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휘의 세계는 지금] 다케이치 오판과 트럼프 日 패싱

다케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지난달 7일 국회에서 대만 유사시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존립위기 사태’가 될 수 있다고 발언했다. 현직 총리가 대만 문제에 ‘존립위기 사태’라는 표현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외교적 파장에 대한 야당의 질의에 대해 다케이치 총리는 이 발언을 “특별히 철회하거나 취소할 생각은 없다”고 답변했다. 중국 정부는 이 발언을 하나의 중국 원칙과 중일 4개 정치 문서 정신의 위반으로 규정하면서 다케이치 총리를 맹렬히 비판했다. 쉐젠 주오사카 중국 총영사는 소셜미디어에서 다케이치 총리의 “그 더러운 목을 베어버릴 수밖에 없다”라는 극언까지 퍼부었다. 동시에 중국은 사드 배치 이후 한한령(限韓令)과 유사한 한일령(限日令)을 발동해 경제·인적 교류를 차단하고 있다. 이달 일본행 노선 5천548편 중 16%인 904편의 운항 중단이 결정됐으며 일본 영화 상영과 음악 공연 등이 예고 없이 취소되는 일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중일 갈등에 대한 일본 내 여론은 다케이치 총리에게 우호적이다. 마이니치신문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답변이 “문제가 있다”는 답변보다 두 배 많았다. 특히 보수층과 청년층에서 대중(對中) 강경론에 대한 지지도가 높게 나타났다. 반면 일본의 군사동맹국인 미국의 반응은 다케이치 총리의 예상을 크게 벗어났다. 트럼프 행정부의 인도태평양전략에 따르면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막기 위해 미국과 일본은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에서 공조해야 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시진핑 주석과 통화한 후 다케이치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대만 문제로 중국을 지나치게 자극하지 말라고 조언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다음 날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은 이 보도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부정했지만 일본 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일본을 무시했다는 저팬 패싱(Japan Passing)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 일본보다 경쟁국 중국에 더 경도된 이유는 경제에 있다. 관세전쟁 이후 악화된 인플레이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국과의 타협이 필요하다. 중국과 갈등이 격화되면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 관세를 낮출 수 있는 명분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또 중국이 대두 수입을 재개하지 않으면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11월 중간선거에서 농민의 지지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런 정치적 고려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이 중국을 자극하는 것을 원치 않았던 것이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달 17일 한국이 중국·러시아, 대만해협·남중국해를 연결하는 전략적 중심축이라고 주장하면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를 시사했다. 대만 문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을 오판했던 다케이치 총리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전략적 유연성에 신중하게 대응해야 한다. 미국이 자국의 사정에 따라 동맹국과 협의 없이 전략을 언제든지 수정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가 먼저 섣불리 나설 필요는 없다. 중국이 한한령을 부과했을 때 미국이 우리 기업의 피해를 줄이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않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천자춘추] 지방체육 활성화

