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플러스] 가계약금의 몰취

매매나 임대차와 같이 부동산을 거래하는 계약을 맺으면서 ‘해약금 약정’을 포함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여기서 ‘해약금 약정’이란 계약금을 해약금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권리를 부여하는 약정이다. 예컨대 X(매도인)와 Y(매수인)가 A아파트에 대한 매매계약(매매대금 5억원)을 체결하면서 매매대금의 지급과 관련해 다음과 같이 약정했다. ‘Y는 X에게 2월2일 계약금으로 5천만원, 2월12일 중도금으로 1억5천만원, 2월22일 잔금으로 3억원을 지급한다. 매수인 Y가 중도금을 지급하기 전까지, 매도인 X는 계약금의 배액을 배상하고 매수인 Y는 계약금을 포기하고 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이 계약에 따라 Y는 2월2일 X에게 계약금 5천만원을 지급했다. 그런데 며칠 후 Y는 갑자기 마음이 변해 아파트 거래를 없던 일로 하고 싶다. 이 경우 Y는 이미 지급한 계약금 5천만원을 포기하고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만일 정반대의 상황이라면 X는 1억원(이미 지급받은 돈 5천만원+추가 5천만원)을 Y에게 지급하고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요컨대 계약금 상당의 손해를 감수하는 대신 계약의 족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 확보되는 것이다. 그런데 의뢰인들과 부동산거래에 관한 상담을 하다보면 이른바 ‘가계약금’이 주제로 등장하는 경우도 흔히 있다. A아파트가 매물로 나온 것을 발견한 Y가 너무나 만족한 나머지 X와 매매교섭에 돌입했다. 그러나 아직 최종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Y는 일단 A아파트를 선점하고자 ‘가계약금’으로 500만원을 X에게 지급했다. 그러나 며칠 후 Y는 마음이 변했다. A아파트를 처음 발견했을 때 자신이 너무 흥분한 나머지 A아파트의 여러 단점을 제대로 검토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이에 Y는 X에게 연락해 A아파트 매수를 없던 일로 하고자 하니 가계약금으로 지급한 500만원을 돌려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X는 ‘Y가 아파트 매매계약을 없던 일로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있지만 가계약금으로 받은 돈 500만원은 돌려줄 수 없다’고 주장한다. 누구의 주장이 옳은 것일까? 최근 유사한 사안에서 대법원(2022년 9월 29일 선고 2022다247187 판결)은 Y의 손을 들어줬다. 요점은 해약금의 약정이 있었는가 하는 점이다. 대법원에 따르면 ‘가계약금에 관해 해약금 약정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위해서는 약정의 내용, 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계약에 의해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 관행 등에 비춰 정식으로 계약을 체결하기 전까지 교부자는 이를 포기하고, 수령자는 그 배액을 상환해 계약을 체결하지 않기로 약정했음이 명백하게 인정되어야 한다.’ 그런데 위 사안의 경우 가계약금을 해약금으로 하는 약정이 있었음이 명백히 인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Y가 스스로 계약 체결을 포기하더라도 가계약금이 X에게 몰취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

[법률플러스] 하수급인 처벌 희망하지 않는 의사표시 포함 여부 판단기준

근로기준법 제36조 본문은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 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그밖에 일체의 금품을 지급하여야 한다’는 내용으로 금품청산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제44조 제1항은 사업이 한 차례 이상의 도급에 따라 행해지는 경우에 하수급인이 직상 수급인의 귀책사유로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한 경우에는 그 직상 수급인이 하수급인과 연대해 근로자의 임금을 지급할 책임을 지도록 규정하면서, 직상 수급인의 귀책사유가 그 상위 수급인의 귀책사유에 의해 발생한 경우에는 상위 수급인도 연대해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제109조는 위 규정을 위반한 사용자, 직상 수급인과 상위 수급인을 처벌하되, 근로자의 명시한 의사와 다르게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제44조, 제109조의 입법 목적과 규정 취지에 비춰 보면, 임금 미지급에 귀책사유가 있는 상위 수급인은 하수급인의 근로자에 대한 관계에서 근로계약의 당사자는 아니지만 임금 미지급의 근본적인 원인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그 책임이 하수급인 또는 그 직상 수급인보다 가볍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하수급인의 근로자가 일반적으로 하수급인보다 자력이 더 나은 상위 수급인을 상대로 직접 임금을 청구하거나 형사고소 등의 법적 조치를 취할 여지가 많다 보니, 그 과정에서 상위 수급인이 근로자와 임금 지급에 관한 합의를 원만하게 이루고 근로자의 의사표시로 처벌을 면할 수 있는 경우에도, 합의 과정에 참여하지 못한 하수급인이나 직상 수급인에 대하여는 처벌을 희망하지 아니하는 근로자의 의사표시가 명시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러한 경우 근로자가 상위 수급인의 처벌을 희망하지 않거나 처벌을 희망하는 의사를 철회하는 의사표시의 효과가 직상 수급인이나 하수급인에게 미치는지 여부는 형사처벌을 면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쟁점이 된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은, 근로자가 임금을 직접 청구하거나 형사고소 등의 법적조치를 취한 대상이 누구인지, 상위 수급인과 합의에 이르게 된 과정 및 근로자가 처벌을 희망하지 아니하거나 처벌을 희망하는 의사를 철회하게 된 경위, 근로자가 그러한 의사표시에서 하수급인이나 직상 수급인을 명시적으로 제외하고 있는지, 상위 수급인의 변제 등을 통해 근로자에 대한 임금지급채무가 어느 정도 이행됐는지 등의 여러 사정을 참작해 여기에 하수급인 또는 그 직상 수급인의 처벌을 희망하지 아니하는 의사표시도 포함돼 있는지를 살펴봐야 하고, 하수급인과 직상 수급인을 배제한 채 오로지 상위 수급인에 대하여만 처벌을 희망하지 아니하는 의사표시를 하였다고 쉽게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하여 판단기준을 제시했다.(대법원 2022. 12. 29. 선고 2018도2720 판결)

