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경기도 박물관ㆍ미술관 다시보기] 광주 풀짚공예박물관
[2020 경기도 박물관ㆍ미술관 다시보기] 광주 풀짚공예박물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풀·짚에 새생명… 선조들의 삶과 지혜 ‘결정체’ 한자리
풀짚공예박물관 상설전시실에서 관람객들이 다양한 공예품을 보고 있다.
풀짚공예박물관 상설전시실에서 관람객들이 다양한 공예품을 보고 있다.

풀짚공예박물관은 광주시 오포읍 문형산길 76에 위치한다. 풀짚공예박물관은 풀과 짚을 이용해 민속생활도구와 공예품을 수집하고 연구하며 전시하는 공간이자 풀짚공예 교육을 위해 2006년 6월에 설립됐다. 풀짚공예박물관은 전 세계에서 유일한 풀짚공예 전문박물관이다. 본관 1층은 전시실과 체험관이 배치되어 있고 2층에는 수장실과 연구실이 마련되어 있다. 풀짚공예박물관은 국가나 공공기관에서 공적 목적을 위해 건립한 국공립 박물관이 아니다. 개인이 세운 사립 박물관이다. 농경사회에서 흔하디 흔한 풀과 짚에 대해 실용적 가치와 미술적 가치를 추구하는 공예(工藝) 쪽으로 접근해서 그 기능을 정리하고 체계적으로 교육까지 실시하고 있다. 설립자 전성임 관장을 비롯해 학예사 4명이 근무하고 있다. 월요일 정기휴관을 제외하고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언제든지 관람ㆍ체험을 할 수 있다.

한국은 근대화를 추진하면서 서구의 공업사회를 추격하기 시작했다. 산업의 공업화는 플라스틱 생활용품들을 대량으로 생산했다. 과거 농경사회에서 풀과 짚으로 만들어 사용했던 바구니, 깔개, 소쿠리 등 생활도구와 공예품들은 차츰 사라져갔다. 풀과 짚을 이용한 공예는 구전(口傳) 이외에는 별다른 전수방법이 없었다. 말로 대충대충 전달할 뿐 특정한 도구 만들기에 적합한 매뉴얼 자체는 생각조차 못하는 실정이었다. 전성임 관장은 너무나 하찮은 풀과 너무나 흔한 짚으로 생활도구 등을 만들어내는 70대 이상 어르신들을 전국 방방곡곡으로 찾아다니며 사라진 민속자료를 조사하고 그 기능을 정리했다. 그대로 그냥 지나친다면 우리의 전통적인 풀짚문화를 다 잃어버릴 것 같고 정리할 기회마저 전부 놓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전 관장은 구전으로 내려오던 기능을 하나하나 아카이브(Archive)로 구축하고 체계적으로 과학화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드디어 2020년과 2021년에는 그 기능들이 집대성될 예정이라고 한다.

풀짚공예박물관에서는 2006년 박물관을 개관한 후 2008년 제1회 초고공예연구회 회원전 ‘가을 들녘’을 시작으로 해마다 기획전시회를 개최해 왔다. 2012년 특별기획전에서는 망태기전을 선보였다. 2018년 기획전의 주제는 ‘산~들 山野 산~들 나들이’였고, 2019년에는 “민초들의 꿈, 꽃을 피우다.” “전래동화 속 풀짚공예” 등이었다. 또한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어르신 문화프로그램 풀짚공예의 추억, 지역문화 플랫폼 육성사업 등을 꾸준히 추진해 오고 있다.

광주시 오포읍에 위치한 풀짚공예박물관은 조상들의 솜씨로만들어진 풀·짚 민속 생활용구와 공예품을 수집하고 보존, 연구, 전시하기 위해 지난 2006년개관했다.
광주시 오포읍에 위치한 풀짚공예박물관은 조상들의 솜씨로만들어진 풀·짚 민속 생활용구와 공예품을 수집하고 보존, 연구, 전시하기 위해 지난 2006년개관했다.

