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아침] 봄은 어디에
[인천의 아침] 봄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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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병마가 일 년을 지나 이 년째 접어들고, 추운 겨울도 아직 멈추지 않았다. 언제쯤 모두가 희망찬 봄기운을 찾을 수 있을까? 세상의 봄 노래는 희망의 상징이다. 나라를 빼앗겼을 때, 독재 권력에 억눌려 살았을 때, 전쟁의 혼란 속에 평화를 찾을 때, 누군가의 속박에서 벗어나고자 할 때, 가난에 허덕일 때, 삶이 고통스러울 때 희망의 상징은 봄이다.

그래서 시인들은 봄에 피는 꽃 속에 자신들의 메타포 적 메시지를 전달한다.

나대경이 지은 학림옥로 권6에 나오는 이름 모를 한 여승의 시에 봄을 깨달음으로 상징하는 시가 있다.

『종일토록 봄을 찾아 헤맸건만 봄은 보지 못하고 짚신이 닳도록 산 위의 구름만 밟고 다녔네! 지쳐서 돌아와 뜰 안에서 웃고 있는 매화 향기 맡으니 봄은 여기 매화 가지 위에 이미 무르익어 있는 것을』

봄을 찾아 헤맸건만 밖에서 결국 찾지 못하고 지쳐서 돌아오니, 집 뜰 안에 핀 매화를 보고서 비로소 봄이 왔음을 알았다는 내용이다. 입춘이 지나고 설도 지났는데 봄기운이 보이지 않아 들과 산을 두리번거리지만 봄은 조용히 매화 꽃봉오리에서 피듯 우리 마음에 이미 와 있다.

누구나 설을 쇠고 나이가 한 살 더 먹었으나 스스로는 변화를 느끼지 못하고 산다. 하지만, 조금씩 자신은 변하고 있다. 인생이라는 열차가 삶의 종착역으로 조용히 도착하고 있지만 내릴 준비가 안 되어 있는 게 모든 생명의 모습이다. 자연에 떠밀려서 혹은 세월에 떠밀려서 살다가 가는 것이 인생인듯하다.

그러나 자연은 우리에게 굴하지 않고 죽지 않는 강인한 삶의 길을 가르친다. 한겨울 눈 속에 얼어버린 작은 꽃봉오리들이 얼음과 눈을 헤치고 산등성이, 절벽, 길가 등에 소리 없이 생명의 꽃봉오리를 피울 때 자연이 가르치는 교훈은 경이롭다. 한국의 많은 산맥 넓은 산에 피는 수많은 야생화는 우리들의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작은 꽃봉오리들이 봄 축제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매화, 동백, 복수초, 애기복수초, 변산바람꽃, 너도바람꽃, 노루귀, 애기괭이눈, 노란앉은부채, 노랑제비꽃, 머위꽃, 애기중의무릇 등 수많은 봄의 꽃들이 새 생명의 찬란하고 위대한 탄생을 보여주고 있다.

앤솔러지는 시들의 모음이다. 그런데 앤솔러지의 그리스 어원은 꽃들의 모음이다. 자연은 글이 아닌 꽃이라는 형상의 시를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말이 없는, 글이 없는, 소리가 없는 침묵 속 형상의 아름다운 서사시가 한국의 산마다 들마다 피어나고 있다. 우리에게도 소리 없이 꽃과 함께 봄이 오고 있다.

선일스님 법명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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