바이오펀드도 조성한다. 복제약 생산기지를 넘어 신약 개발의 본산으로 끌어올리는 전략이다. 그러나 당장 중앙정부의 균형발전 정책 기조가 걸림돌이다. ‘5극3특(5대 광역권, 3대 특별자치도)’과 수도권정비계획법 등이다. 박 당선인은 국제물류진흥지역 지정은 올해 승부를 보겠다는 방침이다. 관련 특별법은 2027년 4월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그러나 정부는 이미 경남지역 일대로 방향을 잡고 계획을 짜고 있다. 정부의 ‘5극3특’ 구상도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인공지능전환(AX) 생태계 조성을 담고 있다. 바이오카이스트 설립도 만만치 않다. 현재 수도권의 대학 설립은 사실상 막혀 있다. 수도권정비계획법이다. 인천은 20여년 전부터 ‘인천대 공공의대 설립’을 염원해 왔다. 이 역시 수도권 규제에 갇혀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바이오카이스트 설립도 이 장벽을 넘어서야 가능하다. 바이오카이스트가 늦어지면 송도를 신약 개발 등 바이오 생태계로 전환하는 사업이 차질을 빚는다. 선거는 끝났다. 이제는 실증과 실천의 시간이다. ‘시민 평균 연봉 5천300만원’은 시민 개개인 피부에 와 닿는 약속이다. 통계적 성장 수치나 거창한 개발계획보다 구체적이다. 그러나 철벽 수도권 규제가 가로막는다. 이를 폐지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규제의 틈새를 뚫어야 한다. ‘행정가로서의 능력’을 입증해 보일 시험대다.

[지지대] 가끔은 책장을 넘겨보자

사람들의 손에 스마트폰 대신 책이 들려 있던 시절이 있었다. 지하철, 버스는 물론이고 거리 벤치에서도 책 읽는 사람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누군가는 접힌 신문을 읽었고, 누군가는 소설을 펼쳤다. 가방 안에는 책 한 권쯤 들어 있었고 일찍 약속 장소에 도착하면 책장을 넘겼다. 그때는 신문에 책 광고가 실리면 독자들이 반응했다. 광고를 본 사람이 출판사나 서점에 전화를 걸어 책을 주문했다. 신문 서평을 오려뒀다가 서점에 가져가는 독자도 있었다. 라디오에서 소개된 책, 신문 문화면에 난 책, 유명 작가의 신간은 입소문을 탔다. 동네마다 서점이 있었다. 꼭 사지 않아도 책 냄새를 맡고, 제목을 훑고, 뒷표지 문장을 읽었다. 도서관 대출카드에는 다른 사람의 흔적이 남았다. 같은 책을 누가 먼저 빌려갔는지, 몇 번이나 대출됐는지 알 수 있었다. 학생들은 문학전집을 돌려 읽었고, 군대에 간 자식에게 책을 보내는 부모도 있었고, 연인에게 시집을 선물하는 사람도 있었다. 책은 그렇게 사람 사이를 오갔다. 물론 그 시절에도 모두가 책을 많이 읽은 것은 아니다. 다만 지금보다 책은 자연스럽게 우리의 일상에 존재했다. 7일 요미우리신문이 일본 출판시장 추락을 다룬 기사를 냈다. 일본의 서점 수가 급격히 줄고 종이책 판매액이 1975년 이후 처음으로 1조엔 아래로 떨어졌다. 자타 공인 출판왕국 일본의 출판이 서서히 기울고 있다는 것이다. 기사가 나온 김에 한국 출판시장 규모도 찾아봤다. 우리도 비슷하기는 매한가지였다. 책이 쇠락하고 있다. 책을 들던 손에는 스마트폰이 들린 지 오래다. 사람들은 짧고 빠른 자극에 익숙해졌다. 긴 문장을 따라가고 한 권의 책을 끝까지 읽고 곱씹는 일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그래도 가끔은 책을 읽어보는 건 어떨까. 거창한 독서 계획이 아니어도 좋다. 하루 한 장이어도 좋고, 잠들기 전 몇 쪽이어도 좋다. 가끔 하늘을 올려다보듯 책장을 넘겨보자. 도파민도 필요하겠지만 책이 주는 은은한 즐거움을 잃어버리기엔 너무 아깝다.

