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는 지금 인구절벽과 지역소멸이라는 두 개의 거대한 파도 앞에 서 있다. 수도권으로의 인구 집중은 지방의 공동화를 가속시키고 고령화는 생산인구 감소와 복지비용의 급증으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 위기의 시대에 ‘체육’은 단순한 여가 활동을 넘어 지역의 생명력을 되살리는 사회적 투자로 주목받고 있다. 지방체육의 본질은 지역 고유의 문화를 담고 있다는 데 있다. 경북의 씨름, 강원의 동계스포츠, 전남의 해양레저처럼 지역이 가진 자원을 기반으로 한 체육 활성화는 단순한 경기 참여를 넘어 지역의 브랜드와 정체성을 강화한다. 지역 체육 인프라가 생활의 중심이 될 때 사람들은 더 오래 머물고, 청년층은 일자리를 찾으며, 지역의 공동체는 재생된다. 체육은 그 자체로 지역을 지탱하는 ‘생활경제’의 축이 될 수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이러한 흐름이 가시화되고 있다. 일본의 도쿠시마현 가미야마정은 인구 감소로 폐교 위기에 몰린 학교를 활용해 스포츠와 예술, 정보기술(IT) 창업을 결합한 커뮤니티 공간을 조성했다. 결과적으로 젊은층이 다시 돌아왔고 지역경제가 살아났다. 덴마크의 오덴세 역시 체육시설을 중심으로 한 ‘액티브시티(Active City)’ 전략을 통해 고령자의 사회 참여를 확대하고 국민건강보험 지출을 줄이는 성과를 냈다. 체육은 복지, 문화, 산업을 잇는 연결고리로 작동한 것이다. 한국의 지방체육도 이러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단순히 대회를 유치하거나 시설을 짓는 수준이 아니라 지역 특색을 살린 생활체육·스포츠산업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지역 대학과 체육회, 지자체가 협력해 스포츠를 기반으로 한 일자리와 창업을 지원하고 노년층의 참여를 촉진하는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한다. 체육은 의료비 절감에도 직접적인 효과를 낸다. 규칙적인 운동은 만성질환을 예방하고 정신적 안정과 사회적 관계망을 유지하게 만든다. 이는 곧 공공의료비 부담을 낮추고 ‘활동적 고령자(Active senior)’의 증가로 이어져 지역경제의 선순환을 촉진한다. 지방체육의 활성화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국가적 과제다. 지역에 뿌리내린 체육은 단순한 건강 증진을 넘어 인구정책, 복지정책, 경제정책이 교차하는 핵심축으로 기능할 수 있다. 일본과 북유럽의 사례처럼 체육을 삶의 중심에 두는 정책적 상상력이야말로 인구절벽 시대 대한민국의 새로운 생존전략이 될 것이다.
오피니언
경기일보
2025-12-02 19: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