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의 고요함 vs 거대 빙벽의 장관... 취향대로 떠나는 경기도 '눈꽃 여행' 지도 [경기도 가볼만한 곳]

겨울 풍경의 백미는 단연 설경이다. 온 세상이 하얗게 덮이는 순간은 동화 같은 장면이자 지친 마음을 잠시 쉬게 하는 풍경이기도 하다. 들판과 나뭇가지 위에 내려앉은 눈은 차가운 겨울 땅 위에 피어난 꽃처럼 느껴진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설경 속에서 바쁜 일상을 잠시 내려놓는 것은 어떨까. 길게만 느껴졌던 겨울도 어느새 끝자락에 다다랐다. 하얀 눈이 내리면 평소보다 더 아름다운 경기도의 여행지를 소개한다. ■ 설산 속에 안긴 ‘의정부 망월사’ 망월사는 도봉산의 품에 아늑하게 안겨 있는 절로 의정부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한다. 망월사라는 이름은 달을 바라보는 절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아주 먼 옛날 신라 시대에 이곳에서 신라의 수도였던 경주(월성)를 바라보며 나라의 평화를 빌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 이름처럼 이곳은 높고 깊은 산속에 자리해 세상을 멀리 내려다보는 특별한 즐거움을 준다. 산 중턱에 조성된 사찰이라 전각 대부분이 계단 사이를 오가며 세워져 있다. 덕분에 눈이 오는 날 조금 높은 곳으로 올라가면 하얀 눈에 덮인 기와지붕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범종각에서 바라보는 영산전 설경이 매우 아름답다. 눈 덮인 영산전과 함께 아래로는 의정부 호원동 일대가 펼쳐지고 맞은편에는 수락산의 설경도 함께 볼 수 있다. 도심 가까이에 있지만 잠시 다른 세상에 온 듯한 느낌이 든다. 망월사로 가는 길은 원도봉탐방지원센터에서 시작해 약 1.7㎞를 걸어 올라가야 한다. 초반 등반로는 완만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제법 가파르다. 빠른 걸음으로도 1시간은 족히 걸린다. 설원으로 변한 등반로가 아름답기는 하지만 미끄러울 수 있으니 아이젠을 필수로 챙겨야 한다. 눈 덮인 산길을 따라 올라 만나는 망월사는 겨울이어서 더 아름다운 곳이다. 조용히 걷고 천천히 바라보기 좋은 설경 여행지다. ■ 꽁꽁 언 계곡과 거대한 빙벽 ‘가평 어비계곡’ 수도권 피서지로 유명한 어비계곡은 겨울이 되면 완전히 다른 세상인 얼음 나라로 변한다. 더위를 식혀주던 계곡은 꽁꽁 얼어 버리고 그 위로 하얀 눈이 내려앉아 눈부신 설경을 만들어낸다. 특히 겨울에는 마을에서 운영하는 ‘어비계곡 겨울나라’ 행사가 열려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더욱 풍성하게 해준다. 마을 주차장에서 행사장까지는 약 470m 거리인데 계곡을 따라 덱길이 놓여 있어 걷는 내내 겨울 계곡을 감상할 수 있다. 행사장에는 회전눈썰매와 전통놀이존이 마련돼 있다. 회전눈썰매는 원형 튜브에 올라타면 기계가 알아서 회전을 시켜주는 놀이기구로 아이들이 가장 좋아한다. 전통놀이존은 팽이치기와 투호 등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도로 건너편에는 넓은 얼음썰매장도 있다. 어린 시절 논바닥에 물을 대어 만든 썰매장을 연상케 하는데 썰매를 탄 아이들이나 썰매를 끄는 어른들 모두 신나서 괴성을 지르게 된다. 행사장에서 800m 정도 더 올라가면 어비계곡을 유명하게 만든 빙벽을 만날 수 있다. 계곡 벽면에 물을 뿌려 인공적으로 만든 빙벽은 보는 순간 탄성을 자아낸다. 자연과 사람이 힘을 합쳐 만든 이 신비로운 얼음 성벽 앞에 서면 누구나 입이 벌어진다. 풍경을 감상하다 보면 추위도 까맣게 잊게 되는 곳이 겨울의 어비계곡이다. ■ 눈 덮인 이국적 사찰 ‘용인 와우정사’ 와우정사는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사찰이다. 그럼에도 주차장과 사찰이 바로 연결돼 있어 산속 사찰치고는 접근성이 매우 좋다. 눈이 내린 날에도 부담 없이 방문할 수 있는 곳이다. 사찰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황금빛 부처님 얼굴, 대형 불두(佛頭)다. 황금빛 불두의 높이가 무려 8m다. 전통 사찰에서는 거의 보기 어려운 풍경이 신비롭지만 아직 놀라기에는 이르다. 불두를 뒤로하고 언덕을 오르면 좌측으로 여러 개의 돌탑이 세워져 있는데 이 모습 또한 매우 독특하다. 돌을 쌓아 만든 탑이라기보다 돌을 붙여 세운 탑처럼 보인다. 사용한 돌의 모양도 둥글둥글해 이색적이지만 방향 역시 탑의 형태에 따라 가로와 세로로 쌓아 하나의 예술작품처럼 보인다. 언덕을 오르다 보면 네팔 사원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전각도 보인다. 그리고 언덕 정상에는 황금빛 지붕의 건물 하나가 있는데 이곳에 길이 12m의 와불이 모셔져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가져온 통 향나무를 깎아 만든 이 부처님은 은은한 빛을 받으며 누워 있는 모습이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곳에서 나와 우측 언덕을 오르면 사찰 경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산책 코스다. 하얀 눈에 덮여 있는 이국적 사찰의 모습을 감상하기 매우 좋은 곳이다. 와우정사가 세계 여러 나라 불교 단체와 교류를 이어가고 있는 사찰인 만큼 경내 곳곳에서 다른 사찰과는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 하얀 눈에 덮여 더욱 성스러운 ‘안성 미리내성지’ 미리내성지는 한국 천주교의 대표적인 순교 성지다. 미리내는 은하수를 뜻하는 말인데 조선 후기 박해를 피해 숨어 살던 교우촌에서 나오는 불빛이 마치 밤하늘의 은하수를 닮았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이곳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사제인 김대건 안드레아 성인의 묘소와 이름을 알 수 없는 무명 순교자들의 묘역이 자리 잡고 있다. 성지에 들어서면 작은 개울을 따라 언덕이 이어진다. 눈이 내린 날에는 주변이 온통 하얗게 덮여 말소리마저 조심스러워지는 분위기가 흐른다. 발걸음을 옮길수록 마음도 차분해진다. 언덕을 모두 오르면 한국 천주교 성인으로 103명이 선포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한국 순교자 103위 시성 기념성당’이 모습을 드러낸다. 성당 내부 제대 앞에는 김대건 신부의 종아리뼈가 모셔져 있으며 성당 아래층에는 천주교인을 고문할 때 사용하던 형구의 모형이 전시돼 있다. 성당 옆에는 성모를 모신 성모당이 있는데 성당이 미사 시간에만 개방하는 것에 비해 성모당은 언제든 출입이 가능하다. 성지 가장 깊숙한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김대건 신부와 이름 없는 순교자들이 잠든 묘역에 닿는다. 눈 덮인 묘역 앞에 서면 이곳이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라 믿음과 희생을 기리는 공간임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된다. 미리내성지를 찾을 때는 풍경을 즐기는 마음과 함께 성지를 존중하는 조용한 발걸음을 잊지 않는 것이 좋다. ■ 눈 덮인 한강을 감상할 수 있는 ‘하남 검단산’ 검단산은 하남시를 대표하는 명산이다. 정상으로 향하는 등산로는 여러 개가 있는데 그중 현충탑 등산로는 비교적 완만한 코스로 이뤄져 있으며 주차장과도 가까워 겨울 산행으로 부담이 적다. 눈 오는 날 가볍게 오르기 좋은 코스다. 등반로 시작 지점의 현충탑은 하남시민의 뜻을 모아 2001년 건립한 탑이다. 삼각형은 검단산을 상징하며 탑 중앙 정상에는 높이 9m의 청동상이 우뚝 솟아 있다. 매년 새해와 현충일에는 이곳에서 호국영령을 기리는 추모 행사가 진행된다. 현충탑을 지나면 곧바로 등반로가 시작된다. 경사도 완만하고 등반로가 잘 정비돼 있어 정상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다. 꽁꽁 얼어 버린 계곡을 건너기도 하고 울창한 숲 사이를 지나기도 한다. 겨울 산의 고요함이 온 몸으로 전해진다. 1시간 남짓 오르면 곱돌광산 약수터를 만난다. 현재 식수로는 금지돼 있지만 맑은 샘물이 솟아나는 약수터이며 이곳에서 바라보는 한강 전망이 일품이다. 하지만 아직 감탄하기에는 이르다. 이후 정상까지는 1시간 정도 더 올라야 하는데 조금 가파른 언덕이 이어진다. 숨이 차오를 즈음 정상에 서면 두 개의 전망대가 기다리고 있다. 하나는 한강 하류를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이고 다른 하나는 한강 상류와 더불어 남한강과 북한강까지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다. 하얀 눈에 덮여 있는 강 풍경은 그야말로 설국이다. 검단산은 해발 657m로 아주 높은 산은 아니지만 눈이 내린 날에는 길이 미끄럽다. 아이젠을 챙기고 천천히 오른다면 겨울에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한강의 풍경을 선물처럼 마주할 수 있다.

세월만큼 깊어진 맛…경기도 노포(老鋪)를 찾아서 [경기도 가볼만한 곳]

모든 게 빠르게 변하고 속절없이 사라지는 시대다. 얼마 전 화려하게 오픈한 새 가게가 어느새 사라지고 익숙했던 간판이 업종까지 바뀌는 건 비일비재하다. 단골 가게들도 대형 프랜차이즈에 밀려 고전하기 일쑤인 상황. 이토록 숨 가쁘게 변하는 시대에 수십년을 묵묵히 버텨온 곳들이 있다. 대를 이어가며 가업을 지켜온 노포들이다. 세월의 풍파를 견디며 굳건히 지킨 시간들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그래서 노포는 애써 찾아가도 후회가 없다. 따뜻한 한 그릇의 음식으로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곳, 세월만큼 깊어진 경기도의 노포를 만나보자. 김포 쉐프부랑제. 경기관광공사 제공 ■고소한 빵 냄새로 하루를 여는 곳 ‘김포 쉐프부랑제’ 쉐프부랑제는 오전 8시면 어김없이 문을 연다. 오븐에서는 잘 익은 빵이 하나둘 나오기 시작하고 한쪽에서는 부지런히 반죽을 치대기도 한다. 고소한 빵 냄새가 하루를 깨우는 시간이다. 쉐프부랑제의 대표는 이병재씨다. 전북 고창이 고향인 이 대표는 일찍부터 제빵 기술을 배웠다. 군산의 이성당과 마산의 코아양과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빵집을 거치며 기술과 경험을 쌓아 왔다. 1989년, 서울 양재동에 처음으로 개인 빵집을 열었고 2002년에는 지금의 자리인 김포 사우동으로 이전해 쉐프부랑제를 열었다. 현재 이곳에서 만드는 빵은 무려 100여종에 이른다. 그중에서도 유독 사랑받는 빵들이 있다. 수제 단팥소로 만든 ‘쌀단팥빵’, 얇게 저민 피칸이 가득한 ‘엘리게이터’, 당근 파운드 사이에 크림치즈가 듬뿍 들어간 ‘당근크림치즈파운드’다. 이 빵들은 진열대에 오르기 무섭게 팔려 나가는 인기 메뉴다. 대표가 제과·제빵 명인인 만큼 맛은 말할 것도 없다. 이제는 두 아들이 가업을 이어받아 그와 함께 반죽을 만진다. 지나온 시간에 더해 앞으로 차곡차곡 쌓일 쉐프부랑제의 시간까지 이곳의 빵에는 시간의 맛이 담겨 있다. ■지동 순대·곱창타운의 대표주자 ‘수원 호남순대’ 수원의 역사가 흐르는 팔달문 근처 지동시장 안에는 지동 순대·곱창타운이 자리하고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넓은 시장 전체가 순대와 곱창을 판매하는 개방형 가게들로 가득하다. 그중에서도 ‘호남순대‘는 시장의 터줏대감이나 다름없다. 1980년대 중반부터 이곳에서 영업을 시작했으니 40년이 넘는 시간이다. 처음에는 순대만 팔다가 순댓국까지 만들어 팔았는데 손님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세월이 흐르며 메뉴도 자연스럽게 늘어 지금은 순대곱창볶음이 가장 많이 찾는 대세 메뉴다. 호남순대는 오전 4시부터 영업을 시작한다. 수원의 아침을 여는 가게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24시간 우려낸 사골 육수로 끓인 순대국밥은 잡내도 없고 국물이 진하다. 다른 잡뼈는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돼지뼈만으로 우려냈기 때문이다. 소박한 서민 음식으로 화려하진 않지만 오랫동안 변함없이 사랑받아 온 이유가 분명한 한 그릇이다. 호남순대의 영원한 대표 메뉴다. 순대곱창볶음 역시 빠질 수 없다. 순대와 곱창을 기본으로 부추, 깻잎, 대파, 양배추 등 다양한 채소와 쫄깃한 당면이 듬뿍 들어간다. 식사는 물론이고 술안주로도 최고다. 지동시장의 풍경과 소리 속에서 호남순대는 오늘도 변하지 않는 방식으로 음식을 내놓는다. 세월이 흘러도 다시 찾게 되는 이유가 이곳에는 분명히 있다. ■70년간 한자리를 지켜온 ‘파주 덕성원’ 경의중앙선 금촌역에서 300여m 떨어진 곳, 파주의 대표 전통시장인 금촌통일시장이 있다. 1906년 경의선 금촌역이 생기면서 형성되기 시작했으니 시장 자체가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시장의 북쪽에는 이 역사 못지않은 세월을 버텨온 중화요릿집이 있다. ‘정성을 담아내는 곳’이라는 의미의 ‘덕성원’이다. 1954년 처음 문을 열었으니 무려 70여년 전이다. 세월의 흔적은 가게 안에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 벽면에는 몇 장의 흑백사진이 걸려 있는데 1960년대에 촬영한 옛 덕성원의 모습이다. 수십년 단골들도 사진을 보며 옛날을 추억한다. 낡은 사진 중에는 덕성원 앞에 세워진 짐자전거 안장 위에 앉거나 엄마의 손을 잡고 서 있는 아이가 보인다. 모두 현재 덕성원 대표 이덕강씨의 어린 시절 모습이다. 이 대표는 덕성원의 3대 대표이고 현재는 아들이 주방을 맡고 있다. 덕성원은 이렇게 4대째 가업을 이어가는 중이다. 이렇게 오래도록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하다. 가게의 이름처럼 묵묵히 모든 음식에 정성을 담아낸 덕분이다. 해산물은 냉동을 사용하지 않고 채소는 늘 싱싱한 것만 고집한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오랜 시간 불 앞에서 쌓아온 시간이 녹아 있는 음식들이다. 시간이 지나도 맛을 대하는 태도만은 변하지 않았다. ■모양도 예쁘고 소화도 잘되는 삼색면 ‘안산 이조칼국수’ 이조칼국수는 안산의 맛집을 말할 때 빠지지 않는 곳이다. 35년간 한자리를 지키며 동네 사람들의 식탁을 채워 왔다. 이곳의 칼국수는 면부터 눈길을 끈다. 칼국수 면은 세 가지 색이다. 흑미 찰현미, 콩가루, 부추를 각각 섞어 반죽한 삼색면은 모양도 예쁘고 소화도 잘된다. 여기에 해산물로 우려낸 국물은 담백하면서도 감칠맛이 살아 있다. 특히 핵심 재료인 조개류는 인천 연안부두에서 주 3회 이상 공수해 신선함을 유지한다. 칼국수를 주문하면 가장 먼저 보리밥 한 그릇이 테이블에 놓인다. 약간의 고추장과 무생채를 더해 비비면 식욕을 돋우기에 제격이다. 이 한 그릇 덕분에 칼국수가 나오기 전부터 식탁이 분주해진다. 이조칼국수에는 또 다른 인기 메뉴도 있다. 팥칼국수와 팥죽이다. 좋은 팥을 고르는 것부터 알맞은 농도를 맞추는 과정까지 손이 많이 가지만 그만큼 맛이 확실하다. 칼국수 못지않게 많이 팔리는 메뉴다. 또 하나 이 집의 음식을 이야기할 때 김치를 빼놓을 수 없다. 칼국수와 찰떡궁합인 김치는 별도로 판매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3대째 이어오는 모녀의 전통 김치, 정직한 재료와 손맛으로 쌓아온 시간이 이조칼국수에는 가득하다. ■고즈넉한 한옥에서 맛보는 스키야키 ‘양평 사각하늘’ 북한강을 끼고 하류 방향으로 달리다가 문호리에서 푯대봉 방향으로 좌회전하면 좁은 마을길이 이어진다. 언덕길을 500여m 오르면 한옥 건물 하나를 만나는데 마치 영화 세트장을 연상케 할 정도로 고즈넉하다. 일식 스키야키를 전문으로 하는 ‘사각하늘’이다. 간판이 없어 사전 정보가 없다면 지나치기 쉽지만 그만큼 일부러 숨겨둔 듯한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다. 놀랍게도 이 한옥을 지은 사람은 일본인 건축가다. 주인 내외 중 일본인 남편은 한옥의 매력에 빠져서 이곳을 지었고 한국인 아내는 다도와 일본식 코스요리인 가이세키를 오래도록 공부해 왔다. 두 사람의 취향을 녹여 사각하늘이라는 공간이 1998년 만들어졌다. 실내에 들어서면 단정하고 절제된 분위기가 먼저 느껴진다. 과하게 꾸미지 않은 모습에 몸과 마음이 모두 편안해진다. 이곳에서 맛볼 수 있는 요리는 스키야키 한 가지다. 철판에 배추, 버섯, 파, 쑥갓 등의 채소를 볶다가 육수를 붓고 끓인 후 얇게 썬 소고기를 넣는다. 이렇게 익힌 재료들을 날달걀에 찍어 먹는 방식이다. 남은 육수에는 우동을 끓여 먹으며 마무리한다. 별채에서는 다실 말차 체험도 가능하다. 다다미가 깔린 방에는 조명이 없으며 오로지 창호지 너머의 자연광과 촛불에만 의지한다. 차를 마시며 사유의 시간을 즐길 수 있는 체험이다. 식사와 말차 체험 모두 100% 예약제로만 운영한다. 그래서 이곳에서의 시간은 더욱 조용하고 더 천천히 흐른다. ■한 가족의 삶이 녹아 있는 ‘이천 장흥회관’ 이천 장흥회관은 1982년부터 같은 자리에서 영업하고 있는 식당이다. 간혹 ‘장흥’이라는 이름 때문에 창업주의 고향이 전남 장흥일 거라는 오해도 받지만 실제로는 전남 무안이다. 8남매의 장남인 창업주는 사업에 실패한 후 이천의 장흥회관 앞에서 보따리장사를 시작했다. 그러다 식당이 매물로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고민 끝에 식당을 인수하게 된다. 넉넉지 않은 형편에 남의 돈을 빌려 인수한 터라 간판을 새로 달 여유조차 없었다. 그렇게 이전 식당의 간판을 그대로 사용한 이름이 지금까지 이어지는 장흥회관이다. 장흥회관은 전골요리 전문식당이다. 대표 메뉴는 낙곱전골로 낙지와 곱창이 어우러진 국물에서 느껴지는 신선한 해물과 육류의 깊은 맛이 일품이다. 또 다른 대표 메뉴는 차낙곱전골이다. 이 메뉴는 2대 운영자인 창업주의 아들이 우연히 개발했다. 영업을 마친 뒤 친구들과 낙곱전골을 끓이다가 재료가 모자라 차돌박이를 대신 넣은 게 시작이었다. 예상보다 좋은 맛에 정식 메뉴로 개발하게 됐다. 기존 재료인 낙지와 곱창에 고소한 차돌박이가 더해져 더욱 풍성한 맛이 난다. 지금은 차낙곱전골을 찾는 손님이 더 많을 정도다. 어쩔 수 없는 선택에서 시작된 가게이름부터 우연한 재료 선택으로 완성된 메뉴까지 장흥회관의 전골 속에는 한 가족의 선택이 함께 끓고 있다.

