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경기도 박물관ㆍ미술관 다시보기] 24.여주 목아박물관
[2020 경기도 박물관ㆍ미술관 다시보기] 24.여주 목아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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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본관 전시관 완성 목아전통공예관 문열어 1993년 학예연구실·야외 조각공원 완성 정식 개관
예념미타도량참법·묘법연화경 등 보물 3점 소장, 3층 목조각전시실, 박찬수 선생 작품세계 한눈에
2층 불교유물실·1층 불교회화실 ‘기획전시’ 감동 2배
왼쪽부터) 1.‘목아’란 나무 목(木)에 싹 아(芽)를 써 ‘죽은 나무에 새생명을 불어 넣어 싹을 틔운다’는 뜻이다. 대웅전의 우리말로 바꾼 ‘큰말씀의 집’ 내부모습. 2.여주시 강천면에 위치한 목아박물관은 국가무형문화재 제108호 목조각장인 박찬수 선생이 1989년 설립한 박물관으로 전통 목조각 및 불교미술의 계승을 위해 세워졌다. 목아미술관 전경. 사진=윤원규기자

■ 목조각장 박찬수 선생의 정성과 집념
여주시 강천면 이호리에 자리한 목아박물관(관장 박우택)은 국가무형문화재 제108호 목조각장 박찬수(朴贊守) 선생의 정성과 집념으로 세워진 사립박물관이다. 1989년에 공사를 시작하여 1990년에 본관 전시관을 완성하고 목아전통공예관으로 문을 열었다가 학예연구실을 비롯한 부속 건물과 야외 조각공원을 완성한 1993년 6월에 목아불교박물관으로 정식 개관하였다. 2014년에는 목아박물관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목아(木芽)’는 초대 박물관장이기도 한 설립자 박찬수 선생의 호인데, 죽은 나무에 생명을 불어넣어 싹을 틔운다는 뜻이다. 불교 조각 공방인 목아미를 경영하던 그는 우리 전통과 불교 미술을 공부하기 위해 전국 사찰을 다니면서 문화재가 훼손되는 안타까운 현장을 보다가 불화를 비롯한 불교문화 관련 자료를 꾸준하게 수집했다. 박물관에는 박찬수 선생의 조각 작품과 수십 년간 모은 6만여점의 유물이 소장되어 있는데, 이중 2천여점이 본관 전시관에 전시되고 있다. 목아박물관은 보물을 세 점이나 소장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예념미타도량참법(보물 제1144호), 묘법연화경(보물 제1145호), 대방광불화엄경(보물 제1146호)이 그것이다.

박물관 입구 왼편에 서 있는 석조 미륵삼존불은 현대적인 조형미가 느껴지는 석조물이다. 놀이 질 저녁 무렵에 가장 아름답다고 한다. 흥미롭게도 건물 이름이 모두 한글이다. 여주에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의 영릉이 있다는 사실에서 그 까닭이 연상되지만 멋진 결정임에 틀림없다. ‘큰 말씀의 집’은 박찬수 선생이 조각한 500여개의 목조 나한상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법당이다. 석가모니부처님과 불경을 넣어둔 윤장대, 수미단, 닫집과 비천상이 사람의 발길을 붙든다. 오백나한 모두가 각기 다른 몸짓과 얼굴을 가졌다니 나한의 표정만 살펴도 재미있을 것 같다. 네 기둥에 달린 한글 주련도 눈길을 잡는다. “마음이 부자인 사람, 베풀 줄 아는 사람, 가정이 행복한 사람, 언행일치하는 사람”은 가슴에 새겨야 할 복된 말씀이다.
 