[법률플러스] 공공건설임대주택의 임차권 양수시 주의할 점

A는 자신이 소유하는 기존 주택을 2016년 5월20일 B에게 매도하는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2016년 7월25일 B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그런데 A는 그 사이(2016년 6월17일) 공공건설임대주택 임차인인 C로부터 (위 임대주택 건설업체인 임대사업자의 동의를 받아) 위 임대주택의 임차권을 양수하고 2016년 7월15일 전입신고도 마쳤다. 그 후 A가 위 임대주택과 관련해 임대사업자에게 조기분양전환대금을 지급하면서 A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위 임대사업자는 A가 임대주택 임차권 양수 시 ‘무주택 세대구성원’이 아니었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이에 A는 소송을 제기했다. 제1, 2심은 ‘A가 임차권 양수 전에 기존 주택에 대한 매도계약을 체결하고 그 후 소유권이전등기까지 마쳐주었으므로 임대주택 임차권 양수 시 무주택 세대구성원 요건을 충족했다’고 보았다. 그러나 대법원(2022년 10월 27일 선고 2020다266535 판결)은 무주택 세대구성원의 요건을 엄격히 해석한 끝에 제1, 2심과 정반대의 결론을 내렸다. 임대주택법 등 관련 법령은 원칙적으로 임대주택 임차인의 임차권 양도를 금지하면서도 예외적으로 임차권의 양도를 허용하면서 그 요건 중 하나로 양수인이 ‘무주택 세대구성원’일 것을 정하고, 임대사업자로 하여금 미리 양수인의 주택소유 여부를 확인하도록 규정한다. 대법원에 따르면 이러한 규정의 목적은 국민의 주거안정을 위해 공급되는 임대주택이 투기 또는 투자 목적으로 거래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해 실제 주거 수요를 충족시킴으로써 무주택 서민의 주거권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임차권의 양도에 관한 임대주택법 등 관련 법령의 규정들은 강행법규이며 이를 위반한 임차권의 양도는 당사자들의 합의나 임대사업자의 동의 여부 등과 무관하게 사법적으로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 여기서 ‘무주택세대 구성원’이란 임차권 양수 당시 세대원 전원이 주택을 소유하고 있지 않은 세대의 구성원을 의미한다. 특히 대법원은 주택의 ‘소유’ 여부는 사회에서 통상적으로 이해되는 무주택자의 의미에 따라 보편타당하게 해석해야 하고, 특히 원인무효이거나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건물등기부 등에 주택을 소유한 것으로 기재돼 있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될 수밖에 없다고 보았다. 위 사례에서 기존 임차인 C로부터 임차권을 양도 받은 2016년 6월17일 당시 A는 기존 주택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주지 않았으므로 건물등기부상 기존 주택의 소유자였음이 분명하다. 따라서 그 등기가 원인무효에 해당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A는 위 임대주택의 임차권을 양도 받을 수 있는 무주택 세대구성원으로 볼 수 없다. 결국 위 임차권 양도 계약은 그 자체로 임대주택법 등 관련 법령에 위반돼 그 효력이 인정될 수 없으므로, 설사 임대사업자가 임차권 양도에 동의하였다거나 A가 그 후 위 임대주택에서 실제 거주하면서 사후적으로 무주택 세대구성원이 됐다고 하더라도 우선 분양전환 대상자의 자격을 취득할 수는 없다. 위 사건과 유사한 법률문제에 당면한 분들의 주의를 요한다.

[법률플러스] 임차주택 양수인의 임대인 지위 승계를 저지할 수 있는지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4항에 의하면, ‘임차주택의 양수인은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판례는 위 조항이 주택의 인도와 주민등록의 대항요건을 갖춘 임대차의 목적이 된 임차주택의 양수인은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하게 되는 것으로 이해하면서, 이를 법률상 당연승계 규정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임차주택이 양도된 경우에 양수인은 주택 소유권과 결합해 임대인의 임대차계약상의 권리·의무 일체를 그대로 승계하게 된다. 그 결과 양수인은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를 면책적으로 인수하고, 양도인은 임대차관계에서 탈퇴해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를 면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법률상 당연승계의 법리가 예외 없이 적용된다면, 원래의 임대인인 양도인의 자력이 충분해 이를 믿고 임차를 한 경우나 기타 양도인과의 특별한 관계 때문에 임차를 한 경우 등 임차인이 양수인의 임대차 승계를 원치 않는 경우에도 그대로 임대차 승계가 이뤄져 임차인에게 부당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예컨대, 임차주택 가격이 폭락해 임대차보증금에 미치지 못하는 이른바 ‘깡통전세’의 상황 등에 있어서 임차주택 양도 시 양도인의 자력이 충분한 경우 임차인은 양도인으로부터 임대차보증금 반환을 받고 싶을 터인데, 예외 없이 법률상 당연승계가 된다면 임차인이 원하는 대로 처리할 수 없게 된다. 그렇게 된다면 원래 임차인의 보호를 위해 두게 된 위 법 제3조 제4항이 오히려 임차인에게 불리하게 적용되는 셈이 된다. 이에 판례는 원래 임차인의 보호를 위한 법의 입법 취지에 비춰 임차인이 임대인의 지위승계를 원하지 않는 경우에는 임차인이 임차주택의 양도사실을 안 때로부터 상당한 기간 내에 이의를 제기함으로써 승계되는 임대차관계의 구속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고, 그와 같은 경우에는 양도인의 임차인에 대한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는 소멸하지 않는다고 한다. 따라서 이와 같은 예외적인 경우 임차인은 원래의 임대인인 양도인과의 임대차관계를 해지하고 양도인으로부터 임대차보증금을 반환받아 퇴거를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다만 현실적으로는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의 담보로 임차주택이 가장 우선시되는 것이므로, 위와 같이 임대차 승계를 거부하는 예가 많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일부 예외적인 경우일망정 구체적 타당성을 위해 위와 같은 임차인의 권리는 보호되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법률플러스] 주택 양수인도 실거주 이유로 갱신요구거절 가능

임차인 ‘을’은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이하 ‘법’)에 따라 임대인에게 갱신요구권을 행사했다. 이후 제3자인 ‘갑’은 임대인으로부터 해당 임대주택을 양수했다. 이처럼 ‘갑’은 임대인 지위를 승계한 뒤 자신이 실거주할 것이라는 이유로 ‘을’의 갱신요구를 거절하고 ‘을’을 상대로 건물인도를 구하는 소송을 냈다. ‘갑’은 승소판결을 받을 수 있을까? 법 제6조 제1항은 ‘임대인이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의 기간에 임차인에게 갱신거절권의 통지를 하지 아니하거나 계약조건을 변경하지 아니하면 갱신하지 아니한다는 뜻의 통지를 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 기간이 끝난 때에 전 임대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임대차한 것으로 본다. 임차인이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2개월 전까지 통지하지 아니한 경우에도 또한 같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 제6조의3 제1항 제8호는 ‘임대인은 임차인이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의 기간 이내에 계약갱신을 요구할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하지 못하지만, 임대인(직계존속, 직계비속 포함)이 목적주택에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에는 갱신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2022년 12월1일 선고 2021다266631 판결)은 최근 ‘임차인이 임대차계약 갱신을 요구했더라도 임대인은 법 제6조 제1항 전단에서 정한 기간(임대차 종료 6개월 전~종료 2개월 전) 내라면 제6조의3 제1항 단서 제8호에 따라 임대인이 실제 거주하려고 한다는 사유를 들어 임차인의 갱신요구권을 거절할 수 있고,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임차주택의 양수인도 갱신거절기간 내라면 제8호에 따라 실제거주를 이유로 한 갱신거절을 할 수 있다’고 선고했다. 위 대법원 판결의 취지는, 임대주택 양수인(임대인 지위승계인)은 종전 임대인과 별도로 독자적으로 갱신거절권을 행사할 수 있고, 그러한 양수인의 실거주를 이유로 한 갱신거절이 정당한지 여부는 그 갱신거절이 법상 적법한 갱신거절기간(임대차 종료 6개월 전~종료 2개월 전) 내에 이뤄졌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설사 임차인(‘을’)의 종전 임대인에 대한 갱신요구권 행사 이후 양수인(‘갑’)이 임대인 지위를 승계한 경우에도, 위 갱신거절 기간 이내라면, ‘갑’은 적법하게 갱신거절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유형의 분쟁은 실제 거래계에서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현재 또는 장래에 이 사건과 유사한 상황에 처하게 될 독자들의 주의를 요망한다.

