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농협의 소유자는 해당 지역의 조합원 농민이다. 농협중앙회는 전국 조합들이 모여 만든 협동조합 조직이다. 이 역시 궁극적인 주인은 조합원 농업인 전체다. 농협의 이익(사업 잉여금)도 당연히 조합원에게 배당된다. 조합장·이사 등은 조합원이 위임해 준 자리에 불과하다. 농민을 위해 봉사하는 임원이 돼야 한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다. 농협 이익금이 임원들에게 과하게 흘러 들어가고 있다. 이번에는 시흥 군자농협이다. 조합 운영 과정에서 열리는 각종 회의가 있다. 이사회 및 총회는 연간 15~20회 열린다. 여기에 조합장과 상임이사를 포함해 14명이 참석한다. 이때 회의비가 지급되는데 그 액수가 1인·1회 90만원이다. 몇 시간 회의 참석하고 받아가는 돈이다. 임원 한 명이 연간 1천300여만원의 회의비를 받는 꼴이다. 임원진 14명의 전체 회의비가 엄청나다. 연 15회가 열렸다면 1억3천500만원, 연 20회가 열렸다면 1억8천만원이 책정되는 것이다. 또 다른 ‘회의비 잔치’는 대의원이다. 69명의 대의원이 있다. 정기·수시·선거 대의원 총회를 합쳐 연평균 세 번 정도 회의가 있다. 1인당 회의비가 60만원이다. 전체 들어가는 회의비 예산이 1억4천여만원이다. 세 번을 참석하는 대의원이면 180만원을 받는다. 대의원은 조합장선거 때 투표권을 갖고 있다. 선거를 기준으로 보면 유권자인 것이다. 유권자에게 지급되는 과도한 금품이다. 단순히 액수의 문제가 아니라 선거 공정의 문제다. 군자농협만 지목하려는 것은 아니다. 최근 국정 감사에서 농협 회의비 실태가 폭로됐다. ‘한번에 100만원, 연간 수천만원’ 사례가 확인됐다. ‘회의 불참 임원에게도 회의비 지급’ 사례도 나왔다. 곳곳에서 불거지는 회의비 나눠 먹기 행태다. 근본적 출발은 잘못된 관행과 규정에 있다. 명확한 근거 없이 관행처럼 운영되고 있다. 회의비를 일종의 수당 지급으로 여기는 인식도 잘못이다. 투명하지 않은 밀실 행정이 이런 구조를 가능하게 했다. 마침 농협중앙회가 지난 14일 관련 의지를 보였다. 전 계열사 임원 보수체계 전면 개편이다. 경영 성과 연계, 보수 감액 조치 등을 담고 있다. “투명하고 공정한 보상 시스템으로 국민 신뢰를 받겠다”고 했다. 군자 농협은 본보에 이렇게 밝혔다. “총회에서 조합원들이 결정한 사안이다.” 그래서 궁금하다. 어떤 규정을 말하는 것인가. 그 규정은 언제 만들어졌나. 농협중앙회의 개혁정신은 반영한 규정인가. 이 부분에 대한 답도 해야 한다. 3천285명 조합원과 15만2천173명 준조합원이 있다. 임원 11명이 받아가는 억대 회의비를 살펴볼 권리가 있다. 회의비 집행의 세세한 내역을 공개하면 좋겠다.
