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현장체험] 출판사 ‘책문’ 기획자

매년 한 해를 시작할 때면 꼭 이루고 싶은 소망을 가슴에 새긴다. 2015년이 시작되던 지난 1월1일 새벽에는 책 100권 읽기를 수첩에 적었다. 계획대로 1월에는 책 몇 권을 읽었다. 작심삼일이라 했던가. 책을 손에 쥐는 시간은 점차 줄었다. 봄이 시작되는 3월이 되니 연초에 세웠던 계획이 다시 머릿속에 맴돈다. 책 만드는 노력을 몸으로 느껴보면 다시 책장이 손에 잡힐까 싶어 얼마 전 알게 된 출판사 책문의 이호준 주간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지난 6일 오전 9시, 책 만드는 게 얼마나 힘든지 느끼게 해주겠다던 이 주간을 만나기 위해 경기도 파주시에 위치한 파주출판도시를 찾았다. 평일이긴 했지만 거리는 지나치게 한산했다. 책을 읽는 인구가 줄어든 탓인지 출판 현장 분위기도 침체된 듯했다. 출판사 앞에 마중나온 이 주간은 회의 중이었다며 다짜고짜 회의실로 이끌었다. 이날은 어떤 내용의 책을 만들지 정하는 1차 기획회의가 열렸다. 함께 자리한 팀원들은 차분하게 자신의 의견을 이어 나가면서 준비한 자료들을 테이블 위에 펼쳤다. 처음에는 웃음도 나오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였지만 서서히 바뀌었다. 회의의 핵심인 어떤 책을 만들어야 사람들이 많이 볼까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지면서 테이블은 사회ㆍ경제ㆍ문화 등 사람들의 관심사에 대한 각종 자료로 넘쳤다. 팀원들의 목소리도 점차 높아졌다. 웃음기는 사라졌고, 날 선 대화와 높은 언성으로 가득했다. 어지러워진 테이블까지 더해지니 현장은 순식간에 전쟁터 분위기로 변했다. 책을 만들기 위한 출발선에 서는 회의였지만 몸 풀 시간은 주어지지 않았다. 좋은 책을 독자에게 많이 보여주기 위해서는 시작부터 치열하게 온 힘을 쏟아 부어야 한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줬다. 이 자리에서 어떤 내용의 책을 만들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회의에서 나온 몇 가지 제안에 대한 자료와 시장 조사를 바탕으로 몇 차례 회의를 더거친 뒤 아이템이 결정된다. 기획 회의에서 나온 아이템을 가장 잘 쓸 수 있는 인물을 선택하는 일도 추후 진행된다. 떠오르는 인물을 추천하고, 그가 쓴 논문이나 책들을 살피는 과정을 거친 뒤 저자를 정한다. 확정된 저자는 본격 집필에 들어가게 된다. 물론 이 과정도 전쟁 같은 회의를 여러 차례 거친다. 2시간 남짓 진행된 회의를 거치고나니 혼이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이 주간은 가볍게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어느새 분위기가 이렇게 달아올라요. 시작할 때 방향을 잘 잡아야 나중에 진행이 잘 되거든요. 뭐든지 시작이 중요해요라고 설명했다. 예상치 못한 분위기에 정신을 붙잡지 못하고 있는데 이 주간은 다른 곳으로 날 이끌었다. 이번에는 마케팅 회의. 기획회의와 시장조사를 통해 만들 책의 방향과 저자가 정해지면 진행되는 단계다. 여기서는 현재 경쟁 상품은 뭔지, 시장동향은 어떤지 등을 살피며 어떤 전략으로 책을 판매할지를 고민한다. 수익과 연결되는 부분이라 회의는 더 치열했다. 신선하면서도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나오면 박수를 치지만, 무난한 의견을 내는 팀원에게는 강한 질책이 쏟아졌다. 멍하게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데 이 주간이 옆에 와 책 하나 만들려면 기획, 마케팅, 디자인 등 회의가 끊임없이 이어져요. 회의하다가 끝나는 느낌일 정도로 책 만드는 과정 중 많은 비중을 차지해요.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에 이렇게 치열해질 수밖에 없죠라고 귀띔했다. 책을 사랑하는 마음이 들 때쯤 이 주간과 함께 다른 장소로 이동했다. 바로 디자인 회의실. 책의 방향과 저자를 결정하고, 수차례 기획, 마케팅 회의를 진행하다보면 저자가 집필을 마치고 원고를 보내오는 시점이 된다. 그러면 저자에게 받은 샘플 원고를 검토하는 윤문 작업에 들어가고, 이 작업까지 마치면 책 디자인 회의가 시작된다. 책의 내용을 가장 잘 담아내고, 독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디자인을 선택하는 작업도 상당히 고되다. 미리 의뢰한 디자인 시안 몇 가지를 놓고 의견을 주고 받는다. 비슷한 디자인의 성공 사례, 그동안의 경험 등을 바탕으로 디자인을 결정한다. 이 디자인 회의도 당연히 여러 차례 진행된다. 동시에 교정ㆍ교열 작업도 시작된다. 저자에게 받은 원고를 눈이 빠지도록 보고, 오타를 찾아내야 한다. 이 과정 역시 서너 차례 반복된다. 책이 만들어지고 난 뒤에는 고칠 수가 없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한 작업이다. 이미지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외부 사진을 써야 하는 경우 사용 허가를 받아야 한다. 대체로 사용 허락을 해주지만 허용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 미리 대신할 사진을 찾아두는 것도 업무의 일부다. 그렇게 네 시간 가까이 회의에만 끌려다녔다. 이 주간은 이어 인쇄소 소부실로 이끌었다. 소부는 인쇄에 들어가기 전 필름에 색을 입히는 과정이다. 인쇄 전 배치가 삐뚤지 않은지, 위치는 잘 맞는지 등 최종확인하는 단계이기도 하다. 이렇게 만들어진 필름으로 책을 만들게 된다. 소부와 인쇄는 주로 외주업체에 맡기지만 출판사에서도 종종 방문한다. 문제가 없는지 잘 진행되는지 체크하는 것도 책 만드는 과정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큰 기계 앞에서 직접 필름도 만져보고, 잉크가 찍히는 전 과정을 지켜봤다. 책을 사랑하는 마음이 생겨나지 않을 수 없었다. 책 한 권이 만들어지는 전 과정을 다 본 건 아니다. 말 그대로 체험만 했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한 권의 책 속에 담기는지는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시간은 어느덧 늦은 오후가 됐지만 파주출판도시의 거리는 여전히 한산했다. 이호준 주간에게 출판 시장이 침체돼서 힘들지 않냐고 물었다. 이 주간은 이렇게 된 건 출판계가 그동안 독자들의 바람을 담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독자들의 관심사는 계속 변하는데 출판계는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거든요. 그래도 최근에는 독자들이 어떤 책을 보고 싶어하는지, 어떤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등에 대해 관심을 쏟고 있어요. 물론 늦었지만 계속 노력하다 보면 다시 좋아지지 않을까요?라고 답했다. 나 역시 그랬으면 한다. 한산한 파주출판도시의 거리가 치열하게 고민하는 직원들로 가득한 건물 속 사무실처럼 사람들로 북적북적한 날도 다시 오지 않을까. 신지원기자 사진=전형민기자

[1일 현장체험] 생사 바뀌는 긴박한 현장...‘골든타임’ 지키는 사람들

가끔 TV 속 드라마를 보면 심심찮게 등장하는 신(Scene)이 있다. 바로 응급실 장면이 그것. 극의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주인공의 생사를 가르는 중요한 시퀀스로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촌각을 다투며 생명을 담보로 하는 열띠고 긴박한 현장을 직접 몸으로 느껴보고 싶은 마음에 지난 2일 덜컥 남양주 오남읍에 위치한 남양주한양병원 지역응급의료센터를 찾아, 일일 응급실 간호사로서 하루를 살아봤다. ■ 본격 업무 준비전 출혈과다 실려온 환자케어 진땀 병원을 찾은 지난 2일 오전 8시, 기자의 일일 체험을 도와줄 15년 경력의 베테랑 응급실 간호사이자 응급코디네이터 역할을 하고 있는 김현희 수간호사(41)와 미팅을 가진 뒤 본격 업무를 시작했다. 출근 후 가장 먼저 하는 것은 전날 있었던 일, 오프(Off) 기간 특이사항과 환자 사항을 체크하는 일이다. 김 수간호사 주관으로 응급실 회의를 통해 공지 및 주요사항을 전달한 뒤 간호와 행정 업무를 병행하는 것으로 하루가 시작됐다. 고객 응대 10가지 체크 리스트를 정독하기도 전 공사현장에서 장비에 머리를 맞아 출혈이 심한 응급환자가 들이닥쳤다. 10여 분간 응급처치 후 담당과에 상황을 전달하고 병동까지 안내하는 일도 벅찼는데 각종 의료물품 준비에 침구정리, 여기저기서 부르는 환자를 응대하는 것까지 혼이 쏙 빠질 지경이었다. ■ 병원간 환자 이송 등 대비 응급 코디도 간호사의 몫 환자 응대 말고도 응급 간호사가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 있다. 또 다른 주요 업무인 응급 코디. 한 마디로 병원 간 정보 교류를 하는 일이다. 병원 간 환자 유치에 대한 경쟁도 피할 순 없지만, 무엇보다 환자를 살리는 게 병원의 주목적인 만큼, 매시간 중앙응급의료센터(NEDIS) 홈페이지에 접속해 뇌출혈, 뇌근경색, 사지접합 수술, 응급내시경 등 병원 간 중증 응급질환 및 병상정보 관리를 체크ㆍ보고하고, 공유한다. 전원(병원 간 환자 이송) 발생 시 어느 병원에서 수용 여부가 가능한지 빠르게 파악해야 하기 때문에 중앙센터와 각 지역응급의료센터는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 환자에게 안정감따뜻함수시로 찾아가 불편 체크 응급실 내 환자를 돌보는 일은 이런저런 업무를 하며, 남는 자투리 시간에 진행됐다. 수시로 찾아가 아픈 데는 없는지, 불편한 점은 없는지 대화하며 호전상태를 체크해 환자에게 안정감을 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어 화재로 인한 화상과 연기흡입으로 실려오는 응급환자에 대한 준비를 미리 하는 등 각종 사건사고와 계절별 질환에 대해 사전준비를 하는 시간도 이어졌다. ■ 만취떼쓰기 환자보호자 민원에 업무 고통 공감 다양한 민원을 상대해야 하는 여느 기관과 마찬가지로 응급실 근무는 녹록지 않다. 하루 평균 60여 명의 응급환자를 일일 근무자 3~4명의 응급간호사가 대처하고 있다. 주말엔 70~80명, 연휴기간엔 120~130여 명이 몰려온다는 게 병원 측의 설명. 이 때문에 끼니를 거르는 일은 일상이 되기도 한다. 환자가 많으면 그만큼 민원도 많은 게 바로 응급실이다. 만취한 채로 난동을 부리는 환자부터, 보호자가 확인되지 않는 환자, 응급실 한복판에서 소변을 보는가 하면, 담배를 피우고 욕설을 내뱉는 환자 등 다양하다. 때로는 술에 취해 간호사를 업소 여성(?)으로 취급하며 성희롱도 서슴지 않는 등 전문직 종사자로서 간호사들에 대한 따뜻한 배려와 병의 경중에 따른 환자와 보호자의 양보문화가 절실했다. ■ 간호사 인식개선애로사항 해결 절실 지난 2003년 수원의 한 병원 응급실에서 빨리 대처해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한 환자가 불을 지르기도 했으며, 2004년에는 서울의 한 병원에서 경비가 만취한 환자에게 폭행을 당해 사망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병원 관계자는 응급의료법 등 정부의 행정적인 개선조치가 절실한 시점이라면서 하지만, 의료법은 제대로 집행되지 않고 있으며, 매 병원 가드를 설치하려면 시설과 인력 등 큰 비용이 소요되는 등의 문제로 진료방해는 풀 수 없는 난제라고 토로했다. 김 수간호사도 전국의 많은 대학에 간호학과가 있고 해마다 수많은 간호사가 배출되고 있지만, 환자들에게 시달리며 3D 직업으로 생각해 이직률이 높은 실정이라며 환자를 내 몸처럼, 가족처럼 생각하며 관심을 두면 그만큼 보람을 느끼게 될 것이라며 애정 어린 조언을 남겼다. 남양주=하지은기자 사진=추상철기자 남양주한양병원은? 정확한 진찰, 친절한 진찰, 확실한 진찰 등 3가지 기치를 내걸고, 남양주를 대표해 최고의 병원을 지향하는 남양주한양병원은 지난 2009년 3월 오남읍 오남리에서 문을 연 종합병원이다. 남양주 지역 최초이자 유일하게 지역응급의료센터가 설치된 병원으로 지역응급의료센터는 일반 병원의 응급실과 달리 정부로부터 공인 지정됐다. 현재 21베드, 330여㎡ 규모에 총 11명(남성 2명여성 9명)의 간호사가 근무하고 있다. 여느 간호사와 마찬가지로 3교대로 근무가 이뤄지며, 365일 24시간 언제나 운영된다. 특히 응급환자의 접수 및 처방을 전산화하고 환자의 효과적이고 신속한 치료를 위해 보다 선진화된 응급의료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를 위해 남양주 한양병원 지역응급의료센터에서는 외과내과계 의료진 등이 24시간 상주하고 있으며, 응급의학과 전문의, 전공의, 응급구조사, 간호사, 원무과 등으로 구성된 응급 의료팀이 환자의 생명을 최우선으로 근무하고 있다.

[1일 현장체험] 광주시 대농바이오영농조합 막걸리 제조공장

50대 이상은 물론이거니와 30~40대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어린 시절 술에 대한 추억 하나씩은 가지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양은 주전자에 술을 받아오라는 어르신들의 심부름 도중 달짝 지근하게 맛있는 맛에 자기도 모르게 홀짝 홀짝 마시다 횡설수설과 더불어 빈 주전자를 건네다 혼난 기억. 술 찌꺼기를 맛나게 먹다 결국 취기가 올라 고생했던 일 등등. 그같은 추억을 선사한 술은 다름아닌 막걸리다. 오랜만에 친구들과 만나 즐거워서 한잔, 회사 생활이 힘들고 경제가 어려워서 한잔, 그만큼 막걸리는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주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전통 술이다. 하지만 최근 막걸리는 수입 맥주와 값싼 와인 등에 밀려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기자는 막걸리의 제조과정을 몸소 체험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 고유의 전통 술 막걸리의 소비를 조금이나마 늘렸으면 하는 바람으로 막걸리 만들기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출입처인 경기도농업기술원에 전화를 걸었다. 도농기원에서 기술을 개발해 이전한 막걸리 제조업체를 소개받고 이튿날 아침 일찍 광주시 퇴촌면 관음리에 있는 대농바이오영농조합을 찾았다. 최미용 도농기원 지원기획과장과 이영수 대변인, 대농바이오에서 생산하는 산삼가득 막걸리를 개발한 이대형 박사도 함께 체험을 하자며 이곳에서 반갑게 기자를 맞이해 줬다. 체험에 앞서 황성헌 대농바이오 대표, 김태훈 이사와 함께 사전 미팅을 했다. 물맑은 광주지역에서 재배하는 6년근 산양산삼에 100% 경기미를 사용하는 막걸리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대농바이오는 원래 새싹채소를 전문으로 하는 유기농 영농조합이었지만 2009년 끈질긴 구애 끝에 도농기원에서 기술을 이전받아 산삼가득 막걸리를 생산하는 양조사업에 발을 내딛게 됐다. 황 대표는 수입쌀은 kg당 700원 가량 하지만 경기미는 2천원이 넘어 단가 맞추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전통주 사업에 사실상 막차를 탄 상황에서 기존 제품들과 똑같은 막걸리로는 승부를 볼 수 없는 만큼 제대로된 막걸리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고 양조사업에 뛰어들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옆에 있던 이대형 박사도 한몫 거든다. 이 박사는 이곳에서 생산하는 산삼가득 막걸리는 마이크로웨이브(고주파)를 이용한 사포닌 함량이 증강된 산양산삼주의 제조방법을 이용한다며 그래서 향이 기존 제품과 비교해 더 강하고 부드러운 맛을 내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미팅을 끝내고 김태훈 이사의 안내를 받아 제조공장으로 가 위생모와 위생복을 착용하고 본격적인 체험에 나섰다. 공장에서 술 제조를 총괄하는 고건주 공장장을 만났다. 막걸리를 만드는 과정은 크게 4가지로 나뉜단다. 덧밥 만들기-담금(발효)과정-여과 제성-병입. 먼저 덧밥 만드는 과정에 들어갔다. 깨끗하게 씻어 불린 경기미 350kg을 들통에서 1시간 가량 져내 고두밥을 만들었다. 그리고 냉각다이로 걷어낸 뒤 열기를 식혀낸다. 그리고 발효실로 보내진 고두밥은 12~15일간 발효과정을 거치게 된다. 수시로 발효통을 저어주지 않으면 발효통 아래까지 잘 섞이지 않아 제대로된 맛이 나지 않는다고 고 공장장은 설명했다. 그래서 열심히 젓고 또 저었다. 한참을 젓고 있는데 퇴촌 토마토 생 막걸리의 맛을 보라며 한 사발 내어 준다. 토마토 향이 강하고 달짝 지근한 게 어린 시절에 맛보던 그 맛이 되살아나는 것 같았다. 한 사발 들이킨 후 술을 맑게 해 주는 제성기를 작동하고, 각 발효통의 온도를 맞추는 방법에 대해 설명을 들은 뒤 온도 맞추기에도 도전해 봤다. 행여나 잘못되면 아까운 경기미와 산양삼이 한 순간에 못쓰는 재료가 될까 걱정이 앞서기도 했다. 고 공장장은 100% 경기미와 6년근 산양삼을 원재료로 쓰기 때문에 제대로된 술이 나올때까지 자식 돌보는 심정으로 지켜볼 수 밖에 없다며 후발 주자인 만큼 맛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목소리 높여 말했다. 그리고 1층 병입실로 자리를 옮겼다. 제대로 발효돼 여과 제성 과정을 거친 막걸리가 플라스틱 병에 담겨 지는 곳이다. 플라스틱 병을 기계에 넣으면 분당 120병의 막걸리가 만들어진다. 기자는 찌그러진 병은 없는 지, 찌거기가 섞어 있지는 않은 지 꼼꼼하게 살피고 또 살폈다. 그리고 박스에 채워진 막걸리들을 차곡차곡 쌓았다. 마지막 남은 박스까지 옮겨 놓자 그제서야 오늘 체험은 끝이 났다. 체험을 마치자 김태훈 이사가 시음실로 우리를 데려갔다. 지난해 우리술 품평회에서 1등을 차지한 전통주 별과 산양산삼 가득 막걸리, 토마토 생 막걸리 등을 조금씩 마시다 보니 취기가 올라왔다. 발효 과정상 내가 만든 술을 맛보는 영광은 얻지 못했지만 뭔가 일을 하나 제대로 끝냈다는 자부심에 어깨가 으쓱해졌다. 황 대표는 체험을 마친 기자에게 올해 목표를 전했다. 지난해 15억원의 매출을 낸 양조 사업을 올해에는 25억원까지 끌어 올리겠다고 강조했다. 일반 소비자들이 모두 산양산삼과 경기미로 만든 술을 손쉽게 맛볼 수 있도록 유통망 관계 사업에도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들어 수입산 맥주와 와인의 소비량이 크게 증가한 것에 비해 전통주는 하락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며 전통주는 우리 농업과 문화가 결합된 복합 주류인 만큼 젊은 사람들이 외국산 주류만 고집하지 말고 전통주 소비에도 적극 동참했으면 좋겠고, 우리도 젊은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제대로된 전통주 만들기에 앞장 서겠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 맛보던 막걸리 맛을 기억에서 꺼내보려 시작한 체험. 늘상 술자리에 나서며 생각 없이 마시던 술의 제조 과정을 직접 체험하면서 술 역시 장인의 손길을 거쳐야 제대로된 술로 재탄생할 수 있구나라는 것을 새삼스레 깨닫게 됐다.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보름 뒤에는 내가 만든 막걸리가 소비자에게 전달될 수 있다는 생각에 뿌듯함이 밀려온다. 오늘 저녁에는 좋은 사람들과 막걸리를 한잔 기울이며 즐거운 추억 하나를 쌓아야 겠다. 김규태기자 사진=전형민기자