[현장 시선] 김포, 애기봉평화생태공원만으로는 안된다

김포시는 남북 분단으로 낙후된 접경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고 주민의 복지 향상을 지원하는 ‘접경지역지원특별법’을 적용받고 있는 지역이다. 자연환경의 체계적인 보전·관리를 통해 국가의 경쟁력 강화와 균형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접경지역활성화는 DMZ의 평화적 이용과 관광·소비 기반의 지역경제 활성화, 주민 피해(소음 등) 대응을 함께 추진하는 방향이 핵심이다. 특히 DMZ 관광자원 개발을 ‘보전과 관광’ 패러다임으로 접근하고 규제·법제 개선을 통해 사업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김포시의 접경지역 지원사업은 애기봉평화생태공원이 대표적이다. 1978년 설치돼 노후한 기존의 애기봉 전망대를 철거하고 평화생태전시관, 조강전망대, 생태탐방로를 조성해 ‘애기봉 평화생태공원’으로 새롭게 단장했다. 세계적인 건축가 승효상씨가 설계한 건축물과 주변의 자연경관이 아름답게 어우러진 애기봉 평화생태공원은 평화가 가진 다양한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공간이다. 그러나 먹먹한 과거와 풍요로운 자연을 품은 애기봉 평화생태공원은 절반의 성공에 불과하다. 많은 관광객이 다녀가고 있으나 낙후 지역 주민의 소득사업과 연계하지 못해 주민 삶의 질 개선과 고용효과는 미지수다. 2026년 본예산 기준으로 애기봉평화생태공원 전망대의 세입예산은 7억9천340만원이고 세출예산은 21억9천489만원이다. 대표적인 접경지역지원사업이 매년 운영비 지원으로 적자가 불가피한 시설이라는 것이다. 김포시는 전망대에 유명 프랜차이즈를 유치하고도 적자만 보고 있는 것이다. 당초 지역주민과 전문가들은 애기봉평화생태공원사업과 연계한 관광벨트 사업 추진을 요구했다. 이를 위해 하성면 태산가족공원과 애기봉평화생태공원을 연결하는 관광도로를 접경지역지원 사업으로 2022년 200여억원을 확보했다. 관광도로 개설과 함께 관광도로 주변으로 볼거리와 먹거리, 대규모 체육시설 유치, 관광지 개발 등을 김포도시공사와 함께 진행 하는 민간제안사업도 검토되고 있었다. 김포시는 행정안전부에서 접경지역지원 사업으로 선정된 관광도로의 노선을 마을안길을 확장하는 계획으로 용역 발주 후 변경 검토하면서 현재까지 도로 개설이 장기간 지연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복합 관광지 개발사업은 대표적인 장치산업으로 민간의 막대한 재원 투자와 성공도 보장되지 않는 리스크가 큰 사업이다. 김포시의 애기봉평화생태공원도 200억원이 훌쩍 넘어가는 예산이 투입됐고 사업 기간도 10년 이상이 걸린 장기 부진사업이었다. 많은 공직자의 땀과 눈물, 노력의 산물이다. 그러나 애기봉평화생태공원 사업만으로 지역주민에게 돌아가는 이익은 없다. 연계사업의 큰 그림이 김포시 주도로 계획적이고 체계적으로 진행되지 못한 결과다. 김포시의 가장 큰 어려움은 북부지역과 남부지역의 균형개발이고 현재 북부권의 가장 큰 문제는 인구 감소가 심각하다는 점이다. 북부지역은 지금도 난개발로 인한 주거환경 악화 및 지역주민 소득 향상을 위한 대안이 없다. 민간 사업자들은 북부권의 경제 활성화를 위한 대규모 개발사업은 경제성이 없다고 한다. 김포시는 남부지역 위주의 각종 사업 추진과 지원으로 북부지역을 위한 지원조직과 예산은 찾아보기 어렵다. 2025년 경기도가 접경지역 발전을 위해 추진 중인 ‘평화경제특구’ 공모사업에 접경지역 시군 8곳 중 김포시만 지원하지 않았다는 보도는 북부권 주민의 강한 불만을 불러왔다. 또 군사보호구역의 완화는 남부지역 위주로만 이뤄지고 정작 북부지역은 몇 년째 군사시설보호구역의 완화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제 김포시는 김포 2035 도시기본계획 중 김포 북부권 종합발전계획에 수록된 ‘한반도의 미래를 여는 한강하구 평화생태도시’ 구현을 위해 매진해야 한다. 북부지역을 위한 김포시의 지원조직과 예산도 확보해야 한다. 북부권의 네 가지 목표 ‘살고 싶은 도시, 인구 20만 달성’, ‘잘사는 도시, 주민소득 50% 증대’, ‘가고 싶은 도시, 김포북부권 인지도 50% 제고’, ‘머물고 싶은 도시, 주민 만족도 60% 달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평화누리길 권역 관광자원 개발 및 활성화, 친환경 관광특구 조성, 주거환경 및 도로 인프라 개선을 통한 중심지 육성, 도·농 교류 활성화를 위한 계획을 구체적, 체계적으로 실현해야 한다. 김포시의 조직과 예산을 투입하고 김포도시공사를 활용해 민간의 자본을 유치해야 한다. 김포 2035 도시기본계획에 따라 북부지역의 경제 활성화와 균형개발을 위해 힘과 지혜를 모아 총력을 다해야 할 시점이다. 접경지역에서 오늘도 땀 흘리는 주민들에게도 희망과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천자춘추] 고교학점제 시대, ‘진짜 공부’