한국 사회는 지금 인구절벽과 지역소멸이라는 두 개의 거대한 파도 앞에 서 있다. 수도권으로의 인구 집중은 지방의 공동화를 가속시키고 고령화는 생산인구 감소와 복지비용의 급증으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 위기의 시대에 ‘체육’은 단순한 여가 활동을 넘어 지역의 생명력을 되살리는 사회적 투자로 주목받고 있다. 지방체육의 본질은 지역 고유의 문화를 담고 있다는 데 있다. 경북의 씨름, 강원의 동계스포츠, 전남의 해양레저처럼 지역이 가진 자원을 기반으로 한 체육 활성화는 단순한 경기 참여를 넘어 지역의 브랜드와 정체성을 강화한다. 지역 체육 인프라가 생활의 중심이 될 때 사람들은 더 오래 머물고, 청년층은 일자리를 찾으며, 지역의 공동체는 재생된다. 체육은 그 자체로 지역을 지탱하는 ‘생활경제’의 축이 될 수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이러한 흐름이 가시화되고 있다. 일본의 도쿠시마현 가미야마정은 인구 감소로 폐교 위기에 몰린 학교를 활용해 스포츠와 예술, 정보기술(IT) 창업을 결합한 커뮤니티 공간을 조성했다. 결과적으로 젊은층이 다시 돌아왔고 지역경제가 살아났다. 덴마크의 오덴세 역시 체육시설을 중심으로 한 ‘액티브시티(Active City)’ 전략을 통해 고령자의 사회 참여를 확대하고 국민건강보험 지출을 줄이는 성과를 냈다. 체육은 복지, 문화, 산업을 잇는 연결고리로 작동한 것이다. 한국의 지방체육도 이러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단순히 대회를 유치하거나 시설을 짓는 수준이 아니라 지역 특색을 살린 생활체육·스포츠산업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지역 대학과 체육회, 지자체가 협력해 스포츠를 기반으로 한 일자리와 창업을 지원하고 노년층의 참여를 촉진하는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한다. 체육은 의료비 절감에도 직접적인 효과를 낸다. 규칙적인 운동은 만성질환을 예방하고 정신적 안정과 사회적 관계망을 유지하게 만든다. 이는 곧 공공의료비 부담을 낮추고 ‘활동적 고령자(Active senior)’의 증가로 이어져 지역경제의 선순환을 촉진한다. 지방체육의 활성화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국가적 과제다. 지역에 뿌리내린 체육은 단순한 건강 증진을 넘어 인구정책, 복지정책, 경제정책이 교차하는 핵심축으로 기능할 수 있다. 일본과 북유럽의 사례처럼 체육을 삶의 중심에 두는 정책적 상상력이야말로 인구절벽 시대 대한민국의 새로운 생존전략이 될 것이다.

[사설] 사라진 공여지 기금, 북부 주민 화났다

돌아보면 이렇다. 9월 경기 북부 주민에게는 낭보였다. 주한미군 반환공여구역 개발 기금 조례안이다. 2026년부터 10년간 3천억원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조례안은 이 기금 조성에 법적·행정적 근거가 된다. 경기도내 반환공여구역 대상지가 34곳이다. 173㎢다. 개발 가능성이 높은 곳은 22개소다. 의정부 8곳, 파주 6곳, 하남 1곳, 화성 1곳이다. 하지만 진행이 더디다. 지원 부족이 큰 이유다. 그래서 도가 모아보려는 기금이다. 기획재정위가 조례안 처리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분단으로 겪어온 고통에 대한 보상을 강조했다. 경기 남북 간 균형 발전의 의지도 밝혔다. 조성환 위원장(민주당)의 발언 기록이 있다. “김동연 도지사께서 기금 조성을 통해 미군 반환공여구역을 기업 도시, 문화 도시, 생태 도시 등으로 탈바꿈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저 또한 도의회 차원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던 만큼 이를 제도적으로 지원하고자 본 조례안을 제안하게 됐다.” 조례를 근거로 후속 조치가 급물살을 탔다. 무엇보다 기금 관리를 위한 준비가 중요했다. 주한미군 반환공여구역 개발 기금 심의 위원회가 출범했다. 해당 분야의 전문가 12명을 위원으로 위촉했다. 교수, 연구원, 변호사, 회계사, 건축사 등이다. 여기에는 경기도의회가 추천한 도의원도 있다. 10월22일 위원회가 열렸고 2개 안건을 처리했다. 그 안건들이 ‘2026년 300억 반영’을 전제하고 있다. 이게 경기도의회의 ‘300억원 약속’이다. 이랬던 ‘300억원’이 갑자기 사라졌다. 장래의 ‘추경’으로 밀려났다. 2026년도 본예산안 심사 과정이다. 경기도의회 민주당 결정이다. 대표의원이 취지를 설명했다. “김 지사의 치적 사업 중 불요불급한 예산을 삭감하고 민생·복지 예산을 확보하겠다.” 예산 편성의 원칙은 선택과 집중이다. 도의회는 그 균형을 감시 견제한다. ‘복지 투입’이 더 중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결식아동, 취약노인, 무연고 장례 등이다. 당연히 지원할 사업이다. 그런데 왜 하필 그 ‘300억원’일까. 석 달 만에 이렇게 바뀔 수 있나. 9월 조례안 통과 때는 ‘전폭 지원’을 공언했다. 10월 300억원 심의 때도 ‘의원 파견’으로 참여했다. 그래 놓고 석 달 만에 ‘급할 것 없다(불요불급)’라며 삭감했다. 그 사이 결식아동, 취약노인 등에게 사정 변경이라도 생겼나. 아니면 성추행 기소 의원 갈등의 연장인가. 이도 아니면 특정 도지사 후보가 던진 다른 형태의 ‘공여지 구상’ 때문인가. 아니면 다른 뭐라도 있나. 이 중에 어떤 사유도 북부 주민의 허탈감과 바꿔도 좋을 건 없다.

