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그곳&] 인천 재활용품 30% 소각… 처리비용만 수백억

“생수병 라벨을 안 떼서, 케첩통을 물로 헹구지 않았다고 재활용이 안 된다구요?” 28일 오후 1시30분께 인천 송도 남부권역자원회수센터의 재활용 폐기물 선별장. 센터 관계자들이 고무장갑을 끼고 쉴 새 없이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넘어오는 1회용품 중 재활용이 불가능한 것들을 하나하나 빼내고 있다. 라벨이 붙어 있는 생수병, 여러 물질이 섞인 즉석밥 용기를 비롯해 세척이 안된 케첩통, 컬러 마크가 선명한 1회용 플라스틱 커피잔 등을 모두 골라낸다. 이들이 골라낸 재활용하지 못하는 플라스틱 폐기물은 모두 소각 처리한다. 이날 센터를 견학온 김미숙씨(64)는 “음식물 등이 묻어 있으면 재활용을 할 수 없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며 “쓰레기 분리수거 하는 방법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센터 관계자는 “이 곳으로 들어온 플라스틱 중 30%는 소각장에서 태운다”며 “시민들이 라벨을 떼고 세척만 한번만 해도 모두 재활용할 수 있는데 안타깝다”고 했다. 이날 2시께 인근 소각장의 크레인실에는 각종 생활폐기물 2천여t이 한가득 쌓인 곳에서 악취가 진동을 한다. 매일 크레인으로 연수·남동·미추홀구 등에서 수거한 쓰레기 종량제봉투를 뜯어낸 뒤, 안에 있는 음식물 찌꺼기를 말리기 때문이다. 소각장 관계자는 “종량제봉투에 음식물 쓰레기가 있으면 수분과 염분 때문에 소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말리는 작업은 필수적”이라고 했다. 이어 “종량제봉투에 음식을 쓰레기를 버리면 안되는데, 꽤 들어있다”며 “매일 400t의 생활쓰레기가 들어오는데, 뜯고 말리는 작업의 반복”이라고 했다. 인천지역 생활폐기물의 분리수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상당량의 플라스틱을 재활용하지 못하고, 건조·소각하는 비용만 해마다 수백억원씩 들어가고 있다. 인천시와 인천환경공단 등에 따르면 재활용이 불가능해 소각 처리한 플라스틱 등 폐기물은 지난 2020년 2천704t, 지난해 2천609t에 달한다. 통상 재활용하는 플라스틱 1t 당 평균 가격이 55만7천원임을 감안하면, 해마다 14억5천만~15여억원이 재로 변하는 셈이다. 특히 소각장은 2020년 13만2천583t과 지난해 14만5천762t의 생활폐기물을 건조하고 태우기 위해 각각 261억5천500만원, 288억9천400만원이 들어갔다. 여기에 생활폐기물을 태우고 난 재를 처리하는데도 해마다 30여억원이 쓰이고 있다. 조강희 인천사이클에코센터장은 “생활폐기물의 재활용률을 높이려면 지자체가 관련 교육과 홍보 등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시 관계자는 “3년 전부터 인천시교육청과 함께 학생들을 대상으로 관련 교육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 지원 예산·대상을 넓히는 등 교육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박주연기자

[현장, 그곳&] “거리두기 끝났는데” 은행 영업시간 단축 그대로…불편 가중

“은행은 가뜩이나 일찍 끝나서 불편했는데, 거리두기가 끝난 지가 언젠데 아직도 단축 운영을 하나요?” 사회적 거리두기가 종료됐지만 시중 은행들은 여전히 단축된 영업시간을 그대로 운영하고 있어 시민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오후 3시40분께 수원특례시 장안구의 한 은행. 강미영씨(35·가명)는 오랜만에 계획한 해외여행을 앞두고 환전을 하기 위해 은행을 찾았지만, 은행은 굳게 닫혀 있는 상태였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났음에도 시중은행들은 영업시간을 여전히 오후 3시30분까지 단축해서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강씨는 한숨을 내쉬며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이날 오후 같은 시각 용인특례시 수지구의 한 은행도 상황은 마찬가지. 은행 문 앞에는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로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3시30분까지 단축 운영한다’는 안내문구가 붙어 있는 상태였다. 이를 알지 못하고 은행을 찾은 시민들 사이에선 볼멘소리가 쏟아졌다. 대출을 위해 은행을 찾은 김명숙씨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난 지가 언젠데 아직도 시민들이 불편을 감수해야 하느냐”고 불편한 기색을 역력히 드러냈다. 더불어민주당 박재호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시중은행 16곳 중 거리두기 종료 후에도 기존 영업시간으로 다시 돌아온 은행은 단 1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시중은행들은 ‘2021년도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 산별교섭 합의’에 따라 코로나19 확산세를 고려해 영업시간을 오전 9시~오후 4시에서 오전 9시30분~오후 3시30분으로 한 시간 단축했지만, 지난 4월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됐음에도 영업시간 단축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비대면 금융 서비스가 익숙지 않아 은행을 자주 찾는 고령층은 이 같은 영업시간 단축에 불편을 겪고 있다. 물론 시중은행 내 일부 점포들에선 영업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곳들도 존재하지만, 이는 관공서나 상가 인근 점포 등에만 한정되는 상황. 탄력 점포를 운영하는 시중은행 7개에서 영업시간 등을 길게 운영하는 점포는 도내 794곳 중 112곳(14.1%)에 그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은행업계는 영업시간을 당장 원상복귀하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영업시간을 되돌리기 위해선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과 사측 대표기구인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의 합의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최근 진행된 금융산별중앙교섭이 결렬되는 등 양측의 입장 차가 뚜렷해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다른 은행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영업시간 원상복귀는 노사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협의 과정을 지켜봐야 하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영업시간을 늘리는 방안이 당장 현실화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정규기자

[현장, 그곳&] 벗기 불안하고 어색... 아직은 마스크 ‘일상’

“마스크 해제?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습니다.” 1년5개월 만에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완전히 사라졌지만 경인지역 시민들은 아직 마스크를 쓰는 게 일상이 된 모습을 보였다. 26일 오전 수원 성균관대에선 대다수 학생들이 마스크를 쓴 채 강의실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비교적 코로나19에 면역력이 있는 젊은 층의 학생들이 대다수였지만, 이들은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완전히 해제됐다는 사실을 인지하면서도 당분간은 마스크를 계속해서 쓸 것 같다고 강조했다. 김명준씨(23)는 “약 2년 동안 계속 마스크를 써왔던 상황이라 이제부터 완전히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고 하니까 매우 어색한 게 사실”이라며 “당분간 나와 친구들의 안전을 위해 마스크는 계속 쓰고 다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용인 에버랜드에선 놀이기구를 타기 위해 야외 공간에서 줄을 선 사람들 대부분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고 놀이기구를 탈 때 역시 마스크를 벗고 있는 시민은 찾기 힘들었다. 이날 낮 1호선 평택역 실외 승강장에서도 마스크를 벗고 있는 사람은 거의 찾을 수 없었다. 이예슬씨(32·여)는 “뉴스를 보고 실외 마스크 착용이 전면 해제된 것을 알았지만 매일 확진자가 발생하는 상황이 불안해 마스크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인천 서구 정서진중앙시장도 상황은 마찬가지. 주로 노년층이 몰려 장을 보고 이웃과 대화를 이어나갔지만, 대부분 전날과 같이 마스크를 코끝까지 올려 착용한 상태였다. 일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시민들도 점포 앞에서 물건을 고를 때는 황급히 마스크를 착용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아울러 오후 2시께 진행된 경기도버스노동조합협의회가 주최한 거리 집회에서도 3천여명의 참가자는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대열을 벗어나 인도 쪽으로 나와 있는 참가자 중에선 마스크를 쓰지 않은 조합원들이 발견되기도 했지만, 대열로 복귀할 땐 주머니에 넣어뒀던 마스크를 다시 챙겨 썼다. 방역 당국은 이번 실외 마스크 의무 전면 해제가 실외에서의 마스크 착용이 ‘아예 불필요해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개인 자율적 실천에 따라 상황에 맞게 여전히 마스크 착용은 필요하다. 특히 고위험군 및 고위험군과 밀접 접촉하는 사람은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방역 당국은 이날부터 야외에서 마스크를 의무적으로 착용하도록 했던 지침을 모두 해제하고 착용 권고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50인 이상이 참석하는 집회나 공연, 스포츠 경기 등의 마스크 착용 규제’가 사라져 스포츠 경기, 지하철 야외 승강장, 놀이공원 등에선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 지방종합 김정규기자