긴 밤 문학의 세계로 …경기도 문학관 및 책방을 찾아서 [경기도 가볼만한 곳]

12월은 1년 중 책이 가장 많이 팔리는 달로 독서는 여행의 또 다른 이름이다. 몸은 제자리에 있어도 마음은 문장 하나를 따라 먼 곳으로 떠난다. 그래서 독서는 ‘가장 조용한 여행’이라고도 불린다. 독서를 하다 보면 때로 책 속에서 우연히 발견한 문장 하나가 등을 떠미는 순간이 찾아온다. 경기도에는 이런 문학의 순간들이 태어나고 또 누군가에게 전해지는 공간들이 곳곳에 남아 있다. 문인들의 흔적이 깃든 문학관, 조용히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책방들이다. 소설과 시가 태어난 곳 혹은 그렇게 태어난 문학을 공유하는 공간은 책을 통해 얻은 감동을 더욱 풍성하게 해준다. 책 한 권을 들고 길을 나서 보자. ■ 책을 품고 하룻밤 ‘안성 살구나무책방’ 한때는 동네마다 서너 개씩 있던 책방이 사라진 지 오래다. 모든 게 대형화되는 시대이고 서점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런데 요즘 오히려 작은 책방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안성의 살구나무책방도 그런 공간이다. 살구나무책방은 분주한 도심이 아니라 시간의 속도가 한 박자쯤 늦춰진 한적한 시골마을에 자리하고 있다. 허물어지기 직전의 폐가가 서점으로 재탄생한 건 4년 전이다. 옛 모습을 고스란히 살린 삐뚤빼뚤한 서까래는 책방 최고의 ‘장식품’으로 일부러 손대지 않았다. 덕분에 책방에는 새것으로는 흉내 낼 수 없는 따뜻한 시간이 흐른다. 책방 이름은 실제 책방 왼쪽에서 자라고 있는 살구나무에서 가져왔다. 봄이면 꽃이 피고, 계절이 바뀔 때마다 풍경도 달라진다. 책을 읽다 고개를 들면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이곳이 ‘이야기의 공간’임을 알려준다. 살구나무책방에서는 새 책이 아니라 중고책만 판매하는데 이곳에서는 중고책이란 말 대신 ‘지난책’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이 책방의 가장 흥미로운 점은 ‘북스테이’다. 책방 안쪽의 작은 방에서 하룻밤 머물 수 있다. 핸드폰 및 세상과 거리를 둔 채 책 속에 파묻혀 하룻밤을 보낼 수 있는 셈이다. 조용한 밤, 책 한 권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그 어떤 여행보다 오래 기억에 남는다. 아쉽게도 겨울에는 북스테이도 잠시 ‘방학’에 들어가니 방문 전 확인이 필요하다. 단순 방문은 예약제로만 운영하며 당일 예약도 가능하다. ■ 천재 시인의 발자취 ‘광명 기형도문학관’ 기형도 시인이 태어난 곳은 옹진군 연평도다. 지금은 인천시이지만 당시에는 경기도 연평리였다. 만 4세가 되던 해에 가족은 당시 경기 시흥군으로 이사했다. 지금의 광명시 소하동이다. 이후 그는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곳에서 살았다. 그의 문학관이 광명시에 자리한 이유다. 기형도 시인의 시는 조금은 암울하고 더러는 절망스럽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의 시를 읽고 나면 마음 한 편이 위로받는다. 그의 시는 일종의 치유다. 슬픔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하며 그 안에서 다시 숨 쉴 수 있는 힘을 건넨다. 문학관에 들어서 가장 먼저 만나는 공간은 시인의 삶을 더듬어 볼 수 있는 전시실이다. 친필로 직접 작성한 독서 목록에는 체호프, 사르트르, 니체 같은 해외 작가부터 김춘수, 박목월, 이청준 등의 국내 문인의 이름이 보인다. 어떤 책을 읽으며 좋아했는지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 다른 한 편에는 직접 사용하던 빠이롯드 만년필과 소형 라디오도 손때 묻은 그대로 놓여 있다. 두 번째 전시공간에는 학창 시절 그가 받았던 상장과 성적표가 전시돼 있다. 그는 학창 시절 내내 최상위 성적을 유지하던 우등생이었다. 문학관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잿빛 양복 한 벌로 시인의 어머니가 고이 간직하고 있던 아들의 유품이다. 문학관을 나서면 뒤편으로 기형도문화공원이 이어진다. 숲길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시인의 시 구절을 떠올리기에 더없이 좋은 공간이다. ■ 근대 낭만주의 시인의 흔적 ‘화성 노작홍사용문학관’ 노작 홍사용은 암울한 일제강점기 한복판에서 활동한 근대 낭만주의 시인이다. 1900년 경기 용인에서 태어났고 무관학교 1기생으로 합격한 부친을 따라 생후 100일 만에 상경했다. 이후 아홉 살 무렵 부친의 군대가 해산한 후 백부의 양자로 들어가면서 경기 화성으로 내려왔다. 부친이 용인과 화성 일대에 농토를 소유한 지주였기에 유복한 환경에서 자랐다. 열일곱 살 때 휘문의숙에 입학하며 본격적으로 문학에 몰두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의 청춘은 결코 평탄하지 않았다. 3·1운동 때는 학생운동에 참여하다 붙잡히기도 했고 주거 제한조치를 받기도 했다. 일제강점기 내내 활발한 문학 활동을 했으며 신극운동에도 적극 참여해 서양극 번역과 연출을 하기도 했다. 광복을 맞은 지 불과 2년 뒤 폐질환으로 세상을 떠났고 유해는 화성에 묻혔다. 노작홍사용문학관이 자리한 곳은 그의 유해가 묻힌 반석산 아래다. 문학관에 들어서면 현관 중앙에 홍사용이 기획하고 제작한 동인지 ‘백조(白潮)’의 창간호가 방문객을 맞는다. 뒤로는 시인의 삶과 활동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일대기가 정리돼 있다. 2층으로 올라가면 작품세계를 살펴볼 수 있는데 정중앙에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나는 왕이로소이다’ 전문이 걸려 있다. 같은 층에는 전망이 좋은 카페도 마련돼 있어 창밖 풍경을 바라보며 시 한 편을 곱씹기에도 좋다. 문학관 뒤편의 묘역까지는 불과 10분 남짓. 시인의 마음을 따라 걷는 짧은 산책길이다. 긴 밤 문학의 세계로 들어가기 전 혹은 그 여운을 오래 붙잡고 싶을 때 이곳은 조용히 마음을 내려놓기 좋은 장소다. ■ 문학과 체험은 물론이고 AI까지 ‘수원 경기도서관’ 경기도서관은 2025년 10월 개관한 신생 도서관이다. 지상 5층 건물은 나선형 구조와 창살 문양으로 설계돼 외관부터 남다르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이곳이 단순히 책을 빌리는 장소가 아니라는 사실을 곧 알게 된다. 칸막이가 없는 동선 설계로 공간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서재 혹은 거실을 연상케 한다. 층과 층을 연결하는 길에는 ‘경기책길’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벽면이 모두 통창이고 곳곳에 작은 정원을 꾸며 놓아 마치 숲에서 책을 읽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도서관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공간은 지하 1층과 4층이다. 지하 1층에는 인공지능(AI) 스튜디오가 자리하고 있는데 유료로 이용해야 하는 오픈AI 프로그램을 누구든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AI 시대를 준비하는 도서관의 발 빠른 전략이다. 4층은 경기도서관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으로 기후변화와 환경에 대한 서적들로 채워져 있다. 단순한 독서를 넘어 직접 손으로 참여하는 체험도 가능하다. 체험장에서는 버려지는 옷이나 책을 비롯해 바닷가 백사장에서 수집한 유리조각 등을 이용해 다양한 소품을 만들어 볼 수 있다. 환경을 ‘읽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생각하고 만들어보는 경험’으로 확장한 셈이다. 경기도서관은 책을 읽는 공간을 넘어 기후변화와 환경, 인공지능, 체험까지 한데 모여 현재와 미래를 공유하는 문화공간이다. 이곳은 가장 현대적인 방식으로 독서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 펄 벅과 한국의 인연 ‘부천 펄벅기념관’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펄 벅은 1892년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선교사인 부모를 따라 중국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그에게 아시아는 낯선 땅이 아니라 삶의 일부이자 마음의 고향과도 같은 곳이었다. 대학 진학을 위해 미국으로 돌아가서도 미국 내 아시아인과 흑인의 인권에 관심이 많았다. 다시 중국에서 생활하던 1930년대에 대한민국임시정부와의 인연으로 펄 벅은 한국 독립의 정당성을 지지하기도 했다. 1960년 처음 한국을 방문했고 1964년에는 미군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아를 돕기 위해 펄벅재단을 설립해 입양을 주선했다 이후에는 부천시에 ‘소사희망원’을 설립하고 입양보다는 ‘태어난 곳에서 자라야 한다’는 신념으로 전쟁고아들을 돌보기도 했다. 펄벅기념관은 당시 소사희망원이 있던 자리이며 기념관 건물 역시 당시의 남아 있던 건물을 리모델링했다. 전시물 가장 앞에는 펄 벅의 생애를 소개해 놓았는데 그의 한국명인 ‘최진주’라는 이름이 인상적이다. 전시 공간에는 소사희망원에서 실제로 사용되던 모습과 펄 벅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의 흑백사진이 놓여 있다. 사진 속에서 느껴지는 그의 표정과 시선은 단순한 관심을 넘어 진심 어린 애정을 전한다. 1931년 발표해 펄 벅에게 노벨 문학상을 안긴 ‘대지’에 대한 소개는 물론이고 한국을 배경으로 한 소설 ‘살아있는 갈대’의 작품 소개도 살펴볼 수 있다. 기념관 앞에는 펄 벅의 흉상이 세워진 작은 공원이 조성돼 있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벤치에 앉아 있으면 문학이 한 사람의 삶을 어떻게 넓히고 또 다른 나라의 역사와 이어질 수 있는지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된다. ■ 세계적 문학가들의 흉상이 가득 ‘양평 잔아문학박물관’ 유유히 흐르는 북한강 동쪽 기슭을 따라 달리다 보면 잔아문학박물관을 만난다. 강물처럼 느릿한 풍경 속, 비스듬한 언덕에 자리한 박물관에 들어서면 넓은 정원이 손님을 먼저 맞이한다. 아기자기한 테라코타 조형물이 놓인 정원은 잠시 쉬어가기 좋은 공간이다. 정원 가장 위쪽에 있는 작은 호수는 잔잔한 수면만으로도 마음을 가라앉히는 힘이 있다. 이곳에서 이미 문학 산책은 시작된 셈이다. 잔아문학박물관은 소설가 잔아 김용만 선생이 건립한 문학 전문 박물관이다. 공간은 크게 세 곳으로 나뉘는데 세계문학관, 한국문학관, 아동문학관 등이다. 가장 먼저 만나는 세계문학관에는 그가 세계 각국의 문학관을 여행하며 쓴 ‘세계문학관 기행’의 내용과 다양한 자료가 전시돼 있다. 카프카, 가와바타 야스나리, 카뮈 등 문학가들의 테라코타 흉상이 함께 전시돼 있어 볼거리가 더욱 풍성하다. 박물관 내의 모든 테라코타 작품은 김용만 선생의 부인인 여순희 작가의 작품이라는 점도 인상적이다. 이어지는 한국문학관에는 김지하, 김승옥, 정호승 등 한국을 대표하는 문인들의 자료와 육필 원고가 전시돼 있고 아동문학관은 ‘어린왕자’와 ‘안네의 일기’를 테마로 꾸며져 있다. 문학 감상에만 머물지 않는 점도 이곳의 매력이다. 머그컵이나 에코백을 직접 만들어보는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돼 책을 읽고, 걷고, 손으로 만들어보는 경험까지 이어진다. 잔아문학박물관은 문학과 자연, 그리고 체험이 한데 어우러진 공간으로 긴 밤의 문학여행을 낮부터 천천히 예열해 주는 장소다.

겨울밤, 술은 내리고…경기도 양조장 및 체험장 [경기도 가볼만한 곳]

겨울밤은 유난히 조용하다. 눈앞에 하얗게 숨결이 번질 때면 더 추워지는 느낌에 따뜻한 것을 찾고 싶어진다. 어디선가 은은하게 퍼지는 술 향기처럼 말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양조장은 지역주민과 여행객 모두의 발걸음을 끌어모으며 새로운 문화 사업으로 자리 잡았다. 단순히 술을 만드는 곳이 아니라 배움과 체험의 공간이며 때로는 새로운 경험을 나누는 장소로 변화한 것이다. 주말이면 막걸리, 맥주, 와인 등을 현장에서 맛보거나 직접 술을 빚기 위해 양조장을 찾는 여행자이 부쩍 늘었다. 지역주민들에게도 양조장은 고향의 맛과 분위기를 담은 특별한 공간이다. 한층 차가워진 겨울밤, 술 향기가 그리운 계절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나누는 한잔의 술은 오래도록 남을 소중한 추억이 된다. 따뜻한 시간을 찾고 있다면 경기도 곳곳의 양조장과 술 체험장으로 겨울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 경주 APEC 공식 만찬주 ‘안산 그랑꼬또 와이너리’ 대부도의 바닷바람이 1년 내내 포도를 쓰다듬는 언덕 위에 그랑꼬또 와이너리가 자리하고 있다. 바닷바람 덕분에 이곳에서 생산된 포도는 미네랄이 풍부하고 적당한 습도와 큰 일교차로 당도도 높다. 와이너리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공간은 두 갈래로 나뉜다. 왼쪽에는 전시와 체험 공간이, 오른쪽에는 와인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살펴보고 직접 맛볼 수 있는 테이스팅존이 있다. 그랑꼬또의 ‘청수 와인’은 2025년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공식 만찬주로 선정됐다. 각국 정상의 식탁에 올랐다는 건 그 맛을 세계의 손님들에게 내놓을 정도로 인정받은 셈이다. 청수 와인은 적절한 산미와 당도가 조화를 이루는 것이 특징이다. 대부도 여러 농가의 청수 포도를 사용한 평소와 달리 만찬주 버전의 청수 와인은 와이너리에서 직접 재배한 청수 포도만 사용해 만든 단일 품종 와인이다. 와이너리 투어는 30분 정도로 포도가 와인이 되는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시간이 금세 지나간다. 이후 테이스팅 시간이 이어지는데 청수, 로제 등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와인 중에서 세 가지를 시음할 수 있다. 미성년자의 경우 시음 대신 머그컵 만들기나 와인병 꾸미기 체험을 할 수 있다. 나만의 머그컵을 만들고 와인병을 알록달록 꾸미다 보면 20, 30분이 훌쩍 가 버린다. 가족, 연인, 친구 누구와 와도 만족할 만한 ‘따뜻한 겨울 공간’이다. ■ 무한 시음이 가능한 ‘포천 산사원’ 원통산 남서쪽 기슭에 자리한 산사원에 들어서면 먼저 마음이 잠잠해진다. 양조장에 왔다는 사실을 잊을 만큼 고요한 분위기에 사찰에 방문한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공간은 내부 전시장과 외부 전시장으로 나뉘며 내부 전시장은 우리 전통주의 역사와 발전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자료로 빼곡히 채워져 있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각종 규제 등으로 전통주는 어려움을 겪다가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전후로 부활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전국 곳곳에서 수십 종류의 전통주가 만들어지고 있다. 전시를 관람하며 내려가다 보면 시음장이다. 산사원을 운영하는 배상면주가에서 생산하는 막걸리, 과실주, 증류주 등 무려 20여가지의 주류를 제한 없이 시음할 수 있다. 다른 주류를 맛볼 때마다 개인 컵을 세척할 수 있도록 물과 퇴수대까지 마련한 세심함도 돋보인다. 물론 즐겁게 맛보되 과음은 금물이다. 성인의 경우 입장료로 4천원을 내지만 관람 후 2천~3천원 정도의 주류 한 병을 기념품으로 받기 때문에 거의 무료처럼 느껴진다. 시음장을 나오면 전혀 다른 분위기의 풍경이 펼쳐진다. 어른 가슴 높이의 커다란 항아리 수백개가 전시된 외부 전시장은 사색의 공간을 연상케 한다. 회랑처럼 이어진 건물의 이름도 ‘세월랑’이다. 세월랑 뒤에는 소쇄원을 모티브로 지은 취선각과 포석정처럼 흐르는 물에 잔을 띄울 수 있도록 설계된 유상곡수도 만날 수 있다. 양조장을 둘러보는 시간이 어느새 작은 산책이 되고 그 산책이 또 하나의 겨울 추억으로 쌓여 간다. ■ 유자 향으로 겨울을 깨우다 ‘화성 배혜정도가’ 배혜정도가에서 생산한 호랑이 유자 생막걸리는 경주 APEC 공식 건배주로 선택되며 큰 주목을 받았다. 각국 정상과 글로벌 최고경영자(CEO)를 위한 만찬에서 사용됐다는 건 그 품질을 짐작할 수 있다. 알코올 도수가 5%로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마시기 전 잔에 가까이 가기만 해도 유자의 상큼한 향이 느껴지고 한 모금 머금으면 달콤함과 산뜻한 신맛이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톡 쏘는 탄산감도 일품이다. 배혜정도가는 위생과 안전을 위해 양조장 내부 투어는 진행하지 않는다. 그 대신 양조장 입구에 체험장과 전시장을 마련해 막걸리문화를 직접 느낄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이곳에서 진행되는 체험은 막걸리 빚기 딱 한 가지다. 체험은 3.6ℓ 담금 용기에 고두밥과 밑술을 섞고 물을 추가하는 1단 담금까지 진행한다. 이후 집에서 발효를 지켜보며 막걸리를 완성하게 된다. 시간이 천천히 익어가는 과정을 직접 확인하는 것도 이 체험의 재미다. 체험 후에는 배혜정도가에서 생산하는 주류 네 가지를 시음할 수 있다. 이 중에는 경주 APEC 공식 건배주로 선정된 호랑이 유자 생막걸리도 포함된다. ■ 카페 같은 양조장에서 즐기는 겨울 한 모금 ‘가평 술지움’ 술지움은 잣을 모티브로 한 특색 있는 외관으로 눈길을 끈다. 삼각형 지붕이 겹겹이 이어진 모습은 현대적이면서도 독창적이다. 양조장이라는 사실이 잠시 잊힐 정도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분위기는 더욱 특별해진다. 내부는 고급 카페나 와인바를 연상시키는 분위기에 세련된 공간으로 꾸며져 있어 체험을 즐기는 손님들도 자연스럽게 기분이 들뜬다. 술지움의 매력은 체험프로그램이 매우 다양하다는 점이다. 막걸리뿐만 아니라 증류주와 뱅쇼는 물론이고 모주 체험까지도 가능하다. 술 만들기 체험뿐아니라 막걸리 술빵 만들기, 막걸리 비누 만들기 체험으로 가족, 어린이 여행객에게도 추천할 만하다. 그중 가장 인기 있는 체험은 막걸리와 증류주 체험이다. 증류주 체험은 양조장에서 생산한 막걸리를 사용한다. 막걸리 1ℓ로 약 150㎖의 증류주를 얻는다. 흥미로운 건 증류주가 떨어질 때 치자나 히비스커스 티백을 올려둔다. 치자를 쓰면 노란빛, 히비스커스를 쓰면 붉은빛을 띤 증류주가 만들어져 눈으로도 즐거운 체험이 된다. 완성된 증류주의 도수는 38~39도다. 견학에선 전통주, 과실주, 증류주, 맥주 제조장이 각각 있어 다양한 술의 제조 과정을 볼 수 있다. 보는 것만으로 아쉽다면 비상시적이지만 교육프로그램에 등록해 술 제조 교육부터 소시지 만들기 과정까지 배울 수 있다. 술지움에서의 시간은 단순히 ‘술을 만드는 과정’을 넘어 새로운 색과 향, 그리고 시간을 함께 빚어내는 특별한 경험이 된다. 겨울 여행길에 잠시 멈춰 이렇게 한잔의 시간을 만들어보는 것도 좋다. ■ 캠핑과 와인 체험이 한번에 ‘파주 산머루농원’ 산머루농원은 와이너리와 캠핑장을 함께 운영하는 특별한 공간으로 와인 체험과 자연 속 캠핑을 한번에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산머루농원에서 생산하는 와인은 모두 머루 와인이다. 1970년대부터 이어져 온 머루 재배 역사를 바탕으로 현재는 ‘감악산 머루주’라는 이름의 과실주를 선보이고 있다. 이곳을 찾으면 단순한 농원을 넘어 한 세대 이상 쌓아온 전통 위에서 만들어진 ‘머루 향기 가득한 경험’을 만날 수 있다. 산머루농원의 저장고에 들어서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유럽의 오래된 와이너리에서 보던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는것 같아서다. 저장고에는 3단 높이로 쌓아 놓은 오크통이 가득하다. 저마다 이름표처럼 용량과 날짜가 적혀 있어 묵직한 시간이 켜켜이 쌓인 느낌을 준다. 와이너리 체험은 이 저장고는 물론이고 실제 생산 시설까지 함께 둘러볼 수 있어 머루가 와인으로 변하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농원의 인기 프로그램은 ‘나만의 와인 만들기’로 이미 생산된 머루 와인을 병에 담고 라벨을 직접 만들어 붙이는 체험이다. 와이너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거나 선물용으로 특별한 문구를 넣어 라벨을 만들 수 있다. 머루와인 만들기는 머루 생산 시기에만 체험이 가능하지만 시기를 맞춰 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와이너리 옆 캠핑장은 무려 40개의 사이트로 구성돼 있다. 캠핑장 뒤로는 파주의 명산 감악산이 병풍처럼 펼쳐져 계절마다 다른 색으로 풍경을 바꾸며 캠퍼들을 맞이한다. 깨끗한 시설과 멋진 풍광이 어우러진 캠핑장이다. 낮에는 와인 체험을 하고 밤에는 캠프파이어 불빛 아래에서 머루와인을 한잔 나누며 하루를 채워 보면 어떨까. ■ 귀촌 양조인의 결실 ‘양평 맑은술도가’ 처음 맑은술도가 양조장을 찾은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도로 옆 상가에 ‘용문산 양조장 양평맑은술도가’라는 간판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양조장 하면 으레 떠올리는 시골 한적한 곳이나 오래된 건물과는 거리가 멀다 보니 양조장이 맞나 의문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이곳은 양평의 명품 막걸리로 자리 잡은 ‘겨울아이 동국이’를 생산하는 정식 양조장이다. 양조장 대표는 귀촌인으로 막걸리를 빚고 싶은 마음 하나로 2019년 양평에 자리를 잡았다. 이곳의 대표 술인 ‘동국’은 사람 이름이 아니고 겨울 국화(冬菊)를 뜻한다. 처음부터 지금의 동국이가 완성된 건 아니었다. 무려 2년여의 시행착오를 거쳐 지금의 동국이가 태어났다. 겨울 국화는 일반 국화보다 향이 진해 막걸리와 매우 잘 어울리며 동국이 특유의 은은하고 진한 향을 만드는 핵심 재료다. 동국이의 입소문이 국경을 넘은 덕분에 외국에서도 체험자들이 찾아온다. 단체 체험객이 늘자 올해 초에는 지금의 양조장에서 차량으로 15분가량 떨어진 덕촌리에 새로운 양조장을 지었다. 아직 정식 준공은 되지 않았지만 하우스로 만든 체험장은 이미 많은 여행자이 다녀가며 새 양조장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양조장 앞에는 대표가 직접 핑크뮬리도 심고 가꾸며 사진 명소로도 알려졌다. 도심 속 상가처럼 보이는 외관 뒤에 이렇게 깊은 향과 긴 시간을 품은 양조장이 숨어 있다는 사실이 맑은술도가만의 또 다른 매력이다.

'자세히 보면 더 예쁘다'…경기도내 가을꽃 여행지 [경기도 가볼만한 곳]

■ 붉은 가을빛 물결, ‘연천 임진강댑싸리정원’ 어디서 사진을 찍어도 그림엽서 같은 장면이 되는 곳. 바로 임진강댑싸리정원이다. 정원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화려하게 반겨주는 꽃은 백일홍이다. 하얀색부터 노랑, 빨강, 보라까지 다양한 색깔의 옷을 입고 척박한 땅에서도 꿋꿋하게 자라며 하늘을 향해 꼿꼿하게 목을 세우고 있는 모습이 도도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진짜 주인공은 따로 있다. 이름 그대로 이 정원의 중심은 댑싸리다. 무려 2만7천여그루의 댑싸리가 심겨 있어 그 규모만으로도 입이 벌어질 정도다. 가을이 깊어질수록 초록빛의 댑싸리는 붉게 물들고 바람이 불 때면 춤을 추듯 일렁이며 끝없는 붉은 파도를 만들어낸다. 지역주민들이 직접 만들고 가꾼 정원이다. 연천군은 오는 31일까지 중면 ‘임진강 댑싸리 정원’을 운영한다. 먹거리 부스 역시 주민들이 직접 운영해 맛과 친절은 기본이고 가격 또한 합리적이다. ■ 호수와 어우러진 꽃마당 ‘안성 금광호수 수석정 수변화원’ 안성 금광호수는 고요한 시간을 품고 있는 호수다. 물과 바람이 어우러져 반짝반짝 빛나는 수면은 평화롭다. 이 덕분에 드라이브 코스와 낚시터로도 유명해 많은 사람이 찾는 힐링 명소다. 호수를 따라 구불구불 이어진 도로는 운전 자체가 힐링이고 호수에 낚싯대를 드리운 강태공들에게는 여유를 선물한다. 이 멋진 호숫가에 2025년 5월 수변화원이 조성됐다. 바로 ‘금광호수 수석정 수변화원’이다. 금광호수 수석정 수변화원은 계절마다 다양한 꽃이 피어난다. 개장 당시에는 유채꽃이 가득했고 가을로 접어드는 지금은 황화코스모스와 백일홍이 한가득이다. 화원은 원형으로 조성돼 있어 꽃밭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초록 잔디밭이 나오고 곳곳에서 피크닉도 즐길 수 있다. 중앙은 전망대처럼 높게 조성돼 있고 한가운데는 커다란 느티나무가 양팔을 벌린 채 화원을 품고 있다. ■코스모스 활짝…‘구리 한강시민공원’·‘여주 당남리섬’ 구리 한강시민공원은 서울에서 가장 가깝게 만날 수 있는 경기도의 꽃 여행지다. 1년 내내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과 자전거 여행자들에게 사랑받는 곳이지만 가을이 되면 그 매력이 더욱 빛난다. 강변을 따라 길게 뻗은 공원에는 여름 끝 무렵부터 솜뭉치 같은 목수국들이 피어나고 뒤이어 알록달록한 코스모스들이 앞다퉈 얼굴을 내민다. 산들산들 바람이 불어오면 공원의 꽃들도 덩달아 춤을 춘다. 드넓은 꽃밭을 배경으로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예쁜 사진을 남기기에도 좋다. 당남리섬은 여주의 남한강에 자리한 인공섬이다. 먼 길을 흘러온 강물도 잠시 숨을 고르며 쉬어가듯 고요한 풍경을 품고 있다. 따사로운 햇볕과 푸른 강물이 어우러진 이곳에 가을이 찾아오면 섬 전체가 아름다운 가을꽃들로 채워진다. 가장 먼저 황금빛 황화코스모스가 등장하고 이에 뒤질세라 고운 코스모스들이 앞다퉈 꽃을 피운다. 마지막에는 하얀 소금가루 같은 메밀꽃이 장식하듯 섬을 물들인다. ■ 핑크뮬리와 함께 피크닉 즐기기 ‘하남 미사경정공원’ 국내 유일의 경정 경기장이 있는 하남 미사경정공원은 경기가 열리는 날엔 박진감 넘치는 장내 아나운서의 목소리에 덩달아 흥분하게 된다. 하지만 경정공원이라고 해서 경정 경기만 열리는 게 아니다. 공원은 전면 개방돼 있어 휴식과 산책, 레저를 위해 많은 시민이 찾는 곳이다. 경정장을 둘러싼 포장도로는 러닝과 자전거 라이딩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고 넓은 잔디밭은 휴식과 피크닉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더욱이 가을에는 핑크뮬리 단지가 조성돼 더욱 사랑을 받는다. 억새를 닮아 ‘분홍억새’라는 별명의 핑크뮬리는 이제 가을을 대표하는 꽃으로 자리 잡았다. 마치 분홍색 안개라도 피어나는 것처럼 몽환적인 풍경이다. 미사경정공원의 핑크뮬리 단지는 정문 가까이에 자리해 찾기 쉽고 지하철 5호선 미사역과도 가까워 접근성도 좋다.