[법률플러스] 판결로 확정된 면접교섭권을 배제할 수 있을까

A는 B와 혼인해 자녀로 C, D를 두고 있었다. 계속된 B의 폭행과 폭언으로 인해 A는 B를 상대로 법원에 이혼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이에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 A의 이혼청구를 받아들이면서 C, D의 친권자와 주양육자를 A로 지정하고, B에게 하여금 자녀인 C와 D를 한 달에 2번 지정된 날짜와 장소에서 만날 수 있는 ‘면접교섭권’을 부여했다. 그러나 B의 폭력적인 모습을 보고 자라온 C, D는 B와 만나기로 한 날이 다가올수록 불안한 모습을 보였고, 급기야 B와의 면접교섭을 거부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A는 자녀들과 B의 만남을 막을 수 있을까? 면접교섭을 부당하게 방해하는 경우 면접교섭권을 가진 당사자는 법원에 그 의무를 이행하도록 이행명령을 신청할 수 있고(가사소송법 제64조), 이행명령을 받고도 면접교섭을 허용하지 않으면 가정법원은 직권 또는 권리자의 신청에 의한 결정으로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상대방에게 부과할 수 있다(가사소송법 제67조 제1항). 따라서 무작정 자녀들과 상대방의 만남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판결로써 확정된 면접교섭권이더라도 가정법원은 자녀의 복리를 위해 필요한 때에는 당사자(부모 일방)의 청구 또는 직권에 의해 면접교섭을 제한하거나 배제할 수 있다(민법 제837조의 2 제2항). 대법원도 면접교섭이 자녀의 복리를 침해하는 특별한 경우 당사자의 청구 또는 직권에 의해 면접교섭을 배제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21년 12월 16일 선고 2017스628 판결 참조) 그렇다면 ‘면접교섭이 자녀의 복리를 침해하는 특별한 경우’란 무엇일까? 위 대법원 판결은 면접교섭을 청구하는 부모 일방과 자녀 사이의 유대관계나 친밀도, 면접교섭을 청구하는 의도나 목적, 면접교섭이 양육자인 부모 일방과 자녀 사이의 갈등을 유발하거나 자녀가 새로운 양육환경에 적응하는 데 장애가 되는지 여부, 면접교섭 청구인에게 양육자인 부모 일방 또는 자녀에 대한 현저한 비행이나 아동학대 등의 전력이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면접교섭이 자녀의 복리를 침해하는 특별한 경우인지를 판단한다고 판시했다. 실제로 비양육자인 아버지가 자녀에 대한 면접교섭을 신청한 사건에서 청구인(아버지)이 정신질환 이력이 있는 점, 자녀가 아버지에 대한 두려움을 보이고 있는 점, 자녀는 이와 같은 불안으로 인해 신경안정제를 복용하고 있는 점, 무엇보다도 자녀가 청구인(아버지)과의 면접교섭을 원하지 않고 있는 점을 들어 아버지의 자녀에 대한 면접교섭을 배제한 사례가 있다.(부산가정법원 2017년 11월 20일 선고 2016느단4222 판결) 조혜진 변호사/법무법인 마당

[법률플러스] 당사자 간 대화 몰래 녹음 금지한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

지난 9월 말 윤상현 의원의 대표발의로 통신비밀보호법 일부 개정안이 발의됐다. 주요 내용은 ‘대화 당사자가 상대방의 동의 없이 대화를 녹음하는 행위’를 처벌하되, 위 녹음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않음으로써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및 공익을 충실히 보호한다는 것이다. 만일 위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상대방과의 대화를 동의 없이 녹음한 대화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현재 위 통신비밀보호법 일부 개정안은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상태로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을지 알 수 없고 통과되더라도 실제 시행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벌써부터 관련 논의로 여론이 팽팽히 대립하고 있다. 특히 당사자 간 대화 녹음을 민사소송의 입증 방법 내지는 형사소송의 증거로 제시하는 경우가 많은 법조계에서는 위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큰 파장이 우려된다. 그렇다면,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은 당사자 간 대화 녹음에 대해 어떻게 규정하고 있을까.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은 ‘누구든지 이 법과 형사소송법 또는 군사법원법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우편물의 검열·전기통신의 감청 또는 통신사실확인자료의 제공을 하거나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16조 제1항 제1호는 ‘제3조의 규정에 위반하여 우편물의 검열 또는 전기통신의 감청을 하거나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한 자’를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형행법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는 경우 형사 처벌한다. 따라서, 자신이 당사자로 참여해 대화를 나누는 경우 즉, 당사자 간 대화는 ‘타인 간의 대화’가 아니기 때문에 몰래 녹음을 하더라도 그 행위가 통신비밀보호법으로 처벌되지 않는 것이다. 변호사로서 소송을 수행하다 보면, 성범죄나 사기 등 입증이 어려운 사건들에서 ‘당사자 간 대화 녹음’이 중요한 증거로 쓰이는 경우를 왕왕 만나게 된다. 또 직장 내 괴롭힘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녹음을 하는 경우와 같이 ‘녹음’은 보통 사회적 약자가 부당한 대우나 압력에 대항하는 최소한의 수단인 경우가 많아 상대방의 동의를 얻고 녹음을 하는 것은 애당초 쉽지 않다. 현행법도 ‘대화 당사자가 상대방의 동의 없이 대화를 녹음하는 행위’가 ‘음성권 내지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등을 침해했다고 인정되면 민사상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케 하고 있다. 즉, 현행법 하에서도 음성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와 녹음으로 달성하려는 이익을 비교형량해 몰래 녹음한 사람에게 불이익을 주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화 당사자가 상대방의 동의 없이 대화를 녹음하는 행위’를 일률적으로 금지해 처벌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시각에서 개정안에 대한 충분한 사회적인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정다솔 변호사/법무법인 마당

[법률플러스] 토지임차인의 지상물매수청구권

건물 기타 공작물을 소유하기 위한 목적 또는 식목, 목축 등을 위한 목적으로 토지를 임차한 임차인은 임대차 기간이 만료했을 때 건물, 수목 등의 지상시설이 현존하고 있다면, 임대인에 대해 상당한 가액으로 그 지상 건물 등을 매수할 것을 청구할 수 있다(민법 제643조). 이를 토지임차인의 지상물매수청구권이라 한다. 이 권리는 국민경제적 관점에서 지상 건물의 잔존 가치를 보존하고, 토지 소유자의 배타적 소유권 행사로 인해 희생당하기 쉬운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마련된 것이다. 지상물매수청구권은 ①건물 기타 공작물의 소유 또는 식목, 채염, 목축을 목적으로 한 토지임대차에서, ②임대차 계약 기간의 만료로 임차권이 소멸했는데, ③임대차 계약 기간이 만료했을 때 그 토지 상에 임차인 소유의 지상건물 등이 존재하고 ④임대인이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를 거절했을 때, 행사할 수 있다. 토지임차인의 지상물매수청구권에 관한 민법의 이러한 규정은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한 강행규정임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임차인에게 불리한 지상물매수청구권 배제의 특약(예컨대 “임차인은 임대차 계약 기간이 만료되면 지상 건물을 철거해 임대차목적물인 토지를 임대인에게 인도해야 한다.”는 등의 특약)은 원칙적으로 무효다(민법 제652조). 다만, 임대차 계약의 내용, 임대차 계약의 체결 경위와 제반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실질적으로 임차인에게 불리하다고 볼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을 인정할 수 있을 때에는 그 특약은 위 강행규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1997년 4월 8일 선고 96다45443 판결 참조)의 입장이다. 설사 임차한 토지에 있는 건물이 행정관청의 허가를 받은 적법한 건물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임차인은 임대인에 대해 지상물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대법원 2013년 11월 28일 선고 2013다48364, 48371 판결 참조). 반면, 임차인이 임대인의 동의 없이 임차권을 타인에게 무단양도 또는 전대하거나 2기 이상의 차임연체 등 임차인의 채무불이행으로 임대차계약이 해지될 경우에는 지상물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대법원 1972년 12월 26일 선고 72다2013 판결 참조)는 점도 주의를 요한다. 임차인이 지상물매수청구권을 행사한 경우 임대인은 그 매수를 거절하지 못한다. 즉, 지상물매수청구권은 형성권이므로 임차인이 적법하게 지상물매수청구권을 행사했다면 설사 임대인이 이를 원하지 않는 경우에도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 지상물에 관한 매매계약이 성립하게 되는 것이다. 이준행 변호사/법무법인 마당

