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구 칼럼] 교묘하거나 절묘하거나
[김종구 칼럼] 교묘하거나 절묘하거나
  • 김종구 주필 1964kjk@naver.com
  • 입력   2021. 07. 21   오후 11 :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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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주목을 끄는 기사가 떴다. 이재명 경기지사 소환 기사다. 경찰이 통보했다고 전했다. 성남 FC 후원금 모금 얘기다. 시장이던 이 지사가 구단주였다. 기업에서 후원을 받고 대가를 줬다는 의혹이다. 두산 건설이 42억원 냈다. 그 후 정자동 소재 부지가 용도 변경됐다. 이런 식의 논리다. 전체 후원금이 160억원, 관련 기업만 6개다. 일부 돈이 유용됐다는 의혹도 있다. 여기에 고발이 있다. 수사해야 맞다. 부르는 게 원칙이다.

문제는 택일(擇日)이다. 대통령 예비 경선이 출발할 때다. 첫 번째 TV 토론일 전후다. 안 그래도 이 지사 협공이 신문을 도배했다. 거기에 ‘경찰, 이재명 소환 통보’가 뜬 거다. 후원은 2015~2017년 있었다. 4~6년 지났다. 고발이 있었던 건 2018년 지방 선거다. 3년 지났다. 그 이후 이 지사는 쭉 국내에 있었다. 기업들도 성남 등 관내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서야 소환 통보가 이뤄졌다. 대선 TV토론과 절묘하게 맞았다.

이 지사가 반발했다. “수사권을 남용하고 정치에 개입하고 있는 경찰에 책임을 묻겠다.” 꼭 이 지사 아니어도 그렇다. ‘왜 하필 지금’인지 갸웃한다. 하필 그때부터 판도가 변했다. 이전까지 이 지사는 1등이었다. 다 더해도 안 됐다. 그게 바뀌었다. 이제 2등과 오차범위 내다. 딱 그것 때문이라 꼬집을 순 없다. 원인은 많다. 하지만, 이 지사 지지자는 안 그렇게 본다. 초반 경찰 악재가 컸다고 본다. 경찰의 대선 개입으로 단정한다.

또 있다. 다른 듯 닮은 일이다. 경찰이 정찬민 의원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차명 투자로 부당이 득을 챙겼단 의혹이다. 경찰이 밝힌 혐의를 보자. -시장으로 재직할 때 지역 내 S 건설에 인허가 편의를 봐줬다. 대가로 개발 부지 인근 토지를 차명으로 샀다. 이후 땅값이 올라 10억원 이상의 이익을 봤다.- 영장 신청은 두 번째다. 지난 6월4일에도 했었다. 검찰이 보완수사가 필요하다며 반려했다. 이걸 보강해 다시 신청한 것이다.

여기서도 택일이 절묘하다. 영장 재신청이 공개된 건 19일이다. 오전 11시께 기자실에 알려졌다. 정식 브리핑은 아니었다. 수사 책임자가 들러 설명했다. 국민의힘 경기도당에는 몇 시간 뒤 선거가 예정돼 있었다. 경기도당 위원장 선거다. 정 의원이 출마했다. 방패용 출마라는 지적도 있었다. 본인은 펄쩍 뛰었다. 현직 수석 부위원장이다. 관례대로면 무투표 차기 위원장이라고 했다. 이 투표 직전에 ‘영장’이 공개된 것이다.

될 턱이 있나. 떨어졌다. 604표를 얻었다. 1등과 71표 차이 났다. 패인 분석이 여러 가지다. 사건 구설수가 자초한 결과라는 비난이 있다. 초선 의원의 한계라는 분석도 있다. 상대 후보가 훌륭했다는 평도 있다. 사람마다 분석이 다르긴 한데, 정 의원은 다르게 말할 것이다. ‘경찰 때문에 졌다’고 할 것이다. 그를 찍은 604명은 다르게 볼 것이다. ‘경찰이 빼앗아간 71표’라 볼 것이다. 딱 떨어지는 이 빌미를 준 게 바로 경찰이다.

‘이재명 소환일’ㆍ‘정찬민 영장일’. 과거라면 경찰 책임 아니었다. 그땐 검사가 지휘했다. 택일도 검사가 했다. 이제 아니다. 수사권 독립이다. 경찰이 결정한다. 경찰이 필요한 날 부르고, 경찰이 필요할 때 청구한다. ‘권한 확대’다. 그러면서 따라붙은 ‘책임 확대’가 있다. 과거라면 검찰로 갔을 원성이 이제 경찰로 온다. ‘하필 경선 시작할 때냐’는 정치 원성, ‘하필 선거 당일 오전이냐’는 정치 원성이 다 경찰 몫이 됐다.

수사 판단은 경찰이 한다. 그 판단 평가는 국민이 한다. 경찰이 보는 건 수사의 공정이다. 국민이 보는 건 과정의 공정까지다. ‘경선일 소환 통보’, ‘선거일 영장 신청’. 경찰은 공정한 수사를 말한다. 당당하다 할 거다. 국민은 불공정한 과정을 말한다. 의도 있다 할 거다. 그들의 최종 유무죄와는 별개다. 이런 게 국민 눈이다. 이걸 소홀히 알던 조직이 있었다. 그들만의 기준으로 국민을 보던 조직이다. 이제 그들은 개혁대상이다.

‘검찰’. 그 덕에 지금의 경찰이 있다. 시작부터 그걸 흉내내서야 되겠나. ‘교묘 혹은 절묘했던’ 이번 두 개의 과정, 둘 다 국민 눈에 거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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