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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은한 빛을 뿜어내는 수저와 젓가락 한 쌍을 바라본다. 밤늦게 조심스레 문을 열고 방에 들어가면 문 앞에 앉아 계시던 어머니는 아들의 찬 손을 잡고 꾸중 대신 “배고프지?”라며 아랫목 이불 밑에 묻어두었던 밥그릇을 꺼내셨다. 복(福)자가 새겨진 밥뚜껑을 열면 하얀 김이 모락모락 솟아올랐다. 따뜻한 밥은 사랑이다. ‘놋그릇’으로 불렀던 유기그릇은 보온성이 뛰어나 오랫동안 한국인의 사랑을 받았으나 1970년대부터 스텐 그릇에 밀려나면서 이제는 기억 속에만 존재하고 있다. 유년의 행복한 추억을 소환해 준 곳은 안성맞춤박물관이다. 중앙대학

정치 | 이경석 | 2021-03-18 15:12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란 말이 의미하듯 농업은 한국문화의 줄기이자 뿌리다. 일제강점기와 1970년대의 새마을운동으로 농민들이 어울렸던 마을의 축제는 낭비와 미신으로 몰려 타파되었고 민속의 뿌리인 민간신앙을 미신으로 몰았다. 7천년의 농경문화가 근대화란 이름으로 사라지고 있다. 세상은 풍요롭고 편리해졌으나 인간은 더욱 고립되고 생태계는 파괴되었다. 옛 사람들의 생활방식에 ‘오래된 미래’가 숨어있다. 선조들이 사용하던 옛 물건에 생태적 지혜가 담겨있다.■ 두루뫼를 향해 부르는 고향의 노래유년의 추억이 담긴 고향의 풍경은 흑

정치 | 이경석 | 2020-12-28 20:23

겨울은 춥고 쓸쓸한 계절이다. 밝고 따뜻한 빛이 몹시 그리운 것은 코로나19 때문만이 아닐 것이다. 조명박물관을 떠올리면 마음이 환하게 밝아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2004년 양주시 광적면에 설립한 조명박물관은 이듬해에 등록박물관이 됐다.조명박물관을 세우고 지원하는 필룩스(주)는 2010년 중소기업문화경영 대상을 수상한 국내 토종 조명기업이다. 필룩스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문화메세나’를 함께 하는 문화경영의 길을 뚜벅뚜벅 걷고 있다. ■ 빛, 색, 조명으로 이웃과 어울리다조명박물관(관장 구안나)은 필룩스(주

정치 | 김영호 | 2020-12-24 20:12

고양시 덕양구에 자리한 중남미문화원박물관은 미술관과 종교관, 연구실, 벽화, 4천여평의 정원을 갖춘 복합문화공간이다.중남미문화원박물관에는 마야·아즈텍잉카 고대문명과 스페인 식민시대 유물 3천여점을 비롯해 중남미 역사와 문화 관련 자료가 집대성돼 있다.●중남미 2천년의 찬란한 역사가 숨 쉬는 곳중남미로 불리는 라틴아메리카는 북미대륙의 남단에 위치한 멕시코에서부터 남미대륙에 이르는 광대한 지역이다. 카리브해에 흩어져 있는 작은 도서 국가들을 포함하여 총 33개국의 나라가 있다. 마야 왕국을 비롯하여 멕시코 고원지대에 터를 잡았던 아즈텍

정치 | 김영호 | 2020-12-21 20:28

흰 눈이 소복이 쌓인 장독대 옆에는 ‘까치밥’ 서너 개가 빨갛게 달린 감나무와 맷돌, 절구가 놓여 있고, 마당 건너 헛간에는 지게와 싸리광주리, 둘둘 말린 멍석이 걸려 있다.이것은 50년 전만 해도 흔히 볼 수 있었던 농촌의 겨울 풍경이다. 이제 한국은 세계 10위권 안에 드는 부자 나라가 되었다.그 사이에 천 년을 이어오던 세시풍습이 사라지고, 장독대가 사라지고 친정어머니에게 물려받은 장롱과 할아버지가 애지중지하시던 옻칠제기도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요즘 아이들에게 1970년대의 시골 풍경은 수만리 떨어진 별나라만큼이나 낯설지만 흥