[법률플러스] 임대차 종료와 월세•관리비

가상의 사례를 들어보자. A상가의 소유자인 X는 2022년 1월1일 보증금 5천만원, 월세 200만원, 임대차 기간은 2년, 관리비는 임차인이 납부하는 조건으로 A상가를 Y에게 임대했다. Y는 이후 A상가에서 3개월 동안 식당을 운영하면서 꼬박꼬박 월세를 지급하였으나 이후 사업이 지지부진하자 월세를 지급하지 못했다. 월세 지급을 독촉하던 X는 더이상 참을 수 없어 2022년 7월1일 임대차계약을 해지했다. 이 무렵부터 Y는 인테리어와 각종 식당 설비를 그대로 둔 채 상가 출입문을 걸어 잠그고 식당에 나타나지 않았다. X는 상가반환소송을 제기해 2022년 12월31일 이를 반환받았다. 이러한 형태의 사건은 거래계에서 수시로 발생한다. 이 사건에서 다음과 같은 법률 문제들이 등장한다. 우선 Y는 X에게 2022년 7월1일 이후의 월세 1천200만원(200만원×6개월)을 지급할 의무가 있는가? 임대차계약은 2022년 7월1일 적법하게 해지됐으므로 Y가 월세를 지급해야 하는 계약상의 의무는 없다. 그러나 Y는 법률상의 원인(임대차계약)이 없음에도 A상가를 6개월 동안 점유했으므로 월세 상당의 이익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해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대법원(예컨대 2018년 11월 29일 선고 2018다240424, 240431 판결 참조)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Y는 상가 건물을 임대차 계약의 목적에 따라 영업용으로 사용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이를 점유한 것에 불과해 ‘실질적 이득’을 얻은 사실이 없고, 이처럼 실질적 이득을 얻은 사실이 없는 이상 이를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이유도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6개월 동안 Y가 A상가를 마치 ‘창고’처럼 사용한 것도 그의 ‘실질적 이득’이 아닐까? 그러나 이 사안에서 X가 보증금 5천만원을 반환하지 않고 있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Y가 권리(보증금 회수) 방어용으로 상가를 점유한 사정을 이해할 수 있다. 두 번째로 등장하는 문제는 관리비다. 임대차 계약이 해지된 2022년 7월1일 이후 Y는 A상가를 점유하고 있지만 이를 사용하고 있지 않음에도 관리비를 납부해야 하는가? 이 문제에 대해서도 우리 대법원(2021년 4월1일 선고 2020다286102, 286119 판결 참조)은 위에서 살펴본 ‘월세’ 관련 논의와 유사한 답안을 제시한다. 즉 ‘임대차계약이 종료된 경우 임대차보증금이 반환되지 않은 상태에서 임차인이 임대차목적물을 사용·수익하지 않고 점유만을 계속하고 있는 경우라면 임대차목적물 인도 시까지 관리비는 임대인이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임대차 계약이 해소된 임차인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상태에서 임대차 목적물을 단순 점거하고 있을 뿐 이를 임대차 계약 본래의 목적대로 사용하지 않는 사안에서 임차인은 임대차 계약 해소 이후의 월세와 관리비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것이 현재의 ‘법’이다. 혹시 이러한 사건에 휘말려 있는 임대인과 임차인들은 장차 중요한 법률적 결정을 내릴 때 이러한 법리를 참조할 수 있을 것이다. 김종훈 변호사/ 법무법인 마당

[법률플러스] 승진발령의 무효와 부당이득

법률에 따라 설립된 A공사가 외부 업체에 의뢰하여 승진 시험을 실시했다. 그런데 이후 ‘일부 직원들이 사전에 위 외부 업체로부터 시험문제와 답을 제공받아 시험에 합격했고 그 대가로 금전을 제공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위 직원들에 대한 승진발령은 취소됐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이 그동안 승진된 직급에 따라 근무하고 급여를 받아왔다는 점이었다. 이처럼 직원들의 승진이 중대한 하자로 취소돼 소급적으로 효력을 상실한 이상, 이들은 승진 전의 직급에 따른 표준가산급을 받아야 하고 승진가산급은 받을 수 없으므로 결국 이들이 승진 후 받은 급여상승분은 법률상 원인 없이 지급받은 부당이득으로서 공사에게 반환돼야 하는 것은 아닐까? 실제로 이와 같이 판단한 A공사는 위 직원들을 상대로 부당이득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 사건을 심리한 원심 법원은 승진에 따른 업무를 수행한 것에 대한 대가로 지급된 급여상승분은 해당 직원들에게 귀속되는 것이 옳다는 전제 하에 A공사가 이를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것을 청구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2022년 8월19일 선고 2017다292718 판결)의 판단은 원심과 달랐다. 우선, 대법원은 승진발령이 무효임에도 근로자가 승진발령이 유효함을 전제로 승진된 직급에 따라 계속 근무해 온 경우, 승진 전후 각 직급에 따라 수행하는 업무에 차이가 있어 승진된 직급에 따른 업무를 수행하고 그에 대한 대가로 임금이 지급됐다면, 근로자가 지급 받은 임금은 제공된 근로의 대가이므로 근로자에게 실질적인 이득이 있다고 볼 수 없어 사용자가 이에 대해 부당이득으로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고 보았다. 그러나 승진 전후 각 직급에 따라 수행하는 업무에 차이가 없어 승진 후 제공된 근로의 가치가 승진 전과 견주어 실질적 차이가 없음에도 단지 직급의 상승 만을 이유로 임금이 상승한 부분이 있다면 근로자는 임금 상승분 상당의 이익을 얻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들의 승진이 무효인 이상 그 이득은 근로자에게 법률상 원인 없이 지급된 것으로서 부당이득에 해당하므로 이를 사용자에게 반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대법원은 여기서 승진 전후 제공된 근로의 가치 사이에 실질적으로 차이가 있는지 여부는 제공된 근로의 형태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 보직의 차이 유무, 직급에 따른 권한과 책임의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이고 객관적으로 평가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처럼 근로자가 승진 발령이 유효함을 전제로 승진된 직급에 따라 계속 근무하면서 승진된 직급에 따른 보수를 지급받았으나 이후 승진 발령이 무효가 된 경우, 대법원은 당해 사안의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성립 여부 및 부당이득의 범위를 다르게 보고 있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박승득 변호사/법무법인 마당