[사설] 테마파크가 공공성 해친다?...근시안적 사고다

인천 서구 수도권매립지에 국제경기 수준의 승마장이 있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을 위해 408억원을 들여 지었다. 그러나 이후 10년 넘게 방치돼 왔다. 전형적인 일회성 체육시설이다. 한 해 관리비만 2억원이다. 20여차례 운영사업자를 찾았으나 번번이 유찰했다. 대중 스포츠가 아니어서 사업성이 나오지 않았다. 올해 초 희소식이 전해졌다. 한화그룹의 민간투자를 유치한 ‘전국 최초’ 아쿠아리움 테마파크 개발이다. 놀이시설 등을 갖춘 돔 형태의 실내 테마파크와 아쿠아리움 등이다. 서울 잠실 롯데월드 수준의 복합레저공간 구상이다, 그런데 이 또한 암초를 만났다고 한다. 수도권매립지 테마파크 사업이 반쪽짜리로 전락할 위기라고 한다. 테마파크는 사라지고 아쿠아리움 등의 유원지 형태로 줄이려 한다. 기획재정부 민간투자사업 사전 심의 때문이다. ‘수익시설 비중이 과도해 공공성이 미흡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한화가 핵심 콘텐츠인 돔형 실내 테마파크를 빼는 방향으로 수정에 들어갔다고 한다. 대관람차, 야외 체험시설 등의 관광형 생태공원만 남게 된다. 결국 당초 계획과 달리 ‘자연친화형 유원지’로 바뀔 것이라는 우려다. 전체 사업비도 2천500억원에서 1천100억원 수준으로 줄어든다. 사업을 축소한다 해도 불확실성은 남아 있다. 이번엔 사업의 대폭 축소로 사업성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수도권매립지 특성상 복잡한 행정절차가 따른다. 기후부와 인천·서울·경기의 동의를 거쳐야 한다. 기재부의 민간투자사업 심의를 최종 통과해야 하는 난관도 있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SL공사)는 추후 단계에서 테마파크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사업 추진이 원활하지 않으면 백지화도 검토할 방침이다. 이러면 다시 어려운 승마장 활용으로 되돌아간다. 한화그룹 측도 승마장의 활용도를 살려 승마시설을 좀 더 늘리는 방안의 테마파크도 구상한다. 인천시도 공공성과 환경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재설계 할 방침이다. 인천시는 여전히 인천을 대표하는 문화·관광·휴양시설로 자리잡도록 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너무 소극적인 대응이라는 생각이다. 기재부 민간투자사업 사전 심의 결과도 그렇다. 수익시설 비중이 과도해 공공성이 떨어진다니. 이 사업은 수도권매립지를 활용한 시민 여가 공간 사업이다. 민간투자를 통해서라도 붐업시킬 가치가 충분하다. 사업성이 없으면 민간이 왜 투자하나. 공공성만 따진다면 처음부터 국민 세금으로 할 일이다. 공공성을 이유로 민간투자를 옥죄는 방식, 근시안적 규제 만능 사고다.

