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플러스] 태아의 피보험자 적격에 대해

A는 임신 5개월 차에 B보험회사와 임신 중인 태아를 피보험자로 하는 상해보험계약을 체결하고, 체결당일 1회 보험료를 납부했다. 이후 보험료를 계속 납부했으며, 보험증권에는 보험기간 개시일이 1회 보험료 납입일로 되어 있다. 그 후 A가 태아를 분만하는 과정에서 태아가 뇌손상 등의 상해를 입어 시력을 상실하는 상해사고가 발생했다. 위 보험계약의 보통약관에는 피보험자(보험대상자)가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신체에 상해를 입으면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규정되어 있으므로, A는 B보험회사를 상대로 보험금의 지급을 요구했다. 하지만 B보험회사는 상법 제737조(상해보험자의 책임)에서 상해보험은 피보험자가 신체에 손상을 입는 것을 보험사고로 하는 인(人)보험이므로, 피보험자는 신체를 가진 사람임을 전제로 하는데 태아는 사람이 아니라는 점, 또한 위 보험계약 중 출생 전 자녀 가입 특별약관에서 태아는 출생 시에 피보험자가 된다고 규정되어 있는 점을 근거로 태아가 출생 전 분만 과정에서 입은 상해사고에 대해서는 책임을 질 수 없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보험회사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상법상 상해보험계약 체결에서 태아의 피보험자 적격이 명시적으로 금지되어 있지 않다. 인보험인 상해보험에서 피보험자는 보험사고의 객체에 해당, 그 신체가 보험의 목적이 되는 자로서 보호받아야 할 대상을 의미할 뿐이며, 헌법상 생명권의 주체가 되는 태아의 형성 중인 신체도 그 자체로 보호해야 할 법익이 존재하고 보호의 필요성도 본질적으로 사람과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보험보호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보험계약의 계약 내용이 반드시 보험약관의 규정에 국한될 필요가 없다. 보험약관이 계약당사자 사이에 구속력을 갖는 것은 그 자체가 법규범이거나 또는 법규범적 성질을 가지기 때문이 아니라 당사자가 그 약관의 규정을 계약 내용에 포함시키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4조는 약관에서 정하고 있는 사항에 관해 사업자와 고객이 약관의 내용과 다르게 합의한 사항이 있을 때에는 그 합의 사항은 약관보다 우선한다라고 개별약정 우선의 원칙을 정하고 있다. 이러한 전제하에 위 보험계약의 특별약관에서 태아는 출생 시에 피보험자가 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보험계약의 당사자인 A와 B보험회사는 위 특별약관의 내용과 달리 위 보험계약으로서 당시 태아를 피보험자로 삼는 개별약정을 한 것이고, 보험사고의 객체가 태아인 상태일 때 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체결일부터 보험료를 납부해 보험기간이 개시된 점 등을 고려할 때 계약자유의 원칙상 태아를 피보험자로 하는 상해보험계약은 유효하다. 그 보험계약이 정한 바에 따라 보험기간이 개시된 이상 출생 전이라도 태아가 보험계약에서 정한 우연한 사고로 상해를 입었다면 이는 보험기간 중에 발생한 보험사고에 해당한다. 결과적으로 태아도 보험자와 보험계약자의 개별 약정으로 상해보험의 피보험자로 할 수 있다. 심갑보 변호사

[법률플러스] 포항지진과 손해배상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이 포항지진은 지열발전소가 고압으로 물을 넣는 과정에서 작은 지진들이 유발됐고 결과적으로 그 영향이 본진의 진원위치에 도달ㆍ누적되어 지진이 촉발됐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손해배상 문제가 더욱 크게 부각됐다. 촉발 지진으로 보는 경우 유발 지진에 비해 지진 발생에 대한 인공적 힘의 가공 정도가 적은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위 조사결과와 같은 인과관계를 재판을 통해 최종 확정하는 데는 난관이 있을 수도 있다. 불법행위에서 과실 책임을 지우려면 행위자에게 예견가능성과 회피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지진은 대표적인 자연력 또는 천재지변의 하나이므로 지진 발생이 인공적 힘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쉽사리 예견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위 지열발전소는 사전에 지진가능성에 대비해 지질자원연구원의 지질조사까지 이루어진 점, 외국은 지열발전을 하는 과정에서 지진이 발생한 사례가 있었던 점 등에서 지열발전 과정에서 지진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는 예견은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한편,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책임과 관련해 국가 등이 단순히 일반 개발행위허가를 하는 정도로만 관여하면서 지진 발생 여부를 고려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 책임을 묻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위 지열발전소는 정부 지원 연구개발사업으로 추진됐던 점,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자연재해대책법, 지진ㆍ화산재해대책법 등에 의하면 국가 등에게 재난예방을 위한 안전조치 책무, 자연재난으로부터 국민의 생명ㆍ신체 및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책무를 인정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국가 등에게 위 지열발전으로 인해 발생할지 모를 지진 발생의 위험을 예견하고 회피하려는 조치를 다하지 못한 귀책사유가 인정될 여지가 있다고 보인다. 책임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인정해야 할지도 문제이다. 자연력과 인공력이 공동 가공했다는 점, 각 힘의 기여도를 구분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 등을 근거로 두 가지 힘의 주체를 가정하고 공동불법행위 법리를 원용해 인공력의 주체인 지열발전소나 국가 등에게 부진정연대책임과 같은 전체 책임을 묻는 것이 타당하다는 이론이 있을 수 있고, 전통적 법리에 따라 자연력은 책임능력이 없는 부분이므로 지열발전소와 국가 등이 위 지진 발생에 기여한 범위 내의 손해에 대해서만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다는 이론이 있을 수 있다. 임한흠 변호사