[법률플러스] 소멸한 저당권에 기하여 개시된 경매의 효력

타인으로부터 금전을 차용하고 그 채무를 담보하기 위해 자신의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해 준 사람이 그 채무를 변제하지 못하면 근저당권자는 법원에 임의경매를 신청해 그 매각대금에서 법정 순위에 따라 배당을 받는다. 그런데 근저당권에 기한 임의경매 절차가 진행되는 도중에 채무자가 그 채무를 변제해 근저당권이 소멸됐음에도 불구하고 경매취소 신청이 없어 경매가 그대로 진행된 경우, 경매신청의 근거인 담보권이 없어졌음에도 그대로 진행된 경매를 유효한 것으로 보아 낙찰받은 매수인을 보호해야 할까? 아니면 근저당권부 채권을 변제해 근저당권을 소멸시킨 소유자(채무자)가 억울하게 부동산을 뺏기지 않도록 보호해야 할까? 민사집행법 제267조(대금완납에 따른 부동산 취득의 효과)는 ‘매수인의 부동산 취득은 담보권 소멸로 영향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해 경매절차의 안정성과 공신력 보호를 위해 경매개시결정에 대한 이의 등으로 경매절차가 취소되지 않고 매각이 이뤄졌다면 경매는 유효하고 매수인은 소유권을 취득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임의경매 신청으로 인한 경매개시결정이 있기 전에 이미 소멸하거나 그 담보권에 실체적 하자가 있었는데도 그에 기초한 경매가 진행되어 매각됐을 경우에도 그 경매는 유효한가? 예를 들어 A 소유 부동산에 B가 근저당권을 설정한 후 여러 건의 가압류가 경료되자, A가 B에 대한 채무를 모두 갚았음에도(또는 아예 B에 대한 채무가 전혀 없이 허위로 근저당을 설정했을 수도 있다) B가 임의경매를 신청해 매각대금을 선순위로 모두 배당받고 가압류 채권자는 배당받지 못하게 한 뒤, 배당받은 금원을 다시 A에게 반환하는 편법으로 경매절차를 이용할 수도 있다. 이때에도 그 경매를 정당하다고 보아야 할 것인가? 대법원 2022. 8. 25. 선고 2018다205209 전원합의체 판결은 다음과 같이 보았다. 임의경매의 정당성은 실체적으로 유효한 담보권의 존재에 근거하므로, 담보권에 실체적 하자가 있다면 그에 기초한 경매는 원칙적으로 무효이고, 특히 채권자가 경매를 신청할 당시 실행하고자 하는 담보권이 이미 소멸했다면, 그 경매개시결정은 아무런 처분권한이 없는 자가 국가에 처분권(즉 경매절차를 통한 처분권)을 부여한 데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서 위법하다. 반면 일단 유효한 담보권에 기하여 경매개시결정이 개시됐다면, 이는 담보권에 내재하는 실체적 환가권능에 기초해 그 처분권이 적법하게 국가에 주어진 것이다. 따라서 담보권의 소멸은 그 소멸 시기가 경매개시결정 전인지 또는 후인지에 따라 그 법률적 의미가 본질적으로 다르다. 민사집행법 제267조는 경매개시결정이 있은 뒤에 담보권이 소멸한 경우에만 공신력 보호를 위해 적용되는 것이고, 경매개시결정이 있기 전에 담보권이 소멸한 경우에 그 담보권에 기한 경매의 공신력을 인정한다면 이는 소멸한 담보권 등기에 공신력을 인정하는 것과 같은 결과를 가져와 현재의 등기제도와 조화된다고 볼 수 없다. 요컨대 이미 소멸한 근저당권에 기해 임의경매가 개시되고 매각이 이뤄졌다면 그 경매는 무효다. 심갑보 변호사/법무법인 마당

[법률플러스] 과실에 의한 방조행위자 공동불법행위 책임 범위

민법 제760조는 수인이 공동의 불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는 연대해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면서(제1항) 방조자도 공동불법행위자로 보고 있다(제3항). 그런데 여기에서의 방조는 불법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직접, 간접의 모든 행위를 가리키는 것이다. 손해의 전보를 목적으로 하여 과실을 원칙적으로 고의와 동일시하는 민사법의 영역에서는 과실에 의한 방조도 가능하며, 이 경우의 과실의 내용은 불법행위에 도움을 주지 말아야 할 주의의무를 위반하는 것을 말한다. 원래 공동불법행위 책임은 가해자 각 개인의 행위에 대해 개별적으로 그로 인한 손해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가해자들이 공동으로 가한 불법행위에 대해 책임을 추궁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 책임의 범위는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가해자들 전원의 행위를 전체적으로 함께 평가해 정하고 가해자 각자가 손해배상액의 전부에 대한 책임을 부담하는 것이다. 따라서 가해자 1인이 가공한 정도가 경미하다고 하더라도 그 가해자의 책임 범위를 손해배상액의 일부로 제한하여 인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 위와 같은 공동불법행위 책임의 원칙적 법리에 의한다면, 과실에 의한 방조로 공동불법행위가 성립하는 경우에도 그 방조자 역시 전체의 손해에 대해 책임을 지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이 보게 된다면, 과실에 의한 방조자에 대해 너무나도 과도한 책임을 지우는 부당한 결과가 초래된다. 이에 판례는, 타인의 불법행위에 대해 과실에 의한 방조로서 공동불법행위의 책임을 지우기 위해서는 방조행위와 손해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고 제한한다. 따라서 상당인과관계를 판단할 때에는 책임이 지나치게 확대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하고, 과실에 의한 행위로 인해 불법행위를 용이하게 한다는 사정에 관한 예견가능성과 아울러 그 행위가 피해 발생에 끼친 영향, 피해자의 신뢰 형성에 기여한 정도, 피해자 스스로 쉽게 피해를 방지할 수 있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입장에 따라 판례는, 타인의 불법행위가 계속되는 중 공동불법행위자의 과실에 의한 방조행위가 이뤄졌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과실에 의한 방조행위와 그 이전에 타인의 불법행위로 발생한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과실에 의한 방조자는 그 이후의 손해에 대해서만 배상책임이 있다고 한다. 타당한 결론이라 할 것이다. 임한흠 변호사/법무법인 마당

[법률플러스] 마이너스 통장에 착오 송금한 경우 은행으로부터 반환받을 수 있을까?

