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암 딛고 어려운 이웃 봉사 박달2동 숨은 영웅"...이지석 원사
"말기암 딛고 어려운 이웃 봉사 박달2동 숨은 영웅"...이지석 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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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석 원사(사진=노성우기자)

“건강이 허락하는 한 힘 닿는 데까지 주위의 어려운 어르신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하고 싶습니다.”

지난해 1월 췌장암 말기 판정을 받고 44번의 항암 치료를 받은 33년차 현역 군인 이지석 부사관(53ㆍ원사)은 “앞으로 얼마나 더 항암치료를 받아야 할 지 기약이 없다”면서도 이같이 말했다.

그는 복막 등으로 전이가 심해 대학병원에서조차 손을 못 댈 만큼 심각한 상황이었다고 한다.

최전방 판문점 JSA(공동경비구역)에서 근무하던 그가 안양에 뿌리를 내린 건 약 12년 전으로, 만안구 박달2동의 한 공병단으로 자리를 옮기면서다.

안양에 막 내려온 이 원사는 선배의 권유로 자율방범대에 들어가면서 지역사회 봉사활동에 본격 나서기 시작했다.

30여명의 대원들이 조를 나눠 주중 오후 9시부터 12시까지 친목마을 등을 순찰하며 범죄 예방과 불량 청소년 선도에 힘을 쏟았다.

휴가철에는 주말마다 관광객이 몰리는 안양예술공원에 나가 교통 통제 등 질서 유지에도 앞장서왔다.

봉사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하면서 그의 활동 반경도 점차 넓어졌다.

그는 현재 박달2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및 새마을지도자협의회에도 몸담고 있다.

궂은 일이란 궂은 일은 혼자 도맡아 하기로 지역에선 이미 정평이 나있다.

지역사회보장협의체는 관내 독거노인, 한부모 가정 등 소외계층 이웃들을 찾아 밑반찬 나눔, 어르신 생신상 차려드리기 등의 행사를 진행하는 봉사단체다.

기금 마련을 위해 매년 9~10월 사이 동 행정복지센터 앞에서 ‘기부의날’ 행사를 열어 먹거리, 생활용품 등을 판매하고 있다.

그가 특히 관심을 갖고 열의를 다하는 건 박달2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만의 집수리 봉사다.

원도심인 박달동은 안양에서도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이라 홀몸어르신 등 저소득 취약계층 비중이 높은 편이다.

페인트칠, 도배, 장판 및 방충망 교체, 보일러 수리 등이 주임무다.

이 원사는 지난 3월 90대 노할머니 한 분이 사는 집의 낡은 바닥 장판을 새것으로 교체를 해준 일화를 떠올렸다.

그는 “집안 가구를 밖으로 다 빼내고 장판을 걷어내니 바닥에 물이 고여 있어 곰팡이가 말도 못했다”면서 “물기를 닦아내고 말려서 장판을 다시 깔아드렸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회원들과 함께 도배지를 재단하고 풀칠해 구석구석 모자람 없이 발라준 덕에 한 80대 어르신은 수리를 마치고 돌아가는 이 원사를 집밖까지 배웅 나와 연신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지난 8일에는 최대호 안양시장이 직접 참석해 손을 보탤 정도로 박달2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의 활동은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새마을지도자협의회 총무로도 활동 중인 그는 월 1~2회 동네 길거리 대청소는 물론 주 2~3회 하절기 방역활동도 거른 적이 없다.

달라진 마을 분위기 만큼이나 그의 몸도 변화하고 있다.

처음에는 ‘3주 항암, 1주 휴식’으로 치료를 받았지만 지금은 ‘3주 항암, 3주 휴식’으로 주기가 길어진 것.

그 만큼 종양 크기가 눈에 띄게 줄어든 덕분이다.

노동 강도가 쎈 집수리가 여의치 않을 법도 하지만 이 원사는 “항암 주사를 맞고 하루이틀만 고생하면 다시 몸을 움직일 만하다”며 “몸의 회복력이 빠른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정년을 2년 남겨둔 그는 “전역 후에도 안양을 제2의 고향으로 삼아 지역사회를 위해 작은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안양=한상근ㆍ노성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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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규 2021-06-20 19:49:26
본인의 상황마저 저라면 감당하지조차 못 했을 것 같은데 지역사회의 이웃들을 먼저 생각하여 힘든일도 마다하지 않고 열심히 봉사하는 모습이 너무나 대단하십니다. 원사님이라면 암또한 꼭 극복해내실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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