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일보 기자들 용주사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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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경기도] 기사마감 스트레스 훌~훌~ 자연과 하나된 ‘힐링 1박2일’


이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은 ‘여유를 모르는 이’다. 여유를 모르는 사람은 배려하는 마음이 그만큼 적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은 누구일까. 바로 ‘멈춤을 모르는 이’다. 그칠 줄 모르고, 멈출 줄 모르는 사람은 ‘브레이크가 없는 차’와 같다. 대표적으로 기자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분초를 다투는 촉박한 상황 속에서 기자들은 ‘마감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스트레스로 인해 담배를 피우고 식사는 불규칙적이고 늦게 퇴근해서 폭탄주와 함께 고기를 먹고 꼭 냉면이나 된장찌개까지 먹으며 과식, 폭식의 패턴이 반복된다. 폭음, 과음하기로 소문난 기자들의 생활을 보면 병에 안 걸리는 것이 이상할 정도다.

새벽 3시 목탁 소리에 잠자리서 일어나 108배
자연 속에서 토닥토닥 스스로를 치유하는 시간

기자들에게 ‘여유’와 ‘멈춤’은 사치다. 기자의 몸과 마음은 365일, 24시간 꺼지지 않는다. 기자의 휴대폰도 마찬가지다.

가속이 만들어낸 피곤사회 속에서 멈춤 없이 달리기만 하던 경기일보 편집국 소속 40여 명의 기자들이 지난 7월 5~6일 1박2일 동안 대한불교조계종 제2교구 본사 효찰대본산 용주사(주지 정호 스님)로 여백과 행복을 찾아 템플스테이를 떠났다.

고요한 산중에서 격렬하게 진행된 1박2일 템플스테이는 짧지만 굵고, 덥지만 개운한 일정이었다. 여유가 결코 낭비가 아니고, 멈춤이 실패가 아니라는 간단한 진실을 깨닫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정조의 효심 깃든 사찰서 또다른 나를 보다
쌀 한 톨·나물 한 줄기… 욕심 없이 비우는 ‘발우공양’
음식쓰레기 홍수시대, 참다운 식사의 의미 되새겨

오후 2시. 20대부터 50대까지, 수습기자부터 편집국장까지 나이와 직급에 상관없이 기자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정조의 효심이 깃든 용주사에 도착했다. 방을 배정받고, 체험복으로 갈아입은 뒤 일정과 몸가짐·마음가짐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제일 먼저 차수ㆍ합장ㆍ반배ㆍ합장하는 법을 배웠다. 겉보기엔 쉬울 것 같았던 삼배는 이내 기자들의 입에서 “아이고, 다리야”라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삼배에 놀란 기자들은 프로그램에 포함돼 있던 108배를 어찌 하나 다들 걱정이 태산이었다. 이어 문화해설사와 함께 용주사 사찰을 둘러보는 시간을 가졌다.

용주사는 정조가 28세 젊은 나이에 부왕에 의해 뒤주에 갇힌 채 8일 만에 숨을 거둔 아버지 사도세자의 명복을 빌기 위해 세운 사찰이다. 용주사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온갖 잡귀와 악신을 물리치고 절을 수호하는 사천왕이 기자들을 반겼다.  이어 국보 120호로 지정된 범종, 김홍도의 지휘로 그려졌다는 대웅전 후불탱화, 6개의 돌기둥으로 지탱되고 있는 천보루 등을 차례차례 둘러봤다.


불교가 정치적 사회적으로 억압 받던 조선왕조 당시, 이처럼 거대한 왕실의 원찰이 세워진 데는 정조의 지극한 효심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첫날,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는 ‘발우공양’이었다.
오후 5시 30분. 스님들의 식사법을 체험하는 발우공양에 앞서 용주사 연수국장 대현 스님으로부터 발우공양의 의미와 순서를 배웠다. 빈 그릇으로 시작해 빈 그릇으로 끝나는 발우공양은 친환경적인 식사법이었다. 발우란 스님들의 그릇을 뜻하는데 국그릇, 밥그릇, 청수그릇, 찬그릇의 네 가지로 작은 그릇이 큰 그릇 안으로 들어간다. 다같이 발우를 늘어놓고, 밥을 푸고, 반찬을 먹을 만큼 덜었다.