[현장, 그곳&] 손 모자라는 뷔페식 급식… ‘운용전략’ 필요하다

“인건비가 워낙 비싸다 보니 석식의 경우 식품비 구성을 맞추면 8천원이 넘어갑니다.” 21일 오전 11시20분께 성남외국어고등학교 3층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카페테리아 급식 설명회’에서 마이크를 잡은 김종표 교장은 카페테리아 급식단가를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이달부터 식품비 단가가 7% 인상(중식비 4천90원)돼 ‘운영의 묘’가 있어야 카페테리아 급식 운영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또 급식인원 숫자가 고정적이어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김 교장이 몸담은 성남외고는 지난해 4월부터 전교생을 비롯한 교직원들에게 카페테리아식 급식을 제공하고 있다. 일반 학교와 달리 위탁운영 형태로 급식을 운영 중이며, 조리실무사 11명이서 3개조로 나눠 약 600명에 대한 급식을 하루 3번 제공하고 있다. 이들은 학생들의 건강상태, 기호도 등에 따라 대체식, 선택식, 세계 음식(월 1회)을 급식으로 제공하는데, 자율배식과 샐러드바 코너는 항시 운영 중이다. 이같이 한정된 인력으로 많은 양의 급식을 준비하는 것에 대해 학교 측도 조리실무사들의 어려움을 인정하고 있다. 김 교장은 “600명의 밥을 11명이 담당하고 있는데, 저희가 이 분들한테 무엇을 도와드릴 수 있는지 늘 걱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도교육청이 이처럼 학생 선호에 따라 메뉴를 정할 수 있는 카페테리아식 급식을 본격 추진하고 있지만, 일선 학교에서의 적용 여부에 의문 부호가 달리고 있다. 기숙사 형태로 운영되는 성남외고처럼 학생 수가 일정해 급식단가의 안정성을 갖춰야 하는 데다 위탁운영이 아닌 학교에 소속된 조리실무사들이 같은 급식 환경에서 반찬 수를 더 많이 만들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기존 급식실 환경 개선 없이는 카페테리아식 급식 운영이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경기학비노조 관계자는 “카페테리아식 급식을 하려면 협소한 조리실이 개선돼야 하고, 급식기구 및 인력이 확충돼야 한다”면서 “단체급식이기에 신속하게 빠져나가야 하는 급식실 구조도 바뀌어야 해 도교육청 정책 추진은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도교육청 관계자는 “학생들의 자율권과 선택권을 존중하는 카페테리아식 급식을 확대해 학생들의 급식 만족도를 높이겠다”며 “학생들의 기호와 요구에 맞는 다양한 급식과 건강한 식생활교육을 통해 맛과 질이 보장되는 학교급식을 제공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민훈기자

[현장 그곳&] 명실상부한 유럽 최고의 허브공항, 스히폴공항을 찾아가다…포스트 코로나 공항산업 체험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유럽 최고의 허브공항의 위상은 네덜란드 스히폴공항이 보여주고 있다. 지난 19일(현지시간·네덜란드) 오후 3시 스히폴공항 출국장. 수만명에 달하는 공항이용객이 출국시간 3~5시간 전부터 각 항공편 체크인 카운터 곳곳 대기선에 줄지어 서있다. 출국장 출입구 밖엔 대기자를 위해 스히폴공항이 임시 텐트까지 설치했다. 특히 오후 9시20분 대한항공(인천행)편 체크인 카운터는 운영을 시작하기 전부터 200~300명이 모여들고 있다. 체크인 후 항공권을 발급받은 이용객들은 보안검색을 위해 대기줄에 합류한다. 보안검색 소요시간은 최소 1시간에서 최대 4시간 상당이다. 이처럼 스히폴공항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압도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공항협의회(ACI)는 최근 스히폴공항의 직접 연결성이 코로나19 전인 2019년에 비해 90% 수준까지 올랐다고 분석했다. 이는 유럽 핵심 허브공항으로 꼽히는 독일 프랑크푸르트공항(79%), 프랑스 샤를드골공항(82%) 등 보다 빠른 상황이다. 항공여객의 경우 지난 7월 518만명으로 2019년 같은 기간 보다 77% 수준까지 회복했다. 반면, 같은 기간 인천국제공항은 174만명으로 2019년 7월 대비 27.9%에 머문다. 이는 스히폴공항 이용객과 네덜란드 방문 수요 유치를 위해 항공사는 물론 네덜란드 관광청과 네덜란드 투자진흥 네트워크 등이 협업해 공격적으로 마케팅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빠르게 회복한 여객 수요와 반대로 코로나19 탓에 줄였던 인력을 충원하지 못해 혼잡도는 남은 숙제고 꼽힌다. 현재 스히폴공항엔 20여곳이 넘는 보안검색대를 운영하지만 인력 문제로 6~7대만 운영하며, 관련 민원은 최근까지 2천여건 이상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또 출국절차가 늦어져 비행기를 놓치거나 수화물이 늦게 도착한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이에 스히폴공항은 컴퓨터단층(CT) 스캐닝으로 보안검색을 대체하는 임시 방편을 적용하고 있다. 또 빨리 인력을 확충해 출국절차 완료까지 걸리는 시간을 10여분 안팎으로 줄인다는 목표다. 이와 함께 스히폴공항은 최근 부족한 주차시설을 터미널과 연계해 확장시켜 사용하고 있으며, 앞으로 여객 수요 확보를 위한 터미널 확장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키엘 스히폴공항 디렉터는 “정부를 비롯한 항공사와 스히폴그룹 등이 함께 검역완화 정책 등으로 항공수요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이어 “현재 부족한 보안 인력을 비롯해 식음료(F&B) 서비스 인력 등도 계속 충원해 나가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항 혼잡도를 줄이기 위해 지난 7월부터 비행기 슬롯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여객 수요에 제한을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럽 최대 ‘허브’ 스히폴공항, 전략적 파트너사로 인천국제공항 꼽아 스히폴공항은 영국 히드로공항, 프랑스 샤를드골공항과 함께 유럽 3대 허브공항으로 불린다. 스히폴공항은 80개 항공사가 취항하고 있고, 264개의 노선을 운항한다. 직항 취항노선 수는 유럽 내 1위, 환승 노선은 전세계 5위 수준이다. 최근 스히폴12년간 유지하던 프랑스 샤를드골공항과의 ‘허브링크(Hublink)’ 협업 계약이 지난해 11월 종료했다. 이에 스히폴공항을 비롯한 스히폴그룹은 새로운 협업 파트너공항도 찾고 나서고 있다. 앞서 스히폴그룹과 프랑스 공항운영사인 ADP그룹은 각각 지분 8%를 맞교환(지분 스와프)했다가 새로운 지분교환 대상을 찾는 중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전략적 파트너도 모색하고 있다. 특히 스히폴그룹은 인천국제공항을 전략적 협업 등을 위한 유력한 파트너로 꼽고 있다. 앞서 스히폴그룹은 인천공항과 허브공항간 전략적 협업을 하고 싶다는 긴급 요청을 했고, 지난 12일 김경욱 인천공항공사 사장도 방문했다. 키엘 스히폴공항 디렉터는 “종전 샤를드골공항의 지분을 가져갈 파트너를 내년 5월까지 기다리고 있다”며 “인천공항에도 그 대상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인천공항은 문화·철학적, 세계 허브공항이라는 점 등 많은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천공항과 최근 전략적 파트너십에 대해 얘기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스히폴공항은 코로나19 이전 연간 여객실적은 7천96만명으로 인천공항(7천57만명)과 경쟁을 하고 있다. 스히폴공항은 올해는 2019년 대비 85% 수준인 6천만명까지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스히폴공항의 차별화한 VIP 출국 서비스, 선진 비즈니스 공항 시스템 구축 스히폴공항은 퍼스트나 비즈니스 출국 서비스 등 패스트트랙(Fast Track)과 함께 VIP 출국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종전 정부 관계자와 왕족 등을 대상으로 운영했던 간소화한 출국 서비스를 최근 유료 상품으로 내놨다. 1회 이용 시 비용은 300~400유로(42만~54만원) 상당이다. 1일 이용자 90~130여명이다. 이곳에선 간편 출국 심사와 전용 라운지, 전용 카트 서비스 등을 받을 수 있다. 이날 스히폴공항의 협조를 받아 기자단이 체험한 이곳의 서비스는 전용 대기실에서 출국 심사를 받은 뒤 개별적으로 보안검색을 받았다. 이 과정 모두 5분 내 이뤄졌다. 이후 이곳 라운지에서 머물다 항공편으로 바로 이동하거나 면세구역으로 이동할 수 있다. 기자단은 면세구역으로 나와 항공사 라운지 등이 아닌 스히폴공항이 별도로 운영하는 프리미엄 멤버쉽 서비스 Privium 공간을 갔다. 이곳은 총 4단계로, 가장 낮은 4단계의 연간 회원 비용은 200~300유로(28만~42만원) 상당이다. 이 라운지는 비즈니스 공간을 위한 미팅 장소와 개인정비 공간, 식음료 공간 등으로 구성했다. 이 서비스에 가입한 회원은 여권 및 스마트카드를 등록한 홍채인식 정보로 e-GATE를 통해 출입국(30초)이 가능하다. 비카 스히폴공항 고객경험 팀장은 “간편 출국심사와 공항 라운지 등 VIP 서비스는 허브 공항으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특화 상품”이라고 했다. 이승훈기자

