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이 사살되고 불태워지는 6시간... 대한민국 軍은 구경만 하고 있었다
[사설] 국민이 사살되고 불태워지는 6시간... 대한민국 軍은 구경만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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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인공노할 일이 벌어졌다. 표류하던 남한 국민을 북한군이 사살했다. 그것도 모자라 참혹하게 화형시켰다. 더구나 이 국민은 월북의 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말이 사실이면 정치적 또는 현실적 망명 희망자를 총으로 사살하고 그 시신까지 불태운 것이다. 문명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국제법상 인도주의에 명백히 위배되는 일이다.

군과 정부의 발표를 종합해 보면 이렇다. 해양수산부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어업지도선 선원 A씨(47)가 사라진 것은 지난 21일 낮 11시30분쯤이다. 소연평도 남쪽 2.2㎞ 지점에서 어업지도를 하던 중이었다. 해군 등이 수색에 나섰지만 A씨는 발견되지 않았다. 그리고 A씨가 발견된 것은 다음날인 22일 오후 3시30분쯤이다. 북한 수산사업소 단속정이 황해도 등산곶 앞바다에서 A씨를 발견했다는 정황을 우리 군이 확인했다.

구명조끼 차림의 작은 부유물에 의지하고 있었다. 북한군은 단속정에서 A씨와 일정한 거리를 띄워 놓은 뒤 표류 경위를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월북 의사를 확인했을 것이다. A씨가 떠내려가지 않게 조치를 취했다. 그러다가 오후 9시40분쯤 북한군이 A씨를 향해 총을 쐈다. 이 시간은 현장의 북한군이 상부로부터 사격 명령 또는 처리 방향에 대한 지시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우리 군이 설명했다. 그리고 오후 10시쯤, 북한군이 A씨의 시신을 불태웠다. 우리 군은 이 모든 과정을 정보 자산을 통해 보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밤 11시쯤 국방부 장관과 청와대에도 보고했다고 밝혔다.

이 발표 자체에도 석연찮은 부분이 있다. A씨는 어엿한 공무원 신분이다. 북한 지역에서 북한군과 접촉 중인 장면을 확보했다. 그런데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하지 않고 있었다는 얘기다. 당연히 청와대에도 알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면 이 6시간 동안 정보 자산을 관리하는 현장의 인원 혼자 지켜보고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군 지휘 통계에서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 혹시 청와대 인지 시점을 늦추려는 셈법 아닌가.

혹여 이 발표가 맞다고 치자. 그렇더라도 우리 군의 어처구니 없는 대처는 달라지지 않는다. 발표 내용을 보면 6시간 동안 아무것도 한 게 없다. 공무원이 북한에서 발견됐고, 총에 맞아 사살됐고, 불에 태워 화형 당하는 데도 그냥 보고만 있었다. 이게 도대체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이달 10일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ㆍ미연합사령관이 한 회의에서 ‘북한군이 국경지대에서 입경하는 외국인을 사살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공개하기까지 했다. 그런데도 우리 군은 “사살까지 할 줄은 몰랐다”는 소리를 하고 있다. 이런 군이 오늘은 “북한 만행을 규탄한다”는 성명을 냈다. 국민이 할 말을 잃었다. 이게 국가인가. 이게 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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