추석연휴 경기도 당일치기 여행지…가까워서 더욱 좋아요! [경기도 가볼만한 곳]

가끔은 긴 준비 없이 가볍게 나설 수 있는 여행이 더 마음에 남기도 한다. 멀리 떠나지 않아도, 길게 시간을 내지 않아도 좋은 곳. 잠시 일상의 짐을 내려놓고 익숙한 일상 밖으로 발길을 내딛는 것만으로도 몸과 마음은 가벼워진다. 이번 추석 연휴는 길다고 해도 친척집 방문이나 성묘로 바쁘게 보내다 보면 오롯이 나를 위한 하루는 얼마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럴 땐 당일치기 여행이 제격이다. 오래 준비하지 않아도 좋고, 특별한 이유가 없어도 된다. 어쩌면 그래서 더 진심에 가까운 여행인지 모른다. 아침 일찍 떠나 늦은 오후에 돌아오는 짧은 여정이지만 그 안에서 예상치 못한 풍경을 만날 수 있는 곳들을 소개한다. 하루만으로도 여행은 충분히 반짝일 수 있다. ■ 숲과 계곡이 하나로 ‘의왕 청계산맑은숲공원’ 청계산 남쪽 자락의 청계산맑은숲공원은 이름 그대로 숲과 계곡이 어우러진 곳이다. 공원의 입구에 다다르면 아스라이 퍼지는 나무 향과 흙 내음이 방문객을 반긴다. 하늘을 찌를 듯 솟은 나무들 사이로 덱(deck) 길이 이어져 있고 그 옆으로 깨끗한 계곡물이 흐른다. 나무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은 땅 위에 내려앉고 이름 모를 새들의 지저귐이 계곡 물소리와 함께 들려온다. ‘맑은숲’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이곳의 공기는 유난히 청량하다. 그 덕분에 마음 한편에 쌓인 먼지까지 부드럽게 털어내 준다. 계곡에서 캠핑 의자를 펼치고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여유롭다. 공원 상류 끝에는 오랜 역사를 품은 청계사가 자리 잡고 있어 당일치기 여행을 더욱 풍성하게 해준다. 청계사의 창건 연대는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으나 일부 유물을 통해 신라 시대 창건한 것으로 추측된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기품이 있는 사찰이다. 세월의 깊이를 고스란히 품은 기와지붕과 스님의 낡은 목탁 소리는 복잡한 생각을 잠시 내려놓고 자신에게 집중하는 사색의 시간을 선물할 것이다. ■ 군 막사에서 나들이 명소로 재탄생 ‘고양 나들라온’ 한강 하구는 임진강과 맞닿아 국가 안보에서 매우 중요한 지역이다. 실제로 1980년 이곳에선 무장공비의 침투 시도가 있기도 했다. 그래서 한강 하구에는 지역을 경계하던 군인들의 군 막사 또한 여럿 있었다. 나들라온은 여러 군막사 중 병력 일부가 철수한 곳을 새롭게 단장한 곳으로 과거에는 통일촌 군 막사로 불렸다. 시민과 여행객을 위한 쉼터로 새단장하면서 ‘나들이’를 뜻하는 ‘나들’과 ‘즐거운’의 순우리말 ‘라온’을 합쳐 이름을 정했다. 내부에는 군 생활을 엿볼 수 있는 체험 공간이 마련돼 있다. 여군과 남군 내무반을 재현한 방에 들어서면 각 잡힌 침구와 군복, 배낭 등이 마치 실제 내무반에 온 것 같다. 평상 끝 옷걸이에는 여분의 군복이 걸려 있어 직접 입고 병영 체험도 할 수 있다. 넓은 휴식공간에는 소파와 테이블이 갖춰져 있어 세련된 고급 카페에 온 듯한 기분도 든다. 외부인 나들라온 뒤편에는 군인들이 한강 하구의 철책 경계 근무를 위해 드나들던 자유로 지하통로가 그대로 남아 있다. 통로를 빠져나가면 지금은 자전거길이 조성된 철책을 만날 수 있다. 차량을 이용한 당일치기 여행은 물론이고 자전거 여행이나 걷기 여행으로도 안성맞춤이다. 그야말로 전천후 여행지가 아닐 수 없다. ■ 3천원으로 누리는 예술의 호사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은 숲속에 숨겨진 예술의 쉼터다. 청계산 북서쪽 자락에 있어 미술관으로 가는 길목 자체가 산책이나 다름없고 서울대공원, 국립박물관과 인접해 있을 뿐 아니라 지하철로 접근할 수 있는 장점까지 갖췄다. 전시장에서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미술품은 백남준 작가의 ‘다다익선’이다. 1천3대의 TV 모니터로 구성된 작품의 높이는 약 18.5m로 백남준 작품 중 최대 규모다. ‘88 서울 올림픽’을 기념하기 위해 1987년 설치했으며 이후 미술관의 상징이 됐다. 미술관의 핵심 전시장은 ‘다다익선’이 설치된 원형 홀을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상설 전시는 ‘한국근현대미술Ⅰ’과 ‘한국현대미술Ⅱ’ 두 곳으로 나뉜다. 한국근현대미술Ⅰ에는 20세기 전반에 제작된 작품 145점을 소개하고 있고 한국현대미술Ⅱ에는 20세기 후반에 제작된 작품 120여점을 소개하고 있다. 이 밖에도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장까지 갖추고 있어 전시 규모가 매우 방대하다. 따라서 모든 작품을 한번에 감상하겠다는 욕심보다는 자신의 취향에 맞는 작품 위주로 감상하는 것이 좋다. 미술관 옥상에는 숲을 옮겨 놓은 듯한 원형 정원이 마련돼 있고 미술관 입구에도 덱으로 조성한 휴식 공간이 넓게 조성돼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은 대한민국 최고의 근현대 미술품 감상과 더불어 계절의 변화를 음미하며 숲에서 하루를 보낼 수 있는 곳이다. ■ 조선 왕들과의 고요한 만남 ‘구리 동구릉’ 동구릉은 말 그대로 아홉 개의 능이 모인 자리로 조선 왕릉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다. 입구를 지나자마자 만나는 숲은 정갈하면서도 평화롭다. 울창한 나무들 사이에는 좌우로 살짝살짝 굽은 길이 놓여 있는데 한적한 숲길을 걷다 보면 연휴의 분주함이 차분히 가라앉는다. 첫 갈림길에서 직진하면 수릉, 현릉, 휘릉, 건원릉, 목릉이 이어지고 좌회전하면 숭릉, 혜릉, 경릉, 원릉을 만날 수 있다. 직진해 만나는 능 중에서 가장 중요한 능은 건원릉이다. 건원릉은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의 능으로 다른 능과는 달리 억새로 덮여 있는게 특징이다. 얼핏 관리하지 않은 능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이는 고향인 함흥의 억새를 심어 달라는 태조의 유언에 따른 것이다. 능 아래에는 정자각과 신도비가 있다. 정자각은 제향을 지내는 건물이고 신도비는 태조의 건국 과정과 생애, 업적 등을 새겨놓은 비석이다. 좌회전해서 만나는 능 중에는 숭릉이 주목받는다. 조선 왕릉 정자각 중에서 유일하게 팔각지붕 정자각이 남아 있는 곳으로 문화재적 가치가 높아 모두 보물로 지정됐다. 찬란했던 과거와 고요한 현재가 공존하는 왕릉. 짙은 녹음이 우거진 숲길을 걸으며 수백년 전 조선을 호령하던 왕들의 삶과 죽음을 되새기다 보면 어느새 지금을 살아가는 자신의 삶도 되돌아보게 된다. ■ 절벽 아래로 쏟아지는 힘찬 물줄기 ‘연천 재인폭포’ 처음 재인폭포를 본 사람이라면 잠시 말을 잊게 된다. 계곡을 따라 산책로를 걷다가 문득 마주치는 폭포의 모습이 매우 웅장하기 때문이다. 높이가 무려 18m에 이르는데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두 개다. 주상절리 지형의 주변 풍경 역시 장관이다. 절벽 위에서 떨어지는 물줄기는 마치 자연이 연출한 거대한 극장 같고 바위 아래 검푸른 소(沼)는 깊고 푸르다. 낙차 때 바람을 타고 공중에서 하얗게 흩어지는 물방울들도 시원하기 그지없다. 비가 내린 다음 날은 물줄기가 더욱 강해진다. 재인폭포는 전망대에서 협곡을 마주하고 감상해도 아름답지만 출렁다리에서 보는 모습과 덱길을 따라 폭포 아래에서 보는 모습이 각기 다른 매력이 있다. 이왕 방문했다면 다양한 모습을 보는 걸 추천한다. 폭포 이름 ‘재인’은 얼핏 이국적인 이름으로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재인폭포의 ‘재인’은 광대를 뜻하는 ‘才人’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여기에는 슬픈 전설도 전해온다. 금실 좋은 부부가 있었는데 남편의 직업은 재인이었고 아내는 매우 아름다웠다. 아내에게 흑심을 품은 마을 원님이 남편에게 폭포에서 줄을 타라는 명을 내렸고 줄을 타던 남편은 원님이 줄을 끊어버리는 바람에 폭포 아래로 떨어져 목숨을 잃었다. 원님의 수청을 들게 된 아내 역시 원님의 코를 물어버리고 자결했다는 전설이다. ■ 유일한 것들의 아름다움 ‘이천 처음책방’ ‘처음’이란 단어는 언제나 설렌다. 시작, 첫걸음, 첫눈, 첫사랑…. 조심스럽기도 하고, 아리기도 하고, 서툴기도 한 단어들. 그토록 애틋한 단어가 책방 이름에 붙었다. 처음책방은 여느 책방과는 조금 다른 책들을 판매한다. 책장에 꽂혀 있는 책들은 고서급에 가까운 도서부터 2000년대의 최근 도서들까지 다양하지만 하나같이 초판본이다. 서적은 2쇄, 3쇄 혹은 재판이나 삼판을 거치며 조금씩 수정되는 일이 잦다. 오류를 바로잡거나 내용을 보완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초판은 미완의 작품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세상에 태어난 첫아이처럼 뜻깊은 결과물이다. 처음책방의 모든 책이 판매용은 아니다. 다시는 구할 수 없는 수준의 초판본은 전시용이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집 중 하나로 꼽히는 윤동주 시인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1948년)와 김영랑 시인의 ‘영랑시집’(1935년) 같은 것들이다. 그중에는 잡지와 신문 등도 있다. 잡지와 신문은 매일 혹은 매달 태어나고 사라지는 간행물이니만큼 시효성이 매우 짧아 보관하는 이가 드물다. 그러나 처음책방에 전시된 잡지와 신문들은 놀랍게도 모두 창간호다. 책장에 꽂혀 있는 수만권의 책들을 살펴보고 있자면 몇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린다. 그중 읽고 싶었던 낡은 책을 발견하는 건 오래도록 잊고 지낸 ‘처음의 마음’을 다시 찾아내는 것과 같은 일이다. 어쩌면 처음책방의 책들은 처음이 있었기에 지금이 있는 것이라는 깨달음을 주는 선생님들인지도 모른다.

채석장 활용한 인공폭포, 창고개조 카페까지…경기도 재탄생 여행지 [경기도 가볼만한 곳]

시간이 머물다 간 흔적은 오래된 건물의 갈라진 벽, 빛바랜 간판, 거칠어진 나무 기둥 속에 웅크려 있다. 한 시대의 이야기를 담고 있던 공간도 기능을 잃는 순간 빠르게 낡으며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 간다. 그러나 경기도 곳곳에는 과거의 기억을 품고 새로운 생명을 얻은 장소들이 있다. 잊혀진 교실은 다시 사람들을 맞이하고 방치되던 하수처리장은 문화예술의 무대로, 낡은 창고는 여유를 찾는 쉼터로 변신했다. 낡았지만 새로움이 있는 곳,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곳에서 우리는 오래된 것들이 주는 따뜻한 위로와 미래로 이어지는 희망을 동시에 발견한다. ■방치된 하수처리장이 시민의 정원으로 ‘성남 물빛정원’ 성남에는 이름만으로도 마음이 차분해지는 곳이 있다. 바로 성남물빛정원이다. 한때는 하수처리장이었지만 운영이 중단된 채 30년간이나 흉물처럼 남아 있었다. 오래도록 버려졌던 공간이 올해 휴식과 예술이 어우러진 정원으로 재탄생했다. 성남물빛정원이 자리한 곳은 탄천과 동막천이 만나는 지점이라 ‘두물길’이라고도 부른다. 이곳은 몇 개의 공간으로 분리되는데 그중에는 ‘담빛쉼터’, ‘꽃대궐정원’, ‘소풍마당’ 등이 있다. 서쪽 동막천 출입구에 자리한 담빛쉼터는 달항아리를 닮은 둥근 조형물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곳이고 정원 중앙에 자리한 꽃대궐마당은 계절마다 다양한 꽃들이 피어나는 곳이다. 소풍마당은 파라솔과 벤치가 설치돼 있어 연인이나 가족 단위 나들이객들이 많이 찾는다. 특히 곳곳에 남아 있는 옛 하수처리장 건물들이 현대적인 정원 풍경과 묘한 조화를 이루며 ‘과거와 현재의 공존’을 느끼게 한다. 9월부터 뮤직홀과 카페도 문을 열어 시민들이 즐길 수 있는 문화휴식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예정이다. ■폐교에서 피어나는 문화의 향기 ‘평택 웃다리문화촌’ 평택시 서탄면 들녘 사이를 달리다 보면 소박한 금각리 마을을 만난다. 마을회관 앞에는 버스가 회차하는 작은 공터가 있고 맞은편에는 폐교된 금각초등학교가 자리하고 있다. 교내의 화단에는 아기자기한 조각품들이 전시돼 있다. ‘오줌싸개’ 동상이나 ‘책 읽는 소녀’ 석고상이 있었을 법한 자리다. 학생들이 뛰어놀던 운동장은 초록색 잔디가 깔려 있고 주변은 키 높은 메타세쿼이아가 둘러서 있어 마치 울타리처럼 아늑하다. 이곳이 바로 문화의 숨결이 머무는 공간인 웃다리문화촌이다. 1945년 개교한 금각초는 2000년 폐교됐고 이후 6년여간 방치되다가 평택시민의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교실이 전시장으로, 별관이 세미나실과 쉼터로 변해 시민들을 맞이한다. 상설전시관에는 금각초의 옛 모습과 금각리 마을의 자료들이 전시돼 있으며 기획전시실은 사진, 회화, 설치미술 등 다양한 작가들의 전시장으로 활용된다. 웃다리문화촌은 낡은 흔적 위에 새 숨결을 불어넣는 예술인과 여행자들이 어울리는 열린 마당이다. ■물의 기억을 품은 복합문화공간 ‘시흥 맑은물상상누리’ 과거의 거대한 구조물이 상상력의 무대로 바뀐 곳, 시흥의 맑은물상상누리다. 한때 생활하수를 처리하던 산업 공간이 이제는 문화와 예술을 품은 복합문화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본관에 해당하는 창의센터는 하수처리 과정을 재미있게 설명해 놓은 전시장이 있어 어린 자녀를 동반한 여행자들에게 인기가 많다. 창의센터를 제외하면 나머지 공간은 모두 재생 공간이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거대한 고깔 모양의 비전타워로 하수처리시설인 소화조와 관제탑이 하나로 연결된 곳이다. 내부는 옛 시설 일부가 그대로 노출돼 마치 스릴러영화 세트장을 방불케 한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실제 관제탑을 그대로 활용한 전망대가 있는데 둥글둥글한 시설물의 지붕들이 마치 꽃처럼 펼쳐진 풍경을 볼 수 있다. 하수처리 과정의 가스 저장소는 미디어아트 전시관으로 변신해 시흥의 명소들을 보여준다. 딱딱한 의자가 아니라 푹신한 쿠션이 깔린 바닥에 누워 관람할 수 있어 더욱 색다르다. 일부 시설은 수생정원이나 분수대로 탈바꿈하기도 했다. 맑은물상상누리는 버려진 공간이 어떻게 창의적 문화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살아 있는 사례이자 무궁무진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곳이다. ■채석장을 활용한 자연친화 공원 ‘안양 병목안시민공원’ 안양 병목안시민공원은 수리산 북쪽 자락에 자리하고 있다. 이 덕분에 계곡과 숲이 어우러져 계절마다 조금씩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봄에는 벚꽃이 화려하고 여름에는 푸른 숲이 울창하며 가을에는 단풍이 흩날리고 겨울에는 하얀 눈이 이불처럼 덮인다. 공원 안으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맨발로 걷는 사람들을 만난다. 황토가 깔린 맨발 산책로는 주민들에게 인기 최고의 장소다. 공원의 계단을 오르면 넓은 잔디마당이 펼쳐지고 맞은편에는 시선을 압도하는 인공폭포가 있다. 하얀 물줄기가 쏟아져 내리는 인공폭포는 보고만 있어도 더위가 가신다. 병목안시민공원은 일제강점기부터 1980년대까지 철도용 자갈을 채취하던 채석장이었고 인공폭포는 채석장의 흔적이다. 지금도 공원 한쪽에는 당시에 사용하던 석재 운반용 객차가 세월의 무게를 감당하며 전시돼 있다. 공원 우측에는 캠핑장이 있는데 계곡과 울창한 숲에 둘러싸여 국립공원의 야영장이 부럽지 않은 풍경으로 가족 단위 여행객들에게 인기다. 병목안시민공원은 과거의 채석장에서 자연과 어우러져 산책, 휴식, 캠핑까지 즐길 수 있는 팔방미인 공원으로 자리매김했다. ■주민들이 운영하는 마을 카페 ‘양주 봉암창고카페’ 양주시 봉암리 일대는 예부터 바위가 많았고 그중 봉황을 닮은 바위가 있어 ‘봉암(鳳岩)’이라는 지명이 시작됐다고 한다. 직선거리 500여m의 아담한 마을은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듯 고요하고 평화롭다. 마을 북쪽 끝, 낡은 외벽의 창고 건물이 하나 있는데 이름 하여 ‘봉암창고’ 카페다. 비료를 보관하던 과거의 농협 창고를 개조한 곳으로 주민과 여행자를 맞이하는 공간이 됐다. 정중앙의 파란 철문으로 들어서면 창고였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세련된 카페가 손님을 기다린다. 대형 카페에서나 볼 수 있었던 기다란 테이블과 높은 천장을 그대로 드러낸 구조 덕분에 시원한 공간감이 느껴진다. 벽면에 붙은 봉암마을의 사진들을 보다 보면 단순한 카페가 아닌 마을여행을 하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전면 폴딩도어 너머로는 뒷마당이 이어지는데 봄가을에는 이곳의 벤치에 실내보다 손님이 더 많이 몰린다. 카페 한쪽 벽에는 봉암새마을부녀회, 은현면 의용소방대, 봉암리사무소 등 마을의 오래된 나무 간판들이 비스듬히 세워져 있어 창고카페의 정취를 더한다. 무엇보다도 이 카페는 마을 주민들이 협동조합을 꾸려 직접 운영한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버려진 창고가 공동체의 힘으로 되살아난 공간, 봉암창고는 잔잔한 울림을 전하는 쉼터다. ■창고를 리모델링한 문화 쉼터 ‘고양 일산문화예술창작소’ 일산문화예술창작소는 일산역 바로 옆이다. 도시의 바쁜 하루 속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휴식하고 싶을 때 찾기 좋은 곳이다. 베이지색 페인트 외벽과 익숙한 농협 마크.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이곳이 한때 농협 창고였다는 걸 알 수 있다. 창작소는 크게 세 개의 공간으로 나뉜다. 1층의 전시 공간과 공유 오피스, 지하 1층의 다목적실이다. 이 중 주민과 여행자들이 이용하는 공간은 전시 공간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한쪽 벽면에 ‘일산 옛 사진전’ 안내판과 사진들이 걸려 있다. 구멍가게, 약국, 사진관의 옛 거리 모습과 포장되지 않은 도로 풍경은 누군가에겐 과거의 조각으로, 누군가에겐 향수로 다가온다. 전시 공간은 대관 형식으로 유지되기 때문에 주로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이 활용한다. 전시가 없을 때는 주민들이 자유롭게 쉬어갈 수 있는 쉼터로 개방된다. 칸막이 없는 넓은 공간에 놓인 테이블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으며 여름철에는 무더위 쉼터로 사랑받는다. 오래된 건물과 사람과 예술이 만나는 곳. 일산문화예술창작소는 도시 속에서 잠시 숨 고르기를 할 수 있는 고요한 쉼터이자 지역의 문화와 예술이 호흡하는 열린 공간이다.