[1일 현장체험] 안양 만안보건소 ‘금연구역 점검 및 단속요원’

매년 새해가 되면 사람들이 가장 많이 결심을 하는 것이 있다. 바로 금연이다. 의지를 다지기 위해 어떤 이들은 멀쩡한 담배를 부러뜨리고 쓰레기통으로 버리기도, 또 다른 이들은 가족들 앞에서 금연에 대해 호언장담을 하며 금연 의지를 다진다. 대부분 이같은 각오는 작심삼일에 그치기 일쑤지만 매해 같은 각오를 다지는 것을 보면 담배야말로 반드시 척결(?)해야 할 1순위 대상이다. 특히 올해부터는 담뱃값이 대폭 올라 얇은 주머니 사정 때문에 울며겨자먹기식으로 금연에 나서는 사람들이 어느 때보다 늘어난 상황이다. 건강을 생각해서라도, 돈을 생각해서라도 담배는 백해무익이지만 여전히 거리 곳곳에서 흡연을 일삼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래서 금연 단속 체험도 하고 흡연의지도 꺾어보려는 큰 결심으로 안양시 만안구 박달동에 소재한 만안보건소를 방문, 일일 금연구역 점검 및 단속요원으로 현장에 투입됐다. ■ 본격적인 일일체험 앞서 금연 클리닉부터 노크 지난 10일 오후 1시 만안보건소 2층 금연클리닉. 본격적인 체험을 앞두고 흡연자로서 금연구역 점검에 나선다는 것이 양심에 찔리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한 번도 금연상담을 받아본 적이 없는 터라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는 생각으로 금연 상담을 결심했다. 상담에 앞서 인적사항을 기재하고 질병 유무를 적어 제출한 뒤 상담이 시작됐다. 금연을 결심한 계기가 무엇이냐?, 담배를 언제 가장 피우고 싶냐 등 상담사의 질문에 답변하던 중 갑작스레 상담이 끊겼다. 상담사는 담배를 끊으시려는 의지가 부족한 것 같다며 매주 1차례씩 보건소를 방문해 상담을 받고 경과를 지켜봐야 하는데 그럴 생각은 있냐는 물음에 얼떨결에 네라고 답했다. 상담사로부터 받은 금연패치와 금연에 도움이 된다는 손 지압기 등을 주섬주섬 챙긴 후 이번 단속에 함께할 담당자들과 흡연 민원이 가장 많이 접수된다는 안양시 만안구 안양1동에 소재한 안양역 광장으로 이동했다. ■ 완장 덕(?) 톡톡히 봤지만흡연 제지 산넘어 산 이번 체험을 위해 금연 담당자 김진숙 주무관(48)과 장미효 주무관(32)이 함께해 줘 이동하는 차 안에서 흡연 단속 활동 시 유의해야 할 점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안양역 광장에 내려 금연홍보 어깨띠와 저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붉은 조끼를 착용하기도 전에 50대로 보이는 한 남성이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이려는 모습이 포착됐다. 흡연 현장을 알리기도 전에 베테랑 김 주무관이 어느새 흡연자에게 다가가 금연구역임을 설명하며 흡연 시도를 제지했고 흡연 미수(?)에 그친 남성은 멋쩍은 듯 웃으며 자리를 떠났다. 장 주무관 역시 수많은 유동인구 속에서 흡연을 시도하는 시민들을 찾아 제지하며 금연계도 활동을 벌이는 등 제각각 자신의 할 일에 매진하는 가운데 유독 멀뚱히 서 있기만 하는 기자가 우스워보여 주의를 살피며 제대로 된 역할을 해내려고 노력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20대 남성이 담배를 주머니에서 꺼내는 것을 포착했다. 죄송하지만 금연 구역입니다라고 용기 있게 말했지만 빤히 쳐다보는 남성에 더 이상 할 말은 없고 금연홍보 어깨띠를 슬쩍 가르키며 완장(?)의 힘을 빌려 보건소에서 나왔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흡연을 제지할 수 있었다. ■ 업소 주인의 따가운 눈총에 단속반 속사정 공감 이번엔 보다 본격적인 단속을 위해 장소를 옮겨 안양 1동에 위치한 PC방으로 이동했다. PC방에 들어서자 어깨띠를 두르고 들어오는 불청객(?)들을 반갑게 맞이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흡연 단속을 벌이는 중이라고 설명을 하고 PC방내 흡연이 이뤄지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암묵적으로 뭔가 불만을 표시하는 사장의 시선이 뒷통수를 따끔거리게 했다. 김 주무관과 장 주무관은 PC방 내 금연구역 안내 스티커 부착 및 흡연실 설치 유무, 흡연자 확인 등 구석구석을 살피며 흡연 단속을 벌였고 이를 토대로 공중이용시설 지도 점검표를 작성했다. 꼼꼼한 단속으로 생각보다 시간이 지체되고 질문이 길어지자 결국 사장도 참다못해 불만을 제기했다. 단속 과정에서 손님들의 시선이 단속반에 몰리며 뭔가 문제가 된 현장이라는 인식을 받았기 때문이다. 김 주무관은 흥분한 사장을 상대로 자초지정을 설명한 후 단속을 마무리했다. 기자 생활을 하며 남들에게 환대를 받기보다는 은연중 불청객 취급을 받았던 생각을 하니 왠지 기자와 단속 담당자의 공통점을 발견한 것 같아 헛웃음이 나왔다. ■ 화장실 흡연 여전히 심각 단속홍보 고삐 다음은 최근들어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안양역 지하상가 내 화장실 점검에 나섰다. 역시 현장에 도착했을때 여자 화장실 내 문제가 발생한 상황이었다. 장 주무관이 화장실을 점검한 결과,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간에 흡연이 이뤄져 내부에는 뿌연 연기와 쾌쾌한 냄새가 진동했다. 상가 관계자들은 다른 데 갈 필요 없다, 여기에 서 있으면 과태료 200만 원도 넘게 부과할 수 있다며 평소 흡연 문제의 심각성을 토로했다. 안양역 뒷편 계단 역시 흡연이 공공연하게 이뤄져 민원발생이 끊이지 않은 곳으로 단속을 위해 현장을 방문하자마자 한 군인 남성이 버젓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단속반 등장에 어리둥절한 남성은 이곳이 금연구역이라는 설명을 듣자마자 황급히 담배를 끄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김 주무관은 남성에게 금연시설 현황에 대한 설명 및 금연 클리닉 권유 등 충분한 계도활동을 벌이고 향후 또다시 적발될 경우 과태료 부과 등 처분에 대해 설명했다. 이밖에 역사를 빠져나가며 습관적으로 담뱃불을 붙이려는 남성들을 대상으로 흡연제지 및 계도활동을 벌이느라 계단을 몇 차례 오르락내리락하니 다리가 뻐근할 지경이었다. 김 주무관은 금연구역에서 흡연자에 대해 꼭 과태료 부과만이 목적이 아니다라며 이들에게 금연구역지정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계도활동을 통해 다시금 금연장소에서 흡연을 방지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리저리 분주하게 뛰어다니다 보니 어느덧 오후 6시가 돼 이날의 체험활동을 종료하게 됐다. 체험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 하루 일과를 마칠 때 습관적으로 물었던 담배를 이날만큼은 절제하며 보건소에서 준 손 지압기를 꾹꾹 누르며 금연 의지를 다지니 몸도 마음도 상쾌하게 하루 일과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안양=양휘모기자 사진=전형민기자

[1일 현장체험] 김포시 맞춤제작 가구공장 ㈜RTF

생일과 기념일에 사람들은 선물을 주고 받는다. 선물이 특별하다면 더 한 감동을 받는다. 그리고 그 감동은 여운을 남긴다. 특히 세상에 단 하나 밖에 없는 것이라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가구를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게는 틀이 없고 형식도 없다. 그저 의뢰인이 요구한 대로 만들어줄 뿐이다. 또 그들 손을 거치면 감정과 감동이 덧입혀진다. 그 특별함을 몸으로 체득하고 마음으로 느끼기 위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가구를 만든다는 김포의 ㈜RTF를 찾았다. 지난 29일 아침 일찍 찾은 가구공장은 투박하게 보이는 건물 한 채와 작은 컨테이너 2동으로 논 한 가운데 자리 잡고 있었다. 해가 새벽을 뚫고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즈음 사무실이라고 적힌 컨테이너로 들어가자 유경석 대표가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유 대표는 오늘 아침조회 때 직원들에게 다 이야기 해놨으니까 어서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내 뒤에 있는 관리부장 따라가라고 말했다. 작업복으로 갈아입은 후 다시 만난 관리부장은 우리 회사는 일반 가구 공장이랑은 달라라며 만들고 나면 정말 특이한 물건들이 나와라며 말했다. 자신들이 만드는 가구에 자부심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관리부장은 공장에 들어가기 전에 신고식(?)같은 것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우리가 쓰는 자재는 일반적으로 쓰는 자재가 아냐. 만져보고 한번 봐라고 한 뒤 공장 한 쪽에 엉망으로 쌓여있는 자재들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관리부장은 장도리를 기자 손에 쥐어주고는 자재가 너무 크면 이걸로 부수고 쌓아라고 말한 뒤 공장으로 들어갔다. 공장에 불어오는 바람은 매섭고 차가웠다. 또 손에 쥐여진 장도리도 차가웠다. 하지만 이왕 온 김에 제대로 해봐야지라고 다짐하고 가구를 해체(?)하면서 자재들을 쌓기 시작했다. 작업을 하면서 관리부장의 말이 떠올렸다. 자세히 살펴보았다. 일반 자재와 다르게 문양도 있었고 곡선의 형태를 가진 것도 있었다. 생소했다. 그래서 하나하나 더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관리부장이 일 안하고 뭐해! 일을 하면서 봐야지라고 핀잔했다. 이어 그는 됐고 이제 우리 공장 보여줄게. 신기한 게 많을 거다라고 말했다. 차가워진 몸을 이끌고 공장으로 들어섰다. 공장 안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마치 포탄이 떨어져 먼지가 일어나 시야가 안 보일 정도로 심하게 톱밥가루가 날리고 있었다. 또 공장내부는 기계 돌아가는 소리로 가득 찼다. 공장 한 가운데에는 특이한 모양으로 조립된 가구들이 진열 돼 있었다. 관리부장은 저 가구들 우리가 만들었어. 뭔가 다르지 않아?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가구들이야. 오늘 1일 체험하지만 특별한 가구를 만드니까 너의 하루도 특별함 자체가 될꺼야라고 말했다. 관리부장의 일에 대한 자부심과 열정이 느껴졌다. 이어 조립실로 들어섰다. 직원들 각자 특이한 모양의 가구들을 만들고 있었다. 조립실 팀장은 여기서 다 만들어져. 다 처음 보는 디자인이지?라며 이곳에는 똑같은 게 없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제 넋 그만 놓고 보조를 하면서 전부 들여다 봐라고 말한 뒤 공장 한 켠에 자재가 쌓인 곳으로 안내 했다. 10분가량 설명을 듣고 자재를 도면에 맞게 옮기기 시작했다. 무거운 물건을 나르는데 익숙치 않아서 종종 떨어뜨리고 꾸중도 들었다. 그렇게 서투른 작업을 하면서 다른 직원들이 하는 것을 보았다. 정말 신기했다. 그들의 손에서 가구가 완성되는 과정에 넋을 잃기도 했다. 모 업체에서 주문한 고급 책상을 만들고 있던 한 직원과 대화를 하게 됐다. 그는 자신을 아티스트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그는 바로 앞에서 뚝딱 하나의 가구를 만들어 냈다. 과연 장인이었다. 그리고 이곳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장인인 것을 깨닫는데 얼마 걸리지 않았다. 그들은 땀과 톱밥가루로 얼굴이 누렇게 떴지만 손 기술은 섬세했고 정확했다. 이후 한 직원이 다가와 마스크를 건네며 접착작업하러가요라는 말과 함께 그가 작업하는 곳으로 이끌었다. 접착 작업은 보기에는 쉬웠다. 설계도면대로 잘려진 나무 자재 를 도면에 따라 접착하는 작업이다. 한손에 접착제를 들고 자재들을 이어서 붙였다. 처음에는 순조로웠다. 옆에서 보던 직원이 이건 이렇게 하면 되고 A나무판과 B나무판을 이어붙일 때 틈이 없게 잘 눌러야지 접착이 잘 되요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 설명이 1분도 채 안돼서 실수를 저질렀다. 잘 누르지 못한 탓에 접착제가 잘 붙지 않아 굳어버린 것이다. 옆에 있던 직원은 괜찮다라고 말했지만, 얼굴에는 다시 해야하네라고 써있었다. 그렇게 1시간의 시간은 물 흐르듯 빠르게 흘러갔다. 처음보다는 제법 공장 안이 편해졌다. 하지만 공장 안에 날리는 톱밥가루 등은 여전히 적응하기 힘들었다. 조립실 팀장은 이곳 작업 말고 이제 도장하는 곳 가봐. 그곳 팀장이 너 기다려라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순간 얼마나 더 힘들지 잠깐 생각을 해보았다. 바로 도장하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도장실에 들어서자 콧수염과 턱수염을 멋지게 기른 도장실 팀장과 조우했다. 팀장은 가구 어때 ? 좀 특이하지 않아?라며 우리 회사 사람들 자부심이 정말 남달라. 나도 일하면서 어떨 때는 내가 갖고 싶더라고하면서 호탕하게 웃었다. 이어 시작된 작업 또한 처음 해보기는 마찬가지. 팀장은 몰딩작업의 장인이었다. 몰딩작업은 가구 표면에 틈을 없애는 작업으로 가구의 멋을 정점으로 끌어올려준다. 이음새를 마감하는 마감재의 냄새도 많이 나서 오랜 시간 버티기는 쉽지 않지만 몰딩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꼼꼼함이어서 냄새가 나도 참고 기다리는 것이 필요했다. 잘되지 않았다. 틈을 잘 메우려고 노력해봤지만 손이 따라주지 않았다. 솔직히 당시 배가 고파서 그랬다. 팀장은 손을 떨고 작업 속도가 늦어지자 기술 익히려면 시간 좀 필요하겠네. 밥 먹고 하자라고 말했다. 밥이 잔소리를 피하게 해주었다. 오후 1시부터 작업은 재개됐다. 몰딩 작업을 하려고 발을 옮기던 중 유 대표가 나를 불러 세웠다. 유 대표는 우리 회사를 잠깐 보니까 어때?라고 물었다. 유 대표에게 오전에 느꼈던 직원들의 자부심과 넋 놓고 본 상황을 말했다. 유 대표는 우리가 만드는 가구는 대부분 정말 특별함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에게 가라며 나는 우리 가구를 보고 사람들이 신기해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 달라고 할 때 기쁘기도 하고 도전정신이 생겨라고 말했다. 그는 계속해서 특별함을 설명했다. 그리고 일장 연설(?)이 끝난 후 유 대표는 가구가 만들어 지는 과정은 대략 봤을 테니 이제 실제로 현장에 배달하고 와라고 말했다. 지시에 따라 김포 H 프리미엄 아웃렛으로 향하게 됐다. 잘 포장된 가구들이 옮겨지면서 포장지 사이사이로 가구의 일부가 보였다. 특이했다. 그 한마디면 충분했다. 아웃렛 의류매장으로 옮겨진 이 가구들은 대략 50평이 넘는 규모의 매장에 전시된다. 현장에서 직원들과 최종 조립을 위해 이음새를 볼트로 조이며 2시간 동안 실랑이를 벌였다. 다시 돌아온 공장에서 만난 유 대표는 개인적으로는 더 멋진 디자인의 가구들을 보여주고 싶고 같이 만들었으면 했는데 시간이 너무 짧아서 아쉽다라고 말했다. 또 우리가 특이한 디자인의 가구를 만들고 팔지만 나는 우리를 가구를 파는 사람이라고 하지 않는다.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특별함을 전해주는 사람이라고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작은 가구를 건넨 그는 오늘 일당이야.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것이니 용도는 곰곰이 가면서 생각해봐 그게 특별함이거든이라며 작별인사를 했다. 노곤한 몸을 이끌고 차에 몸을 실었다. 온 몸에 베인 나무자재 냄새가 그리 싫지 않았다. 세상에 단 하나 밖에 없는 특별한 무엇인가를 일당으로 받았기 때문일지 모른다. 그러나 아직까지 일당으로 받은 작은 가구의 정확한 용도(?)는 풀리지 않은 채 숙제로 남아있다. 새삼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그 무엇이라는 의미가 남다르게 다가왔다. 정민훈기자 사진=전형민기자

