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무단횡단으로 인해 교통사고 가해자가 된 버스운전자
[기고] 무단횡단으로 인해 교통사고 가해자가 된 버스운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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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 보행자들의 경우 횡단보도가 있는 지점까지 가기 귀찮아 무단횡단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선택을 하는 이유는 결국 본인의 생명을 담보로 한 위험성이 증가하는데 불구하고 무단횡단이 성공할 경우 가져올 보상이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르신들의 무단횡단 보상은 고작 근처 횡단보도 및 건너편으로 이동하는 시간과 발걸음 수를 줄여주거나 자신만이 해냈다는 일시적인 성취감 또는 뿌듯함을 느끼는 정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보행자의 보상 동기로 말미암아 시도하는 무단횡단이 결국 정상적으로 운행하는 운전자를 사망사고 가해자로 만드는 기막힌 사고 사례가 있다.

지난 3월18일 오후 6시55분경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박달로 늘봄약국 앞에서 시내버스 차량(60세ㆍ남)이 편도 2차로 상 1차로 주행 중 유모차를 끌고 무단횡단을 하던 어르신(77세ㆍ남)을 충격하여 안양 샘병원 후송 중 사망한 사고가 발생하였다.

피해 어르신은 짐을 실은 유모차를 밀면서 도로변에 주차한 차량들 사이로 나와 무단횡단 중이었고, 거의 중앙선에 이르렀을 때 몸과 시선은 이미 반대편 도로 정면만 보면서 걷고 있는 차선에서 차량들이 오는지를 전혀 확인하지 않았다.

반면 가해 버스 운전자는 사고 발생지점에서 약 35m 떨어진 버스 정류장에서 출발하면서 피해 어르신을 발견할 때까지 약 5초 동안 주행하면서 운전자의 시야는 버스 내부 룸미러를 보며 정류장에서 탑승한 승객들이 안전하게 버스좌석에 앉았는지 확인하고 있었다. 확인이 끝난 후 다시 운전자의 시야를 전방으로 향하는 순간 피해 어르신이 버스 운전석 좌측 전면부에 서있음을 인지하였으나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버스 운전자는 1999년부터 현재까지 버스 운전에 종사한 베테랑 기사임에도 불구하고 피해 어르신의 무단횡단으로 말미암아 버스운전 경력에 큰 오점을 남겨 더 이상 버스운전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를 수 있으며, 더 나아가 가족과 회사에 경제적정신적 피해까지 끼치게 되었다.

상기 사고 사례로부터 어르신 무단횡단 사망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대책들이 필요하다. 첫째, 도로 환경 측면에서 안양시 박달로 사고지점 주변에 무단횡단 자체를 하지 못하도록 중앙분리대 펜스 또는 가로변 펜스 등의 무단횡단 금지시설을 설치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박달시장 사거리~안양여고 사거리 두 교차로를 기준으로 횡단보도가 4개 설치되어 있으나 사망사고 발생지점에서 가장 가까운 횡단보도 녹색 신호가 다른 횡단보도들보다 가장 늦게 켜지기 때문에 조급한 보행자들은 무단횡단 유혹에 쉽게 빠질 수 있다. 이에 횡단보도 간 신호 조정을 통해 보행자의 무단횡단 발생 원인을 제거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셋째, 주변 횡단보도 녹색신호가 늦거나 위치가 조금 멀더라도 걸음이 느린 어르신 보행자는 무단횡단 자체를 시도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단횡단을 해야 한다면 보행자는 시선을 좌우 확인하여 진행해오는 차량들의 위치와 속도를 파악하면서 보행해야 한다. 넷째, 버스 운전자는 정류장에서 출발하기 전 룸미러를 통해 탑승자의 안전 상태를 확인한 후 출발해야 한다. 이때 천천히 주행하면서 전방에 무단횡단 보행자나 골목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차량 또는 자전거, 도로상에 갑자기 나타나는 오토바이 등을 주의 깊게 살피면서 방어운전을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차대 보행자 간 충돌사고 발생 요인이 되는 무단횡단의 위험성을 보행자들이 받아들임으로써 본인이 입게 될 사망 또는 부상의 피해와 정상적으로 운행을 하는 운전자를 순식간에 사망사고 가해자로 전락시키는 나쁜 결과가 발생하지 않도록 무단횡단을 하지 않는 선진 교통안전 의식 제고가 필요하다.

지윤석 교통안전공단 경인지역본부 안전관리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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