변덕스러운 날씨, 흔들리지 않는 여행…날씨 걱정 없이 떠나는 여행지 [경기도 가볼만한 곳]

올여름은 유독 갑작스러웠다. 빠른 열대야 시작과 마른장마, 예상치 못한 기상 이변은 곳곳에 흔적을 남겼다. 기온은 오르고 날씨는 여전히 예측하기 어렵다. 쉽게 떠날 수 있을 것 같던 여름 여행도 날씨 앞에선 망설여진다. 그래도 다행인 건 어떤 날씨에도 괜찮은 여행지가 있다는 것. 맑은 날에는 청명함을, 흐린 날엔 고요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그런 곳. 이번 달은 날씨 변수에 흔들리지 않는 여행을 떠나 보자. ■ 폐벽돌공장이 예술문화 공간으로 ‘연천 은대리 문화벽돌공장’ 은대리 문화벽돌공장은 1988년부터 실제 벽돌을 생산하던 공장이었다. 10여년간 운영되던 공장이 폐업 후 오래도록 방치됐다가 2025년 7월 예술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당시의 모습을 대변하듯 건물 옆에는 높은 굴뚝이 우뚝 솟아 있다. 깔끔하게 리모델링한 내부 역시 옛 벽돌공장의 흔적을 곳곳에 남겨 뒀다. 붉은벽돌 벽을 살려 작품을 설치할 수 있도록 했고 바닥 일부에도 당시의 모습을 남겨 두고 그 위에 강화유리를 깔았다. 1천980㎡(600평) 규모의 전시장은 두 개의 공간으로 나뉜다. 절반은 미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고 나머지는 벽돌공장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라키비움’이다. 개관을 기념하는 특별전시 ‘경계에서 피어난 예술–환영의 경계’에는 11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회화, 프린팅, 조소, 미디어아트 등 수준 높은 미술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전시다. 라키비움(Larchiveum)은 도서관(Library)+기록관(Archives)+박물관(Museum)을 뜻한다. 라키비움 중심에는 열차처럼 기다란 가마가 남아 있다. 당시의 뜨거운 열기를 간직한 채 전시관의 중심 역할을 한다. 빛바랜 작업 노트와 서류들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품고 있고 공장 노동자들의 푸른 작업복과 낡은 신발은 고단했던 삶의 무게를 대변하고 있다. 진흙이 벽돌이 되고, 벽돌이 집이 되고, 집이 누군가의 삶을 만들었던 순환이 감동적으로 다가오는 공간이다. ■ 도심과 자연이 맞닿은 곳 수원 ‘일월수목원’ 일월수목원은 깊은 숲속에 자리한 수목원이 아니다. 아파트와 대학이 인접한 도심 한복판, 생각지 못한 곳에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인지 수목원 안에 들어설 때까지는 그 가치를 알아채기 어렵다. 수목원 입구라고 할 수 있는 붉은 건물은 방문자센터다. 로비에 들어서면 전면 통유리를 통해 수목원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그야말로 뷰 맛집이다. 목가적인 풍경에 비 오는 날이면 유리창을 타고 흐르는 빗물이 매우 낭만적이라 이때는 너도나도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찍는다. 로비 한쪽에는 테라리움을 닮은 원형 식물존이 있다. 천장의 햇빛을 고스란히 받는 곳이라 ‘햇빛정원’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안에는 다양한 고사릿과 식물들이 자라고 있는데 한편에 커다란 고목 하나가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 나무는 원래 수원 매산초등학교에 있던 네군도단풍나무다. 수령이 100년에 가까웠던 나무는 긴 세월과 모진 비바람을 견디다 쓰러졌고 이후 몸통 일부를 이곳으로 옮겨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었다. 방문자센터를 나서면 본격적인 수목원이 시작된다. 초지원, 침엽수원, 습지원, 잔디마당 등 다양한 테마로 꾸민 정원이 펼쳐지며 걷는 재미를 더한다. 그 중 가장 인기 있는 곳은 전시온실이다. 다양한 열대식물들이 자라고 있어 마치 다른 나라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곳이다. 현재는 ‘모네×일월 특별기획전’이 열리고 있다. 정원을 사랑한 화가 모네의 작품을 소개하고 그림 속에 등장하는 식물들을 살펴보는 전시로 예술과 자연이 만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수목원 곳곳에는 물이 흐르고 숲과 나무 사이에는 파라솔과 의자들이 놓여 있어 유유자적 산책을 하다가 마음에 드는 곳이 있으면 어디든 앉아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고개를 들면 숲 너머로 아파트가 보이지만 신기하게도 세상의 소음은 들리지 않는다. 도심 속에 자리했지만 숲속의 편안함과 아늑함을 느낄 수 있는 곳, 바로 일월수목원이다. ■ 기품 있는 전통 찻집 ‘성남 새소리 물소리’ 성남시 오야동은 조선 시대부터 경주 이씨 집성촌이었다. ‘새소리 물소리’ 역시 당시부터 경주 이씨 조상이 대대로 살아온 터다. 지금의 건물은 1923년 지은 전통한옥으로 연못과 정원을 갖춘 정남향 가옥이다. 2024년 3월 경기도문화재로 지정되기도 했다. 출입문 우측에는 삼층석탑이, 좌측에는 석등이 수호신처럼 지키고 있으며 촘촘한 대나무들이 담장을 대신한다. 마당으로 들어서면 연못이 가장 먼저 손님을 맞이한다. 연못 한쪽에는 물레방아가 돌아가고 중앙에는 석판으로 연결한 다리가 놓여 있어 운치를 더한다. 바람에 실린 나뭇잎의 속삭임과 나무 위에서 누군가를 부르는 듯한 새소리. 이곳의 이름이 왜 ‘새소리 물소리’인지 이해할 수 있는 풍경이다. ‘ㄱ’자 모양의 한옥 내부로 들어서면 다시 한번 놀라게 된다. 옛 모습을 간직한 여러 개의 방에 낮은 테이블을 뒀고 소반, 주전자, 맷돌 등 다양한 전통 소품으로 꾸며 놓았다. 실내에도 작은 연못을 만들어 놓아 눈길을 사로잡는다. 통유리 창도 여러 개라 어느 테이블이든 앉기만 하면 고풍스러운 정원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옛 조상들이 한옥의 창밖을 감상하며 ‘풍경을 빌려 온다’라는 의미로 말한 ‘차경(借景)’을 비로소 이해하게 되는 순간이다. ■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곳 ‘안성 서일농원’ 안성 일죽면에 자리한 서일농원은 시간이 잠시 멈춘 듯한 풍경을 품고 있다. 소음 하나 없는, 조용한 소도시의 끝자락에서 만나는 농원은 삭막한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포근한 위로를 건넨다. 농원에 들어서면 정면은 작은 언덕이고 좌우로는 산책로가 펼쳐져 있다. 산책로는 농원을 타원형으로 이어주기 때문에 어느 방향으로 걷더라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게 된다. 걷는 동안 양옆으로 펼쳐진 풍경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넓은 잔디 마당 주변에는 키 높은 소나무가 우뚝 솟아 있기도 하고 양팔을 벌린 느티나무들이 넉넉한 그늘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그리고 여름이면 가장 빛나는 장소, 용연지가 있다. 둥근 연잎들이 수면을 메우고 연꽃이 하나둘 피어오른 단아한 정취가 이곳에서 배어난다. 서일농원의 또 다른 매력은 장독대다. 2천개가 넘는 항아리가 줄지어 놓인 광경은 사람들의 시선을 압도한다. 이곳은 대한민국 식품명인인 서분례 선생이 청국장, 된장, 간장 등 각종 발효식품을 직접 관리하는 공간이다. 비가 오는 날이면 촉촉하게 젖어 든 장독대가 마치 한 폭의 수묵화처럼 더욱 깊은 멋을 낸다. 그 모습에 발걸음이 잡히는 건 어쩔 도리가 없다. 농원 내의 식당에서는 느린 시간을 착실히 버틴 장독대의 장을 맛있는 요리로 맛볼 수 있다. 농원에서 정성스럽게 키운 식자재와 서분례 선생이 빚은 청국장이 주재료다. 보글보글 끓여 낸 청국장은 구수해 한여름 보양식과도 같다. ■ 정제된 건축물에서 맞이하는 힐링 ‘평택 트리비움’ 트리비움으로 향하는 길은 조금 낯설다. 논과 밭 사이를 지나기도 하고 시골 농가 옆을 통과하기도 한다. 내비게이션이 엉뚱한 곳을 알려주는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의아함이 불안함으로 바뀔 즈음 축대 위에 반듯하게 올라선 콘크리트 건물을 만난다. 군더더기 하나 없는 외관이 예사롭지 않은 건축물이다. ‘트리비움’은 라틴어로 ‘학문의 세 갈래 길’이라는 의미다. 철학적 공간을 꿈꾸는 트리비움의 마음이 담겨 있다. 이곳은 직선과 면의 공간이다. 반듯한 직선이 교차하며 면을 만들고 그렇게 만들어진 면은 풍경이 되기도 하고 하늘이 되기도 한다. 정제된 건축물에는 고요함이 가득하다. 가끔 바람이 불어와 고요한 공간을 통과할 때면 볼 수도, 잡을 수도 없는 바람마저 트리비움의 일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트리비움 내의 어느 공간을 가든 통창이 있다. 통창 너머의 쏟아지는 햇살과 푸른 들녘을 바라보는 것도 트리비움에서 맞이하는 행복 중 하나다. 트리비움은 카페, 전시장, 명상실 등으로 이뤄져 있으며 100% 예약제로 운영된다. 전시를 둘러보고 차를 마실 경우 ‘아트&스페이스’를 예약하면 된다. ‘요가&명상’ ‘아로마테라피’는 강습 프로그램이다. ■ 비 오는 날이 더 좋아 ‘이천 테르메덴’ 테르메덴은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받는 사계절 힐링 장소다. 실내와 야외로 나뉜 공간은 각각 다른 매력을 품고 있는데 실내 풀은 독일식 바데하우스를 모델로 설계돼 유럽식 스파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 지름 30m에 이르는 풀에선 수영과 마사지를 동시에 즐길 수 있어 중년층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다. 넓은 통창을 통해 비가 오면 촉촉한 풍경을, 맑으면 반짝이는 햇살로 그날의 풍경을 즐길 수 있는 게 가장 큰 매력이다. 야외 공간으로 나가면 또 다른 매력이 펼쳐진다. 대형 물놀이장과 미끄럼틀이 마련된 야외풀은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에게 인기가 많다. 특히 상층부에 마련된 인피니티풀은 이국적인 느낌으로 눈길을 끈다. 잔잔하게 출렁이는 물빛과 쏟아지는 햇살. 그 속에 몸을 맡기고 있으면 해외 최상급 호텔의 인피니티풀이 부럽지 않다. 테르메덴의 가장 큰 장점은 ‘진짜 온천수’에 있다. 모든 시설에서 온천수를 사용하기 때문에 단순한 워터파크가 아닌 자연에서 진짜 온천을 즐기는 것과 다름없다. 방문객들은 특히 비 오는 날을 더욱 좋아한다고 한다. 비를 맞으며 즐기는 온천욕과 물놀이는 잊지 못할 추억이 되기 때문이 아닐까. 테르메덴은 숙박시설도 단순하지 않다. 울창한 숲속에 자리한 카라반과 한옥은 휴양과 힐링을 만끽할 수 있다. 숙박권에는 스파이용권이 포함돼 있어 낮에는 스파에서 온천욕을, 밤에는 숙소에서 삼림욕을 즐길 수 있다. 그야말로 일거양득, 전천후 휴양시설이다.

사랑하는 댕댕이와 함께 떠나요…경기지역 반려동물 여행지 [경기도 가볼만한 곳]

1천500만 반려인 시대. 한 집 건너 한 집이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려견은 더 이상 마당에서 집을 지키는 동물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가족이 됐다. 이 작은 가족과의 여행은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주고 경기도에는 반려동물과 함께할 수 있는 여행지가 많다. 자연 속 여유로운 공간에서 함께 걷고 함께 쉬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시간이 될 것이다. 물론 준비는 필수. 야외 활동이 많은 만큼 진드기나 벼룩 예방약을 챙기고 목줄과 배변 봉투도 빠뜨리지 말아야 한다. 작은 배려가 모두에게 더 즐거운 여행을 만들어 준다. ■ 목줄 없이 놀아요! 안성 ‘안성맞춤랜드 같이파크’ 안성맞춤랜드는 복합문화예술 공간이다. 야외에는 잔디광장, 수변 공원, 분수 광장, 야생화 단지 등이 펼쳐져 있으며 실내에는 남사당공연장, 천문과학관, 공예문화센터까지 다채로운 시설을 갖추고 있다. 캠핑장과 사계절 썰매장도 있어 사계절 내내 즐길거리가 풍성하다. 여기에 최근 반려견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같이파크’까지 개장했다. 그야말로 펫 프렌들리 테마파크가 된 셈. 같이파크는 안성맞춤랜드의 정문 반대편으로 공원 가장 안쪽에 있다. 동시에 약 150마리가 뛰어놀 수 있을 정도로 넓으며 중소형견과 대형견을 위한 구역 두 개의 공간으로 나뉘어 안전성을 높였다. 파크 안에는 모래 언덕과 나무로 만든 다리 등이 있으며 반려견들이 언제든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도록 수도시설이 마련돼 있다. 견주들 역시 편안하게 쉴 수 있도록 피크닉 테이블과 파라솔도 설치돼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에 제격이다. 무엇보다 같이파크의 진짜 매력은 공원 전체가 반려견과 함께 산책할 수 있는 자연친화적 환경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단, 공원 중심부에 위치한 잔디광장은 반려견 출입이 제한되므로 주의하자. 그 외의 야외 공간은 반려견과 함께 자유롭게 거닐 수 있어 짧은 산책부터 한나절 소풍까지 모두 가능하다. ■ 반려견과 솔숲 산책하기 ‘화성 궁평오솔로파크’ 화성시 궁평리는 궁에서 관리하던 땅이 많던 지역이다. ‘궁평’이라는 이름도 여기에서 비롯됐다. 궁평리해수욕장에 자리한 궁평오솔로파크는 해송군락지로 바다와 소나무 숲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산책길을 자랑한다. 해변 언덕에 수령 100년이 넘는 소나무들이 빼곡하게 들어선 솔숲은 무려 700여m나 이어진다. 바다와 백사장, 솔숲의 조합은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오솔로파크에서는 소나무 그늘 가득한 솔숲을 산책해도 좋고 찰싹찰싹 파도 소리를 들으며 백사장을 산책해도 좋다. 더욱이 해안을 따라 덱(deck)까지 설치돼 있어 산책 코스의 선택지가 많다. 캠핑 의자나 돗자리 그리고 도시락까지 챙긴다면 반나절 소풍으로는 이보다 좋은 곳이 없다. 산책과 휴식을 통해 반려견과 유대감을 높이고 몸과 마음까지 평온해지는 곳이 바로 궁평오솔로파크다. 해안 산책로 남쪽은 궁평항으로 이어진다. 1㎞ 남짓 거리이니 산책 거리를 늘리려면 궁평항까지 다녀와도 좋다. 솔숲 내에선 야영이나 취사는 금지돼 있다. ■ 여름에 더욱 신나는 곳 ‘남양주 더드림핑’ 북한강변에 자리한 ‘더드림핑’은 여름이면 특히 붐비는 남양주의 대표적인 복합 레저 명소다. 캠핑장과 글램핑장은 물론이고 레스토랑과 카페, 야외수영장과 수상레저 시설까지 갖춘 이곳은 반려견과 함께할 수 있어 반려인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모든 업장에 반려견 동반이 가능해 숙박 손님뿐만 아니라 일일 입장객도 많다. 무엇보다 더드림핑 대부분의 공간에서 북한강을 바라볼 수 있는 전망은 또 다른 매력포인트다. 어디에 머물든 탁 트인 전망과 풍경을 보다보면 여행 만족도가 절로 올라가는 기분이 든다. 함께할 수 있는 수상레저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카약투어, 패들보드, 보트투어, 제트보트, 웨이크서핑 등 취향에 따라 즐길 수 있다. 수상레저를 다양하게 즐기고 싶다면 개별 이용권을 구매할 수도 있지만 여러 가지를 함께 이용할 수 있는 패키지 티켓을 구매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숙박, 바비큐, 수상레저 등 더드림핑에서 즐길 수 있는 대부분을 묶은 패키지도 있으니 홈페이지를 꼼꼼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뜨거운 여름을 시원하게 보내고 싶다면 반려견과 엑티비티한 휴가를 보내고 싶다면 지금 방문하자. ■ 노을이 아름다운 해안산책로 ‘시흥 거북섬’ 시흥 거북섬은 인공섬이다. 모양이 거북이를 닮아 이름 붙여졌고 섬의 머리 부분이 바로 여행자들이 걷는 해안산책로다. 해안로만 따라서 걸어도 2㎞ 정도의 거리로 산책을 즐기기에 좋고 시화호를 건너온 시원한 바닷바람이 더위를 식혀줘 부담없이 걸을 수 있다. 그늘이 없어 한낮이라면 모자나 양산이 필수다. 시화호 건너편에 보이는 섬은 대부도와 영흥도다. 산책로 중간에는 눈길을 사로잡는 포토존도 있다. 빨간 목도리를 두른 어린왕자와 쫑긋 귀가 솟아오른 사막여우가 그 주인공이다. 부산 감천마을에서나 만날 수 있었던 어린왕자 조형물은 거북섬에도 자리잡아 바다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기에 더없이 좋다. 여행자가 많은 날에는 찍기 위해 줄을 서야 할 정도지만 한가할 때는 옆에 나란히 앉아 오래도록 함께 바다를 바라봐도 좋다. 거북의 정수리에 해당하는 부분에는 슬립웨이(해상잔교)가 설치돼 있다. 이곳에서는 약 200m 해상까지 산책이 가능해 바다 위를 걷는 듯한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해질 무렵에는 붉은 서해 노을이 바다 풍경을 완성하는 곳으로 도심에서 멀지 않으면서도 바다와 노을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시흥 거북섬은 힐링을 위해 찾는 여행자들에게 추천할 만한 장소다. ■ 비 오는 날도 반려견과 놀 수 있어요! ‘오산 동물농장테마파크’ 오산동물농장테마파크는 전국 최대 규모의 반려견 복합 문화공간이다. 반려견과 보호자를 위한 야외 시설인 도그런과 더불어 실내 카페, 실내 반려견 놀이시설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한마디로 반려인에게 종합선물세트 같은 곳이다. 도그런은 잔디가 깔린 운동장으로 반려견들이 맘껏 뛰어놀 수 있도록 공간이 넓다. 안전을 위해 소형견, 중형견, 대형견 등 반려견의 크기에 따라 구역을 나눴다. 이곳에서는 반려견들도 목줄을 벗고 맘껏 뛰어놀 수 있다. 실내에도 반려견 놀이터가 마련돼 있어 우천시에도 테마파크 이용이 가능하다. 이용할 때 동물등록 여부 확인이 필수이며 모든 공간에서 배변 봉투를 지참해야 한다. 에너지 넘치게 놀고 난 뒤에는 테마파크 내 카페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반려견 전용 간식도 판매한다. 공산품 간식이 아니라 정식 카페 메뉴로 최고 인기는 우유 음료인 ‘멍푸치노’와 수제 간식인 ‘단호박 푸딩’이다. 테마파크가 유기견 보호시설은 아니지만 일부 유기견을 보호하며 입양을 독려하는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펫 수영장과 목욕시설도 개장할 예정이어서 즐길거리가 더욱 풍성해진다. ■ 채석장이 예술 공간으로 ‘포천 아트밸리’ 포천 아트밸리는 과거 화강암을 채석하던 산업 유산이 문화예술 공간으로 탈바꿈한 특별한 장소다.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채석장으로 운영되다 2009년 새롭게 조성됐으며 지금은 자연과 예술이 어우러진 복합 관광지로 주목받고 있다. 채석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절벽은 인공적이면서도 자연 그대로인 듯한 웅장함을 자랑한다. 절벽 아래 깊게 파인 웅덩이에는 빗물과 샘물이 고여 에메랄드빛 호수가 형성됐고 이와 어우러진 수십m 높이의 절벽 풍경은 단연 압권이다. 이 독특한 풍경 덕분에 다수의 드라마와 영화 촬영지로도 활용됐다. 호수와 암벽 주위는 다양한 조각 작품들이 전시된 야외 조각 공원이 조성돼 있다. 총 30여점의 작품이 산책로를 따라 전시돼 있어 걷는 내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공원 내에는 두 개의 야외 공연장도 있는데 하나는 호수공연장이고 다른 하나는 산마루 공연장이다. 주말마다 다양한 공연이 열려 볼거리가 풍성하다. 매표소에서 정상까지는 400여m에 불과하지만 제법 가파르다. 언덕이 부담스럽다면 모노레일을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특히 아트밸리는 반려견 유모차까지 무료로 대여해 줄 정도로 반려견 동반 여행자에게 매우 우호적이다. 단, 아트밸리 전 구간에서 목줄을 채워야 하고 반려견을 동반하고 모노레일을 탑승할 경우에는 케이지도 있어야 한다.

고색창연한 경기도 ‘천년고찰’에서 치유와 사색의 깊이를 느끼다 [경기도 가볼만한 곳]