‘이 음식이 어디에서 왔는지, 내 덕행으로 받기 부끄러운 공양’임을 고백한 후 평등하고 조용하게 진행된 공양시간. 발우공양은 그릇 소리와 음식 씹는 소리도 내지 않는 묵언 수행이기도 했다. 음식은 정해진 격식에 따라 다 먹은 뒤 물과 단무지 하나로 그릇을 깨끗이 씻어야 했다.

발우공양은 기자들에게 쉽지 않는 경험이었다. 라면이나 짜장면 등 인스턴트 음식과 고기에 익숙해진 입맛은 조미료 안 들어간 반찬, 고기 없는 밥상이 낯설기만 했다. 솔직히 배가 부른 저녁만찬은 아니었지만 기자들이 다 같은 음식을 똑같이 나눠 먹으며 단결과 화합을 고양하고, 위생적이고 낭비가 없는 청결의 마음, 일절 소리를 내지 않으며 수행하는 시간은 마음을 배부르게 했다.

진정한 나를 만나다
마음의 벽 허문 칭찬릴레이… 동료의 장점이 보인다
세상의 연 끊고 휴대폰 없이 살기 첫날 ‘진정한 자유’

첫날 7시. 저녁 프로그램은 ‘소중한 참 나 알기’. 그동안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에서 완벽하게 벗어나 나를 찾는 시간으로 진행됐다. 방법이 독특했다. 내가 나를 찾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의 소통을 통해 나를 돌이켜보는 것이었다.

우선 6~7명씩 조를 나눠 둥그렇게 앉았다. 기자 한 명을 주인공으로 놓고 칭찬 릴레이가 이어졌다. 대현 스님의 주문에 기자들 모두 어색해 어쩔 줄 몰라 했다. 칭찬과는 담을 쌓고 살던 기자들은 이름 정도만 알고 친하지 않은 기자들까지 최소 칭찬 두 가지를 하라니 다들 낮 간지러워 죽겠다고 아우성이었다.


서로 잘 모르는 직원들은 ‘눈이 예쁘네요’, ‘미소가 아릅답습니다’, ‘매사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등 겉에서 보이는 모습부터 칭찬하기 시작했다. 평소 소통이 많았던 직원들은 그 간의 속내를 이야기하며 상사가 부하직원을 위해 눈물까지 흘리는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했다.

칭찬릴레이가 끝나고 한 명씩 돌아가며 높게 쌓인 방석에 앉았다. 나머지 인원은 그를 향해 ‘당신은 소중한 사람입니다’라고 이야기 하며 삼배를 올렸다. 6~7명으로 만들어졌던 둥근 원은 40여 명이 함께 모인 큰 원으로 바뀌었고, 대현 스님과 함께 ‘소중한 참 나 알기’에 대한 생각들을 나눴다.

일주일 5~6번, 하루 12시간. 기자들이 사무실에서 서로를 만나는 시간이다. 아내 보다, 자식 보다, 부모 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지만 기자들은 서로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다. 템플스테이 ‘소중한 참 나 알기’ 프로그램은 늘 가까이에 있어서 몰랐던 그들의 소중함을 발견하는 값진 순간이었다.

칭찬릴레이를 마치고 나니 밤 9시 취침시간. 기상 시간은 오전 3시. 밤 도깨비 마냥 새벽에도 깨어 있는 기자들에게 이른 취침은 고된(?) 수행으로 다가왔다. 텔레비전도, 휴대전화도 없는 방 안에서 코 고는 몇몇 기자들을 제외하고는 뒤척거리는 시간이 길었다. 새벽 3시에 눈을 떠야 한다는 부담감을 떨쳐버릴 수 없었지만 칭찬릴레이를 되뇌며 이내 잠에 빠져들었다.

자연에서 걷고 걷고 또 걷다
새벽 3시. 영락없이 기상 명상송이 들려왔다. 용주사 스님들과 함께 법당에서 새벽 예불을 드리는 시간이 왔다. 기자 중에 불교 신자뿐만 아니라 교회, 천주교를 다니는 이들도 있었지만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이 단순히 불교문화 체험이 아닌 수행과 효 문화를 함께 배우는 내용으로 진행돼 종교를 떠나 모든 기자들이 마음을 열고 참여했다.