‘양평군 공무원 사망 관련’ 감찰 결과가 나왔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벌여 온 자체 감찰이다. 특검은 조사에 관여한 경찰관 3명의 파견을 해제했다. 요청한 해제 일자는 다음 달 1일이다. 하지만 조사 당시 허위 진술 강요 정황은 ‘현 단계에서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특검에 징계권·수사권이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파견 해제’는 수사팀 배제라는 사실상의 지휘 조치다. 하지만 ‘강압 여부’는 유보했고 경찰의 감찰 단계로 넘겼다. 감찰 대상은 ‘공흥지구’ 수사팀이었다. 감찰 대상은 팀장 및 수사관 등 4명으로 모두 경찰이다. 팀장을 뺀 경찰 3명 모두를 파견 해제한 것이다. 특검의 감찰은 사망한 공무원 A씨의 메모에서 기인했다. “회유와 강압에 지치고 힘들다”, “수사관의 무시 말투와 강압에 전혀 기억도 없는 진술을 했다”는 부분이 등장한다. 특검은 ‘강압은 없다’고 밝혔지만 공무원 사회 등의 여론이 악화됐다. 특검이 입장을 바꿔 ‘감찰 수준의 조사’를 해왔다. 한계 있는 자체 감찰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숨진 A씨의 핵심 진술은 김선교 의원(국민의힘) 관련이다. 김건희 여사 일가와의 연루 부분이다. A씨가 남긴 생전 메모에 이 부분이 특정돼 있다. “(김 의원과 관련해) 사실과 다른 진술을 했다”는 표현이다. A씨의 조사가 강압으로 인정되면 A씨의 조서는 증거 능력을 잃게 된다. 김 의원 수사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A씨 변호인 측에서 처음부터 특검 감찰을 미더워하지 않은 이유다. 사실 경찰의 감찰에서도 단정적 결론이 나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의혹 자체가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있었던 상황이다. 시공을 달리하는 경찰의 감찰이 갖는 한계가 있다. 비슷한 처지에 공무원들 주장은 있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도 숨진 A씨의 주장을 직접 증명하지는 못한다. 강압을 주장한 일방은 사망했다. 강압을 부인하는 일방만 있다. 여기에 1차 조사라 할 특검 감찰은 ‘강압 단정 불가’로 나왔다. 결론이 바뀔 가능성이 높지 않다. 다만 주목되는 건 경찰에 접수된 고발 사건이다. 지난달 22일 국민의힘이 수사 관련자들을 고발했다. 민중기 특검의 특별검사보, 수사관 3명, 팀장 등이다.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다. 이 사건이 현재 서울경찰청에 있다. 입건된 만큼 결론이 내려져야 한다. 경찰 3명의 혐의 또는 무혐의를 밝혀야 한다. 여기에 특검이 넘긴 감찰이 이번에 겹쳤다. 결국 숨진 양평 공무원 주장의 결론은 고발과 감찰이 만나는 어느 지점일 듯하다.
아기 울음소리는 요즘 가장 듣고 싶은 소리 가운데 ‘0순위’다. 예전에도 반갑긴 마찬가지였다. 오죽하면 “온 동네 떠나갈듯 울어 젖히는 소리”로 시작되는 유행가까지 있었을까. 1970년대 발표된 가람과 뫼의 ‘생일’이란 노래가 그랬다. 당시는 정부가 아기 낳기를 제한할 정도로 지금과는 사회적 분위기가 달랐다. 그런데도 “응애응애” 하며 태어나는 아기를 보면 흐뭇했다. 신생아 수가 늘고 있다는 통계(경기일보 27일자 8면)가 나왔다. 지난해 7월부터 15개월째다.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올해 9월 출생아 수는 2만2천369명으로 지난해 9월보다 1천780명으로 8.6% 늘었다. 2020년 9월(2만3천499명) 이후 가장 많은 수를 기록했다. 올해 7~9월 출생아 수는 6만5천3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천767명(6.1%) 늘었다. 1~9월 누계 출생아 수는 19만1천4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만2천488명 증가했다. 같은 기간 기준으로 18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셈이다. 출산율도 올랐다. 9월 합계출산율은 0.85명으로 지난해 9월보다 0.06명 증가했다. 3분기 합계 출산율은 0.81명으로 0.04명 늘었다. 출산 증가세는 30대에서 두드러졌다. 3분기 연령별 출산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29세는 0.1명 감소했지만 30~34세 2.4명, 35~39세는 5.3명 각각 는 것으로 집계됐다. 혼인도 증가세다. 지난해 4월부터 18개월째 늘고 있다. 9월 혼인 건수는 1만8천462건으로 지난해보다 3천95건(20.1%) 늘었다. 증가 폭과 증가율 모두 9월 기준 역대 1위다. 물론 숫자의 단순한 나열인 만큼 쉽게 다가오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반세기 전 아기 울음소리를 노래한 대중가요의 후렴은 이렇게 끝이 난다. “하늘은 맑았단다/구름 한 점 없더란다/나의 첫 울음소리는 너무너무 컸더란다”. 집집마다, 골목마다 아기 울음소리가 넘치는 세상 만들기는 어려운 걸까.
