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과 물, 생태계를 살려내 우리 국토를 건강하고 늠름하게 지켜내고, 농업을 지역의 관광자원으로 맑은 물과 수려한 경관이 살아 숨 쉬는 쾌적한 전원풍경을 유지하고, 안전한 먹을거리를 찾는 소비자들에게 싱싱한 푸성귀를 직거래로 제공, 도시와 농촌이 공생하고.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을 꿈꾸는 양평지방공사는 지난 2008년 물 맑은 양평유통사업단을 모태로 출범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에 기자도 직원 수 97명에 달하는 일일 사업단 소속 직원으로 219억 원 상당의 지역 농특산물을 선별하고 출하하는 일련의 작업과정에 참여해 농업인들의 소득증대에 기여코자 하루를 꼬박 올인했다. ◇가공특산물 대도시로 보내는 선별작업대에 서다 지난 20일 오전 7시. 양평지방공사 회의실에선 팀장급 이상 직원들이 박기선 사장의 주재로 차트를 보면서 이날 출하할 농특산물에 대한 스케줄을 토의하고 있었다. 사무실 한 켠에 김봉국 교수의 저서 승자의 안목에 나오는 문구인 낮게, 좋게, 짧게, 적게가 표구된 액자가 걸려 있었다. 도대체 무엇을 낮게, 좋게, 짧게, 적게 하자는 의미일까? 박기선 사장은 비용은 낮게, 품질은 좋게, 과정은 짧게, 불량품은 적게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뜻으로 봐주시면 된다고 설명했다.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특산물들을 도회지 소비자들에게 시집 보내려는 준비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이처럼 먼동이 터기 전부터 시작된다. 직원들은 매 회의 때마다 전투를 앞둔 장수들처럼, 어떻게 하면 농특산물들마다 어머니의 체취와 향긋한 숨결을 유지하면서 도회지 소비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다. 전날 포장 및 출하과정에서 발생한 실수나 착오 등도 점검하고, 다시는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가족을 위해 저녁을 짓는 어머니의 정성을 담아 입고검사 보통, 출하과정의 첫 단계는 제1단계인 입고과정부터 시작된다. 저장실을 갖춘 입고장과 검수과정 공간 면적은 1천300여㎡ 남짓. 직원들은 이때부터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소비자들을 위한 깨끗함과의 전쟁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 공간은 대통령이라도 농특산물에 티 하나라도 묻지 않고, 청결함도 유지하고자 하얀색 가운과 둥그런 위생모, 마스크 등을 착용해야만 입장이 가능하다. 기자도 이 같은 복장을 갖추고 들어섰다. 농업인들이 정성을 들여 수확한 농특산물들은 하늘이 두 쪽이 나도 신선함을 유지해야 한다. 괜히 주눅이 들었다. 평균 근무경력이 10년째인 아주머니 직원들이 어쭙잖게 차려입은 가운과 위생모를 쓴 기자를 보고 입을 가리며 웃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뿐. 출하를 기다리고자 창고에서 차분하게 앉아 숨을 고르며 얌전하게 기다리는 상추와 감자와 잣 등을 보면서 마라톤을 뛰고자 호흡을 조율하고 몸을 가누는 육상선수가 연상됐다. 먼저 U자형으로 생긴 칼을 들고 감자 껍질부터 가지런하게 깎기 시작했다. 처음엔 서툴렀지만, 시간이 지나자 괜찮아졌다. 하지만, 허리가 아파지기 시작했다. 다음 과정은 싱싱한 상추 묶음을 150g씩 집어 컨베이어에 올린 뒤 얇은 비닐에 넣고, 라벨을 붙이는 작업이었다. 이처럼 창고에서 대기 중인 농특산물들은 제2단계인 상품화과정에 들어간다. 품목별로 상품명이 새겨진 플라스틱 용기에도 담기고, 예쁜 비닐봉지에도 담긴 뒤 박스에 들어간다. 이때도 물론 정성이 깃들어 줘야 한다. 그렇게 포장된 녀석(?)들은 산지유통센터 앞에 기갑부대 전차들처럼 일렬로 늘어선 화물트럭에 실리게 된다. ◇딸을 시집보내는 마음으로 정성스럽고 각별하게 출하
딸 자식을 시집 보내는 아버지의 마음이 이럴까요? 임병희 팀장(48)은 출하작업에 나설 때마다 늘 결혼식을 앞둔 딸 자식을 생각하는 심정으로 마음을 바로잡는다. 마침 민족 최대 명절인 설날을 앞두고 양평지방공사 산지유통센터 건물 앞으로는 겨울의 마지막 절기인 대한(大寒)을 맞아 동장군이 선사하는 선물인 희끗희끗한 눈발이 쉴 새 없이 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짙은 회색 점퍼를 갖춰 입은 직원들은 한 줄로 서서 결연한 자세로 농특산물들이 담긴 박스들을 트럭에 싣고 있었다. 예전 같으면 겨울철은 농한기이겠지만, 양평의 최대 브랜드로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도 각광받고 있는 내 몸엔 뽕잎차를 가득 실은 박스들이 즐비하게 출하를 기다리고 있었다. 직원 이모씨(34)는 농민들이 정성스럽게 생산해 입고시킨 상품들이 행여라도 다칠까 여간 조심스러운 게 아니다라며 시집가는 누이에게 연지 곤지를 바르고 머리를 땋아주듯, 정성스럽게 박스에 담고 있다고 말했다. ◇100여 개 농산물 품목에 일일이 정성 담아 양평지방공사가 자신 있게 선보이는 내 몸엔 발효 뽕잎차 등을 비롯해 물 맑은 양평 쌀 등 양평지방공사가 거래하고 있는 농산물 품목은 줄잡아 100여 개가 넘는다. 어느 것 하나 소홀할 수 없다. 지역의 1천520여 농가들이 참가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88%가 친환경농법으로 농사를 짓고 있다. 작업장은 그래서 온종일 긴장감의 연속이다. 비록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양평지방공사 직원들은 오늘도 묵묵히 도회지 소비자들에게 싱싱한 농특산물을 제공코자 그 역할을 충실하게 실천하고 있다. 이들이 추구하는 맑은 행복은 먼 곳에 있지 않았다. 양평=허행윤기자 heohy@kyeonggi.com 사진=전형민기자 hmjeon@kyeonggi.com
사회
허행윤 기자
2014-01-23 16: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