갑은 A가 은행에 개설한 예금계좌로 3천만원을 송금했다. 그 계좌는 통상 ‘마이너스 통장’이라 부르는 것으로, 잔고가 마이너스인 경우에는 은행이 상당액을 자동적으로 대출한 것으로 하며(이른바 ‘종합통장 자동대출’) 계좌에 입금이 이뤄지면 그 대출금에 충당한다. 갑이 A에게 송금했을 때 위 계좌의 잔고는 마이너스 8천400만원이었다. 그런데, 사실 갑은 본래 B에게 금전을 지급할 생각이었다. 즉 갑은 지급의 법적 원인이나 의사가 없었음에도 착오로 A의 계좌로 잘못 송금했던 것이다. 이 사실을 깨달은 갑은 다음 날 곧바로 은행에 잘못 입금한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은행은 이를 거부했고 갑은 은행을 상대로 위 착오 이체된 금전의 반환을 구하는 부당이득 반환의 소송을 제기했다. 위 소송의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법원은 갑의 청구를 기각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대법원 2022년 6월30일 선고 2016다237974 판결 참조) 종합통장 자동대출에서 은행이 대출약정에서 정해진 한도로 채무자(A)의 약정계좌로 신용을 공여한 후 채무자가 잔고를 초과해 약정계좌에서 금원을 인출하면 잔고를 초과한 금원 부분에 한해 자동적으로 대출이 실행되고, 그 약정계좌에 다시 금원을 입금하면 그만큼 대출채무가 감소한다. 종합통장 자동대출의 약정계좌가 예금거래기본약관의 적용을 받는 예금계좌인 경우 그 예금계좌로 송금의뢰인(갑)이 자금이체를 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송금의뢰인과 수취인(A) 사이에 자금이체의 원인인 법률관계가 존재하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수취인이 은행에 대해 위 이체금액 상당의 예금채권을 취득한다. 다만 약정 계좌의 잔고가 마이너스인 상태에서 계좌로 자금이 이체되면, 그 금원에 대해 수취인의 예금채권이 성립함과 동시에 대출약정에 따라 은행의 대출채권과 상계가 이뤄지고 그 결과 ‘수취인은 대출채무가 감소하는 이익’을 얻게 된다. 따라서, 설령 송금의뢰인과 수취인 사이에 자금이체의 원인인 법률관계가 없더라도 송금의뢰인은 수취인에 대해 이체금액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가지게 될 뿐, 수취인과의 적법한 대출거래약정에 따라 대출채권의 만족을 얻은 은행에 대해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취득한다고 할 수 없다. 대법원이 펼치는 논리는 다소 복잡한 듯 보이지만, 결국 이 사건에서 갑이 착오로 잘못 송금해 이익을 얻은 상대방은 A이지 은행이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갑이 반환을 요구할 수 있는 상대방도 A일 뿐 은행이 아니다. 따라서 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갑의 소송은 기각될 수밖에 없다. 계좌이체 방법으로 송금할 때 정당한 수취인을 확인하고 정확히 표시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만, 어떤 이유로 송금 과정에서 이미 오류가 발생한 경우 그 이후에 취해야 하는 법적 조치를 선택하는 때에도 신중해야 한다. 만일 착오로 엉뚱한 사람에게 돈을 송금한 경우라면, 은행이 아니라 수취인을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해야 시간과 비용의 낭비를 줄일 수 있다. 이재철 변호사/법무법인 마당

[법률플러스] 행방불명인 외국인 배우자와 이혼 방법

A씨는 베트남 국적의 B씨와 2010년 1월1일 한국에서 혼인신고를 마쳤다. 이후 A씨와 B씨는 대전에서 함께 생활했는데, B씨는 2012년 12월31일 가출해 현재 소재불명인 상태다. 이제 A씨가 B씨와의 혼인관계를 해소하려면 어떻게 소송을 제기해야 할까? 다양한 쟁점 중 관할과 송달의 문제를 살펴보자. 우선 소송의 관할 문제다. 관할이란 어떤 법원(재판부)이 어떤 사건을 담당해 처리할 것인가에 관한 문제로서, 가사소송법에 따라 그 관할을 정한다. 이런 사안에서 서울가정법원이 무조건 관할법원이라고 알고 있는 분들이 있다. 그러나 가사소송법 제22조에 따르면, 혼인의 무효나 취소, 이혼의 무효나 취소 및 재판상 이혼의 소의 관할을 정하면서 부부가 같은 가정법원의 관할 구역 내에 보통재판적이 있을 때에는 그 가정법원(제1호), 부부가 마지막으로 같은 주소지를 가졌던 가정법원의 관할 구역 내에 부부 중 어느 한쪽의 보통재판적이 있을 때에는 그 가정법원(제2호) 각 그 관할법원이 되고, 이는 전속관할이다. 따라서 외국인 배우자가 현재 소재불명이더라도 과거 국내에서 일정한 생활의 근거를 가지고 있었다면 가사소송법 제22조 제2호가 적용돼야 한다(서울가정법원 2017. 3. 17. 선고 2016르654 판결). 결국 A씨는 대전가정법원에 이혼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위와 같이 관할을 결정했다고 하더라도 이혼 소장을 송달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 A씨는 혼인신고서에 기재된 피고(B씨)의 외국 주소지를 확인해야 하고, 출입국 외국인청에 대한 사실조회 신청 등으로 피고의 주소지를 확인해야 한다. 만약, 이 단계에서 피고(B씨)의 외국 주소지가 확인됐다면 외국으로 소장을 송달하기 위한 절차인 번역 공증 및 영사송달촉탁 신청을 통해 소송자료를 송달한다. 그러나 이 단계에서 송달불능처리가 되거나 소재를 파악할 수 없다면 외국 공시송달을 통해 소송이 진행된다. 공시송달이란 상대방의 소재지 또는 행방이 불분명해 소장 등 소송관련 서류를 송달하기 어려운 경우 그 서류를 법원 게시판 등에 일정기간 동안 게시함으로써 서류를 상대방(피고)에게 송달한 것과 같은 효력을 발생시키는 송달 방법이다. 원칙적으로 공시송달은 실시한 날로부터 2주가 경과해야 송달된 것으로 보지만, 외국 공시송달의 경우 2개월이 경과해야 송달된 것으로 본다. 공시송달 기간이 도과한 경우 이혼청구 인용판결이 내려지는데, 다만, 공시송달에 의한 판결은 추후보완이라는 절차를 거쳐 다시 재판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주의를 요한다. 소송의 상대방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소송사실을 알지 못했을 때 그 사유가 없어진 날로부터 2주 내(외국 거주 시 30일)에 추후보완 항소 등의 절차를 개시하면 다시 재판 등 소송행위가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조혜진 변호사/법무법인 마당

[법률플러스] 처분문서의 증거력에 대하여

최근 인기리에 종영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라는 드라마가 있다.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변호사가 로펌에 입사해 각종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을 담은 드라마인데, 변호사들이 실제로 겪게 되는 여러 가지 상황들을 현실적으로 잘 반영했다는 평가를 받아 주변 변호사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많았다. 등장인물 중 14년 차 정명석 변호사(강기영 분)가 한 대사 중 법조인들이라면 크게 공감할 만한 것을 소개한다. “14년 차 변호사로서 가장 난감한 게 뭔 줄 알아요? 의뢰인이 이미 서명날인 해 버린 문서예요. 이 처분문서가 얼마나 무서운지.”가 바로 그것이다. ‘처분문서’가 무엇이기에 법조인들을 난감하고, 무섭게 만드는 것일까. ‘처분문서’란 증명하고자 하는 법률행위가 그 문서 자체로 이뤄진 문서로서 각종 계약서, 합의서, 각서, 유언서 등을 말한다. 이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보고문서’가 있는데, 작성자가 보고, 듣고, 느끼고, 판단한 바를 기재한 문서로서 대표적인 예로 일기, 편지 등이 있다. 처분문서와 보고문서는 위와 같이 개념적으로 차이가 있지만, 그보다도 법정에서 ‘문서의 증거력’ 즉, 그 문서가 요증사실의 증명에 기여하는 힘에서 아주 큰 차이가 있다. 문서의 증거력은 그 문서가 진정하게 작성됐음을 의미하는 형식적 증거력과 그 문서가 요증사실을 증명하는데 기여하는 정도를 의미하는 실질적 증거력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처분문서는 그 문서가 진정하게 작성됐음이 인정돼 형식적 증거력이 인정되면, 실질적 증거력이 사실상 추정된다. 결국, 진정성립이 인정되는 이상 법원은 그 문서에 기재된 내용대로 법률행위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해야 하고, 합리적인 이유 제시 없이 이를 배척해서는 안 된다. 반면, 보고문서는 그 문서가 진정하게 작성됐음이 인정돼 형식적 증거력이 인정되더라도 실질적 증거력이 추정되지 않고, 법관의 자유심증으로 판단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처분문서의 기재 내용과 다른 약정이 인정될 경우 ‘그 기재 내용과 다른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작성자의 법률행위를 해석할 때에도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에서 자유로운 심증으로 판단할 수 있다(민사소송법 제202조, 대법원 2006년 4월13일 선고 2005다34643 판결 등 참조)’고 판시한 대법원 판례가 있지만, 위와 같이 진정성립이 인정된 처분문서의 실질적 증거력이 배척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결국,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정명석 변호사가 ‘의뢰인이 이미 서명날인 해 버린 문서’를 난감하고 무서운 것으로 본 이유는 형식적 증명력이 부여된 처분문서는 실질적 증거력이 추정되므로 사실상 재판에서 그 문서에 기재된 내용과 다른 사실관계를 주장할 수 없기 때문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정다솔 변호사/법무법인 마당

