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치경찰제 조례안 마찰, 소모적 영역싸움 안 된다
[사설] 자치경찰제 조례안 마찰, 소모적 영역싸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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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본격 시행되는 자치경찰제가 시작 전부터 삐걱거리는 모양새다. 자치경찰의 운영 방식과 업무 내용 등을 담은 조례안에 대해 경찰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경기도를 비롯해 다른 자치단체들도 비슷한 상황으로, 경찰 내부에선 일부 내용에 대해 “자치경찰 노예안”, “독소 조항”이라는 등의 노골적 비판을 하고 있다.

‘경기도 자치경찰사무와 자치경찰위원회의 구성 및 운영 등에 관한 조례 제정안’이 지난 19일 입법예고됐다. 조례안은 31일까지 의견접수 기간을 거쳐 조례규칙심의위원회 절차를 밟아 도의회에 제출된다.

자치경찰제가 시행되면 자치경찰위원회에서 자치경찰의 지휘·감독 등을 하는데, 위원회의 운영 방식이 논란이다. 조례안을 보면 생활안전·교통·경비 등 자치경찰사무의 구체적인 사항과 범위를 정할 때 ‘경기남·북부청장의 의견을 들을 수 있다’고 돼있다. 이는 의견을 듣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경찰청이 내놓은 표준 조례안에는 사무범위 관련, ‘지방경찰청장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경기도 조례안은 ‘의견을 들을 수 있다’고 했다. 경찰측은 “‘협의해야 한다’가 아닌 ‘들을 수 있다’는 말은 경찰조직 의견을 ‘패싱’(열외 취급)하겠다는 뜻”이라며 “반드시 수정돼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미 자치경찰제를 실시하는 제주도는 경찰 반발에 ‘의견을 청취해야 한다’로 수정해 가결한 바 있고, 인천시도 ‘경찰과 협의 절차를 거친다’라고 표준 조례안대로 의결했다.

자치경찰사무의 감사와 관련해서도 ‘도지사에게 인력 파견 등 지원을 요청할 수 있다’고 명시, 경기도의 과도한 개입을 우려하고 있다. 자치경찰에게 현장 출동이나 사건 처리가 아닌 행정·홍보·예방교육 등의 의무를 늘린 점도 논란이다. 경찰 내부망에는 ‘경기도 자치경찰 조례안은 자치경찰 노예안’이라는 내용의 글까지 게시됐다.

자치경찰제는 안전·교통·경비 등 지역민의 일상에 관한 업무를 경찰이 맡는 제도로 시민 삶과 직결돼 있는 분야가 망라된다. 경찰과 자치단체가 영역 싸움을 하듯 대립하기보다 치안 대상인 주민을 먼저 생각하고 조금씩 양보해야 제대로 시행할 수 있다. 소모적인 대립은 바람직하지 않다. 자치경찰 사무가 경찰 업무 범위 외 사무로 확대되지 않도록 하고, 법규(조례)와 조직(자치경찰위원회)을 만드는 과정에 현장 경찰의 목소리를 반영해 효율적 운영방안을 찾아야 한다. 헤드쿼터 역할을 할 자치경찰위의 전문성과 정치적 독립성도 반드시 확보돼야 한다. 지자체가 부담해야 할 예산의 일정 부분은 국비지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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