[지지대] 기부는 세상을 지탱하는 축

해마다 12월이면 길거리 곳곳에 종소리와 함께 구세군의 빨간 자선냄비가 모금을 하는 모습이 흔했다. 추운 겨울 이웃에게 온기를 전하는 상징이다. 비록 현금보다 신용카드 등의 지출이 커지면서 지금은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구세군의 자선냄비는 우리 곁에 있다. 12월에 들어서면서 또다시 곳곳에서 연말을 맞아 어려운 이웃을 돕는 나눔 관련 기부 활동이 시작됐다. 인천에서는 대표적으로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나서 이 같은 모금 캠페인을 하고 있다. 인천시청 앞 애뜰광장에는 대형 사랑의 온도탑이 세워졌다. 올해 모금액 목표인 108억8천만원이 다 채워지면 온도탑 온도가 100도(℃)까지 오른다. 이 같은 기부는 세상을 지탱하는 한 축이다. 작은 금액이 모여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돕는다. 그 이웃에게는 작은 나눔이 바로 삶을 지탱하는 큰 희망일 수 있다. 기부는 해마다 겨울 이때만 하거나 꼭 모금회 등을 통해서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곁에는 어려운 이웃을 돕는 많은 단체가 있다. 적십자를 비롯해 월드비전, 그리고 유니세프 등을 비롯해 종교단체나 민간단체까지. 이 단체 등을 통하면 1년 내내 아무때나 기부를 할 수 있다. 필자도 자녀들과 함께 비록 적은 금액이지만 여러 단체에 기부를 하고 있다. 단순한 동정심이 아니다. 사회적 책임감으로 인한 ‘비자발적’ 기부로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보람과 만족감을 느낀다. 기부한 단체를 통해 후원 아동 등의 사진 등을 받아 볼 때면 뿌듯하다. 물론 연말정산에서 세액 공제를 받는 것은 덤이다. 우리 모두 경제적으로 기부를 할 만한 여력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다만 1개월에 커피 한 잔 가격만 아낀다면 충분히 기부가 가능하다. 금액이 많고 적은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1천원도 좋고 5천원도 좋다. 지금 기부를 시작한다면 작은 행복을 더 오래 누릴 수 있다.

[경기만평] 당장 이번 크리스마스는...?