[현장 그곳&] 인천 공영주차장 ‘텅텅’ 주변도로 ‘빼곡’… 불법주차 심각

“공영주차장이 있으면 뭐해요. 야간에는 다들 밖에다 불법 주차하는데요.” 지난 19일 오후 8시께 인천 부평구 십정동 백운남부1차 공영주차장. 모두 59면의 주차장이지만 고작 10여대만 있을 뿐, 나머지는 텅 비어있다. 그러나 주차장 펜스너머 주택가 좁은 이면도로에는 불법 주차 차량이 빼곡하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길을 지나다 차량이 지나가면 길 옆으로 비켜서야 하는 등 안전을 위협받고 있다. 이 곳에서 만난 주민 A씨는 “왜 주차장에 주차를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가뜩이나 길도 좁은데, 불법 주차 때문에 너무 불편하고 위험하다”고 했다. 반면, 상가밀집지역인 남동구 구월동의 한 공영주차장에는 오히려 차들이 너무 많아 주차장 앞 인도까지 불법 주차가 이어지고 있다. 공영주차장 요금이 인근 사설 주차장의 반값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싼 탓이다. 한 운전자는 “주차요금이 싸다보니, 대중교통보다는 차를 갖고 나오는 편”이라며 “다만 주차장에 차가 많아 바로 옆 길가에 불법 주차를 하기도 한다”고 했다. 인천지역 내 공영주차장 인근의 불법 주차가 심각하다. 20일 인천시와 군·구 등에 따르면 지역 내 지자체가 운영하는 공영주차장은 모두 2천387곳이며, 이중 유료 공영주차장은 525곳(22%)이다. 그러나 이들 유료 공영주차장의 이용률이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가 인천연구원을 통해 지난해 시민 726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주거지역 유료 공영주차장의 야간 주차 비율은 1.4%에 불과하다. 반면 인근 도로의 불법 주차 비율은 13.4%에 달한다. 즉, 주민들이 집 앞 공영주차장에 주차하지 않고 도로에 불법 주차를 하는 셈이다. 이 같은 낮은 이용률은 인천의 공영주차장의 요금제가 주·야간 정기권 요금으로 나눠져 있지 않은데다, 주거지역 인근 거주자를 위한 야간 요금 할인 혜택 등도 없기 때문이다. 인천을 제외한 특·광역시 6곳은 월 정기권을 주·야간으로 나누고 야간에 주민 할인 혜택 등을 주고 있다. 하지만 상업지역의 유료 공영주차장은 차들로 빼곡하다. 이는 상업지역의 유료 공영주차장이 도심 혼잡도 등을 감안하지 않은 채 싼 요금을 받아 되레 차량 이용을 유발하고 있는 탓이다. 지역 내 유료 공영주차장 중 요금이 30분에 1천원으로 가장 비싼 ‘1급지’는 고작 18곳 뿐이다. 이 때문에 시가 공영주차장 이용률을 높일 수 있도록 주차장 요금 및 급지 체계 등에 대한 개편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시 관계자는 “공영주차장 요금은 시민의 체감도가 높다보니, 수십년째 요금 인상 등의 조치를 하지 못했다”며 “교통 환경 변화에 따른 급지 체계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인천 공영주차장 주·야간권 신설 및 요금 체계 개편 시급 인천지역의 공영주차장 이용이 낮고 되레 불법 주차가 심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요금 개편과 급지 상향 등이 시급하다. 20일 인천시가 인천연구원을 통해 한 ‘인천 공영주차장 주차요금 및 급지체계 개선방안 연구’ 결과, 이 같은 제안이 나왔다. 인천연구원은 현재 지역 내 유료 공영주차장의 월 정기권 요금을 주·야간으로 구분해 적용해야 한다고 봤다. 주거지역 공영주차장 인근 거주자에게 야간 월 정기권을 최대 40%까지 할인해주는 혜택을 줘, 불법 주차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다. 현재 지역 내 월 정기권 요금은 주·야간 구분없이 1급지 기준 10만원이다. 반면 타 특·광역시는 주간에 비해 야간 월 정기권 주차 요금은 25~40%까지 싸다. 또 인천연구원은 공영주차장의 요금 기본시간 징수 단위를 현행 30분에서 10분으로 세분화해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만약 10분 단위의 요금 적용이 이뤄지면 1급지 350원, 2급지 200원, 3급지 150원, 4급지 100원 등의 기본요금을 낸다. 징수 단위를 10분으로 바꾸면 불필요한 장기 주차를 막는 효과가 있다. 특히 인천연구원은 공영주차장의 급지체계 개편을 위해 지하철역 접근성과 버스노선 이용 가능성 등을 감안한 ‘노선수·거리별 차등화 방안’의 마련이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지하철역으로부터 100~500m 내에 있는 공영주차장들을 100m 마다 급지를 나누는 방식이다. 또 버스정류장으로부터 50~300m 내에 있는 공영주차장은 50m 마다 급지를 분류하는 방안도 있다. 인천구원은 이 같은 차등화를 통해 2급지 36곳을 1급지로, 3급지 14곳과 42곳을 각각 1·2급지 등으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 밖에 인천연구원은 공영주차장의 급지를 점(點) 기준으로 설정한 현재 방식을 면(面) 기준으로 확대해 주차장 인근 지역의 급지를 통일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석종수 인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공영주차장의 절반 이상이 무료주차장인 것을 감안, 이를 유료화해 차량 이용률을 낮춰 도심의 불법주차를 막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요금 및 급지체계 개편이 시급한 만큼 이 같은 방안을 시가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했다. 이지용기자

[현장, 그곳&] 먼길 떠난 ‘수원 세 모녀’ 시민들 함께 울었다

생전에 옷깃도 스치지 않았던 사람들이 통곡했다. 바닥에 뚝뚝 떨어지는 눈물이 외롭게 먼 길을 떠나는 그들을 조금이나마 위로했다. 경기일보의 최초 보도로 세상에 알려진 ‘수원 세 모녀’의 마지막 길을 배웅한 시민들의 이야기다. 25일 오후 1시30분께 수원중앙병원 장례식장 특실. 숨진 A씨와 두 딸의 위패 앞에서 50대 여성 한 명이 쓰러질 듯 오열했다. 장례식장 복도까지 퍼진 구슬픈 울음소리는 공영장례를 추진한 수원특례시 공무원 등 30여명을 숙연하게 했다. 이 여성은 주변의 부축으로 힘겹게 장례식을 나가는 순간까지도 손으로 입을 막는 등 애써 북받친 감정을 참으려 했으나 흐르는 눈물은 어쩔 수 없었다. 이 여성은 고인들과 일면식이 없던 유덕화씨(56·가명·여)다. 유씨는 세 모녀와 아는 사이는 아니지만, 이번 사건이 발생하자 안타까운 마음에 한걸음으로 이곳을 찾았다. 유씨는 “지역 사회가 함께했다면 힘들었던 이들의 삶이 조금이나마 나아졌지 않았겠는가. 죄책감이 든다”면서 “지역이 연대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며 눈시울 붉혔다. 이날 오후 2시가 되자 열 차례 타종을 시작으로 A씨와 두 딸에 대한 원불교 경인교구의 추모의식이 거행됐다. 엄숙한 분위기에 종소리가 이어지면서 20여명의 시민들은 지그시 눈을 감고 합장하는 등 암과 희귀 난치병, 생활고에 지쳐 생을 마감한 세 모녀의 넋을 달랬다. 뿐만 아니라 전날 오후 5시 수원특례시에 의해 꾸려진 장례식장에는 이날 오후 3시까지 100명의 시민이 방문, 세상과 이별한 세 모녀를 추모했다. 이처럼 시민들의 슬픔 속에 세 모녀는 다음날 발인과 화장 절차를 거쳐 수원시연화장 봉안담에서 힘들었던 삶을 뒤로 한 채 영면에 들어간다. 이재준 수원특례시장은 이 자리에서 “수원에서 어렵게 산 이들을 돌봐 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며 “마을공동체가 중심이 되는 ‘통합돌봄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전날 김동연 경기도지사에 이어 이날 김건희 여사, 한덕수 국무총리 등이 수원중앙병원 장례식장을 찾았다. 양휘모·이정민기자

