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며 읽는 동시] 산골에서 크는 아이
[생각하며 읽는 동시] 산골에서 크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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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에서 크는 아이

                  - 조석구

등잔불 밑에서 숙제를 마치고
정성껏 연필을 깎아 필통에 넣고
책보를 싸서 방 윗목에 놓고
내일 아침 일찍 서낭당고개를 넘어
십여 리가 짱짱한 신작로 길을
타박타박 걸어 검정치마 흰 저고리
우리 선생님 꿈을 꾸며 잠을 잤다

1950년대에 초등학교를 다닌 아이들은 다들 저랬다. 전기도 없는 방에서 숙제를 했고, 연필을 깎아 글씨를 썼고, 책과 공책을 책보에 싸서 어깨에 둘러메거나 허리에 동여매고 신작로 길을 타박타박 걸어 학교에 갔다. 이 동시는 어린 날을 회상해 본 작품이다. 산골에 사는 아이의 생활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어디, 생활뿐인가. 아이의 순수한 마음이 풀꽃처럼 곱다. 아침 햇살처럼 환한 얼굴로 자기를 기다리고 계실 여선생님의 모습을 그리는 저 산골 아이의 마음이 백지보다도 아름답다. 비록 가난과 궁핍의 어려움 속에서도 기죽지 않고 내일을 향해 꿋꿋하게 자라는 아이들의 꿈이 이 동시 속에 들어 있다. 시인은 올해 80세다. 기념으로 펴낸 12번째 시집 『끝없는 아리아』 속에 어린 날의 이야기를 단풍잎처럼 끼워 넣었다. “뒤돌아보면 까마득히 머나먼 지나온 과거가 눈물겹도록 너무나 고맙고 감사하다.”고 머리말에 적었다. 어찌 시인 혼자만의 마음일까. 그 시절을 함께 한 이들은 같은 마음이리라. 밤새 선생님 꿈을 꾸고, 어서 빨리 아침이 오고, 어서 빨리 학교에 가고 싶어 하던 저 아이들. 버스도 안 다니는 신작로 길을 타박타박 걸어가던 그 아이들이 왠지 그리운 오늘이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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