[1일 현장체험] KBO 심판위원 동계 합동훈련

영동고속도로 이천IC를 통해 장호원 방향으로 10분쯤 달리다 보면 웅장한 복합체육시설이 눈에 들어온다. 총 1천200억원을 투입해 탄생한 LG 스포츠단의 보금자리 LG 챔피언스파크다. 이 시설의 한 쪽에는 프로야구 LG 트윈스의 연습구장이 자리해 있다. LG 선수들이 스프링캠프 훈련을 위해 따뜻한 미국으로 떠난 이 곳에서는 한국야구위원회(KBO) 소속 심판위원들이 동계 훈련캠프를 차리고 선수들 못지않은 뜨거운 열기를 뿜어냈다. 지난 21일 낮 논과 밭에 둘러쌓인 채 고요함이 감도는 이 곳을 찾았을 때 프로야구 심판원들의 쩌렁쩌렁한 기합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심판위원들이 동계 합동훈련을 실시하는 건 프로야구 출범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프로야구 심판 44명 중 미국 심판학교 연수 중인 4명을 제외한 40명이 모두 참가했다. 지난 19일부터 시작돼 이날로 사흘째를 맞이한 이 훈련은 23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란다. 도상훈 KBO 심판위원장은 심판 모두가 개인 체력운동을 꾸준히 해왔지만, 부족한 실전감각을 끌어올리고자 이번 훈련을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훈련 프로그램은 의외로 단순했다. 위치선정 훈련과 피칭머신 훈련이 전부였다. 하지만 강도는 셌다. 한 심판위원은 군대에서 했던 걸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며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지만 기자는 훈련 돌입 전 준비운동만으로도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 준비운동부터 밀려오는 압박감 악~을 이끌어 내라 기자가 훈련에 합류한 시간은 오후 1시10분께. 심판들은 간단한 스트레칭을 마치고 인터벌 트레이닝을 한창 소화하고 있었다. 도 위원장은 경기일보 조성필 기자야. 오늘 심판 훈련이 얼마나 힘든지 체험한다고 하니까. 같이 해보자고라며 기자를 소개했다. 쉽지 않겠다고 직감했다. 얼마나 힘든지라는 말에서 일말의 압박감을 느꼈던 것이다. 사이드 스텝과 러닝으로 본격적으로 1일 심판 동계훈련 체험이 시작됐다. 파이팅 앗 등 우렁찬 기합소리가 여기저기 울렸다. 거친 숨소리도 느껴졌다. 각 프로야구단들이 시즌에 대비해 스프링캠프에서 뿜어내는 훈련장 못지않은 열기였다. 사실 이 같은 열기에 적응하지 못하고 홀로 겉도는 느낌이었다. 훈련 교관을 맡은 윤상원 심판위원은 이를 놓치지 않고 잡아냈다. 그리고는 기자를 위한 특별훈련을 지시했다. 버피 테스트(Burpee testㆍ선 자세에서 손짚고 엎드리기를 반복하는 운동으로 민첩성을 테스트 하는 것)와 선착순 달리기 등 체력훈련을 반복적으로 시켜 악 소리를 이끌어 내려는 의도로 비춰졌다. 선착순 달리기 직후 목소리 크게 내십시오라는 윤 심판위원의 말한마디가 기자의 예상을 확신으로 바꿔 놨다. 준비운동의 마지막 순서는 일명 콜업 훈련이었다. 콜업 훈련은 판정 시 하는 특유의 몸동작과 함께 아웃 세이프 등의 콜을 외치는 것을 말한다. 한 심판위원에게 자세를 간단히 교육받고 기자도 합류했다. 소리를 있는 힘껏 질러보지만, 배에서 나오는 심판들의 목소리 앞에선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약 30분간 진행된 준비운동은 심판 40명이 다 같이 아웃을 외치며 끝이났다. 한숨 돌리려던 차에 윤 심판위원이 말을 건네 왔다. 할 만 하세요? 그랬다. 굵은 땅방울이 이마 곳곳에 송골송골 맺히고 목은 쉴 대로 쉰 상태였지만 아직 본 훈련은 시작도 안했던 것이다. ■ 4개조 나눠 피칭머신 훈련새 스트라이크존 적응기 본 훈련은 4개조로 나뉘어 진행됐다. 피칭머신 훈련은 스트라이크와 볼을 골라내는 훈련이다. 더욱이 2015시즌부터는 프로야구 스트라이크 존이 높은 쪽 존을 공 반개만큼 높이는 형태로 바뀐다고 한다. 지나치게 심화된 타고투저 현상을 완화시키기 위한 변화로, 이로 인해 초점은 바뀐 스트라이크 존 적응에 맞춰져 있었다. 심판들은 구장 한쪽에 피칭 머신 2대를 설치한 뒤 스트라이크 존 높은 쪽 공을 던지게 했다. 새로운 존에 눈을 적응시키는 과정이었다. 경기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심판들이 이 높이가 (스트라이크를 불러주는) 맥심인 것 같다며 젊은 심판들의 적응을 도왔다. 심판들의 존이 제 각각이면 논란을 불러일으키기 십상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서로를 점검하면서 공통의 존을 만들어 가는 것이었다. 기자 차례가 돌아왔다. 공의 속도는 약 65마일(105㎞) 전후. 기자가 감을 못 잡고 연신 고개를 갸우뚱하자 옆에 있던 한 심판위원이 판정을 해야죠라며 핀잔을 준다. 공 10개 정도를 봤을까. 이 심판위원은 답답함을 참지 못하고 그만 하시죠라며 기자를 끌어내렸다. 그리고는 개인과외를 시작했다. 투수가 공을 던지는 순간에 스트라이크와 볼인지는 결정이 됩니다. 포수가 공을 받았을 때는 확인만 하는 거죠. 기자님처럼 하면 실제 경기서 아무 것도 못해요. 투수들이 속구를 뿌리면 140~150㎞에 육박하는데 그에 비하면 지금 공은 초등학생이 던지는 수준이거든요. 앞쪽을 보세요. 그리고 감을 익히는 겁니다. 과외를 받고 다시 자리에 들어서자 판정이 한결 쉬워졌다. 확실히 스트라이크와 볼은 시작점부터 달랐다. 다만 변화구는 얘기가 달랐다. 시작점에선 스트라이크라 생각했던 공이 포수가 받으니 볼로 들어왔다. 이에 대해 조금 전 심판위원에게 조언을 구하자 그는 변화구도 변화구 나름이라며 포크볼은 우리같이 10년 이상 심판생활한 사람도 판정에 어려움을 겪을 때가 많다고 털어놨다. 슬라이더나 커브와 달리 포크볼은 일정한 궤도를 갖고 있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아쉽게도 이날 포크볼을 접할 순 없었다. 포크볼을 제대로 구사할 투수도, 피칭머신도 갖춰져 있지 않은 까닭에서였다. 도 위원장에 따르면 포크볼에 대한 감각은 오는 2월6일부터 팀별로 순차적으로 오키나와, 애리조나, 미야자키 등으로 떠나 현지에서 전지훈련 중인 팀들의 연습경기에 합류해야만 익힐수 있단다. ■ 정확한 판단 위해선 위치선정 훈련도 필수 위치선정 훈련은 심판훈련 중 기본기에 해당한다. 도 위원장은 정확한 판정을 위해선 공과 주자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위치를 찾아 자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물론 실제 경기에선 변수가 존재한다고 한다. 한 심판위원은 위치를 잘 잡았다 생각했지만 막상 아닐 경우가 많다며 이럴 경우는 선수들의 표정을 살피는 등 각자의 노하우를 발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심판들이 직접주자가 되고 수비수가 돼 실전상황을 연출했다. 아웃카운트와 주자 상황에 따른 맞춤 훈련도 진행됐다. 한 심판위원은 선수들처럼 동선이 정해져 있다며 이런 상황에 이렇게 등 각 상황에 맞춰 움직여 재빨리 가장 좋은 자리를 찾아 자리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위치 선정 훈련 때 심판들 사이에선 방송 중계 때 사용되는 카메라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심판들은 판정 시 도움도 되고, 때론 공부도 된다고 하지만 카메라에 절대적으로 의지해선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한편으론 우려 섞인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한 심판위원은 카메라 기술이 발달하면서 비디오 판독이 도입되곤 했는데 이를 남발할 경우 심판들의 권위가 떨어지는 등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2015 프로야구는 kt 위즈의 1군 합류로 사상 처음으로 10개 구단, 팀당 144경기 체재로 이뤄진다. 하루 4경기였던 일정도 5경기로 늘어난다. 그만큼 심판들도 바빠졌다. 이동거리 등을 생각하면 체력적으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도 위원장은 심판들이 체력훈련을 정말 열심히 했다며 나이가 든 심판들도 뒤처지지 않으려고 더욱 철저히 준비해온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2015 프로야구 개막까지 남은 시간은 60여일. 비록 단 하루의 심판 경험이었지만 KBO 심판들의 사상 첫 동계 합동훈련장에서 함께 움직이고 고함을 지르며 느낄 수 있었던 열기가 시즌 중 명판정으로 이어지길 기대하면서 훈련장을 나왔다. 조성필기자 사진=전형민기자

[1일 현장체험] 삼천리이앤이 연탄공장 배달원

새벽 기온이 아침잠을 부르는 14일 새벽 4시. 하루를 시작하기에는 아직 이른 이 시각, 영하의 차가운 날씨 속에서 아침을 열며 분주하게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있다. 여명이 채 밝지도 않은 깜깜한 새벽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삼천리이앤이 연탄공장 앞에는 연탄을 싣기 위해 모여든 수십대의 트럭들이 쉴 새 없이 바쁘게 차고를 드나들었다. 1960년대만 해도 전국 400여곳에 달하던 연탄 공장은 현재 46곳에 불과하다. 서울도 현재 이곳과 금천구 시흥동 단 2곳밖에 남지 않았다. 지난 1968년 1월에 설립된 삼천리이앤이 연탄공장은 현재 직원이 26명으로 한때 60여 명에 달하던 직원 수가 절반가량 줄었다. 다른 공장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라고 한다. 도시가스가 본격적으로 보급됨에 따라 연탄 소비가 갈수록 줄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삼천리 연탄공장에서 겨울철에 찍어내는 연탄만 하루 평균 25만~30만장에 달하며 하루 평균 1백여명의 수송상인이 이곳을 찾는다. 이 연탄은 서울과 경기지역을 비롯해 전국 각지로 배송된다. 경기도 역시 37개의 연탄공장이 있었으나 2000년대 들어 적자에 시달리던 수원 공장 2곳이 문을 닫았고 지난 2013년 4월 파주 금촌동에 위치한 대진산업도 폐업, 현재는 동두천에 있는 (주)동원연탄공장 단 1곳만이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주고 있다. ■ 새벽 4시, 연탄공장을 가득 채운 삶의 열기 삼천리 연탄공장 내부에서는 연탄을 생산하는 기계 소리로 가득찼다. 공장 주변은 새벽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전국 각지에서 연탄을 실어 나르기 위해 수송을 준비하는 차량으로 활기를 띠었다. 연탄을 찍어내는 윤전기는 요란한 굉음을 내며 돌아가고 있었고 수송업 종사자들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그들은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연탄을 차량에 옮겨 싣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김두용 전무는 예전에는 연탄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이제는 예전 같지가 않다며 씁쓸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본격적인 연탄배달 체험을 위해 며칠 전부터 섭외에 나섰지만 녹록지가 않았다. 경력이 많은 소위 연탄 배달의 장인에게 한 수 가르침(?)을 받고 싶었기 때문이다. 장고의 노력 끝에 44년 경력을 가진 베테랑 명연식 사장(62)을 만날 수 있었다. 새하얗게 머리가 센 명 사장은 기자가 인사를 건네자 온화한 미소로 화답했다. 가벼운 인사를 나눈 뒤 곧바로 연탄을 명 사장의 차량에 싣기 시작했다. 차량에 실어야 하는 연탄은 총 1천3백장. 말로만 들어도 수량에 대한 압박감이 밀려왔지만 전날 실어 놓은 2천장을 더해 오전 중에만 3천3백장을 배달해야 했다. 막막함과 걱정을 뒤로 한 채 정신없이 차량에 연탄을 싣다 보니 어느덧 한 시간이 훌쩍 흘렀다. ■ 칭찬은 신입 배달원도 두 장(?) 나르게 한다? 오전 6시. 기자는 드디어 연탄을 실은 차량을 따라 본격적인 배달에 나섰다. 목적지로 향하기 전 명 사장의 농장이 있는 남양주시 진건읍 진관리에 들러 전날 실어놓은 연탄 2천장이 있는 화물 차량으로 이동했다. 이어 2시간을 달려 도착한 곳은 포천시 내촌면 신팔리에 위치한 한약제조공장. 그곳에 전달해야 하는 연탄은 총 1천장. 민폐는 끼치지 말자는 생각으로, 목장갑에 작업복까지 제대로 갖추고 왔지만 추운 날씨 탓에 작업복 위로 점퍼까지 껴입고 연탄을 나르기 시작했다. 트럭 위에 수북이 쌓여 있는 2천장의 연탄이 여전히 위압감으로 다가왔지만 연탄 1천장 쯤이야 금방 옮기지 뭐라는 생각으로 트럭 위에 올라 아래에 있는 명 사장을 향해 연탄을 전달하기 시작했다. 한 장씩 연탄을 던지고 있으니 같이 일을 하시던 아주머니께서 그렇게 해서 어느 세월에 다 옮기느냐며 두 장을 한 번에 던지며 솜씨를 뽐냈다. 밑에서 대기 중이던 명 사장 역시 이를 능숙하게 받아 정확한 각도로 차곡차곡 쌓아 올리며 찰떡궁합을 과시했다. 제대로 해보자는 마음에 다시 도전했다. 두 장을 집어 명 사장에게 던지듯이 어설프게 전달했고 명 사장은 특유의 미소를 보이며 처음 하는 거치고는 잘하네. 그렇게 하면 되는 거야라고 칭찬을 건넸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했던가. 명 사장의 칭찬 한마디에 손은 더욱 바빠지기 시작했다. 연탄을 전달한 지 10여분이 지나자 작업복 위에 걸치고 있던 두꺼운 점퍼가 거추장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점퍼를 벗고 팔을 걷어붙였다. 혹시나 실수로 연탄을 떨어뜨리지는 않을까 목장갑을 낀 손으로 연탄을 강하게 잡아 전달하고 있자니 손바닥이 저려왔다. 그래도 연탄이 깨지는 것보다는 손바닥의 통증을 참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에 집중했다. 익숙치 않은 노동으로 어느덧 허리가 저려오기 시작했고 반복적으로 허리를 숙여봤지만 별 도움은 안됐다. 잠시 쉬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무렵, 같이 일하던 아주머니가 진짜 연탄 배달 처음 하는 것 맞느냐고 물었다. 계속되는 칭찬에 속도를 올려 연탄을 두 장씩 던지는데, 명 사장이 이제 여긴 됐다며 1천장의 연탄이 가지런히 쌓인 곳으로 기자를 데려갔다. ■ 40~50년전 연탄공장 전성기를 추억하며 오전 9시께.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에 앞서 아침을 먹기 위해 한 내장탕 집에 들렀다. 명 사장은 아침을 먹으며 연탄사용 전성기를 추억했다. 예전에는 신이문역부터 석계역까지 전부 다 연탄공장이었다. 그 많던 연탄 공장이 하나 둘 사라져 가는 걸 지켜보며 마음이 너무 아팠다고 말하는 명 사장의 눈에는 그 오랜 시간 연탄 배달을 하며 서민의 곁을 지켜온 세월의 깊이가 느껴졌다. 이어 그는 요즘 세대에게는 생소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명 사장은 예전에는 삼륜차라고 있었는데 차량 안에 히터가 없었다고 말했다. 겨울에 추워서 운전을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요즘 젊은 친구들은 믿지 못하겠지만 차량 안에 연탄을 놓고 다녔다. 그래서 창문을 닫으면 가스 때문에 숨이 막히고 창문을 열면 추워서 운전을 할 수가 없었다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 연탄집게 든 사나이 1천장 안전 배달 이상무 오전 10시. 아침을 먹고 도착한 곳은 남양주시 진전읍 내각리에 위치한 한 금속 공장. 이곳에 남은 1천장을 전달해야 했다. 아침밥도 든든하게 먹은데다 한번 해봤으니 더욱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명 사장이 긴 집게를 손에 쥐여 줬다. 아까와 달리 이곳은 연탄을 창고 안에 둬야 하기 때문에 트럭 위 연탄을 집게로 집어 연탄저장 창고까지 날라야 한다는 것이다. 연탄집게를 이용해 연탄을 집으니 양손에 8장의 연탄이 집어졌다. 별생각 없이 8장의 연탄을 들어 올리는 순간 그 무게감에 다소 주춤거렸다. 평균 무게가 3.3kg~3.7kg인 연탄 8장을 집게로 집어 창고까지 이동하고 있자니 이내 이마 위에 땀방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트럭 위에 가득 쌓여 있는 1천장의 연탄이 야속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그러다가 내일 몸살 걸리는 것 아니냐. 너무 무리 하지마라는 명 사장과 아주머니의 말에 한 장이라도 더 옮겨야겠다는 오기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 시간. 트럭 위에 가득 차 있던 1천장의 연탄이 마침내 전부 비워졌다. 숨돌릴 틈도 없이 연탄을 보충하기 위해 새벽에 동대문구 이문동 삼천리 연탄공장에서 실어 온 연탄이 있는 명 사장의 농장으로 다시 갔다. 그 곳에서 남은 1천3백장의 연탄을 싣고 비좁은 주택가 골목길 사이사이를 통과해 남양주시 진전읍 부평리에 위치한 L씨(여ㆍ66) 집에 도착한 시간은 낮 12시30분. 명 사장은 생활보호대상자인 L씨에게 전달되는 연탄은 자원봉사단체에서 후원해 기증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동기가 생겼다. 차 한 대도 지나기 힘든 좁은 골목길에 자리한 그곳에 600장의 연탄을 전달하고 돌아설 때 L씨는 연신 고맙다는 말을 되풀이하며 우리가 멀어지는 그 순간까지 자리를 지키고 서 있었다. ■ 우리 이웃에 따뜻함 전달하는 많은 분들께 감사 오후 1시30분 인근에 위치한 진전읍 진건리를 들려 남은 700장을 마저 옮기고 보니 시간은 어느덧 오후 2시30분. 이제 오늘의 일과는 끝난 것이냐는 질문에 명 사장은 웃으며 끝나기는. 하루 평균 1만장을 옮긴다. 이제 반도 안 옮겼는데라고 너털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더 돕고 싶지만 회사로 복귀를 해야 하기에 가보겠다고 인사하자 명 사장은 정말 고생 많았다며 비타민 음료 한 병을 건넸다. 회사로 돌아가기 위해 운전대를 잡은 손을 보니 언제 묻었는지 모를 연탄의 검댕이가 가득했다. 우리는 목장갑 안 껴요. 끼나 마나거든. 고무장갑을 껴야 해라던 아주머니의 말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 또 짧은 시간이었지만 따뜻함을 함께 전달할 수 있었던 명 사장의 미소가 머릿속에 맴돌았다. 김두영기자 사진=전형민기자

[1일 현장체험] 부천소방서 구조대원

어릴 적 꿈은 자주 바뀐다. 직종도 대통령, 과학자, 의사, 판사, 경찰, 소방관 등 다양하다. 나도 한때 소방관을 꿈꾼 적이 있다. 물론, 어렸을 때 한순간이었지만 동네에 큰불이 났을 때 소방관이 불을 끄는 모습을 보며 멋있다고 동경했던 것 같다. 하지만, 어린 나이였지만 본능(?)적으로 어렵고 힘든 소방관의 꿈은 일찍 접었다. 그 후 30여 년이 지나 소방관을 꿈꿨던 아이가 어릴 적 꿈을 이룰 기회가 생겼다. 초등학교 소풍 가기 전날처럼 설렘에 잠을 뒤척이다 새벽 일찍 잠에서 깨 소방관 현장체험에 나섰다. 솔직히 장비를 착용하고 멋있게 불을 끄는 체험을 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화재현장의 위험성이나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아 소방관 업무 중 구조대에서 현장체험을 하기로 했다. 소방조직의 업무 분담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무지로 인해 9시간에 걸친 진한(?) 구조대 소방관 체험기를 지금부터 공개한다. ■ 심폐소생술 무식자기계치서 우등생으로 거듭 1일 현장체험을 위해 최근 부천소방서에 오전 8시30분께 도착했다. 애초 계획은 아침 교대점검부터 체험해야 하지만 이날 아침 화재가 발생해 교대점검은 건너뛰고 심폐소생술과 제세동기 사용법 교육을 받았다. 심폐소생술 교육을 맡은 부천소방서 조은혜 소방교는 심폐소생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위치와 속도, 누르는 깊이라고 강조했다. 누르는 위치는 젖꼭지 사이 한가운데이며 압박 속도는 분당 100회 이상, 깊이는 5㎝ 이상 압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나는 심장이 멈췄기 때문에 심장이 있는 왼쪽을 압박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만약 교육을 받지 않고 실제 현장에서 왼쪽을 압박했다면 갈비뼈가 부러져 장기손상을 줄 수도 있어 압박 위치는 매우 중요했다. 심폐소생술을 마치자 기계에서 기자의 심폐소생술 성적표가 나왔다. 평균깊이 5.9㎝, 평균압박속도 105회(분당), 정확도 97%. 성적표를 본 조 소방교의 칭찬에 우쭐한 것도 잠시 제세동기 교육에 긴장했다. 기계치까지는 아니지만, 기계를 다루는데 서툴러 심폐소생술 우등생 이미지가 사라질까 염려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세동기 장치에 부착된 두 장의 패치를 왼쪽과 오른쪽 가슴에 한 장씩 붙이고 기계 전원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환자의 심박 수를 체크하고 판독, 안내멘트에 따라 번개모양의 버튼을 누르는게 전부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수평수직레펠 훈련 중 사이렌긴장된 첫 출동 기본응급처치 교육을 받은 후 본격적인 체험을 위해 오전 11시 구조대로 배속됐다. 소방서는 크게 화재진압대, 구급대, 구조대로 나뉜다. 화재진압대는 불이 났을 때 주로 불을 끄는 것을 주 임무로 하고 있으며 구급대는 신속히 출동해 응급처치하며 병원으로 후송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기자가 배속된 구조대는 주로 사건사고 현장에서 인명을 구출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여기서부터 고난이 시작됐다. 화재진압대를 피하고자 선택한 구조대는 인명구조와 화재진압, 생활민원까지 처리해야 했기 때문이다. 구조대에 배치된 기자는 부천소방서 이은오 구조대장이 속한 2팀(구본학 소방장, 이재호 소방교, 지창민 소방사)과 함께 훈련을 시작했다. 특전사 출신으로 특채로 임용된 지창민 대원의 수평수직 레펠 시범 후 기자가 훈련을 위해 자리를 옮기자 갑자기 사이렌 소리가 울렸다. 오전 11시36분, 역사적인 첫 출동이었다. 요란한 사이렌 소리를 울리며 구조대 차량이 소방서를 나서자 묘한 기분과 함께 흥분됐다. 출동하며 신고 내용을 확인했다. 신고 내용은 중동의 한 건물 창틀 난간에 사람이 있다는 것이었다. 자살기도자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해졌다. 4분여 만에 현장에 도착한 구조대는 신속히 건물로 올라갔다. 다행히 자살기도자는 아니었지만 좁은 창틀 사이에서 청소하다 창문이 닫힌 사고로 다친 곳 없이 무사히 구조에 성공했다. ■ 무게 25㎏ 방화복장비 갖추고 화재진압 특명 점심 시간이 끝나자마자 바로 오후 훈련인 화재 인명구조 훈련이 이어졌다. 화재 인명구조 훈련은 방화복을 입는 것부터가 훈련이었다. 대원들은 화재 출동 시 좁은 차량 안에서 5분 이내 옷을 입지만 초보 구조대원인 기자에게는 차량 밖에서 입을 수 있는 특혜(?)가 주어졌다. 섭씨 500도까지 버틸 수 있게 만들어진 방화복을 입고 공기호흡 세트 등 장비를 착용한 무게는 25㎏. 훈련을 위해 장비와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에서 옥상에 마련된 훈련장으로 이동했다. 마스크를 쓴 상태에서 5층 높이의 옥상에 도착하자 숨이 턱 밑까지 차올랐다. 하지만 40여 분의 훈련시간이 지나자 사이렌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구조대장은 화재신고니까 방화복 입은 그대로 출동하면 된다고 말하며 신속히 출동차량에 탑승할 것을 지시했다. 구조대장은 안전상 화재현장에는 들어오지 말라며 대원들과 화재가 발생한 주택 내부로 들어갔다. 잠시 후 불길이 순식간에 번지며 샌드위치 패널로 된 지붕 위로 불길이 올라오며 연기가 심해지자 시커먼 연기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매캐한 연기를 한 모금 들이마시자 숨을 쉬기도 어렵고 기침도 나왔다. 그때 어디선가 기자를 부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한 소방관이 나를 부르며 장비를 가져다 달라고 했다. 방화복에 장비까지 풀세팅하고 서 있는 내가 아마도 소방관인 줄 알았던 모양이다. 하지만 무슨 장비인지, 어디서 가져와야 하는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어쩔 줄 몰라 서 있는 기자를 뒤로한 채 다른 소방관이 장비를 챙겨 위기를 모면했다. 이후에도 사이렌은 멈출 줄 몰랐고 그때마다 허둥지둥 기자는 온갖 구조현장을 누비는 행운(?)을 안았다. ■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의 필요성 공감 9시간의 체험을 마치며 이은오 구조대장에게 소방관으로서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이에 이 대장은 지방직인 소방공무원의 신분을 국가직으로 바꾸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현재 장비, 인원 등 소방공무원들의 처우는 지방재정에 따라 다르다. 소방 서비스는 모든 국민에게 보편적인 서비스로 지역별 편차가 없어야 하지만 현실은 지방재정에 따라 지역별 편차가 있기 때문에 그것을 줄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지방재정이 좋은 곳에서 사고를 당하면 살 수 있지만 지방재정이 좋지 못한 곳에서 사고를 당하면 죽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소방관 체험을 하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하게 되는 하루였다. 모든 공무원들이 국민을 위해 일 하지만 소방관처럼 타인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걸고 일하진 않는다. 재해현장에서 밤낮없이 뛰는 소방관들이 새삼 위대하게 느껴지는 하루다. 부천=윤승재기자 사진=전형민기자