[현장, 그곳&] 지하철 ‘문자 민원’ 안내 태부족, 신고 번호 어디에… 범죄 피해자 두번 운다

수도권 지하철 내 범죄가 다양해지는 가운데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문자 민원 신고 안내 서비스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오전 10시께 경기지역을 관통하는 지하철 1호선 수원역, 4호선 평촌역, 수인분당선 죽전역 등에서 본보 취재진이 지하철에 탑승해 문자 민원 신고 안내 번호를 찾았다. 번호는 객차 내 노선도 구석 부근에 표시돼 있었는데 대부분 3cm 크기로 번호 식별이 쉽지 않은 상태였다. 이 마저도 열차 한 칸당 벽면에 부착돼 있는 노선도에 다 표시돼 있지 않는 등 안내가 일정치 않았다. 수인분당선 도시철도의 경우 한 칸당 총 4개의 노선도 중 2곳에만 문자 민원 신고 번호가 적시돼 있었다. 1호선은 8개 노선도에 모두 표시돼 있거나 절반인 4개만 표시된 사례도 있었고 4호선은 8개 노선도 가운데 절반 노선도에만 신고 번호가 안내되고 있었다. 지하철 내 범죄 및 비상 상황 발생 시 객실 내 비상 인터폰을 사용할 수 있지만 성추행 등 현장에서 범죄 피해를 겪는 피해자들은 가해자가 눈치챌 수 없도록 도움을 요청할 때 문자 신고가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러나 이처럼 부실한 안내 시스템 상황에서 시민 대다수는 문자 민원 신고 번호를 알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금정역에서 만난 송정아씨(28)는 “문자를 통한 신고 서비스를 들어보지도 못했고 지금 확인해보니 한눈에 번호를 식별하기엔 너무 글자체가 작아 위급 상황 시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할 거 같다”고 불안해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노선도와 인터넷 등에 번호가 게재돼 있지만 좀 더 효율적으로 해당 서비스를 알릴 방법을 논의해 보겠다”라고 밝혔고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자체 어플을 통해서도 신고가 가능하지만 시민들이 서비스 이용에 불편을 겪는 만큼 홍보 방향 개선에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한편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실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 5년간 경기지역 지하철 내 성범죄는 691건, 절도 293건, 폭력 272건 발생했다. 박병규기자

[현장, 그곳&] 보도 점령한 불법 적치물…보행자 안전 위협

21일 오전 10시께 의왕시 경수대로의 거리. 가게 오픈을 준비 중인 가구 매장들이 인근 보도에 자리를 차지한 풍선형 세움 간판과 입간판 등이 보행자들의 이동을 번번히 방해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200여m 떨어진 가전 매장은 자전거 도로와 건물 경계석에 캐노피 천막을 설치한 상태였다. 해당 도로를 이용 중인 자전거 라이더들은 이를 피하며 아슬아슬한 곡예 운전을 펼쳤다. 비슷한 시각 안산시 상록구 용신로의 가구거리. 약 376m에 이르는 구간 중 10여개의 가구점들이 인근 보도에 2m 길이의 매트리스와 1m 높이의 선반 등 각종 적치물을 내놓고 있었다. 또 다수의 매장들이 판매를 위한 의자와 80cm 서랍장 등 30여개의 물품들은 인도 곳곳에 진열해 놓은 상태였다. 한 상인은 “곧 폐기물 차량이 수거할 예정”이라며 책임을 회피했고 또 다른 이는 “다른 가게들도 비슷하게 하고 있지 않느냐”며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했다. 인근을 지나치던 김진래씨(71)는 곳곳에 방치된 보도에 수북히 놓여진 방해물들을 이리저리 피하며 힘겹게 발걸음을 이어갔다. 김씨는 “사람들만 통행하기에도 좁은 보도에 무슨 권한으로 이딴 잡화들을 멋대로 던져놨냐”며 불편한 심정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같은 불법 보도 점령은 가구거리뿐만 아니라 도내 곳곳의 상점들 상황도 비슷했다. 군포의 한 편의점과 약국에서는 풍선형 세움 간판을 버젓히 인도에 설치한 상태로 호객행위를 이어갔고 인근 재활용 센터 앞엔 각종 중고 전자 제품들이 불법으로 보도를 차지하고 있었다. 더욱이 시각장애인들의 눈이 되는 점자블록 위에 냉장고와 세탁기 등을 적치한 사례도 포착됐다. 경기도내 가구거리 등 상가지역 보도들이 무단으로 쌓인 적치물로 방치된 채 시민들의 통행권을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도로교통법 제3조와 제14조에 따르면 보도에 도로점용허가 외 노상적치물이나 옥외광고물 등을 설치할 수 없다. 박무혁 도로교통관리공단 교수는 “무엇보다 중요한 건 보행자의 안전”이라며 “보도는 공공이 이용하는 곳이며 시민이 우선이기 때문에 지자체가 필요한 곳에 단속을 적극 시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각 지자체 관계자들은 “민원 발생 시 이동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단속원을 통한 점검 및 계도 방향에 더 신경 쓰겠다”고 말했다. 박병규기자

[현장, 그곳&] 학교 앞 버젓이 ‘전자담배 가게’… 청소년 흡연 ‘부채질’

경기지역 내 초중고 인근에 전자담배 매장이 들어서 청소년의 접근이 쉬워지고 있지만 전자담배 매장은 청소년 유해시설에 해당되지 않아 제도적 정비가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오전 수원특례시 영통구의 효원초. 이곳에서 약 25m 떨어진 곳에는 ‘전자담배’란 큼지막한 간판을 단 전자담배 매장이 운영 중인 상태였다. 무엇보다 해당 매장 반경 200m 안에는 초등학교를 비롯해 매탄중, 효원고까지 위치해 있는 상황. 방학 보충 수업 때문에 학교로 향하던 학생들이 매장 앞을 지날 때마다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가게 안을 살펴보는 모습도 자주 포착됐다. 고등학생 한태인군(18)은 “이곳을 지날 때마다 호기심이 생겨 자주 들여다 본다”고 털어놨다. 이날 오후 용인특례시 기흥구의 어정초 앞도 상황은 마찬가지. 교문에서 불과 50m 떨어진 곳 입점돼 있는 전자담배 매장에 붙어 있는 담배연기를 내뿜는 사진은 학생들에게 유혹의 손길을 내밀고 있었다. 또 같은 건물 3층에는 학생들이 다니는 음악학원도 있어 학생들의 접근도 매우 쉬웠다. 교육환경법은 학교 경계에서 직선 200m 거리는 교육환경보호구역으로 규정하고 있다. 학생의 보건·위생, 안전, 교육환경 보호를 위해 해당 구역 안에는 ‘담배사업법’에 의한 지정소매인, 이밖에 담배를 판매하는 자가 설치하는 담배자동판매기 설치도 금지돼 있다.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교육환경보호구역 내 금지행위·시설 등에 대한 심의 건수는 2019년 74건, 2020년 126건, 2021년도 148건으로 해마다 상승했다. 하지만 이 같은 교육환경보호구역 내에 위치하면 안되는 유해시설 중 전자담배 매장은 포함돼 있지 않아 학생들이 유해 환경에 무방비로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액상형 전자담배를 사용하는 청소년 비율은 2017년 2.2%, 2018년 2.7%, 2019년 3.2%로 해마다 증가한 뒤 2020년 1.9%로 잠시 주춤했지만, 2021년(2.9%)부터 다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기본적으로 학교 주변에 전자담배와 같은 문제가 되는 업종이 들어오면 안되기 때문에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해당 매장들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며 “이와 함께 자극적 선전에 대한 규제와 예방 교육 실시도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행법상 전자담배 판매 매장은 유해시설에 해당하지 않아 절대적으로 금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전자담배 매장 업주들도 학생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외부광고나 홍보는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소연기자