[법률플러스] 임차권 등기명령 제도

주택 임차인은 임대차 계약기간의 만료를 앞두고 미리 임대인에게 더 이상 임대차 계약을 연장할 의사가 없음을 통지했다. 그런데 그 후 임대차 계약기간이 만료하여 계약이 종료되었음에도 임대인은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돈이 없다고 하면서 임차인에게 임대차보증금을 반환하지 않고 있고, 임차인은 이른 시일 내에 이사를 가야 할 상황에 처해 있다. 이때 임차인은 어떠한 조치를 취해야 할까?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이 주택의 인도와 주민등록을 마친 때에 대항력을 취득하고, 위 대항요건과 임대차계약증서상의 확정일자를 갖춘 임차인은 임대차보증금에 대해 우선변제권을 취득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임차인이 임대인으로부터 임대차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한 상태에서 이사해 주소이전을 하게 된다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상실하게 되므로 임대차보증금을 돌려받는 것이 어려워질 우려가 있다. 이러한 경우 임차인은 임차주택의 소재지를 관할하는 지방법원ㆍ지방법원지원 또는 시ㆍ군 법원에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할 수 있다. 임차권등기명령 신청에 필요한 서류는 주택 또는 건물 등기부등본, 임대차계약서 사본, 임차인의 주민등록초본, 임대차 계약 해지의 의사표시를 한 입증자료(내용증명) 등이다.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하면 법원에서 신청의 적법성 여부를 판단해 문제가 없으면 임차권등기명령 결정을 내리고, 관할등기소에 임차권등기를 촉탁하게 된다. 그리고 해당 주택 또는 건물의 등기부등본에 임차권등기가 마쳐지게 되면 이후 임차인이 주소이전을 하더라도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은 그대로 유지된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법원의 임차권등기명령 결정이 있고, 관할등기소에 임차권등기의 촉탁이 있더라도 실제 등기부등본에 임차권등기가 되는 데에는 일정 시간이 소요되므로 반드시 해당 주택 또는 건물의 등기부등본을 열람해 임차권등기가 마쳐졌는지를 확인한 후 주소이전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위와 같은 절차를 거쳐 일단 임차권등기가 이뤄지면 이후에 임차인이 임대차보증금을 반환받아 위 임차권등기를 말소해 주더라도 해당 주택 또는 건물의 등기부등본상에는 이전에 임차권등기가 됐던 사실이 남아있게 된다.(등기부등본을 말소사항 포함으로 발급할 경우) 따라서 위와 같은 이유로 임대인으로서는 자신의 주택 또는 건물에 임차권등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면 의외로 쉽게 임대차보증금을 돌려주는 경우도 있다. 그러므로 임차인은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이전에 미리 임대인에게 내용증명을 발송해 임대차 계약기간 만료일에 임대차보증금이 반환되지 않을 때 곧바로 임대차등기명령을 신청할 예정임을 알려 임대인을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것도 임대차보증금을 조금이라도 빨리 돌려받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일 수 있다. 이준행 변호사

[법률플러스] 소송 패소자, 법정이율 연 12%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은 소송의 지연을 방지하고 신속한 처리를 목적으로 제정된 법률이다. 특히, 민법이 정하는 법정이율은 연 5%인데, 이를 현실화하여 소송을 제기 한 이후만이라도 계속 그 이행을 지체한 채무자가 실질적인 채권자의 손해를 부담하도록 정하고 있다. 즉 채무자가 낮은 민사상 법정이율을 악용해 변제를 지체하거나 일부러 소송을 지연시키는 것을 막고자 소를 제기한 이후 지연이자의 이율은 위 민법 법정이율 5%보다 높다. 물론 당사자가 별도로 약정한 이율이 이자제한법을 위반하지 않는 정도라면, 위 민법 법정이율이나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상의 이율을 초과해 청구할 수 있음은 당연하다.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금전채무를 이행하지 않는 것으로 인한 손해배상액의 산정 기준이 되는 법정이율은 연 40% 이내 범위에서 은행이 적용하는 연체금리 등 여건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하고 있다. 이에 종전에는 연 20%였다가 이러한 여건 등을 감안해 연 15%로 낮아졌고, 최근 법무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제1항 본문의 법정이율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령안(대통령령)에 따라 위 법정이율을 개정했다. 이로 인해 2019년 6월 1일부터 법원이 금전의 지급을 명하는 판결을 선고했을 때 이를 갚지 않은 채무자에게 부가되는 지연이자는 연 12%로 낮아진다. 다만, 법원에 계속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으로 변론이 종결되지 않은 사건에 대해서는 개정된 법정이율인 연 12%가 적용되고, 변론이 종결됐거나 항소심 또는 상고심 계류 중인 사건은 종전 법정이율인 연 15%가 적용된다. 이러한 지연이자는 돈 때문에 상소를 포기하게 하는 문제가 지적됐지만, 소송의 남발을 막고, 시중 연체금리보다도 높은 이율이었다는 점에서 합리적 조정이라고 본다. 송윤정 변호사

[법률플러스] 시효중단 위한 후소의 형태는 이행소송에 국한되는지

채권자가 전소 승소 확정판결에도 채무자로부터 변제를 받지 못한 채 10년의 소멸시효기간 경과가 임박했고, 여기에 채무자에게 압류할 만한 재산이 없고 채무자의 승인을 얻을 수도 없어 재판상의 청구가 유일한 시효중단 수단인 경우, 채권자가 시효중단을 위해 채무자를 상대로 다시 동일한 내용의 후소를 제기할 수 있는지 문제된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오래전부터 확정된 승소판결에는 기판력이 있으므로 승소 확정판결을 받은 채권자가 채무자를 상대로 전소와 동일한 청구의 소를 제기하는 경우 그 후소는 원칙적으로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나, 확정판결에 의한 채권의 소멸시효기간인 10년 경과가 임박하여 제기된 시효중단을 위한 후소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소의 이익을 인정해 왔다. 따라서 통상적으로 채권자는 시효완성이 임박한 경우 시효중단을 위해 전소와 동일한 이행의 소를 제기했는데, 최근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시효중단을 위한 후소로서 이행소송 이외에 전소 판결로 확정된 채권의 시효중단을 위한 재판상의 청구가 있었다는 점에 대한 확인을 구하는 형태의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 역시 허용된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18년 10월 18일 선고 2015다232316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즉, 대법원은 채권자가 내가 시효중단을 위해서 소를 제기한 사실을 확인하여 달라는 새로운 종류의 소를 제기하는 것을 허용한 것인데, 이에 따르면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의 소송물은 시효중단의 법률관계에 국한되고, 그 판결은 전소 판결로 확정된 청구권의 시효중단 외에 다른 실체법상 효력을 가지지 않으므로, 채권자는 청구원인으로 전소 판결이 확정됐다는 점과 그 청구권의 시효중단을 위해 후소가 제기됐다는 점만 주장, 입증하면 되며 법원도 이 점만 심리하면 된다. 그러나 위와 같은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에 대한 반대 입장 역시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도 위 전원합의체 판결의 반대의견에 적시된 바와 같이 위와 같은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을 과연 소송이라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다. 소송의 본래 개념은 법적 쟁송으로서 구체적 권리의무에 관한 분쟁을 대상으로 하는데,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에서 말하는 소송의 대상은 단지 시효중단을 위한 재판상의 청구가 있었다는 사실 자체이고, 이러한 사실 자체에 대해 채무자가 다툴 여지도 전혀 없다는 점에서, 이를 두고 구체적 권리의무에 관한 분쟁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허용된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이 실무에서도 제대로 정착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듯싶다. 서동호 변호사