1천년이라는 시간은 인간의 삶에 있어 도무지 가늠하기 어려운 깊이다. 강산이 수없이 바뀌는 동안 사람들의 발자취를 간직한 채 꿋꿋이 제자리를 지켜온 절집이 있다. 우리는 이을 ‘천년고찰(千年古刹)’이라 부른다. 천년고찰은 단순히 오래된 건축물이 아니다. 살아 있는 정신의 보고이며 자연과 인간, 신앙과 철학이 만나 이룬 조용한 우주다. 거센 풍파 속에서도 긴 세월을 묵묵히 버텨온 천년고찰. 기도와 사색, 침묵과 치유의 공간인 천년고찰에서 버거운 짐들을 잠시 내려놓는 것은 어떨까. ■ 탁 트인 전망에 시름도 탁 풀리는 ‘남양주 수종사’ 운길산 중턱 해발 약 350m 지점에 자리하고 있는 수종사는 언덕길이 제법 가팔라 차량 없이 올라가는 건 버거울 수 있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올라가면 일주문 앞에 주차장이 있고 수종사는 이곳에서도 10분 남짓 더 걸어야 한다. 일주문을 지나면 맞은편에 미륵불이 우뚝 솟아 여행자를 맞이해 주는 느낌이다. 굽은 길을 마저 올라 불이문을 지나 돌계단을 오르면 비로소 수종사 경내에 다다른다. 경내에 들어서면 산을 오른 수고로움을 한번에 보상받는 기분이 든다. 기와를 올린 낮은 담장 너머에 북한강 풍경이 아득하게 펼쳐져 있다. 북한강 우측 끝으로 시선을 돌리면 남한강과 만나는 두물머리까지 한눈에 볼 수 있다. 수도권에서 이 정도 전경이면 가히 으뜸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인기 드라마 ‘나의 완벽한 비서’ 남녀 주인공의 첫 만남 배경이 되기도 했다. 경내 중심에는 큰 법당인 대웅보전이 있다. 경내 끝 약간 아래에는 세조가 심었다고 전해지는 수령 500년의 은행나무가 있다. 웅장한 자태의 은행나무도 멋지지만 은행나무 그늘에서 바라보는 북한강 전경은 마치 그림 같다. 수종사는 한마디로 곳곳이 탁월한 전망을 감상할 수 있는 포인트다. 수종사에서 놓치면 안 될 장소는 다실인 ‘삼정헌’이다. 이곳에선 차를 마시며 창밖의 멋진 풍경을 감상하기 좋은 명소다. 다만 양말을 신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고 안에서는 사진을 찍을 수 없으니 주의해야 한다. 사진 촬영도 하고 수종사의 전각과 북한강을 함께 감상하려면 수종사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삼신각을 추천한다. 어느새 탁 트인 전경에 절로 마음이 차분해질 것이다. ■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곳 ‘파주 검단사’ 검단사는 신라의 고승 진감국사 혜소가 847년 창건한 사찰로 전해진다. 창건 당시에는 파주시 문산읍 운천리에 있었지만 조선 정조 때 왕릉인 장릉을 옮기면서 사찰도 지금의 위치에 자리 잡게 됐다. 이후 장릉에서 제사를 지낼 때 이곳에서 두부를 만들어 바쳐 ‘두구사’로 불린 적도 있었다. 검단사에서 가장 오래된 전각은 느티나무 바로 앞에 자리한 법화전이다. 조선시대 인조가 하사한 글씨로 된 편액이 걸려 있는 전각에는 기품이 느껴진다. 내부에는 조선 후기의 목조관음보살 좌상과 아미타회상도, 신중도 등이 모셔져 있다. 검단사에서 가장 높은 곳에는 무량수전과 명부전이 자리하고 있다. 새롭게 지어진 이 전각들은 편액과 주련이 모두 한글로 돼 있어 더욱 친근하게 느껴진다. 무량수전 내부 삼존불 우측에는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영정이 모셔져 있어 눈길을 끈다. 이곳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례 후 약 44일간 유해가 임시 안치됐던 곳이기도 하다. 애초의 검단사는 왕릉의 원찰이었으나 지금의 검단사는 매우 소박하다. 검단사에서 가장 먼저 여행자를 맞이하는 건 300년 수령의 느티나무다. 둘레 1.5m에 이르는 느티나무 그늘 아래 놓인 벤치에 앉아 있으면 저만치 아래 한강과 북에서 내려온 임진강이 만나 유유히 흐르는 풍경을 볼 수 있다. 분단의 상처와 평화가 공존하는 고즈넉한 전경이다. 검단사는 역사에 비해 현재 규모가 작지만 그 안에 담긴 역사와 자연의 조화, 그리고 고요한 분위기가 큰 울림을 전해준다. 조용한 사찰을 찾는 여행자에게 더없이 좋은 곳이다. ■ 원효대사의 수행처 ‘동두천 자재암’ 자재암은 소요산을 찾는 등반객이라면 대부분 둘러보는 사찰이다. 주차장에서 자재암까지의 거리는 약 1.5㎞다. 길을 걷는 사이 속세에서 벗어나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을 받는다. 암자에 가까워질수록 자연의 소리만이 들리는 고요함이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다. 사찰 입구에 도착하면 작은 폭포와 깊지 않은 동굴을 만난다. 원효폭포와 원효굴이다.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자재암은 원효대사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자재암은 신라 무열왕 때 원효대사가 창건한 사찰이다. 폭포와 굴 앞에 나무 계단이 이어진다. 계단은 모두 108개. 계단을 모두 오르면 금강문이고 그 너머가 바로 원효대사가 수행했다는 ‘원효대’다. 안내판이 없다면 그저 전망대로만 여길 만큼 주변 풍경이 트여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어떤 마음으로 수행했을지 생각해보면 좀 더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원효대를 지나면 자재암 경내다. ‘자재(自在)’는 번뇌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마음의 상태를 뜻한다. 사찰의 규모는 아담하다. 대웅전, 요사채, 작은 법당 그리고 동굴을 이용한 나한전이 전부다. 이 나한전 앞에는 ‘원효샘’이라는 이름의 석간수가 솟는다. 차를 좋아했던 원효대사가 차를 끓이는 데 사용했다고 전해진다. 맑고 시원한 샘물을 한 모금 마시며 1천년을 훌쩍 뛰어넘는 교감을 해보는 건 어떨까. ■ 생김 그대로, 대웅전의 굽은 기둥이 일품인 ‘안성 청룡사’ 안성시 서운면에 자리한 청룡사(靑龍寺)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깊은 고요함으로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사찰이다. 도심의 번잡함에서 벗어나 자연과 불심이 어우러진 곳을 찾고자 할 때 청룡사만 한 곳도 드물다. 청룡사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전각은 사천왕문이다. 특이한 점은 사천왕문 현판도, 사천왕상도 없고, 천장 서까래에 적힌 상량문을 봐야지만 사천왕문이라는 걸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문을 지나면 곧바로 법당 마당이고 맞은편에 고풍스러운 대웅전이 자리하고 있다. 청룡사는 고려 원종 시기인 1265년 명본국사가 창건한 사찰이다. 당시에는 ‘대장암’으로 불리다 공민왕 때 크게 증건하며 청룡사가 됐다. 대웅전은 정면 3칸, 측면 4칸 규모로 그 멋과 매력이 여느 사찰 못지않다. 대웅전의 기둥이 핵심인데 반듯하게 잘 다듬은 일자형이 아니라 휘어진 나무 본연의 모습을 그대로 이용한 게 특징이다. 자연의 결을 그대로 살려 좌우로 굽은 기둥은 묵직하면서도 친근감과 정감이 넘친다. 문화재적 가치도 높아 현재 보물로 지정돼 있다. 대웅전의 또 하나의 볼거리는 추녀 끝, 네 귀퉁이에 그려진 금강역사 그림이다. 금강역사와 사천왕은 모두 사찰의 수문장 역할을 한다. 보통은 금강문에는 금강역사가, 사천왕문에는 사천왕이 그려진다. 하지만 청룡사에는 사천왕문에 사천왕상이나 사천왕 그림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금강문은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다. 그 대신 대웅전의 네 귀퉁이에 금강역사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청룡사의 대웅전에서 금강역사를 찾아보는 것도 매우 흥미롭다. 또 청룡사는 조선 말기 남사당패를 품은 곳으로 이들은 봄부터 가을까지 활동하다 청룡사에서 추운 겨울을 보내고는 했다. 휘어진 나무 기둥과 남사당패를 넉넉하게 받아들이는 청룡사가 지금까지 사랑받는 이유다. ■ 계곡과 어우러진 ‘양평 사나사’ 양평 용문산의 주봉인 백운봉 자락에 자리한 사나사는 숲속 깊은 곳에서 맑은 계곡물 소리와 함께 방문객을 맞이한다. 사찰로 이어지는 길목 내내 사나사 계곡물이 흐른다. 초록이 우거진 숲과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은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는 묵은때까지 씻어주는 느낌이다. 사나사는 고려 태조 시기 대경국사 여엄이 제자 융천과 함께 세웠다고 전해진다. 사찰 이름 ‘사나(舍那)’는 ‘보살의 세계’를 의미하며 불교적 이상향을 상징하는 말이기도 하다. 법당 마당 우측에는 삼층석탑과 부도가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삼층석탑은 규모는 아담하지만 매우 단아한 모양새로 통일신라 시대의 양식을 계승해 고려 초기의 유물로 추정된다. 부도는 고려 시대 승려인 태고화상 보우의 사리를 모신 석조물로 역사적 의미가 깊다. 대적광전 외벽의 측면과 뒷면에는 ‘심우도’가 그려져 있다. 심우도는 불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선화다. 불심의 본성을 찾는 것을 소를 찾는 것에 비유한 그림으로 수행 단계가 모두 10단계로 이뤄져 있어 ‘십우도’라고도 부른다. 이곳에서는 대적광전 외벽을 찬찬히 한 바퀴 돌며 그림을 감상하는 것을 추천한다. 바람이 불면 처마 끝의 풍경에서 맑은 소리가 장단을 맞춘다. 사나사 경내에 이를 때까지 내내 들리던 계곡의 물소리와 더불어 깊은 인상을 남긴다. 1천년의 시간이 머문 흔적이 고스란히 전해지기도 한다. ■ 용인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 ‘용인 백련사’ 백련사는 용인시 처인구 향수산 자락에 깊게 안긴 사찰이다. 인근에 에버랜드가 있어 사찰로 향하는 길이 조금 낯설기도 하다. 하지만 도로에서 벗어나면 사찰로 향하는 길은 곧 숲길로 변한다. 오르막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마주하게 되는 사찰이 바로 백련사다. 경내 마당은 매우 넓은 편이다. 정면에 대웅보전, 좌측에 지장전이 자리하고 있다. 대웅보전에는 3개의 석가모니불이 모셔져 있다. 붉은색으로 치장한 수미단이 매우 화려하다. 특히 법당 천장을 청룡과 황룡이 감싸고 있어 웅장하면서도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대웅보전의 외벽에는 석가모니의 일생을 그림으로 표현한 벽화가 그려져 있다. 전경을 조금 더 높은 곳에서 감상하고 싶다면 대웅보전 우측의 삼성각으로 올라가야 한다. 삼성각 돌담 너머의 백련사 모습은 매우 평화롭고 고요하다. 반대편의 나한전 역시 백련사의 새로운 모습을 감상할 수 있는 포인트다. 삼성각보다는 낮은 편이지만 바로 앞의 요사채 지붕과 마당의 석탑 상층부가 어우러진 모습을 감상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백련사는 통일신라 애장왕 2년 신응선사가 창건한 용인시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이다. 사찰 이름인 ‘백련’은 ‘흰 연꽃’을 의미한다. 진흙 속에서도 맑게 피는 연꽃은 불교에서 부처를 상징하기도 하고 오랜 수행 끝에 깨달음에 이른 수행자에 비유하기도 한다. 사찰 이름처럼 백련사는 언제나 맑고 따뜻한 분위기를 지니고 있다. 백련사는 특별한 장식 없이도 깊은 인상을 주는 사찰이다. 조용한 산길 끝에서 만나는 이 절은 누구든지 마음을 열고 찾을 수 있는 쉼의 공간이다. 자연과 함께 호흡하며 하루쯤 천천히 걷고 싶은 날, 백련사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

고리타분한 박물관은 가라!…경기도 이색 박물관 [경기도 가볼만한 곳]

박물관 하면 떠오르는 식상함과 지루함. 이제 그런 박물관을 찾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런 박물관도 있었어? 새로운 테마의 박물관은 물론이고 재미와 흥미를 더하는 박물관이 주목받는 시대다. 농업, 양식 조리, 안보, 산업, 지질, 역사 유적 등 흥미 가득한 박물관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여행하고 즐기면서 지식까지 얻을 수 있는 일석삼조 여행이 아닐 수 없다. ■ 농업의 가치를 새롭게 ‘수원 국립농업박물관’ 국립농업박물관은 2022년 12월 개관한 신생 박물관이다. 하지만 국립박물관답게 규모와 전시 내용이 수준급이다. 차근차근 돌아보려면 꼬박 하루가 걸릴 정도다. 처음 만나는 곳은 식물원과 곤충관이다. 농업박물관에 식물원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이곳의 식물원은 남다르다. 수족관에서 어류를 키우고 어류가 배출한 배설물이 녹아 있는 물을 걸러 식물에 주는 ‘아쿠아 포닉스’가 있다. 친환경적 순환 농법이다. 의미도 남다르지만 열대식물도 풍성해 여느 식물원 못지않은 수준이다. 식물원을 보고 나면 ‘농생꿀팁’ 테마전시가 나타난다. 농촌의 삶과 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데 특히 농촌 어르신들의 해답이 담긴 ‘고민자판기’는 랜덤 답변이지만 묘하게 용하니 방문하면 꼭 참여해 보길 추천한다. 박물관의 핵심인 전시관은 농업관1과 농업관2 두 곳으로 나뉘어 있다. 농업관1은 땅과 물, 종자, 재배, 수확이라는 농사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볼 수 있다. 농업관2는 재배한 농산물을 저장하고 가공했던 역사를 보고 변화 중인 미래 농업을 체험할 수 있다. 어린이들을 위한 전용 공간도 있다. 농업에 대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어린이박물관이 내부에 별도로 있어 온라인 사전 예약을 통해 초등학생까지 입장 가능하다. 국립농업박물관에서는 야외 공간도 놓쳐서는 안 될 곳이다. 다랑이논밭에서는 계절에 따라 다양한 농작물의 성장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농가월령 산책로’라고 이름 붙은 길을 따라서 걷다 보면 시골의 논밭 사이를 걷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5월에는 어린이날을 맞아 체험거리가 가득한 ‘꼬마농부 미오네 집으로 놀러와!’(3~5일)가 진행되며 중순에는 손모내기 행사도 마련돼 있다. ■ 한국 서양 요리의 역사 ‘안성 한국조리박물관’ 한국조리박물관은 한국에서 유일한 조리 전문 박물관이다. 박물관은 2층 규모로 1층 입구에 들어서면 우리나라 조리 명인들의 사진과 명패가 가득 붙어 있다. 조리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아도 TV에서 한두 번 본 인물이 여럿이다. 한국조리박물관은 벽면을 가득 채운 조리 명인들의 소장품을 기증받아 설립한 박물관이다. 박물관에서는 한국에서의 서양 요리 역사와 발전을 살펴볼 수 있다. 한국의 서양 요리는 고종황제 무렵 시작해 역사는 비교적 짧은 편이지만 원로 조리 명인들의 노력 덕분에 급격히 발전해 왔다. 1층 전시실에서 주목받는 전시물 역시 조리 명인들이 사용하던 조리 기구와 직접 수기로 작성한 레시피 노트들이다. 손때 묻은 조리 기구에서는 명인들의 숨결이 느껴지고 노하우가 가득한 레시피 노트에서는 척박한 환경에서도 피나는 노력을 기울인 열정이 느껴진다. 차근차근 전시물을 살펴보다 보면 뭉클한 감동이 느껴질 정도다. 2층 전시실의 테마는 와인과 커피다.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와인의 종류와 한국에서 초장기에 사용한 커피 도구들이 전시돼 있다. 그리고 2층 특별전시실에서는 청와대에서 사용하던 대통령의 식기가 전시돼 있다. 대통령마다 선호하던 식기는 달랐지만 공통으로 적용된 디자인은 봉황이다. 역대 대통령이 좋아했던 식단과 식습관도 매우 흥미롭다. 한국뿐만 아니라 조리 관련 박물관은 세계적으로도 흔하지 않아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또 박물관에는 부속요리학교로 ‘에꼴드 모카’가 있어 사전 예약을 통해 방문객들도 여러 교육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다. ■ 서해를 지킨 국군 장병들의 기록 ‘평택 서해수호관&천안함기념관’ 서해수호관은 서해에서 발생한 북한 도발에 맞섰던 해군의 기록이 전시된 곳이다. NLL은 1953년 8월30일 정전협정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 설정된 북방한계선이다. 하지만 북한은 수차례 NLL 인근에서 군사적 도발을 일으켰다. 제1·2연평해전부터 2009년 11월 북한 경비정의 NLL을 침범까지 북한이 도발할 때마다 우리 해군이 당당하게 맞섰고 전시관에는 각 해전의 상황과 당시 사용한 실제 장비들이 전시돼 있다. 각 해전에서 우리 해군 역시 적지 않은 피해를 입었다. 가장 가슴 아픈 일은 장병들의 피해다. 부상은 물론이고 목숨까지 잃은 여러 장병이 있어 지금의 평화가 있는 것이다. 전시관 마지막에는 당시 목숨을 잃은 장병들의 유품과 가족들의 편지가 전시돼 있다. 숙연해지는 공간이다. 천안함기념관은 2010년 3월26일 백령도 인근 해상에서 북한 잠수정 어뢰에 침몰한 천안함에 관한 전시관이다. 당시 천안함에는 104명이 승선하고 있었는데 58명만 구조되고 46명은 전사했다. 온 국민이 ‘살아서 귀환하라’는 ‘마지막 명령’을 내렸지만 끝내 돌아오지 못한 병사들이다. 야외 전시장에는 수중에서 인양한 천안함이 전시돼 있다. 반으로 쪼개진 천안함이 당시의 처참했던 상황을 짐작하게 한다. 서해수호관과 천안함기념관은 군부대 안에 있어 홈페이지 사전 예약을 통해서만 견학할 수 있다. 견학에는 인솔 장병이 동행하며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곳도 제한적이다. 하지만 방문의 번거로움을 감수하고 방문할 만한 가치가 충분한 곳이다. ■ 대한민국을 이끈 산업의 역군 ‘안산산업역사박물관’ 안산은 서해의 황금어장으로 1970년대까지만 해도 조용한 농어촌 마을이었다. 하지만 1976년 반월지구가 공업 도시 조성지로 확정되면서 국내 최대 규모의 제조업 메카로 변모했다. 2006년 시화국가산업단지가 조성되고 ‘안산스마트허브’로 이름을 바꾼 현재도 첨단산업의 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안산산업역사박물관은 이러한 안산 산업의 역사를 꼼꼼하게 살펴볼 수 있는 박물관이다. 제1전시장에 들어서면 안산 산업 발전의 역사가 가득하다. 산업단지 조성 과정의 사진과 설계도는 물론이고 실제 현장에서 일했던 주요 인물의 생생한 증언을 기록으로 모아 뒀다. 제2전시실은 안산에서 생산된 제품들이 전시돼 있다. 그중에서도 신진자동차에서 생산한 퍼블리카와 기아에서 생산한 콩코드, 삼륜트럭은 관람객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포토스팟이다. 제3전시장은 제지와 염색 등 일상과 조금 더 밀접한 제품들이 전시돼 있으며 개방형 수장고에서 추억의 카세트 플레이어와 TV 등을 볼 수 있다. 단순한 과거의 유물이 아닌 어릴 적 사용했거나 봤던 물건들도 있어 어른들에게도 흥미 있는 관람이 될 것이다. 박물관에서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 중인데 그중에서도 ‘응답하라! 새한버스 BF101’는 최고 인기 프로그램이다. 1980년대 안산 시민의 발이 됐던 ‘새한버스’ 모형을 직접 만들어 보는 프로그램으로 홈페이지에서 사전 예약해야 한다. 박물관 입구에 실제 새한버스가 전시돼 있기도 하다. 또 박물관 1층 외부에는 로봇이 음료를 만들어 주는 카페도 있다. 넓은 통창으로 화랑호수와 이어진 야외 풍경을 감상할 수 있어 운치 있다. ■ 한탄강의 지질과 생태를 한눈에 ‘포천 한탄강세계지질공원센터’ 한탄강은 국내 유일의 주상절리 협곡이다. 그 탄생은 수십만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미 흐르고 있던 강 상류, 북의 오리산 등에서 여러 차례 화산이 폭발했다. 분출된 용암이 넓은 용암대지를 만들었고 일부는 강을 채우면서 파주와 문산까지 흘러갔다. 그 위로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지금의 한탄강이 만들어졌다. 한탄강은 용암과 물이 만들어 낸 합작품이다. 한탄강 세계지질공원센터의 지질관에서는 이러한 한탄강의 형성 과정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화산암은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암석을 말한다. 그중에서도 화강암은 마그마가 땅속에서 서서히 굳은 암석이며 현무암은 땅 위에서 빠르게 식으며 굳은 암석이다. 한탄강 인근을 시추한 결과 화강암과 현무암이 교차로 형성돼 있었다. 화산 폭발이 여러 차례 발생했다는 의미다. 지질문화관은 한탄강 주변에서 살아온 인류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포천 중리와 철원 장흥리 일대에서는 구석기 시대의 석기가 다수 발견됐다. 구석기 사람들은 당시 주변에서 흔하게 구할 수 있었던 응회암과 규암으로 석기를 만들었다. 특히 1978년 미국 병사 그렉 보웬이 한탄강에서 발견한 주먹도끼는 이곳이 가장 오래된 인류 거주지 중 하나임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또 연천군 곳곳에서 고인돌이 발견되며 권력 구조가 형성된 집단이 거주했다는 것도 증명됐다. 1층의 영상관에서는 드론으로 촬영한 한탄강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아름다운 한탄강 협곡 곳곳을 누비는 화면에 따라 좌석도 움직여 현장감을 느낄 수 있다. ■ 조선 전기 최대 왕실 사찰의 흔적 ‘양주시립회암사지박물관’ 양주의 회암사는 고려 말부터 조선 전기 사이 최대 규모의 왕실 사찰이었다. 총 8개 단지로 이뤄져 있으며 다양한 성격의 건축물이 조성됐다. 고대 기록에도 여러 차례 등장한다. 특히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고려 때 서역의 사신이 방문해 ‘절이 무릇 262칸인데 건물과 불상, 불화가 굉장하고 아름다워 동방에서 으뜸으로 중국에서도 많이 볼 수 없을 정도’라는 찬사가 담겨 있다. 회암사지는 1967년부터 2012년까지 10차에 거쳐 발굴 조사가 진행됐으며 일반적인 사찰과 달리 궁궐과 유사한 구조의 사찰이라는 게 밝혀졌다. 1층 전시실에서는 이를 뒷받침하는 출토 유물들이 전시돼 있다. 대표적으로 궁이나 왕실에서 세운 원찰 일부에만 사용된 청기와, 태조 이성계가 제작을 후원했다는 명문이 새겨진 청동 금탁, 왕실에서만 사용했던 최상급 자기 등이다. 2층 전시실에는 석조와 소조 불상 조각과 함께 회암사 주요 전각 구조를 볼 수 있는 모형이 전시돼 있다. ‘360도 다면실감’에서는 회암사의 역사적 의미를 6면 미디어아트로 볼 수 있다. 앉거나 누워서도 감상할 수 있으며 편안한 자세로 어느새 화려한 미디어아트에 빠지게 된다. 박물관 관람을 마친 뒤 돌아보는 회암사지는 더욱 특별하다. 1981년 발굴된 당간지주를 비롯해 가로 14m로 동시에 16명이 사용 가능했던 화장실터, 지름이 1.73m에 이르는 대형 맷돌, 5.89m 높이의 부처님 진신사리 사리탑 등은 잊지 말고 찾아봐야 한다. 회암사지박물관과 사지를 함께 돌아보면 조선 왕실 사찰의 규모와 위상을 보다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또 회암사지터 주변의 잔디광장은 피크닉을 즐기기에도 좋으니 여유롭게 둘러보자.

3월, TV에서 봤던 그곳 …드라마 촬영지로 함께 떠나요 [경기도 가볼만한 곳]

TV를 보다 보면 문득 촬영지가 궁금할 때가 있다. 경기도에는 드라마의 감동을 간직한 명소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TV에서는 드라마를 더욱 빛나게 해주고 여행자에게는 드라마의 감동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촬영지. 그곳으로 떠나는 여행은 그야말로 일거양득 여행이 아닐 수 없다. ■평화와 화해의 공간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 파주 임진각은 한국전쟁의 비극을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다. 하지만 이곳에 ‘임진각 평화누리’ 공원이 조성되면서 평화와 화해의 장소로 탈바꿈했다. 약 2만명 수용이 가능한 대형 잔디 언덕 주변에는 다양한 작가들의 미술품들이 설치돼 있다. 그중에서도 빙글빙글 돌아가는 수천개의 바람개비와 대나무로 만든 거대한 목인상이 인상적이다. 2024년 방송한 드라마 ‘나의 해리에게’는 신혜선(은호 역)과 이진욱(현오 역) 주연의 행복 로맨스 드라마다. 극 중 ‘은호’는 ‘은호’와 ‘혜리’ 두 개의 인격을 가진 인물이고, ‘현오’는 비밀을 간직한 인기 아나운서다.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는 ‘은호’와 ‘현오’가 학창 시절을 떠올리며 첫 데이트를 하는 장소의 배경으로 등장한다. 드라마에서는 평화누리가 아니라 ‘하늘누리언덕’으로 설정됐다. ■ 한국을 대표하는 조각가 민복진의 작품 감상 ‘양주시립민복진미술관’ 민복진(1927~2016년)은 양주에서 태어났다. 홍익대 미술학과 재학시절 제2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서 입선하면서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냈다. 민복진은 ‘모자(母子)’, ‘가족’, ‘사랑’ 등을 주제로 작품활동을 펼쳤으며 백범 김구 선생상과 민영휘 선생상의 조각가로도 유명하다. 미술관은 민복진의 주요 작품들뿐만 아니라 전시 내용에 따라서 다양한 작가의 조각품들을 전시한다. 양주시립민복진미술관은 드라마 ‘이번 생도 잘 부탁해’에 등장했다. 큰 인기를 얻었던 웹툰을 드라마로 제작한 ‘이번 생도 잘 부탁해’는 전생을 기억하는 여자 ‘반지음’과 그녀가 사랑하는 ‘문서하’가 주인공이다. 양주시립민복진미술관은 반지음과 드라마의 또 다른 주인공인 ‘윤초원’이 이곳을 함께 찾으며 등장한다. 전시장 전경뿐만 아니라 민복진의 작품 ‘가족의 기쁨’이 클로즈업되기도 한다. ■ 책도 읽고 전시도 보는 문화공간 ‘의정부 미술도서관’ 미술 분야 전문 도서관인 의정부 미술도서관은 외관부터 남다르다. 옥외 주차장 쪽에서 바라보면 납작한 정사각 건물이지만, 출입구 쪽에서 바라보면 유려한 곡선미가 돋보인다. 내부 역시 탁 트인 중앙 공간과 독특한 가구 배치로 방문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덕분에 도서관이 아니라 북카페를 방문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1층에는 전시실도 마련돼 있어 다양한 미술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2020년 한국건축문화대상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건축물이기도 하다. 김수현(정신병동 간호사 문강태 역)과 서예지(동화 작가 고문영 역)가 주연을 맡은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두 사람이 우연히 만나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며 사랑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도서관은 13화에 등장한다. 드라마의 주요 인물인 김수현, 서예지, 오정세 등이 미술도서관에서 그림책 이야기를 나누는 정면이다. ■ 도심과 자연이 어우러진 공간 ‘화성 동탄호수공원’ 동탄호수공원은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한 호수공원이다. 잔잔한 호수는 하늘을 그대로 품고 있다. 산책하는 주민들과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호수 한복판의 원형 조형물은 루나분수다. 5월부터 10월 사이에는 주 1회 화려한 조명과 함께 야간 음악분수 쇼인 ‘루나쇼’가 진행되기도 한다. 지난해 큰 인기를 얻었던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사랑을 나누는 남녀가 주인공이다. 변우석이 ‘선재’ 역을, 김혜윤이 ‘임솔’ 역을 맡았다. 동탄호수공원은 드라마의 마지막 회에 등장한다. 과거 임솔과의 기억이 돌아온 선재와 임솔이 만나는 하이라이트 장면이다. 동탄호수공원의 아름다운 야경이 더욱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 자연과 예술이 하나로 ‘안양예술공원’ 안양예술공원은 자연 속에서 예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공원이다. 삼성산 남쪽 자락과 관악산에서 발원한 삼성천 일대에 60여점의 현대미술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전시 작품들은 모두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들이다. 그중에서도 ‘Anyang Peak’와 ‘나무 위의 선으로 된 집’은 빼놓아서는 안 될 작품이다. ‘Anyang Peak’는 작품이 전망대 역할을 하는 곳이다. 조금씩 삐뚤어진 나선형 통로를 모두 오르면 삼성산 기슭과 안양예술공원 전체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나무 위의 선으로 된 집’은 안양예술공원 끝자락에 자리 잡고 있다. 유선형 야외 공연장과 연결 통로 역할을 하는 튜브 형태의 육교는 ‘인증샷’ 장소로도 유명하다. 안양예술공원은 드라마 ‘너는 나의 봄’의 촬영지다. 드라마의 주인공 영도(김동욱 분)와 다정(서현진 분)이 저녁 데이트를 즐기는 장면이 ‘Anyang Peak’에서 촬영되었다. 다정 앞에서 장국영의 맘보춤을 추는 영도의 모습을 기억하는 시청자라면 ‘Anyang Peak’ 방문을 추천한다. ■ 산책과 휴식하기 좋은 수변 공원 ‘평택 바람새마을 소풍정원’ 평택 바람새마을 소풍정원은 다양한 산책로와 연못이 어우러진 수변 공원이다. 지지배배 정원, 빛의 정원, 무지개 정원, 이화의 정원 등 각기 다른 테마로 꾸민 네 개의 작은 섬이 데크로 연결돼 있다. 섬과 섬을 연결하는 통로를 걸으며 산책하는 게 공원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방법이다. 공원의 이름처럼 소풍을 떠나기 좋은 곳이기도 하지만 ‘소풍’이라는 이름은 피크닉을 뜻하는 소풍이 아니고 미소(笑)와 바람(風)을 뜻한다. 잠시나마 일상의 번잡함에서 벗어나 평화로운 순간을 만끽할 수 있는 소풍정원은 가족 여행지로도 안성맞춤이다. 소풍정원에는 드라마 ‘영혼수선공’과 ‘안녕? 나야!’가 촬영되었다. 신하균(이시준 역), 정소민(한우주 역) 주연의 ‘영혼수선공’은 정신과 의사들의 이야기다. 신하균과 정소민이 공원에서 소소한 데이트를 즐기는 장면이 촬영됐다.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안녕? 나야!’에서는 드라마의 4인방이라고 할 수 있는 최강희, 김영광, 이레, 음문석이 도시락까지 싸 들고 떠난 나들이 장소로 등장한다.