실크로드 관문인 당나라 시대 유적인 위먼관(玉門關)과 양관(陽關)을 보러 갔다. 위먼관은 둔황에서 90㎞ 서쪽에 있다. 당나라 시대 만리장성 서쪽 끝은 명나라가 만든 자위관(嘉峪關)보다 500여㎞ 서쪽인 이곳을 위먼관이라고 한다. 둔황을 조금만 벗어나면 메마른 허허벌판 사막의 연속이다. 위먼관으로 가는 중간에 사막에서 희귀한 자연현상인 ‘신기루’를 목격했다. 멀리 사막 앞에 파란 호숫물이 넘실대는 모습이다. 영락없이 푸른 물이 가득한 호수처럼 보인다. 필자와 아내를 비롯한 일행이 환호성을 지르며 신기루 현상을 자세히 보려고 차를 세우고 내려 사진을 찍는다. 빛이 투과되는지 사진에 나타나지 않는다. 신기루라는 단어는 인생의 허무함과 부귀영화의 덧없음을 비유할 때 ‘신기루 같은 인생’ 식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7월 하순 작열하는 사막의 위먼관으로 가는 길은 한산하다. 위먼관에 도착하니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는 ‘위먼관’ 표지석과 ‘소반반성’ 표지석이 나란히 서 있다. 매표소에서 위먼관 유적까지 불과 300여m 걷는데도 사막의 혹서에 땀이 줄줄 흐른다. 위먼관은 한나라, 당나라 시대 사용하던 최전방 국경 관문, 군대 주둔지, 사신이 묶어가는 ‘역참’ 시설이었다. 역참은 사신이나 전령 등에게 말을 빌려주고 식사와 숙박을 제공하는 역할을 했다. 우리가 ‘사주에 역마살(驛馬煞)이 끼었다’에서 역마살이라는 단어는 역참에서 유래한 것이다. 흙벽돌로 지은 위먼관 망루는 천 수백 년 세월을 잘 이겨내고 보존 상태가 양호하다. 위먼관의 텅 빈 내부 공간은 지붕은 없어 하늘이 그대로 보인다. 지붕으로 사용되던 나무로 만든 서까래와 대들보가 삭아 없어졌기 때문이다. 위먼관을 감싸는 흙벽의 두께가 어림잡아 2m 이상 돼 적군이 공격해도 끄떡없을 것 같다. 한나라가 처음 만들고 당나라가 보수해 사용했으니 2천년은 됐을 것이다. 위먼관 바로 옆에 유목민들이 침입하면 둔황 사령부에 연락하는 ‘봉화대’ 유적이 들판에 남아 있다. 지금 이곳은 황량한 허허벌판이지만 당나라 시대에는 군인이나 여행객이 이용하는 오아시스와 군인 가족이 사는 작은 마을이 있었을 것이다. 위먼관을 나와 70여㎞ 북서쪽으로 이동하면 ‘아단 지질공원’ 또는 ‘마귀성’이라고 부르는 지질공원이 있다. 마귀성 가는 길 옆에 중국 우주군 군대 기지의 긴 철조망을 지나간다. 자동차로 철조망 울타리를 통과하는 데 30분 이상 소요되는 것으로 미뤄 그 면적이 얼마나 큰지 상상해 본다. 마귀성에 도착하니 오후 4시다. 바람의 풍화작용으로 형성된 기암괴석 바위 지형이다. 바람 불 때 귀신 우는 소리가 들린다고 해서 이름이 마귀성이다. 마귀성 관람에 버스로 두 시간 소요된다는 직원의 설명을 듣고 관람을 포기했다. 실크로드의 중요한 관문 중 하나인 양관을 해지기 전에 들러야 한다. 양관은 둔황에서 서쪽으로 70여㎞ 떨어진 국경 관문이다. 사막의 작은 산봉우리에 토성 형태만 남은 당나라 시대 양관의 흔적이 나타난다. 양관은 실크로드의 두 갈래 길, ‘서역남로와 서역북로’가 갈라지는 지점이다. 양관은 과거 당나라에 들어오는 상인, 여행객 등이 입국할 때 출입증을 받고 출국할 때 출입증을 확인했던 관청이다. 매표소 입구에 한무제 때 실크로드 개척자 ‘장건’ 동상이 우리를 맞이한다. 양관 건물의 정문에 설치된 현판 휘호가 ‘청뇌헌(聽雷軒)’이다. 한밤중에 멀리 사막에서 들려오는 천둥소리를 귀 기울여 듣는다는 뜻이다. 양관의 남쪽에 눈 덮인 쿤룬산맥이 멀리 아스라이 보인다. 쿤룬산맥은 중국인들이 도교의 성지로 신성시하는 곳이기도 하다. 쿤룬산맥 아랫길로 ‘서역남로’가 있다. 둔황에서 이틀을 보낸 후 아침 일찍 400여㎞ 서북쪽에 있는 하미(哈密)로 향한다. 성(省) 이름이 ‘간쑤성’에서 ‘신장위구르자치구’로 변경된다. 서쪽으로 갈수록 건조한 ‘로프사막’의 황량함이 아름다운 고독감과 비장함을 느끼게 만든다. 시간이 멈춘 것처럼 사방으로 끝없는 광활한 사막만 펼쳐져 있다. 로프사막은 타클라마칸사막과 고비사막이 만나는 중간이다. ‘서역(西域)’은 둔황 서쪽 모든 미지의 땅을 의미했다. 이제부터 서역 여행의 본격적인 시작이다. 오늘 숙박지 하미는 타클라마칸사막 북쪽의 ‘서역북로’가 지나가는 사막 도시다. 하미로 가는 400㎞의 사막길은 오아시스가 거의 없다. 어느 곳은 검은색 사막이 나타나기도 하고 자갈이 많이 깔린 사막이 나타나기도 한다. 