[현장, 그곳&] 화성 송산면 일대 불법 매립 등 ‘수상한 농사’ 성행

송산그린시티와 인접한 화성 송산면 일대에서 불법 성토 후 벼를 심어 놓는 ‘수상한 농사’가 성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화성시 송산면 삼존리 일대. 송산그린시티 남측지구 가장자리를 따라 좁은 개천을 사이에 두고 위치한 논은 땅으로부터 약 1.8m 이상 올라가 있어 마치 토성을 쌓아 놓은 듯한 모습이었다. 성인 남성 눈높이에선 벼의 뿌리는 보이지 않았고, 이 일대 약 2만2천㎡(6천평)에 달하는 구역에선 ‘높은 벼 농사’가 이뤄지고 있었다. 심어져 있던 벼 사이에는 군데군데 잡초들이 무성한 상태였다. 국토계획법에 따르면 2m 이상 성토(흙을 쌓아 올림)를 하기 위해선 지자체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화성시의 경우 ‘화성시 도시계획 조례’에 따라 1m 이상 성토 때엔 시에 개발행위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본보 취재 결과 해당 구역 일대는 화성시로부터 개발행위 허가를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6월 말 현장 조사를 나간 화성시는 법규에 어긋난 성토 높이, 배수시설 미비 등을 적발해 토지주에게 원상복구 명령을 지시한 바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해당 구역 인근에서 농사를 짓는 농민들의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주 수도권에 집중호우가 쏟아졌을 때 이른바 ‘아래 쪽’에 위치한 농민들은 ‘높은 논’에서 다량으로 유출되는 토사로 인해 농작물에 막심한 피해를 입었는데, 이를 두고 농민들 사이에선 말다툼 등 분쟁도 발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농민 A씨는 “이 지역에 외지인이 많이 들어온 뒤부터 논을 성토하는 횟수가 잦아졌는데, 이 지역 말고도 성토한 곳들이 곳곳에서 자주 보인다”고 토로했다. 무엇보다 올해 안으로 진행될 송산그린시티 분양 시기에 맞춰 토지주들이 지가 상승을 노리고 땅을 사들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해당 토지주들의 거주지는 대부분 화성이 아닌 서울, 의왕 등 외지인 것으로 파악됐다. 벼 농사는 일반적으로 낮은 지대에서 이뤄지는 게 물을 가두는데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지력이 약해 성토를 한다고 하더라도 인근 논들과 달리 왜 이 지역만 유독 성토가 이뤄졌는지도 의문부호가 달리는 상황. 실제로 이 지역 공시지가는 지난 2003년 12월 시화지구를 관광·레저·생태 등이 조화를 이루는 신도시로 개발하는 계획이 수립된 이후 2017년을 제외하고 해마다 상승했다. 올 1월 기준 3.3㎡(1평)당 공시지가는 약 25만원이었는데, 인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해당 지역 실 거래가는 약 100만원으로 4배 이상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화성시 관계자는 “토지주들이 현재는 작물을 심어놓은 상태라 9월 추수 이후로 원상복구명령을 미뤄달라고 부탁했다”며 “시에서도 현실적으로 당장 원상복구가 진행되는 게 어렵다고 판단했고 추수 이후 원상복구될 수 있도록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규기자

[현장, 그곳&] 노후 아파트 CCTV ‘무용지물’… 범죄·안전 ‘사각지대’

경기지역 상당수 노후 아파트에 CCTV가 없거나 저화질인 경우가 많아 범죄 예방 효과가 떨어지는 데다 실제 범죄 발생 시 신속한 범인 검거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6일 오전 수원특례시 영통구의 한 아파트. 220여세대가 모여 사는 해당 아파트는 지어진 지 40년 가까이 된 노후 아파트로 건물 외부에는 주민들의 안전을 담보하는 CCTV가 단 한 개도 설치돼 있지 않은 상태였다. 건물 내부에도 CCTV는 찾아볼 수 없었고 1곳의 경비초소에서 4개 동의 치안을 관리하는 상황. 아파트 경비원 A씨는 “아파트 단지 내엔 CCTV가 하나도 없는데, 재개발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 주민 안전에도 불구하고 조합에서 투자를 안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날 오후 안양시 동안구의 한 아파트 단지도 상황은 마찬가지. 지난 1993년 준공돼 약 30년이 된 이곳은 1천세대가 넘게 거주 중이지만, CCTV는 아파트 공동현관 입구에 한 대씩 설치된 게 전부였다. 이 때문에 CCTV가 비추지 않는 단지 내 대다수 구역은 사실상 범죄 사각지대로 전락한 모습이었다. 이주은씨(34·여)는 “퇴근 후 집에 올 때 가로등이 있어도 으스스하다”며 “오래된 아파트라 그나마 있는 기계도 제대로 작동할지 의문”이라고 불안해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경기지역 아파트 총 292만호 중 20년 이상인 노후 아파트는 약 60만8천호(20.52%), 30년 이상이 약 6만호(2.05%)로 추산된다. 일반적으로 노후 아파트의 경우 CCTV가 없거나 있더라도 오래돼 성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주민들의 치안 공백이 우려되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찰도 노후 아파트에서 범죄가 발생하면 신속한 범인 검거가 어렵다고 토로한다. CCTV 화면이 선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피의자와 피해자의 진술이 엇갈리면 목격자 진술부터 지문이나 유전자까지 확보해야 해 수사가 복잡해지고 범인 특정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15년 용인의 한 아파트 옥상에선 투척된 벽돌로 시민 1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경찰은 탐문수사와 CCTV 영상분석에도 피의자를 발견하지 못했고 공개수사 전환 일주일 만에 범인을 특정했다. 또 지난 2016년 성남에선 CCTV가 적어 보안이 취약한 노후아파트만 골라 9천만원 상당의 현금, 금품 등이 도난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CCTV 같은 범죄 예방 시설은 주민 안전을 위해 필요하기 때문에 주민들의 적극적인 협의가 필수”라며 “CCTV 설치에 따른 범죄 감소에 대한 객관적인 데이터와 주기적 연구도 병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노소연기자

[현장, 그곳&] 코로나 재확산에도… 인천 휴양지 곳곳 ‘노마스크’ 눈살

여름 휴가철과 겹친 지난 주말 연휴 인천 대표 해수욕장 곳곳에서 피서객들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휴양을 즐기는 모습이 포착되는 등 ‘방역 불감증’ 행태가 여실히 드러났다. 15일 인천 중구 영종도 을왕리해수욕장. 해변에는 모처럼 연휴를 맞은 가족, 연인, 친구 등과 함께 온 피서객들로 북적였다. 피서객들은 물놀이를 즐기거나 백사장에서 모래 놀이 및 파라솔에 앉아 휴식을 취하는 등의 모습으로 연휴를 즐겼다. 하지만 해수욕장에 걸린 각종 현수막 중 마스크 착용 및 방역수칙 준수가 적힌 현수막은 볼 수 없었다. 걸린 현수막이라고는 파라솔과 튜브 대여, 물놀이 안전사고 예방 등에 불과했다. 결국, 해변에는 마스크를 완전히 착용한 사람보다 턱스크 등 마스크를 제대로 쓰지 않거나, 아예 쓰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이 보였다. 전날 오후 인근 왕산해수욕장도 노마스크로 당당히 마지막 여름 휴가를 즐기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가족단위 피서객이 많다 보니,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백사장 위를 뛰어 놀거나 물놀이를 즐기는 아이들도 적지 않았다. 이곳 역시 파라솔과 튜브 대여, 물놀이 안전사고 예방 등의 현수막은 곳곳에 걸려있지만, 마스크 착용 및 방역수칙 준수가 적힌 현수막은 찾기 힘들었다. 특히 다닥다닥 붙은 파라솔에서 쉬는 피서객 대부분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있어 감염 확산에 취약해 보였다. 을왕리·왕산해수욕장 인근 마을주민들에 따르면 이곳 해수욕장들은 지역 주민회에서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인력 부족으로 피서객들에게 일일이 방역수칙을 준수하도록 당부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입장이다. 한 마을 주민은 “주민회 등에서 적극적으로 피서객을 통제할 인력이 부족하고 외지 사람들과 실랑이를 벌이기를 꺼리는 것이 마을 주민의 모습”이라며 “피서객 스스로가 방역수칙을 지켜야 하는데 물놀이를 하면서 마스크를 쓰는 것도 답답할 것 같아 뭐라 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일부 피서객의 ‘방역 불감증’으로 인해 코로나19 감염 재유행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두 자녀와 함께 을왕리해수욕장에 온 조민선씨(40·여)는 “아직 코로나19가 종식하지 않았고 재확산하는 추세라 불안한 마음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지만 주변을 둘러보니 마치 코로나19가 종식한 상황으로 착각할 정도로 마스크 착용율이 낮은 것 같다”고 걱정했다. 김우주 고려대학교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가 경증이라는 생각에 자칫 방심할 수 있지만 가족이나 동료 중 고위험군에게 전파시킬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며 “지금은 코로나19가 확산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전국 6만2천78명, 인천 2천982명이다. 누적 확진자는 전국 2천141만8천36명, 인천 124만3천807명으로 각각 집계됐다. 이민수·김수연기자