2월 아이와 함께 떠나는 실내 여행지…안전한 테마파크 [경기도 가볼만한 곳]

한겨울에 비해 추위는 덜하지만 장시간 외부에 머물기 부담스러운 2월. 아이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경기도 실내 관광지를 찾아본다. 이색 놀이터에서 신나게 뛰어놀고 감성적인 그림책에 빠져도 좋다. 새 학년을 맞이하는 아이들에게 역사와 문화를 경험하고, 자연과 생태를 관찰하는 새로운 체험은 특별한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 따뜻하고 이국적인 온실 정원 ‘가평 이화원’ 이화원은 ‘둘이 만나 조화로운 정원’이라는 이름처럼, 한국과 서양의 식물들을 조화롭게 꾸민 식물원이다. 관람은 아직 겨울철인 만큼 외부 정원보다는 대형 실내 온실 위주로 관람하는 것이 좋다. 온실에 들어서면 한국관을 먼저 만나게 되는데 유자나무, 동백나무, 대나무 등 주로 남부지방에 서식하는 나무들을 볼 수 있다. 마침 꽃망울을 활짝 터트린 동백 옆을 걸어도 좋고 화사한 기념사진을 남겨도 좋다. 한국관이 정감 있는 고향을 떠올리게 하는 분위기라면 바로 옆 열대관에는 커피나무와 바나나나무 등 이국적인 식물이 가득하다. 특히 커피나무는 국내에서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많이 식재돼 나무마다 빼곡하게 열린 커피나무 열매를 관찰하는 특별한 체험이 가능하다. 사실 식물원은 자칫 아이들이 흥미를 잃기 쉬운 곳이지만, 이화원은 거북선, 풍선, 고릴라 등 아이들의 시선을 잡을 수 있는 다양한 소품을 배치해 흥미를 유발한다. 어른들에게 이화원은 건강을 위한 맨발걷기 명소다. 날씨에 영향을 받지 않고 평균 25도를 유지하는 이화원의 온실은 평일에도 100여명이 찾아와 맨발걷기를 즐긴다. ■ 꿈을 담은 그림책 저장소 ‘군포 그림책꿈마루’ 그림책꿈마루는 군포시민에게 크게 사랑받는 그림책 복합문화공간이다. 한국 창작 그림책을 중심으로 그림책의 예술적 가치와 문화를 공유하며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 우선 그림책 독서문화를 보급하고 연구하는 전문도서관이고, 그림책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확산하는 박물관이다. 아울러 한국 그림책의 역사를 구축하는 주목 받는 아카이브다. 아이들과 함께 방문하면 자료열람실인 ‘그림책움’에서 마음에 드는 그림책을 마음껏 골라 ‘계단서가’에 자리를 잡고 여유로운 독서를 즐길 수 있다. 읽은 책은 독서통장에 기록해서 통장의 잔고가 늘어나듯 그림책을 통해 순수한 감성을 적립할 수 있다. 독서 후에는 기획전시실에서 열리는 ‘다시 보는 세계기록유산 안데르센, 예쁜 아기 오리 원화전’도 함께 관람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그림책꿈마루는 오랫동안 방치됐던 낡은 배수지를 재활용한 공간이다. 그림책움 앞 하늘정원의 푸른색 기둥들은 예전 군포배수지의 흔적이다. 물이 가득했던 배수지에 한국 그림책을 풍부하게 저장하고 공유하며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즐기며 동심과 공감을 나누는 따뜻한 공간이다. ■ 소중한 동반자 곤충의 세계 ‘시흥 벅스리움’ 곤충은 약 4억년 전부터 다양한 환경에 적응하며 진화했다. 지구상에서 가장 다양한 종류로 이루어진 동물군으로 식물의 번식을 돕고 숲을 청소하는 생태계 유지의 핵심 구성원이다. 시흥시에는 곤충의 다양한 가치를 체험하면서 곤충이 인류의 동반자로 소중한 존재임을 체험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 벅스리움이 있다. 관람은 전문 도슨트와 함께 투어 형식으로 진행하는데 친절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이끌며 아이들의 집중을 돕는다. 가장 먼저 곤충의 모양과 특징을 알아보고 우리 집에 살고 있는 곤충을 살펴본다. 다음은 사슴벌레와 장수하늘소를 만나고 애벌레를 직접 만져 보는 여러 체험이 이어진다. 특히 밀웜과 누에 등 식용곤충 체험은 아이들의 비명과 함박웃음이 터지는 즐거운 시간이다. 벅스리움은 높은 지역에 수돗물을 공급하던 시설이었던 것을 2022년 리모델링을 통해 곤충전시체험관으로 새로 태어났다. 곤충과 함께하는 우리 미래를 상상하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겨울철 최고의 실내 여행지다. 단, 벅스리움은 홈페이지를 통해 반드시 사전 예약 후 방문 가능하다. ■ 오산으로 떠나는 세계여행 ‘오산미니어처빌리지’ 오산에는 쾌적한 실내에서 과거와 현재를 뛰어넘는 시간여행과 국경을 초월한 세계여행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다. 수도권 지하철 1호선 오산대역 인근의 오산미니어처빌리지는 정교한 미니어처를 관람하며 역사적, 지리적 랜드마크를 발견하고 숨겨진 이야기도 만날 수 있어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 나들이에 알맞은 곳이다. 상설전시는 15개 주제를 크게 두 개의 전시관으로 나눴다. 첫 번째는 대한민국을 시대순으로 탐험하는 시간여행(한국관)이다. ‘웰컴 투 조선’, ‘그 땐, 그랬지’ 등 재미있는 섹션이 기다린다. 특히 ‘수상한 모던보이’의 ‘일본군에 쫓겨 지붕 위로 달아나는 복면 쓴 의병’을 찾는 에피소드는 마치 드라마 속 명장면을 연상시키며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 좋은 콘텐츠다. 두 번째는 세계여행(세계관)이다. 유라시아 횡단철도를 타고 중국에서 네덜란드까지의 여정을 나라별 대표 건축물과 아름다운 자연을 감상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관람 팁은 미니어처를 따라가며 가이드 맵을 참조해 에피소드를 찾아보는 것이다. 아이들이 자세히 살펴볼 수 있도록 핸드레일에 발판을 설치한 배려가 인상적이다. 아이들이 미니어처 사이에서 나만의 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는 재미있는 곳이다. ■ 뚝딱이와 함께 신나는 하루 ‘파주 놀이구름’ 파주 운정호수공원의 놀이구름은 최근 가장 주목받는 놀이 체험공간이다. 한때 유비쿼터스 관련 홍보관으로 사용 후 오랜 기간 잠들어있던 유비파크를 EBS와 파주시의 협업을 통해 경기도 북부를 대표하는 가족친화형 어린이 문화체험공간 놀이구름으로 화려하게 진화했다. 거대한 구슬 모양의 체험관 입구로 들어서면 신비한 구름우물이 기다린다. 이곳에서 뚝딱이의 안내에 따라 놀이행성 모험이 시작된다. 오색찬란한 빛을 따라 무지개동굴을 지나면 ‘뿡뿡이 언덕’에서 뿡뿡이의 비밀기지를 탐험하고 ‘환상의 폭포’에서는 살아서 움직이는 파주의 동식물을 만난다. 이어지는 ‘꿈의마을’은 뚝딱이하우스와 우체국에서 EBS의 캐릭터 친구들이 사이좋게 사는 마을로 기념사진을 촬영하기 좋다. 다음은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놀이터 ‘모험의세상’이다. 네모난 돌을 쌓은 ‘네모네모 광산’, 초대형 볼풀에 둘러싸인 ‘화산 미끄럼틀’, 구불구불 말랑말랑한 빙하를 탐험하는 ‘빙하동굴’ 등 다양한 자연지형을 본뜬 안전하고 즐거운 놀이동산이다. 친근하고 익숙한 EBS 캐릭터와 함께 신나게 뛰어놀고 온 놀이구름에서의 하루는 아이들에게 특별한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 다시 찾은 빛 ‘화성 매향리평화기념관’ 한국전쟁 당시 매향리에는 미군의 사격 및 폭격훈련을 위한 군사시설이 설치됐다. 매향리의 옛 지명인 고온리의 지명을 미군이 ‘KOON-NI’로 표기하면서 ‘쿠니’라고 부른 이 사격장에는 55년간 전투기의 굉음과 포탄의 파열음이 이어졌다. 그동안 마을 사람들의 고통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참혹했다. 긴 투쟁 끝에 사격장 폐쇄를 이루어내고 삶의 터전을 지킨 곳에 매향리평화기념관이 세워졌다. 평화를 되찾은 매향리의 빛나는 미래를 상징하듯 매향리평화기념관은 곳곳에 밝은 자연광이 유입되는 구조로 설계됐다. 커다란 원이 하늘로 이어지는 추모의 위령비는 전망대를 겸하고, 평화기념관의 거대한 M자형 기둥은 매향리(Maehyangri), 박물관(Museum), 기념비(Memorial)의 M을 상징한다. 1층 어린이체험실은 빛을 체험하는 공간으로 구성되며, 2층은 쿠니사격장 폐쇄를 위한 주민들의 활동을 보여준다. 기념관에서 옛 미군기지 막사를 지나면 사격통제실로 사용했던 작은 3층 건물이 남아있다. 주민들의 투쟁 당시 시위 장소로 사용된 역사적인 공간으로, 아직도 농섬(룡도)이 표적으로 설정된 해묵은 긴장감이 남아있다.

경기도 한복 포토스팟…“화려한 한복, 소박한 배경” [경기도 가볼만한 곳]

우리에게 가장 큰 명절인 설날이다. 설에는 고운 한복을 입고 세배를 주고받으며 덕담을 나누는 아름다운 전통이 있다. 올해에는 오랜만에 한복을 입은 김에 가족과 함께 가까운 명소를 찾아 특별한 한복 사진을 남기는 것은 어떨까. 조선시대 마을도 좋고 왕이 머물던 행궁이나 세련된 한옥마을도 좋다. 설날의 경기도는 모두의 화려한 한복 사진에 소박한 배경으로 충분하다. ■ 고요한 설경, 화려한 야경 ‘가평 아침고요수목원’ 경기도의 대표적인 힐링 여행지 아침고요수목원에는 한국적인 순수함을 간직한 테마정원이 있다. 사계절 모두 아름다운 곳이지만, 흰 눈으로 덮인 겨울 풍경은 더욱 고요하고 평화롭다. 한복 사진을 촬영하기 좋은 곳은 한국의 고유 정서를 표현한 ‘한국주제정원’과 전통 조경 양식에 심미적 아름다움을 표현한 ‘한국정원’이다. 특히 한국정원의 연못인 서화연 주변의 설경은 수목원 최고의 사진 촬영 포인트로 손꼽힌다. 추운 날에는 바로 옆 초록상점에 들러 따뜻한 차 한 잔으로 몸을 녹여도 좋다. 맨드라미와 구절초 등 다양한 유기농 수제 꽃차를 선보이는데, 자연스러우면서도 진한 단맛의 수국잎 차가 인상적이다. 차와 함께 아침고요수목원의 겨울 메인 이벤트인 ‘오색별빛정원전’을 기다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오후 5시가 되면 고요하게 잠들었던 수목원이 알록달록한 불빛으로 화려하게 깨어난다. 여러 정원 중에서 하경정원의 전망대에서 감상하는 아침고요의 야경이 감동적이고, ‘J의오두막정원’의 반짝이는 별빛 사이로 즐기는 밤 산책은 더없이 호사롭다. 오색별빛정원전은 최근 외국인 관광객이 더 많이 찾는 글로벌 관광 콘텐츠로 거듭났다. ■ 요즘 뜨는 한복 사진 핫 스팟 ‘수원 화성행궁’ 행궁은 왕이 지방에 행차할 때 머물던 임시처소를 말한다. 화성행궁은 정조대왕이 수원화성을 건립하면서 세웠는데, 전국의 여러 행궁 중에서 가장 큰 규모와 아름다운 건축미를 자랑하며 경복궁의 부궁으로 불렸다. 화성행궁은 한복과 매우 잘 어울리는 곳이다. 정조대왕이 신하들의 보고를 받던 유여택에서 위엄 있는 포즈를 취해도 좋고, 연회를 열었던 건물인 낙남헌의 큰 기둥 사이에서 다정하게 마주 보며 촬영해도 좋다. 위풍당당한 신풍루와 고풍스러운 담장을 배경 삼아 멋진 한복 인생샷을 남길 수도 있다. 마땅히 입을 한복이 없거나 특별한 나만의 한복을 입고 싶다면, 화성행궁 인근의 한복대여점을 이용하면 된다. 행궁 주변에 둘러볼 곳도 많다. 오른쪽은 청년들에게 수원 최애 명소로 사랑받는 ‘행궁동 카페거리’고, 왼쪽은 수원의 인사동 ‘공방거리’다. 두 곳 모두 힙한 카페와 개성 넘치는 음식점이 즐비하다. 설 대목을 맞은 수원화성 팔달문 주변의 전통시장을 함께 방문하면 더욱 완벽한 수원 여행이 완성될 것이다. ■ 고풍스럽고 우아하게 ‘광주 남한산성행궁 & 경기광주한옥마을’ 광주에는 설날 방문하기 좋은 한복 포토스팟이 두 곳 있다. 첫 번째는 남한산성 내 왕의 거처인 남한산성 행궁이다. 이곳은 유사시 후방의 지원군이 도착할 때까지 한양의 궁궐을 대신할 피난처로 사용하기 위해 인조 4년에 건립되었다. 병자호란이 발발하면서 인조는 이곳에서 47일간 항전했으며 이후 숙종, 영조, 정조 등이 여주 능행길에 이용하였다. 웅장한 정문 한남루와 왕의 생활공간이었던 내행전은 물론, 곳곳의 고풍스러운 문과 담장이 모두 한복 사진을 촬영하기 좋은 훌륭한 배경이다. 두 번째는 성남시 상대원동과 광주시 목현동을 잇는 이배재 인근의 경기광주한옥마을이다. 한옥스테이와 스튜디오, 문화체험과 세미나 시설을 갖춘 고품격 웰니스를 지향하는 한옥문화 플랫폼이다. 수려한 자연 속에 한옥은 물론 나무와 꽃 등 이곳의 모든 소품이 한국 고유의 역사와 전통을 담았다. 그러니 어느 곳을 선택해도 한복과 잘 어울리는 포토스팟이다. 개울 옆의 ‘cafe새오개길 39’에서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 베이커리와 수제 국산차를 즐길 수 있다. 손님이 원하면 인공눈을 흠뻑 맞을 수 있는 ‘렛잇스노우 포토존’을 운영해서 SNS에 화제가 된 곳이다. ■ 소박하지만 세련된, 한옥의 재발견 ‘김포아트빌리지 & 덕포진한옥마을’ 김포의 첫 한복 포토스팟은 김포아트빌리지다. 북촌과 을지로가 재개발되면서 한옥을 이축한 곳이 샘재한옥마을이었다. 이 마을이 김포한강신도시 지구에 편입되면서 해체 위기를 맞이하는데, 리모델링을 통한 문화자산의 재활용 목적으로 새로운 복합문화관광공간인 김포아트빌리지가 탄생했다. 한옥 17채, 창작스튜디오 5개, 김포미디어아트센터 등으로 구성되며 카페, 사진관, 독립서점, 공방 등 다양한 즐길 거리를 제공한다. 한옥마을의 고즈넉한 전통미와 아트센터의 현대적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만큼, 아트빌리지 전체가 한복과 잘 어울리는 포토스팟이다. 다음은 대곶면 깊숙한 곳에 자리한 덕포진한옥마을이다. 이곳은 전통 가옥 보존이나 문화관광을 위해 조성한 곳이 아니라, 주민들이 한옥을 짓고 실제로 거주하는 진짜 한옥마을이다. 아직 덜 알려진 곳인 만큼 세련된 한옥 사이를 호젓하게 산책하는 동안, 마치 숨겨진 보물을 발견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그만큼 특별한 한복 사진을 남길 수 있지만, 주민들의 생활공간인 만큼 반드시 착한 여행 매너가 필요하다. ■ 조선마을 시간여행 ‘용인 한국민속촌’ 설날에 한복을 입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기 좋은 곳을 꼽으라면 단연 한국민속촌이다. 철저한 고증을 거쳐 복원한 조선시대 마을 전체가 촬영 포인트고, 곳곳에서 만나는 체험형 전시와 공연에 참여해서 특별한 사진을 남길 수도 있다. 상가마을에서 내삼문을 지나 민속마을로 접어들면 각 지방의 전통 농가와 양반가를 거닐며 시간여행을 즐길 수 있다. 공연장 위쪽 관아에서는 동헌 가운데 현령 자리에 앉아 근엄한 표정을 지어도 좋고, 형틀에 누워 곤장을 맞는 장면을 재현하는 사진도 남길 수 있다. 한복은 입구의 상가마을에서 빌려 입을 수 있다. 다채로운 전통공연도 큰 재미를 선사한다. 조선마을 사람들의 신나는 환영 인사 ‘어서오시오’ 아름답고 흥겨운 전통 가무의 향연 ‘풍물한가락’과 ‘우리가락 좋을씨고’ 여러 지방의 경쾌한 장단에 버나놀음과 상모돌리기를 합친 ‘삼도판굿’ 등 신명나는 공연이 이어진다. 특히 우리 전통혼례를 익살스럽게 해석한 한국민속촌 50주년 특별공연 ‘백년가약’은 공연과 퍼레이드를 결합하여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한국민속촌에서는 긴 설연휴를 맞아 이용요금을 할인한다고 하니 자세한 사항은 한국민속촌 홈페이지나 경기관광 플랫폼을 확인해보자.