고교학점제가 전면화됐다.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을 스스로 선택해 이수하고 대학처럼 학점을 쌓아 졸업하는 제도다. 이러한 제도적 변화 앞에서 지역사회와 학부모들의 불안감은 극에 달했다. 주변의 학부모들을 만나면 “어떤 과목을 골라야 유리할까요”, “어느 학원에 보내야 바뀐 서술형 시험에 대비할 수 있을까요” 같은 질문을 많이 한다. 오랜 시간 교육 현장에서 아이들을 만나온 전문가로서 단언컨대 입시제도가 아무리 복잡하게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절대 명제가 있다. 그것은 바로 ‘아이 스스로 탐구하고 공부하는 힘’, 즉 자기주도성이다. 고교학점제의 핵심은 단순한 과목 선택이 아니라 깊이 있는 ‘진로 탐색을 통한 자기 이해’에 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분야에 소질이 있는지 스스로 깨닫는 과정이 선행될 때 아이들의 내면에서는 비로소 강력한 ‘학습 동기’가 태동한다. “이 분야를 더 알고 싶다”는 자발적 동기는 시켜서 하는 공부가 아닌 스스로 전문 서적을 찾아보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주도적인 심화학습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이것이 바로 바뀐 입시가 요구하는 탐구 역량의 실체다. 과거의 주입식 교육과 ‘학원 뺑뺑이’로 다져진 문제풀이 기술은 고교학점제라는 새로운 무대에서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이제는 학생부 종합전형뿐만 아니라 교과 전형에서도 학생이 어떤 문제의식을 느끼고 깊이 있게 탐구했는지를 평가하는 시대다. 남이 차려준 밥상을 받아먹기만 하던 아이들은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순간 스스로 밥상을 차려야 하는 상황 앞에서 무력하게 무너지기 십상이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을 스스로 공부하는 인재로 키우기 위해 가정에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바로 눈앞의 점수가 아닌 평생 가는 ‘5대 학습 체력’을 길러주는 것이다. 아이에게 공부의 이유를 찾아주는 ‘동기’, 유혹을 이겨내는 ‘조절’, 효율적인 ‘시간’ 관리, 자신이 무엇을 알고 모르는지 파악하는 ‘메타인지’, 그리고 이 모든 지식을 흡수하는 뼈대인 ‘문해력’이 바로 그것이다. 이 다섯 가지 프레임이 단단히 구축된 아이는 제도가 아무리 춤을 춰도 흔들리지 않는다. 교육 환경의 변화는 우리 아이들에게 위기가 아닌 기회가 될 수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아이의 성향을 정확히 짚어내고 스스로 달릴 수 있는 공부 근육을 키워주는 어른들의 현명한 가이드다. 불안의 눈을 감고 본질의 눈을 뜰 때 비로소 경기 교육의 백년지대계가 시작될 것이다.