[1일 현장체험] 광주 완구 전문판매점 ‘한토이’ 열정사원

12월이다. 연말연시, 한 해를 정리하고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는 달이다. 전에는 연말은 가족과 함께라는 말을 들으면 무슨 소리, 연말은 친구들과 함께 불태워야지라고 했는데, 이제는 그 말을 조금은 알 것 같다. 요즘 들어서는 어떻게 하면 아이들과 좋은 추억을 쌓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된다. 이는 자연스레 아이들 선물은 뭘 하지?로 이어졌고, 거리 곳곳 크리스마스트리 밑에 쌓여 있는 모형 선물 꾸러미들은 1일 체험의 소재를 떠올리게 했다. 아이들의 크리스마스 선물, 그 선물을 파는 완구점 점원으로 하루를 보내기로 결정하고 광주시 오포읍에 위치한 완구 전문 판매점 한토이를 찾았다. 한토이는 35년간 한우물을 파며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전국 최대 규모의 장난감 할인매장과 쇼핑몰을 결합한 차별화된 판매 전략을 구축, 새로운 쇼핑문화를 선도해 나가고 있다. 아울러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몸소 나눔을 실천해오고 있는 기업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크리스마스 앞두고 완구 쇼핑객 밀물 개점시간에 맞춰 출근하라는 이야기를 듣고 도착한 시간이 오전 10시. 매장은 이미 잘 정돈된 상태로 영업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있어서인지 이른 시간임에도 매장안으로 들어오는 손님들의 모습도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다. 회의실에서는 홍성환대표와 직원들이 막 회의를 시작하고 있었다. 이날 회의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히트 상품으로 떠오르며 품귀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파워레인저 수급 대책에 대한 논의로 진행됐다. 먼저 확보한 물량에 대한 보고와 함께 전국 4개 지점과 각 지역 거래처의 출고 계획에 대한 보고가 이뤄졌다. 이어 하루 앞으로 다가온 파워레인저 판매 방법에 대한 의견교환에 이어 홍 대표의 최종 지시가 내려졌다. 홍 대표는 전년 대비 물량이 부족한 수준은 아니지만 해당 제품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며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추가 물량 확보가 어려운 만큼 비구매로 실망한 고객들에게 최대한 친절하게 응대하라고 주문했다. 이어 한꺼번에 손님들이 몰려 다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니 예방 차원에서 해당 제품 구매를 희망하는 고객들에게는 번호표를 나눠 주고 새벽부터 기다리는 고객을 위해 인근 커피숍 등에 협조를 구해 고객들이 추위에 떠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회의를 마치고 홍 대표의 안내에 따라 1층(유아용품), 2층 토들러(작동, 교육완구), 3층(승용, 발육) 매장을 둘러본 후에 제품들이 보관돼 있는 창고에서 전반적인 제품 판매에 대한 흐름을 들었다. 매장에서 취급하는 완구의 가짓수가 1만여점에 이른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란 것도 잠시, 2층 매장을 담당하고 있는 고대영(26) 주임으로부터 2층에 진열된 제품의 구성과 업무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듣고 제품 진열 작업에 즉시 투입됐다. 선반에 진열된 제품이 빠지면 바로 채워 넣는 단순 작업이지만 그만큼 세심한 주의도 필요한 작업이다. 제품의 내용물이 보이도록 전면으로 진열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아이들이 만졌을 때 뒤에 있는 제품이 앞으로 쏠려 쓰러지지 않도록 세워서 진열해야 한다. 아이들이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제품 진열을 하면서도 손님들의 통행에 방해가 돼서는 안 된다. 신속하게 진열하고 정돈을 마무리해야 한다. 고 주임은 손님이 물건을 찾을 때는 이미 늦은 것이다며 찾기 전에 항상 제품은 채워져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열심히 설명을 들으며 제품 진열을 하는 사이 노부부가 다가와 파워레인저를 찾는다. 회의를 통해 내일 판매를 시작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터라 상황을 설명했지만 노부부는 손자에게 줄 선물이라 오늘 꼭 사야 한다고 사정을 한다. 제대로 된 대응을 못하고 어물쩍 하는 사이 홍 대표가 다가와 친절하게 설명하자 그들은 납득하는 듯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파워레인저는 매장 개점과 동시에 한 시간도 되기 전에 동이 났고, 노부부 역시 손자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했다고 한다. ■ 계산은 아무나 하나? 바코드 찾느라 허둥지둥 다음으로 유아동 제품과 각종 A/S, 제품조립, 고객들이 고른 제품을 계산하는 1층 매장으로 이동했다. 우선 계산대로 이동해 설명을 들었다. 계산대 위 바닥에는 자동 스캐너가 설치돼 있고, 그 옆으로는 손으로 찍는 수동 스캐너와 돈 통이 자리하고 있다. 일반 마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지만, 물건을 사는 것과 계산을 하는 것은 천지차이다. 우선 바코드를 찾는 것조차도 일이다. 물건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바코드를 찾아야 하는데 물건마다 달라 한참을 헤매고 나서야 바코드를 찾을 수 있었다. 숙련자들도 바쁠 때는 옆에 설치돼 있는 수동 스캐너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른 시간이라 손님들이 많지는 않았지만 몇 안 되는 손님을 상대하며 혼이 나간 것 같은 느낌이다. 이어 바로 옆 A/S코너로 자리를 옮겼다. 고객이 구매한 제품의 하자가 발생했을 시 수리를 하는 곳으로 부품 및 고객 부주의로 발생한 하자 이외의 모든 수리는 무상으로 처리한다. 마침 담당 직원이 유아용 미니쿠페 차량 손잡이 밸런스가 맞질 않는다며 A/S를 의뢰하는 고객을 응대하고 있었다. 담당 직원은 최대한 친절하게 미니쿠페의 경우 가끔 밸런스 불량이 나오고 있다고 사과의 말을 전하고 그 자리에서 교환 결정을 내렸다. 해당 고객은 뭔가 불만을 표시하려고 했던 모습이었으나, 담당 직원의 신속한 응대에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다음으로 이동한 곳이 매장에서 100여m 거리에 있는 물류 창고. 제품의 분류와 입ㆍ출고가 이뤄지는 곳이다. 25년째 이곳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이강신(44) 물류 총괄부장에게서 지게차 조작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작업에 들어갔다.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박스들 사이에서 많은 양이 필요한 제품은 지게차를 이용해 1t트럭으로 옮겨 싣는다. 양이 작은 것은 직접 손으로 옮긴다. 급할 때는 박스를 손으로 들고 매장까지 뛰어갈 때도 있다. 이날 낮 체감온도는 영하 7도였지만 날씨와 상관없이 매장에 제품이 없어 손님들이 불편함을 겪지 않도록 상시 제품을 날라야 한다. 이 같은 일은 하루에도 여러 번 반복된다. ■ 35년 외길 홍성환 대표 국내 제조가뭄 안타까워 이어서 이 부장을 따라 통신판매를 위한 작업실로 이동했다. 인터넷을 통해 주문된 물건들을 비닐로 포장하고 테이핑과 라벨지 부착 후 발송 준비를 마치면 택배차가 와서 물건들을 실어간다. 익일 배송이 원칙으로 담당 직원은 컴퓨터 앞을 떠나지 않고 주문을 체크한다. 이 부장의 시범 뒤 바로 포장 작업에 들어갔다. 단순히 제품 박스를 비닐봉지에 넣으면 되는 일인데 이마저도 쉽지 않다. 요령이 필요한 부분이다. 제품 박스를 세워 위에서부터 아래로 봉지를 씌우고, 봉지 안에는 약간의 공기를 남겨놓고 밀봉하는 것이 포인트다. 이 과정에서 봉지가 찢어지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도 필요하다. 봉지안에 약간의 공기가 남아 있으면 타 제품과의 마찰에 의한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부장은 간혹 배송지연이나 하자로 인한 고객불만을 접하곤 하는데 그럴 때는 퀵서비스를 이용해서라도 불편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참 동안 작업을 진행하다 보니 어느새 입구는 발송할 제품들로 가득 찼다. 홍 대표는 35년간 이 사업을 이어 오고 있지만 요즘처럼 어느 한 제품에 대한 인기가 상승하면 비싼 가격에 되파는 행위들을 보면 불편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70~80년대만 해도 대한민국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해오던 가발과 완구 제조산업이 무너지고, 결국 국내 제조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으로 바뀌며 제품의 금액 낮추기가 어려워진 현실이 아쉽다고 전했다. 이어 홍 대표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완구를 최대한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는 고객 최우선주의를 실현해 나가겠다며 받은 만큼 돌려주기 위한 사회 환원사업 역시 게을리하지 않을 계획임을 밝혔다. 매장을 나오면서 며칠 앞으로 다가온 크리스마스에는 세상 모든 아이들이 좋아하는 선물을 받고 즐거워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광주=한상훈기자 사진=추상철기자

[1일 현장체험] 경기도 무형문화재 승무·살풀이 전수조교

전력질주한 것도 아닌데 숨이 턱끝까지 차오른다. 얼굴은 빨개지고 손과 발은 내 몸이 아닌 냥 따로 움직인다. 어찌 할 바를 모르겠다. 검은 눈동자를 사방으로 굴리는 그 순간, 차분한 음성의 말이 나를 잡는다. 류 기자님, 마음부터 정결히 하세요.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지난 2일 수원에 자리잡은 무형문화재전수회관 지하 1층. 경기도 무형 문화재 제8호로 지정된 승무와 살풀이 춤 예능 보유자인 송악(松岳) 김복련씨의 연습장이자 전수 및 이수 공간이다. 전수회관은 무형 문화재 보존과 발전을 위해 2004년에 설립, 무형 문화재 공연과 전시ㆍ교육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꼭 11년 전 어느 봄날, 이 곳을 홀로 찾아간 적이 있었다. 문화부 기자 생활을 시작하면서 우리의 춤에 매료돼 제대로 배워보고 싶다는 호기(豪氣)로. 하지만 당시 하얀 버선 두어번 신어보고, 손 한 번 제대로 뻗어보지 못한 채 포기했었다. 빨리빨리가 더 편했던 20대의 나는, 천천히 호흡하며 손끝까지 정신을 집중해 겨우 손가락 한 마디만큼 발 내딛는 몸짓에 쉽게 적응하기 어려웠던 탓이다. 흐른 시간만큼 당시 실패의 기억은 망각한 채 취재를 핑계로 재도전에 나섰다. 김복련씨를 비롯한 춤꾼들이 보여준 승무와 살풀이의 묘한 끌림을 제대로 맛보고 싶었다. 그러나, 아뿔싸! 전수회관 연습실에 들어서자 참패의 감각이 되살아났다. 다른 것을 체험해볼껄이라는 뒤늦은 후회감도 들었다. 전면에 거울이 부착된 연습실이나 등을 보인 채 경기도 무형 문화재 제 8호 승무ㆍ살풀이를 추는 신현숙 전수조교의 위엄이 여전했기 때문이다. 승무와 살풀이춤은 고(故) 운학(雲鶴) 이동안 선생이 전수한 화성재인청류의 춤으로, 1991년 무형문화재로 지정돼 옥당 정경파 선생에 이어 송악 김복련 선생이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화성재인청은 화성에 만들어진 가무악(歌舞樂)을 관장하는 기관으로, 예인을 통솔하고 양성했던 곳이다. 여기서 잠깐, 화성재인청을 통해 전승된 승무와 살풀이춤을 알아보자. 경기도무형문화재 제8호 승무는 불교의식에서 승려가 추는 춤이 아니라, 민간연향(民間宴享)에서 무원(舞員)이 흰 장삼을 입고 붉은 띠의 가사를 매고 흰 고깔을 쓰고 추는 춤을 가리킨다. 북놀이과장을 끝내고 고깔과 장삼을 벗어 북에 걸친 후 떠나는 아쉬움을 표현하는 대목이 다른 류의 승무와 구별되는 지점이다. 살풀이춤은 흰 수건 두 개로 태극무늬를 그리며 우리나라 특유의 한과 슬픔을 표현한다. 화성재인청류 살풀이춤은 토속적이고 민속적인 서민무용으로 계승 전파된 춤으로 설명된다. 이처럼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춤을 추던 중 기자를 본 신현숙 전수조교는 움추린 기자를 한 가운데로 불러 세웠다. 앞서 전화로 승무 살풀이 전수 조교의 하루를 취재하겠다고 약속, 기자를 기다렸던 모양이다. 인사를 건네려 다가서자 첫 마디가 머리는 묶어 올려야겠죠다. 여부가 있을까. 머리를 하나로 모아 묶어 올리며 주변을 둘러보니, 연습실에 있던 10여 명의 여인 모두 긴 치마를 입고 곱게 빗어 넘긴 머리가, 단정 그 자체다. 이들은 10년 이상 승무와 살풀이 등 화성재인청류 춤을 배우고 공연하며 보존하는 전수조교와 이수자 춤꾼들이다. 맨앞에 서서 춤을 추고 구음을 선창하는 등 연습을 진두지휘하는 신 조교는 김복련 선생의 맏딸이자 승무 살풀이 전수조교다. 현재 박사과정을 밟으며 전통예술의 보전과 대중화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는 것은 세대를 거쳐 깊이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전수조교로서 이 춤을 올곧게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활동하지만, 중요성을 알고 있는 사람이나 지원하는 곳(기관과 정책)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승무와 살풀이가 그러하듯, 그것을 보존 계승하는 전수조교도 익숙한 직업은 아니다. 그래서 들여다 본 그의 하루 중 가장 중요한 일은 연구와 전승이었다. 이날도 오전 10시부터 이수자와 일반인을 대상으로 쉼없이 승무와 살풀이를 비롯한 화성재인청류 춤과 음악을 가르치고 있었다. 하지만 기자에게 가장 먼저 가르쳐 준 것은 춤 동작도 구음도 아닌, 옷입기였다. 눈인사를 마친 후 신 조교는 흰 버선을 건네고 기자의 몸에 검은 치마를 단단히 묶으며 말했다. 버선을 신고 속바지를 입고 치마와 저고리를 갖춰 입는 것, 단정하게 하는 것이 춤의 첫 번째에요. 자신의 정신세계로 빠지는 길을 내는 거죠. 그래야 정신세계를 마음껏 몸으로 표출할 수 있어요. 자, 이제 여기에 서서 따라해보세요. 이내 등돌리고 선 신 조교는 이수자들과 함께 동작을 따라해보라고 지시했다. 하~아나, 두~울, 세~엣, 네~엣을 천천히 내뱉으며 버선발 끝을 내밀고 양손에 쥔 흰 수건을 한 번에 축 늘어뜨렸다가 다시 휙 등 뒤로 넘기는 등 몸짓 하나하나를 숨죽이고 따라갔다. 분명 아주 천천히 움직이는데 호흡은 가빠지고 얼굴이 달아올랐다. 한숨 소리를 들었는 지, 옆에서 춤 추던 김영자(54) 이수자가 화성재인청춤은 다른 춤보다 훨씬 느려서 마음 급하게 먹으면 못해요. 천천히 하나하나 밟아야만 할 수 있죠라고 위로의 말을 건넸다. 바를 정(正)자로 살아야, 바르지 않으면 춤을 출 수 없다는 깨달음을 덧붙였다. 수 차례 반복한 후 신 조교가 직접 구령을 붙이며 다른 이수자들을 이끌어보라고 했다. 아니 제가, 벌써, 어떻게!라는 외침은 소용없이 연습실 맨 앞 중앙에 서게 됐다. 떨리는 마음으로 구령을 외치며 손을 뻗고 몸을 이리저리 움직였고, 다행히 끝은 찾아왔다. 수 십 년 세월의 무게를 딛고 선 그 발짓을, 측량할 수 없는 깨달음을 담고 펼쳐선 그 손짓을, 하늘과 땅의 한 가운데에서 고르고 고른 호흡을. 단 하루, 단 몇시간만에 흉내내는 것은 당연히 무리였다. 한겨울 날씨에도 금세 식은땀인지 진땀인지 모를 땀이 흘렀고, 여전히 마음을 차분하게 만드는 것은 불가능이었다. 예리한 버선발의 가벼운 놀림과 손에서 멀어진 수건의 마지막 떨림까지, 김복련 선생과 전통춤을 전승하는 이들의 몸짓 하나하나의 위대함을 절감하는 순간이었다. 그나마 기억력이 제법이라며 제대로 배우는 걸 권유하는 김근희(45) 이수자를 비롯해 신참에게 후한 고참들 덕에 힘을 냈다. 이어 좀 숨 돌릴까 싶었는데, 모두 장구와 북채를 챙기고 둥글게 모여 앉았다. 이어 구음 덩 쿵 따, 덩 쿵따, 덩쿵따 덩덩~을 외치며 장구를 쳤다. 지금 여러분이 치는 장단은 춤추는 박자에요. 그러니까 춤을 추듯 장구를 쳐야 하는거죠. 다시 해봅시다! 장구 장단에 춤을 추는 신 조교의 노하우 대방출에 이수자들은 고개를 크게 끄덕거리며 장구를 다시 쳤다. 역시 제대로 체험해보라며 구음을 선창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목소리를 높였고, 어찌어찌 또 끝을 냈다. 숨을 돌리려는 찰나, 신 조교는 옳~지!라고 마무리해야죠.라고 웃으며 다그쳤다. 단 두 음절이지만 배우는 사람의 사기를 높이고 배운 것을 정리하는 수단이라는 설명이다. 따끔하게 기자를 가르치는 신 전수조교에게 목표를 물었다. 그는 전통예술 분야 전문 기획자가 되어 경기도의 무형문화재를 전 세계에 알리고 싶다고 답했다. 21세기의 승무 살풀이 춤 전수조교는 춤꾼, 연구가, 선생, 기획자 등 다양한 얼굴을 갖고 있었다. 과거 예인도 그러했으리라. 이처럼 오랜 역사 속 민족의 숨결을 오롯이 간직한 춤과 그것을 전승 보존하는 전수조교의 삶을 단 하루에 맛보기란 역시 불가능이었다. 결국 11년 기자의 승무 살풀이 배우기는 또 다시 실패했다. 하지만 김복련 선생과 신 조교를 비롯한 전수ㆍ이수자들이 그리는 미래는 실패하지 않으리라. 수천 수만번의 몸짓과 흘린 땀, 그 노력에 배신은 없을테니 말이다. 류설아 기자 사진=추상철 기자