[문화산책] 피탈 문화유산 원상회복 흐름

지난달 27일 영국이 ‘도덕적인 근거에 따른 배상을 가능하게 하는’ 법률 개정을 했다. 주요 내용은 잉글랜드와 웨일스의 박물관들이 도덕적인 이유로 소장품 반환을 쉽게 하는 것이다. 이 법령은 2022년 ‘자선단체법’의 일부로 통과됐지만 보수당의 반대로 보류됐다가 이번에 개정된 것이다. 다만 대량의 소장품 반출을 우려해 대영박물관, 국립미술관 등 16개 기관은 이번 법률 대상에서 제외돼 벨기에, 프랑스 등과는 분명한 한계를 드러냈다. 그러나 대표적인 약탈국으로 진전된 결정이다. 또 지난달 15일에는 바티칸 박물관이 캐나다 원주민으로부터 강압적으로 수집한 유물을 반환하면서 “대화와 존중, 형제애의 구체적인 표시”라며 입장을 발표했다. 이 유물은 1925년 교황이 바티칸에서의 전시회를 위해 세계 각지의 유물을 수집한 10만점 가운데 일부로 수집 과정에서 강압적 요소에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2022년 캐나다를 방문한 교황은 당시 캐나다 전역의 가톨릭 기숙학교에서 벌어진 원주민 학생의 학대 등에 대해 사과한 바 있다. 교황의 사과 이후 원주민 지도자들은 관련 유물의 반환을 요구했다. 우리의 유산도 돌아왔다. 지난달 14일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은 소장하고 있던 ‘시왕도’(1798년 작)를 신흥사에 반환했다. 이 조선 불화는 6·25전쟁 시기에 미국으로 반출된 것으로 2020년 미국 LA카운티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던 시왕도 6점이 반환된 후 두 번째다. 소장처인 미국 박물관은 전쟁 중에 타의에 의한 반출이라는 점에서 자진 반환했다. 이처럼 과거 불법적인 수단에 의해 취득한 문화유산의 자발적 반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 전쟁 중에 인류의 소중한 문화유산이 막대한 피해를 본 점을 반성하면서 1954년 ‘문화재’라는 개념이 처음 도입된 헤이그협약(무력 충돌 시 문화재 보호에 관한 협약)이 체결된 이후 1970년 유네스코협약(문화재의 불법적인 반·출입 및 소유권 양도의 금지와 예방 수단에 관한 협약), 그리고 1998년 워싱턴회의(나치 약탈 미술품의 반환 회의)까지 국제사회의 주요 의제는 전쟁 중 피해 회복과 예방에 관한 문제였다. 반면 제국주의에 의한 식민지의 피탈 문제는 유엔이 유네스코에 맡겨 1978년 문화재 반환촉진정부간위원회(ICPRCP)가 설립된 이후 ‘반환 권고문 위원회’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2010년 이후 탈식민화하려는 국가의 ‘정체성’ 회복 차원에서 제국주의 국가에 의한 피탈 유산의 반환 요구는 높아갔고 약탈국들은 외교적, 문화적 수단으로 ‘유물 반환’ 문제를 다루기 시작했다. 더구나 세계화의 빠른 진전으로 정부 중심의 협상에서 민간 영역으로 확대되면서 다자 간 협상이 성과를 내고 있고 이제 대표적인 약탈국인 영국, 프랑스, 벨기에가 법령으로 반환을 촉진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소장자 세대교체, 정보의 디지털화, 세계화 등으로 더욱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2차대전이 끝난 후 유엔이 창설될 때 참여한 국가는 51개국으로 현재 198개국이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적어도 142개국은 문화유산의 원상 회복 요구가 더욱 높아질 것이고 세상의 변화는 이를 더욱 촉진할 것이다. 대표적인 피해국인 한국의 원상 회복 노력이 공공외교 영역으로 추진돼야 하는 배경이다.

[인천시론] 복합혁명 시대, 도전이 답이다

환율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 원화는 미국은 물론이고 거의 모든 선진국 통화에 비해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우리 원화는 계속 약세를 보여 최근 매입 환율 기준으로 달러당 1천500원을 넘었다.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수입 물가 상승—금리 인상—경제성장 둔화의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일부에서 제기되는 제2의 IMF 위기도 마냥 무시할 만한 상황이 아니다. 일부에서는 이른바 새로운 ‘환율 혁명’의 시대를 살 전략과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변한다. 혁명은 기존의 정치·사회·경제·문화 체제가 단기간에 급격하게 변화하는 큰 변동으로 정의된다. 당분간 개방경제인 우리 경제 전체가 ‘환율 혁명’에 크게 휘둘릴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여기에 현재 우리나라는 AI, 빅데이터, 로봇이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과학기술혁명의 시대, 즉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맞고 있다. 복합적인 혁명의 시대에는 생존전략도 복합적이고 차별화돼야 한다. 이건희 회장은 1983년 ‘도쿄 선언’을 통해 반도체를 미래 100년 사업으로 규정하고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1조원 이상의 투자를 단행했다. 삼성전자가 세계 D램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을 가능케 한 혁명적 용단이었다. 정주영 회장은 “해봤어?”라는 신념으로 자본·기술·경험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선박 사업에 도전했다. 1970년대 영국 수주에 성공하며 현대조선을 설립했고 울산에 조선소를 건설해 첫 초대형 유조선을 완성했다. 우리나라의 조선산업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칭찬할 정도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농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평가받는 마이클 조던은 NBA에서 6회 우승과 평균 30.1득점이라는 기록을 남긴 전설적인 선수다. 그는 1994년 농구가 아닌 야구에 도전해 비록 메이저리그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진 못했으나 자기 한계를 시험하고 영향력을 확장하려는 전략적 시도 때문에 높은 평가를 받는다. 마찬가지로 한국 가수 린은 발라드와 R&B 장르에서 안정적인 입지를 확보했음에도 MBN 예능 프로그램 ‘현역가왕’에 출연해 트로트 장르에 도전했다. 트로트는 기존 팬층과 다른 청중의 존재 때문에 성공 가능성이 불확실했지만 린은 ‘국악 트로트’라는 새로운 분야를 선택하고 집중했다. 그의 도전은 진심과 전문성을 기반으로 많은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그의 성공은 아직도 미지수다. 이상의 사례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명확하다. 안전지대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영역에 도전해야 기회가 주어지고 성장할 수 있으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학습과 적응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또 단순한 시도보다 몰입과 진심을 담아 행동할 때 주변과 시장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한 시사점이다. 현실 안주는 실패의 다른 말이고, 현재 수준을 유지하려는 시도는 곧 한계에 부딪힌다. 혁신과 성장은 언제나 기존의 익숙한 영역을 넘어 새로운 영역에 발을 내딛는 도전에서 시작된다. 도전은 언제나 실패 위험을 내포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성장과 적응력, 그리고 영향력이라는 무형 자산을 제공하며 개인과 조직, 나아가 국가 경쟁력 확보에도 유리하게 작용한다. 개인이나 국가나 도전과 실패를 용인하는 토대가 형성돼 있는지 곰곰이 되돌아봐야 한다. 그래야 복합적 혁명의 시대를 도약의 발판으로 삼을 기회가 주어진다. IMF 위기는 알지 못한 상태에서 허둥대며 돌파했지만, 두 번째 위기는 미리 예방하고 활용할 때 경쟁력 제고의 기회로 작용한다. 역사는 반복되지만 똑같이 반복되지는 않는다. 준비가 필요한 이유다.