[법률플러스] 임차인의 유치권 행사

유치권은 ‘타인의 물건 또는 유가증권을 점유한 자가 그 물건이나 유가증권에 관해 생긴 채권을 가지는 경우에, 그 채권의 변제를 받을 때까지 그 물건 또는 유가증권을 유치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민법 제320조 제1항). 그렇다면 부동산 임차인도 임대차보증금 반환청구권과 비용상환청구권(필요비, 유익비)을 이유로 임대차 목적물에 대해 유치권을 행사할 수 있을까? 유치권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① 타인의 물건 또는 유가증권을 ② 적법하게 점유하고 있고, ③ 그 물건 또는 유가증권에 관해 생긴 채권이 ④ 변제기에 있어야 하며, ⑤ 유치권 배제 특약이 없어야 한다. 유치권의 성립요건 중 특히 ‘유치권이 해당 목적물에 관하여 생긴 것(견련관계)’의 해석이 문제가 되는데,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그 물건에 관하여 생긴 채권’이라 함은, 유치권 제도 본래의 취지인 공평의 원칙에 특별히 반하지 않는 한, 채권이 목적물 자체로부터 발생한 경우는 물론이고 채권이 목적물의 반환청구권과 동일한 법률관계나 사실관계로부터 발생한 경우도 포함한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07년 9월7일 선고 2005다16942 판결 참조). 그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① 우선 임차인의 임대차보증금 반환청구권은 그 건물 자체에 관해 생긴 채권이라 할 수 없으므로 견련관계가 인정되지 않고(대법원 1976. 5. 11. 선고 75다1305 판결 참조), 따라서 임차인은 임대차보증금 반환청구권을 이유로 유치권을 행사할 수 없다(다만 임차인은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행사해 임대인이 임대차보증금을 반환하기 전까지 임대차 목적물을 점유할 수는 있을 것이다). ② 다음으로 비용상환청구권(필요비, 유익비)은 임대차 목적물 자체의 보존이나 가치증진에 사용된 금원이므로 견련관계가 인정되고, 이에 기하여 임차인은 유치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런데 대법원은 「건물의 임차인이 임대차관계 종료 시에 건물을 원상으로 복구하여 임대인에게 명도하기로 약정한 것은 건물에 지출한 각종 유익비 또는 필요비의 상환청구권을 미리 포기하기로 한 취지의 특약이라고 볼 수 있어 임차인은 유치권을 주장 할 수 없다.」는 취지로 판시하고 있다는 점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대법원 1975년 4월 22일 선고 73다2010 판결 참조). 따라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면서 원상복구 특약을 맺은 경우에는 비용상환청구권에 따른 유치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것이다. 이준행 변호사/법무법인 마당

[법률플러스] 근로복지공단에 구상의무가 있는 제3자의 범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은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하고, 재해근로자의 재활 및 사회 복귀를 촉진하기 위해 이에 필요한 보험시설을 설치·운영하며, 재해 예방과 근로자의 복지 증진 등을 위한 사업을 시행해 근로자 보호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제정된 법률이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사업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근로복지공단이 설치돼 있다. 근로복지공단은 업무상 재해로 피해를 입은 근로자에게 보험급여를 지급한다. 그런데 만일 당해 업무상 재해가 제3자의 행위로 발생했다면, 근로복지공단은 급여액의 한도 안에서 보험급여를 지급받은 근로자가 제3자에 대해 가지는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행사할 수 있다(산재보험법 제87조 제1항). 만일 동료 근로자(B)가 의도적으로 가해행위를 해 근로자(A)가 피해를 입은 경우를 상정해 보자. 이 사안도 구체적 사정에 따라 업무상 재해의 요건을 충족할 수 있고, 이 경우 근로복지공단은 A에게 산재보험법에 따른 보험급여를 지급해야 한다. 이 경우 A에게 보험급여를 지급한 근로복지공단은 동료 근로자(B)에게 구상할 수 있을까? 즉 동료 근로자가 구상권 행사의 상대방인 ‘제3자’에 해당할까? 이 사건을 심리한 원심 법원은 동료 근로자의 가해행위가 사회적 비난가능성이 매우 큰 경우에는 동료 근로자가 궁극적인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 사회정의에 부합한다는 이유 등을 들어 동료근로자(B)가 산재보험법 제87조 제1항에서 정한 ‘제3자’에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위 사건의 상고심을 진행한 대법원(2022년 8월 19일 선고 2021다263748 판결)은 원심의 결론을 받아들이지 않고 이를 파기했다. 위 판결에서 대법원이 근거로 제시한 논거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구상권 행사의 상대방인 ‘제3자’란 재해 근로자와 산업재해보상보험관계가 없는 사람으로서 재해 근로자에 대해 불법행위 등으로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사람을 말한다. 동료 근로자에 의한 가해행위로 다른 근로자가 재해를 입어 그 재해가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는 경우에 그러한 가해행위는 사업장이 갖는 하나의 위험이다. 따라서 그 위험이 현실화해 발생한 업무상 재해에 대해서는 근로복지공단이 궁극적인 보상책임을 져야 한다고 보는 것이 산업재해보상보험의 사회보험적 또는 책임보험적 성격에 부합한다. 근로자가 동일한 사업주에 의해 고용된 동료 근로자의 행위로 인해 업무상의 재해를 입은 경우에 그 동료 근로자는 보험가입자인 사업주와 함께 직·간접적으로 재해 근로자와 산업재해보상보험관계를 가지는 사람이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에서 업무상 재해를 고의로 일으킨 동료 근로자(B)는 산재보험법 제87조 제1항에 따른 제3자에게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근로복지공단은 B를 상대로 구상권을 행사할 수 없다. 박승득 변호사/법무법인 마당

[법률플러스] 자녀가 어머니 소속 종중의 종중원이 될 수 있을까?