왼쪽부터) 1.대한민국 중요무형문화재 108호인 목아 박찬수 선생. 2.‘사천왕문’을 우리말로 바꾼 ‘마음의 문’과 다양한 석제
조각품 등 다채로운 조각품을 만날 수 있는 야외전시실. 사진=윤원규기자

■ 아름다움과 성스러움, 깨달음이 공존하는 공간
전시관 건축이 이국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인도의 석굴 사원을 모방했기 때문이다. 붉은 벽돌을 가로 세로로 쌓은 박물관 외벽이 아름답다. 서울 혜화동에 있었던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건물이 헐릴 때 나온 벽돌을 재활용한 것이라니 이 또한 윤회라 하겠다. 입구에 달린 ‘밝고’라는 현판은 무슨 의미가 담겨 있을까. 불교의 가르침이 해탈이니, 신심과 정성으로 조각한 작품을 보며 눈과 마음을 맑게 씻어 밝아지라는 뜻이 아닐까. 본관인 전시관은 지하 1층, 지상 3층이다. 둥근 기둥 형태의 계단이 독특한데, 이는 불교의 불(佛)·법(法)·승(僧) 삼보를 형상화시킨 것이라 한다. 전시관 내부는 전통 한옥의 창문과 틀을 응용하여 불교의 현대화와 융합을 도모하려는 높은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전시관 3층 목조각전시실은 목조각장 박찬수 선생의 작품 세계를 한눈에 보여 주는 곳이다. 장인의 50년 작품 활동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대표 작품 150여점이 전시돼 있으니 오래 머물러야 할 곳이다. 일본 교토 고류지에 신라인이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목조 미륵보살반가사유상이 있다. 일본인이 국보 1호로 사랑받는 작품이다. 이 반가사유상을 꼭 같이 조각한 작품이 있다. 반가사유상을 지긋이 바라보라. 불자가 아니라 하더라도 서서히 감동이 밀려올 것이다. 부처의 자비로운 마음과 은은한 미소를 살리기 위해 기울였을 장인의 땀과 정성까지 느낄 수 있다면 최상의 감상법이다. 죽 늘어선 십이지신상은 동양의 신화와 생활문화의 산물이다. 이 또한 깨달음과 맞닿아 있다. 천진난만한 동자상 앞에서 잠시 마음을 들여다본다. 컴컴하다. 예닐곱 살 아이들의 해맑은 표정과 활달한 몸짓을 보며 어둠을 털어낸다. 이제야 동자상을 조각한 장인의 마음을 알 것 같다. 훗날 이 작품을 보게 될 사람이 자신의 내면을 환히 밝히기를 기대했을 것이다. 박찬수 선생의 조각 작품은 사포 질을 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오로지 칼질로 깎아 낸 것인데도 동자의 해맑은 얼굴과 어깨선이 부드럽다. 물론 이런 섬세한 조각품만 있는 것은 아니다. 찍어 내는 망치인 짜귀로 사람의 다양한 사람들의 표정을 새긴 작품도 있다. 표면이 거칠지만 조화롭고 주제의식도 선명하다. 작품의 재료가 무슨 나무인지 살펴보는 것은 흥미를 더해준다. 가장 자주 눈에 띄는 것이 비자나무였는데, 천 년의 미소를 간직한 반가사유상은 소나무로 만들어졌다.

2층 불교유물실과 기획전시실에서는 ‘설설설, 베푸는 이야기가 샘솟다’를 주제로 조선시대 불화를 선보이고 있다. 절에서 불화를 멀리서 지나치듯 보아 아쉬웠던 사람들에게 불화를 가까이서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입체적인 조각으로 채워진 3층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글을 모르는 대중에게 불법을 전달하기 위해 제작한 탱화에 담긴 이야기는 낯설지만, 사실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그리 낯선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염라대왕이 십시왕과 함께 업경대를 통하여 이승에서 지은 인간의 죄를 심판한다는 이야기는 천만 관객을 모은 ‘신과 함께’라는 영화의 소재였다. 중생을 깨치기 위해 만들어진 불가의 옛이야기도 윤회하듯 현재진행형이다. 불교는 천 년도 넘는 긴긴 세월을 우리 겨레와 함께한 종교로 우리 역사 곳곳에 그 문화가 스며들어 있다. 유교를 이념으로 건국한 조선왕조의 상징적인 건축물인 궁궐의 형식조차 불교 사찰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는 사실도 그 하나다. 전시실 곳곳에 배치된 불화 대형 퍼즐 맞추기나 트릭아트 사진 촬영은 어린 관람객들이 즐거워할 것 같다. 1층 불교회화실은 기획 전시실로서 동자전을 비롯한 기획전시와 유물 교체전시 등을 하는 공간이다. ‘나무의 역사’라는 기획전시가 열리는 지하 1층에서 한 가족을 만났다. 대여섯 살의 아이가 나무의 지게를 지고 걷는 모습을 지켜보는 부모의 표정이 해맑다. 전시실을 나와 야외 정원으로 향했다.
 