새벽 예불을 마친 뒤에는 템플스테이 효행문화원까지 소리를 내지 않고 느린 걸음으로 걸으며 자연을 느꼈다. 5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를 30분 이상 걸어 가면서 동이 트지 않아 아직은 컴컴한 사찰을 지키는 큰 나무를 만나고, 벌레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심지어 여기자의 뱃속에서 나는 ‘꼬르르’도 들 수 있었다.
드디어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108배. 108배는 원래 108가지 인간의 번뇌를 내려놓는다는 의미를 갖고 있는 불교의 오랜 수행법이다.


108배는 40여 명이 한 번 절하고 옆자리로 이동하는 순환식으로 진행됐다. ‘난 허리가 안 좋아서’, ‘산후풍이 있어서’, ‘힘들어’ 등 구구절절한 108배 거부 이유를 늘어놓던 기자들은 묵묵히 절을 했다. 대현 스님의 죽비 소리에 맞춰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낙오자 없이 108배를 마쳤다.

힘든 다리를 풀어주고 명상을 통해 뇌를 쉬게 해주는 좌선과 와선이 이어졌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와선을 하라고 했더니 그새 잠이 들었나 보다. 코 고는 소리와 함께 여기저기서 키득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범인은 108배 내내 피곤한 표정이 역력했던 정치부 이호준 기자. 명상과 재미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는 순간이었다.

아침공양을 마친 뒤 용주사 주지 정호 스님과의 다도·차담이 진행됐다.
정호 스님은 ‘말의 위력’을 주제로 말의 중요성을 강연했다. 식물도 ‘사랑한다’와 ‘미워한다’를 구분하고 잘 자라거나 죽는 것처럼 사람도 매한가지라고 전했다. 평소 말을 많이 해야 하는 직업적 특성상 그간 취재원들에게 혹은 동료에게 비수를 꽂는 일이 없었는지 돌이켜볼 수 있었다.

템플스테이 일정의 마지막은 화산(花山) 숲길 명상. 화산은 일반인은 들어가지 못하는 스님들이 수행하는 용주사의 뒷산으로 기자들은 이날 특별히 숲 속을 걸으면서 자연과 인간이 하나임을 느꼈다. 이처럼 용주사는 자연 속에 힐링과 함께 정조대왕의 지극한 효심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정조대왕 ‘孝心’… 후세에 전해주어야 할 ‘진정한 보물’
대한불교조계종 제2교구본사 효찰대본산 용주사(주지 정호 스님)는 미처 자신의 뜻을 세상에 펼쳐볼 기회도 없이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사도세자의 슬픔과 억울하게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정조대왕의 절절한 효심이 융릉과 건릉, 그리고 용주사에 깊이깊이 서려 있다.

이러한 정조대왕의 효심은 비록 눈에 보이지 않지만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더욱 더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융릉, 건릉과 왕릉의 원찰로서 수많은 문화재를 간직하고 있는 용주사만큼이나 우리가 반드시 이어받아 후세에 전해주어야 할 진정한 보물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효를 몸소 실천한 정조대왕은 효행의 선구자로서 그의 효행사상을 널리 알릴 수 있도록 융릉, 건릉과 용주사 주변을 ‘효테마공원’으로 하루속히 조성해 후손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찬란한 세계문화유산을 넘겨줘야 한다.

하지만 현재 정조대왕 첫 왕릉터(초장지)의 사적 지정과 그 주변에 추진되고 있는 아파트 건설을 놓고 학계와 문화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정조 효심의 상징인 왕릉터에 주택단지가 들어서고 능역에 고층 아파트 건축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효테마공원은 정조대왕의 지극한 효심을 본받아 국민통합과 평화의 시대를 이끌어 나가고, 우리 대한민국을 세계에 우뚝 선 선진일류 통일 강대국으로 만들어 나가는데 분명 중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글 _ 강현숙 기자 mom1209l@kyeonggi.com 사진 _ 김시범·추상철 기자 sccho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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