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루함을 이겨 낸 보상
[기고] 지루함을 이겨 낸 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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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화재 예방!” 매년 이맘때쯤이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뻔한 이야기(?)를 소방서장이 한다는 것은 진부함과 지루함을 넘어 거부감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인터넷 어딘가에서 떠도는 최불암 시리즈를 들고와 엊그제 들은 최신유머라도 되는 것 마냥 자기 혼자 신나 떠드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을지 염려가 됩니다.

하지만 뻔함을 넘어 뻔뻔함으로 비추어져도 할 수 없습니다. 국민의 안전이 더 중요하니까요. 이 글을 끝까지 읽어주시리라 믿으며 ‘겨울철 화재예방’에 유용한 몇 가지를 독자들에게 알려드리니 반드시 지켜서 겨울철 화재를 예방합시다.

첫째, 겨울철 난방용품을 안전하게 사용합시다. 제일 쉬우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은 사용하지 않는 난방용품의 플러그를 뽑는 일입니다. 다양한 난방용품이 보급됨에 따라 두 개나 세 개로 충분했던 콘센트가 이제는 네 개나 다섯 개로도 부족한 실정입니다.

따라서 얽히고설킨 콘센트들 사이에서 가끔 불꽃 튀는 일이 일어나는데, 이때 발생하는 스파크가 건조한 겨울철 공기를 만나 화재의 원인이 되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가습기로 건조한 공기를 촉촉하게 유지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지만, 가습기를 사용하려면 또다시 콘센트를 사용해야 하니, 귀찮더라도 사용하지 않는 난방용품의 플러그를 뽑는 것을 생활화합시다.

둘째, 케케묵은 먼지를 털어냅시다. ‘청소가 화재 예방이랑 무슨 상관이냐?’라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전기제품 곳곳에 낀 먼지는 화재를 일으키는 원인이 됩니다. 특히 오랫동안 창고나 구석에 있다 정비하지 않고 바로 사용하는 전열기구들은 곳곳에 먼지가 끼어있는 경우가 다반사로 이 먼지들이 수분을 머금을 경우 누전이 되고, 스파크에 의해 큰 화재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특히 사무실 책상 아래나 집안 구석에 놓인 멀티탭 구멍에는 먼지가 끼어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글을 보고 계시는 분들은 지금 당장 주변의 멀티탭을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아마도 살짝 얼굴이 화끈거리는 분들이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마지막으로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화재를 예방하는 것뿐만 아니라 모든 안전사고 예방의 최선책은 바로 귀찮음과 불편함을 이겨내는 일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사용하지 않는 플러그를 뽑는 일이나, 곳곳에 쌓인 먼지들을 닦아내는 일들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허리 한 번 숙여 마른 휴지로 닦기만 하면 됩니다.

하지만 지금 일이 바쁘니까, 지금 굳이 안 해도 되니까, 하지 않을 뿐입니다. 이처럼 안전은 귀찮음과 불편함 뒤에 따라오는 것임을 다 알고 있지만, 그것이 실천으로 옮겨지지 않아 재난으로 이어져 우리의 귀중한 생명과 소중한 재산피해로 이어지는 일이 매년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 글의 도입부에서 필자는 ‘뻔한 이야기에 대한 진부함과 지루함’에 대해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혹시, 여기까지 오는데 지루함을 느끼셨나요. 하지만 저는 여러분들을 믿습니다. 이 정도 진부함과 지루함을 충분히 이겨내고 안 쓰는 전기용품 플러그 뽑기, 전열기구 위에 쌓인 먼지를 닦아내는 불편함 따위를 이겨내시리라는 것을 말입니다.

불편함을 이겨낸 끝에 오는 보상은, 지루함을 이겨낸 끝에 오는 보상과는 차원이 다른 ‘안전’이라는 걸 이 글을 통해 아셨을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제가 여러분들에게 드리는 지루함을 이겨내신 보상입니다. 뻔한 이야기가 실생활에서 적극적으로 실천이 되어 국민 모두가 안전하고 따뜻한 겨울을 나실 수 있길 소망합니다.

서은석 고양소방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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