[법률플러스] 약식명령

비교적 가벼운 범죄 사건은 공판절차가 아닌 약식절차로 처리될 수 있다. 검사가 어떤 범죄 사건을 수사한 결과 죄는 인정되지만, 죄질이 무겁지 않아 벌금형으로 처벌하면 충분하다고 판단하면 피고인을 (정식으로 기소하는 대신) 벌금형(예컨대 200만 원)으로 처벌해 달라는 취지의 약식명령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 약식명령의 청구를 받은 법원은 피고인에게 약식명령을 송달한다. 약식명령에 승복하는 피고인은 벌금 200만 원을 납부하는 것으로 모든 형사 절차가 종결된다. 그러나 피고인이 그 약식명령에 승복할 수 없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죄를 저지른 일이 없어 무죄라고 주장하거나 자신의 죄에 비해 벌금 200만 원은 지나치게 무겁다고 주장하는 경우이다. 이때 피고인은 약식명령의 고지를 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법원에 정식재판을 청구할 수 있다.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하면 그 이후의 절차는 일반 공판절차와 동일하게 진행된다고 보면 된다.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다. 만일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하자 그 사건을 심리한 법원이 벌금형보다 무거운 형(약식명령보다 더 많은 금액의 벌금형 또는 징역형 등)을 선고할 수 있을까? 만일 이것이 가능하다면, 죄를 저지른 적이 없다고 확신하는 피고인이라도 공연히 정식재판을 청구했다가 오히려 약식명령보다 더 큰 불이익을 받을까 두려워 정식재판을 청구하지 못할 것이다. 이런 이유로 형사소송법은 종래 불이익금지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정식재판의 청구를 받은 법원은 약식명령보다 무거운 형(금액이 더 큰 벌금형 포함)을 선고할 수 없었다. 약식절차가 이와 같이 처리되자 이제 피고인들은 이른바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무조건 정식재판을 청구하는 폐단이 벌어졌다. 즉 최악의 경우에도 약식명령에 따른 벌금형 이상의 형벌을 받을 일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2017년 12월 19일 형사소송법 제457조의2는 종전의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이 아닌 형종 상향의 금지 원칙으로 변경되었으므로, 이 점의 주의를 요한다. 즉 정식재판 청구 사건을 심리한 법원이 피고인의 죄질이 매우 나쁘다는 사실을 확인한 경우, 벌금형보다 더 무거운 형종인 징역형을 선고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약식명령의 벌금형 200만 원보다 더 무거운 벌금형으로 처벌하는 것은 가능해진 것이다. 이러한 제도의 개선은 무분별하게 정식재판을 청구하는 관행에 변화를 주려는 것이다. 약식명령의 청구를 받은 법원이 당해 사건을 약식명령으로 처리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스스로 정식재판에 회부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법원은 약식명령보다 더 무거운 형종(징역형)을 선택해 피고인을 처벌할 수 있다. 이는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한 경우와 전혀 다른 상황임을 유의해야 한다. 김종훈 변호사

[법률플러스] 채무도 재산분활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

A는 20년 넘게 혼인생활을 하며 사업을 하는 남편 B에게 최선을 다해 내조했다. B는 혼인생활 기간 중 영업부진에 따른 자금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생활비를 조달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는데, A는 B의 말을 믿고 자녀들의 학원비, 병원비, 생활비 등을 마련하느라 금융권으로부터 수 천만 원의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B는 사업을 하면서 알게 된 다른 여자와 바람이 나 가정을 소홀히 하고 생활비도 지급하지 않았고, 이를 알게 된 A는 B를 상대로 이혼 및 재산분할 청구소송을 제기하기 위해 사무실을 찾았다. 이 경우 A의 채무(소극재산)가 이익이 되는 재산(적극재산)을 초과하는 경우, 채무도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가 문제됐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은 이혼 당사자 각자가 보유한 적극재산에서 소극재산을 공제하는 등으로 재산상태를 따져 본 결과, 재산분할 청구의 상대방이 그에게 귀속되어야 할 몫보다 더 많은 적극재산을 보유하고 있거나 소극재산의 부담이 더 적은 경우에는 적극재산을 분배하거나 소극재산을 분담하도록 하는 재산분할은 어느 것이나 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또 소극재산의 총액이 적극재산의 총액을 초과해 재산분할을 한 결과가 결국 채무의 분담을 정하는 것이 되는 경우에도 법원은 채무의 성질, 채권자와의 관계, 물적 담보의 존부 등 일체의 사정을 참작해 이를 분담하게 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인정되면 구체적인 분담의 방법 등을 정하여 재산분할 청구를 받아들일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다만 채무를 분담하게 할지 여부 및 분담의 방법 등과 관련, 적극재산을 분할할 때처럼 재산형성에 대한 기여도 등을 중심으로 일률적인 비율을 정하여 당연히 분할 귀속되게 해야 할 것이 아니라, 재산분할에 의해 채무를 분담하게 되면 그로써 채무초과 상태가 되거나 기존의 채무초과 상태가 더욱 악화되는 것과 같은 경우에는 채무부담의 경위, 용처, 채무의 내용과 금액, 혼인생활의 과정, 당사자의 경제적 활동능력과 장래의 전망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채무를 분담하게 할지 여부 및 분담의 방법 등을 정할 것이라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13. 6. 20. 선고 2010므4071,4088 전원합의체 판결)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는 채무와 관련해 유의할 점은 모든 채무가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혼인 중 부부 일방이 제3자에 대해 채무를 부담한 경우, 그 채무 중에서 공동재산의 형성 또는 유지에 수반하여 부담하게 된 채무에 한정된다는 것이다. 박승득 변호사

