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시민에, 시민을 위한 연극 오늘 만큼은 우리도 전문 연극배우랍니다. 시민극단 율(栗)이 지난 1일 오후 5시 장안구청 6층 대강당에서 10월의 시민소통공연으로 쓰레기 파동사건을 공연했다. 연극치고는 무대디자인나 음향ㆍ조명,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가 프로 뺨치는 실력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0분 정도의 짧은 공연시간 동안 좀 모자라도 좋고, 어설퍼도 좋다는 것을 보여준 무대임은 분명했다. 시민극단 율(栗)은 지난 2012년 7월 수원 시민들에게 연극으로 감동을 전하겠다는 마음으로 용기를 낸 평범한 율천동 주민 총 12명으로 시작한 순수 아마추어 극단이다. 이해음 단장을 비롯해 이상인, 염상훈, 양혜란, 한훈숙, 송주은, 정정순, 유화순, 김교숙, 이연숙, 이해흠, 김현광, 오향순씨가 그 주인공이다.
주부, 공무원, 시의원, 통장, 부녀회 회원 등 다양한 계층과 20대부터 60대까지 세대를 아우르고 있는 이들은 비록 아마추어 연극배우들이지만 전문 배우 못지않게 연습해 온 덕분에 어지간한 연기는 소화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번 작품 쓰레기 파동사건은 수원시가 쓰레기와의 사랑과 전쟁 사업을 시작한 지 3개월 만에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큰 성과를 거두고 있는 가운데 율천동에서 벌어지는 의문(?)의 쓰레기 사건을 중심으로 주민간, 가족간 오해와 화해 속에 느껴지는 인간미 나는 삶의 모습을 잔잔하게 그리고 있다.
오세호 전 화성문화재단 사무국장이 총감독을 맡고 올챙이들의 하수구 탈출 작전를 쓴 동화작가 김현광 율천동장이 대본을 썼다. 때 묻지 않은 시선으로, 아마추어의 열정으로 성공적으로 공연을 마쳤다. 율(栗)은 그동안 수원화성국제연극제 기간에 시민참여프로그램인 시민공동체 연극 경연대회, 율천동 파크데이(Park Day) 축제, 장안구청 시민소통공연 등 작지만 뜻깊은 무대에 올랐다.
12명의 단원들은 얼마나 진실되게 무대에 임하며, 얼마나 따스한 마음으로 이웃을 찾아가느냐가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했다. 이를 통해 극단은 연극으로 새로운 지역문화 모델을 구축해왔다는 평을 받고 있다. 수원문화에 여간 귀한 존재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율천동 주민들은 왜 연극을 할까. 연극이 필요한 건 현실을 의심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다. 의심하고 발전하는 사이 희망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민극단 율(栗)이 다음에는 어떤 이야기로 희망을 선물할 지 벌써부터 기대되는 이유다.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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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숙 기자
2013-10-02 12:11