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형문화재 단절 위기, 자생력 강화 시급
무형문화재 단절 위기, 자생력 강화 시급
  • 박정임 문화부장 bakha@ekgib.com
  • 입력   2010. 02. 25   오후 8 : 29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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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수산업도로를 달려 안양 중앙로를 지나 골목길을 요리조리 빠져나가면 수십년은 족히 됐을 법한 허름한 양옥집이 나타난다.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30호 악기장 임선빈씨의 집이자 작업장이다. 작업장은 앞마당에 천막을 쳐서 만들었다. 대낮에도 어두침침한데다 난방이 안돼 겨울에는 아예 작업 자체가 어렵다. 비좁기까지 해 대형북을 만들려면 학교 운동장이나 안양역 광장을 빌려야 하는 처지다.

경제적 지원이라야 도에서 매달 전수지원금으로 받고 있는 100만원이 전부다. 그 돈으로는 재료값을 대기도 빠듯하다. 최근들어 싼값에 들어오는 중국산 북에 밀려 판로가 막히면서 생활고를 겪고 있다. 이토록 고단한 장인(匠人)의 삶을 자식에게는 물려주지 않겠노라 다짐하고 또 다짐했지만 어쩔수 없이 하나뿐인 아들을 설득하고 있다. 기술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이 없어 단절 위기에 놓인 전통의 맥을 잇기 위한 고육책이다. 이것이 우리네 장인들의 현주소다.

평생 칠 작업을 하거나 북, 꽹과리 등 전통 악기를 만들고 전통공예에 바친 장인들. 정부는 이들을 무형문화재로 인정하고 있지만 그 상당수는 자기 대에서 명맥이 끊기지 않을까 걱정한다. 지난해 말 기준 도내 무형문화재는 도당굿, 승무·살풀이, 나전칠기, 계명주 등 41개 종목에 49명의 예·기능보유자가 활동하고 있다. 기능보유자의 58%인 29명이 65세 이상의 고령인데다 절반이 넘는 27명(54%)은 기능을 전수할 보조자조차 지정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공예 분야에서 자수나 목공예처럼 쓰임새가 큰 분야는 형편이 나은 편이다. 전수생도 많고 경쟁도 제법 치열하다. 그러나 갓 공예와 같이 거의 사용되지 않는 분야는 전수생이 없어 ‘멸종’될 위기에 처해 있다. 실제, 1989년부터 지난해까지 20여년 동안 도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 8명이 보조자나 전수 단체가 없는 상황에서 사망해 전승이 끊어졌다. 도 무형문화재 제4호 분청·백자장이 1989년 10월 기능보유자 사망으로 지정이 해제된 것을 시작으로 최근들어 제7호 백동연죽, 제27-나호 상여·회다지소리(화성) 등이 기능보유자의 사망으로 해제됐다. 대부분의 무형문화재 보유자들이 열악한 경제 조건으로 생계마저 어려워 지원하는 전수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무형문화재의 맥을 잇기 위해 도내 무형문화재 전 종목을 대상으로 이수자, 전수교육, 전수생 관리, 전승활동 및 전승공간 실태 등 전승 여건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달 말까지 무형문화재를 활용한 소득 창출 규모와 무형문화재 상품 구성, 판매방법 등 실태를 파악해 다각적 지원 대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도는 특히 무형문화재와 기업의 문화활동 공헌사업을 연계해 보유자들이 생산하는 상품들을 기업인들이 구매하는 방식의 지원책을 마련하고, 올해 계획된 무형문화재 공개행사도 마케팅 확보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경기일보는 각종 어려움속에서도 전통에 혼을 불어넣고 있는 도내 무형문화재들을 찾아가 우리 것을 지켜 나가는 장인정신의 숭고함과 사라져가는 옛 전통의 소중함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경기의 꾼’ 시리즈를 싣고 있다.

취재 과정서 만난 취약종목 보유자들은 지원금 확대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전수교육장을 건립해 주거나 공예단지와 같은 상품판매 인프라 구축, 전통문화 관광 자원화 등 자생력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기자는 “먹고 사는 문제마저도 고민해야 한다면 누가 이일을 하겠냐”는 한결같은 넋두리에 대답을 잃은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아무쪼록 ‘경기의 꾼’ 시리즈가 사라져가는 우리 전통문화에 대한 공예인은 물론 시민들의 관심을 높이고 해당 종목의 전승이 확대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박정임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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