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경제] 신뢰 그리고 정치
[이슈&경제] 신뢰 그리고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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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가격 상승으로 인한 서민의 주거 불안정, 코로나19 치료를 위한 백신의 미확보, 서울시장 등 재보선 선거 출마 후보의 자질 등 정치 세력의 공방은 지칠 줄 모르고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여러 정치 세력이 국민을 향해 끊임없는 구애(求愛)를 보내고 있음에도 그들은 국민의 지지를 얻기 위해 가장 기본이 되는 한 가지를 모르는 듯하다. 그것이 오랜 정치 경험에서 나오는 국정운영의 기교도 해박한 법률 지식을 바탕으로 한 달변(達辯)도 아닌 국민과 같은 눈높이에서 국민과 같이 행동하는 비롯된 국민의 믿음이라는 것을 말이다.

신년 초인 지난 7일 정부는 ‘준공업지역 순환정비 사업’을 발표했다. 사업의 주요 내용은 서울시 준공업지역 내의 노후화된 공장부지를 LH 및 SH 공사와 함께 산업 및 주거시설로 바꿔 2022년까지 약 7천 가구를 건설할 부지를 확보한 후 주택을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부지 내 주택비율을 확대해 주고 도시재생과 연계한 사업비를 융자해주며 산업시설 의무비율을 하향하는 등의 지원해 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 주택정책을 총괄하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주무 부처 장관이 규제 위주의 기존 정책과는 달리 공급을 바탕으로 한 주거 정책을 발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반응은 여전히 냉랭하기만 하다. 왜 그럴까. 국토부와 서울시 발표에 의하면 1월12일까지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 125건 중 절반이 넘는 65건이 신고가이며, 한국부동산원에서는 1월 둘째 주 아파트 가격이 전국 0.25%, 서울 0.07% 상승을 발표하는 등 주택의 매매 및 전세가 상승에 대한 소식이 멈추지 않고 들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20번이 넘는 정부의 주택가격 안정화 대책에도 국내 주요 도시 주택의 매매 및 전셋값이 잡히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가장 기본적인 원인을 주택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 저하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지난 2017년 8월 당시 전 국토교통부 김현미 장관이 “집을 많이 가진 사람들은 불편해질 것이라며 사는 집이 아니면 팔라”고 강력하게 경고한 이후, 정부는 다주택자를 서민의 주거 안정을 해치는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하며 국민에게는 사는 집이 아니면 팔라고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경실련 조사에 의하면 지난해 7월 기준으로 국무총리실 고위 공직자 22명 중 6명이 다주택자이며 3주택자도 2명이나 있다고 한다. 계속되는 다주택자의 고위공직 임명을 두고 일어나는 정치권의 공방과 이들이 얻는 부동산 소득에 관한 뉴스를 지켜보던 무주택자와 공공임대사업자 등록을 유도하던 정부의 태도 변화를 지켜보던 임대사업자의 마음을 헤아려 보면 정부의 주거 정책에 무관심한 시장의 반응이 이해가 되는 듯하다.

중국 역사서인 사기에는 사목지신(徙木之信)이란 말이 있다. 중국 춘추시대 진나라 재상인 공손앙은 나라의 부국강병을 위해 토지 및 세금 등을 개혁하는 법령을 만들었으나 백성이 법을 믿지 않을까 염려하여 법률의 공포 전에 성문 앞에 나무를 세우고 이를 옮기는 자에게 큰 상금을 약속했다고 한다. 그러나 상금과 비교하면 너무 간단한 일에 사람들이 신뢰하지 않자 상금을 5배로 올린 후 결국 법에 맞게 포상했다는 이야기다. 아무 쓸모도 없는 법도 나라가 약속을 하면 지키며 법 앞에 성역이 없음을 알릴 때 활용되는 이야기로 국민을 바르게 대변하고자 하는 정치인과 정책결정자가 눈여겨볼 대목인듯하다.

임기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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