[현장, 그곳&] 대형마트 월 2회 휴무제 폐지 검토에…도내 상인 ‘한숨’

“코앞에 있는 대형마트와의 경쟁도 버거운 데 휴무제 폐지라뇨…저희는 어떻게 삽니까.” 정부가 대형마트의 월 2회 휴무제 폐지를 검토하려고 하자 경기도내 150여곳의 전통시장 상인들과 마트 근로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12일 오전 10시께 안양호계종합시장. 이곳 반경 약 600m에는 홈플러스 안양점이 떡 하니 버티고 있었다. 해당 대형마트는 전통시장(전통상업보존구역) 반경 1㎞ 이내에 대형마트 출점을 불허하는 유통산업발전법이 제정되기 이전에 들어서 이러한 규제를 피할 수 있게 됐다. 방앗간을 운영 중인 양일모씨(50)는 “대형마트의 전국구 유통망과 달리 시장은 지역 도매시장 기반”이라며 “상인들이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 마트보다 더 싸게 팔 수도 없는데, 대기업과 경쟁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뿐만 아니라 도내에선 규제를 교묘히 벗어난 대형마트, 준대규모점포 등으로 상인들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일례로 이마트 산본점은 군포시 산본전통시장과 1.1㎞ 떨어져 있다. 유통산업발전법 반경 1㎞ 이내의 출점 제한을 ‘턱걸이’로 피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말 정부가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를 논의 과제로 선정하자 상인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경기도 시장상인엽합회에 따르면 대형마트의 의무 휴무일로 전통시장 상인은 평균 40% 매출액 상승효과를 본다. 특히 채소, 육류 등에 대한 수요가 몰리나 이러한 휴무일이 폐지될 경우 상인들의 매출 증대 꿈은 물거품이 돼 버린다. 이충환 경기도 시장상인연합회 회장은 “의무휴업일마저 폐지돼 버리면 시장 상인들은 벼랑 끝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현 기조를 이어 나갈 시 전국 연합회를 통해 공동 대응하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전통시장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생활 문화산업학과 교수는 “정부 주도로 매번 규제가 바뀌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며 “지자체가 문화 행사 등을 열어 사람이 모이게 하는 등 시장의 경쟁력을 높여 시장과 대형마트의 선의의 경쟁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마트 노동자들도 이번 정부의 논의 방침에 반발하고 있다. 김동우 마트산업노조 경기본부 사무국장은 “논의도 없이 변경한다니 문제다. 결국 노동자가 아닌 마트만을 위한 것”이라며 “노동자를 위해 휴무일을 월 2회에서 매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병규기자

[현장, 그곳&] 해외복권 구매대행 ‘키오스크’ 주의보

미국 복권을 대신 구매해 주는 키오스크가 경기지역 곳곳에서 생기고 있지만 법적 근거가 없어 피해 발생 시 구제가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0일 오전 수원역 9번 출구 인근. 유동인구가 많은 역 출구 앞에는 미국 복권 구매가 가능한 키오스크가 버젓이 설치돼 오가는 시민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키오스크 화면에는 미국 복권 ‘메가밀리언’ 당첨금 600억원이라 크게 쓰인 글씨들은 시민들을 유혹하는 중이었다. 시민들은 키오스크에 붙어있는 ‘1조8천억원에 당첨’이란 문구를 보고 발걸음을 멈추기도 했다. 이날 오후 안양시 동안구의 요한슈퍼 앞에도 키오스크가 설치돼 있긴 마찬가지. 특히 해당 기기 주변엔 홍보 현수막 4개가 큼지막하게 걸려 있어 시민들의 눈길을 사로 잡았다. 모두 ‘인생역전’, ‘스케일이 다른 당첨’, ‘2천억~1조8천억 당첨’ 등 자극적인 단어들로 빼곡했다. 실제로 미국 복권을 구매해 봤다는 임성준씨(27)는 “길을 걷다 자주 보여 호기심에 2~3번 사봤는데 방법도 어렵지 않았고, 국내 복권보다 당첨금도 훨씬 많아 앞으로도 자주 이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미국 복권 구매대행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미국 복권 구매가 가능한 키오스크는 전국에 400여개가 있으며, 이 중 경기지역엔 107개가 설치돼 전국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 같은 복권 구매대행 서비스가 국내 복권법 등 현행법 상 합법인지 여부도 불분명해 피해 발생 시 구제가 어려운 실정이다. 실제로 당첨이 되더라도 천문학적에 달하는 상금 수령이 가능한지 여부가 불명확하다. 이 때문에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는 키오스크를 이용한 해외복권 구매대행이 불법이라고 간주해 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실제로 지난 4월 서울중앙지법은 미국 복권 구매대행 업체에 대해 ‘미국 복권의 국내 판매가 문제가 있다’고 판시하며 대행 업체 대표 A씨에 대해 벌금형을 선고한 바 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관계자는 “해외복권은 정부 허가 복권이 아니기 때문에 피해가 발생해도 구제가 어려워 시민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구매대행 업계는 이는 복권을 판매하는 것이 아닌 구매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해외에서도 구매대행을 통해 당첨금을 수령한 사례가 있고, 한국에서도 당첨자가 나오면 이 같은 의심은 해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소연기자

[현장, 그곳&] 산사태 덮쳐 ‘참혹’... 일상이 무너졌다

“하늘에 구멍이 난 건지... 토사가 쓸려 내려오는 게 시간 문제일 거라는 불길한 생각이 듭니다” 수도권에 쏟아진 역대급 폭우로 경기지역 곳곳에서 산사태로 인한 피해가 속출한 가운데 추가로 예보된 폭우에 야산 인근 주민들의 산사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9일 오전 광명 종합사회복지관. 복지관 6층에 위치한 다목적체육관에는 간밤에 내린 폭우로 인해 발생한 침수와 산사태로 ‘보금자리’를 잃은 수재민들이 모여 있었다. 체육관 안에는 임시 텐트가 약 24개 설치된 상태였고, 입을 옷 하나 챙기지 못한 채 뛰쳐 나온 수재민들은 광명시와 적십자사가 가져다 준 죽이나 라면 등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었다. 최용진씨(67)는 “어제 오후 10시부터 황토색 흙이 집으로 밀려 들어오기 시작했다”며 “잠시 짬을 내 집을 찾았더니 집 안이 온통 토사로 범벅이 돼 있는 상황”이라며 고개를 떨궜다. 양평에서도 산사태 공포는 예외가 아니었다. 이날 새벽 양평군 옥천면 옥천리에선 산비탈에 들어서려다 공사가 멈춘 단독주택 개발 구역의 토사가 유출됐다. 비탈 아래 마을 주민들은 그대로 산사태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주민 A씨는 “지금 생각해 보면 애초에 산사태 위험이 큰데 경사가 가파른 곳에 주택 허가를 내준 게 잘못 아니냐”며 울분을 토했다. 군포시 산본동의 빌라 단지에서도 평소 자연의 풍경으로 여겼던 인근 산은 언제 재앙을 가져다 줄지 모르는 불길한 대상이 됐다. 주민 김형우씨(67)는 빌라 뒤쪽과 마주한 5m 높이의 산 비탈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산비탈 가운데 수로에는 빗물이 폭포처럼 휘몰아쳐 내려오고 있었지만 토사가 흘러내려오면 이를 막아줄 방어막은 고작 얇은 철제 울타리뿐이었다. 그는 “밤새 산에서 세차게 물이 흘러와 한숨도 편히 못 잤다”며 “비가 더 온다는 데 행여 산사태가 나는 건 아닌가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광주시 오포읍의 한 아파트 단지의 상황은 이보다 더 열악했다. 인근 야산과 접해 있는 아파트 단지 뒤쪽은 기본적인 울타리조차 설치돼 있지 않은 채 끊임없이 쏟아지는 폭우를 그대로 버텨내고 있었다. 이 때문에 지난밤 일부 주민들은 산사태 우려에 2시간 간격으로 토사 유실 여부를 확인하느라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부천시가 ‘산사태 취약지구’로 지정한 소사본동 일대에서도 주민들의 우려는 계속됐다. 이 구역 안에는 주택가와 진영고 앞 사찰의 경사지 등이 함께 포함돼 있는 데다 토사 보다는 돌이나 바위가 많아 산사태 시 더 큰 인명피해가 우려됐다. 주민 B씨(63)는 “어제는 너무 비가 많이 와 돌이 떨어져 굴러 내려오면 어떡하나 걱정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8일 0시부터 이날 오후 5시까지 도내 누적 강수량은 여주 산북 419.5㎜, 양평 408㎜, 광명 390㎜, 광주 337.5㎜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기상청은 10일에도 수도권 ‘물폭탄’은 이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예상 강수량은 경기 남부·인천 등은 100~200㎜(많은 곳은 350㎜ 이상), 경기 북부 등은 50~100㎜(많은 곳은 200㎜ 이상)이다. 지방종합