[법률플러스] 조합 정관 변경시 유의할 점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은 도시정비사업을 위해 설립된 조합이 조합 정관을 변경함에 있어서 정관 조항의 구체적 내용에 따라 총회에서의 의결 방법을 달리 정하고 있다. 즉, 구체적으로는 조합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필요로 하는 사항, 조합원 과반수의 동의를 필요로 하는 사항, 통상적인 총회 의결 방법에 따라 변경할 수 있는 사항 등으로 나눠져 있다. 그런데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도시정비사업을 위해 설립된 A조합이 조합 총회를 개최해 정관변경에 대한 결의를 하면서 변경 대상인 정관 조항들 중에는 그 의결방법으로 조합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필요로 하는 사항, 조합원 과반수 출석 및 출석 조합원 과반수 동의를 필요로 하는 사항이 함께 포함돼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조합원들에게 각 조항의 변경에 필요한 의결정족수에 대한 설명 없이 변경 대상이 된 정관의 각 조항별 또는 의결정족수에 따라 항목을 나누지 않은 채 일괄해 표결을 했고, 조합장은 그 의결결과에 대해 정관 변경안 중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요하는 내용은 부결됐고, 나머지는 가결됐다는 취지로 선언했다. 그러자 일부 조합원들이 위와 같은 경위로 가결됐다고 한 정관 조항의 효력에 대해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그 무효임의 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조합이 총회에서 위와 같이 가결 요건이 다른 여러 정관 조항을 변경하려 할 때에는 사전에 조합원들에게 각 조항별로 변경에 필요한 의결정족수에 관해 설명해야 하고, 의결정족수가 동일한 조항별로 나눠서 표결이 이뤄지도록 하는 등의 방법으로 각 조항별 가결 여부를 명확히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와 다르게 조항별 가결 요건에 대한 사전설명도 없이 의결정족수가 다른 여러 조항을 구분하지 않고 일괄해 표결하도록 한 경우, 만약 그 표결 결과 일부 조항에 대해서는 변경에 필요한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관 개정안 전체가 부결됐다고 봐야 하고, 의결정족수가 충족된 조항만 따로 분리해 그 부분만 가결됐다고 볼 수는 없다. 이는 단체법적 법률관계를 규율하는 정관의 변경은 객관적이고 명확하게 결정되어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판시했다. 이처럼 일괄 투표시 일부 조항에 관해 의결정족수를 갖췄다고 하더라도 일부 조항의 변경에 필요한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했다면 정관 개정안 전체가 부결된 것으로 처리된다. 조합이 의결정족수를 갖췄던 일부 조항에 대해 다시 정관을 변경하려면 또 총회를 개최해야 하는데, 보통 조합 총회를 열기 위해서는 상당한 비용과 번거로운 절차, 조합원들의 재참석 등 불편이 야기되는 만큼 이와 같이 일괄투표로 인한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합 집행부는 유의해야 할 것이다. 심갑보 변호사

[법률플러스] 토지의 사용·수익권 포기

연혁적으로 토지의 사용ㆍ수익권 포기는 주로 택지 일부를 도로로 사용토록 하는 경우 등에 있어 생기는 문제였다. 종래 판례의 입장은 우선, 토지소유자가 일단의 택지를 조성ㆍ분양하면서 개설한 도로는 토지 매수인을 비롯한 모든 사람에 대해 그 도로를 통행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것이므로 토지소유자는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사용ㆍ수익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이고, 도시계획에 관한 지적 등의 고시 때문에 토지의 사용수익이 사실상 제한되어 부득이 도로예정지를 분할, 나머지 토지를 분할해 택지로 매도했고 매수인들도 도시계획에 맞춰 주택을 건축하면서 도로예정지를 도로로 사용한 것이라면 토지소유자가 무상통행권을 부여했다거나 사용ㆍ수익권을 포기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토지의 사용ㆍ수익권의 포기에 관하여는 법리적 관점에서 문제 제기가 있었다. 대법원 스스로도 이미 배타적인 사용ㆍ수익권은 소유권의 핵심적 권능이므로, 소유자가 제3자와의 채권관계에서 소유물에 대한 사용ㆍ수익의 권능을 포기하는 것을 넘어 이를 대세적, 영구적으로 포기하는 것은 법률에 의하지 않고 새로운 물권을 창설하는 것으로서 허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결과적으로 종전 판례와 상충되는 취지의 판시를 한 바 있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로 이에 관한 쟁점들을 전체적으로 정리한 바 있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종전 판례의 법리는 타당하다 ▲배타적 사용ㆍ수익권 행사의 제한 여부를 판단하려면 소유권 보장과 공익 사이의 비교 형량을 해야 한다 ▲사용ㆍ수익 권능의 대세적ㆍ영구적인 포기는 물권법정주의에 반하여 허용할 수 없다. 토지소유자는 공중의 통행 등 이용을 방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토지를 처분하거나 사용ㆍ수익할 권능을 상실하지 않는다 ▲위 법리는 토지를 도로 외의 다른 용도로 제공한 경우에도 적용되고, 지하 부분에도 사용ㆍ수익권 포기의 효력이 미친다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특정승계인의 독점적ㆍ배타적인 사용ㆍ수익권 행사는 허용될 수 있다 ▲사정변경의 원칙에 의해 소유자가 다시 독점적ㆍ배타적인 사용ㆍ수익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세적 사용ㆍ수익권 포기 문제를 굳이 물권법정주의 위배로 해석해야만 되는지는 다소 의문이지만, 아무튼 위 전원합의체 판결은 사용ㆍ수익권 포기 문제를 총체적으로 정리한 것으로 의미 있는 판결이라 할 것이다. 임한흠 변호사

[법률플러스] 상가 임차인의 계약 갱신거절권

주택임대차보호법과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그 규정내용이 서로 다른데, 특히 계약기간이 끝나기 전 임차인이 계약기간이 종료된 후에는 더 이상 임차를 하지 않겠다는 계약갱신거절권에 관해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이를 인정하는 규정을 두고 있으나,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그러한 규정이 없다. 이 때문에 상가임차인이 예상하지 못한 손해를 볼 수 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대인이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의 기간에 임차인에게 갱신거절의 통지를 하지 아니하거나 계약조건을 변경하지 아니하면 갱신하지 아니한다는 뜻의 통지를 하지 아니한 경우에도 그 기간이 끝난 때에 전 임대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임대차한 것으로 본다. 임차인이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1개월 전까지 통지하지 아니한 경우에도 또한 같다고 규정하고 있다.(6조 1항) 위 6조 1항 후문 규정에 따라 임차인은 계약기간 종료 1개월 전까지 계약 갱신거절권을 행사해 계약관계를 끝낼 수 있다. 그런데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계약기간만료 전 임차인에게 계약갱신거절권을 인정하고 있는 주택임대차보호법 6조 1항 후문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따라서 당사자 간 사이에 상가건물임대차계약을 할 때 미리 계약기간 만료 전 몇 개월 전(1개월 또는 3개월 전)에 계약을 갱신하지 않는 의사표시를 할 수 있다라는 식으로 약정해 놓지 않으면, 자연히 계약이 묵시적으로 갱신되게 된다. 이렇게 계약이 묵시적으로 갱신되기 때문에 상가임차인이 뒤늦게 임대차계약해지의 의사표시를 하더라도,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10조 5항에 의해 해지의사표시를 한 때로부터 3개월 후야 계약해지가 되므로 3개월분의 월차임은 꼼짝없이 부담하게 된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주택임대차보호법과 같은 규정을 두지 않은 것은 입법적인 실수로 보인다. 상가임차인이 이러한 피해를 당하지 않으려면 임대차계약을 하면서 계약기간 만료 전 몇 개월 전(1개월 또는 3개월 전)에 계약을 갱신하지 않는 의사표시를 할 수 있다라는 특약을 해 둘 필요가 있다. 이재철 변호사

[법률플러스] 상속포기, 상속재산분할협의는 사해행위에 해당할까?