풀짚공예박물관에서는 경기도와 광주시의 <경기도 지역문화예술 플랫폼 육성 사업>의 일환으로 2020년 5월 1일에서 12월 31일까지 ‘짚과 집’(Straw & House)이라는 기획전시회를 열고 있다. 이 기획전은 특히 어린이들이 ‘짚’과 ‘집’도 구별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열었다고 한다. 이번 기획전은 풀짚공예를 통해 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생각해보는 기획전시로 전시수량은 총 99건에 153점이 전시되어 있다. 민속품에는 한국 29건 57점, 외국 장식소품 17건 24점, 현대작품 14건 14점, 지역주민 애장품 25건 44점이 진열되어 관람객을 맞이한다. 이미지 패널 및 사진은 12점, 영상모니터는 2대이다. 주제는 다섯 가지로 엮였다.

첫째 주제는 ‘초가(草家)’이다. 초가는 볏짚, 갈대, 왕골, 띠 등으로 지붕을 이은 집을 말하는데 대부분 볏짚을 사용했다. 초가는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다. 농사를 주업으로 하는 농업사회에서 볏짚은 쉽게 구할 수 있는 매우 경제적인 생산물이었다. 산업화와 도시화로 초가집이 1970년대부터 슬레이트 지붕으로 바뀌기 시작하면서 자연친화적 주거문화는 점차 소멸돼 갔다. 전시회에서는 원시시대의 바위집에서부터 동굴, 움집, 고상가옥과 초가까지 한눈에 볼 수 있다.

두 번째는 ‘12지신 탈과 열두 띠 탈놀이’를 주제로 하고 있다. 12지신인 쥐(子), 소(丑), 호랑이(寅), 토끼(卯), 용(辰), 뱀(巳), 말(午), 양(未), 원숭이(申), 닭(酉), 개(戌), 돼지(亥) 등의 얼굴 모양을 짚으로 엮어 ‘12지신 짚탈’로 꾸며 놓았다. 새해에 열두 띠 탈을 쓴 풍물패들이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태평성대와 풍요를 기원하는 ‘띠 탈놀이’는 주로 경기, 충청, 강원 지방에서 전승되어 온 민속행사다.

셋째는 ‘띠뱃놀이’이다. 띠뱃놀이는 주로 어촌지역에서 마을을 지키는 서낭신과 바다를 다스리는 용왕신께 마을의 안녕과 풍어를 기원하는 마을공동체 행사를 말한다. 특히 바다에서는 짚과 싸리 등으로 엮은 배에 떡과 밥, 고기, 과일, 허수아비 사공을 태우고 용왕굿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넷째는 ‘생활 속의 짚’이다. 우리 조상은 삼신짚(아기가 태어났을 때 깨끗한 짚을 골라 아기를 눕히고 건강을 기원)에서 태어나서 초가(草家)에 살다 초분(草墳ㆍ땅에 매장하지 않고 돌 축대 등에 짚으로 덮어두는 매장법)에 묻혀 생(生)을 마감하는 삶을 살았다. 짚에서 태어나서 짚에서 죽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짚은 생활 속에서도 의식주 전반에 걸쳐 다양하게 사용되었다. 선조들은 농경사회에서 생산된 볏짚과 보릿짚, 밀짚 등으로 짚신, 멍석, 맷방석, 망태기, 씨오쟁이, 삼태기, 깔방석, 닭둥우리, 계란망태, 강아지집 등 살림살이에 필요한 물건들을 누구나 쉽게 만들어 사용했다. 풀짚공예박물관에 가면 선조들의 삶과 지혜를 살펴보고 그 숨결과 흔적들을 엿볼 수 있다.

다섯째는 ‘신현리 마을이야기’가 전시되어 있다. 신현리는 풀짚공예박물관이 위치한 마을 이름이다. 풀짚공예박물관에서는 마을의 문화플랫폼 역할을 위해 주민들의 마을이야기에 주목했다. 마을 주민에게 접근해 주민들과 인터뷰하고 주민들의 애장품에 얽힌 이야기와 가족사를 중심으로 각자의 삶을 돌아보면서 풀짚공예와 전통문화 그리고 마을공동체의 의미를 되새긴다.

