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경제] 주택시장 정상화 위한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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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시장은 다양한 하위시장으로 얽혀 있다. 거미줄과 같다. 거미줄을 우습게 보고 달려든 벌레는 꼼짝없이 거미줄에 걸려 거미의 먹잇감이 된다. 주택시장도 다르지 않다. 뒤엉켜 있는 주택시장을 제대로 살피지 않고 규제의 칼날을 들이대면 거미줄이 끊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칼끝이 거미줄에 걸려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된다. 지금 주택시장이 그렇다.

국회에서 연일 부동산대책을 쏟아낸다. 종합부동산세 과세기준을 현행 9억원에서 상위 2%에게만 부과하고 1가구 1주택자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조정한다. 또 연일 논란의 중심에 있던 ‘주택임대사업자 혜택 폐지’는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잘못 들이댄 칼끝을 거둬들이는 모양새다. 이 정도로 거미줄에 빠진 혼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우리나라 만의 독특한 주택시장 구조를 면밀히 뜯어보고 살펴서 이해해야 한다. 해외국가와 상당히 다르다. 집에는 우리나라의 역사와 관습, 그리고 사람들의 사상이 그대로 녹아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84.1%가 집을 갖고 싶어한다. 그러나 자기 집에서 사는 가구는 58%에 불과하다. 집을 가진 가구는 61.2%다. 즉, 집이 있지만 전·월세가구로 사는 가구도 전체 가구의 3.2%나 된다는 이야기다. 이들은 임대인이면서 임차인인 이중적 특성을 가진다. 이러한 사람들의 생각과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가구자산의 80%가 부동산으로 이뤄져 있고, 전월세 가구의 큰 자산은 임차보증금이다. 금융자산의 비중이 작다. 해외국가와 상당히 다른 대목이다. 부동산에 집중된 자산을 금융자산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쉽지 않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집은 단순히 거처로서의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유독 아파트를 좋아하고 다양한 주거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대규모 단지를 선호한다. 단독주택을 선호하는 해외국가와 또 다른 점이다. 게다가 강남 접근성이 주택구매결정의 주요 요인으로 작동하며 매달 임차료를 내야 하는 월세보다는 전세를 선호한다. 자가와 월세의 이중시장으로 형성된 해외국가와 상당히 다른 부분이다. 전세 제도로 인해 우리나라 주택시장은 보증금제도가 특화돼 있다. 같은 월세라 하더라도 해외국가와 우리나라 제도는 다르다. 해외국가의 월세는 보증금 규모가 매달 지불하는 월세의 3~4배 수준이다. 즉 매달 지불하는 월세가 100만원이라면 보증금은 300~40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보증금은 상당히 큰 규모다. 때로는 집값에 맞먹는 보증금도 있다. 이처럼 같은 집이지만 집을 둘러싼 제도와 환경, 그리고 사람들의 생각은 많이 다르다. 이러한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정책 방향을 점검하고 정책수단을 가다듬어 꼬일 대로 꼬인 주택시장을 정상화시켜야 한다. 주택정책의 목적이 집값 잡기가 돼서는 안 된다. 집값은 안정적인 주택정책을 통해 구현되는 결과다. 집값이 형성되는 수많은 요인과 메커니즘을 합리적으로 관리해야 집값이 안정될 수 있다. 주택정책의 궁극적인 목적은 주택시장 안정을 통한 국민의 주거수준 향상이다. 소외되는 국민이 없고 정책으로 인한 피해계층보다 수혜계층이 더 많은 그런 정책꾸러미를 찾아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더는 OECD 국가가 우리의 기준점이 돼서는 안 되며 우리만의 것을 만들어가야 한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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