[1일 현장체험] 화성 비봉땅농장 버섯 수확

불현듯 수확의 기쁨을 몸소 느껴본 적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봤지만, 마땅한 대답이 떠오르질 않았다. 수확을 어떤 일을 통해 성과를 얻는다는 의미로 해석한다면야 어느 정도 답변은 가능하겠지만, 익은 농작물을 거두어들임이라는 순수한 사전적 의미로 접근한다면 전혀 답할 길이 없다. 기자는 농장 근처에도 가본 적이 없는 탓에 수확의 기쁨은커녕 간단한 농업 지식조차도 알지 못하는 농업 문외한이다. 그저 식탁 위에 올려진 음식을 입에 넣기에 바빴던 내게 첫 버섯농장 체험은 나름 새로운 도전이었다. ■ 수확의 기쁨 맛보러 농장 출발 2014년을 딱 한달 남겨둔 12월1일. 생애 첫 농장체험을 떠나는 길에 첫눈까지 내리면서 여러모로 의미 있는 하루를 예고했다. 화성시 비봉면 유포리에 위치한 비봉땅농장에 도착한 것은 오전 9시. 농장 비닐하우스 입구에 다다르자마자 푸근한 인상의 농장 주인 홍성의 씨가 냉큼 손을 잡아끌어 첫 만남의 서먹함은 느낄 시간조차 없었다. 홍 씨의 손에 이끌려 들어간 비닐하우스 내부에는 네모 반듯한 선반들이 기다랗게 늘어서 있었고, 그 위에는 일정한 크기의 나무토막들이 빼곡히 얹혀 있었다. 나무토막 하나를 가만히 들여다보니 크고 작은 버섯들이 다닥다닥 달라붙어 있었다. 배지라고 불리는 길이 40㎝의 이 나무토막들은 버섯이 자라나는 소형 밭으로 톱밥을 분쇄해 그곳에 배양체인 표고버섯이 필요로 하는 영양분을 섞어 고체화 시킨 뒤 살균 처리를 거쳐 완성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배지에 천공을 뚫고 버섯 종균을 심어 양생시키면 비로소 표고버섯이 자라나게 되는 것이다. 실제 나무에서 배양하는 원목 배지와는 다른 종류의 재배 방식으로 별도의 재배시설을 설치해 생산하기 때문에 겨울 재배도 가능하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농장 일은 처음인 탓에 갖가지 버섯 농업에 대한 지식을 교육받고서야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밥값은 해야 하지 않겠어? 웃음기 가득한 홍 씨의 따끔한 일침이 날라왔다. 아무렴 진심이겠냐마는 왠지 모를 책임감에 손놀림을 재촉했다. 최상급 버섯은 이미 수확을 완료한 상태로 이날 하우스에 남아 있는 것은 대부분 아직 수확 단계가 아니거나,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은 중급 버섯이다. 그나마 버섯 수확에 쩔쩔매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했다. 눈앞에 놓인 수레 한 대를 버섯으로 가득 채우는 게 오늘 하루의 과제. 유순한 인상의 홍 씨와 그의 아내가 풀어내는 버섯농장 이야기를 들으며 수레를 채워나갔다. 일을 시작하기 전 버섯재배에 관해 세세하게 설명을 들었지만, 막상 실전에 들어서는 어려움이 따랐다. 버섯의 갓 부분이 넓게 퍼져 완전히 개화한 것이 수확 단계에 있는 버섯인데 처음 하는 일이다 보니 이게 완전히 펼쳐진 것인지, 아직 덜 펴진 것인지 분간이 쉽지 않아 도무지 속도가 붙질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충만했던 자신감과는 달리 결과는 참담했다. 20분이면 하나를 가득 채운다는 수레를 한 시간 동안 절반도 채우지 못한 채 끌고 나왔다. 너무 신중히 골라서 오래 걸렸다며 괜한 너스레를 떨었지만, 표정은 감출 수 없었나 보다. 눈치를 채셨는지 여주인께서 따뜻한 칭찬 한마디를 건냈다. 그래도 예쁜 것만 잘 땄네. ■ 배지에 침봉기 꽂기 쉽지않네 화성 비봉땅농장의 모든 건물과 농장은 하나같이 홍 씨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10년간 건설 분야에 몸담았던 실력이 농장 곳곳에 배어 있다. 하우스 내부는 공간과 효율성을 따져 선반 형태의 구조를 설계했고, 여름철 온도상승과 자재비용을 고려해 와이어나 원형 파이프 대신 사각 파이프를 사용했다. 배지에 꽂아 물을 투입할 때 사용하는 침봉기와 수확한 버섯을 싣고 나르는 수레 역시 편의를 위해 손수 개조하는 등 홍씨는 수차례 겪었던 시행착오를 거름 삼아 자신만의 표고버섯 재배 노하우를 만들어 냈다. 여느 농장일과 다를 것 없이 버섯 재배에도 많은 손길이 필요하다. 하우스 상단에 달려있는 스프링 쿨러를 이용해 수시로 물을 뿌려주지만, 표면이 딱딱해 수분이 잘 스며들지 않는 배지에는 침봉기가 필수다. 배지 중앙에 바늘처럼 생긴 기다란 침봉기를 직접 찔러넣어 수분을 공급한다. 제법 묵직한 침봉기를 직접 찔러 넣어 봤지만, 잘 들어가지 않을뿐더러 이 많은 배지에 일일이 침봉기를 꽂는다니, 그 노동량에 입이 벌어졌다. ■ 색줄기갓의 두께까지 최상급의 위용 하우스에서 수확된 버섯은 인근에 자리한 저온저장고로 운반됐다. 홍 씨의 뒤를 따라 들어간 저온저장고는 앞서 수확한 최상급 버섯들로 가득했다. 두께면 두께, 크기면 크기. 누가 봐도 하우스에 남아있던 다른 버섯과는 차원이 다른 최상급이었다. 무조건 크다고 해서 최상급 버섯으로 분류되는 것은 아니다. 최상급 버섯은 갓의 색이 밝고, 줄기와 갓의 두께가 두꺼우며 갓의 아랫면인 주름살 부분은 때가 없이 깨끗하다. 두 번째 단계인 선별 작업 역시 초짜에게는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다. 갓의 색상이며, 크기며 다를 게 전혀 없는 버섯들도 베테랑 부부의 눈에는 확연한 차이가 나는 것 같다. 결국, 비지땀을 흘려가며 부랴부랴 선별한 버섯들은 다시 여주인의 손으로 돌아가 재선별 작업을 거쳐야 했다. 이렇게 선별 작업을 거쳐 등급별로 나뉜 버섯들은 마지막 단계인 포장 단계로 넘어간다. 버섯들이 손상되지 않도록 일일이 포장박스에 담아내고, 밀봉까지 마치고서야 반나절 동안 끼고 있던 목장갑을 벗을 수 있었다. 이곳 비봉땅농장에서 재배되고 있는 표고버섯은 직거래 외에도 화성시 관내 초ㆍ중ㆍ고교 급식을 통해 로컬푸드 형태로 공급되고 있다고 한다. 지역 학생들이 먹는 음식의 재료로 쓰이는 만큼 깐깐한 위생검사와 신선도 검사를 거친다. 홍 씨는 표고버섯 자체가 농약이 쓰이지 않는 무공해 식품으로 내 자식이 먹는다는 생각을 가지고, 위생과 청결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신이 인간에게 내린 선물로도 표현되는 버섯은 항암과 약리작용이 탁월해 웰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박준상기자 사진=전형민기자

[1일 현장체험] 남양주 다산신도시 건설현장 감독관

처음 신문사에 입사해 막내 기자 시절 광교신도시가 들어선 수원시 이의동 일대는 원천저수지를 끼고 유원지가 있었고 음식점들이 곳곳에 산재한 한적한 시골 모습이었다. 그러나 십수년이 지난 지금 광교신도시는 곳곳에 마천루들이 들어서고 현대식 건물들로 빼곡한 도심지로 변모했다. 남양주시 진건읍 일대도 광교신도시처럼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다. 경기도 차원에서 추진한 대규모 택지개발사업인 남양주 다산신도시 사업이 본격화되면서다. 남양주시 진건읍 배양리, 도농동, 지금동 일대 271만3천여㎡에 추진되는 다산신도시는 오는 2018년 조성을 목표로 현재 보상이 마무리되고 부지조성공사가 한창이다. 4만9천여세대가 입주하게 되는 다산신도시는 내년 3월부터 공동주택용지로 공급될 예정이다. 하지만 경기도시공사를 수년째 출입하면서도 자료나 말로는 들었지만 도시공사의 현장을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다는 생각에 현장 체험 주제로 다산신도시를 선택했다. 공사 과정을 전반적으로 관리하는 공사 감독관으로 한번 근무해보기로 했다. 25일 아침 일찍 서울외곽순환도로를 타고 수원에서 한시간여 달려가 와부IC에서 나와 상가밀집지역을 통과하자 탁 트인 벌판이 모습을 드러냈다. 남양주 다산신도시 조성사업의 한축인 진건지구 기반조성공사 현장이었다. 우선 방문한 곳은 경기도시공사 다산신도시 부지조성공사 1공구 개발사업소 현장사무실. 사무실에 들어서니 1공구 현장을 총 책임지고 있는 임상훈 소장이 반갑게 맞이했다. 양주 흥죽산업단지, 연천백학산단, 화성 전곡해양산단 등에서 잔뼈가 굵은 현장 책임자로 도시공사 내에서 정평이 나 있는 전문가였다. 간단한 인사를 나눈 뒤 바로 하루 일과에 들어갔다. 가장 먼저 시작한 업무는 주간회의. 매주 한차례씩 경기도시공사 현장 관계자들과 시공을 맡은 건설업체 관계자들은 회의를 갖고 한 주 단위의 공사 추진 실적 등을 확인한 뒤 앞으로의 계획 등을 검토하고 있다. 공사 감독관으로서 하루를 보내야 하는 만큼 회의에 참석하니 지금 진행 중인 공사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었다. 현재 1공구에서 진행되는 공사는 지장물 철거, 토사 굴착이나 발파, 성토 등이 대부분을 이루고 있고 아직 철거되지 않은 지장물에 대한 논의도 회의 주제였다. 시공업체를 대표해 최병인 태창기업 현장소장이 공사실적과 지난 회의 결과에 대한 조치사항 등을 보고한 뒤 도시공사 관계자들의 점검이 이뤄졌다. 한시간여 동안 이뤄진 회의에 참석해보니 진건지구 1공구 현장 상황이 한눈에 들어왔다. 또 발주처인 도시공사 직원들은 겨울철이 시작된 만큼 공정 속도를 더 높일 것을 요구했고 시공사 관계자들도 공사 과정에서의 애로사항 등을 기탄없이 얘기하는 자리였다. 특히 이곳의 가장 큰 문제는 지장물 철거. 공사가 본격화될 시점에서 아직까지 보상을 받았거나 불법으로 세워진 비닐하우스나 가건물들이 철거되지 않고 공사 현장 곳곳에 산재해 있었다. 현재 공정에는 차질이 없는 수준이지만 내년 3월과 4월 B2와 B4 블록의 분양을 앞두고 있는 만큼 조속한 해결이 필요한 상태였다. 참석자들은 보상팀과 협의해 명도소송을 제기하는 등 조속한 조치 필요성을 인식하고 협조를 요청하기로 했다. 임 소장은 예전과 달리 대집행을 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돼 공사에 차질이 발생할 소지가 많다면서 어떻게든 내년 분양일정을 맞추려면 지장물 철거가 급선무라고 밝혔다. 회의가 끝난 뒤 현장으로 이동하게 됐다. 현장 사무실에서 5분여 거리에 있는 조성공사 현장에 도착. 차에서 내리자 칼바람이 옷깃을 스쳤다. 조성공사의 핵심인 도로를 개통하기 위해 성토작업이 한창인 곳이었다. 공사감독관으로 현장을 방문한 만큼 도시공사 직원인 김현수 과장에게 설명을 들은 뒤 노체 검측 및 다짐도를 검사하는 업무를 직접 수행했다. 노체는 도로 건설 시 흙쌓기 단면을 구분하는 노상의 아래부분을 말한다. 건설기술관리법상 품질관리를 위해 노체의 경우 30㎝마다 검측을 해야 한다. 도로 표면의 평탄한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기울기를 측정한다고 보면 된다. 1공구 대(주)1-1 지점에 도착, 곳곳에 표시된 장소에서 GPS를 대고 실제 측정을 했다. 규정상 기울기가 5㎜ 이내를 충족해야 했는데 3곳을 검측한 결과, 모두 기준을 충족해 이상 없음으로 나왔다. 다음번 감독 대상은 흙 다짐도를 측정하는 검사였다. 유압기계를 이용해 서서히 하중을 주고 땅의 눌림 여부를 측정하는 항목이었다. 동행했던 김현수 과장은 쉽게 애기해서 2.5t의 하중을 주었을 때 지반이 2.5㎜ 이내에 들어가야 한다면서 지지력 계수라고도 불리우는데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땅이 견고하게 다져지지 않은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이같은 검측은 공사 과정에서 관련 규정에 따라 수시로 진행되고 일일히 검사확인서에 공사감독관의 사인이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향후에 발생할지 모를 부실 공사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날씨는 화창했지만 매서운 바람 속에 다음번 작업 대상인 발파 현장으로 출동했다. 텔레비전이나 영화 속에서 보았던 발파 현장을 직접 보기는 처음이었다. 공사 부지에 솟아있는 높이 수십여m의 연암을 부수기 위해 매일 발파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곳에 도착했다. 오늘의 작업량은 총 25곳에 깊이 6.2m 정도의 구멍을 뚫고 다이너마이트를 일일히 집어넣어 발파를 진행하는 것으로 계획돼 있었다. 단순하게 폭약을 넣고 뇌관을 연결하는 줄 알았지만 다이너마이트뿐 아니라 암포라고 불리는 가루 화약, 자갈도 집어넣었다. 발파를 담당하는 김년홍 차장은 다이너마이트는 폭발을 일으켜 암반을 부수고 암포를 통해 엄청난 압력의 가스를 발생시켜 깨진 바위를 밀어내게 된다면서 자갈은 발생한 가스들이 통하게 하기 위해서 넣는 기법으로 이곳에서 사용되는 발파 기법은 특허를 받은 공법이라고 말했다. 25개의 다이너마이트를 설치한 뒤 안전을 위해 안전지대로 서둘러 돌아왔다. 그런데 갑자기 작업이 중지됐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발파 현장 인근에 차량들이 주차돼 있었기 때문이다. 무전기를 통해 발파 담당 업체 직원들과 안전요원들이 차량 대피를 신속하게 지시했다. 차량들은 공사 현장에서 중장비 기사들이 사용하는 차량들로 확인됐고 이후 공사현장 진출입로에 배치된 3명의 안전요원으로부터 사인이 들어오자 발파가 시작됐다. 최병인 소장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발파는 항상 점심시간을 이용해 이뤄진다면서 발파 작업은 모두 관할 행정기관에 신고가 이뤄지고 안전요원들의 최종 확인이 있어야지 발파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발파 30초 전, 10초 전 하는 무전기 너머 소리와 함께 발파 카운트다운이 시작되고 발파가 이뤄지며 암벽 한구석이 터져나오면서 무너져 내렸다. 영화에서 보는 엄청난 소음이나 먼지를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처음보는 발파 현장인 탓이었는지 신기하기만 했다. 발파로 무너진 연암들을 이제 중장비를 동원, 제거하고 내일 또다시 발파가 이뤄진다고 했다. 5시간에 걸친 체험의 시간이 다될 무렵 콧물이 계속 나왔다. 거센 바람을 맞으며 공사 현장을 누비다보니 감기가 심해진 것 같았다. 초겨울이지만 바람이 매서웠다. 이곳에서 공사 감독관들은 쉼없이 검측 업무를 수행하고 발파 현장을 감독하고 있다. 거대한 댐도 조그만 구멍에 무너지듯이 각종 감독 업무에 빈틈이 발생하면 나중에 어떠한 사고가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임 소장은 도시의 기초를 튼튼하게 다지는 일이라 항상 긴장하고 신경쓸 일이 많지만 후에 입주민들이 편안히 생활해야 할 공간이어서 항상 보람과 긍지를 가지고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식기자 사진=전형민기자