체험관에서는 풀짚을 이용해 다양한 매듭 묶기 등을 체험할 수 있다. 체험학습은 풀과 짚이라는 자연 소재를 가지고 머리로만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손과 발을 이용한 몸공부를 한다. 몸공부는 풀짚공예 기능만을 단순하게 습득하는 활동이 아니다. 몸공부는 창의력을 개발하고 증진시키는 중요한 창작활동이다.

직접 짚풀로 다양한 공예품을만들어 볼 수 있는 체험관에서관계자들이 만든 공예품을 선보이고 있다.
직접 짚풀로 다양한 공예품을만들어 볼 수 있는 체험관에서관계자들이 만든 공예품을 선보이고 있다.

오늘날 풀짚문화는 바스켓트리(Basketry)로 통한다. 바스켓트리(Basketry)는 세계 공통어이다. 바스켓의 역사 속에는 수렵과 채취생활을 했던 인류문화가 살아 숨 쉬고 있기 때문이다. 인류 공통의 기초 생활문화로서 바스켓은 ‘묶고’ ‘얽고’ ‘매고’ ‘엮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자연 소재인 풀과 짚을 이용해 씨줄과 날줄을 만들어 다양한 기물을 만들어 낸다. 지리적 환경과 생활습관에 따라 자연에서 채취하는 재료는 달라도 도구를 만드는데 사용된 기술은 거의 비슷하다.

가마니는 1900년대 일본에서 들어왔다. 가마니가 들어오기 전 짚을 엮어서 곡식을 담는 데 쓰는 그릇은 주로 ‘섬’이었다. ‘섬’은 가마니처럼 짚을 소재로 해 만들었으나 가마니보다 훨씬 듬성듬성했다. 가마니는 새끼를 날줄(經)로 하고 짚을 씨줄(緯)로 해 촘촘히 짠다. 가마니가 들어온 이후 ‘섬’문화는 가마니 문화로 차츰 옮겨 갔다. 짚을 엮는 방식이 문화의 틀까지 바꿔 버린 것이다. 이때 짚은 그냥 짚이 아니다. 이 세계를 포착하는 그물망이다.

한국에는 풀짚문화가 있다. 전성임 관장은 남들은 다 하찮게 여긴다는 풀짚을 무려 40여 년 동안 붙잡고 연구하고 있다. 풀짚공예를 바스켓트리 용어가 아니라 우리말로 우리 기법으로 정리했다. 주변 사람들이 왜 돈도 안 되는 풀짚을 놓지 못하는지 안타까워하지만, 전 관장은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일이다. 풀짚문화는 환경, 인간의 정서, 교육, 산업 등에 법고창신(法古創新)할 소중한 미래의 문화적 자산이다. 그러니 풀짚문화가 얼마나 소중하고 중요한지를 세상에 널리 알려야 할 책임감을 느끼지 않을 수 있겠는가. 더 나아가 풀짚공예는 그저 단순히 전통을 답습하는 단계에 그쳐서는 안 되고 경쟁력 있는 산업분야로까지 키워야 한다”고 힘주어 강조한다.

우리는 근대화로 인해 작지만 소중한 가치들을 너무 많이 잃어버렸는지 모른다. 풀짚공예박물관에 찾아오는 어린 아이들을 보면 옷고름도 묶을 줄 모르고 신발끈도 묶을 줄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무엇을 가진 것보다 어떤 전략으로 다루느냐가 더 중요하다. 우리는 풀짚공예처럼 우리 땅에서 생산된 소재로 철학의 얼개를 짜고 그렇게 탄생한 철학으로 우리 문제를 진단하고 처방해 나가야 한다. 그 하찮은 소재가 바로 이 땅에서 나고 자란 흔하디 흔한 풀이고 짚이 아니겠는가.

관람객들이 짚신·소쿠리 등다양한 공예품을 체험하고 있다.
관람객들이 짚신·소쿠리 등다양한 공예품을 체험하고 있다.

권행완(정치학박사, 다산연구소)
사진=윤원규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