[이왕휘의 세계는 지금] 경제안보 굳건하게 만든 이재명 정부 1년

지난 1년간 우리 경제안보는 다양한 내우외환에 시달렸다. 안으로는 대통령 탄핵 이후 대통령 권한대행이 세 번이나 바뀔 정도로 혼란한 상황 속에서 인수위원회도 없이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산업 경쟁력 강화 정책을 추진해야 했다. 밖으로 이재명 대통령은 관세전쟁을 일으킨 트럼프 행정부와 협상을 통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중동전쟁의 피해를 차단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경제안보 정책의 성과는 주가지수에 잘 반영돼 있다. 지난해 6월4일 2,770.84였던 코스피는 1월22일 공약으로 제시했던 5,000을 넘어 올해 6월 1일 8,788.38로 치솟았다. 우리 경제안보에 대한 신뢰가 없었다면 해외 투자자뿐만아니라 국내 투자도 우리 증권시장을 외면해 1년 동안 3배 상승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경제안보를 강화한 가장 중요한 요인은 한미 관세 협상의 타결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8월과 10월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에 향후 10년간 3천500억달러를 투자하는 조건으로 상호 관세 및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인하하는 데 성공했다. 경쟁국에 비해 더 높은 관세를 내지 않게 돼 우리 수출상품의 경쟁력이 약화되지 않았다. 물론 대미 투자 금액이 외환보유액의 약 80%를 웃도는 막대한 규모여서 부담이 없지 않다. 그렇지만 대미 투자는 우리 기업이 미국의 첨단 산업에 진출할 기회의 창을 열어줬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 특히 미국의 조선업 재건을 위한 MASGA 프로젝트는 우리 조선사의 대미 진출의 교두보가 됐다. 경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승인한 원자력 추진 잠수함 사업이 순항하면 조선 협력은 한미동맹 현대화의 중심축으로 도약할 것이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 관계 개선도 경제안보에 매우 긍정적인 효과를 줬다. 지난 정부에서 한중 관계가 악화돼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은 보이지 않는 견제와 차별에 시달렸다. 이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및 올해 1월 시진핑 주석과 두 정상회담을 가진 후 한국의 ‘핵심 기술·자본’과 중국의 ‘저렴한 노동력’이 결합하던 수직적 분업에서 양국이 서로 경쟁하고 협력하는 수평적 협업(산업 내 무역)으로 전환되고 있는 현실에 맞추기 위한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에 가속도가 붙었다. 비자 면제 조치의 도입으로 문화 및 인적 교류가 늘어나면서 양국 모두에서 상대방에 대한 혐오 정서도 점진적으로 완화되고 있다. 한일 관계의 안정적 관리도 경제안보에 큰 도움이 됐다. 야당 대표로서 일본에 강경한 태도를 고수했던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이시바 총리 및 다카이치 총리와 셔틀 외교를 일관성 있게 추진하고 있다. 최고 지도자 사이의 친교가 증진되면서 2019년 일본제철 강제징용 소송 배상 판결 직후 소재·부품·장비에 대한 수출통제 같은 경제 제재에 대한 우려는 거의 해소됐다. 2026년 3월 체결된 ‘한일 공급망 파트너십’ 성과를 바탕으로 양국은 액화천연가스(LNG) 및 원유 수급 관련 정보 공유와 소통 채널을 강화하고 있다. 우리가 일본이 주도하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가입하면 경제 협력은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으로 도약할 것이다.

