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의 용이 승천할 수 없는 사회
개천의 용이 승천할 수 없는 사회
  • 최종식 정치부장 choi@ekgib.com
  • 입력   2010. 09. 09   오후 9 : 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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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그동안 말로만 떠돌던 현대판 ‘음서’인 특채의 부끄러운 단면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유명환 전 장관이 이 땅의 아버지들 마음에 큰 생채기를 내고 속속 터지는 자치단체의 속내에 젊은이들은 다시 한번 좌절하고 있다. 외교부가 총동원돼 장관의 딸에게 유리하도록 심사위원을 조정하고 내부 심사위원 2명은 사실상 만점을 주고 차점자에게는 낮은 점수를 주는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합격시킨 사실은 충격적이다. 더욱이 추가로 드러난 대사 자녀의 특채 등은 절망감을 더해 준다. 문제는 이같은 특채가 빙산의 일각이라는데 있다.

공직사회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를 벌인다고 하지만 국민들은 크게 기대하지 않는 눈치다. 이미 정권이 바뀌거나 지방권력이 이동하면서 수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잃거나 새로 들어갔다.

이같은 권력은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뿌리깊다. 산하기관이나 위탁기관의 직원들 상당수가 이런저런 연줄을 통해서 차지하고 있다.

그들 모두 채용 절차를 거치지만 결코 공정하지 않다. 그들도 공정하지 않은 것을 안다. 말 그대로 ‘특채공화국’이다.

청와대가 공정한 사회를 설명하면서 ‘개천에서 용이 나는 사회’를 이야기했다. 하지만 이 말에 희망을 갖고 공감하는 젊은이들은 많지 않다. 젊은이들은 이미 우리사회가 개천의 용이 승천할 수 없는 사회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의 성장 배경에는 ‘개천에서 용이 났다’는 성공신화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월드비전에 몸 담았던 한비야씨는 해외 구호활동가들과 대화하면서 가장 자랑스러웠던 것이 한국의 교육열이었다고 한다. 전쟁중에도 빈 천막에 모인 아이 대부분이 아침을 먹지 않았고 점심도 싸오지 않았지만 부모들은 아이들을 학교로 보냈다고 한다. 그리고 그들이 한국성장의 주역으로 성장해 오늘의 한국을 만들었다. 세계적으로도 이같은 구호사례는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출발부터가 경쟁이 되지 않는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SKY 대학에 보내려면 부모의 경제력이 아닌 할아버지의 경제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엄청난 교육비를 들이지 않으면 경쟁할 수 없는데다 그 규모가 부모가 부담할 수있는 규모가 아니라는 의미다. 개천의 용이 사라지고 있는 중요한 이유다.

또 이미 뿌리깊게 자리잡은 현대판 ‘음서’다. 외교관에서 시설관리공단 하급 직원까지 연줄로 들어가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어쩜 정치권은 이 연줄이 훨씬 더 단단하다. 그리고 이들이 요직을 독차지하고 있다. 조선시대 ‘음서’는 직급상향에 일정한 제한과 당사자들의 부끄러움이라도 있었지만 현대판 ‘음서’는 오히려 승승장구한다. 젊은이들은 직급이 좋고 낮음을 떠나 이같은 사회구조에 좌절하고 있다.

최근 방영되고 있는 KBS 2 ‘해피선데이 남자의 자격’이 특채와 대비되면서 시청자들에게 훈훈함을 전해주고 있다. 전국합창경연대회를 앞두고 벌어지는 오합지졸(합창분야)들이 피나는 연습을 하며 하모니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아버지 스펙을 이용해 선망받는 자리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혹독한 과정을 거쳐 어엿한 합창단원이 되어 가는 과정에 시청자는 박수를 보내고 있다.

카리스마 넘치는 박칼린 음악감독에 많은 젊은이들이 환호하는 것도 지도자로서의 냉엄함 그리고 노력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성공 등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잘 나가는 아나운서가 혼이나고 눈물을 글썽일 때는 시청자들도 함께 아파했다. 반전과 반전을 통해 성공적인 하모니가 만들어지고 이것이 평가를 받는 모습은 비록 큰 용은 아니더라도 누구나 그 과정을 인정할 수 있는 작은 용들이기 때문에 열광하는 것이다.  최종식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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