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아침] 배우고 술 마시다
[인천의 아침] 배우고 술 마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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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면으로 참석하던 학술대회나 세미나(seminar), 심포지엄(symposium)이 온라인으로 개최되며 웹(web)과 세미나를 합쳐 만든 웨비나(webinar)란 용어가 자주 사용된다. 우리가 말하는 세미나와 심포지엄이 같은 것인지 아닌지, 다르다면 무엇이 다른지 찾아보았다.

세미나는 독일에서 대학생들이 교수의 지도하에 연구하고 그 결과를 교환하는 과정에서 진지한 토론을 하는 것을 ‘seminar’라고 한 것에서 시작한다. 그런데 이 세미나는 트리엔트 공의회(1545-1563)에서 천주교 성직자들을 양성하기 위한 학교를 보급하기로 결정하고 이 교육기관을 ‘seminarius’라고 이름 지은 것이 그 원조이다. 이후 다른 교파에서도 목회자 양성을 위한 신학교를 ‘seminary’라 하게 되었고 그 의미가 차차 확대되어 학교를 뜻하는 단어가 되었다.

‘seminarius’는 라틴어로 씨앗을 뜻하는 ‘seminis’에서 유래된 것이다. 따라서 세미나를 어원에 따라 우리말로 번역한다면 ‘파종모임’이 적당할 것이다. ‘seminis’에서 유래한 다른 유명한 용어는 semen(정액)이다. 정액과 씨앗은 같은 어원에서 나왔다고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세미나가 연구 발표회나 학술 모임을 지칭하고 있지만, 원래의 의미로는 적은 숫자가 모이는 특정 주제의 연구 모임이나 발표 행사이므로, 참가자 전원이 발표자가 되고 토론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

세미나와 함께 쓰이는 심포지엄은 지정된 발표자가 특정 주제에 관한 지견을 청중 앞에서 발표하는 형식의 학술 모임이다. 심포지엄은 함께 syn과 마시다 pinein이 합하여 된 말이다. 그리스시대의 사교 모임은 첫 순서인 식사와 둘째 순서인 술 마시는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이때 초대받은 이들이 농담으로 좌중을 즐겁게 하거나, 시를 짓거나 악기를 연주하여 흥을 돋우었다고 한다. 즉 사교모임의 후반부를 말하는 것이었다. 이때까지 심포지엄은 술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 즐거운 자리였으나, 학술적인 자리는 아니었다.

18세기 영국에서는 명사들이 모여서 예술, 철학이나 과학에 대한 고담준론을 나누었는데, 존 호킨스가 자서전에서 그 모임을 심포지엄이라고 언급한 이후로는 원래의 술 마시는 것보다 이들 사이에서 나눈 유익하고 지적인 대화의 의미를 갖게 되었다.

내가 속한 학회에서 열리던 학술대회는 아침 일찍 시작하여 저녁 늦게 끝나지만, 이후 모여 식사하며 술을 곁들이기도 한다. 낮에 미처 나누지 못한 담론이 이어지기도 하며, 흥을 돋우어 노래를 부르러 가자고 바람을 잡는 이들도 있다. 그래서 낮에는 배우고(學), 밤에는 술(酒) 마시는 것이 학술대회라는 농담을 하기도 한다.

언제나 이 바이러스가 종식되어 배우기도 하고 술도 마시는 진짜 학술대회를 열 수 있을지?

황건 인하대 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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