갑은 을에 대해 금 5천만 원의 채권을 가지고 있지만, 을은 채무초과상태로 위 금원을 변제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던 중 을의 부(父)가 사망했다. 상속인 을과 병 중 을은 자신의 상속분에 대한 상속을 포기해 부친의 재산을 모두 병이 상속받게 됐다. 이 경우 갑은 을의 상속포기 행위가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병에게 을의 상속분에 해당하는 상속재산을 이전하라고 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대법원은 상속은 피상속인이 사망 당시에 가지던 모든 재산적 권리 및 의무부담을 포함하는 총체재산이 한꺼번에 포괄적으로 승계되는 것으로서 다수 관련자가 이해관계를 가지는데, 위와 같이 상속인으로서의 자격 자체를 좌우하는 상속포기의 의사표시가 사해행위에 해당하는 법률행위에 대해 채권자 자신과 수익자 또는 전득자 사이에서만 상대적으로 그 효력이 없는 것으로 하는 채권자취소권의 적용이 있다고 하면, 상속을 둘러싼 법률관계는 그 법적 처리의 출발점이 되는 상속인 확정의 단계에서부터 복잡하게 얽히게 되는 것을 면할 수 없다. 또한 상속인의 채권자 입장에서는 상속의 포기가 그의 기대를 저버리는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채무자인 상속인의 재산을 현재의 상태보다 악화시키지 아니한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면 상속의 포기는 민법 제406조 제1항에서 정하는 재산권에 관한 법률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사해행위취소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고 판시(대법원 2011. 6. 9. 선고 2011다29307 판결 참조), 상속의 포기는 사해행위취소의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렇다면, 만약 을이 상속포기가 아닌 자신의 상속분을 포기하는 내용으로 병과 상속재산분할협의를 했다면 어떻게 될까? 이에 대해 대법원은 상속재산의 분할협의는 상속이 개시되어 공동상속인 사이에 잠정적 공유가 된 상속재산에 대해 그 전부 또는 일부를 각 상속인의 단독소유로 하거나 새로운 공유관계로 이행시킴으로써 상속재산의 귀속을 확정시키는 것으로 그 성질상 재산권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행위이므로 사해행위취소권 행사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시(대법원 2001. 2. 9. 선고 2000다51797 판결 참조), 상속재산을 포기하는 내용으로 상속재산분할협의를 했다면 그 상속재산분할협의는 사해행위 취소의 대상으로 판단하고 있다. 위와 같이 상속포기와 상속을 포기하는 내용의 상속재산분할협의는 상속인들 사이에서는 사실상 그 효과가 거의 같지만, 사해행위취소 등 법률적인 문제의 적용에는 완전히 상반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이준행 변호사

[법률플러스] 접속된 타인의 메신저 내용 열람 시 처벌

A와 B는 같은 회사에 다니는 동료지만, 서로 사이가 좋지 않았다. 어느 날 A는 사내 인터넷 개인 메신저를 접속한 상태에서 잠시 자리를 비웠다. 그러자 B는 A의 컴퓨터로 가 A가 다른 사람과 나눈 메신저 대화 보관함에 들어갔고, 상사의 험담 내용을 확인한 뒤 이를 복사해 해당 상사에게 보냈다. B를 처벌할 수 있을까?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9조는 누구든지 정보통신망에 의해 처리보관 또는 전송되는 타인의 정보를 훼손하거나 비밀을 침해도용 또는 누설해서는 아니 된다라고 정하고 있고, 위 규정을 위반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위 법에서 정하고 있는 타인의 비밀이란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은 사실로서 이를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않는 것이 본인에게 이익이 되는 것을 뜻한다. 또한 위반행위의 객체인 정보통신망에 의해 처리보관 또는 전송되는 타인의 비밀에는 정보통신망으로 실시간 처리전송 중인 비밀, 나아가 정보통신망으로 처리전송이 완료돼 원격지 서버에 저장보관된 것으로 통신기능을 이용한 처리전송을 거쳐야만 열람검색이 가능한 비밀이 포함됨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정보통신망으로 처리전송이 완료된 다음 사용자의 개인용 컴퓨터(PC)에 저장보관돼 있더라도 그 처리전송과 저장보관이 서로 밀접하게 연계됨으로써 정보통신망과 관련된 컴퓨터 프로그램을 활용해서만 열람검색이 가능한 경우 등 정보통신체제 내에서 저장보관 중인 것으로 볼 수 있는 비밀도 포함된다. 타인의 비밀 침해 또는 누설에서 요구되는 정보통신망에 침입하는 등 부정한 수단 또는 방법에는 부정하게 취득한 타인의 식별부호(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직접 입력하거나 보호조치에 따른 제한을 면할 수 있게 하는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는 등의 행위에 한정되지 않는다. 이러한 행위가 없더라도 사용자가 식별부호를 입력해 정보통신망에 접속된 상태에 있는 것을 기화로 정당한 접근권한 없는 사람이 사용자 몰래 정보통신망의 장치나 기능을 이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타인의 비밀을 취득누설하는 행위도 포함된다. 그러므로 위 B의 경우 비록 A가 메신저에 접속한 상태에서 이미 전송된 내용으로서 보관하고 있는 메신저 대화내용이라고 하더라도 B가 그 내용을 열람하고, 복사해 상사에게 전송한 이상 정보통신망법 제49조에서 정하고 있는 비밀침해에 해당돼 처벌될 수 있다. 송윤정 변호사

[법률플러스] 불법적인 몰래 촬영에 대한 형사처벌

예능 프로그램에서 몰래 카메라가 대유행을 하던 시절이 있었다. 본인도 시청자들 중의 한명으로서 유명 연예인이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는 줄도 모른 채 예기치 못한 황당한 상황에 우왕좌왕하고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을 보면서 박장대소했던 기억이 선명하다. 그 당시에는 누군가의 일상을 몰래 촬영한다는 생각 자체가 신기하기도 했지만, 우리와 다르게 살 것 같던 유명 연예인들도 결국 우리네와 같은 평범한 인간이라는 점이 부각되는 오락적 요소가 강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몰래 카메라는 그릇된 성적 욕망의 분출 용도로 변질되기 시작했다. 특히, 휴대전화에 촬영 기능이 탑재되면서 마땅히 보호되어야 할 개인의 사적 영역이 공공연히 침범됐다. 자신의 성적 욕망 만족 내지 영리 목적으로 남녀간의 성관계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숙박업소에 초소형 카메라를 몰래 설치해 놓거나, 휴대전화로 여성의 은밀한 부위를 몰래 촬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상대방의 동의 없이 사람의 은밀한 부위를 함부로 촬영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며, 현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은 위와 같은 불법적인 몰래 촬영을 행위 유형별로 처벌하고 있다.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해 사람의 은밀한 부위를 상대방의 동의 없이 함부로 촬영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1항 참조). 또한 촬영 당시에는 상대방의 동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후 촬영물을 상대방의 동의 없이 함부로 유포한 자 역시 형사처벌 대상이며(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2항 참조), 위와 같은 불법 촬영 내지 불법 유포의 미수범 역시 모두 형사처벌 대상이다(성폭력처벌법 제15조 참조). 나아가 자신의 성적 욕망을 만족시킬 목적으로 화장실, 목욕탕, 사우나시설, 모유수유시설, 탈의실 등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다중이용장소에 침입한 자 역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성폭력처벌법 제12조 참조). 예를 들어 어느 남성이 여성의 은밀한 부위를 촬영하기 위해 휴대전화를 갖고 공중 여자화장실에 몰래 침입했다면, 설령 촬영에 실패했거나 촬영을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로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불법 촬영의 준비단계에 이른 자도 처벌한다는 것인데, 이는 불법 촬영이 또 다른 범죄를 양산하고 피해 후유증과 파급력이 방대함을 고려해 불법 촬영을 발본색원하겠다는 국가적 선언이라 하겠다. 서동호 변호사