차량 밖 기온은 43도가 넘는다. 이런 혹서의 사막길을 물도 부족한 상태로 수십일 동안 걸어서 간다고 생각하면 그 어려움을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대당서역기를 저술한 현장 법사가 서기 629년 가을 하미로 가는 사막길 어려움을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아무리 주위를 둘러봐도 인적은커녕 하늘을 나는 날짐승도 없는 망망한 천지가 벌어지고 있을 뿐이다. 밤에는 귀신불이 별처럼 휘황하고 낮에는 모래바람이 모래를 휘몰아 소나기처럼 퍼부었다. 5일 동안 물 한 방울 먹지 못해 입과 배가 말라붙고 당장 숨이 끊어질 것 같아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 1천400년 전 현장 법사는 하미로 갈 때 현지인 안내인을 고용해 갔다고 한다. 밤중에 안내인이 강도로 돌변해 위협했다. 현장 법사는 강도로 변한 가이드에게 좋은 말 한 필을 주고 혼자서 사막을 걸어 갔다. 도중에 식수가 떨어져 사막에서 물 없이 5일을 걸었다. 현장은 목마름을 참지 못하고 늙은 말을 죽여 간을 먹었다고 한다. 현장 법사, 혜초 스님의 신발은 가죽으로 덧댄 간단한 샌들일 것이다. 현장 법사의 서역으로 가는 그림을 보면 짐을 가뜩 실은 지게를 메고 한 손에 작대기와 염주를 들고 있는 모습이다. 신장위그루 지역으로 진입하면서 고속도로에서 중국 공안(경찰)의 검문 횟수가 잦아지고 강도가 높아진다. 신장의 위구르족 테러 문제가 중국에 얼마나 큰 문제인지 피부로 느낀다. 하미까지 400여㎞의 고속도로를 통과하는 동안 여섯 번 공안의 검문을 받았다.
감지은니 보살선계경 권8은 보살 수행의 방법을 폭넓게 설명한 경전이다. 이 책은 유송(劉宋)의 구나발마(求那跋摩)가 번역한 ‘보살선계경’ 9권 가운데 제8권이다. 종이를 길게 이어 붙여 두루마리 형태로 만들었으며 펼쳤을 때의 크기는 세로 31㎝, 가로 1.3m다. 책 끝에 있는 간행기록을 통해 고려 충렬왕 6년(1280년)에 왕이 발원해 대장도감(大藏都監)에서 간행한 대장경 가운데 하나임을 알 수 있다. 안성시 소재 청원사의 삼존불을 금칠할 때 불상 속에서 나온 것으로 그 출처가 확실하며 보존 상태도 양호한 귀중한 책이다. 국가유산청 제공
지금 교육재정을 둘러싼 논의는 숫자와 제도에 갇혀 있다. 인천시교육청은 늘 예산이 부족하다고 말하지만 정작 학교 현장에서는 “그 돈이 도대체 어디에 쓰였느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학생들은 여전히 낡은 책상과 막힌 창문, 겨울마다 고장 나는 난방기 앞에 서 있다. 읽고, 걷고, 쓰는 일상보다 당장 교실 한 칸이 더 절실한데 예산은 언제나 학생이 아니라 ‘행정의 계산서’에서 시작된다. 예산은 학생이 체감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그럼에도 교육행정은 여전히 ‘무엇을 했는가’보다 ‘얼마를 집행했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성과를 평가하는 기준도 학생의 만족이나 학습의 질이 아니라 보고서 속 수치와 자기평가에 머물러 있다. 교육의 성과는 학생이 내리는 것이어야 하는데 지금의 평가는 시교육청 스스로에게 박수를 보내는 구조다. 이것이 바로 교육재정이 신뢰를 잃는 근본 이유다. 이제는 관점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예산을 수립하는 사람의 입장이 아닌 그 예산의 영향을 직접 받는 학생의 눈높이에서 계획돼야 한다. 학생이 학교에서 진짜로 불편한 것이 무엇인지, 교사가 교육 현장에서 가장 절실하게 느끼는 것이 무엇인지 그들의 목소리에서 정책의 우선순위가 정해져야 한다. 또 행정이 아니라 현장 중심이 돼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초 환경의 회복이다. 아무리 거창한 디지털 교육이나 미래교육을 이야기해도 한겨울에 난방이 꺼지고 여름에 창문이 닫히지 않는 교실이라면 그 교육은 공허한 이상일 뿐이다. 그다음 과제는 책임의 구조를 투명하게 만드는 일이다. 시교육청이 시민에게 보여줘야 할 것은 예산의 크기가 아니라 방향이며, 얼마를 썼는지가 아니라 왜 그곳에 썼는가다. 성과는 보고서나 수치로 포장하기보다는 학생들의 행복한 웃음으로 보여줘야 한다. 