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모르는 ‘사다리 위 작업금지’...법 취지 무색
현실 모르는 ‘사다리 위 작업금지’...법 취지 무색
  • 김해령 기자 mer@kyeonggi.com
  • 입력   2020. 10. 22   오후 7 :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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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노동자 작업환경 개선을 위해 ‘사다리 위 작업’을 법으로 금지한 지 약 2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현장에선 사다리가 흔하게 쓰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관리나 단속에도 손을 놓은 상황으로, 섣부른 법 개정이 노동자의 안전 개선보다 현장의 혼란만 일으키는 모양새다.

22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월 공사ㆍ작업용도로 사다리를 쓰는 것을 전면 금지했다. 사다리를 타고 아래위로 이동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그 위에 올라가 작업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안 된다. 그러면서 고용노동부는 같은 해 3월 ‘3.5m 이하의 사다리, 2인 1조 작업, 안전모 착용을 전제로 사다리 사용이 불가피한 경작업을 할 때’는 사다리를 허용하는 개선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여전히 현장에서는 사다리를 사용하고 있어 법 개정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오전 수원시 영통구의 한 상가 간판 설치 작업에는 사다리가 활용되고 있었다. 사다리를 펼쳐 놓은 곳은 보행자가 지나다니는 거리 한복판. 현장 노동자 A씨는 4m 높이의 사다리를 안전장치 하나 없이 혼자 올라가 간판을 헝겊으로 닦고 있었다. A씨는 간판업 등은 사다리나 크레인이 필수적인데 소규모 업체의 경우 크레인을 매번 쓰기엔 비용적으로 부담된다고 토로했다.

병원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인 용인시 수지구의 또 다른 현장에서도 노동자 B씨가 사다리를 이용해 벽에 페인트칠하고 있었다.

노동자들은 사다리 외 실질적인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무작정 사다리를 금지하는 것은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법이라고 비판했다.

더욱이 정부의 단속이나 관리감독은 없는 상황으로 노동자들은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B씨는 “여기서 사다리를 쓴다고 한들 누가 막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다”라면서 “지켜지지 않을 법을 왜 만들어서 혼란스럽게 만드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표했다.

고용노동부 지침에 따르면 A씨나 B씨의 행위는 불법이지만 고용노동부는 단속이나 관리감독에 손을 놓고 있다.

고용노동부 산업안전과 관계자는 “작은 작업 중에서 일어나는 사다리 사용은 불법이어도 단속하기에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큰 공사현장에는 감독관이 가서 관리와 단속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해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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