[기고] 국민에게 다가가는 이천호국원

짧았던 봄이 지나고 국립이천호국원에는 여름을 준비하는 풍경이 완연하다. 아이를 동반한 참배객들이 밝은 웃음을 지으며 묘역뿐 아니라 태극기가 가득한 태극동산과 무궁화 사이를 거니는 일도 많아졌다. 늘어난 참배객들에게 새로 단장한 건물과 전시실을 선보일 수 있어 기쁘지만 한편으로는 이곳을 더 잘 관리해야겠다는 책임감도 느껴진다. 우리나라를 떠올릴 때 태극기와 무궁화가 가지는 위상은 남다르다. 국가기념일이나 각종 행사는 물론이고 국제 스포츠 등의 대회에서도 국위를 선양하면 태극기를 게양하고 애국가를 부른다. 우리 민족의 얼과 염원을 담은 태극기의 태극 문양은 우주 만물이 음양의 조화로 생명을 얻고 발전한다는 진리를 내포하고 건곤감리는 우주의 원리나 자연과의 조화를 상징한다. 무궁화는 영원히 피고 또 피어 지지 않는 꽃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고 옮겨 심거나 꺾꽂이를 해도 잘 자라고 공해에 강해 우리의 무궁한 발전과 번영을 기원하는 마음을 잘 나타낸다. 국립이천호국원은 진입 도로에 무궁화를 심었고 호국원 울타리는 태극기 물결을 이뤘다. 또 호국원 내부에는 무궁화동산을 조성하고 주변 산림지역과 연계한 호국원 둘레길을 만들었다. 국가를 위해 헌신하신 유공자를 추모하는 신성한 곳임을 알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방문객의 편안한 휴식 공간으로 변모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호국전시실에는 최신 정보통신기술을 적용한 현대적 전시 기법을 도입해 관람객의 눈높이에 맞는 스토리텔링과 전시 환경을 만들어 국민과 소통하는 역할을 한다. 전시실은 나라를 위해 헌신한 호국영웅들에게 영광을 바치고 그들의 희생으로 지켜진 대한민국의 가치를 미래의 유산으로 전하는 공간이다. 세대와 시대의 경계를 허물고 이어주는, 영웅들과 관람객이 자연스럽게 만나는 전시 경험을 할 수 있다. 어린이체험관도 별도로 마련했다. 어린이들이 놀이와 체험활동을 통해 호국영웅에 대한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새기고 미래세대가 지켜 나가야 할 소중한 역사를 배우는 등 나라 사랑 정신을 함양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처럼 국립이천호국원은 국립묘지의 엄숙한 추모 공간 역할을 넘어 국가유공자와 유가족, 청소년, 일반 국민 누구나 찾고 싶은 호국 테마공원으로 거듭나고 있다. 2017년 4월 국가유공자 5만위 안장이 완료됐고 수도권에 위치해 방문이 용이한 국립이천호국원으로의 안장을 희망하는 유가족의 간절한 염원을 담아 실내 봉안당 5만기 증설을 추진해 지난해 준공했다. 지난해 7월7일 국가유공자 안장을 재개한 이후 1년여 만인 올해 6월 기준으로 배우자를 포함해 유공자 1만여위를 모시게 됐다. 참전유공자의 고령화 및 소방 및 경찰공무원 등으로 안장 대상이 확대돼 이천호국원에 안장하려는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후손들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희생한 호국영웅들의 공훈을 기억하고 추모하기 위한 국가유공자 안장 서비스 향상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천호국원에서는 평일, 주말, 공휴일, 명절을 가리지 않고 매일 유공자들의 안장을 진행하고 있으며 특히 명절 연휴에는 호국원 직원들이 무연고 묘소에 참배하고 호국원 방문이 어려운 유가족을 대신해 헌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유골이 없는 유공자의 위패를 봉안하기 위해 향후 위패 봉안탑을 추가로 마련하는 등 국가유공자에 대한 예우에 소홀함이 없도록 세심하게 살펴볼 것이다. 