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강산 ‘산山 내川 들野’ 나들이] 양평 ‘양자산 산중마을’ 투박한 옛길 걸으며 나비등 타고 온 늦은 봄을 만나다
[아름다운 강산 ‘산山 내川 들野’ 나들이] 양평 ‘양자산 산중마을’ 투박한 옛길 걸으며 나비등 타고 온 늦은 봄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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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삼국시대 시절 신라가 고구려땅이었던 한강유역을 점령하여 지배자가 되자 고구려의 유민들은 양자산의 북쪽 기슭 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산중의 분지로 피신해서 터를 잡았다. 남북으로 이어지는 이 지역은 낯선 사람들의 왕래가 많았기에 이들을 대상으로 산적행위로 생계를 유지할 수가 있었다.

이 후, 이들은 화전(火田)을 일구고 숯가마를 만들어 숯을 구워내는 한 편, 다랭이논을 만들어 농사를 지으며 정상적인 생활을 하게 되었고 이 지역의 주인이 되었다. 이것이 ‘산중마을’의 시작이자 역사다. 지금의 행정구역 양평군 강상면 송학리와 신화리, 화양리 일대가 이들 고구려 유민들의 본거지로 이들의 영원한 고향이 된 것이다. 그리고 이 지역은 고려가 멸망하고 1392년 이 땅에 조선조가 들어서자 고려의 충신들이 절개를 지키고자 관직을 뒤로하고 은둔하기 위해 모여든 ‘절개의 고장’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러한 역사를 지닌 고장이지만, 불과 반 세기전까지만 해도 이곳은 교통이 매우 불편했던 양평군의 오지에 속했다. 하지만 이제는 사정이 확 달라 졌다. 집집마다 갖고 있는 자가용차로 잘 뚫린 길을 타면 전국 어느 곳이나 이웃 같은 세상이 되었다.  

국보 제186호가 출토된 땅 신화리… 고려의 충신들이 절개를 지킨 절개의 고장
통일신라시대의 강상마을을 한번 생각해 본다. 1976년 신화리에서 경지정리를 하던 중 ‘금동여래입상’이 출토되었다. 고증을 거친 후 ‘국보 제186호 양평신화리금동여래입상’으로 지정되어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 전시되고 있다. 이 한 가지 사실만으로도 이곳은 통일신라의 불교문화가 크게 꽃피웠던 성지로 추정된다. 아쉽게도 더 이상의 불교유적을 찾지 못했지만, 엄청난 불교유적을 발굴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이 곳에서 태어나 이곳에서 학교를 다닌 토박이 양촌 유영진 선생의 이야기가 의미심장했다. 큰 강 한강을 뱃길로 건너야만 했던 일상의 생활은 부지런해야만 했고 알뜰해야만 살아 남을 수 있다는 생각이 몸에 배이게 되었다고 한다. 학교가는 길이 멀고 힘들었기 때문에 ‘공부한다는 것의 소중함’도 크게 깨닫게 해 주었다고 한다. 

이러한 분위기속에서 생활해 온 강상면 주민들은 힘을 모아 자신들의 마을이 갖고 있는 자산인 청정한 자연을 이야기로 만들어 세상에 널리 알리고 많은 사람들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강상면주민자치위원회가 지금 운영하고 있는 볼거리 체험관광과 산중옛길로 이어지는 7개의 등산로와 자연휴양림길을 조성한 것이 바로 이 사업이다.

나비등을 타고 늦게 찾아 온 봄날… 자연의 숨길 산중옛길 나들이
강상면 송학리에서 한 눈에 들어오는 양자산의 주 능선은 부드럽고 완만하다. 저 착한 산의 한 자락에 산적 악한들의 소굴이 있었다니, 자연과 인간의 박자가 엇박자였던 것으로 느껴졌다. 김외숙 마을해설사의 안내를 받아 마을입구인 사슬고개로 들어 섰다. 다리가 아파서일가. ‘봄은 나비등을 타고 천천히 찾아 온다’고 했다. 그런데다 산적마을로 가는 산중옛길은 양자산의 북녘 기슭이고 한강의 강바람이 센 곳이라 반대편, 양지 바른 쪽보다는 어느 해나 봄의 도착이 지각이라고 했다. 

이른 봄부터 산속에서는 꽃들의 릴레이가 이어지는데, 이곳은 어느 해나 한 두 걸음 뒤진다고 했다. 진달래가 지고 말았을 것으로 알았는데 만개한 진달래와 함께 산철쭉이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었다. 길은 울툭불툭 투박한 흙길이지만, 아스팔트길에 익숙해진 발바닥에 색다른 쾌감이 와 닿는다. 얼마를 걸었을까. 붉은 흙길이 나왔다.

1천300년 전 산적들의 일상을 상상해 보는 재미… 
하산길은 두 갈래 세월리쪽과 신화리쪽
길은 산길이라지만 경사도가 거의 없는 평탄한 길이다. 분지인 이곳, 길 아래쪽에 온실 하나가 눈에 들어오고 그 한 켠이 산나물자생단지다. 이 단지에서 호미로 흙을 다듬고 있는 분에게 “무슨 나물이냐”고 물었더니 ‘도라지’라고 했다. 삼복의 여름날, 파란 도라지가 피어 있을 산속의 풍경화를 머릿속으로 그려 보았다. 

산 아래 멀리, 흘러 내리는 남한강 물줄기와 양평군 개군면의 마을을 조망할 수 있는 산중전망대에 올라 본다. 주중의 오후, 생각보다는 삼삼오오 경기도 광주와 이천 등 가까운 도시에서 많은 사람들이 봄 향기를 맛보러 이 곳을 찾아 왔다고 했다.
 

글_우촌 박재곤 사진_이광희 한국산서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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