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묻지마 범죄’ 관련 법·제도 정비 필요하다
[사설] ‘묻지마 범죄’ 관련 법·제도 정비 필요하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툭 하면 ‘묻지마 범죄’가 터진다. 특별한 원한 관계나 이유 없는 불특정 대상을 향한 무차별 범죄다. ‘눈빛이 기분 나빠서’, ‘화가 나서’, ‘여자가 싫어서’, ‘그냥’…. 범죄 이유들이 황당하다. ‘묻지마 범죄’가 매년 늘고 있지만 명확한 개념조차 정립되지 않아 관련 대책이 엉성하다. 우리 사회 안전망에 문제가 있다는 방증이다.

우리나라는 범죄 동기가 뚜렷하지 않고 잘 알지 못하는 불특정 상대를 향한 범죄에 대해 무동기 범죄, 불특정 대상 범죄, 무작위 폭력, 증오 범죄 등 혼재된 표현을 쓴다. 제도적으로나 통념적으로나 일률적인 처벌 규정, 사건 유형, 정의 등 정해진 게 없어 ‘묻지마 범죄’로 통칭한다.

‘묻지마 범죄’는 개념 자체가 없다 보니 발생 통계 등 자료도 없다. 대검찰청은 2017년 ‘폭력범죄 엄정 대처를 위한 사건처리기준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사회적 불안을 야기하는 범죄를 일반 범죄 이상으로 엄벌하겠다는 것으로 ‘묻지마 범죄’ 차단이 목적이다. 검찰은 이런 범죄를 특별 가중요소로 취급해 재판 시 형량을 늘리겠다고 했지만 실제 가중처벌에 대한 판단 기준이 없다. 법원도 범행 동기와 죄질 정도, 피고인의 심신미약과 전과 여부, 피해자와의 합의 여부, 재범 가능성 등을 고려해 ‘묻지마 범죄’ 형량을 판단한다. 하지만 재판장마다 ‘묻지마 범죄’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 판결이 제각각이다.

전문가들은 ‘묻지마 범죄’에 대한 법률적 개념 정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개념이 정립돼야 형평성 있는 사법처리가 가능하다. 보통 ‘묻지마 범죄’의 가해자는 사회 부적응자, 정신 질환자, 약물 남용자 등 3가지 안에서 분류된다.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아무런 관계가 없고, 사건 동기가 불분명하며, 사회를 향한 불만이 공적 장소에서 일어나는 최소한의 요건을 ‘묻지마 범죄’라고 정의했을 때 가해자 대부분이 세 유형 중 하나에 속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묻지마 범죄’의 원인 분석을 이처럼 단순화해선 안 된다. 객관화할 수 있는 통일된 지표를 세워 대안을 찾아야 한다.

‘묻지마 범죄’의 상당수가 성별ㆍ계층ㆍ세대 등의 혐오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혐오에 기인한 무차별 범죄를 엄벌하는 혐오폭력방지법 입법, 혹은 기존 법에 죄명을 세분화하거나 양형 기준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묻지마 범죄’는 불행한 성장 환경, 불평등, 부조리, 빈부격차, 분노조절장애 등 다양한 사회 불만이 쌓여 분출된 것이기도 하다. 국가 차원의 실태조사도 필요하고, 정신건강 관리 시스템도 강화해야 한다. 정부와 국회가 서둘러 법과 제도 정비에 나서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