국가가 끝까지 책임지는 보훈을 실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임무다. 일상에서 우리가 누리는 평화는 국가를 위해 희생하신 영웅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그분들의 헌신을 기억하고 그 숭고한 정신을 이어받아 미래세대에 소중한 자산으로 전승해야 할 것이다. 태극동산을 지나는 길에 밝은 얼굴로 사진을 찍는 가족 참배객을 만났다. 유가족들의 얼굴에는 나라를 위해 희생한 조상을 좋은 곳에 모셨다는 자부심이 보였다. 손가락으로 하트 모양을 그리며 웃고 있던 초등학생 또는 유치원생으로 보이는 아이들은 아직 그러한 대의를 이해하기엔 어린 나이일 것이다. 그럼에도 가족과 함께한 시간 속에 어렴풋이나마 이곳의 경험을 살려 호국보훈의 가치를 마음에 새긴 삶을 살아가길 기대해 본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사설] 도지사와 용인·성남시장, 반도체에 정당은 없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부문 흑자 전망이 나왔다. 실적 회복 궤도에 올랐음을 의미한다. 조 단위 적자로 시작한 지 4년 만이다. 효과는 경기도 반도체 산업으로 이어진다. 역사적·기술적 본산은 화성 캠퍼스다. 생산 규모의 본산은 평택이다. 지역에 투자 확대와 고용 창출이 기대된다. 평택-화성-기흥-이천은 메모리 벨트의 핵심이다. 세계 D램 시장 1,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핵심 생산시설이 모여 있다. 반도체의 위상이 곧 경기도의 위상이다. 6·3 지방선거가 반도체로 뜨거웠다. 해당 지역의 모든 정당이 약속을 했다. 추미애 경기지사 후보도 반도체 9대 공약을 냈다.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 협력업체 육성 등이다. 그 약속에 민주당 후보들이 함께했다. 그 속에 용인시장과 성남시장은 없었다. 국민의힘 소속이다. 각자의 공약을 냈다. 이상일 용인시장은 반도체 산단 프로젝트를 내놨다. 신상진 성남시장은 AI·반도체 산업 생태계를 약속했다. 차이 없는 공약들이다. 묶어도 이상하지 않다. 정치색이 강했던 건 반도체 산단 이전설이다. 하지만 이 역시 큰 틀에서는 수성(守城)이라는 같은 목소리다. 이상일 용인시장은 강경했다. 이전론을 “국가 경쟁력을 훼손하는 주장”이라고 힐난했다. 공정률, 행정절차 등을 들어 이전 불가 논리를 폈다. 대통령과 정부를 향해 “이전 불가 입장을 분명히 밝히라”고 요구했다. 추 당선인도 근본 방향은 다르지 않다. 주목받은 발언이 있었다. 당내 광역단체장 후보들 앞에서 했던 말이다. “(경기 남부) 반도체 벨트가 속도감 있게 추진돼야 한다. 이것을 분산한다는 말이 (당에서) 절대 나오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같은 반도체 지키기 노력이다. 차이는 전달 대상뿐이다. 이 시장은 정부에 말했고, 추 당선인은 당에 말했다. 2002년 월드컵도 선거 때는 정치였다. 여당이던 새천년민주당이 유치부터 속도를 냈다. 야당이던 한나라당은 예산과 추진 방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 이견이 부딪힌 것이 1998년 지방선거와 2000년 총선이었다. 선거가 끝나고 월드컵이 다가오자 상황은 달라졌다. 여야가 ‘국가적 성공’에 협력했다. 그렇게 2002년 월드컵의 신화는 만들어졌다. 선거가 대결이라면 행정은 협력이다. 6·3 지방선거가 끝났다. 이제 투쟁이 아니라 협력의 시간이다. 더구나 방향이 다르지 않은 경기도 반도체다. 갈라설 게 뭐 있고, 대립할 게 뭐 있나. 추미애 도정과 이상일·신상진 시정 모두 도민의 삶이다. 경쟁할 대상은 미국이고, 대만이고, 중국이다. 이제 경기도 반도체에서 정당을 걷어내자.

