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 스포츠 지도자 육성, 관심·투자를
엘리트 스포츠 지도자 육성, 관심·투자를
  • 황선학 체육부장 2hwangpo@ekgib.com
  • 입력   2010. 01. 21   오후 9 : 00
  • 1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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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지도자에 있어 가장 중요한 능력은 좋은 재목을 발굴하는 혜안이다. 지도자는 선수의 체형과 구조, 성장 가능성, 성격 등 많은 것을 진단할 줄 알아야 좋은 선수를 키워낼 수 있다.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를 발굴해 육성한 서울시청 오재도 감독과 경기도청 이홍식 감독은 혜안을 갖춘 지도자로 평가받고 있다.

오재도 감독은 ‘무명’의 이봉주를 성실성 하나만을 보고 영입해 20년 가까이 한국 마라톤을 이끈 ‘불세출의 스타’를 키워냈다. 이홍식 감독 역시 지난 1999년말 경기도청의 코치로 부임하면서 어느 실업팀도 관심을 보이지않은 고교생 최경희와 장진숙을 발굴, 불과 1~2년 만에 한국기록 경신과 국가대표로 성장시키는 능력을 보였다.

지도자는 단순히 우수선수를 키워냈다고 해서 훌륭한 지도자는 아니다. 무엇보다도 선수에 대한 신뢰와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지·덕·체 겸비의 인격체로 성장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며, 선수의 능력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연구와 과학적인 지도방법이 있어야 한다.

지난 2001년 타계한 ‘마라톤 대부’ 故 정봉수 감독은 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인 황영조와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은메달 이봉주를 비롯, 김완기, 정영임, 권은주 등 많은 스타를 배출한 ‘명장’으로 유명하지만 그는 정작 마라톤 출신이 아닌 평범한 단거리 출신 지도자다.

그러나 정 감독은 특유의 오기와 집념, 열정에 과학적 지도방식, 번득이는 레이스 전술, 한 치의 오차도 허용치 않는 지옥훈련 등을 앞세워 한국마라톤이 40년간의 암흑기에서 벗어나 세계정상으로 재도약하는 데 앞장섰다.

또한 ‘세계축구의 변방’으로 여겨졌던 한국을 2002 한·일월드컵에서 4강으로 이끈 거스 히딩크 감독 역시 자신의 지도철학을 바탕으로 박지성, 김남일 등을 발굴해 사상 첫 4강 진출의 쾌거를 이뤄냈다. 이들 지도자는 모두 재목을 볼줄 아는 안목과 탁월한 지도력을 바탕으로 ‘명장’의 반열에 오른 것이다.

그러나 지도자가 좋은 선수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관리 주체의 지원과 지도자에 보내는 믿음이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재목에 혜안과 지도력을 갖춘 지도자라도 주변 여건이 뒷받침 되지 못한다면 좋은 선수를 만들어 낼 수가 없다.

히딩크 감독 부임 초기 ‘오대영 감독’이라는 오명으로 당시 그를 믿지 못하고 경질했다면 한국의 월드컵 ‘4강 신화’는 없었을 것이고, 단거리 출신의 정봉수 감독에게 신생 코오롱 마라톤팀을 맡기지 않았다면 황영조와 이봉주 같은 선수는 나오지 않은 채 한국마라톤은 여전히 암흑기에 놓여 있을지도 모른다.

이처럼 지도자의 역할이 중요함에도 세계적인 스포츠 강국을 자임하는 우리의 현실은 지도자 육성을 등한시 한 채 눈앞의 성적만을 강요하거나, 주요 대회를 앞두고는 외국인 지도자 모셔오기에 여념이 없다. 스포츠 선진국에서 명망을 얻고 있는 지도자들이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나을 수도 있지만 우리 선수들의 특성을 파악하기란 쉽지 않고, 언제까지 이들에게 한국 스포츠의 미래를 맡길 수 만은 없는 노릇이다.

이제라도 해외연수, 교육강화 프로그램 등을 마련해 지도자들이 역량을 키우도록 배려와 지원을 아끼지 않는 풍토조성이 우수선수 육성보다도 선행돼야 한다. 스포츠에 있어서 ‘스타선수 출신이 반드시 유명 지도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속설이 있다. 오히려 평범한 선수 생활을 거친 지도자들 중에서 ‘스타 지도자’가 많은 것은 자신이 못다한 꿈을 이루기 위해 부단한 연구와 노력을 기울여온 결과다.

우리의 엘리트 스포츠가 진정한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연장을 잘 다루는 목수(지도자)를 많이 배출하는 것이 첩경이라는 것을 명심하자.  /황선학 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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