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카 공포 여전한데…슬그머니 사라진 남녀 공용화장실 분리사업
몰카 공포 여전한데…슬그머니 사라진 남녀 공용화장실 분리사업
  • 김해령 기자 mer@kyeonggi.com
  • 입력   2021. 03. 13   오후 8 :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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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의 안심한 화장실 이용을 위해 행정안전부가 추진한 남녀공용화장실 분리사업이 ‘슬그머니’ 사라졌다. 정부와 지자체 지원에도 비싼 공사비에 민간 수요가 좀처럼 발생하지 않는 탓이다. 그러나 여전히 화장실 불법촬영 등 범죄가 발생, 정부와 지자체가 여성 안전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를 끝으로 남녀공용화장실 분리사업을 종료했다고 13일 밝혔다. 2019년 시작된 이 사업은 화장실 남녀분리 문화 확산을 유도하기 위해 마련됐다. 여성 이용 불편이 높은 민간 남녀공용화장실에 대해 분리설치 비용을 행안부와 지자체가 일부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행안부와 경기도내 지자체는 당시 이 정책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몰카(몰래카메라)’가 단순 범죄에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정부가 추진했던 대표 화장실 안전개선사업이었다.

하지만 사업 효과는 미비했다. 남녀공용화장실이 있는 건물 소유자들의 사업 신청이 사실상 없다시피 했다. 의정부시는 2019년부터 지난해 2년간 총 1개소만 분리사업을 진행하고 사업을 종료했고, 여주시도 같은 기간 2개소만 추진하고 올해는 사업을 연장하지 않았다. 수원시와 용인시는 2019년 1년만 사업 신청을 받고, 지난해부터 사업을 종료했다. 지난해부터 시작한 남양주는 신청자가 아무도 없어 행안부 예산을 다시 반납 후 종료했다.

이런 가운데 도내 번화가에서는 아직도 ‘공포의 공용화장실’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이날 오후 수원시 영통구 아주대학교 인근 상가 건물 1층에는 밤사이 버려진 담배꽁초와 각종 쓰레기가 널려 있었다. 벽에 붙은 화장실 표시를 따라 2층으로 올라갔다. 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잠금장치도 눈에 띄지 않았다. 화장실 내부는 6.6㎡가 조금 넘는 크기였다. 플라스틱 칸막이를 사이로 남녀 화장실이 나란히 있었고 위ㆍ아래로 20㎝가량 뚫려 있었다. 화장실을 나서는 순간 한 여성이 들어서다 마주쳤다. 여성은 화들짝 놀란 듯 짧은 비명을 내뱉고 황급히 되돌아 나갔다. 인근 음식점 아르바이트생 P씨(21ㆍ여)는 “화장실 갈 때마다 민망해 가는 횟수를 최소화하는 수밖에 없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지자체들은 정책 폐지 이유로 신청 수요 부족을 내세우고 있다. 행안부와 지자체가 사업 신청자에게 출입구ㆍ층별 분리 등 화장실 분리 공사비용의 50%(최대 1천만원)를 지원하는데, 나머지 절반의 공사비용에 대해 사업자들이 부담을 느껴 신청이 활발히 이뤄지지 못하면서다.

행정안전부 생활공간정책과 관계자는 “당초 2019년에만 추진하려던 단년도 사업이었으나 완료하지 못한 지자체들이 많아서 2020년까지 연장 추진한 사업”이라며 “지자체별 사업 정산 기록을 받아 검토한 후 사업을 재시작할지 보완할지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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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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