정치 | 이경석 | 2020-12-17 20:21

이천시립월전미술관(관장 장학구)은 이천시 경충대로 2천709번길 185 설봉공원 내 설봉산(雪峰山) 자락에 위치한다. 이천시립월전미술관은 나라를 빼앗긴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해방과 6ㆍ25전쟁을 겪는 등 암울한 시대를 살다간 한국화의 거장 월전(月田) 장우성(張遇聖, 1912~2005) 화백의 작품을 전시하고 그 작품세계를 조명하기 위해 건립된 미술관이다. 월전 장우성 화백은 1989년 한국 화단을 위해 월전미술문화재단을 설립하여 평생 그린 작품과 한국 전통 미술의 연구 및 우리 문화재의 보호를 목적으로 수집한 회화, 서예, 도자,

정치 | 권행완 | 2020-12-14 20:31

동서양의 귀족이나 부자들이 희귀한 물건을 수집해온 역사는 오래되었다. 유럽에서는 르네상스 이후 자신의 저택에 지질학과 생물학에 관련된 수집물들을 전시해놓는 유행이 시작되었다. 취미나 과시용에서 벗어난 최초의 자연사박물관은 1793년에 설립된 프랑스 파리의 국립자연사박물관이다. 영화 ‘박물관이 살아 있다’의 촬영지로 유명한 미국 뉴욕의 자연사박물관이나 진화론을 정립한 다윈이 수집한 표본들이 보관되어 있는 런던의 자연사박물관이 유명하다. 자연사박물관은 우주의 탄생비밀과 인류가 등장하기 전 지구의 모습은 물론 지구에서 탄생하고 사라져 간

정치 | 이경석 | 2020-12-10 17:09

건축물은 종합예술품이라 할 수 있다. 작가들의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혼이 깃든 작품을 기획 전시하는 미술관이야 더 말할 것도 없다.터를 잡고 땅을 다지는 것부터 주춧돌을 깔고 기둥을 세우고 창문을 내고 지붕을 이며 실내 인테리어를 진행하는 모든 과정에 주인의 생각과 바람이 곳곳에 스며들기 마련이다.미술 작품을 보기에 앞서 그 작품을 전시하는 미술관의 외관과 건물의 구조를 살펴보면 재미있는 사실을 마주하게 된다. 하나의 건축물은 건물을 지은 사람의 미의식과 내면의 풍경이 오롯이 담긴 종합작품이기 때문이다.■ 흐르는 강물처럼서호미술관(관

정치 | 이경석 | 2020-12-07 19:17

가파른 언덕길을 오른다. 언덕 위에 올라서자 툭 트인 언덕에 미술관이 서 있다. 가평군 설악면 유명로. 첩첩산중에 자리 잡은 설미재미술관을 처음 찾는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왜 이렇게 깊은 산중에 미술관을 세웠을까’하는 의문과 ‘이런 곳에 터를 잡고 미술관을 세운 사람은 누구일까’하는 궁금증을 가지게 마련이다. ‘눈이 아름다운 언덕 위의 집’이란 뜻의 ‘설미재’는 한번 들으면 잊기 어려운 멋진 이름이다. 야외에 세워진 조각 작품을 살펴본다. 고구마 이파리를 닮은 호미 날은 하늘을 향해 올라가 꿈틀대듯 숲을 이루고, 반짝이는 스테인리

정치 | 이경석 | 2020-12-03 16:44

소요산행 1호선 전철을 타고 도봉산역과 의정부역 사이에 있는 망월사역에서 내려 스마트폰으로 미술관까지 거리를 찍어보니 600m가 나온다. 2번 출구로 나와 도봉산 방향의 골목길로 접어들어 5분쯤 걸으니 하얀 2층집 백영수미술관(관장 김명애)이 나타난다.■ 몽당연필로 그린 ‘백영수 드로잉전: 1부 주머니 속 이야기’터가 좋아서일까, 11월 하순인데도 미술관 담장에 빨간 장미꽃이 피어 있다. 고개 들어 미술관 외벽에 걸린 그림을 찬찬히 바라본다. 대형 캔버스에는 나무가 서 있는 언덕을 배경으로 엄마가 아이를 안고 있는 그림이 걸려 있고

정치 | 김영호 | 2020-11-29 19: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