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독자의 소리
[ISSUE] 독자의 소리
  • 홍완식 기자 hws@kyeonggi.com
  • 입력   2020. 11. 12   오후 9 : 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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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기술의 벽
다문화 학생들 로그인도 잘 못해
원격수업 막막

코로나19로 비대면은 일상이 됐다. 그중에서도 원격 수업은 가장 보편화돼 있다. 한국 학생들은 빠른 적응력으로 손쉽게 컴퓨터나 태블릿PC 등을 이용해 수업을 듣고 있다. 그러나 국제결혼 또는 외국인 부부 사이에서 태어나고 자란 다문화 학생들은 여전히 원격 수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당초‘ 언어의 벽’과‘ 문화의 벽’으로 한국 학생들과 학습 격차가 벌어진 다문화 학생들에게 ‘기술의 벽’이라는 또 하나의 장벽이 세워진 셈이다. 길어지는 원격 수업에 교육부는 ‘배움에 빈틈이 없도록 꼼꼼하게’ 챙기겠다고 약속했지만, 현실에서는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모양새다. 독자소통팀은 원격 수업으로 교육 격차가 더욱 심해진 다문화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비대면 수업 문제는 지금보다 미래가 더 걱정…
교육환경·저예산 모두 문제


24일 만난 원곡초의 교사들은 저마다 다문화 학생들을 위한 업무에 한창이었다. EBS 수업 동영상을 러시아어와 중국어로 번역해 자막을 써넣는가 하면, 다
문화 학생들을 불러 원격 수업 접속 방법을 설명하기도 했다. 다른 학교였으면 특수하고 어려운 일이지만, 다문화 학생 재학 비율이 97%에 이르는 원곡초에서는 일반적인 일이다.

이처럼 다문화 학생들이 주를 이루다 보니 학교의 교육 방식도‘다문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원곡초는 지난 2009년 개설한 한국어특별학급을 10년 넘게 운영
하고 있다. 학생들의 한국어 능력 수준을 총 16등급으로 나눠 세분화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사실상 대부분의 수업이 비대면으로 전환되면서 원곡초가 쌓아온 교육 체계가 흔들리고 있다.

언어에 대한 노출도 역시 줄었다. 언어를 배우기 위해선 자주 듣고, 말하는 것이 중요한데 원격 수업 환경 아래서는 오직 강의를 틀고 있을 때에만 한국어가노출돼 이전보다 학습 효과가 떨어지는 것이다.

교사들은 다가올 미래가 더 우려된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향후 원곡초 주변 재건축 아파트들이 들어서면 한국 학생들이 늘어나는 것이 불가피한데, 비대면 수업으로 벌어지는 교육 격차가 한국 학생들과 다문화 학생들의 갈등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2021년 교육부 예산 76조3천332억원에서‘다문화학생 한국어원격 교육 지원’예산은 고작 1억원에 그치면서 교사들의 한숨은 늘고 있다.
 

피해는 결국 아이들에게…“집단지성 필요해”
다문화 학생과 내국인 학생의 교육 격차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과거부터 가정 형편, 문화 차이, 보충교육 부재 등 다양한 이유로 교육 격차가 있었지만,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비대면 수업 장기화가 이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4일 국가통계포털과 교육통계서비스 등에 따르면 경기도 내 다문화가정의 취학 아동 수는 지난 4월 기준 3만6천411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초등학생 2만7천61명, 중학생 6천435명, 고등학생 2천875명, 기타 40명 등 모두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선진아씨(41·중국)와 자녀인 김진우(15·가명)·김선우(9·가명) 형제는 비대면 교육 장기화에 따른 다문화가정의 애로를 호소했다.

매일 아침 김진우군은 컴퓨터를 키고, 김선우군은 휴대전화를 TV에 연결해 학교 수업을 시작한다. 한국에 온 지 13년 된 엄마 선씨는 아직도 한국어가 익숙하지 않아 아이들과 함께하는 비대면 교육을 활용하는 데 있어 어려움이 많다.

비대면 교육을 처음 접해봤기 때문에 학기 초에는 아이들이 수업 관련 프로그램 설치와 접속을 어려워했어도 도와주지 못했다. 아울러 아이들이 수업을 마치는 오후 4~5시부터 필요에 따라서는 학부모와 함께하는 보충 교육과 자습이 필요하지만 그마저도 녹록지 못한 상태다.

부담은 자연스레 아직 어린 나이지만 장남으로서 엄마와 동생 간 가교 역할을 해야 하는 김진우군에게 안겨졌다. 엄마와 동생의 대화가 원활하지 못하면 중간에서 조율해야 하며 동생이 공부하다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자신의 공부도 제쳐놓고 동생을 도와야 한다. 여기에 각종 고지서나 안내문이 집에 오면 엄마
에게 뜻을 알려줘야 하기 때문에 자신의 학업에 전적으로 신경 쓰기 힘든 상태다.

선씨는 “아이들이 유치원에 다니던 시절 도시락, 가정통신문과 같이 어려운 용어를 알아듣지 못해 준비물을 챙겨주지 못하는 등 시행착오를 겪었었는데 비대면 교육에 따른 막막함에 비하면 고민도 아니였다”라며 “단순 학업성취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진로, 성적 고민을 토로할 시기가 올 텐데 엄마로서 도와줄 수 있는 게 없어 너무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지난 2018년 기준 도내 다문화 학생의 74.8%가 만 11세 미만 아동인 점을 강조하며, 하루 빨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향후 높은 수준의 인지 및 습득능력이 요구되는 고등 교육을 받게 될 다문화 학생이 늘어나면 내국인 학생과의 교육 격차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송미림 수원다문화가족지원센터 팀장은 “일선 방문 지도사들이 다문화가정 학부모와 학생의 이야기를 들어 본 결과 교육부 지원으로 기술 격차는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비대면 교육은 대면 교육과 비교해 제약사항이 많고 접근성이 낮은 상태”라며 “자녀에게 학습 조력자 역할을 하지 못하는 다문화가정 학부모의
애로와 이에 따른 교육격차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 라고 말했다.

이어 송 팀장은 “직접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학계나 교육계에서 간담회나 토론회를 통해 공론화하고 집단지성을 모아볼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했다.

글_독자소통팀(홍완식·권오탁·김해령·김태희·장희준기자) 사진_윤원규기자ㆍ이아영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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