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회가 점령한 공공 체육시설
동호회가 점령한 공공 체육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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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예약으로 전용구장처럼 사용… 일반인 접근 막아
위탁 방식이라 제재 어려워… “지자체가 투명한 관리를”

테니스장이나 배드민턴장 등으로 대표되는 도내 일부 공공 체육시설을 놓고 특정 동호회가 전용구장처럼 사용해 말썽을 빚고 있다. 이들은 체육시설을 독점하는 것도 모자라 지자체에서 위탁관리를 준 협회 관계자에게 압력을 행사하는 등 ‘동호회 갑질’을 행사하고 있다.

3일 일선 지자체와 시민들에 따르면 테니스가 취미인 L씨(33·고양시)는 그간 자주 갔던 집 근처의 A 테니스장을 더 이상 찾지 않는다.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예약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수준으로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가장 이상한 점은 번번이 “예약이 꽉 찼다”던 테니스장이 막상 현장을 지나가다 보면, 3개 중 2개가 항상 텅 비어 있다는 것이다.

의구심이 든 L씨는 테니스장 관리 코치에게 이같은 사정을 묻자, 코치로부터 “이곳은 동호회 3개가 주로 사용하는데, 동호회들이 ‘일반인 예약이 많으면 동호회 측 이용이 어렵다. 그러니 일반 시민들의 예약을 받지 마라’는 부탁을 받았다”는 황당한 답변을 들었다며 어이없어했다. 

이에 해당 코치는 “이곳 테니스장은 고양시테니스협회가 시로부터 위탁받아 관리하는데, 동호회가 협회 소속”이라며 “동호회 측은 자신들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을 경우 관리자를 바꾸겠다는 식의 무언의 압박을 넣는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고양시에는 A 테니스장을 포함해 10개의 공공테니스장 중 6개를 협회측이 관리한다.

또 과천의 B, C 테니스장도 협회에서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곳도 특정 동호회가 장기 예약을 통해 테니스장을 독점, 운영되면서 시민들의 발길을 원천 차단하고 있다. 수원시 장안구의 D 배드민턴장의 경우는 예약제로 운영되진 않지만 사람이 많이 몰리는 주말 시간대에 100명의 배드민턴 동호회 회원이 10개면을 전부 사용, 일반인들의 이용을 사실상 가로막고 있다.

이처럼 동호회 활동이 횡포로 이어지게 된 배경에는 관리를 위탁받은 협회가 회원인 동호회 측의 눈치를 보는 탓에 공정한 관리를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배드민턴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협회가 공공 체육시설을 위탁 관리하는 한 자신의 기반인 동호회에 제지를 가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더욱 큰 문제는 예약 방식이 주먹구구식이라는 것이다. 각 시·군별로 있는 협회들이 일부 공공 체육시설에 소속 직원인 코치 겸 관리인을 두는데, 이들이 예약을 전화로만 받는 실정이라 결국 동호회 측 입맛에 맞게끔 예약을 짤 수밖에 없다. 이와 대조적으로 일선 시ㆍ군 시설관리공단 등에서 관리하는 공공체육시설들은 극장 예매처럼 인터넷으로 예약을 진행, 투명한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김성수 경기대 사회체육학과 교수는 “비용이 들더라도 위탁 대신 지자체가 직접 공공체육시설을 관리해야 공정한 운영이 가능하다”며 “당장 위탁 해지를 할 수 없다면, 전화예약이나 예약 없는 자유사용제보단 인터넷 예약제를 도입해 투명성을 확보, 누구나 공정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고양시 관계자는 “협회 측에 위탁을 맡기지 않으면, 1명이 수십 여곳을 관리해야 하는 탓에 관리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투명한 예약 시스템을 도입하도록 협회에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유선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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