[1일 현장체험] 고양 오리온스 프로농구단 경기진행요원

0.1초가 남은 상황에서도 역전이 가능한 경기. 경기 종료와 함께 공이 림으로 빨려 들어가는 버저비터. 2m가 넘는 장신 선수들의 숨소리가 들리고, 땀 냄새까지 맡을 수 있는 경기장. 시선을 뗄 수 없을 정도로 긴박하게 돌아가는 경기. 매년 10월부터 다음해 3월까지 열리는 프로농구(남자) 이야기다. 프로농구는 1997년 영원한 승부, 뜨거운 감동이란 슬로건으로 탄생한 지 올해로 18년째. 이제는 전 국민의 사랑을 받는 겨울철 국민스포츠로 자리잡았다. 여름과 가을에 프로야구가 있다면, 겨울엔 단연 프로농구인 셈. TV로 프로농구 중계를 보던 중 나도 저 현장에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가끔 들곤 했다. 관중석이 아닌 선수들이 뛰는 코트가 왠지 탐났다. 거기에 있으면 프로농구의 참맛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TV 화면으로 봤던 선수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덤도 함께 누리고 싶었다. 이런 바람으로 하루 이틀을 보내던 중 우연히 기자 1일 현장 체험 순서가 돌아왔다. 단 일 초의 고민도 없이 고양시 관계자에게 연락해 고양시가 홈팀인 고양 오리온스 구단 프런트 연락처를 알아냈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휴대폰을 들고 체험에 대한 설명을 하고, 그 자리에서 오케이 사인을 받았다. 처음엔 막연히 프로농구 선수들 얼굴도 가까이 보고, 농구경기도 현장에서 볼 수 있어 일석이조라는 가뿐한 마음으로 체험을 시작했으나 막노동 수준의 진행요원 일과가 눈앞에 펼쳐질지는 이때까지만 해도 먼 나라 이야기였다. ■ 선수 안전과 직결 코트 바닥 사수 작전 지난 15일 도착한 고양체육관 구단 사무실. 김태훈 운영부장에게 진행요원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오늘 할 일을 부여받았다. 경기를 불과 몇시간 앞둔 상황이라 구단 사무실은 상당히 분주했다. 대강 설명을 듣고 몸으로 부딪혀 보기로 했다. 첫 번째 미션은 바로 경기가 열리기 전 코트 바닥을 닦는 작업, 미싱이었다. 밀걸레로 바닥을밀면서 코트를 종횡무진 누볐다. 손목을 힘을 주니 몇 분 지나지 않아 이마에서 땀이 흘러 눈까지 닿았다. 관중석에서 볼 땐 별것 아닌 것 같았는데 막상 해보니 일이었다. 선수들이 코트를 누빌 때 발바닥에서 씩, 씩 소리가 나야 미싱의완결판이라고 농구 관계자들은 진지(?)하게 말했다. 미싱이 잘못되면 선수 부상과 직결된다며 재차 강조했다. 미싱은 특히 경기 중간에 집중해야 한다. 격한 몸싸움으로 코드 바닥에 선수들이종종 넘어지는데, 이때를 놓치지 않고 재빨리 손걸레로 닦아야만 한다. 관중은 선수들의 멋진 플레이를 보지만, 미싱 임무를 맡은 경기요원은 넘어지는 선수가 있는지를 눈에 살펴야 한다. ■ 물이온음료 나르며 본격 경기진행 임무 미싱 작업을 어느 정도 마무리한 뒤 본격적인 경기 진행에 동참했다. 홈팀과 원정팀이 앉는장소에 이온음료와 게토레이를 세팅하는 것. 한경기당 선수들에게 제공되는 이온음료는 박스(600㎖ 20개) 두 개와 물 두 박스다. 경기 내용이 치열할수록 이온음료 양도 많이 소비되는데, 이 또한 진행 요원이 재빨리 채워넣어야 한다. 선수단 음료 세팅을 끝내고 창고에서 이온음료와 물을 3박스씩 가져와 본부석과 중계석 세팅작업이 이어졌다. 경기 전과 하프 타임 때 선수들이 연습할 농구공 정리도 진행요원의 몫이었다. ■ 홈팀 멋진 플레이에 관중과 한 몸으로 응원 경기가 시작되자 체육관 로비는 썰렁해졌다. 로비에서 일했던 마케팅 등 진행요원이 경기장으로 들어왔다. 이때부터는 손뼉도 치고, 함성도지르는 응원단이 된다. 홈팀인 고양 선수들의 멋진 플레이가 펼쳐지거나 역전 골이 성공하면 관중과 한몸이 됐다. 이날 경기는 리그 1위(울산 모비스)와 2위(고양 오리온스) 경기답게 2번의 연장전까지는 그야말로 혈투였다. 아쉽게도 홈팀인고양이 91-100으로 패했다. 시즌 4패째다. 만약 이날 경기를 승리로 이끌었다면 경기진행 요원으로 참여한 나에게도 의미가 깊었을 텐데 아쉬웠다. 경기가 끝나고 관중이 바닷물 빠지듯 순식간에 사라지자 체육관은 썰렁해졌다. 진행요원은 이때 자신들이 경기 전에 가져왔던 각종 물품을 다시 창구로 넣어 놓고서야 일정이 끝났다. ■ 화려한 선수 뒤에서 소리없는 활약 음식을 조리할 때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는 재료를 꼽으라면, 바로 소금이 정답. 숨쉬는 공기처럼 손쉽게 구해지는 것이라 여겨 홀대하기 쉽지만, 막상 없으면 반드시 찾게 마련이다. 오늘 체험한 프로농구 경기진행 요원도 소금 같은 존재다.경기장 코트를 닦아 화려한 플레이를 위한 환경을 마련하고 선수들의 최상의 컨디션을 위해 음료를 세팅하고, 든든한 응원군으로 활약, 서포터즈 모집 등의 마케팅 업무까지 그야말로 전천후3D업종이 바로 경기진행요원. 화려한 스타 플레이어에게만 터지는 플래시 세례와 관중의 이목이 쏠리는 농구경기에서 그림자처럼 일하는 진행요원은 알아주는 이도 없지만, 보람찬 일인 것만큼은 확실하다. 관중들의 환호소리와 선수들의 짜릿한 플레이에 보람을 느낀다는 경기진행요원처럼 묵묵히자신의 일에 열정을 바치는 그들에게 응원의 박수갈채를 보낸다. 고양=김현수기자 사진=추상철 기자 체험 현장 스코어보드 ○대학생 제1기 고양 크리에이터 선발대원들이 경기운영, 마케팅, 미디어 지원, 서포터즈로서 경기장 곳곳에서 활약. 크리에이터는 대부분 대학졸업 후 프로 구단 취업이 목표거나 스포츠 마케팅 분야 진출이 꿈인 제2의 스포츠 마니아들로 실제 경기장에서 초보답지 않은 내공을 발휘. 경기장을 종횡무진하며 선수들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도록 배려하고 응원 열기를 최고조로 높이는데도 일조. 힘든 노동에 간단한 점심과 간식으로버텨야 하지만 사비까지 털어가며 크리에이터 활동에 열 올려. 하지만 초짜 크리에이터 여학생들은 프로 농구단에서 일하면 멋질 줄만 알았는데막노동 수준이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경기가 치러진 고양체육관 로비에 마련된 대형 룰렛판 앞 인산인해. 표창을 던져 원하는 선물을 받고자 여기저기서 표창 던지기를 연습하는 관람객 옆으로 원하는 경품에 당첨돼 환호를 지르거나 표적을 맞히지 못해 아쉬워하는 탄식이 여기저기서 쏟아져. 특히 부모의 손을 잡고 구경 온 어린이 관람객은 고사리 손으로 룰렛판을 가리키며고양 오리온스가 경품으로 내건 과자를 달라며귀여운 풍경도 연출. ○이벤트 공을 1천 원에 판매, 경기 중간 휴식시간(2쿼터~3쿼터 사이) 코트 중간에 선물 박스를놓고 공을 던져 박스에 들어가면 선물을 증정하는 이벤트로 관람객에 즐길거리 안겨. 1분30초의 긴박한 작전 타임에도 경품 이벤트를 진행, 이벤트 준비물을 재빠르게 설치하고 코트 밖으로 옮기는 데 크리에이터들의 손길도 분주. 특히 선물로건강검진권, 운동화 등 실생활에 필요한 경품을구비해 큰 호응.

[1일 현장체험] K-water 양주수도관리단 ‘워터코디’

우리나라의 수돗물 수질은 세계 8위(UN 국가별 수질지수순위). 과학적인 정수체계와 철저한 수질관리로 수돗물 시스템의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국민은 수돗물을 신뢰하지 않고 있으며 음용수로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 왜일까? 수돗물을 신뢰하지 않는 이유가 궁금했다.답을 찾기 위해 K-water 양주수도관리단(단장 오세호)을찾았다. 오세호 단장은 수돗물은 미네랄이 풍부한 깨끗하고맛있는 물이라고 강조한다. 상수도 관련 기관들의 수돗물 인식관련 시민 설문조사 결과 수돗물을 마시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막연한 불안감을 들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K-water가 벌이는 것이 우리 집 수돗물 안심 확인제다. 이를 일선에서 확인시켜 주는 이들이 바로 워터코디. 오세호 단장은 언론에서도 이를 널리 홍보해 수돗물에 대한 막연한 불신을 해소해 달라며 워터코디 체험을 제안했다. 기자도 수돗물에 대한 안전성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 흔쾌히 체험에 임했다. ■ 워터코디와 첫만남 마음가짐부터 수돗물 지킴이 지난 11일 오전 10시 양주시 덕정동 K-water 양주수도관리단을 찾았다. 3층 설비운영팀 방을 노크하고 들어서니 워터코디로 활동하고 있는 우미애씨(45)와 신명희씨(48)가 반갑게 맞아준다. 체험에 앞서 신 씨와 이야기를 나누며 워터코디를 하게 된 경위를 물었다. 신 씨도 처음엔 수돗물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다고. 언론 매체에서 수돗물은 깨끗하다, 인체에 건강한 미네랄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다고 접했지만, 막연한 불안감을 갖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지난 6월 K-water 양주수도관리단이 워터코디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지원을 결심, 워터코디로 활동한 지 5개월이 지나가는 지금은 직접 세대를 방문해 수질검사와 올바른 수돗물 정보를 전달하면서 고객의 긍정적인 반응을 볼때마다 큰 보람을 느낀단다. ■ 검사장비 설명 집중 또 집중 유니폼까지 완벽 변신! 워터코디를 체험하기에 앞서 설비운영팀 김희석씨로부터 K-water의 물 공급과정과 양주수도관리단이 운영하고 있는 우리집 수돗물 안심 확인제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을 들었다. 설명을 듣고 나니 수돗물이 정수장에서 250여 가지의 수질검사를 거쳐 각 가정까지 보내지고, 공급과정에서도 실시간 감시를 통해 꼼꼼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어 수돗물 검사장비와 약품, 검사방법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신입(?) 워터코디 교육이 끝나고 K-water 양주수도관리단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이제 직접 현장에서 수돗물 안전도 검사를 위해 출동이다. ■ 첫 현장 출동, 시료 채취 후 각종 수질검사 진땀 우리가 찾아간 곳은 덕계동 양주드림교회 부속 어린이집. 어린이집 식당 주방에서는 아이들의 점심을 준비하는 아주머니들의 손길로 분주했다. 우 씨의 지도로 기자는 수도관을 통해 용출될 수 있는 철, 구리, 망간 등의 검출 여부를 검사했다. 수질기준은 철은 0.3㎎/ℓ, 구리는 1.0㎎/ℓ, 망간은 0.05㎎/ℓ 이하여야 한다. 처음 받아놓은 수돗물을 시료병에 담아 검사기기 홈에 끼워 넣고 검은색 뚜껑을 세로로 덮은 후 제로버튼을 눌러 영점을 맞췄다. 두번째 시료병에 미리 표시해둔 선까지 물을 채우고 FE라고 쓰여 있는시약을 넣고 잘 섞이도록 흔들었다. 시약을 넣은 병으로 교체해 다시검은색 뚜껑을 닫고 READ 버튼을 누르자 곧바로 수치가 표시됐다.철의 검사 수치는 0.28㎎/ℓ을 가리키고 있었다. 수질검사 결과표에수치를 기재하면서 수돗물이 안전하다는 사실을 즉시 확인할 수 있었다. 이어 구리(Cu)도 같은 방법으로 측정했다. 구리의 수질기준은 1.0㎎/ℓ였지만 역시 기준치 아래의 결과치를 받아볼 수 있었다. 다음은 수돗물을 사용하는 데 있어 시민들이 불안감을 가장 크게 느끼는 잔류염소와 Ph(산도)검사. 잔류염소 검사는 위생학적 안전성을 담보하기 위한 것으로 시료병에 EX DPD 시약을 넣고 여러 차례 흔들어 섞은 뒤 검사기에 넣었다. 이 시약은 보통 잔류염소가 있을 경우 반응해 붉은색을 띠게 되는데 수질기준치는 0.1~4.0㎎/ℓ이지만 2.8로 나타났다. ■ 6개 항목검사 모두 패스 수돗물 안전성 재확인 계속해서 6개 항목에 대한 검사를 마쳤을 때 모두 수질기준치 이내인 것으로 나타나 수돗물의 안전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검사를 모두 마치자 신 씨는 어린이집 운영 책임자에게 수돗물 수질검사 결과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했다. 신 씨는 검사 결과 모두 기준치 이내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물은 안심하고 드셔도 됩니다라며 수돗물에는 정수기에는 없는 칼슘, 마그네슘 등 미네랄이 균형 있게 함유된 건강한 물로 성장기 어린이들에 좋으니 맘 놓고 먹도록 해주세요라며 당부의 말을 건넸다. 또 수돗물 상식과 건강한 물 마시는 생활의 지혜에 대해 설명하고,양주수도관리단 우리 집 수돗물 안심 확인제 적합 필증을 교부한 뒤 다음 방문지를 향해 차에 몸을 실었다. ■ 수돗물 전도사 되자 다짐한 보람찬 체험 국민들은 수돗물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미네랄이 풍부한 건강한 물임에도 정수기 물을 더 선호한다. 지난 2012년 수돗물 만족도 조사 결과에서도 수돗물 음용률은 53.1%였다. 수돗물을 직접 음용수로 마시는 비율은 3.7%에 불과하다. 수돗물을 마시지 않는 이유는 직접적인 요인(27.9%)과 심리적 요인(66.9%)이 있는데 물맛이 없어서(15.0% ), 녹물 등 이물질(10.2%),막연한 불안감(31.9%), 상수원 오염 우려(14.6%), 부정적 언론 보도(5.2%)의 순으로 나타났다. K-water는 이를 개선하고자 우리 집 수돗물 안심 확인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를 최일선에서 알리는 이들이 워터코디다. 단언컨대수돗물은 믿고 마셔도 되는 안전한 물이라고 강조하는 워터코디 우씨의 말에서 강한 신뢰감과 함께 기자도 수돗물 전도사가 되겠다는다짐을 하며 양주수도관리단을 나섰다. 양주=이종현기자 사진=전형민기자 우리 집 수돗물 안심확인제? 우리 집 수돗물 안심확인제는 K-water와 양주시가 수돗물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안심하고 수돗물을 마실 수 있도록 워터코디가 직접 가정을 방문해 무료로 수질검사를 해주는 사업이다. K-water 양주수도관리단은 이 제도 도입 뒤 올해만 700건 이상의 서비스를 실시했고 잔류염소, 철, 구리 등 6항목을 측정한 결과전 세대 모두 기준에 적합한 결과를 얻었다.오세호 양주수도관리단장은 검사를 받은 시민들도 무료로 우리집 수도꼭지 수질을 확인할 수 있었고 K-water 직원이 자세한 설명까지 해줘 안심하고 수돗물을 마시고 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내년에는 더 많은 검사를 통해 수돗물이 안심하고 음용할 수 있는 건강한 물이라는 것을 알리겠다고 말했다.

[1일 현장체험] 경기도박중독예방치유센터 상담사

대박, 누구나 한번쯤은 꿈꿔본 적 있을 만한 단어. 쳇바퀴 돌듯이 돌아가는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밥 먹듯이 이어지는 야근에 지칠 때, 대박이라는 꿈과 상상은 즐거움을 준다. 나 또한 그랬다. 혹시나 모를 대박을 꿈꾸며 로또 복권을 구매하기도 했고, 적은 돈이지만 경륜장에서 게임을 해본 적도 있다. 대박은 전혀 아니지만 투자한 돈보단 조금 더 따보기도 했다. 즐기면서 돈 번다는 느낌? 달콤한 경험이었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찬바람이 옆구리를 파고들어서인지 공허함과 우울감이 몰려든다. 즐거우면서 신나는 그런 일이 뭐 없을까. 이때 슬며시 떠오르는 대박의 유혹. 공허함과 우울감은 사라지고, 신나는데 돈까지 벌 수 있는 달콤한 유혹, 도박이 머릿속을 맴돈다. 합법적인 도박이나 해볼까 하고 지인과 대화를 나누던 중 수원에 경기도박중독예방치유센터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지인은 나에게 해볼까 하는 생각이 문제라며 거기나 한번 가보라고 권했다. 아직 달콤한 유혹에 빠진 건 아니지만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해 도박의 위험성에 대해 알아볼 겸 도박중독예방치유상담사 체험을 하기로 했다. ■ 당신도 지금 대박을 꿈꾸십니까? 미리 연락을 하고 경기도박중독예방치유센터(이하 센터)를 찾았다. 번듯하게 자리 잡고 있을 줄 알았는데 이게 웬걸. 간판도 없고, 눈에 잘 띄지도 않았다. 창문에 붙은 스티커만 이곳이 센터라는 사실을 알게 해줬다. 도박 중독자들이 있는 공간이라는 생각에 바짝 긴장한 상태였는데 우중충한 센터의 겉모습은 나를 더욱 얼어붙게 했다. 이날 하루 내게 도움을 줄 상담 선생님은 교육과 상담 현장에 직접 들어가 보는 걸 추천했다. 백 마디 말보다 한 번의 경험이 더욱 효과적일 테니. 내가 투입된 현장은 한 달 간 진행되는 희망 수업. 도박자들이 처음 이곳을 방문하면 가장 먼저 하는 교육이다. 여기에 왜 왔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등 현재 상태를 점검하고 앞으로의 계획을 정하는 단계로 총 4번의 수업이 진행된다. 이 단계를 마쳐야 본격 개인 상담에 들어가게 된다. 이날은 세 명의 도박자가 자리했다. 사실 도박을 하는 사람들을 실제로 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약간 풀린 긴장의 끈이 다시 조여졌다. 이날은 도박 중독의 개념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이었다. 도박 중독은 승리단계-손실단계-절망단계로 이어지고, 벗어나고자 노력을 하기 시작하면 결심단계-재건단계-성장 단계로 이어진다는 게 핵심. 그리고 도박을 하게 되는 심리 등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특히 승리 단계에 대한 설명을 들을 때는 대박이 마냥 좋은 건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었다. 도박에서의 승리로 얻어지는 짜릿함은 중독이라는 고통의 늪으로 안내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실제 이날 수업에 참석한 도박자 세 명 모두 대박 경험이 있다고 했다. 특히 도박자 한 분은 이틀 만에 5만원으로 7억을 따본 적이 있다고 했다. 물론 그 경험 때문에 지금은 딴 돈보다 더 많은 돈을 잃었지만. 대박 경험이 모두 중독으로 이어진다고는 할 수 없지만 위험에 빠질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건 알 수 있었다. 도박을 할 때는 거짓말을 많이 하게 된다는 말도 인상 깊게 귓가를 맴돌았다. 도박을 한다는 걸 주변에서 알면 만류할 테니 점점 거짓말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 이 자리에 참석한 도박자들도 이 말에 동의했다. 수업을 듣고 있다 보니, 문득 이런 수업보다는 상담을 통해 빨리 중독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줘야 하지 않나? 진짜 중독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이게 정말 효과가 있는 겁니까?라고 상담 선생님께 물었다. 이 의문에 대한 상담 선생님의 답은 간결했지만 확실했다. 도박 중독으로 고생하시다가 치유 과정을 통해 지금은 상담 선생님으로 활동하시는 분이 이곳에 있어요 확률이나 회복사례로 설명하는 것보다 훨씬 설득력 있었다. 도박을 끊은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상담 선생님이 됐다. 효과나 방식에 대한 의심은 곧바로 사라졌다. 마침 도박 중독을 경험해본 그 상담 선생님은 다른 교실에서 행복수업을 진행하려던 참이었다. 양해를 구하고 곧바로 수업에 따라 들어갔다. 행복수업은 도박자들의 가족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과정이다. 도박을 직접 하지 않았지만 가족이 도박을 했다는 이유로 경제적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는 분들을 위한 수업이다. 이곳의 분위기는 도박자들을 위한 교육이었던 희망수업보다 훨씬 무거웠다. 도박 중독에서 벗어나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단도박자(도박을 끊은 사람)의 영상을 볼 때는 흐느끼는 소리도 들렸다. 벗어나기 힘들 것만 같은 고통의 늪에서 하루빨리 헤어나오길 함께 바라는 것 외에는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다행인 것은 영상을 본 뒤 소감을 말하는 시간에 이들이 희망을 이야기했다는 점이다. 가족들은 영상을 보니 힘이 난다, 빨리 이겨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말로 극복을 향한 의지를 다졌다. ■ 도박 유혹 뿌리칠 수 있는 여러겹 장치를 교육이 끝나고 도박 중독에서 벗어나 상담사로서의 길을 걷고 있는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눴다. 대박을 맛본 뒤 15년 간 중독자로서의 삶을 살았고, 상담을 받으면서 도박을 끊은 지는 5년여, 2년 전부턴 공부를 시작해 지금은 상담사로서의 길을 걷고 있는 그의 말은 굉장히 인상 깊었다. 그는 단도박을 위해선 환경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아무리 강한 의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주변에 환경이 갖춰져 있지 않다면 대박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다고 말했다. 스스로를 믿지 말고 여러 겹의 장치를 두고 도박의 유혹에 빠지는 걸 늘 경계해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단도박한 지 5년이 지난 선생님도 환경만큼은 항상 신경 쓴다고 했다. 상담사의 길을 걷는 것도 단도박을 위한 하나의 장치라고 말했다. 또 그는 도박자 스스로 책임을 지도록 가족들이 도와줘서는 안 된다고 했다. 스스로 고통을 경험하고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 단도박을 향한 의지가 강해질 수 있다고 그는 말했다. 도박 중독은 단도박 기간이 길다고 하더라도 한순간에 재발할 수 있기 때문에 언제든 경계해야 된다는 그의 말은 경험하지 못한 사람이라면 할 수 없는 말이었다. 인상 깊은 말을 쏟아내는 그에게 나는 도박 중독이지만 주변의 시선 때문에 상담 센터를 찾지 않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한 마디 해줄 것을 부탁했다. 그러자 그는 단도박 중인 현재, 자신의 기분을 설명하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저는 아직 신용불량자입니다. 하지만 예전에 힘들 때와 비교하면 지금 너무 행복해요. 대박이고 뭐고 도박을 안 하고 있는 지금이 좋습니다. 상담 일정이 빼곡한 선생님들을 오래 붙잡고 있을 수 없어 여기서 상담사 체험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조여져 있던 긴장의 끈이 조금씩 풀렸다. 상담 선생님들 따라다니기 바빠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없었던 좀 전과는 달리 센터의 이곳저곳이 눈에 들어왔다. 도박자들의 강한 의지가 나뭇잎처럼 붙어있는 나무 그림부터 좁지만 상담 선생님이 함께 있어 힘을 얻을 수 있는 상담 공간까지. 상담사로서의 하루를 위해 이곳에 막 도착했을 때 본 우중충한 모습은 더 이상 없었다. 많은 도박자들에게 행복한 삶을 안겨주기 위해 쉴 틈 없이 일하는 일당백 상담 선생님 10명과 헤어나올 수 없을 것만 같은 고통의 나락에 빠진 도박자와 그들의 가족들에게 희망을 안겨주는 여러 공간만 보일 뿐이었다. 신지원기자 사진=추상철기자