[현장, 그곳&] 마스크 두 겹 쓰고 ‘열공’... 학교서 독서실서 ‘고군분투’

코로나19 사태로 1학년 때부터 마스크를 쓰고 학창시절을 보내야 했던 고3 수험생들이 수능 100일을 남겨두고 저마다 입시전략을 점검하며 ‘막판 스퍼트’를 올리고 있다. ‘코로나 세대’로 불리는 이들은 끝나지 않는 코로나19 위협에도 지난 3년 동안 목표했던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하루하루 ‘책상 위 전장’에서 각자의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9일 오후 3시께 수원특례시 팔달구 골든존스터디카페. 총 58석을 갖춘 이곳에서 만난 최진석군(19·가명)은 코로나19 감염을 걱정이라도 한 듯 마스크를 두 겹을 겹쳐 쓴 채 ‘열공’ 모드에 빠져 있었다. 최군은 “수시가 아닌 정시를 목표로 하기 때문에 막판까지 건강관리에 전념할 계획”이라며 “남은 기간 학교와 스터디카페를 오가며 약점인 수학 선택과목 ‘기하’를 집중적으로 공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이날 오후 1시30분께 여름방학을 맞은 수원 효원고에서도 집 대신 교실을 찾은 고3 수험생들이 옹기종기 모여 오답노트와 모의고사 시험지를 복습하며 ‘땀방울’을 흘리고 있었다. 한현미양(19)은 “오전 8시에 학교에 나와 오후 4시50분까지 공부한 뒤 독서실에서 하루를 마감하는 시간표에 맞춰 일상을 보내고 있다”면서 “약한 과목 위주로 공부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학 입시 100일을 맞아 수험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도 분주히 움직이며 자녀들의 합격을 기원했다. 이날 오전 수능 합격 기원 도량으로 알려진 의왕시 대한불교 조계종 청계사. 전날 0시부터 이날 오전 9시까지 이 곳에 쏟아진 378.0mm의 폭우도 학부모들의 발길을 끊을 수는 없었다. 오영준(51)·김진숙(49·여)씨 부부도 이날 오전 9시께 화성시 자택에서 출발해 2시간 만에 이곳 청계사를 찾았다. 비에 흠뻑 젖은 오씨 부부는 “둘째가 고3 수험생인데, 100일 남은 시점에서 공부하는 자식을 위해 기라도 넣고 싶어 청계사를 방문했다”며 “수능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아이가 끝까지 최선을 다해 원하는 성과를 이루길 희망한다”고 힘줘 말했다. 입시 전문가들은 서울권 소재 대학 정시선발 비율이 45%대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재수생이 증가함에 따라 100일 동안 강도 높은 수능 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재수생과의 경쟁이 어느 해보다 치열할 수 있는 해이며 9월 평가원 모의고사 직전까지 수능 전 범위를 마스터한다는 1차 목표를 갖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남은 기간 수험생들이 가지고 있는 모든 역량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도록 학부모님과 한마음으로 응원하고 모든 교직원이 함께 열심히 지원하겠다”고 수험생들을 격려했다. 정민훈기자

[현장, 그곳&] 인천 폭우로 곳곳 침수…동인천역·제물포역 물 잠겨 피해 상인들 망연자실

“젖은 옷들 하나도 못쓰고 다 버리게 생겼어요. 앞으로 생계가 막막해요.”· 8일 오후 12시30분께 경인국철 동인천역 남측 일대. 시간당 80㎜에 달하는 폭우가 내리면서 불과 30여분만에 이 일대 도로가 성인 무릎까지 물에 잠겼다. 상가에서 장사를 하던 상인들은 갑자기 들이차는 물살을 피해 밖으로 뛰쳐나왔다. 이곳 알뜰매장이라는 상호의 옷가게를 운영하는 김영희씨(71·여)는 갑자기 들이닥친 물길로 인해 가게 전체가 순식간에 물바다로 변하는 것을 망연자실한 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창고에 쌓여 있던 수백만원의 옷가지는 물론, 매장에 전시한 옷들까지 들이닥친 빗물에 흠뻑 젖었다. 김씨는 “이안에 있는 옷 전체가 다 못쓰게 돼 버렸어. 창고에 있는 것까지 합치면 400~500만원 상당은 되는데 이제 난 망했어”라며 눈물을 훔쳤다. 같은 시각 동인천 지하상가도 폭우로 인한 물폭탄을 피하지 못했다. 입구 계단에서부터 물이 흘러 넘쳐 내려와 입구쪽 일대가 온통 물바다가 된 것. 지하상가 관리인은 “갑자기 물이 차올라 순식간에 물바다가 됐다”며 “중구청에서 직원이 나와서 펌프를 설치하고 물빼는 작업을 한 뒤 상황이 좀 나아졌다”고 했다. 경인국철 제물포역 일대는 상황이 더 심각했다. 쏟아진 폭우로 인해 도로는 물바다가 됐고 이곳을 오가는 차들 역시 제대로 운행을 하지 못했다. 도로에 줄지어 있는 상가는 물론, 가판대도 갑자기 들이닥친 흑탕물을 피하지 못했다. 이곳에서 20년째 가판대를 운영하고 있는 최순희씨(73·여)는 “앞에 배수구에 쓰레기가 가득 차서 제대로 물이 빠지지 못해 가판대로 구정물이 순식간에 들이 닥쳤다”며 “한참뒤 동사무소 직원이 와서 배수구가 문제라고 했더니 모아 놓은 쓰레기만 치우고는 아무 문제 없다고 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제물포역 남측 길가에 줄지어 있는 ‘왕김밥’, ‘거북이곱창’, ‘마포구이가’, ‘과일야체수산물’ 등도 갑작스런 폭우로 불어난 물폭탄을 그대로 맞았다. 갑자기 들이닥친 구정물로 인해 가게는 엉망이 됐고 최소 3~7일 정도 피해 복구를 해야해 장사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냉장고 등 전기 제품 등도 망가져 사놓은 식재료들도 다 버려야 하는 상황. 왕김밥과 거북이곱창을 운영하는 이상헌씨(56)는 “갑자기 물이 들이 닥치는 상황에서 미추홀구청 등에 연락을 취했지만, 모두 전화를 받지 않았다”며 “이곳에서 18년째 가게를 운영하는 중인데 폭우로 인한 피해만 5~6번 겪었다. 장사도 못하게 돼 수백만원의 피해가 예상되지만, 경험상 구에서 주는 보상금은 100만원 밖에 되지 않았다”고 하소연했다. 과일야채수산물을 운영하는 강선후씨(53)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고 몇년전에도 이랬다”며 “구청에서 가게앞 치수뚜껑을 기존 오픈형에서 동그랗게 닫힌 형태로 바꾼 후 더 물이 안빠지는 것 같다”고 했다. 마포구이가를 운영하는 장세양씨(61)는 “갑자기 비가 많이 오니까 가게 앞 길가의 하수구가 제기능을 못하면서 구정물이 마구 들이 닥쳤다”며 “미추홀구 등으로부터 갑작스런 폭우로 인한 침수를 대비하라는 안전문자조차 받지 못했고 구청, 동주민센터 등은 전화조차 받지 않았다”고 했다. 한편,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번 폭우로 이날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30분까지 모두 85건의 호우 피해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이민수기자

[현장, 그곳&] 교차로 점멸신호 무시하고 ‘쌩’… 보행자 안전은 ‘뒷전’