[사설] ‘투표용지 참사’ 성난 대학가... MZ세대를 다시 본다

이번 투표용지 사태를 보노라면 한숨이 난다. 해외 언론들도 대서특필이다. ‘K-대한민국이라더니 이게 뭐지’ 하는 듯하다. 점입가경이다. 선거 당일 투표용지 부족 투표소가 50곳에서 91곳으로 늘었다. 청주에서는 멀쩡한 유권자 1천여명이 투표인 명부에서 사라졌다. 정말 ‘이게 뭡니까’다. “앞으로 투표용지 떨어지기 전에 오픈런이라도 해야 하나” 얘기도 나온다. 참으로 궁금하다. 우리 K-선관위는 투표용지에 왜 그리 인색했을까. 애초에 정부가 예산을 깎아 버렸나. 그깟 몇 푼 된다고. 아니면 이면지로 쓰거나 암표상에 넘기려 빼돌렸나. 또 아니면 ‘6·3 투표지’가 먼 나중 금값 될 줄 미리 알았나. 서울 잠실 올림픽공원 일대만이 아니다. 특히 2030세대들이 절차적 불공정에 성이 났다. 인천 대학가에서도 ‘선관위 규탄’ 한목소리다. 인하대, 인천대, 경인교대, 가천대 메디컬캠퍼스, 청운대 인천캠퍼스, 안양대 강화캠퍼스 등 빠진 데가 없다. 4일 청운대가 맨 먼저 성명을 냈다. 선관위의 참정권 침해와 직무유기를 규탄했다. 5일 인하대 총학생회도 학교 누리집,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입장을 올렸다. ‘선관위의 명백한 선거 관리 실패와 유권자 참정권 침해를 규탄한다’고 했다. ‘투표소의 어느 누군가는 끝내 권리를 행사하지 못한 채 투표소를 떠났다’고도 했다. 인천대 총학생회도 5일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든 참담한 행정 참사’라며 가세했다. 인천 대학생들은 이번 사안의 성격을 분명히 했다. 정파 간 논쟁이 아닌 유권자 권리 보장의 문제임을 특히 강조했다. 그간의 ‘부정선거 음모론’과는 확실히 선을 그은 것이다. 과거 나라가 못 살던 시절, 선관위는 비상설 기구였다. 선거 때면 공무원, 교사들이 파견돼 훌륭히 치러냈다. 이제는 전국 수백 곳에 하부 기구를 거느린 거대 조직이다. 그런데도 ‘소쿠리 투표’에다 ‘채용비리 가족회사’ 소리를 듣는다. 엊그제 이번 사태에 대한 4부 요인 회동이 있었다. 원래 5부 요인 자리이지만 중앙선관위장은 배제됐다. 선거 관리 하나 제대로 못하면 존재 이유가 뭔가. 인적 쇄신을 포함한 환골탈태가 시급하다. 이번 MZ세대의 분노에 대해 대통령도 평가했다. “참으로 귀하고 존경할 만하다.” M1 소총을 ‘에무원’으로 발음하던 세대들은 ‘에무지’라 읽는 MZ세대다. 그들은 특히 절차적 공정, 절차적 정의에 민감하다고 한다. 그래야 결과적 정의도 가능할 것이다. 지금 우리는 미래 세대에 대한 믿음과 큰 희망을 보고 있다.

[지지대] 유종의 미

유종지미(有終之美)라는 말이 있다. 흔히 ‘유종의 미’라고 일컫는다. 한번 시작한 일을 끝까지 잘해 좋은 결과를 냈다는 의미다. 우리는 모든 일의 마지막 순간, 이 유종의 미라는 말을 꺼낸다. 처음 만났을 때보다 헤어지는 그 순간의 안녕이 더욱 기억에 남고, 결국 첫 만남보다는 끝나지 않은 헤어짐의 순간이 그 사람과의 세월을 규정 짓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해보면 지방선거가 끝나고 새로운 지방정부의 탄생을 앞둔 지금 이 시기가 정치인들에게는 ‘유종의 미’를 정하는 가장 중요한 순간일 것이다. 9일 경기도의회가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마지막 회기를 열었다. 16일간 이어지는 회기를 통해 도의회는 그동안 끝내지 못한 과업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12대 도의회에 자리를 내준다. 78 대 78. 동수로 시작했던 경기도의회다. 치열하다는 말로는 부족한, ‘사사건건 부딪치는’ 모습을 보였다. 반대를 위한 반대, 내 이익을 앞세워 지역주민의 공익을 등한시하던 모습, 독단적으로 특정인이 의회를 좌지우지하며 뒤흔들던 모습. 모두 경기도의회에서 벌어졌던 일이다. 물론 처음부터 끝까지 그랬던 건 아니다. 국민의힘 원내대표단이 교체되면서 도의회도 달라졌다. 협력과 화합을 더 중시하기 시작했고 불필요한 갈등은 과감히 끊어냈다. 만약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다면 도의회에는 더 많은 변화가 찾아왔을지 모른다. 12대 경기도의회가 이제 곧 출범한다. 이번엔 144 대 22 대 1 구도다. 민주당이 독주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독단이 가져오는 부작용을 11대 도의회는 봤다. 권력을 사유화하면 얼마나 위험한지도 배웠다. 12대 도의회의 마지막 성적표는 11대 도의회 마지막에서 얻은 교훈이 결정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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