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살기 힘든 중소기업들의 하소연
먹고 살기 힘든 중소기업들의 하소연
  • 이용성 경제부장 leeys@ekgib.com
  • 입력   2010. 04. 01   오후 9 : 19
  • 1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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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온갖 사자성어를 써대며 아는척(?)을 하던 대학 선배한테 전화가 왔다. 시흥에서 자동차 부품 관련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이 선배는 기자에게 대뜸 ‘구복지루(口腹之累)’를 운운하며 분통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직장인들이 한해를 축약하는 의미로 꼽았던 사자성어인 구복지루는 ‘먹고 사는 것을 걱정한다’는 뜻이다.

연말도 아니고 새해가 시작된 지 한참이나 지났는데 새삼 이 선배가 이 사자성어를 다시 끄집어 낸데는 이유가 있다.

정부의 각종 홍보성 중소기업 정책자금 지원은 온데간데 없고, 외국인 쿼터제로 인력 구하기는 ‘하늘에 별따기’인 탓에 회사가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는 이중삼중의 고통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같은 팍팍한 기업환경에도 불구하고 상전인 대기업들은 중소기업을 더욱 옥죄며 일방적인 납품규모 및 일정을 요청, 말 그대로 ‘죽을 맛’이라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그냥 먹고 살 걱정으로 한달 아니 하루, 하루를 버티면서 밤잠도 제대로 잘 수 없다는게 이 선배의 푸념이다.

이렇듯 도내 중소기업 3만8천여개(5인 이상)는 극히 일부 잘 나가는 업체를 제외하곤 너나 할 것 없이 회사운영에 어려움을 호소하며 초주검이 되고 있다.

이런 기업들의 뒷배경에는 정부의 즉자적인 중소기업 정책기조가 가장 큰 문제라는게 중론이다.

정부가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은 출구전략 본격시행’이라는 공식에만 얽매인 채 중소기업에 대한 다양한 지원정책 및 조기집행 비율 축소 등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을 밀어 붙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는 올해 중소기업 정책자금을 지난해(4조2천955억원) 절반 수준으로 대폭 축소했는가 하면 조기집행 비율도 지난해 ‘상반기 70%, 하반기 30%’에서 올해 상반기는 57%로 줄여 버렸다.

이처럼 정부의 사실상 출구전략으로 도내 중소기업들은 정책 자금 신청시 치열한 경쟁률을 뚫어야 하는 등 자금난이 가중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외국인 채용에 의지할 수 밖에 없는 3D업종의 경기도내 중소기업들의 경우 턱없이 부족한 ‘외국인 쿼터제’에 따른 극심한 구인난으로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정부가 국내 최악의 취업난을 해소하겠다며 그동안 10만명선을 유지하던 외국인쿼터를 3만4천명선으로 낮췄지만 국내 취업은 늘지 않은 상태에서 인력난만 가중시켰다.

여기에다 정부가 최근 보증대출의 만기 연장시 보증비율을 낮추고 가산료를 부과한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기업인들의 분노가 더욱 커지고 있다.

또 경기도를 비롯해 LH, 경기도시공사 등 공공기관들까지 중소기업 활성화를 위한 공공구매 및 각종 제도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것도 이들 중소기업들의 불만이 되고 있다.

물론 자본주의 경쟁사회에서 여러 강풍에 흔들리는 중소기업의 현실을 정부의 정책에만 책임을 돌리려는건 아니다. 나름대로 자구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기본 전제다. 다만 기업체들의 현실에 맞는 중소기업 살리기 정책을 내놓자는 것이다.

새삼스럽게 느껴지지만 정부 관련부처 및 중소기업 지원 기관들이 단 하루라도 무너져가는 기업들을 찾아가 ‘중소기업 체험’의 시간을 가지면 어떨까 싶다. 전쟁터에서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백승인 것처럼 중앙정부의 입장에선 중소기업의 면면을 상세히 알아야 바람직한 지원정책을 펼 수 있기 때문이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우뚝 선 대기업은 물론 세계 곳곳의 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도내 기업들은 현재의 경쟁이 ‘다윗과 골리앗식’ 싸움으로 여길 수 밖에 없다.

기업들이 하루먹고 사는 것에 걱정하지 않고 미래를 설계하며 살 수 있는 환경을 기대해 본다.

/이용성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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