[법률플러스] 시설자금으로 빌려준 돈의 소멸시효

권리자가 일정 기간 동안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면 그 권리는 소멸한다. 이를 소멸시효라 한다. 민법에 따르면 채권의 소멸시효 기간은 원칙적으로 10년이다. 따라서 만일 대여금채권자가 자신의 채권을 10년 동안 행사하지 않으면 그 권리는 시효의 완성으로 소멸하고 만다. 그렇다면 다음 사례는 어떠한가. 김씨는 이씨에게 현재 운영하는 노래방을 스탠드바로 변경하기 위한 시설자금이 필요하다. 연말 이전에 반드시 갚을 테니 돈을 빌려 달라고 요청하여 2008년 1월 1일 1억 원을 빌렸다. 그러나 이후 김씨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돈을 갚지 않았다. 이씨는 김씨를 믿고 기다리다가 도저히 참을 수 없어 2018년 12월 1일 대여금반환소송을 제기하였다. 이씨는 대여금채권의 소멸시효가 10년인데 위 대여금채권의 변제기인 2008년 12월 31일로부터 10년이 되는 2018년 12월 31일 이전에 소송을 제기하였으니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씨의 판단은 옳은가? 결론부터 말하자. 아마도 이씨는 돈을 돌려받지 못할 것이다. 상법 제64조는 상행위로 인한 채권의 소멸시효기간은 5년이라고 규정한다. 따라서 이씨의 대여금채권이 상행위로 인한 채권이라면 그 소멸시효는 5년이다. 위 규정에서 상행위란 영업으로 하는 행위는 물론 영업을 위하여 하는 행위(보조적 상행위)도 포함한다. 채권자와 채무자 중 어느 한 명만 상인인 경우에도 위 규정이 적용된다. 이 사안에서 김씨가 영업을 위한 준비행위(시설의 개보수)를 위하여 이씨로부터 돈을 빌리는 행위는 이른바 보조적 상행위(영업을 위하여 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여기서 김씨가 상인인 이상, 설사 이씨가 상인이 아닌 경우에도, 상법의 규정은 여전히 적용된다. 요컨대 이씨가 김씨에게 빌려준 돈을 돌려받을 권리(대여금채권)는 상행위로 인한 채권으로 이는 상법 제64조의 적용대상이다. 김씨가 돈을 갚아야 하는 변제기를 2008년 12월 31일로 본다면 이씨는 적어도 위 날로부터 5년이 경과하기 전인 2013년 12월 31일이 경과하기 전에 소송을 제기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그러나 이씨는 아무 조치도 하지 않고 있다가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인 2018년 12월 1일에 와서야 소송을 제기하였다. 그렇다면 이씨의 대여금채권은 이미 시효의 완성으로 소멸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이 사안의 이씨와 같은 분들의 주의를 요한다. 김종훈 변호사

[법률플러스] 원인불명 화재사고시 임차인 손해배상 책임의 범위

올 겨울은 강수량이 적어 대기가 건조하고 날씨가 추워 보온 등을 위한 전열기구 사용이 급증해 화재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있어, 화재로 인한 법적 분쟁이 늘고 있다. 임차인이 건물의 일부를 임차해 사용하던 중, 원인불명의 화재사고로 임차목적물은 물론 임차하지 않은 건물부분도 불에 탄 경우, 임차인은 임대인에게 임차하지 않은 건물에 대한 손해까지 배상해야 하는지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종래 법원은 임차인이 임대인 소유 건물의 일부를 임차해 사용ㆍ수익하던 중 임차 건물 부분에서 화재가 발생해 임차 외 건물 부분까지 불에 타 그로 인해 임대인에게 재산상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 건물의 규모와 구조로 볼 때 건물 중 임차 건물 부분과 그 밖의 부분이 상호 유지ㆍ존립함에 있어서 구조상 불가분의 일체를 이루는 관계에 있다면, 임차인은 임차 건물의 보존에 관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했음을 증명하지 못하는 이상 임차 건물 부분에 한하지 아니하고, 건물의 유지존립과 불가분의 일체 관계에 있는 임차 외 건물 부분이 소훼돼 임대인이 입게 된 손해도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로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해 왔다. 그런데 임차인이 임차 건물의 보존에 관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했음을 증명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고, 경제적 약자인 임차인에게 원인불명의 화재로 인한 손해 전부를 전가하는 것은 가혹하다는 비판적인 견해가 많았다. 대법원은 2017년 종전 대법원 판례를 변경해, 임차 외 건물 부분이 구조상 불가분의 일체를 이루는 관계에 있는 부분이라 하더라도, 그 부분에 발생한 손해에 대해 임대인이 임차인을 상대로 채무불이행을 원인으로 하는 배상을 구하려면, 임차인이 보존관리의무를 위반해 화재가 발생한 원인을 제공하는 등 화재 발생과 관련된 임차인의 계약상 의무 위반이 있었고, 그러한 의무 위반과 임차 외 건물 부분의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으며, 임차 외 건물 부분의 손해가 의무 위반에 따라 민법 제393조에 의해 배상해야 할 손해의 범위 내에 있다는 점에 대해 임대인이 주장증명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판례의 변경에 따라 임차인은 원인불명의 화재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에 있어, 임차인이 임차하지 않은 건물 부분에 대한 손해배상책임 성립 여부에 있어 입증책임을 부담하지 않게 됨에 따라 책임이 경감 됐다. 이는 손해분담의 공평이라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에 비추어 바람직한 판례의 변경이라 할 것이다. 박승득 변호사