[기고] 수원 미래 여는 ‘엘리트 체육’

국제 무대에서 활약하는 스포츠 스타 한 명의 등장은 도시의 위상을 높이고 시민의 자긍심을 키우며 미래 세대에게 귀중한 교육·문화적 자산이 된다. 엘리트 체육은 지역의 잠재력을 이끌어내고 도시 브랜드를 재정의하는 중요한 힘이다. 수원특례시가 이미 다양한 종목에서 가능성을 보여온 만큼 지금 필요한 것은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접근이다. 수원특례시의회 의원으로서 엘리트 체육을 단기 성과 중심이 아닌 지속가능한 구조로 전환하기 위한 세 가지 방향을 제안한다. 첫째, 우수 선수 영입에 대한 전략적 투자다. 이미 검증된 우수 선수를 적기에 영입하는 것은 엘리트 체육의 핵심 전략이다. 이를 위해 직장운동경기부 운영 예산을 5억원 증액하는 데 앞장섰다. 이는 단순한 규모 확대가 아니라 ‘실력 있는 선수가 뛰고 싶은 도시’를 만드는 투자다. 우수 인재가 수원을 선택하고 수원에서 커리어를 완성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엘리트 체육의 출발점이다. 둘째, 유소년부터 키우는 수원형 성장 시스템 구축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양성한 인재가 지역에서 성장하도록 만드는 구조다. 경남 고성군은 인구소멸지역임에도 레슬링 명문 도시로 자리 잡았다. 초등학교부터 실업팀까지 일관된 육성 구조를 만든 결과다. 반면 수원에서 유소년기를 보낸 세계적인 탁구선수 신유빈은 현재 화성특례시 소속이다. 수원이 키운 인재를 수원이 품지 못한 구조적 한계를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 행정의 시스템 부재가 원인은 아니었는지 점검해야 한다. 셋째, 지도자와 실무진이 함께 성장하는 환경 조성이다. 현장에서 실력을 끌어올리고 심리적 버팀목이 돼주는 코치진과 트레이너, 실무 스태프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들이 여전히 ‘보조적 존재’로 취급된다. 선수뿐 아니라 현장을 움직이는 인력의 처우와 성장을 지원하는 행정으로 전환해야 엘리트 체육은 비로소 사람 중심의 정책이 된다. 이 세 가지 과제는 수원시만의 노력으로는 불가능하다. 교육청, 체육회, 지방정부가 함께 전략을 세우고 제도·예산을 통합적으로 조율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기관 간 장벽을 허물어야 진정한 지역 체육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 필자는 수원시의원으로서 이 생태계 구축의 최전선에 서겠다. 단순히 예산을 확보하는 수준을 넘어 정책 설계와 제도 개선, 현장의 목소리를 행정에 연결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이다. 엘리트 체육은 일부의 전유물이 아니라 도시 전체가 함께 키우고 자랑해야 할 자산이다. 우리 아이들이 수원에서 운동을 시작해 국가대표가 되고, 다시 수원에서 후배를 키우는 선순환 구조. 그 꿈이 현실이 되도록 끝까지 뛰겠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천자춘추] 사람 중심의 의정

