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TV 속 드라마를 보면 심심찮게 등장하는 신(Scene)이 있다. 바로 응급실 장면이 그것. 극의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주인공의 생사를 가르는 중요한 시퀀스로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촌각을 다투며 생명을 담보로 하는 열띠고 긴박한 현장을 직접 몸으로 느껴보고 싶은 마음에 지난 2일 덜컥 남양주 오남읍에 위치한 남양주한양병원 지역응급의료센터를 찾아, 일일 응급실 간호사로서 하루를 살아봤다. ■ 본격 업무 준비전 출혈과다 실려온 환자케어 진땀 병원을 찾은 지난 2일 오전 8시, 기자의 일일 체험을 도와줄 15년 경력의 베테랑 응급실 간호사이자 응급코디네이터 역할을 하고 있는 김현희 수간호사(41)와 미팅을 가진 뒤 본격 업무를 시작했다. 출근 후 가장 먼저 하는 것은 전날 있었던 일, 오프(Off) 기간 특이사항과 환자 사항을 체크하는 일이다. 김 수간호사 주관으로 응급실 회의를 통해 공지 및 주요사항을 전달한 뒤 간호와 행정 업무를 병행하는 것으로 하루가 시작됐다. 고객 응대 10가지 체크 리스트를 정독하기도 전 공사현장에서 장비에 머리를 맞아 출혈이 심한 응급환자가 들이닥쳤다. 10여 분간 응급처치 후 담당과에 상황을 전달하고 병동까지 안내하는 일도 벅찼는데 각종 의료물품 준비에 침구정리, 여기저기서 부르는 환자를 응대하는 것까지 혼이 쏙 빠질 지경이었다. ■ 병원간 환자 이송 등 대비 응급 코디도 간호사의 몫 환자 응대 말고도 응급 간호사가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 있다. 또 다른 주요 업무인 응급 코디. 한 마디로 병원 간 정보 교류를 하는 일이다. 병원 간 환자 유치에 대한 경쟁도 피할 순 없지만, 무엇보다 환자를 살리는 게 병원의 주목적인 만큼, 매시간 중앙응급의료센터(NEDIS) 홈페이지에 접속해 뇌출혈, 뇌근경색, 사지접합 수술, 응급내시경 등 병원 간 중증 응급질환 및 병상정보 관리를 체크ㆍ보고하고, 공유한다. 전원(병원 간 환자 이송) 발생 시 어느 병원에서 수용 여부가 가능한지 빠르게 파악해야 하기 때문에 중앙센터와 각 지역응급의료센터는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 환자에게 안정감따뜻함수시로 찾아가 불편 체크 응급실 내 환자를 돌보는 일은 이런저런 업무를 하며, 남는 자투리 시간에 진행됐다. 수시로 찾아가 아픈 데는 없는지, 불편한 점은 없는지 대화하며 호전상태를 체크해 환자에게 안정감을 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어 화재로 인한 화상과 연기흡입으로 실려오는 응급환자에 대한 준비를 미리 하는 등 각종 사건사고와 계절별 질환에 대해 사전준비를 하는 시간도 이어졌다. ■ 만취떼쓰기 환자보호자 민원에 업무 고통 공감 다양한 민원을 상대해야 하는 여느 기관과 마찬가지로 응급실 근무는 녹록지 않다. 하루 평균 60여 명의 응급환자를 일일 근무자 3~4명의 응급간호사가 대처하고 있다. 주말엔 70~80명, 연휴기간엔 120~130여 명이 몰려온다는 게 병원 측의 설명. 이 때문에 끼니를 거르는 일은 일상이 되기도 한다. 환자가 많으면 그만큼 민원도 많은 게 바로 응급실이다. 만취한 채로 난동을 부리는 환자부터, 보호자가 확인되지 않는 환자, 응급실 한복판에서 소변을 보는가 하면, 담배를 피우고 욕설을 내뱉는 환자 등 다양하다. 때로는 술에 취해 간호사를 업소 여성(?)으로 취급하며 성희롱도 서슴지 않는 등 전문직 종사자로서 간호사들에 대한 따뜻한 배려와 병의 경중에 따른 환자와 보호자의 양보문화가 절실했다. ■ 간호사 인식개선애로사항 해결 절실 지난 2003년 수원의 한 병원 응급실에서 빨리 대처해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한 환자가 불을 지르기도 했으며, 2004년에는 서울의 한 병원에서 경비가 만취한 환자에게 폭행을 당해 사망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병원 관계자는 응급의료법 등 정부의 행정적인 개선조치가 절실한 시점이라면서 하지만, 의료법은 제대로 집행되지 않고 있으며, 매 병원 가드를 설치하려면 시설과 인력 등 큰 비용이 소요되는 등의 문제로 진료방해는 풀 수 없는 난제라고 토로했다. 김 수간호사도 전국의 많은 대학에 간호학과가 있고 해마다 수많은 간호사가 배출되고 있지만, 환자들에게 시달리며 3D 직업으로 생각해 이직률이 높은 실정이라며 환자를 내 몸처럼, 가족처럼 생각하며 관심을 두면 그만큼 보람을 느끼게 될 것이라며 애정 어린 조언을 남겼다. 남양주=하지은기자 사진=추상철기자 남양주한양병원은? 정확한 진찰, 친절한 진찰, 확실한 진찰 등 3가지 기치를 내걸고, 남양주를 대표해 최고의 병원을 지향하는 남양주한양병원은 지난 2009년 3월 오남읍 오남리에서 문을 연 종합병원이다. 남양주 지역 최초이자 유일하게 지역응급의료센터가 설치된 병원으로 지역응급의료센터는 일반 병원의 응급실과 달리 정부로부터 공인 지정됐다. 현재 21베드, 330여㎡ 규모에 총 11명(남성 2명여성 9명)의 간호사가 근무하고 있다. 여느 간호사와 마찬가지로 3교대로 근무가 이뤄지며, 365일 24시간 언제나 운영된다. 특히 응급환자의 접수 및 처방을 전산화하고 환자의 효과적이고 신속한 치료를 위해 보다 선진화된 응급의료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를 위해 남양주 한양병원 지역응급의료센터에서는 외과내과계 의료진 등이 24시간 상주하고 있으며, 응급의학과 전문의, 전공의, 응급구조사, 간호사, 원무과 등으로 구성된 응급 의료팀이 환자의 생명을 최우선으로 근무하고 있다.
사회
하지은 기자
2015-03-05 20: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