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포커스] 원혜영 前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인물포커스] 원혜영 前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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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정치인생 아름답게 마무리…웰다잉·선진기부문화 운동 나설 것”

“세상 일이라는 게 다 시작할 때가 있으면 마무리할 때가 있는 것 아니겠나”
30여년의 긴 정치 여정을 마무리한 더불어민주당 원혜영 전 의원(70)의 소회다. 지난 1988년 한겨레민주당 대변인으로 정계에 입문한 뒤 5선 국회의원, 민선 2·3기 부천시장 등을 지낸 원혜영 전 의원은 “마무리할 때를 잘 선택하는 것도 정치인으로서 중요한 일”이라며 담담하게 말했다.

이제는 국회를 떠난 원 전 의원은 앞으로 웰다잉(Well-Dying) 시민운동, 기부문화 선진화 운동에 매진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그는 “장수시대를 맞아 삶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한 자기결정의 문제들을 고민하고 실천함으로써 개개인의 삶이 풍요해지고 우리 사회의 갈등이나 부담은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로운 인생을 개척하고 있는 원 전 의원의 얘기를 들어봤다.

- 정치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뭐니뭐니해도 지난 18대 국회 당시 당의 초대 원내대표를 했을 때가 기억난다. 이명박정부가 출범하고 우리는 소수 야당이었다. 당시 MB 정권이 법안 100여 개를 한꺼번에 강행처리하려는 걸 막으려고 크리스마스 이브에 본회의장을 점거해 보름간 투쟁에 나섰고 MB 악법의 일괄강행 처리를 저지했다. 그때 ‘국회를 언제까지 몸싸움의 장으로 전락시킬 것이냐’, ‘국회를 대화와 타협의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려면 여당은 다수라고 무조건 밀어붙이지 못하게 하고 야당은 국회 운영의 원리를 무시한 채 몸으로, 집단으로 의사진행을 방해하는 일이 없어야 했다. 그래서 51%가 아닌 60%까지 동의가 돼야 의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했고, 소수 세력에겐 무제한 필리버스터를 허용해주는 국회선진화법을 제정했다. 그걸 주도한 게 가장 의미 있는 일이라고생각한다.

- 부천시장 재임 시절 가장 뿌듯했던 일은.
버스도착시간 안내시스템(BIS)을 부천시가 세계 최초로 개발해 실용화했다. 전기도 에디슨이 발명했다고 하지만 그 당시 많은 발명이 있었던 건데 그걸 최초로 에디슨이 실용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 부천시가 세계 최초로 개발해 실용화한 BIS를 몇 년 뒤 서울시가 도입하고 지금은 뉴욕, 베이징 등 세계로 퍼졌다.

국회의원 시절 국정감사 때 아제르바이잔의 바쿠라는 도시에 갔었는데 거기서도 BIS가 운영되는 걸 봤다. 우리 부천시뿐만 아니라 전 세계 시민이 버스의 도착시각을 알 수 있고 편리하게 이용하고 있어 뿌듯했다. 좋은 사회, 선진화된 사회라는 게 다른 게 아니고 예측 가능한 사회라고 본다. BIS야말로 예측 가능한 생활 문화를 만드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본다.

- 후배 정치인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국회의원이 다루는 문제들은 너무나 폭넓고 하나하나가 까다로운 문제다. 그래서 국회의원은 항상 공부해야 한다. 저 역시 공부하는 자세를 갖고 의정 생활을 해야 한다고 후배들에게 조언해왔다.

아무리 많이 알아도 자신이 아는 것만 갖고 정치를 하면 결국 시대에 뒤떨어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우리가 부딪히는 새로운 문제에 대한 올바른 대책을 마련하기 어렵다. 그래서 공부해야 한다. 그걸 제일 강조하고 싶다.

- 웰다잉 시민운동에 매진할 것이라고 들었다. 관심을 두게 된 계기와 향후 계획은.
지난 몇 년 동안 국회에서 제일 집중적으로 노력해온 게 웰다잉 문화조성이라는 과제와 기부문화 선진화라는 과제, 두 가지다. 그동안 의학기술이 발달해 연명치료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이 생겼는데, 최근 5년 전까지는 법으로 연명 의료를 받지 않을 권리를 보장받지 못했다.

의학 기술이 발달하며 과거에는 노환으로 별세했던 게 지금은 인공호흡도 하고, 심폐소생도 하고, 투석도 하면서 수명이 연장됐다. 만약 그렇게 치료를 지속해서 건강이 회복되면 당연히 치료해야 한다. 제가 얘기하는 건 수명만 연장되는 무의미한 연명 의료를 말하는 거다. 이 일에 나서면서 장수시대 삶의 마무리에 대한 자기 결정의 과제가 많이 있다는 걸 알았다.

연명 의료에 대한 자기 결정권, 또한 내가 죽을 때 재산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도 중요한 결정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유언장 작성 운동이 있다. 그밖에 장기기증, 화장 등을 할 것인지, 장례 절차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 다양한 문제들이 내 삶의 마무리에 대한 결정 과제다.

장수시대를 맞아 삶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한 자기결정의 문제들을 고민하고 실천함으로써 개개인의 삶이 풍요해지고 우리 사회의 갈등이나 부담이 줄어들 것이다. 웰다잉 시민운동 외에도 새로운 은퇴 생활의 여유와 재미를 계속 만들려고 노력하겠다. 인생의 여유와 재미는 저절로 주어지는 게 아니지 않나.

글 _송우일기자 사진_윤원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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