“긴 연휴, 경기도에서 뭐하고 놀지?”…‘문화 충전’ 여기로 [경기도 가볼만한 곳]

민족대명절 설을 앞두고 초미세먼지와 추위가 번갈아가며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렇다고 황금 같은 휴식시간을 집에서만 보내긴 싫은 이들을 위해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따뜻한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경기도 내 실내 나들이 장소 5곳을 소개한다. ■ 어두운 폐광에서 빛의 공간으로…“광명동굴” 탐험 광명시 가학동에 위치한 광명동굴은 ‘폐광’이란 공간적 차별성과 문화예술성이 결합된 테마파크다. 과거에는 방치된 폐광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대한민국 최고의 동굴테마파크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연간 1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세계적인 관광지로 거듭났다. 광명동굴에는 ▲우주의 시간과 공간의 벽에 난 구멍을 일컫는 웜홀(wormhole)을 테마로 만들어진 ‘웜홀공간’ ▲금괴를 만져볼 수 있는 ‘황금궁전’ ▲더 깊은 곳으로 떠날 수 있는 ‘동굴지하세계’ 등 다양한 명소가 많다. 이 공간들은 광명동굴의 신비로움을 잘 담아내고 있어 특별한 사진을 남기기에도 좋다. 광명동굴의 다양한 명소들에서는 빛과 뉴미디어로 재탄생된 공간을 걸어 환상적인 세계로 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또한 부귀영화의 상징이자 변하지 않는 가치를 지닌 황금의 다채로움을 체험할 수 있어 엘도라도(황금을 찾아서)를 꿈꾸는 사람의 마음을 엿보는 재미도 누릴 수 있다. 장애인은 무료로 입장하며 광명시민은 50%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어 해당되는 사항이 있다면 더욱 합리적인 여행이 가능하다. 이번 연휴를 기회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계를 탐험하러 가보는 것을 추천한다. ■ 조용히 즐기는 독서…파주 ‘지혜의 숲’은 어떨까 지혜의 숲은 파주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1층에 있는 공동 서재로, 가치 있는 책을 한데 모아 보존 및 관리하고 있다. 이곳은 ▲학자‧지식인‧연구소 기증 도서를 소장한 공간 ▲우리나라 대표 출판사들의 책을 소장한 공간 ▲라이브러리스테이 지지향 로비 총 세 공간으로 나눠져 있는데, 공간별 색다른 매력이 눈길을 끈다. 첫 번째 공간에서는 학자와 지식인들이 평생 읽고 연구한 책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책을 통해 기증자의 연구 인생을 엿볼 수 있으며 다양한 분야의 전문 도서를 접할 수 있다. 두 번째 공간은 책이 분야별이 아닌 출판사별로 분류돼 있다. 출판사별로 유명한 책을 찾아 읽고 우리나라 출판의 역사를 훑어보는 재미가 있으며, 어린이책 코너가 별도로 마련돼 있어 아이들과 함께 방문하기 좋다. 세 번째 공간은 북카페와 같은 역할을 한다. 출판사, 유통사, 박물관, 미술관 등 여러 기관에서 기증한 책을 읽으며 여유롭게 쉴 수 있다. 누군가와 함께 가도 좋고, 혼자 방문하기에도 적절한 지혜의 숲에서 책의 매력에 빠져보자. ■ 대부도의 역사와 문화가 응집된 ‘구 대부면사무소’ 3.1운동 당시 대부도민들이 만세를 외쳤던 구 대부면사무소는 안산 단원구에 위치해 있다. 일제강점기에 건축비를 기부 받아 지어진 전통 한옥 건물로, 60여 년 동안 경기도 행정기관 역할을 했다. 현재는 사라져 가는 대부도의 역사와 문화를 보존해 방문객들이 대부도에 서린 옛 지역민들의 추억을 느낄 수 있게 한다. 내부의 상설전시공간에서는 ‘내가 만드는 박물관’이란 주제로 주민들이 기증한 생활 유물들을 전시하고 있다. 화로와 다리미, 곰방대 등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물건들과 구 대부면사무소를 배경으로 촬영한 옛 주민들의 사진 등을 볼 수 있다. 내부에서 옛 대부도의 정취를 느끼다 환기가 필요하다 느껴지면 밖으로 나오면 된다. 평소에는 쉽게 볼 수 없는 한옥 건물을 눈에 담으며 주변을 여유롭게 산책할 수 있다. 올해는 광복 80주년을 맞이하는 해인 만큼 광복의 역사를 함께한 구 대부면사무소를 방문해 의미 있는 문화 생활을 즐겨보는 것이 어떨까. ■ 도자기도 ‘글로벌 시대’…경기도자미술관, ‘국제공모전’ 선정작 전시 중 이천시 관고동에 위치한 경기도자미술관에선 오는 2월2일까지 ‘2024경기도자비엔날레 <국제공모전>’에서 선정된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외교부의 후원을 받아 지난해 9월 시작된 이 전시에서는 세계 각국의 도자공예 작품을 만날 수 있다. 73개국 1천97명의 작가가 출품한 1천505점의 작품 중 엄격한 심사로 선정된 57개의 국내외 작품을 공개하고 있어 설 연휴 한국을 방문한 외국 관광객들도 쉽게 즐길 수 있다. 언어가 달라도 도자기로 통하는 예술의 흐름을 읽으며 세계 각국의 도자공예 표현 방식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다. 특히 만 7세 미만 어린이와 만 65세 이상 노인들에게는 해당 전시를 비롯해 모든 전시를 무료로 개방하고 있어 가족 단위로 방문해 오랜 시간 머무르다 가기 좋다. ■ 포천의 생태와 문화가 만든 예술공간 ‘포천아트밸리’ 포천아트밸리는 포천시 신북면에 있는 복합문화관광센터로, 포천의 역사와 생태, 문화 등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관내 입장은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무료 입장 가능하며 포천시민, 만 65세 이상 노인, 장애인, 국가유공자 등은 관내외 모두 무료로 둘러볼 수 있다. 내부에는 미디어아트를 보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과 밤하늘의 달과 별을 볼 수 있는 천문과학관이 있어 눈이 즐겁다. 밖으로 나가면 에메랄드 빛 호수 ‘천주호’와 과거 화강암 채석장으로 쓰인 장소를 거닐며 콧바람을 쐴 수 있다. 포천아트밸리는 훼손된 자연경관을 친환경적으로 복구하면서도 일부 과거 경관을 그대로 보존해, 자연 훼손에 대한 성찰을 담았다는 의미가 있다. 아름다움과 더불어 친환경적 의미도 담겨 있는 곳에서 휴식을 취해보는 건 어떨까. 소개한 5곳 모두 설 연휴 정상 운영하며 무료로 입장이 가능하다. 단 경기도박물관, 경기도자미술관은 설날 당일 휴무이다. 또한 경기도자미술관은 어린이, 노인 한정 무료 입장이며 광명동굴은 장애인에 한해 무료 입장이 가능함을 참고하면 된다.

따뜻한 정이 흐르는 전통시장…경기도 전통시장 투어 [경기도 가볼만한 곳]

전통시장의 매력은 끝이 없다. 우선 인근에서 재배한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구입할 수 있고, 반대로 살 물건이 없어도 그냥 구경만으로 재미있다. 맛있는 먹거리도 풍성하다. 겨울의 대표 간식인 따뜻한 어묵, 추억의 떡볶이, 든든한 국밥은 물론, 요즘 이색적인 해외 별미까지 즐길 수 있다. 게다가 저렴한 가격과 푸짐한 인심은 즐거운 덤이다. 추운 겨울에도 따뜻한 정이 흐르는 경기도의 전통시장을 찾아본다. ■ 100년 역사의 경기도 3대 장 ‘양평물맑은전통시장’ 양평은 예로부터 한강을 이용한 물류의 중심지였다. 전국구 보부상들의 왕래가 활발하고 대규모 상단이 한양으로 물건을 공급하던 곳으로 1770년 무렵부터 시장이 시작되었다. 특히 3일과 8일에 서는 양평읍 오일장은 100년 역사를 자랑하며 경기도 3대 장으로 손꼽힌다. 지금은 약 400여개 점포가 상설시장 형태로 운영되고 장날에는 200여개 노점이 더 들어서면서 양평물맑은전통시장이 완성된다. 양평에서 생산한 과일과 채소 등 친환경농산물은 물론, 수수부꾸미와 다양한 전 등 먹거리가 풍성하기로 소문난 장이다. 특히 깨와 콩을 활용한 고소한 강정과 추억의 전통 과자를 직접 만드는 과자점에는 늘 긴 줄이 설 만큼 인기가 좋다. 맛보기 인심도 후해서 서너 가지 먹어보고 마음에 드는 과자를 고르면 한 봉지 푸짐하게 담아준다. 양평이 워낙 사통팔달 교통이 좋은 곳이고 경의중앙선 양평역과 가까워 대중교통을 이용해 방문하기도 좋은 곳이다. 아이와 함께라면 장에 가면서 경기이야기골목으로 지정된 청개구리이야기거리에 들러보는 것도 좋다. 우리 모두 아는 청개구리 이야기를 귀여운 글과 그림으로 담았다. ■ 경기도 국제시장, 해외 별미 기행 ‘안산 다문화특구’ 안산역 맞은편 원곡동에는 해외 여러 나라의 이주민이 모이면서 외국인 거리가 형성됐다. 지난해 6월 기준으로 이곳에 거주하는 등록 외국인 및 외국 국적의 동포는 약 90%인 1만8천여명이다. ‘국경 없는 마을’로 불리며 많은 관심을 받던 중 2009년 ‘안산다문화특구’로 지정됐다. 아울러 음식 재료와 생필품을 구매하려는 외국인들이 몰리면서 독특한 거리 풍경이 만들어졌다. 거리 전체가 커다란 국제시장으로 발전한 것은 물론, 평일에 시간을 내기 어려운 사정을 고려해서 주말에도 은행이 문을 열고 병원이 진료하는 모습은 흔한 풍경이 됐다. 다양한 외국 음식점도 성업 중이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네팔 등 조금만 발품을 팔면 여러 나라의 별미를 손쉽게 찾을 수 있다. 대부분 주 음식 재료와 향신료를 본국에서 들여와 현지 본연의 맛을 낸다. 그중 ‘후르세다사마르칸트’에서는 쉽게 접하기 어려운 우즈베키스탄의 전통 음식을 경험할 수 있다. 고기 꼬치 ‘샤슬릭’, 고기 빵 ‘쌈사’, 당근 김치 ‘마르코프차’ 등 모두 맛도 좋고 한국사람 입에도 잘 맞는다. 특히 동남아시아나 중앙아시아로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안산으로 미리 떠나는 해외 별미 기행은 어떨까. ■ 전통시장 발전의 모범 답안 ‘가평 잣고을시장’ 잣고을시장은 올해로 개장 101주년을 맞이한 가평 최대의 시장이다. 1923년 보납산 앞 개천 변에 상인들이 모인 것이 시장 역사의 시작인데, 단순 거래를 넘어서 이곳저곳에 흩어져 살던 사람들이 모여 희로애락을 공유하는 소통과 상생 공간이었다. 이후 터미널 주변과 가평역 앞 등 여러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현재의 장터로 자리를 잡았다. 잣고을시장은 크게 세 구역으로 나눌 수 있는데, 그중 첫 번째는 역시 오일장이다. 5일과 10일에 열리는 잣고을시장은 규모가 크고 취급하는 상품도 다양해서 둘러보는 데 한참 걸릴 정도다. 추운 겨울에는 우선 뜨끈한 어묵 국물로 몸을 덥히고 장 구경에 나서야 한다. 싱싱한 과일과 채소를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고 두툼한 겨울옷도 마음껏 고를 수 있다. 두 번째는 전통시장 육성사업의 하나로 건립한 잣고을시장 가평창업경제타운이다. 1층에는 식당, 과일, 장식품 등 소상공인 점포가 입주해있고 2층에는 시장 풍경을 감상하며 휴식할 수 있는 카페와 노브랜드 매장이 시장과 상생을 도모한다. 특히 기업에서 만들고 가평군에서 운영하는 어린이도서관이 인상적이다. 세 번째는 장 주변의 다양한 조형물과 포토존으로 잣고을시장 방문객에게 색다른 추억을 선물한다. ■ 골목마다 즐거움이 가득 ‘용인중앙시장’ 오랜 세월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용인시의 대표 시장이다. 시장을 이용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공영주차장을 늘리고 점포 이미지와 시설을 개선하는 등 여전히 진화 중인 시장이다. 시장을 만두 떡골목, 순대골목, 통닭골목 등 상권별 골목으로 나눈 점이 재미있다. 특히 떡골목 가게마다 방금 찐 시루떡에서 모락모락 하얀 김이 피어오르는 장면은 언제 봐도 입안에 침이 고일 지경이다. 가게마다 특색 있고 떡 종류도 다양해서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시장의 골목 중에서 가장 인기 좋은 곳은 순대 골목이다. 약 20곳의 순댓국집이 모여있는데 업주들 모두 친절하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순대는 잡내 없이 깔끔하고 곱창은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식감이 매력적이다. 푸짐한 양에 노포 감성까지 더해져, 세대 구분 없이 많은 식객이 즐겨 찾는 곳이다. 5일과 10일에는 에버라인 용인시장역에서 김량장역까지 하천을 따라 오일장이 선다. 장이 크고 점포도 많으니 일정을 여유 있게 잡고 천천히 구경하는 것이 좋다. 도래창, 호떡, 꽈배기 등 용인장의 명물도 꼭 즐겨보자. ■ 찾아라 맛있는 시장! ‘오산 오색시장’ 오산장은 택리지와 화성궐리지 등 조선시대 기록에 등장할 만큼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시장의 명칭을 한때 오산중앙전통시장으로 변경했었지만 2013년 시민 설문조사를 거쳐 지금의 ‘오산 오색시장’ 이름을 찾았다. 오색시장은 인근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언제라도 이용 가능한 상설시장으로 운영되지만, 장이 서는 3일과 8일에는 오산 일대가 시끌벅적 들썩일 만큼 활기차다. 시장 길을 취급 품목에 따라 미소거리, 아름거리, 맘스거리, 빨강길, 녹색길 등 5가지로 분류하고 점포의 간판에 고유번호를 부여해서 누구라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 길마다 인근 농가에서 재배한 농산물과 싱싱한 과일, 맛깔난 반찬과 다양한 음식 재료가 푸짐하니 욕심내서 모두 돌아봐야 할 시장이다. 쑥호떡, 꽈배기, 국밥, 칼국수 등 맛있는 먹거리가 유난히 많은 곳이니 하나씩 찾아 맛 탐험을 즐겨도 좋다. 최근에는 매콤한 곱창볶음이 인기인데, 맛도 좋고 푸짐해서 안주로 좋고 밥을 볶아도 좋다. 교통망이 발달한 지리적 특성과 수도권 전철을 이용한 접근성도 좋은 편이라 오산뿐 아니라 용인, 수원, 화성 등 인근 지역에서도 많이 찾는 시장이다. ■ 도심 속 추억 한 스푼 ‘과천 굴다리시장’ 굴다리시장은 과천의 유일한 전통시장이다. 중앙공원 분수대에서 문원동으로 가는 길, 주공아파트 4단지와 5단지 사이 굴다리 인근의 작은 시장이다. 시장의 모습은 길을 따라 길게 늘어선 임시 건물 형태로 언뜻 보면 무허가 노점을 연상시키지만, 엄연히 과천시에서 관리하는 곳이다. 점포 수는 40여개 정도로 보이는데 그나마 문을 닫은 곳이 더 많다. 판매하는 품목도 단출해서 과일, 채소, 생선이 전부다. 하나둘 가게들을 살피다 보면 굴다리시장 유일의 음식점 ‘형태네’가 보인다. 가게 전면의 ‘추억의 맛집’이란 문구처럼 오래전 추억이 떠오르는 분위기다. 7~8명이 앉을 수 있는 작은 공간에서 예전 학교 앞 스타일의 떡볶이, 순대, 튀김만두 등을 판매하는데 하나같이 익숙한 맛이다. 떡볶이집 형태네의 업주는 이 자리에서만 40년째 영업 중이다. 근방에서 노점을 하던 중, 합법적인 시장을 조성한다기에 서둘러 자리를 잡았다. 굴다리시장의 터줏대감인 셈이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사람들의 입맛도 달라졌으니, 장사는 예전만 못하지만, 가끔 찾아오는 오랜 단골손님을 맞이하는 것이 큰 기쁨이다.

추운 겨울에도 따스하게... 휴일에 방문하기 좋은 도심 속 '책방' [경기도 가볼만한 곳]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이 발표된 후 서점가에 큰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대형서점에 한강 작가의 책이 일시 품절되면서, 독자들은 골목의 작은 서점으로 눈을 돌렸다. 그리고 책과 함께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누리고, 작은 모임을 통해 지역사회와 연결되는 독립서점의 매력을 발견한다. 유례없는 불황을 겪던 서점과 책을 잊었던 독자들 모두에게 큰 기쁨이자 따뜻한 위로가 된 셈이다. 고요한 문장 속에 얼굴을 묻고 싶은 날, 혼자 가도 좋은 경기도 독립서점을 모았다. ■ 목감 문화 살롱 ‘시흥 책방내심’ 내심은 문을 연지 5년 만에 지역 소통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한 독립서점이다. 책방지기가 직장인 시절 일에 대한 고민이 있을 때 서점에 가면 일에 대한 책이 보이고, 마음이 힘들 때 서점을 찾으면 심리 서적이 눈에 들어왔다. 서점이라는 공간이 내 마음을 알 수 있는 장소라는 생각에 책방을 열고 이름을 ‘내면의 마음’이란 뜻의 내심이라 지었다. 시흥시에서는 첫 큐레이션 독립 서점으로 삶과 죽음, 관계, 일, 일상, 심리 이렇게 5개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일반 단행본과 독립 출판물을 함께 선보인다. 책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것에 더해서 여러 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소규모 글쓰기 모임, 원서 읽기, 독서 모임 등 다양하다. 지역의 등단 시인과 독립출판 작가와의 만남도 진행했다. 시흥에서 활동하는 뮤지션의 샹송, 첼로 연주, 전자 음악 등 공연도 만날 수 있다. 지역 주민들이 만나 서로 소통하고 문화를 공유하며 창작자와 의미 있는 협업을 이어가는 시흥 최고의 문화 살롱이다. ■ 작은 책방의 특별한 환대 ‘안성 다즐링북스’ 다즐링은 히말라야 고산지대에서 생산되는 홍차의 이름이다. 특유의 섬세하고 깔끔한 맛으로 ‘세계 3대 홍차’, ‘홍차계의 샴페인’으로 불린다. 안성에는 다즐링을 좋아하는 책방지기가 꾸려가는 따뜻하고 향기 좋은 서점이 있다. 주택가 골목의 작은 책방이지만 책을 읽는 사람에게도, 차를 마시는 사람들에게도 모두 편안한 명품 공간 다즐링북스다. 책방에 들어서면 우선 매우 깔끔하면서도 따뜻함이 느껴지는 실내 장식과 구성이 인상적이다. 책방지기가 선별한 책은 각각 ‘최근에 들어온 책들’, ‘청소년을 위한 책들’ 이렇게 구분해 놓고 곳곳에 예쁜 손글씨로 친절하게 안내한다. 한쪽의 큰 테이블에서는 차를 마시며 책을 읽을 수 있다. 책을 구입하지 않고 그냥 지나는 길에 들러 차를 마시고 가는 동네 주민도 많다. 이곳은 안성시와 함께 환대의 마음으로 공존을 꿈꾸는 15분 문화 교류장 ‘2024 책으로 잇는 안성, 환대의 장소’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어떻게 살지가 고민인 청소년, 나의 삶도 고민인 엄마들, 50세 이후의 삶이 고민인 중년들과 함께 티타임 환대의 시간을 가졌다. 앞으로도 심야책방과 방탄독서회 등 다즐링북스의 특별한 환대를 이어갈 예정이다. ■ 고요히 문장 속에 얼굴을 묻고 싶은 날 ‘용인 농부와책방’ 최근 용인시 양지면의 특별한 책방이 주목받고 있다. 정감 있고 따스한 분위기의 책이 가득한 것만 빼면 평범한 한 가족이 사는 그냥 보통 집의 풍경이다. 외진 마을의 언덕에 자리 잡아서 책방지기조차 ‘여길 누가 올까? 안 오면 그냥 나 혼자 다 읽고 말지’라고 생각했을 정도다. 그러면서 차곡차곡 들여놓은 책이 어느덧 본채 책방, 별채 오렌지카운티, 북스테이 공간 제페토하우스를 합쳐 대략 6천800권을 보유하게 됐다. 아내는 책방을 운영하고 농사가 로망이었던 남편은 텃밭을 가꾼다. 그래서 이름도 농부와 책방이다. 손님들과 함께 텃밭에서 토마토를 따고 당근을 캔다. 아이들은 열매에 대한 설명을 듣고 직접 수확하며 자연을 배워간다. 도심 인근에서 자연 관찰과 체험이 가능하고 정서적으로 좋다는 소문이 나면서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 방문객이 많아졌고 하루 묵는 북스테이도 인기다. 책방은 특이하게 2시간30분 단위 예약제로 운영한다. 예약이 불편할 수도 있지만 정말 책이 좋고, 책을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특별한 공간으로 크게 사랑받는 책방이다. ■ 책과 사진의 문화공간 ‘여주 수연목서’ 여주시 산북면의 수연목서는 책방과 갤러리가 어우러지는 문화공간이다. 원래 이곳은 사진가의 작업실과 아내의 가구 작업실 겸 공방을 염두에 두고 지은 곳이다. 설계 당시부터 건물을 세우면 많은 사람들이 보게 될 테니 우선 아름다워야 한다는 생각과 공간이 사람의 삶을 변화시킨다는 의미를 모두 담았다. 공간에 대한 애정과 실천으로 2021년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수연목서가 완성되고 1년 후, 작업실로만 사용하던 공간에 작품을 전시하고 사진과 건축 관련 서적을 다루는 책방을 열었다. 아울러 손님들이 더욱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카페도 오픈했다. 그러나 북카페보다는 책방이면서 갤러리의 정체성을 지닌 문화공간이기를 원한다. 눈으로 즐길 수 있는 사진 작품과 전문가의 손길이 담긴 가구와 공예가 더해졌기 때문이다. 수연목서라는 이름은 이곳 대표의 이름인 수연, 나무 목, 책 서를 합성해 지었다. 이름처럼 사진과 가구와 책에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다. ■ 나의 삶이 닿아 너의 삶이 되는 ‘양평 책보고가게’ 책보고가게는 양평군 강상면의 작은 동네 책방이다. 책을 고르고 책을 읽으면서 책과 친해질 수 있는 마음까지 따뜻한 공간이다. 책은 아이부터 어른까지 볼 수 있는 그림책과 자녀 양육에 도움을 주는 책들을 주로 다루고, 책방지기들이 고른 에세이와 인문학 책을 선보인다. 이곳은 특이하게 4명의 책방지기가 함께 운영한다. 음악을 좋아하는 인쏭, 그림책 출판과 한자 교육을 맡은 훈장, 먹거리와 자수를 담당하는 쏘잉, 디자인과 인테리어 전문 써니 등 개성 넘치는 책방지기들이 어우러져 책과 사람이 연결되는 책보고가게를 꾸려나간다. 이곳의 공간도 특별하다. 첫 번째 공간은 공유서가, 손때 묻은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자신의 책을 내어놓는 공간이다. 누군가에게 지식을 전하고도 여전히 빛나는 중고책을 만날 수 있다. 다음은 책방지기들이 수많은 책들 중에 소개하고 싶은 책을 선별해 모은 공감서가다. 마음에 드는 문구에 줄을 치면서 읽고 싶은 책들이 가득하다. 마지막은 카페공간인데 정성과 느림을 중시하는 이곳 책방지기들은 좋은 찻잎을 고르고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낸다. 중ˑ고등학생과 성인 대상의 인문학프로그램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 마음이 전하는 위로 한 권 ‘고양 위드위로’ 첫인상이 따뜻한 위드위로는 고양시 일산서구의 동네 서점이다. ‘사람의 마음이 담긴 책이 있는 책방’을 테마로 독립출판과 기성출판물을 판매하는데, 독립서점에서만 느낄 수 있는 정과 위로가 흠뻑 묻어있다. 책은 잘 팔리지 않더라도 손님들에게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는 책을 고른다. 책방지기 역시 힘든 시기를 보낼 때 책에서 많은 위로를 받은 까닭에, 이제는 이웃에게 그 위로를 전하고 싶은 마음이다. 주로 심리학과 문학, 에세이와 소설을 취급하며 동네 서점답게 책 한 권 한 권 소중하게 골라 진열한다. 책방지기와 독자가 책으로 소통할 수 있는 점도 좋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딸을 위해 책을 사러 온 손님에게, 역시 우울증을 이겨나가는 작가의 독립출판물을 추천했다. 나중에 방문한 손님을 통해 책을 읽은 후 딸의 마음이 한결 따뜻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두말할 것 없이 작가와 책방지기 모두 뛸 듯이 기뻤다. 한 권의 책이 손님과 딸, 작가와 책방지기 모두에게 위로가 된 셈이다. 책을 구입한 손님에게 커피를 무료로 제공하는 것도 좋고, 겨울에는 직접 굽는 붕어빵도 인기다.