경기 지역 점멸신호 교차로 곳곳에서 운전자들이 속도 제한 규정을 지키지 않아 보행자 안전이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오전 화성시 진안동 병점사거리. 해당 사거리 내 위치한 운전자 신호등 4개는 모두 황색 점멸신호로 운영되기 때문에 운전자들은 해당 구간을 지날 때 서행해야 했지만, 속도를 줄이는 차량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쌩쌩’ 오가는 차량들 때문에 사거리를 건너려는 시민들은 좌우를 살피며 도로를 건널 타이밍만 찾을 수밖에 없었다. 이날 본보 취재진이 40분 가까이 지켜본 결과, 자동차와 버스가 길을 건너는 보행자 바로 앞에서 멈추는 등 아찔한 상황은 10여회 이상 포착됐다. 이날 수원특례시 권선구 호매실동의 한 삼거리 교차로. 유모차에 아이를 태운 채 길을 건너던 이문희씨(43·여)는 빠른 속도로 좌회전하는 차량에 놀라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이씨가 지나던 곳은 적색 점멸신호 구간으로 이곳에선 차량은 반드시 멈춰야 한다. 무엇보다 해당 삼거리 인근에는 건설 현장이 즐비해 화물차의 위험천만한 주행도 자주 포착됐다. 운전자 A씨는 “적색 점멸신호에서 반드시 멈춰야 하는지 몰랐는데, 사람도 없는데 굳이 멈춰야 하느냐”며 되레 적반하장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운전자는 황색 점멸신호에는 서행, 적색 점멸신호에선 정지선에 정차 후 주행해야 한다. 하지만 운전자들은 이 같은 규정을 잘 모르는 데다 설사 인지하고 있더라도 지키지 않는 상황. 경기남부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9~2021년 3년간 경기남부 지역 점멸신호 교차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는 총 2천893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보행자 교통사고는 총 442건으로 15%에 달했다. 무엇보다 전체 사망사고 27건 중 15건(55%)이 보행자 사망사고였는데, 이는 전체 사망사고 항목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실제로 지난 2019년 연천의 한 황색 점멸신호 삼거리 교차로에선 교통사고로 4명이 목숨을 잃었고, 지난해 수원의 한 점멸신호 삼거리에선 좌회전 차량이 보행자 한 명을 바퀴로 밟고 지나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박무혁 도로교통관리공단 교수는 “교통안전 법규와 관련해 시민들이 이를 정확히 알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무엇보다 점멸신호 등 신호와 관련해선 인식 개선을 위해서라도 정부에서 책임감을 갖고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경기남부경찰청 관계자는 “점멸신호로 운영되는 교차로에서 보행자 안전을 위한 홍보나 교육은 당장 계획이 없다”면서도 “향후 도로 상황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해 관련 기관과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노소연기자

[현장, 그곳&] 우영우 찾으러 왔다... 수원 행궁 매력도 찾았다

“인증샷도 찍고 주변 관광지도 둘러보러 왔어요” 3일 오전 11시께 수원특례시 팔달구 행궁동의 한 일식집. ‘우영우 김밥’이라는 간판이 걸린 이 음식점 앞은 개점 시간(11시30분) 이전부터 긴 줄이 늘어서기 시작했다. 방문객들은 양산으로 햇빛을 피하고 휴대용 선풍기로 더위를 쫓으며 줄이 줄어들길 기다렸지만, 최고기온 32도의 후덥지근한 날씨에도 대기줄은 계속 길어졌다. 주차할 곳이 없어 주변을 몇 바퀴씩 배회하는 차량들도 보였고, 대기줄을 보고 인증샷만 찍고 자리를 떠나는 사람들도 있었다. 가게 앞은 점심시간이 훌쩍 지난 오후 2시까지도 50명이 넘는 대기 인원이 있을 만큼 문전성시를 이뤘다. 안산에서 와 1시간 넘게 기다리고 있다던 김모씨(27)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드라마를 좋아해 촬영지에 꼭 와보고 싶었다. 인증샷도 찍고 주변에 수원화성도 있다고 해 식사 후 둘러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이곳은 행궁동 메인거리보다 소외된 지역이었는데 ‘인기 명소’가 생겨 거리 전체에 활력이 돌고 있다”면서 이 인기가 계속돼 상권이 더 활성화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우영우 김밥 대표 A씨는(31) “드라마 촬영 이전에는 이 동네에 사람이 없었는데, 드라마 촬영지로 사람들에게 알려지면서 방문객이 많이 늘어서 기쁘다”면서 “무엇보다 주변 상권이 살아나는 모습이 보여 뿌듯하다”고 말했다. 최근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의 인기가 날로 치솟으면서 그동안 침체됐던 촬영지 일대 상권에 활력이 돌고 있다. 특히 이러한 인기 촬영지들은 지역 홍보 효과도 톡톡히 하고 있어 지속적으로 관리해 지역 관광상품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기관광공사 관계자는 “방문객들이 많이 몰리는 촬영지들은 지역 홍보에 활용할 수 있는 중요한 자원이지만 ‘반짝 인기’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런 민간 시설들(촬영지)과 지자체가 협업해 방안을 구상하면 지속 가능성을 더 담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한편 경기연구원의 ‘경기도 영상관광 활성화 방안 보고서’(2017년 2월)를 보면 국민 10명 중 8명이 영화나 TV 프로그램 촬영지를 방문하기 원하며 10명 중 6명은 실제 방문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영상관광지 방문 이유는 ‘영화·드라마 방영 후 유명세(41.4%)’, ‘영화·드라마로 인한 좋은 이미지(34.7%)’, ‘주변의 추전(8.3%)’ 순으로 많았다. “옛 명성 잃은 촬영지 지속 관리… 관광명소 활용을” 한때 드라마 및 영화 촬영지로 관광객들의 발길을 이끌던 지역 명소들이 방치된 채 잊혀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OTT 플랫폼 등을 통해 옛 드라마 및 영화들도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어 촬영지를 꾸준히 관리해 국내 및 해외 관람객들도 찾을 수 있는 관광 명소로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3일 방문한 구리시 아천동의 ‘고구려대장간마을’. 이곳에서는 관광객의 그림자도 찾아볼 수 없었다. 관리 직원 한 명만이 오지 않는 방문객들을 기다리며 주변을 배회하고 있을 뿐이었다. 이곳은 1994년부터 아차산에서 출토된 고구려 유물을 전시하고 당시 문화를 체험해 볼 수 있는 고구려 체험학습장 겸 촬영장이다. 영화 ‘안시성’을 비롯한 드라마 ‘태왕사신기’, ‘선덕여왕’, ‘사임당 빛의 일기’, ‘환혼’ 등 다수의 작품이 이곳에서 촬영됐다. 하지만 이런 명성과는 다르게 관리는 전혀 되지 않고 있는 듯했다. 목재로 지어진 전시관 곳곳에는 부러진 자재가 방치돼 있고, 건물 외벽은 전부 해져서 세트 제작에 쓰인 우레탄폼이 훤히 드러나 있었다. 화구 등 시설물 안에는 건물에서 떨어진 나뭇조각과 버려진 목재 등이 들어있어 족히 수개월은 방치된 것처럼 보였다. ‘고구려의 기상’을 강조하는 구리시의 특화 관광지로 알려진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같은 날 양주 장흥면에 위치한 일영역(폐역) 역시 마찬가지. 영화 ‘엽기적인 그녀’와 세계적 인기 아이돌 방탄소년단(BTS)의 뮤직비디오 촬영지로 입소문 났지만, 관리가 되고 있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홍보 관련 안내문은 뮤직비디오 촬영 장소임을 알리는 A3용지 크기의 표지판이 전부였다. 정작 양주시 공식 블로그에는 일영역을 홍보하는 게시물이 올라와 있지만 현장 인근에는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조차 없어 관광객들의 불편이 우려될 정도였다. 이런 이유들로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주변 상가들에는 ‘임대 문의’ 현수막이 잔뜩 내걸려 있을 뿐이었다. 일영역 기찻길에서 기념촬영을 하던 이모씨(27)는 “BTS 팬이라 인근에 놀러 왔다가 한 번 와봤는데 굳이 시간 내서 찾아올 만한 장소는 아닌 것 같다”고 전했다. 인근의 ‘전원일기 마을’ 역시 사람들에게 잊혀진 모습이었다. 한때는 마을 이름이 삼하리에서 전원일기 마을로 바뀔 정도로 국민적인 관심을 끌었던 곳이었지만 현재는 과거의 명성은 찾아볼 수 없었다. 종합안내도에 적힌 전화번호와 홈페이지는 연결 불가 상태였고 전시관 주변은 거미줄이 가득하고 발이 파묻힐 정도로 풀이 무성하게 자라 있어 오랜 기간 관리되지 않고 있음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김모씨(59)는 “최근 유튜브에서 전원일기를 보고 옛 생각에 방문했는데, 관리가 안돼 볼 수 있는 것도 없다”며 방문한 지 5분도 안돼 자리를 떠났다. 이런 가운데 재도약을 꿈꾸면서 새단장을 준비하는 촬영지도 있다. 영화 ‘건축학개론’과 아이유 앨범 사진 촬영지로 조명 받았던 구둔역(양평군 지평면)의 경우 줄어드는 관광객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최근 보강공사에 들어갔다. 이수진 경기연구원 연구기획부장은 “영상 미디어에 노출된 촬영지는 관광을 유발하는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라며 “이곳들의 관리가 미흡하면 오히려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만큼 지역 이미지의 긍정적 변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수진·이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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