왼쪽부터) 1.본관 3층 목조각전시실엔 목아 박찬수 선생이 40여년간 조각한 150여점의 대표작품들을 전시한 공간으로 십이지신과 나한 등 다양한 조각들이 전시돼 있다. 목조각전 시실 전경. 2.야외전시실의 높이 5m의 석조미륵삼존불입상. 박찬수 선생의 작품으로 전통문화와 현대적 조형미를 접목시켰다. 3.본관 3층 목조각전시실의 동자 목상. 사진=윤원규기자

■ 사색의 공간, 정원 야외전시실
“저기 건물의 지붕을 보세요. 모두 조금씩 다르죠? 삼국시대와 고려, 조선의 지붕을 표현하고 있습니다.”왜 저럴까 아까부터 궁금했는데 이하늘 학예사의 설명을 들으니 비로소 고개가 끄덕여진다. 얕은 지식으로 형성된 선입견을 가지고 판단하려는 못된 버릇은 이참에 버려야겠다. 잘생긴 소나무가 운치를 더하는 정원에는 각종 목조각, 석조각, 청동작품이 곳곳에 있다. 3천평의 너른 정원에는 만해 한용운의 시와 장승, 수령 500~1천년 된 나무로 만든 천연테이블이 있는 카페도 있다. 해 질 녘에 조각상이 가장 아름답게 보인다고 하니 카페에서 여유롭게 차를 마시며 저녁 풍경을 감상해도 좋을 것 같다.

정원 한 켠에 ‘하늘교회’가 있다. 불교 미술품이 대부분인 박물관에 하늘교회라니 궁금해서 안으로 들어가 보니 십자가에 달린 예수상이 있다. 교회 옆에는 나뭇결 모양을 살린 성모상도 서 있다. 나뭇결이 너무 생생하게 살아있어 살짝 손가락을 대어보니 뜻밖에도 나무가 아니라 구리다. 목아불교박물관에서 목아박물관으로 이름을 바꾼 비밀이 풀렸다.

박물관은 현재 2020 문화가 있는 날 ‘세종이 사랑한 책’을 주제로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세종이 사랑한 책’은 조선 세종 때 만든 책으로 우리나라 풍토에 맞는 농법을 기술한 농업기술서인 ‘농사직설’과 백성들의 교화서로서 윤리 교과서라 할 수 있는 ‘삼강행실도’ 그리고 한글 창제의 과학적 원리가 담긴 ‘훈민정음’, 우리나라 최초의 역법서인 ‘칠정산’ 네 권이다. 3층 전시실 입구에서 만난 세종대왕상이 떠올랐다. 한글을 창제한 것만 해도 세종대왕은 영원히 칭송받아야 할 분이다. 10월 마지막 주 일요일까지 프로그램이 진행되니 기억해둘 일이다.

코로나19 여파로 목아박물관도 관람객이 크게 줄었다. 관람료에 의존하는 사립박물관 대부분은 운영에 어려움을 큰 겪고 있다. 이럴 때 사립 박물관과 미술관을 자주 찾으면 좋겠다. 관람객이 적으니 전세를 낸 것처럼 호젓하고 여유롭게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니까.

김영호(한국병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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