‘하늘멍’ 맛집...11월 가을하늘, 지금 만나러 갑니다 [경기도 가볼만한 곳]

만추로 접어드는 11월. 높고 푸른 하늘이 새삼 경이로운 계절이다. 이 아름다운 가을날 눈부신 하늘을 마주할 수 있는 경기도의 특별한 여행지를 찾아본다. 단풍이 물든 산과 새로 만든 전망대를 찾아 하늘을 만나는 것도 좋지만, 싱그러운 솔숲을 지나고 조용한 호수를 따라 찾아가는 길 또한 여행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 청명한 가을 하늘을 경기도에서 온전히 누릴 수 있다. ■ 문학과 호수 그리고 하늘 ‘안성 금광호수하늘전망대’ 요즘 그림처럼 푸른 가을 하늘을 만날 수 있는 신상 전망대가 인기다. 안성의 드라이브 명소이자 명품 호수로 유명한 금광호수에 세워진 ‘금광호수하늘전망대’로, 풍경 감상과 함께 가벼운 트레킹도 즐길 수 있다. 하늘전망대에 가려면 ‘안성시 금북정맥 탐방안내소’를 찾아야 한다. 주차를 마치면 청록뜰 금광호수 조형물을 지나 호수 둘레길을 따라 전망대로 향한다. 안성 출신의 청록파 시인 박두진을 기리기 위한 이 길의 이름은 ‘박두진 문학길’이다. 문학길을 따라 약 10분 정도 걸으면 하늘전망대에 도착한다. 원통형 모양의 전망대는 약 25m 높이인데 언덕 위에 세워져서 실제보다 더욱 높아 보인다. 나선형 경사로를 따라 정상에 서면 파란 하늘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고공에서 금광호수와 금북정맥 일대 풍경을 360도 파노라마로 감상하며 특별한 기념사진도 남길 수 있다. ■ 수원 시민이 부러운 이유 ‘광교호수공원 프라이부르크전망대’ 프라이부르크전망대에 오르면 광교호수공원 일대를 모두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호수 주변에 알록달록 단풍이 내려앉고 신도시의 높은 빌딩이 하늘과 이어지는 풍경은 비현실적으로 아름답다. 1층 카페 옆 엘리베이터를 타면 4층 전망대까지 편하게 오를 수 있다. 도착하면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와”하는 환호성이 저절로 터진다. 광교호수공원 주변 풍경이 시원스레 펼쳐지기 때문이다. 단풍 속에서 강아지와 산책을 하고, 운동을 즐기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가을 하늘 아래 일상 풍경이 아름답다. 프라이부르크전망대는 나무로 만든 국내 최대 규모의 전망대다. 멀리서 보면 푸른 숲 위로 살짝 고개를 든 모양이지만 어색하지 않고 잘 어울린다. 환경친화도시로 유명한 독일 프라이부르크 시의 상징인 전망대와 같은 모양이다. 수원시는 프라이부르크시와 자매결연을 기념하고 환경도시를 지향하는 의미를 담아 전망대를 만들었다. ■ 파주의 하늘멍 명소 ‘감악산 출렁다리’ 도로 건설로 인해 잘려진 적성면 설마리 골짜기를 연결하는 150m 길이의 현수교다. 2016년 개방할 당시 국내에서 가장 긴 산악 현수교로 유명해졌으며 전국에 출렁다리 열풍을 일으킨 주인공이었다. 편의점과 쉼터 등 편의시설이 구비된 입구에서 약 15분이면 출렁다리를 만날 수 있다. 처음에는 가파른 계단이 다소 힘들게 느껴질 수 있지만 조금만 지나면 시원한 그늘이 드리워진 호젓한 산길을 걷는 재미도 쏠쏠하다. 출렁다리에 도착하면 확 트인 감악산 전망이 시원스레 펼쳐진다. 출렁다리를 사이에 두고 푸른 산과 높은 하늘과 어우러지는 가을 풍경은 그야말로 압권이다. 다리를 건너는 동안 멀리 보이던 운계전망대와 범륜사가 가까워지고, 눈이 부시도록 청명한 하늘이 손에 잡힐 듯 가까워진다. ■ 조용히 즐기는 나만의 하늘 풍경 ‘화성당성’ 화성당성은 삼국시대에 쌓은 성곽으로 고구려, 백제, 신라 모두 서로 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했던 지역이었다. 결국 신라가 당성을 차지하면서 서해를 통해 당과 직접적인 교류를 시작함으로써 삼국통일의 기반을 다졌다. 지금도 성곽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화성시 일대의 평야 지역과 안산 탄도항에서 멀리 인천 송도까지 한눈에 조망할 수 있으니 지리적 중요성을 짐작할 수 있다. 화성당성 투어는 입구의 방문자센터에서 시작한다. 약간의 오르막길을 걸어 사적비를 지나면 성안으로 접어든다. 성 내 수리 시설인 우물지에서 길이 두 갈래로 나뉘는데 모두 성을 한 바퀴 돌아 다시 우물지로 돌아오는 만큼 어느 길을 선택해도 좋다. 당성에서 맑은 가을하늘을 만날 수 있는 곳은 정상의 망해지 인근이다. 사방이 탁 트인 전망 좋은 곳으로 벤치에 앉아 하루 종일 하늘만 봐도 시간가는 줄 모른다. ■ 동두천 공주의 하늘 ‘소요산 공주봉’ 소요산은 전철역이 가까워 많은 등산객이 즐겨 찾는 수도권의 명산이다. 소요산 주봉 왼쪽의 봉우리로 원효대사가 요석공주를 위해 공주봉이라는 이름을 지었다고 전해진다. 주차장에서 일주문까지 올라오는 산책길에도 단풍이 살포시 내려앉았다. 자재암 일주문을 지나 조금만 더 올라가면 원효대사가 수행했다는 원효굴과 원효폭포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속리교를 넘으면 등산로가 시작되는데, 이곳에서 오른쪽 길이 공주봉으로 향하는 코스다. 단풍 산길을 따라 걷다보면 넓은 공터 구절터가 나오는데, 이곳에서 잠시 땀을 말리고 올라가면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대부분이 돌계단과 데크길이라 오르기 어렵지 않지만, 경사가 가파른 구간은 땀이 흠뻑 날 정도의 난이도다. 데크 계단을 다 오르고 왼쪽 능선을 따라 300m 가량 더 가면 공주봉에 도착한다. 공주봉 표지석 뒤로 동두천의 가을 풍경이 넓게 펼쳐진다. 바닥에 데크가 설치되어 돗자리를 펴고 편하게 누워서 휴식하며 하늘멍을 즐기기 좋다. ■ 다시 떠오른 의왕의 핫플레이스 ‘백운호수’ 백운호수는 청계산, 백운산, 모락산이 병풍처럼 둘러싼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고 도심 속에서 청정 자연을 만날 수 있어 사계절 모두 사랑받는 곳이다. 드라이브하기 좋은 순환도로와 이용하기 편리한 대형주차장을 갖추고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한 접근성도 좋다. 최근에는 호수 주변에 대형 쇼핑몰이 들어서면서 젊은 층 사이에서 새삼 다시 주목받고 있다. 백운호수의 가을을 가장 잘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생태탐방로 산책이다. 잘 정비된 데크와 제방길을 따라 호수를 한 바퀴 돌며 풍경을 감상하고 가을 햇볕을 온몸으로 받을 수 있다. 모두 평지에 조성되어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는데 무엇보다 고요하고 한적해서 여유롭게 걸으며 하늘멍, 물멍하기 좋다.

경기관광축제… 축제의 도시 경기도 [경기도 가볼만한 곳]

10월은 축제의 달이다. 가을이 무르익는 푸른 하늘 아래 역사를 체험하고 문화예술을 호흡하며 맛있는 먹거리도 즐길 수 있는 경기도 대표 축제를 한자리에 담았다. 모두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가득하니 그저 마음이 가는 대로 어느 곳을 선택해도 만족할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 소풍도 좋고 부모님을 모신 나들이도 좋으니 온통 풍요로운 경기도의 가을이다. ■ 흥난多 신난多 모두多 ‘안성맞춤 남사당 바우덕이 축제’ 안성은 조선 시대 남사당의 발상지이자 총본산으로 우리 대중문화의 중심지였다. 안성맞춤 남사당 바우덕이 축제는 전설의 여성 꼭두쇠 바우덕이의 예술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2001년부터 시작됐다. 유네스코 공식자문 협력기구 ‘CIOFF’의 공식축제로 세계적인 공연예술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올해는 ‘조선 최초 여성아이돌 바우덕이, 세계를 잇는 줄을 타다’를 주제로 안성맞춤랜드와 안성천 일원에서 열린다. 흥겨운 남사당공연이 곳곳에서 펼쳐지고 조선 3대 장터였던 옛 안성장터를 재현한다. 해외민속공원과 창작공연 등 풍성한 공연은 물론 버나돌리기와 줄타기 등 재미있는 체험도 즐길 수 있다. ■ 아시아 최고의 만화 축제 ‘부천국제만화축제’ 27회를 맞이하는 부천국제만화축제는 자타공인 아시아 최고의 만화 축제다. 올해는 ‘만화! 더 큰 만남’을 주제로 풍성한 융복합 콘텐츠 프로그램과 신나는 체험을 제공한다. 부천만화대상 수상작 특별전을 시작으로 다양한 만화가 전시되고 ‘엉덩이 탐정’ 등 인기 만화영화 무료상영회가 열린다. 경기국제코스프레챔피언십, 만화&웹툰 원작 창작음악제 등 대형이벤트와 캐리커처 그리기, 아마추어 코스프레, 애니송 콘테스트 등 재미있는 체험행사도 이어진다. 특히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작가와 만남 프로그램과 창의력 넘치는 아티스트들의 굿즈가 가득한 만화 마켓도 인상적이다. ■ 정조대왕의 원대한 꿈 ‘수원화성문화제’ 수원화성은 개혁 군주 정조대왕의 효심과 부국강병의 원대한 꿈이 담겼다. 건축사적 의미도 매우 커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올해로 61회를 맞는 수원화성문화제는 역사의 도시 수원에서 정조대왕과 수원화성에 관련된 다양한 문화예술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대한민국 가을 대표 축제 중 하나다. 특히 행궁광장 특설무대에서 열리는 ‘낙성연:상하동락’과 장조테마공연장의 ‘자궁가교 시즌2’ 등 전통연희 공연이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수원화성 성곽을 걸으며 역사 이야기를 듣는 ‘수원화성, 기억을 걷다’와 ‘정조의 발길따라 나들이’ 등 투어프로그램도 인기가 좋다. ■ 한국와인 광명을 찾다 ‘광명동굴 대한민국 와인 페스티벌’ 전국의 49개 와이너리가 참여하는 한국 대표 와인 축제로 국산 와인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체험이 준비된다. 생과일을 활용한 대규모 와인 제작 퍼포먼스가 펼쳐지고, 가장 이색적인 한국와인 레이블을 선정하는 경연대회도 진행한다. 각 와이너리 부스마다 와인 시음과 구매를 할 수 있으며 와인 족욕, 와인 비누 만들기 등 와인 특화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해마다 150만 명이 방문하는 광명동굴은 우리 근대화의 산업유산이면서 경기도 대표 관광지다. 항상 와인 저장에 알맞은 온도를 유지해서 자연 와인 저장고로 불리며 한국 와인의 성지가 되었다. ■ 화성에서 만개한 효심 ‘정조효문화제’ 정조효문화제는 정조대왕의 사도세자를 향한 효심과 조선 정조 시대의 역사적 가치와 의미를 되새기는 축제다. 아울러 세계문화유산 조선왕릉 중 하나인 융건릉을 특색있는 공연과 체험으로 새롭게 만날 수 있다. 특히 이번 축제부터는 한양에서 융릉까지의 ‘정조대왕의 능행차 공동재현’ 중 화성구간 코스를 동탄신도시부터 정조효공원까지로 변경했다. 더 많은 시민이 참여하고 정조의 을묘원행 의미를 함께 되새기자는 취지다. 야간 행렬 ‘현릉원 천원 재현’ 부자간의 그리운 마음을 담은 ‘군집 드론쇼’ 감사와 존경을 담은 ‘양로연의’ 등 볼거리도 풍성하다. ■ 예술판 세 개의 길 파주 ‘헤이리 판 페스티벌’ 경기도 문화지구 헤이리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종합예술제다. 판(PAN)은 ‘예술의 판을 벌인다’라는 의미로 2024 헤이리 판 페스티벌(파주)의 주제인 ‘세 개의 길 (Peace, Art, Nature)’의 머리글을 담았다. 미술, 음악, 건축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인이 문화예술 활동을 펼치는 헤이리가 추구하는 메시지를 평화, 예술, 자연으로 표현하는 축제이다. 헤이리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개막 공연을 시작으로 야외 영화제, 뮤직페스티벌, 헤이리 아트페어, 헤이리 아트 팝업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된다. 요가 명상 클래스와 러닝 클래스에 참여하고 직거래장터인 햇빛장도 꼭 들리는 것이 좋다. ■ 남양주 인문학의 중심 ‘다산 정약용문화제’ ‘정약용문화제’는 조선의 실학자 정약용 선생의 실사구시 사상과 정신을 현대적으로 계승한 역사·문화·인문 축제다. 매년 정약용 선생의 생가와 묘소, 문화관과 기념관이 있는 남양주의 정약용유적지와 다산생태공원에서 지역주민과 함께 어우러진다. 향을 피우고 잔을 올리는 ‘헌화헌다례’를 시작으로 ‘문예대회’, ‘도전 장원급제’ 등 인문학 프로그램과 각종 문화예술공연이 이어진다. 차문화체험, 정약용 놀이터, 어린이 요가, 실학 체험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다산생태공원에서는 ‘숲속책방’과 ‘책읽는 정원’을 돌아보며 가족과 함께 피크닉을 즐길 수 있다. ■ 매력적인 포천의 가을 ‘포천 산정호수 명성산 억새꽃 축제’ 산정호수의 절경을 감상하며 상쾌한 산행을 즐기고, 광활한 억새 군락을 만날 수 있는 명성산 억새꽃 축제는 매력 넘치는 가을 축제다. 산정호수 상동 주차장과 산정호수 일원에 마련된 메인 축제장에는 호수를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는 ‘무장애 둘레길’과 ‘야간경관 조명’ , ‘음악분수’ 등이 조성되어 있으며, 축제의 대표 프로그램으로는 ‘1년 후에 받는 편지’ , ‘억새게 기분 좋은 날’, ‘억새 인생사진관’, ‘억새밭 프로포즈’, ‘억지 웃음 대회’ 등 총 5개 부문 20여 개 행사가 운영된다. 메인 축제장에서부터 억새꽃이 만발한 명성산 억새 군락지까지는 약 1시간가량 소요된다. ■ 보고, 먹고, 놀고 ‘이천쌀문화축제’ 임금님표 이천 쌀은 가장 좋은 쌀로 취급되고 있다. 쌀의 고장 이천에서는 한국의 쌀 문화와 전통 농경문화를 계승하고 이천 쌀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농경문화 축제인 ‘이천쌀문화축제’를 연다. ‘보고, 먹고, 놀고, 나누고, 더하고’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진행되는 축제에서는 지름 1.6m의 대형 가마솥으로 이천 명 분의 쌀밥을 지어 2,000원에 판매하는 ‘가마솥밥 짓기’와 600m 무지개 가래떡 만들기 등의 행사를 통해 색다른 이천 쌀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 간 직거래장이 열리고 벼 탈곡 체험, 모내기 체험, 짚풀공예 체험, 송편 만들기 등 농사 관련 체험도 즐길 수 있다. ■ 여주 농산물의 재발견 ‘여주오곡나루축제‘ 여주오곡나루축제는 여주의 농·특산품을 홍보하고, 여주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수도권 대표 가을 축제이다. 예로부터 물이 맑고 땅이 비옥해 임금님께 다양한 농·특산물을 진상하던 여주와 옛 나루터 역사를 재현한 축제로, 쌀, 오곡, 고구마, 땅콩 등 우수한 농·특산물을 맛볼 수 있다. 축제장은 나루터 주변 저잣거리를 재현한 나루마당, 다양한 농·특산물 판매 및 민속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오곡마당, 먹거리 장터와 공예 판매장 등이 운영되는 잔치마당으로 구성된다. ‘군고구마 기네스’, ‘가마솥 여주쌀·오곡비빔밥’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축제장 곳곳에서 펼쳐진다.

천만송이 꽃밭서 인생사진... '함께 즐기는 생태공원’ [경기도 가볼만한 곳]

여름과 가을이 교차하는 9월, 아이들부터 성인까지 세대 구분 없이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경기도의 생태공원을 찾아본다. 생태공원은 자연과 유사한 환경 보존을 통해 다양한 동물과 식물의 서식처를 제공한다. 아울러 사람들이 휴식을 즐기며 자연을 접할 수 있는 곁도 내주니 중요하다. 깊은 숲과 넓은 습지를 만나고 도심의 지하철역과 아파트 사이에서 여전히 숨 쉬는 작은 우주를 발견하는 것 자체가 감동이다. ■ 아파트 옆 생태수로 ‘용인 서천레스피아’ 레스피아는 Restoration(복원)과 Utopia(이상향)를 합친 의미다. 다시 물이 맑아지고 자연으로 되돌아가는 이상향을 추구하는 용인시의 생태공원 브랜드로 적합한 이름이다. 기본적으로 재이용시설을 통해 빗물과 하수를 처리하고 생활, 농업, 조경 용도로 활용하는 시설이다. 용인에는 수지레스피아, 상현레스피아, 고메레스피아 등 17개 레스피아가 있는데, 모두 하수처리시설에서 자연 친화적인 휴식공간으로 바뀌어 시민에게 돌아갔다. 그 중 기흥구에 위치한 서천레스피아는 남녀노소 누구나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원이다. 맨발로 걷는 지압 보도와 음이온 황톳길이 있고 어린이 놀이터와 바닥 분수도 있다. 간식과 돗자리만 준비하면 언제라도 집 가까운 곳에서 가족 피크닉을 즐기기 알맞은 곳이다. 사실 이곳은 악취 문제가 심각했었다. 2022년 생태수로 시범사업에 선정되면서 자연친화적인 가족 공원으로 다시 태어났다. 아파트 사이에 있지만 상당히 큰 규모를 자랑하며 공원 전체에 생태수로를 따라 다양한 수경 식물이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혐오시설로 여겨지던 하수처리장이 시민 누구나 편하게 이용하는 친환경시설로 변신해 놀랍다. ■ 도심의 생태 보물 ‘안산갈대습지’ 안산갈대습지는 시화호의 수질 개선을 위해 조성된 국내 최초의 대규모 인공 습지다. 시화호 상류의 지류들이 만나서 이곳의 갈대 사이로 천천히 흐르면서 자연 정화된 후 다시 시화호로 유입되도록 설계됐다. 입구의 생태교를 건너서 갈대습지로 접어들면 우선 생태관을 먼저 둘러보는 것이 좋다. 1층에는 시화호의 역사와 습지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과 함께 이곳에서 서식하는 동물과 식물의 표본이 전시됐다. 2층과 3층에서는 습지 전체와 주변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습지에는 갈대와 수련 등 수생식물과 다양한 야생화가 분포하고 있으며 고라니와 너구리 등 여러 동물이 살아가고 있다. 아울러 곳곳에 조성된 조류 관찰대를 통해 계절마다 찾아오는 수십 종의 철새도 만날 수 있다. 습지 위에 나무로 만든 습지 관찰로를 따라 자세히 살피다 보면 새들이 갈댓잎을 엮어 둥지를 만든 경이로운 장면을 볼 수 있다. 습지 탐방은 생태관에서 ‘새소리 길’을 따라 습지 깊숙이 들어갔다가 기수지역 옆을 지나는 ‘물소리 길’을 따라 생태관으로 돌아오는 코스를 추천한다. 1.4km 거리에 약 1시간가량 소요된다. ■ 천만송이 천일홍 ‘양주 나리농원’ 매년 9월이 되면 양주시가 온통 붉게 물든다. 전국 최대 규모의 천일홍 꽃밭인 나리농원에 천만송이 천일홍이 만발하기 때문이다. 푸른 하늘 아래 끝없이 펼쳐지는 천일홍이 마치 동화 같은 풍경을 연출한다. 천일홍은 꽃이 핀 후 색이 오랫동안 변하지 않아서 그 화려함을 오랫동안 즐길 수 있다. 양주시는 천일홍이 만발하는 시기에 ‘양주 천만송이 천일홍축제’를 연다. 올해는 9월27~29일까지 3일간 나리농원에서 개최한다. 천일홍이 장식용으로 가공하기 좋은 꽃인 만큼 절화 체험, 보존화 작품 체험, 장식물 작품 체험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준비된다. 나리농원은 양주시에서 운영하는 농업 시설로 각종 도농체험과 시민 힐링공간을 제공한다. 특히 다양한 가을꽃이 만발하는 9월과 10월에는 많은 방문객이 찾는 명소다. 천일홍 이외에도 숙근해바라기, 코스모스, 칸나 등 가을꽃은 물론, 핑크뮬리와 팜파스 등 이국적인 식물을 동시에 만날 수 있다. 연인 또는 가족 누구와 방문해도 낭만적인 하루를 보낼 수 있는 가을 최고의 여행지다. ■ 명지산 아래 별빛마을 ‘가평 반딧불이서식생태공원’ 명지산으로 접어드는 한적한 길에 규모는 작지만 다양한 생태를 관찰할 수 있는 공원이 있다. 바로 조종면 상판리의 반딧불이서식생태공원이다. 이 일대는 조종천의 발원지로, 공기 좋고 물 맑은 가평에서도 최고의 청정지역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계절이 달라서 당장 볼 수는 없지만 숲이 우거지고 인적이 드물기에 공원 이름처럼 이곳에 서식하는 반딧불이 수놓는 몽환적인 여름 밤하늘이 그려진다. 공원 앞은 좁은 길이지만 말끔하게 정비됐고 맞은편 벽에 반딧불이 조형물과 벽화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입구의 반딧불이 포토존을 지나 계단을 내려가면 생태공원으로 이어진다. 천천히 산책을 즐기며 다양한 식물을 관찰하고 곳곳에 모여 있는 야생화를 감상할 수 있다. 주차는 공원에서 약 300m 떨어진 귀목계곡 입구의 무료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시원한 귀목계곡에서 짧은 물놀이를 즐겨도 좋고, 징검다리를 건너 아재비고개 방향으로 별바라기둘레길을 걸어도 좋다. 아울러 논남유원지에서 보아귀골로 이어지는 경기둘레길 가평 18코스 구간을 함께 즐기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 복합 생태 테마파크 ‘연천 로하스파크’ 로하스파크는 전통한옥, 농산물생산단지, 생태 습지가 함께 조성된 연천의 테마파크다. 최근 연천 벙커하우스로 주목받는 연천미라클랜드도 이곳에 위치한다. 로하스파크의 생태공원은 계단식 논을 살려서 조성한 생태 습지로 다양한 수생식물과 야생화가 분포됐다. 우선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마치 ‘톰 소여의 모험’에 나온 것 같은 작은 오두막이다. 주차장 입구에 있는 오두막은 나무 위에 지어져 어른들도 당장 올라가고 싶은 충동이 생길 정도다. 아래쪽으로는 넓게 잔디밭이 펼쳐지는데 아이들이 뛰어놀기 좋고, 마치 나무 사이에 평상을 이어서 붙인 것 같은 넓은 나무 놀이터도 이색적이다. 잔디밭에서 ‘습지데크’라고 적힌 작은 표지판을 따라 이동하면 쉽게 습지생태공원으로 연결된다. 나무데크를 따라 천천히 걸으며 습지를 관찰할 수 있는데, 다양한 수생식물과 습지 생태를 경험할 수 있다. 데크를 따라 편안하게 걷는 동안 양쪽에서 울리는 가을 풀벌레 소리가 반갑다. 습지를 벗어난 숲길에는 벌써 이른 낙엽이 쌓이고 있다. 오랜만에 ‘사각사각’ 낙엽 밟는 소리도 좋다. 전체를 돌아봐도 힘들 정도는 아니지만 오두막이나 벤치가 보이면 잠시 앉아보자. 따스한 햇살 속에 가을이 오는 소리가 들릴 것이다. ■ 수도권 최고의 생태공원 ‘부천자연생태공원’ 부천에는 생태 체험은 물론 가족과 함께 나들이하기 좋은 생태공원이 있다. 지하철 7호선 까치울역에서 가까운 부천자연생태공원이다. 이곳은 부천식물원, 자연생태박물관, 농경유물전시관, 부천무릉도원수목원 등 여러 시설이 모여 있는 생태공원으로 계절별 다양한 테마의 생태 여행을 누구나 알차게 즐길 수 있다. 특히 부천식물원은 지하 2층, 지상 2층 규모로 재미있는 식물관, 아열대식물관, 자생식물관 등 5개 테마관과 2개의 식물체험관에 약 300여종의 식물이 전시됐다. 부천무릉도원수목원은 기암절벽과 폭포를 지나면서 넓은 수목원이 펼쳐진다. 코스모스 등 가을꽃이 만발한 꽃밭과 울창한 나무가 이어지는 산책로도 잘 정비됐다. 가장 안쪽의 튼튼유아숲체험원에는 아이들의 심신 발달을 위한 각종 시설과 숲 체험 시설이 준비됐다. 각 시설을 활용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동물원, 부천유물전시관, 피크닉장 등이 함께 있어서 아이들의 현장학습지로도 인기 좋다. 부천자연생태공원은 부천만의 공원을 넘어서 수도권을 대표하는 어린이학습장이자 시민휴식처로 각광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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