[1일 현장체험] 수원 못골종합시장 ‘동성분식’ 호떡의 달인 도전

찌는 듯한 무더위가 다 지나고 언제 그랬냐는 듯 쌀쌀한 날씨에 옷깃을 다듬는 시기가 왔다. 계절이 바뀌며 사람들의 입맛을 당기는 음식 또한 변하기 마련. 이를 입증하듯 거리와 골목 곳곳에는 추위를 녹이는 음식들이 이 곳을 지나치는 이들을 유혹하며 발길을 당기고 있다. 이 중 추운 겨울날 그 맛이 더 달콤하고 쫄깃하게 느껴지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호떡이다. 호떡 집에 불난 듯하다, 호떡 뒤집 듯하다 등 호떡과 관련된 속담이 말해주듯 호떡의 역사는 유서가 깊다. 호호 불어 먹어 호떡이라는 우스개 소리도 있지만 호떡의 호는 오랑캐 호(胡)자에서 따온 떡이라는 게 다수설이다. 호떡의 유래가 무엇이든 정작 사람들은 큰 관심이 없다. 추운 겨울철 호떡 한 입 베어먹고 꽁꽁 얼어버린 몸과 마음을 녹이고 동시에 꿀맛까지 느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체험 시작 일주일 전부터 수원 일대 유명한 호떡 집 섭외에 나섰다. 기왕 체험을 할 바엔 사람들이 북적대는 소위 잘 나가는 집을 찾기 위해서였다. 회사 동료를 통해 소개받은 곳은 수원시 팔달구 못골종합시장에 위치한 동성분식. 분식이라는 말을 듣고 호떡 전문점이 맞나?라는 의구심이 살짝 들기도 했지만 동료의 확신에 찬 목소리를 담보로 무작정 동성분식을 찾아갔다. 오후 1시께 찾은 동성분식은 점심시간이 훌쩍 지났으음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호떡을 먹기 위해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분주한 상황 속에서 주방에 계신 유선희 사장(47)을 뵙고 방문취지를 설명했지만 워낙 바쁜 탓에 의사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았고 옷부터 갈아 입으세요라는 말에 주섬주섬 앞치마를 두르고 체험에 나섰다. 처음 한 일은 반죽을 빚는 일이었다. 주방에 들어서 사장님의 코치대로 반죽을 이리저리 빚어보기 시작했다. 한참을 말없이 지켜보던 유 사장이 처음 종업원이 들어왔을때 감각을 익히기 위해 반죽 빚기만 몇주 동안 연습한다며 반죽이 잘 되지 않으면 판매를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판매를 할 수 없다는 말에 조금은 위축이 돼 더욱 집중하며 유 사장의 코치 하에 반죽 빚기를 끝마쳤다. 이후 본격적으로 시장을 찾은 손님들이 줄을 지어 있는 호떡 철판 앞으로 이동, 다음 단계 실습에 나섰다. 동성분식 호떡의 반죽과 속에는 다른 호떡 집과는 차별화된 재료 몇가지가 들어간다. 우선 반죽에는 필수재료인 밀가루와 찹쌀 등을 넣는다. 속에는 설탕 외에 미숫가루와 아몬드, 땅콩 등 견과류를 넣어 영양을 보충하고 약재나 식용으로 사용되는 울금까지 첨가해 여타 호떡과는 차별화된 맛을 선보인다. 때문에 동성분식의 호떡은 울금 호떡으로 통한다. 또 한가지 특징은 이 집 호떡 철판 위에는 남들과는 달리 기름을 두르지 않는다. 기름 없는 호떡을 상상해 본 적도 없지만 이 때문에 바삭바삭 노릇노릇한 호떡으로 차별화를 둘 수 있었다고 유 사장은 자신있게 답했다. 몰려오는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완성된 밀가루 반죽에 속 재료를 넣는 작업을 시작했다. 밀가루 반죽에 적당한 양의 속을 집어넣는 일도 보통 일은 아니었다. 한 움큼 속재료를 집어 들때마다 종업원은 조용히 적당한 양을 맞춰주기를 수십차례 반복했다. 너무 민폐만 끼치는 것 같아 주변을 힐끗 둘러보니 유 사장의 현란한 호떡 뒤집기 퍼포먼스가 가게를 찾은 손님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무심한 표정으로 철판 위의 호떡을 손목 스냅을 이용, 현란하게 뒤집는 것은 물론 중간중간 밀가루가 벗겨진 호떡을 찾아 밀가루 반죽을 덮히는 성형도 척척 해냈다. 또한 유 사장이 찍어낸 호떡들은 대부분 크기 부분에서 통일된 형태를 갖추고 있었다. 1~2분 동안 철판 위에서 유 사장의 손길을 거친 노릇노릇한 호떡들은 눈으로만 봐도 군침을 돌게 했다. 호떡 용구를 들고 줄 서 있는 손님들 앞에서 호떡을 뒤집고 찍어누르며 나름 열심히 도전에 나섰다. 하지만 역시나 생각처럼 되지는 않았다. 찍어누른 호떡은 옆구리가 터지고 뒤집기 타이밍을 놓친 호떡들은 철판 위에서 검게 타고 있었다. 줄을 길게 선 손님들은 대기 시간이 길어지자 원망의 눈빛을 보내기 시작했고 옆에 있던 유 사장은 망가진 호떡을 성형하고 처리하기 바빴다. 그러던 중 한 40대 여성 손님이 시간 없어요, 빨리 좀 주세요, 그냥 아까 하시던 분이 하면 안돼요 등의 짜증을 내기 시작했고 인내심을 갖고 있던 다른 손님들도 하나 둘씩 불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결국 호떡 만들기를 포기하고 옆에 놓여진 오뎅과 떡볶이 앞에서 손님들을 상대로 계산을 하는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한참을 지나 손님의 발길이 잠시 뜸해진 시간, 유 사장의 호출에 다시 한번 철판 위에 섰다. 유 사장은 수개월을 연습해야 손에 익는다며 잠시 손님 발길이 끊겼으니 다시 한번 연습해 보자며 또 한번의 기회를 제공했다. 손님이 몰리면 계산대로, 잠시 발길이 끊기면 다시 철판 위에서 연습을, 시간이 어떻게 지나는지도 모른 채 분주히 뛰어다녔다. 오후 7시, 막바지 손님을 맞으며 슬슬 가게를 정리하는 시간이 다가왔다. 떠날 채비를 하고 있는데 유 사장이 미리 챙겨놓은 호떡 봉지를 건네며 우리 가게 호떡이 2개에 1천원이야. 수년째 가격을 올리지 않고 있어. 이거 맛보고 생각나면 들려. 총각은 공짜로 줄게라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가게를 나선 후 회사에 복귀하기 위해 피곤한 몸을 이끌고 택시에 몸을 실었다. 온 몸에 베인 기름 냄새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손에 들린 검은 색 봉지에서 호떡 하나를 꺼내 한 입 베어 먹으니 오늘 고생한 노동의 대가에 대한 보상으로 조금의 모자람도 없을 정도의 깊은 맛이 온 입안에 퍼졌다. 양휘모기자 사진=추상철기자

[1일 현장체험] 케이티스 경기 114본부 상담원

사랑합니다 고마워요~ 상담원님 일등 국민비서 80여년 친절 안내 일평균 1천300번 따스한 목소리 사랑합니다. 고객님!수화기 너머로 사랑스러운 여성의 고백(?)이 들려온다. 때로는 연인의 목소리보다 달콤하고, 따스하게 느껴진다. 전화 문의만 했을 뿐인데. 바로 전화 안내 114 상담원들의 첫 멘트다. 최근 사랑합니다라는 멘트로 인한 오해의 소지가 다분해 네, 고객님!으로 멘트를 변경했다. 당신이 왜 날 사랑하느냐?, 얼마만큼 사랑하느냐, 나도 사랑한다는 등 첫 멘트로 인한 시비 또는 장난을 거는 고객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란다. 사실 기자는 사회생활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 114 전화문의라는 것을 사용해 본 적이 없다. 아니, 쓸 일이 없었다. 하지만 기자생활을 시작하면서 여기저기 전화할 일이 많이 생기고, 인터넷으로 전화번호를 알아내고자 사무실에 복귀하거나 인근 피시방을 찾아 헤매는 일이 잦아지면서 기자는 자연스럽게 114 애용객이 됐다. 요즘에야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손안에서 쉽게 검색할 수 있지만, 사회 초년생이던 2008년도만 해도 전화번호 찾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추억 속 경험이 된 114 상담원을 체험해보기로 결정. 곧바로 고양시 일산구 마두동에 소재한 케이티스(KTis) 경기 114본부를 찾아 일일 전화 상담원을 체험했다. ■ 오전 8시부터 숨 가쁜 업무 스타트 지난 10일 아침 일찍부터 전화 안내 상담원 체험을 위해 고양시 케이티스 경기 114 본부(이하 본부)를 방문했다. 본부 관리지원센터 교육팀 서현정 강사와 한구희 사업운영팀장, 배신혜 정보안내센터팀장과 대면해 이날 하루 일정에 대한 논의와 114의 역사 등에 대해 설명을 들은 후 곧바로 업무에 돌입했다. 24시간 서비스 체제로 운영되는 114 상담원은 오전 8시~오후 5시, 오전 9시~오후 6시, 오전 10시~오후 7시, 오전 11시~오후 8시까지 등으로 나뉘며, 나머지는 스마트워크팀(재택근무)로 구성된다. 마침 체험이 이뤄진 금요일, 정기 조회에 참석할 기회가 왔다. 이날 서현정 강사의 진행으로 △업무에 대한 지식 전달 △CS마인드(고객응대) 교육 외에 △스트레칭 △동요에 맞춘 율동 △재미있는 영상 시청 등 교육을 받았다. 얼굴없는 다양한 유형의 고객을 응대하면서 쌓여가는 직원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주기 위해서다. 특히 추석 연휴, 개천절, 한글날 등 유난히 공휴일이 많은 9~10월에는 업무량(전화문의)이 폭주해 직원들의 사기 충전은 필수다. 이어 수시로 바뀌는 전화번호 등 변동사항 공지로 조회를 마치며 본격적인 상담원 체험을 위해 상담원들의 안내센터로 향했다. 150여 석의 책상과 컴퓨터가 즐비한 센터에는 자리마다 산소공급으로 가습효과를 주는 스킨다비스 꽃과 거울이 배치돼 있었다. 자연과 더불어 항상 웃으며,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구석에 자리한 코칭석에서 고객으로 변신한 서 강사와 시뮬레이션을 통해 1시간 동안 114 전화안내를 수십 차례 반복 연습을 실시한 끝에 베테랑 상담원의 동석하에 실제 전화안내를 할 기회가 주어졌다. 고양시 마두동의 한 음식점을 찾는 전화 문의였다. 네, 고객님. 마두동의 ㄱ 음식점이요?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다행히 실수없이 지나갔지만 10초가량의 짧은 시간 동안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더해보고 싶은 욕심도 있었지만 10년, 20년 경력의 베테랑 상담원들도 진땀을 빼는 일부 고객들과 오안내로 인한 민원발생 사유로 114 안내는 단 2번의 체험으로 아쉽게 마무리됐다. ■ 직원 행복이 최우선! 복지시설서 하루 피로 싹~ 체험과 점심을 마친 뒤 오후부터는 센터 내 다양한 복지시설과 분야별 업무 등에 대해 견학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1시간 근무하고 10분간 쉬는 상담원들을 위해 센터 측은 우리 같은 일반 회사원들이 느끼기엔 최고의 복지시설(?)을 제공하고 있었다. 직원들을 위한 다목적실에는 노래방 기기와 헬스 기구, 대형 TV, 피아노 등이 갖춰져 있었고, 병원을 연상케 하는 물리치료실에는 전기 안마기를 비롯해 상담원의 피로를 풀어주는 전용 안마사까지 상주해 있었다. 하루 평균 1천300건의 전화상담, 이유 없는 욕설과 성희롱 등 각종 언어폭력을 행사하는 질 나쁜 악성고객까지.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한 직원들의 업무환경을 조금이라도 개선하고자 노력하는 흔적을 곳곳에서 찾을 수 있었다. ■ 서비스는 진화했지만 고객은 갈수록 줄어 1935년 10월, 전화번호부에 의한 번호안내 업무 개시로 시작해 어느덧 80여 년의 역사를 지니게 된 114는 2001년 캐치프레이즈를 국민의 비서로 정하고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더불어 젊은 고객이 감소하고 이용자 상당수가 고령화되면서 맞춤형 안내를 실시하며 고객 잡기에 나섰다. 최근에는 고객이 지정하는 전화번호 외에도 DB를 구축, 그 지역에서 부동산을 찾으면 고객이 원하는 위치 인근의 여러 부동산의 번호를 안내해 주는 등 음식점, 콜택시, 장날 등 불특정 문의에 대해서도 눈높이를 맞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케이티스 경기 114본부 측은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대중화된 2011년부터 매해 20%씩 이용자가 감소하고 있다고 한다. 한구희 경기114 사업운영팀장은 한국의 114 전화안내 서비스는 인도네시아 등 타 국가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될 만큼 선진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안타깝게도 매해 이용객이 줄어들고 있다며 맞춤형 서비스로 고객의 가려운 곳을 긁어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많은 이용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최근에는 고객 서비스 뿐만 아니라 유치원, 초교생, 군인, 관공서 등을 상대로 외부 출강으로 전화예절 교육을 실시하며 밝은 사회분위기 조성에도 힘쓰고 있다. ■ 베테랑 상담원도 때론 진땀 장난전화 근절돼야! 목소리 위주로 선발된 후에도 지속적인 목소리 연출법 교육을 받은 상담원들은 친절한 서비스를 위해 최대한 밝고 젊은 목소리를 연출한다. 얼핏 느끼기에 20대 초반 같지만 케이티스 경기 114의 경우 상담원 평균 나이는 43세로 베테랑 상담원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하루라는 짧은 기간에 기자가 체험한 전화 상담원은 상상 이상으로 악성 고객에 시달리며 스트레스받는 직업이었다. 술에 취해 주사를 부리는 사람, 막무가내로 유명 여가수의 숙소를 알려달라는 생떼에 외로운 마음을 달래려 전화를 걸었다는 노인까지. 사람냄새 오가는 따뜻한 정(情)을 목소리에 담아 오늘도 행복을 전하는 상담원들의 고충을 헤아릴 수 있었다. 친절한 목소리에 나 홀로 환상에 빠져 고객에게 최고의 안내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전화 상담원들에게 장난전화 등의 행위는 더는 발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남양주=하지은기자 사진=전형민기자 네네~ 사랑합니다~ 상담사 첫 멘트 변천사 상담원들이 일일이 전화번호부를 뒤져가며 안내하던 1980년대 시외전화국은 1990년대 들어 번호안내국으로 개칭되면서 전화번호 자동안내 시스템을 도입. 1980년대에 114 전화를 걸면 상담원들이 안내입니다라는 인사를 건냈지만 안됩니다로 잘못 듣는 고객들이 뭐가 자꾸 안돼냐면서 끊임없는 불만을 제기. 공공 기관들의 민원 서비스에 대한 인식이 높아가던 1990년대에 들어서 고객의 문의에 답한다는 의미로 네네~로 응대 멘트를 변경. 독특한 억양은 지금까지도 개그맨들의 패러디로 회자. 1998년에는 안녕하십니까?로 본격적인 서비스 마인드로 응대, 당시 큰 화제를 일으키며 서비스업에 빠르게 퍼져나가. 가장 오래 사용된 114의 인사말. 밀레니엄 시대인 2000년부터 기업 간 감성경영이 대세를 이루면서 10년 가까이 사용해 오던 안녕하십니까 대신 사랑합니다, 고객님이라는 다소 획기적인 멘트로 기획. 하지만 최근 악성 고객의 야유로 인한 상담원들의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해 네. 고객님으로 간결히 변경.