행정이 통계를 내세우기보다 교실의 숨소리를 읽어낼 때 교육재정의 신뢰는 자연스럽게 회복될 것이다. 교육재정의 본질은 지출의 양이 아니라 변화의 방향에 있는 것이다. 예산은 많을수록 좋은 것이 아니라 제자리를 찾아 쓸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그 제자리는 종이 위가 아닌 교실 안에서, 학생 곁에서 발견된다. 아이들이 웃고, 교사가 존중받는 학교는 거창한 개혁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가장 가까운 학교에서 가장 뒷전으로 밀리는 작은 시설의 개선만으로도 책임 있는 예산이 될 수 있다. 인천시교육감은 ‘읽고, 걷고, 쓰는 교육’을 이야기하지만 학생들이 바라는 건 한여름엔 시원한 바람이 부는 ‘교실’, 겨울엔 따뜻하게 머물 수 있는 ‘자리’, 하루 종일 안전하게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다. 이제는 방향을 논하기보다 마음의 초점을 바꿔야 한다. 교육이 학생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학생의 목소리로 세상을 듣는다면 그 순간 이미 변화는 시작될 것이다. 교실의 현실을 외면한 채 책상 위에서 짜맞춘 정책은 결국 다시 교실로 돌아와 실패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예산이 아니라 더 정확한 감각, 더 큰 구호가 아니라 현장을 향한 세심한 눈이다. 행정이 교실을 외면하는 순간 그 어떤 정책도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인천시교육청이 이 모든 질문에 해답을 찾지 못한다면 교육재정에 대한 비판은 앞으로 더 거세질 것이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겨울철은 화재 위험이 가장 높아지는 시기다. 주택 내 난방기구 사용 증가, 건조한 대기, 실내 체류 시간 증가가 겹치면서 작은 부주의도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이 시기만큼은 우리 스스로의 대비와 관심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경기도 소방재난본부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2000~2004년)간 겨울철 화재 발생 비율은 27.7%로 봄에 이어 두 번째로 높지만 인명피해율은 30.8%로 계절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겨울철 화재가 발생하면 피해가 더 커지고 특히 야간이나 밀폐된 실내에서 급격히 확산되기 쉽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최근 5년간 겨울철 화재 원인을 분석하면 전기적 요인(39.6%)과 부주의(41.2%)가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해 생활 속 작은 부주의가 큰 비극이 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또 겨울철 인명 피해가 가장 많이 발생한 장소는 주거시설로 분석돼 시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가장 기본적 장치가 바로 집 안에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현실에서 주택용 소방시설, 즉 단독경보형 감지기와 소화기는 대형 피해를 막는 가장 확실한 장치다. 단독경보형 감지기는 연기를 가장 먼저 감지해 경보를 울리기 때문에 잠든 가족을 깨워 대피 시간을 확보하게 해 인명 피해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장치다. 특히 겨울철 주택 화재의 가장 큰 사망 원인이 연기 질식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감지기의 설치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소화기 또한 초기 화재 진압에 있어 가장 즉각적이고 효과적인 대응 수단이다. 