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하면 다 ‘정인이 부모’인가요?”…아동학대 조사 상처 받는 입양 가정
“입양하면 다 ‘정인이 부모’인가요?”…아동학대 조사 상처 받는 입양 가정
  • 김해령 기자 mer@kyeonggi.com
  • 입력   2021. 03. 09   오후 7 :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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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했으면 다 ‘정인이 부모’인가요? 우리 아이가 왜 학대 위기 아동인가요.”

김포시에 사는 B씨와 그의 남편은 고민 끝에 입양을 결심했다.

신체검사부터 정신감정, 재산상태 등을 검증받고 약 2년간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한 교육도 받았다.

지난해 12월 법원의 최종 결정에 따라 B씨 부부는 마침내 아이를 입양하게 됐다. 그렇게 단란한 가족을 꿈꿨던 B씨 부부에게 최근 고통이 시작됐다. 행정복지센터에서 “아이가 잘 지내는지 확인하고자 가정을 방문하겠다”고 통보하면서다. B씨는 “자신들이 단숨에 ‘잠재적 아동학대자’가 된 것 같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정부가 아동 학대 정황을 조기 발굴하기 위한 방문 조사 대상으로 입양 가정 아동이 지목되면서 입양 부모들이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부정확한 데이터와 편견 탓에 입양가족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B씨에게 고통을 준 ‘e-아동행복지원사업’은 사회보장 빅데이터를 활용해 고위험 위기 아동을 발굴하고 맞춤형 복지서비스와 연계하는 보건복지부 사업이다.

기초생활수급자, 장기결석, 영유아 예방접종 미실시, 각종 아동수당 미신청 등 총 43종의 정보 연계로 조사 대상을 선별한다.

읍ㆍ면ㆍ동 아동담당 직원은 선별된 아동의 가정을 직접 방문해 양육환경을 확인, 양육환경 개선을 위해 필요한 서비스를 지원한다.

이런 가운데 보육원 등 시설에서 생활하다 입양된 아이들도 사업 대상자로 판별되고 있다.

아이들이 시설에 있을 당시 기초수급자 혹은 저소득층 가정 대상 기저귀ㆍ분유 바우처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전력(前歷)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입양 부모들은 최소 1회 많게는 3회까지 읍ㆍ면ㆍ동 담당 직원으로부터 방문 조사를 받고 있다.

입양 부모 P씨(57)는 “최근 정인이 사건도 매우 이례적인 사건일 정도로 입양 가족에서 아동학대가 많지 않은데 모든 입양가족이 잠재적으로 아동을 학대할 수 있다는 낙인이 생기면 입양문화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P씨의 지적처럼 아동학대 통계를 보면 아동학대 가해자가 입양부모인 경우는 드물다.

보건복지부의 ‘2019년 아동학대 주요통계’를 보면 2018~2019년 아동학대로 사망한 피해 아동은 모두 70명인데 이중 입양가족에서 숨진 아동은 한 명이다.

2019년 사망한 아동학대 사건 가해자 53명 중 친부모가 46명으로 대다수를 차지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정부 사업 기준이 ‘반 인권적인 행위’라고 비판했다.

김지영 전국입양가족연대 국장은 “입양 부모가 되기 위해 거쳐야 할 단계만 10단계이며 부모 자격도 엄격하다. 또 입양이 되는 순간 법적ㆍ행적적 보장을 받는 일반 가정과 같다”며 “그럼에도 정부가 입양 가정을 학대 위험 가정으로 취급하는 정부의 강제 조사는 인권을 헤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도 보건복지부 측에 문제점을 제기, 구체적인 정책 개선사항을 요청한 상황이다.

보건복지부 아동학대대응과 관계자는 “입양 아동이라고 해당 사업 조사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아동이 시설에서 나오고, 기초수급자나 바우처 지원 대상에서 탈락되는 정보만 가지고 아동이 위험하진 않은지 확인하는 절차”라고 밝혔다.

김해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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