‘종중(宗中)’이란 공동선조의 분묘수호와 제사 및 종원 상호 간의 친목 등을 목적으로 구성되는 자연발생적인 종족집단이다. 종중의 이런 목적과 본질에 비춰 볼 때 공동선조와 성과 본을 같이 하는 후손은 성별의 구별 없이 성년이 되면 당연히 그 구성원이 된다. 따라서 여성도 종중원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같은 논리의 연속선상에서 종중원인 그 여성과 성과 본을 같이 하는 후손도 종중의 구성원이 될 수 있을까? A씨의 사례를 들어보자. 민법 제781조 제1항은 ‘자(子)는 부(父)의 성(姓)과 본(本)을 따른다. 다만 부모가 혼인신고 시 모(母)의 성과 본을 따르기로 협의한 경우에는 모의 성과 본을 따른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 따라 A는 아버지의 성과 본(예를 들어 ‘김해 김씨’)을 따라 ‘김ㅇㅇ’으로 출생신고가 이뤄졌다. 그런데 민법 제781조 제6항은 ‘자의 복리를 위해 자의 성과 본을 변경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부, 모 또는 자의 청구에 의해 법원의 허가를 받아 이를 변경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 따라 이후 A는 법원의 허가를 받아 어머니의 성과 본(예를 들어 ‘전주 이씨’)으로 변경신고(‘이ㅇㅇ’으로 변경 신고)를 했다. 이후 A의 어머니는 자신이 속한 종중(예를 들어 ‘전주 이씨 ○○파 종중’)에 A가 종원 자격이 있음을 인정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종중은 이를 거절했다. 이에 A는 위 종중을 상대로 법원에 종원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에서 법원(대법원 2022. 5. 26. 선고 2017다260940 판결 [종원(宗員)지위 확인 사건])은 A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즉 A가 ‘전주 이씨 ○○파 종중’의 종원임을 인정한 것이다. 이 사건에서 법원이 제시한 주요 근거는 다음과 같다. 종중에 관한 종전의 관습법은 종중의 구성원을 성년 남성으로 제한해 왔지만 지금은 성년 여성도 당연히 종원으로 보고 있다. 성년 여성의 후손이 모계혈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종중의 구성원이 될 수 없다는 관습도 법적 규범으로서 효력을 상실했다. 자녀의 성과 본은 부성주의를 원칙으로 하지만 예외로 부모가 혼인신고 시 모의 성과 본을 따르기로 협의할 수 있고 출생신고 이후에도 법원의 허가를 받아 모의 성과 본으로 변경할 수 있다. 이처럼 모의 성과 본을 따르기로 변경된 자녀는 더 이상 부의 성과 본을 따르지 않아 부가 속한 종중에서 탈퇴하게 되는데 모가 속한 종중의 구성원이 될 수 없다고 본다면 종중의 구성원으로서 속할 자격 자체를 박탈하는 것이 돼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반한다. 최근 우리나라의 종중 관련 법제는 급격한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따라서 각종 종중 관련 법률분쟁을 직면하고 있는 분들은 좀 더 치밀하게 사안을 검토해 변화된 법제가 제시하는 중요한 논점을 놓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심갑보 변호사/법무법인 마당

[법률플러스] 묵시적 채무승인에 관하여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의 채무승인은 이른바 관념의 통지로서, 시효이익을 받는 당사자인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채권을 상실하게 될 자 또는 그 대리인에 대해 상대방의 권리 또는 자신의 채무가 있음을 알고 있다는 뜻을 표시함으로써 성립한다. 또한 채무승인은 시효의 이익을 받는 사람이 상대방의 권리 등의 존재를 인정하는 일방적 행위로서, 그 권리의 원인·내용이나 범위 등에 관한 구체적 사항을 확인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채무자가 권리 등의 법적 성질까지 알고 있거나 권리 등의 발생 원인을 특정해야 할 필요도 없다. 판례는 채무승인이 있는지는 문제가 되는 표현행위의 내용·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그 행위 등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해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논리와 경험칙, 사회일반의 상식에 따라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판단돼야 한다고 한다. 판례에 따르면, 채무승인의 표시 방법으로 아무런 형식도 요구하지 않고 있고, 그 표시의 방법이 명시적이건 묵시적이건 불문한다. 묵시적인 채무승인의 표시는 채무자가 그 채무의 존재 및 액수에 대해 인식하고 있음을 전제로 하고 그 표시를 대하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채무자가 그 채무를 인식하고 있음을 그 표시를 통해 추단하게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행해지면 족하다. 판례에 따른 실제 사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시효완성 전에 채무의 일부를 변제한 경우에는 채무승인으로서의 효력이 있어 채무 전부에 관해 시효중단의 효력이 발생한다. 또한 갑이 행정소송에서 을측 증인으로 출석해 을의 소송대리인의 신문에 대답함에 있어서, “을로부터 금 3천500만 원을 차용한 사실이 있다”고 진술했다면 이는 자신의 을에 대한 대여금채무를 승인한 것으로서 소멸시효중단사유인 채무의 승인에 해당한다. 회생절차 내에서 이루어진 변제기 유예 합의도 채무에 대한 승인이 전제된 것이므로 채무승인의 효력이 있다. 갑이 을의 명의로 부동산을 매수하고 등기명의를 신탁했으나 실명등기를 하지 않았는데, 그로부터 10년이 경과한 후에 위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 이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한 사안에서 을이 명의신탁받은 부동산에 관한 세금의 납부를 요구하는 등 갑의 대내적 소유권을 인정하는 행태를 보였다면 갑에 대해 소유권등기를 이전·회복해 줄 의무를 부담함을 알고 있다는 뜻을 묵시적으로 표현한 것이 된다. 임한흠 변호사/법무법인 마당

[법률플러스] 위법한 체포상태서 음주측정 거부는 무죄

법치국가에서 모든 국민은 법관의 영장이 없는 한 구속되거나 수사기관에 강제로 연행되지 아니할 기본적인 권리가 있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범죄인이라 하더라도 구속이나 강제연행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법관의 사전영장이 필요하다. 예외적으로 긴급체포(중대한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체포하는 것)와 현행범인 체포(바로 범죄현장에서 범인을 체포하는 것)에는 법관의 사전영장이 필요하지 않으나, 이 경우에도 긴급체포나 현행범인 체포가 적법하게 되기 위해서는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요건을 갖춰야 한다. 그런 요건을 갖추지 않은 긴급체포나 현행법인 체포는 불법이 된다. 그런데 사회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현행범도 아닌데, 경찰관이 ‘조사할 것이 있으니 경찰서로 같이 가자(동행요구)’라고 요구하거나, 노상에서 ‘정지시킨 후 인적사항 등을 묻는 경우(불심검문)’가 있다. 이런 경우 우리는 반드시 경찰서까지 동행해야 하는가 또 불심검문에 응해야 하는가. 현행범인이란 범행 중이거나 범행 직후에 현장에서 범행이 발각된 범인을 말한다. 범행현장에서 범행이 발각된 자가 아닌 경우에는 비록 범인이 범행한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생각될지라도 법관의 영장 없이는 체포하거나 강제구인할 수 없다. 실제로 진행됐던 재판 사례. A씨가 2019년 9월20일 오후 8시42분께 자신의 집 앞에 차량을 주차한 후 택시를 타고 같은 날 오후 8시52분께 택시 승강장에 도착했고 그곳에서 ‘술에 취해 차량을 운전하고 소란까지 피운다’는 택시 기사들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이 사안을 심리한 법원은 “음주운전을 했다는 택시기사들의 진술이나 술에 취한 것으로 보이는 피고인의 외관은 피고인이 과거 어느 시점에 음주운전을 했다는 점에 관한 정황증거는 될 수 있겠으나, 이 같은 사정만으로는 시간적으로나 장소적으로 보아 피고인이 방금 음주운전 범행을 실행한 범인(현행범인)이라는 점에 관한 죄증이 명백했다고 볼 수 없으므로, 경찰관들이 피고인을 현행범으로 체포한 것은 그 요건(피고인이 범죄 현장에서 발각되었음)을 갖추지 못한 것이어서 위법하고, 그와 같이 위법한 체포상태에서 이뤄진 음주측정 요구 또한 위법하다고 봐야 하므로 무죄”라고 판단했다. 수사기관의 불법적인 인권침해 사례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법치국가의 국민으로서 법의 보호를 최대한 누리기 위해 평소 신체자유에 관한 법의 보호규정을 잘 알고 있을 필요가 있다. 이재철 변호사/법무법인 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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