우리는 지금 인공지능(AI)이 일상의 결을 바꾸는 거대한 변화의 흐름 속에 서 있다. 기술은 우리가 일하는 방식, 서로에게 말을 거는 방식,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까지 조금씩 바꿔 놓고 있다. 경기도의회 역시 이러한 변화 앞에 앞으로의 의정이 무엇을 지향해야 할지 깊이 고민하고 있다. AI는 목적이 아닌, 수단과 도구다. 그리고 그 수단이 닿아야 할 곳은 언제나 ‘사람’이다. 지방자치는 주민의 하루가 고스란히 닿아 있는 민주주의이며 도민의 목소리에 가장 먼저 귀 기울이고 작은 변화 하나에도 먼저 반응해야 하는 풀뿌리 정치다. 그래서 지방의회의 혁신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에서 출발해야 한다. AI 혁신 또한 더 많은 주민을 이해하고 더욱 세심히 보듬기 위한 변화여야 한다. 사람 중심의 가치는 거창한 구호에서 오지 않는다. 주민의 삶을 지키겠다는 의회의 본령을 정직하게 수행하는 데서 시작된다. AI는 그 길을 좀 더 밝히는 도구가 될 수 있다. 지금껏 방대한 자료와 예산서를 사람의 힘으로 일일이 들여다보던 방식에 AI가 더해지면서 지방의회의 분석은 더 정확하고 깊어지고 있다. 복잡한 데이터 속에서 놓쳤던 빈틈을 찾아내고 조례와 법률이 충돌하기 전에 미리 짚어내는 일도 가능하다. AI는 사람의 판단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판단을 더 깊고 현명하게 만드는 조용한 동반자가 된 셈이다. AI는 주민과 의회 사이의 거리도 새롭게 바꾸고 있다. 기술은 의회가 더 낮은 자세로, 더 넓은 마음으로 주민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새로운 창을 열어준다. 미처 알지 못했던 정책의 그늘과 작은 목소리들이 AI라는 창을 통해 드러나고 도민의 어려움을 더 빨리, 더욱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길이 된다. 이는 곧 더 나은 정책으로 이어지는 소중한 바탕이 된다. 기술의 편향과 디지털 격차가 새로운 불평등을 만들지 않도록 AI는 언제나 사람을 향한 방향으로 쓰여야 한다. 지방의회의 책임 있는 판단과 민주적 감수성이 기술과 어우러질 때 풀뿌리 자치는 더욱 단단해질 것이다. 2026년은 붉은 말의 해다. 붉은 말은 강한 생명력과 열정, 앞으로 나아가는 용기를 상징한다. 경기도의회도 변화의 파도 앞에서 멈추지 않겠다. 그러나 앞으로 나아가는 일의 진정한 힘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에서 나온다. 경기도의회에 있어 그 방향은 언제나 ‘민생’이다. 붉은 말의 기운을 ‘민생을 향해 달리는 용기’로 삼아 주민의 삶을 더 가까이 이해하고 정책의 빈틈을 더 빠르게 찾아내는 ‘사람 중심 AI 의정’의 길이 다가오는 새해와 함께 열리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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