[법률플러스] 보이스피싱 피해금 인출한 계좌명의자의 책임

A는 자신 명의 예금계좌의 인출에 필요한 접근매체를 보이스피싱 조직원 B에게 양도했고, C는 보이스피싱 사기단 B에 속아 위 계좌로 돈을 송금했는데, A는 위 계좌에 대한 다른 접근매체를 이용해 C가 송금한 돈을 임의로 인출했다가 검거됐다. 검사는 A를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예금계좌를 양도한 점을 이유로 사기방조죄로, 위 계좌의 돈을 인출한 점에 대해서 B 또는 C의 재물을 횡령한 것으로 보아 횡령죄로 기소했다. 하급심에서는 A가 위 계좌가 보이스피싱 범행에 이용될 것임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사기방조죄에 대해 무죄를, B 또는 C와 사이에 있어서는 사기피해금에 대한 보관, 위탁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횡령죄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위와 같이 사기방조죄에 대해 무죄로 선고하더라도, 횡령죄에 대해서는 아래와 같은 이유로 유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일반적으로, C가 A명의 계좌에 자금을 이체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C와 A 사이에 그 원인이 되는 법률관계가 존재하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A와 수취은행 사이에는 그 자금에 대해 예금계약이 성립하고, A는 수취은행에 대하여 그 금액 상당의 예금채권을 취득한다. 이때 A와 송금의뢰인 C 사이에 이체의 원인이 된 법률관계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이체에 의해 A가 그 금액 상당의 예금채권을 취득한 경우에는 A는 C로부터 이체받아 취득한 예금채권 상당의 돈을 송금자인 C에게 반환해야 한다. 그러므로 결국 A는 위 돈에 대해 C를 위해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게 된다. 따라서 A가 이체된 돈을 그대로 보관하지 않고 자신이 쓰려고 인출하면 횡령죄가 성립한다. 이러한 법리는 A가 개설한 예금계좌가 보이스피싱 범행에 이용되어 그 계좌에 피해자가 사기피해금을 송금ㆍ이체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돼 C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된다. 다만, A의 인출행위는 보이스피싱 범인 B에 대한 관계에서는 횡령죄가 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A가 B에게 인출에 필요한 접근매체를 양도했더라도 은행에 대해 여전히 예금계약의 당사자로서 예금반환청구권을 가지는 이상 그 계좌에 이체된 돈이 그 접근매체를 교부받은 B에게 귀속됐다고 볼 수 없고, B는 단지 A의 예금반환청구권을 사실상 행사할 수 있게 된 것일 뿐 예금 자체를 취득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편, 만약 이때 A가 사기의 공범으로 처벌될 경우에는 이체된 돈을 인출하더라도 이는 자신이 저지른 사기범행의 실행행위에 지나지 않아 새로운 법익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어 사기죄 외에 별도로 횡령죄를 구성하지 않는다. 이처럼 B가 사기 친 돈이니 내가 빼어 써도 괜찮겠지 생각하다가는 처벌받는다. 빨리 피해자 C에게 반환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심갑보 변호사

[법률플러스] 수급인 ‘저당권설정청구권’ 행사… 도급인의 저당권설정행위와 사해행위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함을 알고 재산권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행위를 사해행위라고 하는바(민법 제406조), 수인의 채권자 중 특정 채권자에게만 채무자의 유일한 부동산에 관하여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는 행위도 사해행위에 해당한다. 그런데 민법 제666조는 부동산공사의 수급인은 보수에 관한 채권을 담보하기 위해 그 부동산을 목적으로 한 저당권의 설정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러한 수급인의 저당권설정청구권 행사에 따라 도급인이 저당권을 설정해 주는 행위도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가 문제 된다. 판례에 의하면, 민법 제666조는 부동산공사에서 목적물이 보통 수급인의 자재와 노력으로 완성되는 점을 감안해 목적물의 소유권이 원시적으로 도급인에게 귀속되는 경우 수급인에게 저당권설정청구권을 부여함으로써 수급인이 사실상 목적물로부터 공사대금을 우선적으로 변제받을 수 있도록 하는 데 그 취지가 있고, 이러한 수급인의 지위가 유치권을 행사하는 지위보다 더 강화되는 것은 아니어서 도급인의 일반 채권자들에게 부당하게 불리해지는 것도 아닌 점 등에 비춰, 신축건물 도급인이 수급인의 저당권설정청구권 행사에 따라 공사대금채무의 담보로 저당권을 설정하는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해행위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한편, 수급인의 공사대금채권이 양도되는 경우 저당권설정청구권도 함께 이전되는지 여부도 이와 관련하여 문제가 된다. 최근 판례는, 수급인의 저당권설정청구권은 공사대금채권에 부수하여 인정되는 권리이므로, 당사자 사이에 저당권설정청구권은 함께 양도하지 않기로 약정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사대금채권이 양도되는 경우 저당권설정청구권도 이에 수반해 함께 이전된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저당권설정청구권이 공사대금채권을 전제로 인정되는 권리라 하더라도, 이는 별개의 권리로서 수급인의 특별한 사정을 감안해 인정된 권리이고, 수반 이전 여부는 당사자의 의사로 결정할 수 있다고 보이므로, 공사대금채권과 함께 양도되지 않는 이상 저당권설정청구권은 소멸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있다. 아무튼, 최근 판례와 같은 입장에 서게 되면, 신축건물 수급인으로부터 공사대금채권을 양수받은 자의 저당권설정청구에 의하여 도급인이 저당권을 설정하는 행위 역시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해행위에 해당되지 않게 된다. 임한흠 변호사

[법률플러스] 상가건물, 원칙적으로 10년의 임대기간 보장된다

상가건물 임차인인 A가 상가건물 계약기간을 2016. 8. 31.부터 2019. 8. 31.까지 3년간으로 하여 임차하였다. A가 계약기간이 만료된 2019. 8. 31. 계약갱신을 요구할 경우 몇 년까지 계약기간을 연장할 수 있을까? 개정 전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상가임대차법이라 함) 제10조 제2항은, 임차인이 계약을 갱신할 경우 임대인이 동의하지 않는 한 계약갱신기간을 포함하여 전체 임대차기간이 5년을 초과하지 않는 기간 내에서만 갱신을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따라서 A는 원래의 계약기간이 3년이었기 때문에 임대인이 동의하지 않는 한 2년 더 계약기간을 연장해 달라고 갱신요구를 할 수 있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상가임대차법이 2018. 10. 16. 개정시행되었는데(현행 상가임대차법이라 함), 원래 전체 임대차기간이 5년이던 것을 10년으로 연장하였다(제10조 제2항). 현행 상가임대차법은 몇 가지가 개정되었는데, 그중에서 가장 달라진 것은 전체 임대기간이 5년에서 10년으로 늘어난 점인데 획기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다. 현행 상가임대차법(제10조 제1항)은, 임차인이 임대차기간이 만료되기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사이에 계약갱신을 요구할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A는 임대차기간 만료일인 2019. 8. 31.로부터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사이에 최장 7년을 연장하는 계약갱신을 요구할 수 있고, 임대인은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이 요구에 따라야 한다. 심지어 원래 임대차기간이 1년이었는데 9년간을 연장하는 계약갱신을 요구할 수도 있게 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임대인이 당초에 예상하지 않는 결과이지만 현행 상가임대차법의 문리적 해석이나 대법원판례(2017더9657판결)에서 이를 인정하고 있다. 다만, 상가임차인이 계약갱신을 요구할 수 있으려면 현행 상가임대차법 제10조 제1항의 사유가 없어야 한다. 즉 임차인이 3기의 차임액에 해당하는 차임을 연체한 사실이 있는 경우, 임차인이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임차한 경우, 서로 합의하여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상당한 보상을 제공한 경우, 임차인이 임대인의 동의 없이 전대하거나 건물을 파손한 경우 등의 사유가 없어야 한다. 이재철 변호사

