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열수 칼럼] 美 국방장관의 동남아 순방과 주한미군
[김열수 칼럼] 美 국방장관의 동남아 순방과 주한미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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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국무장관과 국방장관이 어제부터 아시아 순방길에 나섰다. 블링컨 국무장관은 인도 등을 방문할 예정이고 오스틴 국방장관은 싱가포르와 베트남, 그리고 필리핀을 방문할 예정이다. 두 장관이 지난 3월 한국과 일본을 방문한 지 채 6개월도 되기 전에 벌써 두 번째 아시아 순방에 나선 것이다. 블링컨 국무장관의 인도 방문은 이해가 된다. 코로나19로 막대한 인명 피해를 입고 있는 인도에 대한 위무(慰撫)와 함께 쿼드(QUAD) 멤버인 인도와의 전략적 대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스틴 국방장관이 싱가포르 등 3개국을 방문하는 것은 예사로워 보이지 않는다. 의례적인 방문이 아니라는 뜻이다. 시계를 되돌려 보자.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직후 미 국방부에 2가지 중요한 지시를 내렸다. 중국연구팀(China Task Force)을 구성해 중국에 대한 국방정책을 재검토하라는 것과 전 지구적 차원에서 미군배치태세를 재검토(GPR)하라는 것이었다. 이에 미 국방부는 15명의 중국연구팀을 구성해 4개월 동안 중국 위협, 미군의 전략, 그리고 동맹 관계 등을 검토했다. 중국연구팀의 연구 결과는 비공개 문서로 이미 백악관에 제출됐다. GPR도 곧 완료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중국의 위협에 대비한 미국의 군사력 재배치가 현실화될 것이다.

아시아에는 주일미군 5만2천명과 주한미군 2만8천500명이 있다. 이 외에도 호주, 싱가포르, 태국에 각각 200명 내외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동북아에 편중된 이런 배치로는 남중국해를 내해처럼 여기는 중국의 위협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중국의 공격에도 취약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남중국해에서 돌발 상황 발생 시 신속히 대처할 수 있는 미군이 없고 또 주일미군과 주한미군은 너무 집중적으로 배치돼 있어 상대방의 미사일 공격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오스틴 국방장관이 방문하는 3개국은 미국이 생각하는 남중국해의 핵심 거점이다. 싱가포르는 말라카 해협의 길목을, 베트남은 모루 역할을, 필리핀은 망치역할을 하는 지정학적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오스틴 국방장관은 이 국가들과 미군 재배치를 위한 다양한 옵션을 논의하게 될 것이다. 쿼드 멤버이자 중국과 인공섬 갈등을 겪는 베트남의 호응이 중요하다. 또한 미국의 동맹이자 친중 반미 성향을 띠는 필리핀의 태도도 관건이다. 특히 필리핀은 중국을 향한 망치 역할도 하지만 중국의 군사력이 이 제1도련선(오키나와-대만-필리핀을 연결하는 선)을 돌파하지 못하도록 하는 만리장성과 같은 존재다. 따라서 미국은 다양한 군사력을 필리핀에 배치하길 원하고 있는데 오스틴 장관의 방문이 분기점이 될 것이다.

오스틴 국방장관의 동남아 순방을 한가한 마음으로 바라볼 여유가 없다. 순방결과에 따라 GPR이 완성되면서 주한미군도 큰 영향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2021년 3월 초 칼(Colin Kahl) 미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 지명자는 인사 청문회에서 주한 미군 병력 규모는 마법 숫자가 아니라고 하면서 미국의 전략적 선택에 따라 주한 미군은 언제든 감축될 수 있다고 했다. 주한미군 감축 논의가 곧 발등의 불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주독 미군 철수를 백지화시켰다고 안심해선 안 된다. 또 미 의회에서 주한미군의 주둔 규모를 법제화했다고 해서 느긋해서도 안 된다. 바이든 행정부의 GPR은 9.11테러 이후의 전략적 유연성에 초점을 둔 부시 행정부의 GPR과 다르고 방위비분담 인상 목적으로 주독 미군과 주한미군 감축을 우발적으로 언급한 트럼프 행정부와도 다르다. 바이든 행정부의 GPR은 철저히 중국에 초점을 맞춘 정교한 GPR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GPR 완성 전에 미국을 설득해야 할 것이다.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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