[1일 현장체험] 마약중독 치료 ‘가평중앙교육원’

마약사범 1만명. 마약과 관련해서는 지구촌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 청정국가라 불리던 대한민국도 마약으로부터 더는 안전지대가 아니다. 필로폰 등은 물론이고 본드 등을 추가한다면 청소년층부터 꾸준히 마약 등 향정신사범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 출입기자로 마약범죄와 관련한 많은 사건을 취재를 해왔지만, 바른 삶만을(?) 살아오던 기자에게 마약은 너무나도 동떨어진 세계의 이야기일 뿐이었다. 그러던 중 국내 마약 수사 1인자이자, 마약범죄학이라는 학문을 창시한 전경수 한국마약범죄학회장(61)으로부터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바로 필로폰에 중독된, 본드에 중독된 이들이 직접 찾아와 3~6개월간 자연과 함께 하며 마약중독을 치유하는 곳이 있다는 것이었다. 본 기자도 마약이 아닐 뿐, 술과 담배, 그리고 게임과 TV를 즐기는(?) 한 사람으로서 심신의 안정을 되찾고 중독에서 벗어나고자 그곳을 찾았다. ■ 깊은 산골, 자연과 더불어 마약중독 치유재활의 공간 가평군 청평면 상천리 불기산 자락(해발 350m)에 있는 가평중앙교육원은 화창한 날씨 속 맑은 공기와 수려한 풍광이 일품인 곳이었다. 구불구불 언덕길을 따라 산 중턱에 다다르자 가평중앙교육원이라는 푯말과 함께 2~3명의 성인 남녀들이 내부에 꾸며놓은 밭에서 각종 채소를 가꾸고 있었다. 이들은 바로 마약 등 중독을 치유하고자 자발적으로 이곳을 찾은 중독자들이었다. 모두 밝은 얼굴로 흘러내리는 땀을 닦으며 채소를 가꾸는 모습 속에서 마약사범이라는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이곳에서 재능기부로 마약중독자의 치유를 돕는 노철환 경민대 교수의 안내를 따라 산꼭대기(?)에 있는 건물로 발을 옮겼다. 노 교수는 자, 이제 이곳에서 중독치료를 받고자 찾아왔으니 새로운 마음가짐을 갖고 선서문을 낭독하세요라고 말했다. 노 교수를 따라 나는 인간바이러스(마약공급자)와 만나거나 만나주지도 않는다 등 4페이지 분량의 선서를 읽고 난 뒤 신발과 양말을 벗고 건물을 나섰다. 건물을 나서기 전 노 교수는 물이 한가득 들어 있는 사기그릇을 기자에게 건넸다. 지하 170m 암반수예요. 옹달샘이 따로 없죠. 쭉 들이키면 가슴속까지 개운함이 느껴질 거예요 노 교수가 건넨 암반수를 한 번에 들이키고 건물을 나서자 나무와 돌로 만들어진 계단이 보였다. 이 계단에는 갖가지 명언이 적혀져 있었고, 전경수 회장의 말을 따라 발바닥 중앙이 모서리에 닿도록 걸어 내려가기를 시작했다. 전 회장은 발바닥 중앙에는 모든 몸의 독소가 모인다. 그래서 하루 열두 번씩 자율적으로 발바닥 중앙을 자극하며 땀을 흘리도록 유도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마약범죄라는 것은 범죄이기도 하지만 일종의 정신병이라면서 정신병에 걸린 이들을 가둬놓기만 한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마약사범이 검찰과 경찰에 적발돼 법원으로부터 받는 형량은 8개월에서 2년 사이. 교도소에서 마약을 하지 않더라도 치료가 되지 않으면 출소 후 다시 재범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 흙냄새풀냄새물은 최고의 교육자재 바람햇볕숲은 부교재 찌릿찌릿한 발바닥을 이끌고(?) 오르락내리락을 계속하자 황토와 인진쑥을 섞어 만든 황토방으로 기자를 안내했다. 이곳에서 중독자들은 눈을 감고 명상의 시간을 갖는다. 기자 역시 가부좌를 틀고 눈을 감고 명상에 빠졌다. 주변에서 풍겨오는 흙냄새와 시원한 산골바람, 따스한 햇볕을 받고 있다 보니 마음이 평안해지는 느낌이었다. 전 회장은 중독자 대부분이 주변의 공급자 등 환경 때문에 마약 등에 중독이 되기 시작한 것이라면서 이곳에서 사람과의 왕래를 줄이고 몸과 마음의 평안을 되찾은 교육이수생들은 현재 사회에 잘 정착해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0여년간 마약중독자 309명이 이곳에서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서 사회로 복귀했으며 이 중 단 한 명도 재범을 일으키지 않았다고 한다. 30여분간 명상을 마치고 난 뒤 언덕 아래쪽에 펼쳐진 공터로 발걸음을 옮겼다. 큼지막한 공터에는 배추와 고추 등 각종 밭이 구획을 나눠 자리하고 있었고 그 앞에는 이 밭을 가꾼, 또는 가꾸는 중독자의 이름(또는 가명)이 영문 이니셜로 적혀 있었다. 다른 한편에는 큼지막한 물구덩이를 가로지르는 외나무다리가 놓여 있었다. 중독자들은 뇌의 전두엽 등이 손상된 상태라 이 외나무다리를 처음에 건너지 못한다고 한다. 기자 역시 혹시 건너지 못할까 전전긍긍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다행히도 비틀비틀해도 무사히 건너편에 안착할 수 있었다. 하루도 빠지지 않는 술과 담배에 쩔어 있다고 해도 뇌의 전두엽 등이 손상되지는 않았나 보다.(근데 이게 다행인가?) 이어 단 하루만 체험하는 기자에게 밭을 내줄리는 없었고, 다른 사람이 가꾼 밭에 들어가 잡초를 뽑는 노동(?)을 해야 했다. 흙과 풀내음을 맡으며 30여분간 잡초를 뽑고 나니 기분 탓인지 아니면 정말 자연에 녹아들었는지 몸과 마음이 상쾌해지는 느낌이었다. 노 교수는 가평중앙교육원의 3대 교육기자재는 흙냄새, 풀냄새, 그리고 물이라면서 바람과 햇볕, 숲이라는 부교재까지 이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음이온은 중독에 의해 전두엽과 해마, 연수기능이 악화한 중독자의 뇌를 치유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 오고 가고 먹고 자고 이 곳의 모든 것은 스스로 선택결정 가평중앙교육원은 모든 것이 자유다. 자고 일어나고 명상을 하고 밥을 먹고 대소변을 보고 밭을 가꾸고 모든 것이 자유다. 이곳에 오는 것도, 나가는 것도 자유다. 단 1~2주 정도 후부터는 교육원에서 기초적인 가이드라인(일과표)을 제시한다. 프로포폴에 중독된 20대 유명 여자 모델은 입소 당시 생리도 하지 않고 몸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중독된 상태였다. 그러나 6개월 후 그녀는 생리는 물론이고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새 삶을 살고 있다. 이미 매스컴을 통해 익히 잘 알려진 이야기다. 마지막으로 산에서 직접 뜯은 약초와 재배한 채소 등을 이용해 음식을 만들어 먹고 전 회장으로부터 수료증을 받았다. 하루 반나절의 체험이었지만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 하루였다. 정상인의 몸과 마음으로 마약중독치유와 교육을 받은 터라 체험 후 딱히 달라진 점은 없었다. 하지만, 오랜만에 산골짜기에서 땀을 흘리고 흙냄새, 풀냄새를 맡으며 하루를 보낸 탓에 몸과 마음은 한결 가벼워진 느낌이었다. 마약이든 술과 담배든, 자신의 의지만으로는 중독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건 바로 우리가 사는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복잡하게, 갈등을 껴안고 살아가기 때문은 아닐까. 왜 예전 선비들이 머리 아픈 일이 있을 때 산속 깊이 들어갔는지, 그곳에서 해답을 찾아 나왔는지 알 수 있는 하루였다. 안영국기자 사진=전형민기자 가평중앙교육원? 가평중앙교육원 가평중앙교육원은 전 회장의 사비와 한국마약범죄학회원들의 십시일반 성금을 모아 만들어졌다. 2010년에는 평생교육법에 따라 가평교육지원청으로부터 마약중독자 관리센터로 지정돼 중독자의 재활교육 및 지원을 담당하고 있다. 마약관련 물품과 서적을 모아놓은 박물관은10월 중 경기도에 정식 박물관 등재도 신청할 계획이다. 그럼에도 교육비는 무료다. 경찰에 몸을 담은 지난 수십년간 전 회장이 봐온 마약사범 대부분은 주변환경이 어렵고, 그 주변환경 탓에 중독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또다시 재범하는 악순환에 빠지는 것을 봐왔기 때문이다. 전 회장은 남들은 물론이고가족들도 사비를 털어 중독자 치유교육센터를 만드는 내게 미쳤다는 말을 했다면서 하지만 중독자들이 이곳에서 재활의 의지를 다지고 다시 사회로 나가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활동하는 것을 보면 마음만은 뿌듯하다고 말했다.

[1일 현장체험] 수원소방서 화재조사관

소방당국은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사회부 기자라면 화재 현장 기사를 쓰면서 머리가 생각하는 것보다도 빠르게 손이 먼저 타이핑하고 있을 법한 문장이다. 기사를 쓰는 기자들 뿐 아니라 기사를 읽는 독자들에게도 이 문장은 전혀 어색하지 않을 것 같다. 기사 말미에 붙는 당연한 수식어처럼 느껴지니 말이다. 기자가 일일체험을 가는 날이 아니었다면, 종이상자 공장에서 불 났다더라는 말을 듣고 현장을 취재하러 다녀왔다면, 어김없이 저 문장으로 끝맺음 하는 기사를 썼으리라. 하지만 이 날은 달랐다. 수원소방서 화재조사분석팀과 함께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러 직접 나가볼 기회가 생긴 것이다. 더욱이 운이 좋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화재 피해가 커 소방서 자체조사가 아닌 광역화재조사를 나가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9월의 마지막날 아침, 전날 밤 화성의 한 종이공장에서 불이 났다는 소식을 듣고 수원소방서로 차를 몰았다. 원단 창고동에서 난 불은 건물 5동을 모두 태우고 1억5천여만원의 재산 피해를 냈다. 종이 공장이다보니 삽시간에 불이 번졌겠구나, 담뱃불일까 누전일까 골똘히 생각하며 화재조사 분석팀 사무실로 들어서니 송재용 팀장과 직원들이 기다렸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섰다. 화재 현장을 조사하러 나가기 위해 기자를 기다리고 있던 것이다. 그런데요, 화성에서 난 화재 현장조사를 왜 수원소방서에서 가요? 기자의 우문에 박영문 소방장(45)과 이병익 소방위(47)가 웃음을 짓는다. 경기도 소방은 도내 31개 시군을 4개 권역으로 나눠 수원과 용인, 부천과 의정부 등 권역별 1개의 중심소방서에 화재조사분석과를 두고, 1명 사망2명 부상 이상의 인명 피해가 있거나 1천만원 이상의 재산 피해가 발생한 화재, 화재 원인을 규명하기 어렵고 정밀 감식이 필요한 화재에 대해 출동해 조사를 벌인다. 화재가 발생하면 일반 소방서가 현장 출동해 기초 조사를 한 후 자체조사를 벌이거나 광역조사가 필요할 경우 중심소방서에 화재 감식 요청을 하면 중심소방서 내 화재 조사팀이 직접 현장에 나가 화재 감식을 하는 것이다. 이런저런 설명을 들으며 30여분을 달려 화재 현장에 도착하니 입구부터 매캐한 냄새가 진동을 했다. 렌즈를 끼는 기자의 눈에 잿가루가 들어가 눈물이 줄줄 났다. 사그라들지 않은 불씨를 끄기 위해 소방차량들이 바삐 드나드는 공장에서 우선 현장 관계자들의 진술을 듣기로 했다. 화재를 최초 목격한 직원과 전기위험물 관리자, 화재 현장에서 초기 대응을 했던 과장 한명이 화재조사관들과 함께 사무실에 모였다. 사고 전 마지막으로 현장을 나온 사람은 누구인지, 발화 건물에 설치된 기계와 전기 시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평소 전기적인 문제는 없었는지, CCTV와 흡연실의 위치는 어디인지, 현장에 소방시설은 어떻게 설치돼 있는지 등 현장 상황 전반에 대한 세세한 질문들이 이어졌다. 현장 평면도와 보험 가입현황, 화재발생 전후 상황 등까지 모두 확인하는 등 40여분간의 관계자 진술을 듣고 나니 원단창고 내 전기시설에서 누전이 발생한 것 같다는 추측이 나왔다. 이어 정확한 현장 감식을 위해 방화복을 갖춰입고 불이 난 1공장으로 향했다. 종이박스 원단들이 사람 키 높이만큼 켜켜이 쌓여있었다는 공장 원단 창고는 화마가 휩쓸고 지나간 뒤 공장이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을만큼 처참히 타버렸다. 엿가락처럼 휜다는 말이 이런 뜻이었구나 싶을 정도로 휘어진 철골 구조물들은 내려앉아버렸고 펌프차가 뿌린 물을 머금은 타다 남은 시커먼 종이박스들이 바닥에 널브러져 소방화가 푹푹 빠질 정도로 질척댔다. 무엇보다 매캐한 화재 현장의 냄새는 마스크를 뚫고 들어와 콧속을 후벼파며 머리를 지끈거리게 했다. 곳곳에서 잔불을 끄고 있는 진화 작업이 계속 되고 있었고 최초 목격자가 불을 발견했다는 곳에서부터 현장을 둘러봤다. 박 소방장이 배선반을 찾아 덮개를 열자 손잡이가 타버려 형태조차 없어진 스위치들이 나왔다. 스위치 방향이 위쪽으로 올라가 있다고 말하며 이어 바닥에 흐트러진 전선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전선 두 개가 엉켜붙어 한 몸이 돼 있는 것을 보고, 두개의 전선이 붙어서 불이 난 것인지, 불이 나서 전선이 붙어버린 것인지를 확인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불이 휩쓸고 지난 자리에서 방화 가능성, 전기기계적 요인, 가스 누출, 인적 부주의 등 수많은 화재 발생 원인을 찾아내는 일이 쉽지만은 않아 보였다. 드넓은 화재 현장 곳곳을 둘러보자니 왜 광역화재조사가 필요한지 그 이유가 절실히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그런데 문득 재산피해 1천만원 이상 화재 현장을 모두 조사하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쳐갔다. 소방 공무원은 인력 부족이 가장 큰 문제에요. 화재조사분석팀도 2명씩 3교대로 일하고 있지만 업무가 상당히 많은 편이죠. 소방 공무원의 처우 개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도내 소방공무원과 구조구급대원 1명은 2천63명, 7천401명 도민의 안전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두번째로 부담이 크다. 소방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과 직결돼 있는 분야인 만큼 소방공무원과 구조 구급대원의 처우 개선이 시급한 사항인 셈이다. 새삼스럽게 다시 한 번 감사하는 마음이 생겼다. 또 불이 꺼지면 소방의 일이 끝나는 줄 알았던 스스로가 부끄럽다는 생각도 들었다. 앞으로 화재 현장을 취재하거나 화재 사건 기사를 쓸 때마다 이날의 기억이 떠오를 것 같다. 수원소방서 화재조사관은 오늘도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김예나기자 사진=전형민기자

[1일 현장체험] 예비군 동원훈련 집행관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피할 수 없는 국방의 의무. 2년여 간 험난한 여정을 거쳐 무사히 미션을 완수하면 영광스러운 호칭 예비역을 획득하게 된다. 그리고 현역에서 예비역으로 직급이 업그레이드 되는 순간부터 그들에게는 7년 동안의 새로운 임무가 부여된다. 예비역 남성이라면 누구나 꺼림칙(?)하게 여기는 예비군 훈련이 기다리는 것. 전역하고 군복만 입으면 왜 그렇게 잠이 쏟아지고 몸이 무거워지고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는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예비군 훈련장으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은 그들의 표정에는 피곤함이 가득하다. 그런데 이렇게 훈련을 떠나는 예비역들을 물심양면으로 돕고 있지만, 정작 예비역 누구도 존재를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아직 예비군 4년차로 인천경기지방병무청을 출입하는 기자도 몰랐다. 예비군 수송의 출발에서 도착까지 안전을 지키는 예비군 동원훈련 집행관이 바로 그들이다. 지난 23일 오전 6시30분 안성시민회관 앞. 본격적인 가을을 알리듯 해가 어슴푸레해 아직 어둑어둑한 시간, 오전 7시로 예정된 집결 시간에 맞춰 군복을 입고 걸어오는 예비역들이 속속 눈에 띄었다. 훈련장으로 병력을 수송할 대형버스 6대도 줄지어 도착했다. 본격적으로 집행관이 움직여야 하는 시간이 된 것이다. 집행관임을 알리는 녹색 조끼를 입으니 심장이 두근두근 뛰기 시작했다. 같은 예비역들이라고 생각하니 민망한 마음도 들었지만, 이들의 안전이 달렸다고 하니 책임감이 느껴졌다. 함께 나온 권영아 집행관의 설명이 이어졌다. 오늘 6대 버스로 예비역 200여명이 강원도 원주 예비군 훈련장으로 갑니다. 소요 시간은 1시간30분 정도 걸릴 예정이에요 일단 처음은 간단한 일부터. 도착한 버스에 동원 수송 버스임을 알리는 안내판을 붙이고, 예비역들이 이름과 연락처 등을 남기는 명부를 하나씩 놓았다. 뭐야 간단하네라고 생각하며 방심하던 찰나, 스쳐가는 생각이 정신을 번쩍 뜨이게 했다. 모두가 병장 이상 출신인 예비역들. 기자조차 군복만 입으면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이미 아무것도 안 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고 적극적으로 아무것도 안하고 싶다라는 인터넷 유행어를 몸소 실천하는데 이들이라고 다를쏘냐. 단단히 소형 마이크를 붙잡고 버스에 오르는 예비역들을 향해 안내를 시작했다. 아무 버스나 타시면 됩니다. 탑승하시면서 앞에 놓인 명부에 성함과 연락처 꼭 적어주세요! 명부 적으신 뒤에는 그 버스만 타셔야 하지 다른 버스 타시면 안됩니다! 별것 아닌 걸로 생각될 수도 있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 연락처는 기본 중의 기본. 특히나 오늘처럼 중장거리 수송에는 더더욱 중요하다. 일일이 입소 예비역들이 명단을 작성하는 것을 확인하고 탑승 인원수를 체크했다. 45인승 버스 한 대 당 대략 20명 정도가 탑승한 상황. 집결 시간인 오전 7시가 되면서 집행관의 일은 더 바빠졌다. 버스 운전기사들에 대한 안전수칙 강의와 함께 음주측정도 집행관의 몫. 비상연락망을 구축하고, 이동 시 차선간격 유지과속 금지 등 기본적인 수칙을 설명한 뒤 음주측정기를 이용해 6분의 버스기사들의 음주 측정을 실시했다. 초록불, 초록불, 초록불. 무사히 넘어가나 싶었는데 갑자기 삐~ 소리가 들린다. 순간적으로 당황. 곧바로 재측정에 들어갔고, 다행히 이번에는 소리가 나지 않았다. 기계가 순간적으로 오류가 났거나 측정 바로 직전 흡연을 한 것 때문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뒤늦게 도착한 예비역들을 인도하고 탑승 방법을 알려주는 일도 계속됐다. 그리고 집행관의 하이라이트, 버스 통제관 임명이 이어졌다. 출발하는 버스는 6대이지만, 병무청에서 나온 집행관은 2명. 이럴 때에는 버스에 탑승한 예비역 장교 등에서 한 명을 선발해 안전통제관으로 임명, 해당 버스의 안전을 책임지게 한다. 단순해 보이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차량 사고가 일어날 경우나 탑승 장병의 건강에 이상이 생길 시 이를 담당 집행관에 보고하고 조치를 취해야 하는 임무를 맡는다. 임명장과 소정의 상품까지 전달할 정도로 막중한 역할인 것. 최종적으로 차량을 점검하고 탑승인원 확인을 마무리했다. 7시30분, 이제 본격적으로 훈련장으로 출발할 시간이다. 새벽부터 나와 피곤할 법도 하지만 훈련장으로 가는 동안 집행관은 바짝 정신을 차려야 한다. 사고라도 일어나면 재빠르게 안전조치를 해야 하기 때문. 군 운전병 시절 수없이 뇌까리던 오늘도 무사히를 기도하며 1시간30여분을 달려 도착한 곳은 강원도 원주 예비군훈련장. 아무 사고도 없이 무사히 도착, 이제 마무리 단계다. 부대로 들어가는 버스와 장병을 안전하게 인솔하고 나서야 오늘의 임무가 끝났다. 인천경기지방병무청에서 매해 수송하는 예비군 병력만 5만5천여명에 이르고, 투입되는 버스만 1천600대에 달한다. 동원훈련 집행관은 예비역 장병의 출발부터 도착하는 그 순간까지 모든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 오늘 도착한 원주는 차라리 가까운 편이다. 현재 예비군 훈련의 특성상 강원도 양양이나 고성 등 편도만 해도 4~5시간이 걸리는 곳까지 가는 일도 허다한 상황. 안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여느 때 보다 높은 이 시점에서 5만여 예비역 장병의 안전을 책임지는 집행관들의 분투는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기자의 동원훈련은 사실 끝났다. 내년부터 예비역 5년차에 접어들면 2박3일로 진행되는 동원훈련에는 거의 가지 않는다. 그래도 이번 체험을 통해 느낀 점을 아직 동원훈련을 가야 하는 예비역 동생, 후배들에게 꼭 말해주고 싶다. 동원훈련 갈 때 솔직히 짜증도 나겠지만, 녹색 조끼를 입은 분들이 있으면 고맙다고 한마디 인사 정도는 해주자라고. 이관주기자 사진=전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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