[법률플러스] 중도금 지급기일 전 중도금 지급의 효력

갑(매도인)과 을(매수인)은 부동산에 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금 지급일을 2018. 5. 1.로, 중도금 지급일을 2018. 5. 20.로, 잔금 지급일을 2018. 5. 30.로 약정하였다. 그런데 매매계약 체결 이후 위 부동산의 시세가 급등하였고, 이에 갑은 중도금 지급일 이전에 을이 갑에게 지급한 계약금의 배액을 을에게 지급하고 위 매매계약을 해제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을은 위 매매계약상의 중도금 지급일인 2018. 5. 20. 이전인 2018. 5. 10. 중도금을 갑의 계좌에 입금하고, 위 중도금 지급사실을 갑에게 통지하였다. 계약금의 지급이 이루어진 경우, 당사자 간에 다른 약정이 없는 한 당사자의 일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 교부자는 이를 포기하고 수령자는 그 배액을 상환하여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민법 제565조 제1항). 이때 이행의 착수 시기는 중도금의 지급, 목적물의 인도와 같이 채무이행행위의 일부를 하거나 이행에 필요한 전제행위를 하는 것을 의미한다. 위 사안과 같이 갑과 을 사이의 매매계약상 중도금 지급일 이전에 중도금의 지급이 이루어진 경우, 이를 이행에 착수한 것으로 보아 해약금에 의한 매매계약의 해제가 불가능해지는 것인지가 문제되는데, 과연 갑은 을이 중도금 지급일 이전에 중도금을 지급한 행위의 효력을 부정하면서 을에게 계약금의 배액을 지급하고 위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민법 제565조가 해제권 행사의 시기를 당사자의 일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로 제한한 것은 당사자의 일방이 이미 이행에 착수한 때에는 그 당사자는 그에 필요한 비용을 지출하였을 것이고, 또 그 당사자는 계약이 이행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데 만일 이러한 단계에서 상대방으로부터 계약이 해제된다면 예측하지 못한 손해를 입게 될 우려가 있으므로 이를 방지하고자 함에 있고, 이행기의 약정이 있는 경우라 하더라도 당사자가 채무의 이행기 전에는 착수하지 아니하기로 하는 특약을 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행기 전에 이행에 착수할 수 있다고 판시하여(대법원 2006. 2. 10. 선고 2004다11599 판결 참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사자 사이에 이행기의 약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위 이행기 전에 중도금을 지급하여도 그 효력이 있다는 입장이므로, 위 사안의 경우 갑은 을과 사이의 매매계약에 대하여 해약금에 의한 해제를 할 수가 없다. 따라서 부동산의 시가변동이 큰 시기에 매매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매매계약 당사자들은 혹시 발생할 수 있는 불필요한 분쟁을 방지하기 위하여 중도금의 지급은 반드시 약정된 중도금 지급일에 하여야 그 효력이 있다는 내용의 특약을 하는 등 매매계약을 보다 명확하게 체결해야 할 필요성이 있을 것이다. 이준행 변호사

[법률플러스] 동물학대 처벌

부부싸움 중 아파트 7층에서 반려동물을 던져 죽게 했다 등 끔찍한 동물학대 뉴스는 자주 접하는 소식이 되었다. 반려동물 1천만 시대 이면에 사람에게 학대당하여 죽어가는 동물들이 있다. 동물보호법 제8조는 동물학대를 금지하고 있고, 구체적인 행위유형을 정하고 있다. 동물의 목을 매다는 등의 잔인한 방법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거나, 노상 등 공개된 장소나 같은 종류의 다른 동물이 보는 앞에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고의로 사료 또는 물을 주지 않아 죽게 하는 행위, 동물에게 도구, 약물 등 물리적화학적 방법으로 신체를 손상하거나 체액을 채취하거나 체액을 채취하기 위한 장치를 설치하는 행위, 도박광고오락유흥 등의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 사람의 생명신체에 대한 직접적 위협이나 재산상 피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다른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물을 죽게 하거나 상해 등 신체적 고통을 주는 행위, 동물을 다른 동물의 먹이로 사용하는 행위, 최소한의 사육 공간도 제공하지 않아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거나 질병을 유발시키는 행위, 유기유실동물 등을 판매하거나 죽이는 행위, 유기유실동물인 것을 알면서도 알선구매하는 행위 등이다. 특히, 다른 동물과 싸우게 하거나(소싸움 제외), 동물에게 음식이나 물을 강제로 먹여 신체적 고통을 주거나 상해를 입히는 행위, 혹서혹한 등의 환경에 방치하는 행위, 판매하거나 죽일 목적으로 유기유실동물을 포획하는 행위 등은 동물학대 처벌 강화의 차원에서 2018년 3월 22일부터 신설 또는 추가되어 적용되는 금지행위이다. 이러한 동물보호법을 위반하여 동물을 학대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한편, 위 학대행위를 촬영한 사진 또는 영상물을 판매전시전달상영하거나 인터넷에 게재하는 행위, 도박을 목적으로 동물을 이용하거나 경품으로 동물을 제공하는 행위, 영리목적으로 동물을 대여하는 행위를 할 경우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동물학대 상습범은 가중처벌하며, 법인사업자 또는 개인사업자가 운영하는 업체에 고용된 직원 등이 동물학대를 할 경우 해당 직원뿐만 아니라, 사업자도 함께 처벌받게 된다. 유럽 국가들은 동물학대가 생명경시로 인한 범죄로 이어질 수 있음을 인정하고 엄격하게 처벌하며, 동물의 법적지위를 보장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동물을 재물(물건)로 보고, 동물을 타인이 학대했을 경우 재물손괴죄로 처벌하고 있을 뿐이다. 동물을 보호하여야 하는 것은, 동물이 엄연히 고통을 느끼는 생명이기 때문이다. 동물 학대에 대한 처벌 등 관련 규정이 강화되길 기대한다. 송윤정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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