실제 현장에서도 불씨가 번지기 전에 소화기 한 번의 분사로 큰 피해를 막은 사례가 반복된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가정에서 소화기가 보이지 않는 곳에 방치되거나 아예 설치되지 않은 경우도 적지 않다. 시민 여러분께 반드시 실천을 당부드린다. 첫째, 단독경보형 감지기를 모든 방과 거실에 설치하고 월 1회 작동 점검을 반드시 실시해야 한다. 감지기는 설치가 매우 간단하고 건전지 교체만으로 오랜 기간 사용할 수 있어 유지 부담이 거의 없다. 특히 고령자·어린이 거주 가정은 경보음이 초기 대피 행동을 유도해 인명 피해를 줄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둘째, 소화기를 눈에 잘 보이는 장소에 비치하고 사용법을 가족 모두가 숙지해야 한다. 주방, 현관 등 접근성이 좋은 곳에 비치하면 돌발 상황에서도 빠른 대응이 가능하며 초기 1분의 대응이 전체 피해 규모를 결정짓는 만큼 그 효과는 매우 크다. 특히 주거시설이 겨울철 인명 피해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장소라는 점에서 소화기 비치는 생명을 지키는 최소한의 준비다. 주택용 소방시설은 값비싼 안전장비가 아니다. 조금의 관심과 작은 실천만으로 가족의 생명을 지킬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대비책이다. 이번 불조심 강조의 달을 계기로 모든 시민이 우리 가정의 안전을 다시 한번 점검하고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와 점검을 생활화하는 데 동참해주시기 바란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물난리 중 외유 강행, 해외 출장길 술판, 관광지 방문 일색.... 익숙하게 접해온 언론의 보도 내용이다. 지방의회 외유성 해외 출장 논란이 그칠 날 없다. 지난해 12월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방의회 국외 출장 문제를 분석 발표했다. 전국 243개 지방의회의 국외 출장 실태다. 모두 915건 출장에서 예산 355억원이 쓰였다. 전체 규모보다 주목할 건 내용이다. 공적인 사무와 무관한 일정, 탈·불법이 뒤섞이는 예산 집행 등이 난무했다. 당시 지적된 내용을 짚어 보자. 가장 만연했던 것은 항공료 조작이다. 항공권을 위·변조해 실제보다 많은 예산을 지출했다. 전체 출장 가운데 44.2%인 405건이 이랬다. 이렇게 유출된 돈이 18억원이다. 혈세로 술, 안주, 숙취해소제, 영양제, 해장국 사먹은 것도 19.5%(178건)다. 놀이시설, 국립공원 등 관광지 방문은 수도 없이 확인된다. 출장이 취소된 동료 의원 경비를 그대로 받아 쓴 경우도 많다. 너무 많아서 특정을 안 했다. 어제 행정안전부가 제재안을 내놨다. ‘지방의회의원 공무국외출장 규칙 표준’ 개정안이다. 김민재 차관이 ‘새로운 개정안을 전 지방의회에 권고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반하는 경우 예산상 페널티를 부여하겠다는 경고도 던졌다. 규칙 표준안은 지난 1월에도 개정 권고된 바 있다. 이번에 내년 임기 만료를 앞두고 다시 한번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래서인지 핵심도 임기 후반 단순 외유성 해외 출장을 방지하는 것이다. 의회 임기 말이면 국외 출장은 고삐가 풀린다. 지난 10월 김포시의회에서도 그런 문제가 불거졌다. 시장과 시의원 등의 임기 말 해외 출장 논란이다. 시와 의회에서는 ‘선진 행정 견학’으로 목적을 설명했다. 시민단체들은 ‘의원 졸업여행인가. 취소하라’며 비난했다. 발표된 개정안은 의지가 강하다. 임기 만료 1년 이하 지방의회의 국외 출장을 금지시켰다. 외국 정부 초청, 국제 행사 참석, 자매결연 체결 등의 경우만 허용했다. 공무국외출장심사위원회 구성과 기능도 강화했다. 시민단체 대표 또는 임원 포함을 의무화했다. 사후 관리 방안도 강화했다. 비위 정도에 따라 수사 의뢰도 열어놨다. 외유성 국외 출장의 고삐를 죄겠다는 의지가 분명하다. 다만, ‘권고’가 갖는 한계가 있다. 현장 운용 의지도 의문이다. 무용지물 심사위가 수두룩하다. 자기 출장을 자기가 심사하는 의원도 허다하다. 결국 개혁은 ‘정부 권고’가 아니라 ‘의회 자각’에 달린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